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EBS 포스 현대문학 ^[이 책의 차례 대단원 중단원 페이지 I. 현대시 현대시의 이해/현대시 문학사 8 01. 자연과 서정 14 02. 성찰과 의지 22 03. 역사와 현실 30 04. 삶에 대한 태도 38 05. 이별과 그리움 46 06. 민중의 삶 54 07. 소망과 기다림 62 08. 삶의 정체성을 찾아 70 09. 삶의 근원적 모습 78 10. 산업화를 겪고 나서 86 실전문제 01. 94 실전문제 02. 100 실전문제 03. 106 II. 현대 소설 현대 소설의 이해/현대 소설 문학사 114 01. 전통적인 삶과 진실한 삶 120 02.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저항 136 03. 농민의 비극적 삶과 저항 의지 152 04. 전란기 혼란상과 욕망의 좌절 168 05. 산업화 사회의 인간 소외 양상 184 06. 전쟁으로 인한 충격적 체험의 형상화 200 07. 현실의 억압과 이에 대한 대응 216 실전문제 01. 232 실전문제 02. 238 실전문제 03. 244 III. 현대 수필 현대 수필의 이해 252 01. 바람직한 삶의 자세 254 02. 다양한 삶의 양상 262 03. 자연과 인생 270 실전문제 278 IV. 희곡·시나리오 희곡·시나리오의 이해 286 01. 비극적인 민중의 삶 290 02. 현실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 298 03. 전통적 정서의 극적 형상화 306 실전문제 314 ^[이 책의 구성과 특징 본 방송 교재의 구성과 특징 문학, 쉽게 배워 마음으로 느끼다. EBS 포스 현대문학은 문학 교과서에 실린 작품은 물론, 좀 낯설지만 꼭 알아 두어야 할 작품을 선정하여 언어가 주는 의미, 작가의 사상 등 문학 작품에 대한 종합적 감상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기초 소양을 다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 작품도 읽고 내신도 잡고 현대시, 현대 소설, 현대 수필, 희곡·시나리오로 나누어 갈래상 특징과 시대별 문학사를 살펴보고 작품들을 감상해보도록 하세요. * 한눈에 보기--작품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가 될 내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 시상 전개, 내용 구조도--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 실력 다지기--문제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작품과 관련된 서술형 주관식 문제를 구성하여 내신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였습니다. ● 문제 풀고 작품도 더 알고 주제별 작품에서 함께 살펴본 것 외에도 중요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내신은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대비할 수 있는 실전문제로 구성하여 다양한 작품과 문제 유형을 심도 있게 학습함으로써, 현대문학 감상의 안목과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내 손 안에 문학, 있다! ● 감동이 두 배, 학습 효과가 두 배--문학 작품 먼저 읽기! 선입견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방송 전에 미리 찾아 읽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방송 내용과 비교하면서 작품 내용을 이해하도록 합니다. ● 시간을 두 배로 활용하는 수다 떨기--시청 후 친구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 방송 및 교재에서 다룬 내용은 물론 또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처음 대하는 작품에 대한 두려움도 없앨 수 있습니다. 본 방송 교재의 활용법 ● 시청 전--중--후 학습의 3단계 과정을 통해 학습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합니다. 학습자가 시청 전에 미리 방송 교재를 예습한 후에 학습 계획을 세우고 방송을 통해 교재의 내용과 문제를 이해하면, 학습 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청 중에는 강의의 흐름에 따르도록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시청 후에 반드시 방송 교재로 다시 한 번 복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학습 내용에 대해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방송 교재나 강의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여 암기할 것이 아니라 원인이나 결과, 공통점과 차이점, 장점과 단점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여 학습 내용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사실과 가치를 구분하여 주장하는 내용의 전제가 되는 원리는 무엇이며, 그것이 보편적인 원리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 자발적·능동적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학습이 자발성을 강조하지만, 특히 TV 방송 학습은 학습자의 자발적 노력 없이는 절대로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수동적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습으로 학습 내용에 대한 의문과 해결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청 후에도 의문점으로 남는 것은 관련 참고서나 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얻어 끝까지 해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학습의 효과는 결국 학습자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학습자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학습에 임해야 합니다. EBS 홈페이지(http://www.ebsi.co.kr)로 들어오셔서 회원으로 등록하세요. 본 방송 교재의 프로그램 내용은 EBS 인터넷 방송을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VOD 무료 서비스 실시) 7쪽 ^[I. 현대시 현대시의 이해 현대시 문학사 주제 01. 자연과 서정 주제 02. 성찰과 의지 주제 03. 역사와 현실 주제 04. 삶에 대한 태도 주제 05. 이별과 그리움 주제 06. 민중의 삶 주제 07. 소망과 기다림 주제 08. 삶의 정체성을 찾아 주제 09. 삶의 근원적 모습 주제 10. 산업화를 겪고 나서 실전문제 01. 실전문제 02. 실전문제 03. 8쪽 ^[현대시의 이해 1. 시의 언어 언어의 의미는 지시적 의미와 함축적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지시적 의미는 어휘 하나가 갖는 사전적인 의미를 말하고, 함축적 의미는 어휘 하나가 문맥적 상황에 따라 갖게 되는 사전적 의미 이외의 부가적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풀잎에 이슬이 맺혔다.’에서 ‘이슬’은 ‘기후의 온도 차로 생기는 물방울’이라는 지시적 의미를 갖지만,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에서 ‘이슬’은 ‘어떤 감정 때문에 발생한 눈물’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갖게 된다. 시에서 사용되는 어휘는 지시적 의미보다는 함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시의 언어가 비유적이고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1) 비유적 의미: 표현하려는 대상(원관념)을 사물이나 자연물 또는 현상(보조 관념)에 빗대어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비유’라고 한다. 이때, 보조 관념이 갖는 의미를 ‘비유적 의미’라고 한다. (2) 상징적 의미: 사물이나 현상에 특별한 의미를 결부시켜 표현하는 방식을 ‘상징’이라고 한다. 상징은 비유와 달리 원관념은 나타내지 않고 보조 관념만 나타낸다. 이때, 보조 관념이 갖는 의미를 ‘상징적 의미’라 한다. 이런 상징적 의미는 관습적으로 굳어진 것도 있고, 시인이 개성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여 만들어진 것도 있다. 예) 비둘기--평화, 대나무--절개: 관습적으로 사용해 온 상징적 의미 2. 시의 이미지 이미지란 신체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것을 언어로 드러낸 것을 이른다. 예를 들어, ‘산이 푸르다.’나 ‘새가 지저귄다.’와 같이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것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 이미지이다. (1) 시각적 이미지 예) 구름은 / ^_보랏빛 색지_^ 위에 / 마구 칠한 ^_한 다발 장미_^. (2) 청각적 이미지 예) 소쩍새들이 운다. / ^_소쩍소쩍_^ 솥이 작다고 (3) 후각적 이미지 예) ^_상긋 풀 내음새_^ / 이슬에 젖은 초원 시의 구성 요소 * 운율: 음악적 요소. 시어에서 느껴지는 말의 가락. 내재율과 외형률 등이 있음 * 심상(이미지): 회화적 요소. 형상화된 언어에 의해 나타나는 영상 및 느낌 * 정서와 사상: 의미적 요소. 시에 표현된 작가의 정서와 사상. 주제와 관련 깊음 9쪽 (4) 미각적 이미지 예) 새악시는 ^_달콤한_^ 꿀을 마시는 듯 (5) 촉각적 이미지 예) 꽃가루와 같이 ^_부드러운_^ 고양이의 털에 (6) 공감각적 이미지 예) 분수처럼 쏟아지는 ^_푸른 종소리_^ (감각의 전이가 있음: 청각의 시각화) (7) 복합적 이미지 예) 아름다운 ^_피아노 연주_^와 진한 ^_커피향_^ (감각의 전이가 없음) 3. 시의 운율 시는 운문 양식에 속하는 문학이다. 운문은 산문과 달리 언어가 갖는 음악성을 추구한다. 음악성은 기본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것을 반복하는 데서 생긴다. (1) 운: 자음이나 모음 등 일정한 소리를 반복하여 리듬감을 형성하는 방법 예) 얄리얄리 얄라셩: ‘ㄹ’음을 반복함 (2) 율: 일정한 음보, 단어, 어구, 글자 수 등을 반복하여 리듬감을 형성하는 방법 예) 아리랑 / 아리랑 / 아라리요 // 아리랑 / 고개로 / 넘어간다.: ‘아리랑’의 반복, 3음보의 반복 4. 시의 소통 구조와 시적 화자 (1) 시적 화자: 작품 속에서 시인을 대신하여 말하는 사람을 ‘시적 화자, 시적 자아, 서정적 자아’라고 한다. 시적 화자는 시인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 시적 상황: 작품 속에서 시적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파악해야만 화자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3) 화자의 태도와 어조: 시적 화자가 시적 상황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화자의 어조가 달라진다. (4) 화자의 정서: 시적 화자가 시적 상황에 대해 취하는 행동이나 생각을 말한다. ▶ 시인 → "화자 → 청자" → 독자 상황 → 작품(화자 → 청자) 이미지의 기능 *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 사물의 특징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 연상 작용을 통해 독자에게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운율의 종류 * 외형률: 소리마디가 반복되는 규칙성이 겉으로 드러나는 운율. 주로 고전 시가에 많이 나타남 * 내재율: 소리마디가 반복되는 규칙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는 형태의 운율. 현대시는 대부분 내재율을 지님 시구의 의미 * 작품 내적 의미: 작품 자체의 문맥으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시구는 비약, 풍자, 압축 등으로 인하여 그것을 해석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 작품 외적 의미: 작품이 창작된 시대적·사회적 배경이나 작가의 성장 과정 등 작품 외적인 것들을 고려하여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으로 이해하기"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돌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시의 언어 ① 함축적 의미: ‘흰 물새’, ‘흰 염소’는 한가로움이나 자유로운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시어이다. ② 상징적 의미: ‘비둘기’의 상징적인 의미는 ‘평화’이고, ‘어린 양’의 상징적 의미는 ‘순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 시의 운율 ① 운: 2연 3행에 나오는 ‘좁은 들길에 돌장미 열매 붉어’는 ‘ㄹ’음을 반복하여 음악성을 살리고 있다. ② 율격: ‘깊은 / 삼림대를 / 끼고 / 돌면 // 고요한 / 호수에 / 흰 물새 / 날고’처럼 대체로 4음보로 끊어 읽을 수 있다. * 시적 화자 이 시의 화자는 소년처럼 느껴진다. 화자는 이상적인 자연 세계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간절히 노래하고 있다. 10쪽 ^[현대시 문학사 1. 1910년대의 시문학 서구 문학의 영향으로 개성 있는 율격을 지닌 새로운 형태의 시들이 나타났다. 최초의 주간지인 <태서문예신보>(1918)와 본격적인 문예지인 <창조>(1919) 등의 신문과 잡지가 등장하여 시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함으로써 현대시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김억은 프랑스의 상징주의 경향의 시를 번역하여 발표하는 한편, 민요적인 가락의 시를 창작하였다. 주요한은 정형률에서 벗어난 ‘불놀이’를 발표하였다. (1) 시대적 배경 ① 한일 병합으로 일제의 식민 통치가 시작되었다. ② 3·1 운동 등 일제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저항이 나타났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김억이 <태서문예신보>(1918)에 처음으로 서구 상징주의 시를 번역하여 서구의 근대 문학을 소개하였다. ② 주요한은 자유시의 운율에 개인의 서정을 담은 ‘불놀이’(1919) 등을 발표하여 현대적 자유시를 개척하였다. 2. 1920년대의 시문학 서구 문학이 수입되어 세련된 기법의 시들이 나타났고, 본격적인 근대시가 등장한 시기이다. <폐허>(1920), <장미촌>(1921), <백조>(1922), <금성>(1923) 등의 동인지가 나오면서 많은 시인들이 배출되었다. 3·1 운동의 실패로 인해 내용 면에서는 허무 의식을 노래하거나 감상적이거나 애조를 띤 시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1925년을 전후하여 계급 문학이 등장하였다. 최남선과 이병기 등을 중심으로 ‘시조 부흥 운동’이 이루어져 현대적인 감각의 시조들이 지어졌다. 이 시기에 김소월은 우리 민족의 정한을 잘 노래한 <진달래꽃>(1925)이란 시집을 냄으로써 한국 현대시사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자리매김을 하였고, 한용운은 1926년 <님의 침묵>이란 시집을 발표하여 퇴폐적이고 감상적인 정서를 극복한 새로운 차원의 시들을 선보였다. 또, 김동환은 1925년 ‘국경의 밤’이란 최초의 현대 서사시를 발표하였다. 이외에도 이상화, 황석우, 노자영, 변영로 등의 시인이 활동하였다. (1) 시대적 배경 ① 3·1 운동의 실패로 인한 패배 의식과 허무주의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였다. ② 1925년 카프(KAPF)의 결성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지식인들에게 퍼졌다. 이 땅에 본격적인 계급주의 문학(프로 문학)의 시대를 열었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병적·퇴폐적 낭만주의의 경향이 나타났다. 예)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박종화의 ‘사의 예찬’ ② 전통적인 율격과 정서를 지닌 시들이 쓰여졌다. 예) 김소월의 ‘진달래꽃’ ③ <창조>에 이어 <폐허>, <백조>, <장미촌>, <금성> 등의 동인지가 많이 발간되었다. ④ 사회주의 문학에 맞서 민족주의 문학 운동과 시조 부흥 운동이 나타났다. 예) 이병기의 ‘난초’ ⑤ 김동환의 서사시 ‘국경의 밤’,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1926)이 발표되었다. <태서문예신보> 1918년에 창간된 한국 최초의 주간 문예지. 김억과 황석우 등이 활약하였다. 김억의 번역시와 시론을 통한 상징주의의 도입은 근대시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카프(KAPF)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약칭. 1925년에 사회주의 혁명을 목적으로 결성된 문화인들의 실천 단체이다. 박영희, 김기진, 임화 등이 활동하였다. 11쪽 3. 1930년대의 시문학 1920년대의 시문학이 심화·발전되던 시기로, 일제 강점기의 탄압의 영향으로 순수한 서정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시문학>(1930)을 중심으로 한 박용철, 김영랑 등과 <문장>(1939)을 중심으로 한 정지용 등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시문학>의 동인으로 함께 작품 활동을 한 김영랑과 박용철, 그리고 신석정 등은 시가 갖는 음악적인 측면과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중요하게 탐구하여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남겼다. 그러므로 이들은 ‘순수 문학파’나 ‘시문학파’ 등으로 불려지기도 하였다. 1936년에 나온 <시인부락>을 중심으로 서정주, 유치환, 함형수 등은 생명감을 추구하는 시들을 발표하였고, 김기림이나 김광균 등은 서구의 이미지즘의 영향을 받아 주지주의적 경향의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는 이육사와 윤동주가 저항적인 시를 써서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고,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등은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써서 ‘청록파’란 이름을 얻기도 하였다.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현대시의 발전에 기여한 정지용과 백석, 그리고 새로운 형식을 시험한 이상 등도 모두 이 시기에 활동한 시인들이다. (1) 시대적 배경 ① 일제의 식민 통치가 더욱 강화되었다. ② 서구의 새로운 문예 사조가 소개되었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순수 문학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 박용철·김영랑 등을 중심으로 한 ‘시문학파’의 순수시 운동이 전개되었다. 예)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구인회’(1933) 등 순수 문학을 지향하는 모임들이 결성되었다. ② 서구의 모더니즘이 들어와서 주지주의 경향의 작품들이 쓰여졌다. * 정지용·김기림·김광균 등이 주지주의적인 성격을 띤 작품을 발표하였다. 예) 정지용의 ‘유리창 1’,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김광균의 ‘와사등’ ③ 자의식의 문제를 다룬 이상의 ‘오감도’(1934)가 발표되었다. ④ 생명 의식을 추구하는 유파가 등장하였다. * <시인부락>(1936)을 중심으로 서정주, 유치환, 오장환 등이 생명 의식을 추구하는 시들을 발표하였다. 예) 서정주의 ‘자화상’, ‘화사’, 유치환의 ‘생명의 서’ 4. 1940년대의 시문학 이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1939)이 일어나면서 일제의 식민 통치가 막바지로 치달았던 전반기와 우리 민족이 해방되어 새로운 정부를 세우기 위해 혼란을 겪었던 후반기로 나눌 수 있다. 전반기에는 일제에 의해 우리말의 사용이 금지되고 신문과 잡지가 폐간되는 등 극도로 문학 활동이 위축되던 시기였다. 반면에 1945년 해방을 맞은 후반기는 해방의 감격과 새로운 국가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는 작품 등 많은 작품들이 나타났다. (1) 시대적 배경 ① 우리 민족과 우리말에 대한 일제의 탄압이 극심하였다. 시문학파 1930년 3월에 나온 <시문학>이란 잡지를 중심으로 순수문학을 추구했던 시인들을 이르는 말 * 동인: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신석정 등 * 경향 --카프의 정치 지향적인 경향시에 반대하여 사상성을 내세우지 않은 순수시를 썼음 --언어를 다듬어서 참신한 감각을 보여 주었고, 언어가 갖는 음악성을 추구하였음 12쪽 ② 신문이나 잡지 등이 폐간되는 등 문학사의 암흑기였다. ③ 광복 이후 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 정치적인 혼란기를 맞았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자연 친화나 자연과의 교감을 노래한 시들이 나타났다. 예)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의 <청록집> ② 이육사와 윤동주의 저항적인 시들이 쓰여졌다. 예) 이육사의 ‘광야’, ‘절정’, 윤동주의 ‘십자가’, ‘참회록’ ③ 광복의 기쁨과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 시들이 쓰여졌다. 예) 박두진의 ‘해’, 신석정의 ‘꽃덤불’, 정지용의 ‘그대들 돌아오시니’, 조지훈의 ‘산상의 노래’ 5. 1950년대의 시문학 전쟁을 겪고 전쟁의 아픔이 치유되면서 다양한 문학 정신과 기법을 지닌 작품들이 나타났다. 전쟁을 통해 체험한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실존 의식을 노래한 작품에서 민중들의 건강한 삶의 모습을 노래한 시, 그리고 부정과 독재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시와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시들이 창작되었다. 이 시기에 새로 등장한 시인으로는 김수영과 박인환, 김춘수, 구상, 정한모 등이 있다. 이전에 활동하던 작가들 중에서도 서정주나 유치환 등이 새롭게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갔다. (1) 시대적 배경 ① 한국 전쟁으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고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② 권력의 횡포와 부패가 점차 만연하면서 민중들의 저항이 나타났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전쟁의 비극성과 허무 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나타났다. 또한, 민족의 화해, 사회적 상처와 후유증을 다룬 작품이 창작되었다. 예)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검은 강’,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 박봉우의 ‘휴전선’ ② 전통과 순수한 서정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 ‘광화문’, 조지훈의 ‘풀잎 단장’, ‘민들레꽃’, 박목월의 ‘산도화’ ③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참여적인 문학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예) 김수영의 ‘폭포’ 전후 문학 일반적으로 전후 문학이란 제1, 2차 세계 대전 후에 생겨난, 허무적이고 퇴폐적인 경향이나 사조를 띤 문학을 의미한다. 제1차 세계 대전 후의 다다이즘이나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실존주의 문학 등이 대표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절망감·단절감 등이 작품들의 공통적인 정서로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도 1950년대 전쟁을 겪으면서 이런 경향의 작품들이 시와 소설에 많이 나타났다. 13쪽 6. 1960~1970년대의 시문학 경제 성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산업화가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문명 비판적인 시들이 등장하였다.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는 이런 경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시이다. 또, 산업화의 진행에 따라 소외된 민중들의 삶을 노래한 작품들도 많이 창작되었다. 신경림의 ‘농무’나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와 같은 작품은 근대화가 가져온 부정적인 측면들을 노래한 것들이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민주화나 자유, 혹은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는 시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1) 시대적 배경 ①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② 군사 독재 체제가 점차 강화되었다. ③ 이농 현상으로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경향의 시들이 많이 나타났다. 