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여가 볼런투어
- 교사들의 여가활동 소개
서울정진학교 교사 오동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관광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14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2010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2020년께라고 전망했지만 세계경제성장과 항공여행비용의 감소, 비자제도의 개선 등이 해외여행을 촉진한 결과 14억명 돌파시점이 2년가량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방학을 가진 우리 교사들에게 있어 여행이란 정말 의미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한번쯤은 우리가 하는 여행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조금은 특별한 여행의 시작
나는 여행을 좋아했다. 대학 때부터 배낭여행으로 인도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를 다녔고 졸업 후에는 한국국제협력단의 봉사단원으로 2년간 라오스 방비엥중학교의 체육교사로 활동하며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라오스를 여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귀국 3개월을 남기고 만난 치과의사 신분의 여행객에게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아이들의 하얀 미소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무분별한 불량식품과 콜라 등의 유입으로 치아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치위생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건강까지도 위험하다는 것을 듣고 봉사단을 하며 모았던 생활비에서 약간의 목돈으로 칫솔과 치약을 사들고 소수민족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볼런투어(봉사와 여행의 합성어)의 연장선인 ‘치카치카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비엥싸이 지역에 있는 소수민족인 몽족 마을. 일단 마을에 도착하면 순서는 어느 곳을 가나 대략 비슷했다. 우선 한적한 공터를 찾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아이들 몇몇에게 친구들을 이곳으로 불러달라고 이야기하고 꽤 많은 아이들이 모였다 싶으면 오일장의 약장수처럼 가방에서 칫솔과 치약을 꺼냈다. 지금부터의 나의 연기력에 달려 있는데 최대한 게걸스럽게 콜라를 마시고 사탕을 빠는 연기를 한 후 양치를 하지 않은 채 그냥 잠드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이 판토마임과도 같은 연극은 기지개를 켜며 아침에 일어나는 동작과 함께 미리 준비한 김을 앞니에 붙이는 걸로 끝이 난다. 이가 썩는 과정을 완벽하게 표현한 나의 연기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고 설명이 끝난 동시에 치약과 칫솔을 받으려는 아이들이 줄을 지었다. 매 순간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라오스 곳곳을 돌아다녔다. 2010년 해외봉사활동을 마치고 조금 더 철저한 계획 속에서 쇼셜펀딩 등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다시 라오스에 돌아가 활동을 하였고 파키스탄에서도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여행에 답이 있다
중국과 미얀마에 인접한 라오스 북부는 정말 다양한 종족이 사는 곳이었다. 국도에 인접한 마을에서 산속으로 7~8km가량을 들어가면 또 다른 마을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점은 마을이 열 군데가 있다 하더라도 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민족이 산다는 것이었다. 매번 각기 다른 민족을 만나고 색다른 문화를 체험한다니 여행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달콤한 게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두 세 시간 남짓 가파른 산속을 헤매는 건 기본이었으며, 도착한 곳에서의 봉사활동 또한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순박한 라오스 사람들이지만 낯선 사람의 방문에 어른들은 경계태세부터 갖췄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건만 신분증 없이는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며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서러움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민다면 분명 진심을 알아채리라 믿고 손을 내밀었고 사람들은 나의 손을 기꺼이 잡아주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와 함께 말이다.
# 어떤 여행을 하고 싶으세요
칫솔과 치약이 없다고 볼런투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면 단체와 함께 첫발을 내디뎌도 좋다. 내가 소속되었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개발도상국에 기술, 의료 및 교육을 지원하는 단체로 2년의 파견 기간을 가진다. 일반단원은 만 20세 이상으로 각 분야에 대한 전문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하며 서류심사와 면접, 신체검사가 끝나면 6주간 국내에서 훈련을 받은 뒤 현지로 떠난다. 물론 특수교육 분야도 선발하는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오랜 기간 여행과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일 테다. 현지에 도착하면 생활 및 주거비용을 지원받으며 활동에 필요한 금액 역시 따로 지급된다.
자원봉사를 하며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면 국제워크캠프를 눈여겨보자.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10~15명의 인원이 모여 2주에서 3주가량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항시 모집하기 때문에 봉사활동과 여행을 함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활동이 봉사에 좀 더 비중을 두었다면 워크캠프는 기간이 짧아 유럽이나 미주로 배낭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원하는 지역에서 환경, 농업, 건설, 문화, 교육 등의 다채로운 활동을 선택할 수 있으며 소정의 참가비용을 내고 비행기 표를 구입해 개최지에 도착하면 나머지 숙식해결 방법은 캠프별로 다르다. 워크캠프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봉사단원들을 만나 때로는 부딪히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를 함께 극복해 나가며 글로벌 마인드를 배우는 것에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근 십여 년의 교직생활에서 만났던 수많은 특수교사 동료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재주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 그러한 재주들은 해외여행에서도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혹여나 특별한 재주가 없거나 소심해서 발휘를 못하시는 분이라도 상관없다. 위에 언급한 단체 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약간의 체력만 있다면 어디든지 여행과 봉사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충분히 많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는 것을 이제부터라도 깨닫고 현지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정하고 착한 여행을 찾자. 패키지여행이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여행의 태도를 갖느냐 일 것이니까. 조금이라도 현지어를 배우고 말하고 그곳의 자연환경과 문화, 공동체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교사가 성장하면 수업도 성장한다.”라는 책에서 가장 강력한 수업자료는 바로 교사의 삶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좋은 여행은 좋은 수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 아닐까. 이제껏 마냥 즐기던 여행에서 탈피해 조금 더 착하고 공정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면 어느 순간 한 뼘 더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선생님의 여행에 행운을!!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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