국립국제교육원 파견 교사 김은민
국립국제교육원 교원해외파견 사업으로 중국 산동성 제남에 있는 대학교에서 3년 동안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파견될 곳은 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세르비아다. 한국어 교원으로서의 오늘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을 있게 한 지난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어릴 때 막연히 특수교육으로 해외봉사활동을 꿈 꾼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실현되기까지는 20여년이 흘러야 했다. 2010년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필리핀에 파견이 되었다. 필리핀 민다나오 수리가오 델 수르 지역에 있는 ‘딴닥’이라는 정말 작은 도시였는데 우리나라의 군 단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수리가오 지역은 필리핀에서도 가장 열악하고 가난한 곳이었다. 그곳 특수학교에 배정을 받고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려서 공항에 도착한 후 다시 차로 5시간 정도 쉬지 않고 달려서 도착했다.
필리핀 특수학교는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특수교육대상에 영재 아동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 지역에서 정말 똑똑한 아이들이 장애아동들과 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특수학교 영재반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특별 시험에 합격을 해야 하는데 지역 유지나 재력가들은 자신의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과외는 물론 엄청난 물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6년 동안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동들과 함께 지낸 학생들은 장애아동에 대한 어떤 편견도 거리감도 없었다. 장애아동 교육은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과는 정말 다른 것 같았다.

- [사진 1] 기존교실모습

- [사진 2] 교실 개조된 모습
내가 간 딴닥특수학교(SDS Tandag Special Education)는 영재반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한 반씩 있었고, 장애아동은 시각, 청각, 지적장애 반으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학년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한 학급에 장애 정도에 관계없이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었다. 매 시간 정말 힘겨운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교구의 부족과 부재는 말할 것도 없고, 교실 환경도 너무나 열악하였다. 지적장애 반을 두 개 반으로 나누어 기존 선생님과 내가 운영을 하였고, 코이카의 지원으로 다양한 교구를 지원할 수 있었고, 교실 환경 개선 사업도 진행했었다. 이때 내가 담당했던 아이들 중 ‘줄리아’라는 10세 여자 아이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지적장애와 함께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였는데 다루기가 쉽지 않은 아이였다. 이 아이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전쟁 같은 수업 시간을 보내며 매일 조금씩 다가갔는데 마침내 마음을 열고 “Hi, teacher!”이라고 말했을 때의 그 감격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과도 정들고 프로젝트도 마무리될 즈음에 필리핀 반군의 습격이 있어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그 지역을 떠나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지역에 파견된 마지막 봉사단원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가끔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연락을 하곤 하지만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 [사진 3] 다바오 직업훈련원생 대상 한국어 교실

- [사진 4] 한국문화축제 부채춤 공연팀과 함께

- [사진 5] 한국어 골든벨
남은 6개월의 임기를 채우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야했지만 특수교육 분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필리핀 파견 전, 약 2년 동안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어 교원 자격증 3급을 땄었는데 이 자격증이 있어서 파견 분야를 변경하여 한국어 교육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어 교육 분야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 6개월 임기를 연장하여 1년 동안 필리핀 다바오에 있는 직업 훈련원생을 대상으로 초급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곳은 코이카를 통한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세워진 직업 훈련 센터로 모든 학생들은 한국어를 1년 동안 교양 필수 과목으로 수강해야 했다. 한국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고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관심도 많았지만 막상 어학으로 접근이 되는 한국어 수업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한 반에 30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재미있게 수업을 하려고 했었다. 이들에게 적합한 교재를 제작하고, 한국문화축제를 기획하여 운영했던 모든 활동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1.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하여 중국 산동성에 있는 대학의 국제예술문화교류대학 단과대 소속으로 파견되어 3년 동안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이 단과대 학생들은 2년 동안 교양 필수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유학을 가는 2학년 학생들은 교양 선택 과목으로 한국어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한 반에 30~40명, 많게는 5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도 하는데 매년 약 500명 정도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중에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은 매년 100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학년은 초급1 단계 과정으로, 2학년은 초급2 단계 과정을 학습하는데 초급 단계에 해당되는 어휘를 충분히 익히도록 하고 간단한 문장으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였다. 교양 필수 과목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개인의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경우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수업의 분위기를 저하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흥미를 고취시킬 수 있는 K-POP이나 드라마, 영화의 장면들을 이용한 수업을 연구하여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국으로 유학을 갈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한국의 일상생활 문화를 동영상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제시하여 자국 문화와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 [사진 6] 국제예술문화교육대학

- [사진 7]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모습
그리고 반마다 한두 명씩 정서적인 문제나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이해하려하고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하여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자극이 되고 수업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해외 여러 나라의 한국어 학습자들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개개인마다 다른 정서와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다양한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잘 운영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런 면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이 한국어 교육 현장에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 또 한 번의 도전
해외에 파견되어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언어적인 문제,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등 쉬운 도전은 아닐 수 있다.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하고 봉사단원으로 파견되기 전 3개월 정도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적응했다. 하지만 중국에 파견될 때는 성조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겨우 인사 정도 하는 수준의 언어만 익히고 갔다. 언어 소통이 안 되어서 겪은 어이없는 실수들로 학생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단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고 한국어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일 것이다. 지금 또 한 번의 도전을 앞에 두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대상도 달라지고, 언어를 비롯해서 음식, 문화, 기본 생활 방식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또다시 나를 설레게 한다.

- [사진 8] 특수학교 선생님들의 회의
- [사진 9] 지역 고등학생 대상 한국어 교실
3. 한국어 교원 되기
한국어교원자격증은 2, 3급으로 나뉜다. 3급은 120시간 양성과정 수료 후 1년에 한 번 있는 한국어교원자격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시험은 필기와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합격률이 상당히 낮아서 쉽지 않다고들 한다. 2급은 다양한 경로로 취득할 수 있다. 가능하면 대학원 과정을 밟는 것이 한국어 교원으로서의 활동에 좀 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격 심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알 수 있다.(https://kteacher.korean.go.kr)
현재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자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들 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어 교원으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점점 더 수요가 늘고 있어서 본인이 하고자 하면 또 할 수 있기도 하다. 한국어 교육은 현재 중도입국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 중, 고등학교와 여러 다문화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사설 한국어 학원 등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이 해외파견 교사로도 활동할 수 있기도 하다. 해외는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류의 영향으로 점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한국어교육 기관인 세종학당은 2019년 6월 기준으로 60개국 180개소에 이른다. 그리고 국립국제교육원, 한국국제교류재단, 코이카 등의 기관에서 해외 대학, 중·고등학교 등으로 꾸준히 한국어 교원을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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