예)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② 산업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삶을 노래하는 시들이 나타났다. 예) 신경림의 ‘농무’,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황동규의 ‘조그만 사랑 노래’ 7. 1980년대 이후의 시문학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성장에 힘입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었다. 한편으로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도 함께 일어났다. 이념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내용의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1) 시대적 배경 ① 자유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욕구가 고조되었다. ② 산업화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2) 문학사의 흐름 ① 현실을 비판하거나 자유를 갈망하는 시들이 등장하였다. 예) 김광규의 ‘상행’,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② 민중들의 강인한 삶을 노래한 시들이 쓰여졌다. 예) 김용택의 ‘섬진강’ 1960년대 이후 시의 흐름 * 자연 파괴에 대한 문제점을 노래한 시 *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노래한 시 * 근대화로 소외된 민중의 애환을 노래한 시 ● 1900~1910년대 → 1920년대 → 1930년~광복 → 광복~1950년대 → 1960~1970년대 → 1980년대 이후 1900~1910년대 * 1908년 신체시 등장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구작 삼 편’) * 1919년 <창조> 창간, 주요한의 ‘불놀이’ 1920년대 * 1922년 <백조> 창간--낭만주의 경향 * 1922년 김소월의 ‘진달래꽃’(민족 전통의 정서) * 1925년 카프 결성--경향파 시 창작 * 1926년 한용운의 ‘님의 침묵’(민족적 저항 의식 고조) 1930년~광복 * 1930년 <시문학> 창간 --순수시 운동 전개 * 1936년 <시인부락> 창간 --생명 의식 추구 * 1939년 <문장> 창간 --자연 친화적인 시 창작 * 1940년대 민족 문학의 암흑기 --저항적인 경향과 청록파의 시 광복~1950년대 * 8·15 광복의 기쁨과 새로운 희망을 노래--민족주의적 경향 * 전쟁 체험의 형상화 * 전통적 순수시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경향 *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참여적인 경향 1960~1970년대 *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경향 * 산업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민중의 삶을 노래하는 경향 * 시의 예술적 기법과 현대적 언어 감각을 추구하는 경향 * 노동자 계층의 주체적 자각이 이루어지면서 노동 문학 등장 1980년대 이후 * 현실을 비판하거나 자유를 갈망하는 경향 * 산업화에 대해 비판과 반성하는 경향 * 민중의 강인한 삶을 노래하는 경향 14쪽 ^[01. 자연과 서정 1.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작품 안으로) → 주제: 소망의 성취에 대한 기다림 특징: 수미상관의 구조로 이루어진 이 시에서 화자의 정서는 ‘기다림 → 설움 → 절망 → 기다림’의 변화 과정을 보이고 있으며, ‘모란’에 대한 비애감을 역설적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영랑의 시에서 ‘5월’은 중요한 계절 배경이나 중심 소재로 활용된다. 영랑에게 ‘5월’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5월’이 다른 계절에 비해 특별한 문학적 영감을 주는 시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5월은 봄과 여름의 경계에 위치한다. 또한 5월은 봄의 끝이며 여름의 시작이다. 따라서, 5월은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되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는 순간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더욱 아쉽고 안타까우면서도 찬란한 미적 매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랑에게 있어 ‘5월’은 이 시에서 ‘모란’과 동일시되어 나타난다. 시인은 ‘모란’이라는 제재를 통해 순간의 미학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_아즉_^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_비로소_^ ㉠^_봄_^을 여흰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_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_^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상 전개 봄을 기다림 → 봄의 상실에 따른 슬픔과 절망 → 봄을 기다림 시구 풀이 * 모란이 뚝뚝~잠길 테요.: 봄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임을 알았지만 소망과 보람과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구절. ‘봄을 여흰 설움’은 삶의 보람과 의미를 한꺼번에 잃은 설움과 같은 맥락에 있다. 모란이 시적 화자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 찬란한 슬픔의 봄: ‘찬란한’은 모란이 피었을 때의 기쁨을, ‘슬픈’은 모란이 졌을 때의 슬픔을 의미한다. 모순 형용으로 역설적 표현에 해당한다. (진단 체크) 1. 서러운 정감의 깊이를 표현한 시어를 찾아 쓰시오. 2. ‘모란’과 상징적 의미가 유사한 시어를 두 개 찾아 쓰시오. (답) 1. 삼백예순 날 2. 봄, 보람 15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쪽 1. '보기'의 밑줄 친 시어 중, ㉠과 시적 의미가 유사한 것은? 우리야 우리끼리 하는 말로 / 태어나면서도 넓디넓은 / 평야 이루기 위해 태어났제. 아무데서나 푸릇푸릇 하늘로 잎 돋아내고 / 아무데서나 버려져도 ①^_흙_^에 뿌리박았는기라. 먼 곳으로 흐르던 ②^_물줄기_^도 찾아보고 / 날뛰던 송장메뚜기 잠재우기도 하고 ③^_농부_^들이 흘린 땀을 거름삼기도 하면서 / 우리야 살기는 함께 살았제. 오뉴월 ④^_하루볕_^이 무섭게 익어서 / 처음으로 서로 안고 부끄러워 고개 숙였는기라. 우리야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 총알받이 땅 지뢰밭에 알알이 씨앗으로 묻혔다가 터지면 흩어져 이쪽 저쪽 움돋아 / 우리나라 ⑤^_평야_^ 이루며 살고 싶었제. 우리야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 갈라설 수 없어 이 땅에서 흔들리고 있는기라. --하종오,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2.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시어를 곱고 섬세하게 다듬어 사용하고 있다. ② 어순을 바꾸어 시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③ 감각적인 부사어를 구사하여 상실감을 표출하고 있다. ④ 규칙적인 리듬을 통해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⑤ 수미상관의 구성으로 화자의 삶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3. '보기'와 같은 발상과 표현을 사용한 예로 적절한 것은? ‘보기’ ‘찬란한 슬픔의 봄’은 모순 형용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은 수식하는 말과 수식을 받는 말 사이에 모순이 생겨, 겉으로는 불합리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적 진실성을 지니고 있다. ① 소금보다 짜다는 / 인생을 안주하여 / 주막을 나서면, --김용호, ‘주막에서’ ②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김광균, ‘와사등’ ③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장만영, ‘달·포도·잎사귀’ ④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이상, ‘거울’ 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유치환, ‘깃발’ 서술형 4. ㉡이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5. ^_아즉_^과 ^_비로소_^가 암시하는 바를 화자의 태도와 관련하여 서술하시오. 16쪽 2. 김광균, ‘성호부근’ (작품 안으로) → 주제: 달빛에 비친 겨울 호숫가의 쓸쓸한 정경 특징: 화자의 공간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달밤의 겨울 호숫가를 눈에 보이듯 그려 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3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회화적인 시를 표방했던 시인의 성향을 잘 보여 준다. 김광균은 “시는 회화다.”라는 모더니즘 시론을 실천한 시인으로, 도시적인 소재와 공감각적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다. “1”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 위에 떨어지고, ㉠^_부서지는 얼음 소리가 날카로운 호적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_^ 해맑은 밤 바람이 이마에 내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의 가지가지엔 ㉡^_조각난 빙설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_^ “2” 낡은 고향의 허리띠같이 강물은 기일게 얼어붙고 차창에 서리는 황혼 저 머얼리 노을은 나어린 향수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다. 시상 전개 “1” 달빛이 비치는 겨울의 호수 호숫가를 거님 추억에 젖음 “2” 고향의 모습을 떠올림 차창 밖 황혼 풍경과 향수에 젖음 시구 풀이 *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달빛이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짐을 나타낸다. *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차갑게 느껴지던 호수의 모습을 화자는 따뜻하게 느끼고 있다. * 여윈 추억의 가지가지: 추억을 시각화하고 있다. * 나어린 향수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다.: 노을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퍼져 나가고 있다. (진단 체크) 1. 시적 화자는 ‘( ) → ( )’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있다. 2. ‘은모래’와 ‘화려한 꽃밭’의 원관념을 찾아 쓰시오. (답) 1. 호숫가, 차 안 2. 호수 17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시적 화자의 체험을 우의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② 시적 화자의 공간 이동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③ 의인화를 통해 사물의 속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④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대상과의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시어의 반복과 연쇄로 산문적인 진술에 리듬감을 주고 있다. 2.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논리적으로 모순된 표현을 통해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② 동일한 시어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③ 화자의 어조를 변화시킴으로써 대상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④ 화자는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대상을 주관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⑤ 화자를 1인칭으로 설정함으로써 고백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3. ㉠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은? ① 구름은 / 보랏빛 색지 위에 /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김광균, ‘데생’ ②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한 침묵 / 꽃으로 수장하는 내일에의 날갯짓 --박두진, ‘강 2’ ③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김기림, ‘나비와 바다’ ④ 그는 그리움에 산다. / 그리움은 익어서 /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김춘수, ‘능금’ ⑤ 떠받는 명고인데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 떡 궁! 동중정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 /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김영랑, ‘북’ 서술형 4. ㉡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18쪽 1-(3) 정지용, ‘바다1’ (작품 안으로) → 주제: 생명력 넘치는 아침 바다의 아름다움 특징: 감각적 이미지(청각, 시각)를 활용하여 역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아침 바다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30년대 <시문학> 동인의 한 사람으로 활동한 시인은 순수한 서정성을 지향하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특히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참신한 언어 표현을 통해 신선한 이미지를 구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에도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 ‘뇌성이 운 후 포도빛으로 부푼 바다’, ‘역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바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신선하게 보여 주고 있다.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_뇌성_^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_포도빛_^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_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_^ 시상 전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의 모습 → 뇌성이 운 후 포도빛으로 부푼 바다의 모습 → 역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바다의 모습 시어 풀이 * 뇌성: 천둥소리 시구 풀이 * 오?오?오?오?오?: 파도가 소리치며 밀려갔다 밀려오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 머언 뇌성: 포도빛 바다로 부풀기 위해 거쳐야 할 시련을 의미한다. * 포도빛: 싱싱하고 맑은 바다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 철썩,~철썩: 힘차게 움직이는 바다의 모습을 청각적으로 표현하였다. * 제비~추어: 생기 넘치는 바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살포시’는 ‘( )’의 이미지를 한결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답) 1. 뇌성 19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3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수미상관의 구성으로 형태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② 구체적인 사물로 관념적인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③ 색채 대비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④ 섬세한 관찰을 통해 대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⑤ 공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참신한 생동감을 형성하고 있다. 2. 이 시에서 () 부분이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으로 적절한 것은? ① 물결이 잔잔히 가라앉은 모습 ② 제비가 물결 위로 날아드는 모습 ③ 물결 위로 천둥이 내리치는 모습 ④ 물결이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모습 ⑤ 밀려오는 물결 위로 해가 뜨는 모습 3. ㉢과 같은 ‘파도’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는 구절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 '보기'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_푸른 도마뱀떼같이 재재발렀다._^ ⓑ^_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_^ ⓒ^_흰 발톱에 찢긴_^ ⓓ^_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_^ --정지용, ‘바다2’ ① ⓐ, ⓑ ② ⓑ, ⓓ ③ ⓒ, ⓓ ④ ⓐ, ⓑ, ⓒ ⑤ ⓐ, ⓒ, ⓓ 서술형 4. 시어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여 ㉠과 ㉡의 관계를 서술하시오. 20쪽 역어 읽기 정답과 해설 4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 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이병기, ‘난초’ (나)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_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_^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을 한다. --박남수, ‘아침 이미지’ 21쪽 1. (가)의 ‘난초’, (나)의 ‘아침’에 대해 시적 화자는 각각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2. (가)의 ‘깨끗함, 정한 모래, 우로’라는 시어를 참고로 하여, 시적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서술하시오. 3. (나)의 ‘어둠’과 '보기'의 ‘어둠’이 갖는 의미상의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4. ㉠이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22쪽 ^[02. 성찰과 의지 2-(1) 백석,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작품 안으로) → 주제: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 특징: 이 시는 서간 형식을 빌려 산문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쉼표를 적절히 활용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여 고백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1948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 무기력한 현실 대응 방식을 반성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화자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굳건한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 ㉠^_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_^ /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_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시상 전개 타향에서 떠도는 신세가 된 ‘나’의 모습 →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 → ‘나’의 삶에 대한 비판과 회한 →(시상 전환)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짐 시어 풀이 * 살뜰한: 자상하고 지극한 * 삿: 갈대를 엮어 만든 자리 * 딜옹배기: 둥글넙적하고 아가리가 넓은 질그릇 * 북덕불: 짚이나 풀을 태워 만든 불 * 나줏손: 저녁 무렵 * 바우섶: 바위 옆 시구 풀이 * 쥔을 붙이었다.: 셋방을 얻어 기거했다. * 나는~쌔김질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회한을 되새기며 후회함 * 내 어지러운~되어 가라앉고: 슬픔, 한탄이 차츰 진정됨 * 나는~무릎을 꿇어 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 후 반성하는 행동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고난과 시련을 상징하는 시어를 세 가지만 찾아 쓰시오. (답) 바람, 추위, 싸락눈 23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쪽 1. 이 시를 쓰기 위해 고려한 사항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산문 형식을 통해 나의 근황을 진솔하게 서술해보자. ② 토속어를 구사하여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보자. ③ 독백체의 어조를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해보자. ④ 시상을 전환하여 나의 심리 및 태도의 변화를 드러내보자. ⑤ 객관적 상관물을 사용하여 의지적인 삶에 대한 다짐을 나타내보자. 2.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다고 할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딜옹배기를 안고 있다. ② 누워서 뒹굴뒹굴 거린다. ③ 화로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④ 언덕에 올라 먼 산을 내려다 본다. ⑤ 눈 오는 날 갈매나무 옆에 서 있다. 3. ㉠과 ㉡의 함축적 의미를 바르게 이해한 것은? ① ㉠: 슬프고 어리석은 삶 ㉡: 모진 운명에 대한 체념 ② ㉠: 무능하고 나약한 삶 ㉡: 젊은 날의 방랑과 고뇌 ③ ㉠: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 ㉡: 무기력한 자아의 인식 ④ ㉠: 희망이 없는 암담한 삶 ㉡: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 ⑤ ㉠: 비애와 회한이 가득한 삶 ㉡: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서술형 4. 이 시에서 ^_굳고 정한 갈매나무_^가 상징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24쪽 2. 서정주, ‘자화상’ (작품 안으로) → 주제: 지나온 삶의 진실한 고백을 통한 정체성 확인 특징: 이 시는 화자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어조로 진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의 삶을 자학적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러한 삶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의지적인 태도를 보인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강렬한 생명력의 추구를 주제로 하여 미당 서정주의 생명파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1936년 발간된 동인지 <시인부락>으로 활동한 서정주, 오장환, 유치환 등은 인간의 근원적인 생명력과 삶의 고뇌를 노래함으로써 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이 시는 이러한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_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_^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_바람_^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_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_^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시상 전개 1연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2연 시련과 방황의 삶 3연 삶에 대한 강한 욕구 시어 풀이 * 달을 두고: 아이를 출산할 달을 앞두고 * 바람벽: 흙을 발라 만든 벽 * 갑오년: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난 해 시구 풀이 * 애비는 종이었다.: 자신은 종의 신분이라는 운명적 한계를 지녔다는 것을 나타낸다. * 갑오년이라든가~나는 닮았다 한다.: 외할아버지가 동학혁명에 가담하여 죽었음을 암시하는 구절이다. 또한, 자신이 외할아버지의 기질을 이어받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 시의 이슬: 자기 삶의 가치. 시련과 방황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내는 가치 이다. *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고통스러운 삶을 회고함과 동시에 생명에 대한 강한 욕구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이 시로 볼 때, 시적 화자는 ( )의 신분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2. 이 시에서 ( )은 ‘바람’의 음상과 호응을 이루며 운율감이 형성되는 부분이다. (답) 1. 종 2. 팔할 25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화자는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② 화자가 소망하는 삶의 모습이 암시되고 있다. ③ 화자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듯이 표현하고 있다. ④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가 나타나 있다. ⑤ 역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삶의 진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2. ^_바람_^과 함축적 의미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겨울 나무와 / ^_바람_^ /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 나무도 바람도 / 혼자가 아닌 게 된다. --김남조, ‘설일’ ② 내 마음은 낙엽이요, /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 이제 ^_바람_^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 그대를 떠나오리다. --김동명, ‘내 마음은’ ③ 바람 이불처럼 덮고 / 화장도 해탈도 없이 /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 ^_바람_^과 놀게 해 다오. --황동규, ‘풍장 1’ ④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 ^_바람_^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⑤ 하늘에 깔아 논 / ^_바람_^의 여울터에서나 / 속삭이듯 서걱이는 /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 두 놈이 부리를 /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박남수, ‘새’ 3. 이 시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애비는 종이었다.’라는 말에서 화자의 집안 내력이 천한 신분이었음을 알 수 있어. ② ‘시의 이슬’은 화자가 자신의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 ③ ‘병든 수캐’는 화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로 다소 자학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어. ④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화자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어. ⑤ ‘부끄럽기만 하더라.’는 화자가 어려운 삶을 절망적 상황으로 스스로 단정 짓고 있는 표현이야. 서술형 4. ㉠을 근거로 하여 시적 화자의 기질을 추리해 보시오. 5. ㉡에 나타난 화자의 삶에 대한 태도를 서술하시오. 26쪽 3. 윤동주, ‘참회록’ (작품 안으로) → 주제: 일제 강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참회 특징: 화자가 자신의 삶을 참회하는 독백조의 어조가 잘 드러나 있고, 비유와 상징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일제 강점기에 쓴 시로, 일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시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시에서 ‘밤’은 일제 강점기를 의미하며, ‘즐거운 날’은 조국 광복의 날을 의미한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_이다지도 욕될까._^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시상 전개 1연 치욕을 느끼는 이유 2연 치욕스러운 삶에 대한 현재의 참회 3연 치욕스러운 삶에 대한 미래의 참회 4, 5연 철저한 성찰을 통한 자아의 발견 시어 풀이 * 참회록: 지난 잘못을 참회하는 내용을 적은 기록 * 거울: 여기서는 자아를 성찰하는 도구, 곧 화자의 도덕성이나 양심을 뜻함 * 운석: 지구상에 떨어진 별똥 시구 풀이 * 만 이십사 년~살아왔던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살아온 삶 전체를 치욕스럽게 느끼고 있다. * 나는 또~써야 한다.: 광복이 되고 나면 ‘나’는 식민지 백성으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만 했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것을 다시 참회해야 한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화자가 처한 시대 상황을 상징하는 시어를 찾아 쓰시오. 2. ( )은/는 화자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 곧 조국 광복의 날을 의미한다. 3. ( )은/는 화자가 자기 성찰을 거쳐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다. (답) 1. 밤 2. 즐거운 날 3. 슬픈 사람 27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쪽 1.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역사의 의미를 깨닫고 그것을 계승하려고 노력한다. ②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③ 현재 자기 삶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실에 순응하려 한다. ④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자아의 모습을 확인하려 한다. ⑤ 역사적 사명을 자각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 한다. 2. '보기'는 이 시인이 지은 또 다른 작품이다. 이 시에서 '보기'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보기'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나의 길 새로운 길 //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 오늘도 … 내일도 … //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새로운 길’ ① 1연 ② 2연 ③ 3연 ④ 4연 ⑤ 5연 3. 이 시를 작품의 내적인 요소만을 고려하여 감상한 것은? ① ‘어느 왕조’란 바로 몰락한 조국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화자는 식민지 백성으로 사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어. ② ‘이십사 년 일 개월’은 이 시를 쓸 때의 윤동주의 나이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당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거야. ③ ‘그 어느 즐거운 날’이란 바로 우리 민족이 일제의 오랜 탄압으로부터 독립하는 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해. ④ ‘밤마다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는다.’는 것은 결국 화자가 자신의 삶을 부단히 참회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⑤ 이 시는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는 소중한 깨우침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어. 서술형 4. ㉠에 나타난 화자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5.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28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7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유치환, ‘생명의 서’ (나)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고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않아 너 나 마주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김영랑, ‘독을 차고’ 29쪽 1. (가)와 (나)에 나타난 화자의 현실 대응 방식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2. (가)의 ‘병든 나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원관념을 고려하여 서술하시오. 3. (가)에서 시적 화자가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4. (나)에서 화자가 처한 상황을 서술하시오. 5. (나)에서 ‘독’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나’와 ‘벗’의 삶의 태도의 차이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30쪽 ^[03. 역사와 현실 1. 신석정, ‘꽃덤불’ (작품 안으로) → 주제: 이상적인 민족 공동체에 대한 소망 특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면서 유사한 시구를 반복하여 열거함으로써 율격을 형성하고,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어둠’과 ‘밝음’의 대립적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해방 직후 우리 사회가 이념적인 갈등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쓰여졌다. 시인은 해방은 되었지만 민족이 분열되어 싸우는 것을 보고 아직도 이상적인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바라는 ‘꽃덤불’은 민족이 완전한 자주 독립을 이루고 화합하여 살아가는 사회이다.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_태양을 등진 곳_^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_밤_^에도 우리는 ㉢^_헐어진 성터_^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_서른여섯 해_^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_이 하늘_^에 ㉮^_겨울밤_^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시상 전개 1연 일제 강점하에 광복에 대한 소망 2연 조국 광복을 위한 노력 3연 애국지사의 죽음과 변절자에 대한 안타까움 4연 36년의 일제 강점이 끝남 5연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에 대한 염원 시어 풀이 * 꽃덤불: 꽃이 우거진 수풀 * 오롯한: 완전한. 모자람 없이 온전한 시구 풀이 * 태양을 의논하는~곳에서만 비롯하였다.: 조국을 잃었을 때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이 간절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독립은 되었지만 아직도 사회가 혼란스러워 이상 세계와 거리가 멀다는 의미이다. (진단 체크) (답) 1. 꽃덤불 2. 밤 3. 일제의 식민 통치 1. 화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담고 있는 시어는 ( )이다. 2. ‘태양’과 대립적인 의미로 쓰인 시어는 ( )이다. 3. 이 시에서 말한 ‘서른여섯 해’란 ( ) 기간을 뜻한다. 31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쪽 1.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대립적 이미지의 시어를 활용하고 있다. ② 시구의 반복으로 율격을 드러내고 있다. ③ 자연물을 인식의 주체로 형상화하고 있다. ④ 시간의 순서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⑤ 화자의 소망이 특정 시어에 집약되어 있다. 2. '보기'의 화자가 이 시의 화자가 지닌 태도를 비판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광야’ ① 이 시의 화자는 보편적 가치보다 민족적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② 이 시의 화자는 현실에 대해 언제나 불만스러운 태도를 드러낸다. ③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한다. ④ 이 시의 화자는 변화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소시민적 태도를 보인다. ⑤ 이 시의 화자는 밝은 미래를 기다릴 뿐 실현하려는 적극적 행동이 없다. 3. ㉠~㉤ 중, 함축적 의미가 ^_다른_^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이 시의 화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5. ㉮가 의미하는 바를 창작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여 서술하시오. 32쪽 2. 구상, ‘초토의 시 8--적군 묘지 앞에서’ (작품 안으로) → 주제: 적군의 죽음에 대한 추모와 분단의 슬픔 특징: 동포애와 인간애에서 우러나오는 연민과 관용을 바탕으로 직설적인 시어와 격정적인 어조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6·25 전쟁이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적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연작시 15편 중, 여덟 번째 작품이다. 6·25 전쟁 때 종군 기자로 활동했던 시인은 같은 민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적군이 되어 죽여야 했던 비극의 역사를 동포애의 연민과 비애로 표현하고 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사이였지만 이제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원한과 저주가 아니라 분단의 갈등 속에서 동족으로서의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워 있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_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_^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 리면 / 가로막히고, 무주공산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_풀지 못한 원한_^이 나의 바람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_구름_^은 무심히도 / 북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의 무덤 앞에 / 목놓아 버린다. 시상 전개 1연~3연 적군 병사의 죽음에 대한 애도 4연 분단의 아픔 5연 통일에 대한 염원 6, 7연 분단에 대한 안타까움 시어 풀이 * 초토: 불에 타 버린 흙 * 떼: 뿌리와 흙이 붙어 있는 잔디 * 무주공산: 아무도 없는 텅 빈 산 * 은원: 은혜와 원한 시구 풀이 * 죽음은 이렇듯~너그러운 것이로다.: 죽음은 미운 감정이나 사랑하는 감정을 따지지 않고 모두 초월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나의 바람 속에 깃들여 있도다.: 죽어서도 고향 땅에 묻히지 못하는 적군의 원한이 화자의 바람(소망) 속에 들어 있다는 말에는 결국 고향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단이 극복되어야 한다. 즉,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단 체크) 1. 현재 시적 화자는 ( )에 위치해 있다. 2. 7연의 ‘목놓아 버린다.’에 담긴 화자의 정서는 ( )이다. (답) 1. 적군의 묘지 앞 2. 안타까움 33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9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전쟁의 비극을 시적 상황으로 삼고 있다. ② 시적 화자의 간절한 소망이 암시되고 있다. ③ 격정적 어조로 감정을 절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④ 시적 화자는 대상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 ⑤ 시행을 반복함으로써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고 있다. 2. '보기'는 이 시를 추도문의 형식으로 바꾸어 본 것이다.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이곳에 누운 그대들이여! ①^_지척이 고향인데도 그곳에 가 묻히지 못하고 이곳에 묻혔으니 얼마나 원통할 것인가._^ 그래도 ②^_죽음이 가져온 너그러움으로 그대들을 이곳에 묻었구나._^ ③^_그대들을 이곳에 묻었던 그 이름 모를 동지들은 어디에 갔는가?_^ ④^_나는 이제야 이곳에 서서 그대들의 원한을 내 원한으로 느끼고 있다. 얼마나 원한이 맺혔는가?_^ ⑤^_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대들이 죽어서나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는 것뿐._^ 그대들이여! 그대들이여! 이 통한의 눈물을 어디에 뿌려야 하는가? 그대들이여! 우리들의 아픔이여! 3. '보기'의 ⓐ~ⓔ 중, ^_구름_^과 시적 의미가 유사한 것은? '보기' 어제도 하룻밤 / 나그네 집에 / ⓐ^_가마귀_^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 또 몇십 리 / 어디로 갈까 ⓑ^_산_^으로 올라갈까 / 들로 갈까 /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 ⓒ^_정주곽산_^ /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 저 ⓓ^_기러기_^ / 공중에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 저 기러기 / ⓔ^_열십자 복판_^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 길이라도 / 내게 바이 갈 곳은 하나 없소. --김소월, ‘길’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의 행동에 담긴 화자의 정서를 서술하시오. 5. ㉡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34쪽 3.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작품 안으로) → 주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 특징: 현실 참여적인 성격이 강한 시로, 반복과 대조를 통해 시상을 강조하고, 명령형의 문장으로 주제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이 창작된 것은 1967년이다. 이 시기는 민주화를 열망하던 4·19 혁명을 어느 정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성찰할 수 있던 때이다. 시인은 혁명의 순수했던 의지가 변질된 것을 ‘껍데기’로 보고 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_중립의 초례청_^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시상 전개 1연 4·19 혁명의 순수성에 대한 계승 의지 2연 동학 혁명의 순수성에 대한 계승 의지 3연 순수한 국가 건설에 대한 바람 4연 온 민족의 화해와 평화에 대한 소망 시어 풀이 * 초례청: 초례를 치르는 장소. ‘초례’는 전통적으로 치르는 혼례식을 말함 시구 풀이 *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4·19 혁명을 일으킨 순수한 정신이나 이런 정신을 간직한 사람들만 남고’라는 의미이다. *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역사에서 부조리한 세력들을 상징한 말로, 구체적으로는 4·19 혁명이나 동학혁명의 정신을 훼손하는 세력이나 사람들을 비유한다. * 아사달 아사녀: 불국사 창건 설화에 나오는 석공 아사달과 그의 정인 아사녀를 말한다.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무력이나 폭력은 이 땅에서 사라져라.’는 의미이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사월은 ( )을/를 의미하는 말이다. 2. 4연의 ( )은/는 순수한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시어이다. (답) 1. 4·19 혁명 2. 흙가슴 35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9쪽 1.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바란다. ② 불의나 부정적인 현실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③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④ 세속적 삶을 무상하게 여기고 이를 초월하려 한다. ⑤ 서구적 가치를 거부하고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 한다. 2. '보기'의 밑줄 친 설명과 관련이 있는 시어만을 묶은 것은? '보기' 시어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말이 지닌 지시적 의미는 물론, 상징적인 의미나 비유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의미들을 파악하였다고 시나 시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_시어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시를 깊이 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시가 창작된 역사적·문화적 배경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할 때가 있다._^ ① 껍데기, 알맹이 ② 사월, 동학년 ③ 가슴, 그곳 ④ 한라, 백두 ⑤ 흙가슴, 쇠붙이 3. 다음 시어 중, 성격이 ^_다른_^ 하나는? ① 가슴 ② 알맹이 ③ 아우성 ④ 흙가슴 ⑤ 쇠붙이 4. ㉠의 상징적 의미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 ② 민족적 전통이 계승되는 공간 ③ 새로운 출발을 하는 화해의 공간 ④ 자아와 세계가 타협하는 공간 ⑤ 평등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장소 서술형 5. 이 시의 4연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점에서 ‘알맹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36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10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수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이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_절뚝이는 파장_^ --신경림, ‘파장’ (나)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는 바람이라면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이여,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르다 굳어 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37쪽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 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던 새푸른 하늘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 [A]^_그것이 생시라면 /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_^ --김지하, ‘푸른 옷’ 1. (가)와 (나)에 나타난 화자의 현실 대응 방식을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2. (가)의 ^_절뚝이는 파장_^이 갖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3. (가)의 시상 전개상 특징에 대해 서술하시오. 4. [A]에서 보이는 표현상 특징과 그 효과에 대해 설명하시오. 5. (나)에서 화자가 처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시어나 구절을 찾고, 이들이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38쪽 ^[04. 삶에 대한 태도 3. 김남조, ‘설일’ (작품 안으로) → 주제: 긍정적 삶의 인식과 너그러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새해의 다짐 특징: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현상 속에서 신의 존재를 파악하고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기원적이고 경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기독교 시인으로 불리는 김남조의 시로, <김남조 시집>(1967), <설일>(1971)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겨울나무, 바람과 같은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겨울나무와 바람과의 관계를 파악한 화자는 그 어떤 상황에도 함께 하시는 하늘(신)을 발견하며 삶을 ‘은총의 돌층계’, ‘섭리의 자갈밭’, ‘황송한 축연’으로 노래하게 된다. 여성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신앙에 기반한 삶에 대한 긍정과 감사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겨울나무와 /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_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 한 세상을 누리자._^ 새해의 눈시울이 /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 백설을 담고 온다. 시상 전개 1연, 2연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 3연 삶과 사랑에 대한 신앙적 이해 4연, 5연 겸손하고 너그러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 시어 풀이 * 섭리: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하느님의 뜻 * 이적진: 이제까지는 * 축연: 축하하는 잔치 시구 풀이 *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여기서 ‘하늘’은 절대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삶은 은총의 돌층계: 삶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지만 신의 은총으로 인식된다는 것 *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좀 더 넓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다짐 (진단 체크) 1. ‘설일’의 의미는? 2. ㉠에서 환기하는 정서를 한자성어로 표현하면? (답) 1. 눈 내리는 날 혹은 설날 2. 안분지족 39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1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각 및 미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대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② 자연현상을 통해서 화자가 깨달은 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③ 문제 상황의 심화에 따른 화자의 심리 변화를 밀도 있게 제시하고 있다. ④ 인물 간의 대화와 같은 극적 요소를 삽입하여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⑤ 구체적인 청자를 설정하고 명령형의 문장을 사용하여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2. 이 시를 '보기'와 같이 도식화하였을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부정적 인식 → 깨달음 → 긍정적 수용 및 다짐 ① ‘백설’을 통해 부패한 현실을 깨끗한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②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지만 ‘은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③ ‘겨울나무’와 ‘바람’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긍정적 수용의 계기가 되었다. ④ 불만과 원망으로 살아왔던 삶을 ‘황송한 축연’으로 수용하는 겸손함을 갖게 되었다. ⑤ 고독한 순간에도 ‘하늘’이 함께 해주고 있음을 깨달음으로써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3.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가기에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형체가 없거나 추상적인 대상을 구체적이며 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을 형상화라고 한다. 형상화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비유나 상징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그 예를 찾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 ① 순수라는 가치를 ‘백설’로 표현한다. ② 삶이라는 대상을 ‘돌층계’로 표현한다. ③ 사랑하는 마음을 ‘자갈밭’으로 표현한다. ④ 바람이라는 자연현상을 긴 ‘머리채’로 표현한다. ⑤ 고독을 극복하게 한 절대자를 ‘겨울나무’로 표현한다. 서술형 4. 이 시와 '보기'의 화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보기' 오늘 아침 / 따뜻한 한 잔 술과 /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 세상은 /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 한 해가 가고 / 또 올지라도 //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 고운 이빨을 보듯 //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설날 아침에’ 40쪽 2. 유치환, ‘바위’ (작품 안으로) → 주제: 고뇌와 번민의 삶을 초월하려는 의지 특징: 딱딱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시어를 사용하여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단호하고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41년에 발표된 이 시는, ‘허무와 의지의 시인’으로 알려진 유치환의 작품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1940년대 초는 일제 강점기의 폭정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을 때였으므로, 당시를 살아가던 시인들은 암흑과도 같은 삶에서 허무 의식을 느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의식에 젖기보다는 내적인 강인함과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견지했다고 할 수 있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_애련_^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_깎이는 대로_^ 억 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_채찍질하여_^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_구름_^ 머언 원뢰 꿈꾸어도 ㉤^_노래하지_^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시상 전개 1연 바위가 되겠다는 다짐 2행~7행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의 속성 8행~9행 바위의 초월적 모습 10행~12행 바위와 같이 삶을 초월하려는 강한 의지 시어 풀이 * 애련: 사랑과 연민의 감정 * 비정: 감정을 가지지 않은 상태 * 함묵: 아무 말도 하지 않음 * 원뢰: 멀리서 울리는 우레나 우렛소리 시구 풀이 *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비와 바람 같은 시련에도 흔들림이 없는 의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 억년 비정의 함묵: 오랜 세월 동안 감정에 흔들림 없는 침묵을 의미한다. * 흐르는 구름 / 머언 원뢰: ‘바위’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현실적 삶의 고뇌를 드러내는 시어 두 개를 찾아 쓰시오. 2. 이 시에서 화자가 추구하는 모습은 ( )에 투영되어 있다. (답) 1. 애련, 희로 2. 바위 41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2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화자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② 강인하고 남성적인 어조로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고 있다. ③ 관습적 의미를 가진 시어에 참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④ 관념적이고 직설적인 시어를 통해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⑤ 처음과 끝 부분을 같은 시어를 반복함으로써 화자의 소망을 강조하고 있다. 2. ㉠~㉤의 시적 의미를 ^_잘못_^ 풀이한 것은? ① ㉠: 삶의 일상적 감정 ② ㉡: 인내하면서 ③ ㉢: 담금질하면서 ④ ㉣: 자연의 아름다움 ⑤ ㉤: 드러내지 3. 이 시에서 화자가 겪고 있는 갈등 요소로 적절한 것은? ① 삶의 감정적 고뇌와 번민 ② 인생에 대한 종교적인 회의 ③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④ 이별과 만남의 근원적인 고통 ⑤ 역사적 존재로서의 대응 자세 서술형 4. '보기'와 이 시의 표현 방식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이육사, ‘교목’ 42쪽 3. 서정주, ‘무등을 보며’ (작품 안으로) → 주제: 삶의 궁핍함을 이겨 내는 여유 있고 넉넉한 정신 자세 특징: 화자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높은 정신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의연한 태도를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작가가 6·25 전쟁 직후 광주에 살던 시절,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가난으로 얼룩진 현실 속에서, 말없이 우뚝 서서 삼남을 내려다보고 있는 무등산의 높은 기개와 의젓한 자태를 인간이 배워야 할 하나의 모형으로 생각하고 쓴 작품이다. 여기서 시인은 어떠한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늠름하게 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무등산의 지혜를 가난으로 고통받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뜨거운 육성으로 권하고 있다. ^_가난_^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_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_^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시상 전개 무등산의 의연한 등성이 무등산 자락의 지란 무등산이 서 있는 모습 → 의연한 삶의 자세 시어 풀이 * 갈매빛: 짙은 초록빛 * 농울쳐: 물살이 갑자기 세차게 흘러 * 청태: 푸른 이끼. 연륜이 쌓여 가면서 만들어지는 ‘성숙한 삶’, 또는 ‘삶의 품위와 지조’를 의미함 시구 풀이 * 가난이야~지나지 않는다.: 가난이 육신을 초라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우리의 순수한 마음까지 초라하게 할 수는 없다. *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 인간의 본질적 모습(‘옥돌’과 관련됨) * 목숨이 가다~오후의 때: 가난으로 인해 생활 속의 피로와 허기를 느끼는 때 * 가시덤불 쑥구렁: 형극. 절망적인 삶.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찬 삶의 조건이다. (진단 체크) 1. ‘여름 산’의 원관념을 쓰시오. 2. ‘가시덤불 쑥구렁’의 함축적 의미를 쓰시오. (답) 1.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 2. 시련과 고난 43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3쪽 1. 이 시의 흐름을 '보기'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가) 물질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놓인 ‘우리’ →(무등을 보며) (나) 의연하게 주어진 현실을 견디는 ‘우리’ ① 화자는 무등을 보며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 ② 무등을 보는 행동은 화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③ (가)는 화자의 외적 조건이고, (나)는 화자의 정신적 자세이다. ④ 무등의 담담하고 늠름한 기상이 (가)에서 (나)로의 변화를 촉진했다. ⑤ (가)에서 (나)로의 변화는 화자가 처한 현실 상황의 변화를 의미한다. 2. 과 함축적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은 것은? '보기' ⓐ 남루 ⓑ 갈매빛의 등성이 ⓒ 오후의 때 ⓓ 가시덤불 쑥구렁 ⓔ 옥돌 ⓕ 청태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3.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명령형의 말투로 삶의 지혜를 일깨우고 있다. ②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삶의 태도를 표명하고 있다. ③ 단정적인 어조로 자신의 신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④ 시각적 심상을 통하여 시적 대상과 현재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⑤ 영탄적 표현을 통해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서술형 4. ㉠을 고려할 때, 4연이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5. 1연과 2연을 통해 알 수 있는, ‘산’의 속성을 서술하시오. 44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13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_눈_^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_가래_^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 ‘눈’ (나)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 너를 위하여 / 나를 위하여. --김광규, ‘상행’ 45쪽 1. (가)와 (나)의 화자가 공통으로 비판하는 삶에 대해 서술하시오. 2. ㉠과 ㉡의 상징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3. (가)의 ‘젊은 시인’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추리하여 서술하시오. 4. (나)에서 ‘기차 안의 사람’과 ‘기차 밖의 사람’이 나타내는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5. (나)의 시적 화자의 의도를 고려할 때, 표현 방식의 특징을 서술하시오. 46쪽 ^[05. 이별과 그리움 1. 김소월, ‘초혼’ (작품 안으로) → 주제: 죽은 임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 특징: 3음보의 전통적인 율격을 바탕으로, 반복과 영탄을 통한 격정적 어조로 슬픔을 직설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김소월이 첫사랑을 잃고 나서 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는 일제 강점기였기 때문에, 우리 민족 모두가 국권을 상실하고 슬픔에 잠겨 있었다는 점을 시적 상황으로 살필 수도 있다. 이 시에서의 초혼 의식은 곧 국권 상실에 대한 애절한 슬픔과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_붉은 해_^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_사슴의 무리_^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_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_^ 선 채로 이 자리에 ㉡^_돌_^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상 전개 1연 임의 부재(죽음)에 대한 절규 2연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회한 3연 이별로 인한 상실감과 허탈감 4연 삶과 죽음 사이의 절망적 거리감 5연 슬픔의 극한과 비원 시어 풀이 * 초혼: 죽은 이의 혼을 불러들임 * 헤어진: ‘흩어진’의 평안 북도 사투리 * 심중: 마음속 시구 풀이 *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임이 살아 있을 때 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자책감과 후회감이다. *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해가 지고 있는 하강적 이미지에 화자의 심리적 절망감이 투영되었다. *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시적 화자가 슬피 임을 부르는 소리가 사슴 무리의 울음소리에 투영되었다. *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임을 부르는 소리가 임에게 닿지 않음을 의미한다. (진단 체크) 1. 시적 화자가 위치한 공간은 어디인지 찾아 쓰시오. 2.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무엇일지 추리하여 쓰시오. (답) 1. 산 위 2. 사랑한다. 47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4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3음보의 전통적인 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② 시적 화자의 감정이 직설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③ 시적 화자의 정서가 투영된 시어가 나타나고 있다. ④ 시어의 반복과 영탄적 어조로 정서를 부각시키고 있다. ⑤ 대립적 시어를 병치시켜 역설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2. '보기'를 참고하여 이 시를 감상할 때, 반응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 고복 의식: 고복 의식이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 북쪽을 향해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가리킨다. * 박제상 망부석 설화: 신라 시대 눌지왕 때의 충신이었던 박제상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눌지왕의 동생을 구하러 갔다가 왕의 동생을 구하고 왜왕에게 죽임을 당한다. 박제상의 부인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치술령이라는 고개에서 기다리다가 돌이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① 박제상 부인의 설화를 이야기할 때, 이 시를 삽입하면 박제상 부인의 심정을 더욱 절실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② 박제상의 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된 상황과 이 시에서 화자가 ‘돌이 되어도’라는 상황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 ③ 고복 의식을 치를 때와 이 시의 모티프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오늘날 고복 의식을 할 때 이 시를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④ 고복 의식과 망부석 설화가 예전부터 전해져 온 것임을 고려할 때, 이 시에는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할 수 있어. ⑤ 고복 의식을 고려할 때, 이 시에서 ‘이름이여, 사람이여, 부르노라’ 등의 시어 반복은 고복 의식에서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어. 3. ㉡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로 적절한 것은? ①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 ② 소망을 이루게 하는 절대적 힘 ③ 평화로운 공간으로 도피하겠다는 의지 ④ 대상이 다시 회귀할 것이라는 믿음 ⑤ 대상에 대한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맹세 서술형 4. ㉠의 시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5. 시적 화자의 태도를 고려할 때, ^_붉은 해_^와 ^_사슴의 무리_^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48쪽 2. 박목월, ‘이별가’ (작품 안으로) → 주제: 이별의 정한과 체념적 수용 특징: 경상도 방언을 사용하여 진솔한 정서를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줄임표를 통해 여운을 남김으로써 화자의 정서와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체념적 수용으로의 시상의 변화가 나타나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경상도의 가랑잎>(1968)에 실려 있는 시로 작가의 후기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우의 죽음을 다룬 ‘하관’과 같이 죽음을 소재로 하여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이에 따른 인연의 소멸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_바람_^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_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_^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_바람_^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시상 전개 1연~5연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감과 인연의 끊어짐에 대한 안타까움 6연~9연 죽음에 대한 체념적 수용과 저승에서의 재회 소망 시어 풀이 * 뱃머리: 배의 앞 끝 * 동아 밧줄: 동아줄. 굵고 튼튼하게 꼰 줄 * 갈밭: 갈대밭 시구 풀이 * 뭐락카노/뭐락카노 뭐락카노/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이승과 저승의 거리가 점점 멀어짐에 따른 안타까움을 점층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 오냐, 오냐, 오냐: 죽음에 대한 체념적 수용 (진단 체크) 1. 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연은? 2. ㉮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두 어절로 표현하면? (답) 1. 6연 2. 인연의 소멸 49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5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평서형 종결어미의 사용으로 감정을 절제하고 있다. ② 동일 시구의 반복과 변조로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③ 직접적인 대화로 헤어진 이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④ 공감각적 이미지 사용으로 대상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⑤ 기도조의 어조를 사용하여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2. 이 시와 '보기'를 읽은 후, 두 작품을 비교한 표를 작성하였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산이 저문다. / 노을이 잠긴다. /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 밤중에 바람이 분다. /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김광균, ‘은수저’ ① 화자의 위치: ‘이별가’--이승, ‘은수저’--방 속 ② 시적 대상의 처지: ‘이별가’--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은수저’--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③ 화자와 시적 대상사이의 장애: ‘이별가’--강, ‘은수저’--은수저 ④ 화자와 시적 대상 사이의 소통 단절: ‘이별가’--니 뭐락카노, ‘은수저’--불러도 대답이 없다. ⑤ 이승과 저승의 경계: ‘이별가’--뱃머리, ‘은수저’--들창 3.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고, ㉡은 종교적 상징을 갖는다. ② ㉠은 화자와 관련된 사건의 원인을, ㉡은 그 결과를 암시한다. ③ ㉠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은 인연의 덧없음을 환기한다. ④ ㉠은 죽은 이의 부재를, ㉡은 죽음은 순간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 ⑤ ㉠은 죽은 이의 힘들었던 삶을, ㉡은 저승에서의 안식을 상징한다. 서술형 4. 이 시에서 방언을 사용하여 얻은 효과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50쪽 3. 김현승, ‘눈물’ (작품 안으로) → 주제: * 슬픔의 종교적 승화 *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의 기원 특징: 이 시에서는 ‘눈물’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경어체를 통해 경건한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57년 <김현승 시초>에 실린 이 시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기독교 신앙으로 승화시켜 쓴 작품이다. 시인은 인간이 지닌 가장 순수하고도 근원적인 것이 눈물이라고 말한다. 이 시는 슬픔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나는 진실, 또는 가치로 받아들임으로써 비극의 극복이라는 역설의 논리를 제시한다. 시인 자신도 ‘시인의 말’에서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고, 그러한 심정으로 썼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서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A]^_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_^ 시상 전개 “꽃 = 웃음” ↔ “열매 = 눈물” 꽃(일시적 대상) 웃음(가변적 현상) 열매(영원한 대상) 눈물(불변의 본질) 시어 풀이 * 옥토: 기름진 땅 * 나아종: ‘나중’의 시적 허용 시구 풀이 *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성서를 통해 자기희생의 참된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 흠도 티도,~오직 이뿐!: 단정적인 어조로 참되고 진실한 것은 오직 눈물뿐임을 강조하고 있다. * 나의 가장~오직 이뿐!: 눈물의 절대적 가치를 강조한 표현이다. * 아름다운 나무의~지어 주시다.: 인간적 체험의 한계를 깨닫지 않고는 신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삶의 역설적 원리를 내포하면서 이러한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여 절대 순수에 이르도록 한, 절대자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구절이다. (진단 체크) 1. 2연과 4연의 ‘이뿐’에서 ‘이’가 지시하는 대상을 쓰시오. 2. ‘눈물’과 같은 의미로 쓰인 시구를 모두 찾아 쓰시오. 3. 이 시의 창작 동기와 관련하여 5연의 ‘꽃이 시듦’이 의미하는 바를 쓰시오. (답) 1. 눈물 2. 작은 생명, 나의 전체,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 3. 어린 자식의 죽음 51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6쪽 1. 이 시에 나타난 ‘눈물’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 ② 소유의 결핍에서 오는 삶의 비애 ③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시련 ④ 생성, 변화, 소멸이라는 자연의 섭리 ⑤ 인간의 힘으로 거역할 수 없는 운명 2.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자연현상과 화자의 상황이 대응되고 있다. ② 과거 시제를 사용하여 회상의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③ 단정적 어조를 통하여 화자의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④ 소망과 기원의 태도로 화자가 지향하는 바를 표현하고 있다. ⑤ 특별한 미적 효과를 위해 문법에 어긋나는 어휘를 쓰고 있다. 3. [A]의 시적 의미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꽃’과 ‘열매’, ‘웃음’과 ‘눈물’은 각각 의미의 대립 관계에 놓여 있다. ② ‘꽃’과 ‘열매’, ‘웃음’과 ‘눈물’은 각각 의미의 인과 관계에 놓여 있다. ③ ‘꽃’과 ‘웃음’, ‘열매’와 ‘눈물’은 각각 의미의 상하 관계에 놓여 있다. ④ ‘꽃’과 ‘웃음’, ‘열매’와 ‘눈물’은 각각 의미의 상보 관계에 놓여 있다. ⑤ ‘꽃’과 ‘눈물’은 대립 관계에, ‘열매’와 ‘웃음’은 인과 관계에 놓여 있다. 서술형 4. 화자의 삶의 태도를 고려하여 2연의 ‘흠’, ‘티’, ‘금’이 의미하는 바를 간단히 서술하시오. 5. '보기'를 고려할 때, 화자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서술하시오. '보기' 이 시는 시인이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난 뒤에 썼다고 한다. 52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17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하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귀촉도’ (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_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_^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53쪽 1. (가)와 (나)에 나타난 시적 상황의 공통점과 화자의 대응 방식의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2. (가)의 ‘파촉 삼만 리’에 담긴 시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3. (가)에서 ‘메투리(미투리)’가 갖는 시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4. (나)에서 시적 화자가 ‘이별의 슬픔’을 ‘새 희망’으로 역전시킬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5. (나)의 ㉠에 나타난 표현 방식의 특징과 ㉠을 통해 알 수 있는 화자의 태도에 대하여 서술하시오. 54쪽 ^[06. 민중의 삶 1. 신경림, ‘목계 장터’ (작품 안으로) → 주제: 떠돌이 민중의 삶과 애환 특징: 4음보의 율격을 바탕으로 동일한 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일상어와 토속어를 구사하여 민중들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목계 장터라는 구체적 삶의 공간을 설정하여 그곳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 장터는 민중들의 삶의 집결체로서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 이후, 근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도시 노동자들이 빈민으로 전락하는 상황 등을 고발하는 시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민중시’라고 한다. 이 시도 민중시의 하나로 볼 수 있다. ㉠^_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_^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_나루_^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시상 전개 유랑의 운명 화자의 인식 → 삶의 애환과 시련 화자의 고뇌 → 유랑과 휴식 화자의 갈등 시어 풀이 * 박가분: 여자들이 쓰는 화장품의 일종 * 방물장수: 여자들에게 소용되는 물품을 파는 상인 시어 풀이 * 박가분: 여자들이 쓰는 화장품의 일종 * 방물장수: 여자들에게 소용되는 물품을 파는 상인 (진단 체크) 1. 의미상 ‘유랑’과 ‘정착’의 대조적 이미지를 띠는 자연물을 찾아 각각 쓰시오. 2. 목계 나루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서 취재했음을 암시하는 시구를 찾아 쓰시오. (답) 1. * 유랑의 이미지: 구름, 바람, * 정착의 이미지: 들꽃, 잔돌 2. 청룡 흑룡 흩어져 55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8쪽 1. 이 시의 표현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대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② 4음보의 민요적인 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③ 토속적인 소재로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④ 동일한 어미를 반복함으로써 리듬감이 형성된다. ⑤ 이미지가 대립되는 시어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2. 이 시에서 ^_나루_^에 대한 해석으로 적절한 것은? ① 전통적인 가치와 근대적인 가치가 뒤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간이다. ② 삶의 갈등 문제로부터 도피하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공간이다. ③ 떠남과 돌아옴, 헤어짐과 만남이 교차하는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④ 여행 중 잠시 머무는 휴식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⑤ 사방으로 열려 있어 방향 선택에 있어 망설임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3. 이 시를 토대로 ‘작품 속 시어 사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시어의 의미 중,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시어: 구름, 바람 의미: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화자의 삶을 상징 ② 시어: 방물장수 의미: 떠돌이로 살아야 하는 화자의 운명적 인식을 드러내는 소재 ③ 시어: 들꽃, 잔돌 의미: 정착하여 살아가고 싶은 삶에 대한 소망을 표현 ④ 시어: 산서리, 물여울 의미: 역경과 시련, 고통 속에 처해 있는 민중의 삶 표상 ⑤ 시어: 천치 의미: 바보처럼 세상과 이웃들에게 속아 가며 사는 존재 서술형 4. 민요적 율격에 유의하여 ㉠의 음보를 나누어 보시오. 56쪽 2. 박재삼, ‘흥부 부부상’ (작품 안으로) → 주제: 흥부 부부의 삶의 애환과 소박한 행복 특징: 유사한 어구의 반복으로 율격을 형성하고, 명령형과 단정적인 종결 어미를 통해 교훈적인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대표적인 고전 소설인 ‘흥부전’을 재해석하여 장르 변용을 시도한 작품이다. ‘흥부전’에서는 흥부의 우애와 선량한 도덕적 성품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 시에서는 부부간의 지순한 사랑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한 일깨움이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물질을 넘어선 순수한 사랑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강한 울림을 준다. 황금이나 벼 이삭과 같은 물욕을 넘어선 순수함이 더 소중하다는 가치관을 흥부 부부의 박 타는 장면을 통해 잘 보여 주고 있다. 흥부 부부가 ㉠^_박덩이_^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_황금_^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_그것이 확실히 문제다._^ 없는 ㉢^_떡방아 소리_^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_먼 물살_^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_본웃음 물살_^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시상 전개 흥부 부부의 낙천적인 삶 흥부 부부의 이해와 사랑 가난의 한을 웃음으로 승화시킴 → 서민들의 소박하고 낙천적인 삶을 형상화함 시어 풀이 * 웃음살: 웃음의 물살. ‘웃음’을 물결(물살)에 비유함 * 구슬: ‘눈물’의 은유적 표현 시구 풀이 * 금이 문제리,~확실히 문제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흥부 부부의 태도가 우리에게 더 소중함을 표현하고 있다. * 절로 면에~헤아려 보라.: 가난의 한을 극복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본웃음’은 ‘눈물’을 극복한 후의 웃음을 가리킨다. *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단순히 소박한 생활에 만족하는 차원이 아니라, 가난한 삶의 한까지도 진정한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함을 단정적인 어조로 나타낸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리듬감의 형성에 기여하는 기법을 쓰시오. 2. ‘구슬’의 원관념을 한 단어로 쓰시오. (답) 1. 반복법 2. 눈물 57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8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1연에서는 흥부 부부의 낙천적이고 소박한 삶을 보여 주고 있다. ② 1연의 ‘웃음’은 물질적 빈곤을 이겨 나가려는 의미의 웃음으로 볼 수 있다. ③ 2연에서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사랑으로 닮아 가는 모습이 ‘거울’에 비유되었다. ④ 3연에서는 가난의 한까지도 진정한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⑤ 3연에서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던 흥부 부부의 순수했던 과거 모습을 보이고 있다. 2. ㉮의 의미를 가장 바르게 파악한 것은? ① 그것은 말썽거리일 뿐이다. ② 그것은 확실히 논쟁의 대상이다. ③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④ 그것은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⑤ 그것이야말로 꼭 해답이 필요한 질문이다. 3. ㉠~㉤ 중, '보기'의 내용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것은? '보기' 시인은 과거의 언어적 유산을 물려받아 사용하지만, 때때로 시적 의미의 풍부성을 위해 새 말을 만들어 쓰거나 과거의 의미를 새로운 문맥적 상황에서 신선한 의미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흥부 부부’의 처지를 고려할 때, 3연의 ‘구슬’이 갖는 함축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5. 이 시를 바탕으로 현대인에게 교훈을 주고자 할 때, 그 내용을 서술하시오. 58쪽 3. 최두석, ‘성에꽃’ (작품 안으로) → 주제: 동시대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 특징: 이 시는 ‘성에꽃’이라는 일상적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촉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서민들의 고달픈 삶과 친구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1980년대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사회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시내버스 차창의 성에꽃을 중심으로 누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노래하면서 ‘엄동 혹한’,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를 통해 차갑고 고통스러운 사회 현실을 형상화하고 있다.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_찬란한 치장_^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_성에꽃_^ 어제 이 버스를 탔던 ㉮^_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_^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_기막힌 아름다움_^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_정열의 숨결_^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_푸석한 얼굴_^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시상 전개 상황의 제시 차창에 핀 성에꽃 정서적 반응 성에꽃의 아름다움, 성에꽃의 아름다움에 취함 의식의 확대 친구를 떠올림 시어 풀이 * 성에꽃: 민중의 애환이 서려 있는 삶의 결정체로, 민중의 삶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반영되어 있는 이미지이다. 시구 풀이 * 어제 이 버스를~기막힌 아름다움: 성에꽃에서 고단한 서민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기막히게 아름답다고 표현함으로써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 덜컹거리는 창에~금지된 친구여.: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가 화자와 단절되어 있는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진단 체크) 1. 역설적 표현에 해당하는 시구를 찾아 쓰시오. 2. ‘성에꽃’이 상징하는 의미를 쓰시오. 3. ‘엄동 혹한’이 상징하는 의미를 쓰시오. (답) 1. 차가운 아름다움 2. 민중의 애환이 서려 있는 삶의 결정체 3. 암울한 시대 상황 59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19쪽 1. 이 시에 나타난 표현상의 특징을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 감각적인 표현을 동원하여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 반어적인 표현으로 화자의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 현재형의 시제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2. ㉠~㉤ 중, 가리키는 대상이 나머지 넷과 ^_다른_^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 '보기'는 이 시에 대한 평설의 일부이다. 에 들어갈 내용을 순서대로 바르게 짝지은 것은? '보기' 시인은 추운 날, 새벽 버스 차창에 선연히 피는 ‘성에꽃’을 보면서 이 버스를 타고 다녔을 무수한 이웃들을 생각하고 있다. 도시 변두리에서 가난한 삶을 영위하면서 살아가는 내 이웃들의 모습을 하나 둘 떠올려볼수록 그들에 대한 ( )이/가 깊어 간다. 그러한 생각은 차츰 승객들 모두가 지금 여기를 힘겹게, 그러나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 )“으”로 확대되어 간다. 마침내 이 정직한 삶을 방해하던 것들에 맞서 몸을 던진 친구까지, 우리 모두 현실의 모순을 뚫고 나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① 동정과 슬픔, 신뢰감 ② 고뇌와 염려, 연대감 ③ 연민과 애정, 공동체 의식 ④ 회한과 반성, 달관의 자세 ⑤ 포용과 예찬, 민중적 신념 서술형 4. ㉮를 ‘서민, 민중’이라고 볼 때, 이 시에서 ‘성에꽃’이 갖는 시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5. 이 시에 등장하는 ‘친구’는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서술하시오. 60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20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풀’ (나) 벼는 서로 어우러져 /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_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_^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 이 넉넉한 힘 …. --이성부, ‘벼’ 61쪽 1. (가)와 (나) 각각의 마지막 연을 참고로 할 때, ‘풀’과 ‘벼’가 갖는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2. (가)에서 ‘바람’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3. (나)의 ㉠을 통해 알 수 있는 ‘벼’의 속성을 서술하시오. 4. (나)의 ‘벼’가 민중을 상징한다고 할 때, 1연과 2연에 나타난 ‘민중의 힘’이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5. (나)에서 ‘벼’에 대한 화자의 관심의 변화 양상에 대해 서술하시오. 62쪽 ^[07. 소망과 기다림 1. 심훈, ‘그 날이 오면’ (작품 안으로) → 주제: 조국 광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 특징: 격정적인 어조로 화자의 염원과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시이다. 반복법과 과장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표현하였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49년 작가 심훈의 유고집인 <그 날이 오면>이 발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실제 이 작품은 1930년 3월 1일에 쓰였다고 한다. 심훈은 경성 제일 고보에 재학할 때, 3·1 운동에 참가하여 4개월간 복역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이 시에서 ‘그 날’은 조국이 광복되는 그날임을 추리할 수 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_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_^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_우렁찬 그 소리_^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시상 전개 1연 광복에 대한 영원한 자기희생의 의지 2연 광복의 날이 되었을 때의 자기희생의 의지 시어 풀이 * 삼각산: 서울에 있는 북한산의 다른 이름 * 인경: 조선 시대에 통행 금지를 알리기 위하여 밤마다 치던 종 * 육조: 조선 시대에 주요한 국무를 처리하던 여섯 관부 시구 풀이 * 삼각산이 일어나~용솟음칠: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화자의 기쁨을 자연물도 같이 느낄 것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극단적인 자기희생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매우 격정적인 감정이 표출되어 있다.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촉각적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1연에서 광복의 기쁨을 드러내고 있는 객관적 상관물 둘을 찾아 쓰시오. 2. 이 시에서 ‘그 날’이 의미하는 것은 ( )이다. (답) 1. 삼각산, 한강물 2. 조국의 광복 63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1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의인법과 과장법이 사용되고 있다. ② 화자의 정서가 극한적 시어로 형상화되고 있다. ③ 감정을 절제하여 시적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④ 치열한 자기희생적 자세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⑤ 경어체의 종결 어미로 화자의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 2. '보기'에서 ㉠과 유사한 화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연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쫓아오던 햇빛인데 / 지금 교회당 꼭대기 /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 처럼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 ① 1연 ② 2연 ③ 3연 ④ 4연 ⑤ 5연 서술형 3. 이 시의 1연과 '보기'의 표현 방식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습니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과 헤어지고 싶습니다. --‘정석가’ 4. ㉡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54쪽 2.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작품 안으로) → 주제: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간절한 열망 특징: 민주주의를 ‘너’로 의인화하여 격렬하고 강인한 어조로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반복법, 점층법, 상징과 역설의 표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7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김지하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1982)에 수록되어 있다. 군사 독재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에 맞서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담아 노래한, 1970년대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10월 유신’이라 불린 비상 체제하의 질식할 듯한 시대적 상황을 개인적 서정으로 육화시켜 문학적 감성으로 선명하게 집약시킨 사회 참여시이다. 1, 2연에서는 독재 권력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3연에서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제시하고 있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_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_^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_동트지 않은 뒷골목_^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_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_^ 위에 네 이름의 ㉢^_외로운 눈부심_^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_벗들의 피 묻은 얼굴_^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 타는 목마름으로 ㉤^_민주주의여 만세._^ 시상 전개 1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2연 억압 세력에 대한 분노 3연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 시구 풀이 * 신새벽~쓴다 민주주의여: 민주주의가 억압받는 암울한 현실이 드러나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화자의 갈망이 나타난 표현이다. *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 잊고 있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기억을 간절한 염원으로 되새긴다는 의미이다. * 발자국 소리~탄식 소리: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서술 없이 열거된 소리들을 통해 살벌했던 시대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 푸르른 자유의 추억: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감각적으로 나타난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역설적 표현이 나타나는 시구를 찾아 쓰시오. 2. 시인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시어를 쓰시오. 3. 밝음의 이미지와 어둠의 이미지를 결합시켜 억압적인 시대 현실을 암시하는 시구를 쓰시오. (답) 1. 외로운 눈부심 2. 목마름 3. 신새벽 뒷골목 65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1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청각적 심상을 열거하여 긴박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② 유사한 통사 구조를 반복해 격렬한 호흡을 만들고 있다. ③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긍정적 성격을 구체화하고 있다. ④ 추상적 관념을 청자로 설정하여 시상을 이끌어 가고 있다. ⑤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열망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표출하고 있다. 2. 이 시의 제목을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타는 목마름’이란 표현은 무언가에 대한 심한 갈증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② ‘목마름’은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③ ‘타는 목마름으로’의 뒤에는 화자의 태도를 천명하는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④ ‘타는’이라는 말은 ‘애가 몹시 다는’의 뜻으로, 욕구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⑤ ‘타는’은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시켜, 자기 희생의 비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에 대한 설명 중,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바람직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은 현실을 암시한다. ② ㉡: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③ ㉢: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④ ㉣: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고통을 받았던 이웃들을 의미한다. ⑤ ㉤: 역사적 소망을 쟁취한 데 따른 감격을 응축하여 드러낸다. 서술형 4. ㉮의 의미를 풀이하시오. 5. 이 시의 ‘너’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과,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서술하시오. 66쪽 3.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작품 안으로) → 주제: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과 기대감 특징: 절실하고 애잔한 어조로 기다림의 심정을 형상화하였다. (작품 밖으로) ←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음 직한 기다림은 항상 애틋하고 초조한 심정을 동반한다. 이 시도 기다리는 사람의 그러한 심리를 잘 포착하여 이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때 기다림의 대상인 ‘너’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이 시가 쓰인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억압당하고 있던 자유와 평등 같은 사회적 정의일 수도 있다. 또는, 평화와 생명 등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쨌든 이 기다림의 대상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너’에게 가고 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_내 가슴에 쿵쿵거린다_^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_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_^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A]^_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_다시 문이 닫힌다_^_^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_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_^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_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_^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시상 전개 약속 장소에서 ‘너’를 기다림 → ‘너’가 오지 않음 → 기다리다가 ‘너’에게로 감 시어 풀이 * 애리는: ‘아리는’의 방언. 마음이 몹시 고통스러운 시구 풀이 * 다가오는 모든~가슴에 쿵쿵거린다.: 너를 만난다는 설렘에 다른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너의 소리로 들려 가슴이 떨린다. * 아주 먼 데서~지금 오고 있다.: ‘나’와 ‘너’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이별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만남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 너를 기다리는~가고 있다.: 몸은 여기서 너를 기다리지만 마음은 너를 찾아 나선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만남에 대한 화자의 희망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진단 체크) 1. 화자의 태도를 기준으로 이 시를 두 부분으로 나눌 때, 둘째 부분이 시작되는 첫 어절을 쓰시오. 2.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의 문맥적 의미를 쓰시오. 3. 심리적 아픔을 감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시어를 찾아 쓰시오. (답) 1. 사랑하는 2.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3. 애리는 67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2쪽 1.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② 자아를 성찰하며 희생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③ 달관의 자세로 인생을 여유 있게 바라보고 있다. ④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⑤ 이루어지지 않는 행동을 심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2. 이 시를 ⓐ, '보기'를 ⓑ라고 할 때, ⓐ와 ⓑ를 바르게 대비한 것은? '보기' 설월이 만창^245,5,3456,2524,5,3456,1235^ ^45,5,3456^람아 부지 마라. 예리성(1) 아닌 줄을 판연히 알건마^14,5,3456,25^ 그립고 아쉬온 적이면 ^245,4,3456,1235,2356^여 긘가 ^245,5,3456^노라. --작자 미상 (주) (1) 예리성: 신발 끄는 소리 ① 만남에 대한 약속 ⓐ: 있다 ⓑ: 없다 만남에 대한 믿음 ⓐ: 있다 ⓑ: 없다 ② 만남에 대한 약속 ⓐ: 없다 ⓑ: 있다 만남에 대한 믿음 ⓐ: 없다 ⓑ: 있다 ③ 만남에 대한 약속 ⓐ: 있다 ⓑ: 없다 만남에 대한 믿음 ⓐ: 없다 ⓑ: 있다 ④ 만남에 대한 약속 ⓐ: 없다 ⓑ: 있다 만남에 대한 믿음 ⓐ: 있다 ⓑ: 없다 ⑤ 만남에 대한 약속 ⓐ: 있다 ⓑ: 있다 만남에 대한 믿음 ⓐ: 있다 ⓑ: 있다 3. '보기'는 이 시에 대한 시인의 붙임말이다. ㉠~㉤ 중, '보기'의 밑줄 친 부분의 결과로 나타난 화자의 변화로 적절한 것은? '보기' 붙임말: 기다림이 없는 사랑이 있으랴. 희망이 있는 한, 희망을 있게 한 절망이 있는 한, 내 가파른 삶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게 한다. 민주, 자유, 평화, 숨결 더운 사랑. ^_이 늙은 낱말들 앞에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초조하다. 기다림은 삶을 녹슬게 한다._^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A]에서 화자의 심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리하여 서술하시오. 5. 이 시의 ‘너’가 상징하는 의미를 쓰시오. 68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23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에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_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_^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_광야_^ 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광야’ (나) [A]^_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_^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_광장_^.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 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어야 하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69쪽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박봉우, ‘휴전선’ 1. (가)의 ^_광야_^와 (나)의 ^_광장_^의 시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2. (가)와 (나)에서 시적 상황이 드러나는 구절을 찾아 쓰고 시대적 배경과 관련하여 그 의미를 서술하시오. 3. '보기'를 참고하여 ㉠의 구체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보기' 이육사는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조선혁명간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았고, 귀국하여 대구의 조선은행 폭파사건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1944년 1월 40세에 죽기까지 17차례 투옥되었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살았다고 할 수 있다. 4. (나)의 화자가 소망하는 세계를 [A]의 시어를 활용하여 서술하시오. 70쪽 ^[08. 삶의 정체성을 찾아 1. 윤동주, ‘길’ (작품 안으로) → 주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내면적 결의 특징: 상실 모티프를 통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찾는 ‘길’, 가로막는 ‘돌담’ 등의 상징을 통해 시적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가 일제 강점기에 쓰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잃어버린 대상은 주권으로 볼 수 있다. 즉,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조국이 없는 상태를 상실 모티프를 통해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_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_^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상 전개 담 이쪽: * 현재의 세계 * 현실의 자아 담 저쪽: * 잃어버린 세계 * 이상적 자아 담 이쪽 → 담 저쪽 * 길을 걷는 행위 * 자아의 분열 극복 과정 시구 풀이 * 잃어버렸습니다.~길에 나아갑니다.: 시적 화자가 무엇인가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더듬는 행위를 통해 잃어버린 내용이 내면적 공간에 관계된 것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 길은 아침에서~통했습니다.: 시적 화자가 잃어버린 것을 계속 찾는 행위를 나타낸다. 이 행위는 본질적이고 이상적인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자아 성찰의 행위로 파악할 수 있다. * 내가 사는 것은,~찾는 까닭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아 회복을 위해 꿋꿋이 나아가려는 화자의 의지가 드러나 있다. 여기서 식민지 상황의 혹독함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정한 인간적 삶을 추구하려 했던 시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진단 체크) 1. 누구나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도정을 나타내는 시어는 ( )이다. 2. 화자가 처한 역사적 상황, 즉 일제 강점기를 나타내는 시어는 ( )이다. (답) 1. 길 2. 담 71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3쪽 1. 이 시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차분하고 고백적인 어조로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다. ② 공간의 이동에 따라 자아의 분열상이 심화되고 있다. ③ 서사적 이야기를 역순행적으로 구성하여 전달하고 있다. ④ 동일한 구조의 시구가 반복되어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⑤ 처음과 끝의 구조를 유사하게 하여 시적 안정감을 꾀하고 있다. 2. '보기'와 이 시를 비교하여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윤동주, ‘또 다른 고향’ ① 두 작품 모두 화자의 자아가 분열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② 이 시의 ‘담 저쪽의 나’는 '보기'의 ‘아름다운 혼’에 대응된다. ③ 두 작품의 화자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인해 눈물짓거나 울고 있다. ④ 이 시의 ‘하늘’과 '보기'의 ‘지조 높은 개’는 절대적인 존재를 상징한다. ⑤ 이 시에서 ‘잃은 것을 찾으려는’ 목적은 '보기'에서 ‘또 다른 고향에 가려는’ 것과 유사하다. 3. ㉠에 대한 학생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자가 내면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사회로 관심을 돌리고 있군. ② 화자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반성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군. ③ 화자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다가 이제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군. ④ 화자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군. ⑤ 화자가 ‘돌담’으로 인해 생긴 내면적 갈등을 ‘하늘’을 보며 해소하고 있군. 서술형 4.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 시의 상징적 시어를 활용하여 설명하시오. 72쪽 2.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작품 안으로) → 주제: 부조리한 권력과 사회 현실 특징: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에 대적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를 폭로하고, 시인 스스로 진지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시는 작가가 1965년 11월에 창작한 작품으로,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삶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초기에는 현대 문명과 도시 생활을 비판하는 작품을 썼으나, 4·19 혁명을 기점으로 현실 비판 의식과 저항 의식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썼는데, 이 작품은 이같이 변화된 작가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_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_^ /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_월남 파병에 반대하는_^ /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 ㉢^_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_^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 부산에 포로 수용소의 제십사 야전 병원에 있을 때 ㉣^_정보원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_^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 너어스들 옆에서 [A]^_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뭇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_^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_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 이발쟁이에게_^ 땅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 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시상 전개 * 본질적인 것 --권력의 부조리 비판 --언론의 자유를 위한 헌신 --불합리한 현상에 반대 * 비본질적인 것 --갈비탕 주인에게 욕함 --야경꾼을 증오함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기 시어 풀이 * 왕궁: 대통령이 거하는 곳 * 야경꾼: 밤에 공공 건물·회사·동네 등을 돌며 화재나 범죄 따위를 경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시구 풀이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대적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는 화자 자신의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말이다. * 왕궁, 왕궁의 음탕: 과거 전제 시대 군주들과 지배자들의 권력의 산실로, 타파되어야 할 권력을 상징한다. *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사소한 일상사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나 고난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화자 자신이 현재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나타낸다. (진단 체크) 1. 부정한 사회에서 올곧은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 )의 심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2. ( )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반성적 태도를 유도하고 있다. (답) 1. 소시민 2. 자조적인 73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4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밝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② 나약한 자아에 대한 내면적 갈등이 드러나 있다. ③ 비정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드러나 있다. ④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⑤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시적 대상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다. 2. ㉠~㉤ 중, 그 의미가 이질적인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 [A]를 참고로 할 때, '보기'의 화자가 이 시의 화자에게 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 밖에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①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자연에서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게. ②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때 자기를 사랑하는 태도를 갖도록 하게. ③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를 갖도록 하게. ④ 어려운 현실을 정신적 의지로 당당히 맞서려는 자세를 갖도록 하게. ⑤ 살다 보면 어려운 때가 있게 마련이야. 그럴 때면 잠시 쉬도록 하게. 서술형 4. 이 작품에서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주된 시상 전개 방식의 특징을 서술하시오. 74쪽 3. 유치환, 생명의 서 (작품 안으로) → 주제: 삶의 의미(본연의 자세)를 되찾고자 하는 강한 의지 특징: 극단적 상황의 설정과 관념적 한자어의 사용으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죽음을 각오하는 남성적 어조, 비장한 어조를 활용하여 생명을 향한 강인한 의지를 드러낸다. (작품 밖으로) ← 유치환은 1930년대 인간 생명의 의지를 추구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당시 시문학파의 유미적 경향과 기교주의, 모더니즘 시의 감각적 경향을 거부하고 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작품 경향을 보인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_병든 나무_^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_사막_^으로 ㉮^_나_^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_영겁의 허적_^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_‘나’_^와 대면케 될지니 ㉣^_하여_^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 없는 ㉤^_백골을 쪼이리라._^ 시상 전개 현실 삶의 본질을 꿰뚫지 못함 아라비아 사막 극한의 공간, 죽음의 공간 ‘생의 본질’/‘죽음’ 목숨을 내놓을지라도 반드시 생명의 본질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 시어 풀이 * 회의: 의심을 품음 또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심 * 백일: 밝게 빛나는 태양 * 열사: 햇볕 때문에 뜨거워진 모래 시구 풀이 * 나의 지식이~짐지지 못하여: 나의 현재 지식으로 삶의 의미나 생명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생명이나 인생에 대한 회의를 해명하지 못할 때 *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 모든 것이 다 죽고 없는 영원한 허무와 적막, 사막의 극한적 상황 *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알라의 신’은 고민하는 존재로, 절대적 존재가 아닌 실존의 문제를 고민하는 인간적 존재.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 * 백골을 쪼이리라.: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극단적 선택 (진단 체크) 1. 시적 화자의 현재 모습을 비유하고 있는 시어를 찾아 쓰시오. 2. 시적 화자는 ‘삶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해답’을 얻지 못하면 ( )을 선택하겠다는 ( )를 드러낸다. (답) 1. 병든 나무 2. 죽음, 결연한 의지 75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4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단호한 어투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② 청유형 어미로 종교적 구원을 소망하고 있다. ③ 관념적인 시어를 배제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④ 일상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⑤ 절박한 심리 상태를 가상의 상대와의 대화로 표현하고 있다. 2. 이 시와 '보기 1'을 감상한 학생들이 나눈 '보기 2'의 대화에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1'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보기' 2 갑: '보기'는 ‘갈대’를 주어로 내세우고 있어 ①^_결국 생명의 근원적인 속성을 다룬 것_^이야. 을: 두 작품 모두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는 인식을 보인다고 봐야 할 것 같아. 그렇지만 ②^_이 시의 화자가 외적인 환경에 변화를 시도_^하려고 한 것에 반해 ③^_'보기'의 화자는 자신의 내면으로만 골몰_^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 병: 그래, ④^_이 시에서는 깨닫지 못한 상태가 현재로 간주_^되지만 '보기'에서는 깨닫지 못한 상태가 과거로 국한되고 있어. 갑: 또, ⑤^_이 시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노력_^을 표현했다면 '보기'는 화자가 구하고자 하는 답을 깨닫고 있어.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삶에 쫓기어 참된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 ② ㉡: 고난과 시련이 있는 극한의 장소로 삶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③ ㉢: ‘영원한 허무와 적막’을 뜻하며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사막의 속성을 드러낸다. ④ ㉣: 외적 상황에서 시적 화자의 내면으로 시상이 옮겨지고 있다. ⑤ ㉤: 죽음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서술형 4. ㉮와 ㉯의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76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25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_긴 언덕길_^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 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김기림, ‘길’ (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_주저앉는다._^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77쪽 1. (가)와 (나)는 시의 근본 관심사가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한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2. (가)에서 화자는 ㉠ 위에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냈다. 떠나보낸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 쓰고, 그것들의 의미를 간략하게 쓰시오. 3. (나)의 ㉡에 담긴 화자의 정서를 설명하시오. 4. (나)에서 서로 대조되는 상황을 설명하시오. 78쪽 ^[09. 삶의 근원적 모습 1. 김광균, ‘설야’ (작품 안으로) → 주제: 눈 내리는 밤의 애상 특징: 눈 내리는 밤에 그리운 추억을 되새기며 애상감에 젖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인 ‘눈’을 여러 대상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애상적 분위기를 강화하였다. (작품 밖으로) ← 김광균은 1930년대 모더니즘 시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시인으로, 주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시각, 공감각 등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_어느 먼--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_^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_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_^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_눈_^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_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_^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_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_^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_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_^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시상 전개 * 과거의 추억 --그리운 소식 --서글픈 옛 자취 --잃어진 추억의 조각 * 현재의 슬픔 --차단한 의상 * 눈의 이미지 --애상적 분위기 --눈 오는 밤의 정경 시어 풀이 * 처마: 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 * 추회: 지나간 일을 후회함 시구 풀이 *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정서와 관념까지도 구체적 대상으로 나타냈다. 눈을 보며 까닭 없이 허전해지고 외로워지는 화자의 심리 상태를 공간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또는, 내 마음속의 어둡고 허전한 공간에 추억의 불을 밝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눈이 내리는 소리를 감각적이고 관능적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효과를 갖는다. (진단 체크) (답) 1. 차디찬 2. 청각적 심상 1. 이 시에서 ‘차단한’은 ‘( )’을/를 의미한다. 2. ‘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는 눈이 내리는 정경을 감각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한 구절로, 시각적 심상을 ( )으로 바꾸어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공감각적 심상을 엿볼 수 있다. 79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6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그리움과 슬픔이 작품의 주된 정서이다. ② ‘눈’을 다양한 대상에 견주어 형상화하였다. ③ 시각적 심상과 공감각적 심상을 활용하였다. ④ 눈 내리는 밤의 정경을 애상적으로 표현하였다. ⑤ 암울한 현실에 대한 대결 의지를 형상화하였다. 2. ㉠~㉤ 중, '보기'의 밑줄 친 구절에 부합하는 시구는? '보기' 김광균은 김기림, 정지용과 더불어 1930년대 모더니즘 시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시인이다. 그는 심상의 제시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는데, ^_추상적 관념까지도 시각화시키는_^ 기이한 재주를 지녔다고 평가된다. 이 시에서도 이 시인의 그런 재주를 살펴볼 수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3. 이 시의 ^_눈_^과 시적 기능이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 어쩌자고 잠을 깨어 /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 눈이 오는가 북쪽엔 /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용악, ‘그리움’ ② 눈은 살아 있다. /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김수영, ‘눈’ ③ 문 열자 선뜻! / 먼 산이 이마에 차라. // 우수절 들어 /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정지용, ‘춘설’ ④ 스스로의 /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는 /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김남조, ‘정념의 기’ ⑤ 이제 바라보노라. /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 눈 내리는 풍경 /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고은, ‘눈길’ 서술형 4. 이 시에서 ‘눈’을 비유한 구절을 모두 찾고, 각 구절에 담긴 의미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80쪽 2. 정지용, ‘장수산 1’ (작품 안으로) → 주제: 탈속적 세계에 대한 염원 특징: 장수산 겨울 달밤을 배경으로 하여 탈속의 세계에 대한 염원을 예스러운 말투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39년 3월 (문장)에 발표된 것으로, ‘장수산’이라는 소재를 통해 ‘고요’로 상징되는 동양적 세계관과 작가의 정신적 의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 벌목정정이랬거니 아람도리 큰 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 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 골을 걸음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_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_^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내-- 시상 전개 장수산의 겨울 풍경 세속과 단절된 순수의 공간 화자의 내면 의지 세속과 단절하고 인내함 시어 풀이 * 벌목정정: 커다란 나무를 벨 때 나는 소리. ‘정정’은 의성어임 * 아람도리: 아름드리. 매우 큰 나무 * 장수산: 황해남도 재령군에 있는 747미터의 산. 황해도의 금강산으로 불림 시구 풀이 * 벌목정정이랬거니 아람도리 큰 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도끼로 나무를 벨 때 울리는 쩌렁쩌렁한 소리를 낼 만한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산의 장엄함을 표현한 구절이다. * 눈과 밤이 조히(종이)보다 희고녀!: 초월적 경지를 이미지화하였다. * 웃절 중이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화자는 자신과 바둑을 두며 여섯 판을 지고도 웃고 올라간 늙은 중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자족과 여유, 무욕의 태도를 생각하게 된다. *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 여유와 자족의 초월적 정신세계 (진단 체크) 1. ( )은/는 세속적 욕망과 집착을 초극한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2. 이 시는 산중의 ( )을/를 감각적 심상을 통해 정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답) 1. 웃절 중 2. 고요 81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7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드러나 있다. ② 탈속적 세계에 대한 염원이 드러나 있다. ③ 부정적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드러나 있다. ④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려운 현실을 인내하고 있다. ⑤ 자연을 관조한 후 삶의 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2. 이 시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산문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③ 의문형 어조와 영탄적 어조로 화자의 감흥을 드러내고 있다. ④ 수미상관의 수법을 사용하여 완결된 작품 구조를 보이고 있다. ⑤ 낯설면서도 예스러운 시어를 통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3. ㉠의 삶의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① 청산은 엇뎨^245,5,3456^야 만고애 프르르며 / 유수는 엇뎨^245,5,3456^야 주야애 긋디 아니^14,5,3456,25^고 / 우리도 그치디 마라 만고상청 호리라. --이황, ‘도산십이곡’ ② 십 년을 경영^245,5,3456^여 초려삼간 지여 내니 / 나 ^245,5,3456,25^ 간 달 ^245,5,3456,25^ 간에 청풍 ^245,5,3456,25^ 간 맛져 두고 / 강산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 ③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 오백 년 왕업이 목적에 부쳐시니 / 석양에 지나^14,5,3456,25^ 객이 눈물계워 하노라. --원천석 ④ 창 밖이 어른어른커늘 님만 여겨 펄떡 뛰어 뚝 나서 보니, /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녈구름 날 속였고나. / 마초아 밤일세 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뻔하여라. --작가 미상 ⑤ 바람도 쉬여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 고개 /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 쉬여 넘는 고봉 장성령 고개 / 그너머 님이 왓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여 넘어 가리라. --작가 미상 서술형 4. 이 작품에서 ‘장수산’은 어떤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서술하시오. 82쪽 3. 이형기, ‘폭포’ (작품 안으로) → 주제: 존재에 대한 비극 인식 특징: ‘폭포’라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폭포가 있는 벼랑이나 산이 화자가 되어 독자 또는 시인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칼자욱’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시인이 자주 표현하던 존재의 고독감을 표현하였다. (작품 밖으로) ← ‘폭포’라는 자연물을 통해 시인이 품고 있는 관념적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다. 김수영이 ‘폭포’를 통해 사회적 자아의 정의로운 모습을 형상화하였다면, 이형기는 ‘폭포’를 통해 실존적 개인의 비극적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대 아는가 ㉠^_나의 등판_^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_시퍼런 칼자국_^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_장수잠자리의 추락_^을.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무수한 복안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_맹목의 눈보라_^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_시퍼런 빛줄기_^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시상 전개 * 폭포 --시퍼런 칼자욱 --질주하는 전율 --장수잠자리의 추락 --맹목의 눈보라 --시퍼런 빛줄기 → 인간 존재에 대한 비극적 인식 시어 풀이 * 단말마: 숨이 끊어질 때의 마지막 힘을 쓰는 정황을 이르는 말 * 복안: 눈이 여러 개 모여서 이루어진 눈 * 맹목: 사리에 어두운 눈. 또는 그러한 안목 시구 풀이 * 어깨에서 허리까지~시퍼런 칼자욱: 지울 수 없는 멍에. 인간이면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 삶의 모습을 ‘칼자욱’으로 표현하였다. * 석탄기의 종말을~장수잠자리의 추락을.: 벼랑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의 이미지를 장수잠자리의 추락에 비유하고 있다. 실존적 한계를 느끼면서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비극적 모습을 표현하였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말을 건네고 있는 화자 ‘나’는 폭포가 존재하는 ( )이다. 2. ‘무수한 복안’이 나타내는 실체는 ( )이다. 3. 1연과 5연의 ‘칼자욱’이 나타내는 것은 ( )이다. (답) 1. 산 또는 벼랑 2. 폭포가 떨어져 생긴 물거품 3. 폭포 83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7쪽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폭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② 수미상관의 구조로 시적 안정감을 얻고 있다. ③ 공감각적 표현을 통해 대상의 특징을 부각시키고 있다. ④ 자연물이 인간에게 말을 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⑤ 의문형 종결어를 통해 존재의 비극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2. '보기'에 비추어 이 시의 미적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보기' * 숭고미: 일상 생활에서 벗어난 크고 위대한 것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미 * 해학미: 딱딱한 관념의 구속을 거부하고 삶의 발랄한 모습을 긍정하려는 각성에서 오는 미 * 우아미: 일상 생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작고 친근한 것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미 * 비장미: 삶의 부당한 제약을 거부하고, 이상적 상태를 위해 투쟁하나 패배로 끝나는 데서 오는 미 ① 인간에 대한 정해진 관념을 거부하려 한다는 점에서 해학미적 특징을 지녔다. ② 운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욕망을 다룬다는 점에서 숭고미적 특징을 지녔다. ③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존재론적 아픔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장미적 특징을 지녔다. ④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우아미적 특징을 지녔다. ⑤ 숙명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위대한 목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숭고미적 특징을 지녔다. 3. ㉠~㉤ 중, 지시하는 바가 나머지와 ^_다른_^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이 시와 '보기'에서 ‘폭포’를 통해 형상화하고자 하는 바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보기'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 곧은 소리는 곧은 /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 높이도 폭도 없이 / 떨어진다. --김수영, ‘폭포’ 84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28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_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_^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 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서정주, ‘견우의 노래’ (나) 견우 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_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_^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85쪽 1. (가)와 (나)에서 드러난 화자의 공통된 태도를 서술하시오. 2. (가)와 (나)에서 설화를 활용하는 방식의 차이점을 쓰시오. 3. ㉠이 갖는 표현상 특징과 이 구절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시오. 4. ㉡에 담겨 있는 화자의 정서를 서술하시오. 86쪽 ^[10. 산업화를 겪고 나서 1.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작품 안으로) → 주제: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 비판 특징: 상징적 소재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문명에 의한 자연 파괴와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삶의 터전을 상실한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된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점점 비인간화되어 가는 현대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성북동 산에 ㉠^_번지_^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_번지_^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_돌 깨는 산울림_^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_채석장 포성_^이 메아리쳐서 /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시상 전개 1연 자연의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비둘기 2연 문명에 의해 쫓기며 예전의 자연을 그리워하는 비둘기 3연 사랑과 평화의 사상을 잃은 비둘기 시어 풀이 * 성북동: 새로운 개발지. 인간 문명의 영역이 확장된 곳 * 번지: 1행에서는 ‘인간의 삶의 영역’을, 2행에서는 ‘비둘기의 보금자리’를 의미함 시구 풀이 * 가슴에 금이 갔다.: 인간의 손에 의해 자연이 손상된 것을 보고 비둘기가 받은 상처, 평화가 깨지는 아픔을 표현한 말이다. *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 인간 문명의 거대한 침입으로 평화로운 삶이 파괴된 공간 * 채석장 포성: 문명의 횡포·자연 파괴의 현실 *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자연과 공존하며 살았던 예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 사랑과 평화의~쫓기는 새가 되었다.: 인간의 문명(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것까지도 잃어버린 인간의 황폐한 모습을 비둘기를 통해 나타내었다. (진단 체크) 1. 이 시는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된 ( )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점점 비인간화되어 가는 현대 문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2. ( )은/는 자연을 대표하는 소재이지만 이 모습 속에서 우리는 도시 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도시 변두리의 사람들, 나아가서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소외된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답) 1. 자연 2. 비둘기 87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8쪽 1. 이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시적 대상에 대해 연민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② 자연물을 관찰한 뒤에 이를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③ 경건하면서도 설득적인 어조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④ 시적 대상을 의인화하여 우의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⑤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2. 이 시와 '보기'의 ‘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하늘에 깔아 논 /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_새_^는 노래한다. /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 두 놈이 부리를 /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박남수, ‘새’ ① 이 시의 ‘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있다. ② 이 시의 ‘새’는 인간의 자연 파괴를 고발하고 있다. ③ '보기'의 ‘새’는 인간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④ 이 시와 '보기'의 ‘새’는 모두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⑤ '보기'의 ‘새’는 인간 때문에 삶의 터전을 상실한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3. ㉠과 ㉡의 차이점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① ㉠은 자연을 상징하고, ㉡은 인간 문명을 상징한다. ② ㉠은 인간의 삶의 터전인 데 비해, ㉡은 비둘기의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③ ㉠은 파괴되기 이전의 자연을 의미하는데, ㉡은 파괴된 자연을 의미한다. ④ ㉠은 인간의 새로운 삶의 터전인 데 비해, ㉡은 인간의 기존의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⑤ ㉠은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의미하는 데 비해, ㉡은 평화롭지 못한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서술형 4. ㉢과 ㉣이 상징하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88쪽 2.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작품 안으로) → 주제: 도시의 가난한 노동자가 느끼는 삶의 비애 특징: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의 심리 변화를 그리고 있다. ‘물’이라는 시어로 노동자의 비애를 드러냈고, ‘달’을 통해 자그마한 위안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60~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생겨난 가난한 도시 노동자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시인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세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격앙된 목소리보다는 차분히 절제된 목소리로 일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시상 전개 흐르는 물 무력한 삶 깊어 가는 강 심해지는 한과 고통 샛강 바닥 썩은 물 산업화에서 소외된 삶 다시 뜨는 달 더 나아지지 않지만 적응할 수밖에 없는 삶 → 도시 노동자의 삶 시어 풀이 * 샛강: 큰 강의 줄기에서 한 줄기가 갈려 나가 중간에 섬을 이루고, 하류에 가서는 다시 본래의 큰 강에 합쳐지는 강 시구 풀이 * 우리가 저와 같아서: 이 표현은 두 번 나온다. 앞에서의 ‘저’는 ‘물’을 가리키며 뒤에 나오는 표현의 ‘저’는 ‘달’을 가리킨다. ‘물’을 통해 도시 노동자의 비애를 드러냈고, ‘달’을 통해 연속으로 이어져야만 하는 삶, 또는 노동자 삶의 작은 위안을 나타내고 있다. (진단 체크) 1. 이 시에서 ‘물’이 상징하는 바는 ( )이다. 2. 이 시의 화자가 노동자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어는 ( )이다. 3. 힘들지만 할 수 없이 노동자의 삶을 계속 영위해야 함을 드러내는 소재는 ( )와/과 ( )이다. (답) 1. 노동자의 삶. 또는 노동자의 비애 2. 삽, 삽자루 3. 달, 물 89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9쪽 1. 이 시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 → 기대했던 삶에 대한 절망 ② 주어진 삶에 대한 무력감 → 주어진 삶에 대한 체념적 수용 ③ 부정적 현실에 대한 좌절감 → 부정적 현실에 대한 대결 의식 ④ 주변의 삶에 대한 방관 → 타인의 삶에 대한 적극적 개입 의지 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 → 이타적이고 전체 중심주의적인 태도 2. '보기'는 이 시에 대한 설명이다. '보기'의 밑줄 친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재는? '보기' 이 시는 1970년대 우리 사회의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시기를 살았던 도시 노동자층의 삶의 실상을 보여 주는 하나의 보고서와도 같은 작품이다. ^_당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뿌리 뽑힌 삶을 영위하였다._^ ① 강변 ② 삽자루 ③ 샛강 바닥 썩은 물 ④ 달 ⑤ 흐르는 물 3. 이 시를 '보기'와 비교할 때, 이 시의 두드러진 어조의 특징을 가장 잘 지적한 것은? '보기'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초혼’ ① 명랑하고 밝은 어조 ② 여성적인 가냘픈 어조 ③ 열광적이고 격정적 어조 ④ 냉소적이고 비판적 어조 ⑤ 차분하고 독백적인 어조 서술형 4. 시상 전개의 측면에서 ‘달’이 갖는 기능을 서술하시오. 90쪽 3.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작품 안으로) → 주제: 정신문화까지도 물질적 가치로 평가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 특징: 메뉴판의 형식을 통해 현대 문화의 상업주의화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물질적 가치로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자조적인 어조를 취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오규원은 ‘있는 그대로’, 혹은 ‘보이는 그대로’의 세계를 말하지 않고, 그 세계의 모습을 뒤집거나 관습적인 시각과 논리를 해체하려고 한 시인이다. 이 시도 메뉴판이라는 관습적인 형식을 통해 우리의 관습화된 시각을 해체하고 있다. --MENU--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A]^_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_^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시상 전개 메뉴판 정신적 가치까지 상품화된 현실 미친 제자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가 미쳤다고 생각되는 현실 풍자 제일 값싼 / 프란츠 카프카 정신적 가치가 소멸된 현실 풍자 시구 풀이 * 샤를르 보들레르~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커피숍의 메뉴판에 커피 이름 대신에 문학가, 철학가의 이름을 넣고 그 옆에 가격을 책정해 놓았다. 정신문화까지 상품화되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구절이다. * 시를 공부하겠다는~커피를 마신다: ‘미친 제자’라는 표현은 화자 자신의 삶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이다. 또한, 화자의 입장에서 보면 ‘미친 것’이 정상이기 때문에 반어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 프란츠 카프카: 독일의 소설가. 대표작으로 ‘성’, ‘변신’, ‘심판’ 등이 있다. (진단 체크) 1. 정신 문화마저도 상품화되는 현실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 시에서는 ( ) 형식을 활용하였다. 2. 이 시가 당대 현실에 대해 갖는 성격은 ( )이다. (답) 1. 메뉴판 2. 비판적, 풍자적 91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29쪽 1. 이 시에서 ‘메뉴판’의 역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대인의 경제 관념을 드러낸다. ② 문학가나 철학자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③ 지적 수준이 떨어진 현대인을 부각시킨다. ④ 정신문화까지 상품화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⑤ 자그마한 일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2. 시적 상황과 관련하여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이 [A]와 유사한 것은? ①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 온몸으로 가자. / 허공 뚫고 / 온몸으로 가자. /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고은, ‘화살’ ② 자유를 위해서 /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 사람이면 알지. / 노고지리가 / 무엇을 보고 / 노래하는가를 / 어째서 자유에는 /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한 것인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③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④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가도다 / 잊음 속에 있는 간도와 요동벌로 /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겨 가도다 / 진흙을 밥으로, 해채를 마셔도 / 마구나, 가졌드면, 단잠은 얽맬 것을-- --이상화, ‘가장 비통한 기욕’ 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황동규, ‘즐거운 편지’ 3. 이 시를 읽고 난 독자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우리 인간은 이 사회의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이군. ② 우리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정신적 가치라는 말이군. ③ 차를 마시듯 손쉽게 예술이나 철학을 접하고 싶다는 말이군. ④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맺어지기 어렵다는 말이군. ⑤ 시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상을 접해야 한다는 말이군. 서술형 4. 이 시에서 화자가 제자를 ‘미쳤다’고 표현한 까닭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92쪽 엮어 읽기 정답과 해설 30쪽 [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 우리는 달라진 전화 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93쪽 (나)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 중의 어두운 용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황동규, ‘기항지 1’ 1. (가)와 (나)에서 드러난 화자의 태도를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2. (가)를 시상 전개상 세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의 내용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3. (나)에서 의 이미지를 통해 어떤 심정이 표현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설명하시오. 94쪽 ^[실전문제 01. 정답과 해설 31~33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_그날_^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한 침묵 / 꽃으로 수장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아, 흥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내려 가리. / 얼룽대는 ^_배암 비늘_^ 피발톱 ^_독수리_^의,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죽지와 울대뼈의 / 피로 물든 일체는 ^_바다_^로 가리. 비로소 ^_햇살_^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 /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 강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박두진, ‘강 2’ (나) ^_봄_^은 / ^_남해_^에서도 ^_북녘_^에서도 /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 빛나는 /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 우리가 디딘 / 아름다운 ^_논밭_^에서 움튼다. ^_겨울_^은, / 바다와 대륙 밖에서 /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 우리들 가슴 속에서 / 움트리라. 움터서, /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 녹여 버리겠지. --신동엽, ‘봄은’ (다) 아버지, 아직 남북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제 시대 소금 장수로 / 이 땅을 떠도신 아버지. 아무리 아버지의 두만강 압록강을 생각해도 / 눈 안에 선지가 생길 따름입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 두만강의 회령 수양버들을 보셨지요. 국경 수비대의 칼날에 비친 / 저문 압록강의 붉은 물빛을 보셨지요. 그리고 아버지는 / 모든 남북의 마을을 다니시면서 / 하얀 소금을 한 되씩 팔았습니다. 때로는 서도 노래도 흥얼거리고 / 꽃 피는 남쪽에서는 남쪽이라 / 밀양 아리랑도 흥얼거리셨지요. 한마디로, 세월은 흘러서 / 멈추지 않는 물인지라 젊은 아버지의 추억은 / 이 땅에 남지도 않고 아버지는 하얀 소금이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남북 통일이 되면 / 또다시 이 땅에 태어나서 남북을 떠도는 청청한 소금 장수가 되십시오. “소금이여”, “소금이여” / 그 소리, 멀어져 가는 그 소리를 듣게 하십시오. --고은, ‘성묘’ 95쪽 1.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부재한 대상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나타나 있다. ③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④ 시적 대상에 대한 화자의 예찬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 ⑤ 현실과 대비된 긍정적 미래에 대한 염원이 드러나 있다. 2. '보기'는 (가)에 대한 수업의 일부이다. 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답하지 ^_못한_^ 학생은? '보기' 선생님: 오늘은 박두진의 ‘강2’를 공부하겠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형식상 특징은 무엇인가요? 학생 1: 모든 연을 2행으로 구성하고, 첫 행과 마지막행을 단정적 어조로 끝맺어 화자의 소망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선생님: 이 시에서 노래하고자 하는 대상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학생 2: 이 시에서 노래하는 대상은 ‘강’이며 이것은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상징합니다. 선생님: 숲 속의 강 위에 떠오는 것은 무엇인가요? 학생 3: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고 고통과 슬픔을 가져다 준 나태와 무지의 흔적들입니다. 선생님: 숲에서 흘러나오는 ‘강’은 어떤 변화를 겪나요? 학생 4: 숲에서 벗어나 바다에 이르게 됩니다. 선생님: 이 작품의 시어를 사용하여 작품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 볼까요? 학생 5: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입니다. ① 학생 1 ② 학생 2 ③ 학생 3 ④ 학생 4 ⑤ 학생 5 3. (가)와 (나)의 시어들 중, 함축적 의미가 유사한 시어끼리 묶인 것은? ① 그날--남해 ② 배암 비늘--북녁 ③ 독수리--논밭 ④ 바다--봄 ⑤ 햇살--겨울 96쪽 4. (나)의 화자가 '보기'와 같은 통계 자료를 접했다고 가정할 때, 보였을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조사 제목: 통일에 대한 의식 조사 조사 대상: 전국 18세 이상 65세 이하 남녀 표본 수: 총 1,000명 표집 방법: 전국의 성인 남녀 무작위 전화 조사 (설문)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18세~35세 응답 응답자 비율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240 48% 반드시 이룰 필요는 없다 215 43% 관심 없다 45 9% 계 500명 100% 36세~65세 응답 응답자 비율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435 87% 반드시 이룰 필요는 없다 55 11% 관심 없다 10 2% 계 500명 100% ① 자주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족 구성원 각자가 개인의 소질을 계발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② 통일은 민족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모두가 통일에 대한 염원을 키워가야 합니다. ③ 분단된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계층 간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④ 장년층과 청년층 모두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통일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야 합니다. ⑤ 우리 민족은 너무 오랫동안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5. '보기'를 참조했을 때, (다)의 ^_소금_^의 상징적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소금’은 표면적으로는 생계의 수단이지만 ‘아버지는 하얀 소금이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역경 속에서도 아버지를 살아가도록 만든 힘이었음을 알 수 있다. ① 땅에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풍요의 상징물 ② 음식에 맛을 부여하는 인간의 근원적 에너지 ③ 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신비로운 주술적 능력 ④ 고난의 시대를 지탱할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가치 ⑤ 소비자 사이의 물물교환에 필요한 교환의 매개물 97쪽 [6~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_물 한 방울_^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담쟁이’ (나)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 기꺼이 ㉡^_연탄 한 장_^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_따스한 밥과 국물_^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 삶이란 /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 ‘연탄 한 장’ (다) ㉣^_상한 갈대_^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98쪽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_등불_^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6. (가)~(다)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자세가 드러나 있다. ② 지나온 삶에 대한 화자의 성찰이 드러나 있다. ③ 상승 이미지를 사용하여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④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시적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⑤ 사물이 지닌 속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7. (가)를 '보기'와 같이 나타낼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담쟁이 말이 없음 → 서두르지 않음 → 여럿이 손을 잡음 → ㉮ ① 삶의 고통과 서러움에 좌절하고 체념하는 태도 ② 희망찬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의 자세 ③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내를 가지고 참아내는 모습 ④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려는 각오 ⑤ 절망적 현실을 연대 의식을 가지고 극복하려는 의지 99쪽 8. ㉠~㉤ 중, '보기'의 ^_슬픔_^과 의미가 가장 가까운 것은? '보기' 나는 이제 너에게도 ^_슬픔_^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① ㉠ ② ㉡ ③ ㉢ ④ ㉣ ⑤ ㉤ 9.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고정희의 시는 슬픈 이야기를 하지만 슬픔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희망을 본다. 고통스런 삶 속에서도, 그리고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늘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말한다. 고통을 이겨 내는 방법 또한 독특하다.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고통은 없으니 당당하게 대면하면 그 고통은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나’ 하나의 힘이 아니라 다 같이 힘든 ‘우리’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말함으로써 집단적 유대감의 희망을 잃지 않는다. ①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군. ② ‘상한 영혼’이라는 것은 화자가 고통스러운 삶의 상황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 것이군. ③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는 녹록하지 않은 화자의 삶에 대한 순응과 체념을 드러낸 것이군. ④ ‘마주 잡을 손’은 힘든 상황을 다 같이 이겨 나가자는 의미로 집단적 유대감의 희망을 드러낸 것이군. ⑤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는 영원한 고통은 없으니 당당하게 그 고통과 대면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군. 100쪽 ^[실전문제 02. 정답과 해설 33~35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_육첩방_^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_어둠_^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_아침_^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여진 시’ 101쪽 (나)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_툰드라_^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_꽃 성_^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이육사, ‘꽃’ 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② 임의 부재로 인한 좌절과 절망을 암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내면의 갈등을 자신의 신념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④ 부정적 현실 속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⑤ 비극적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체념적 태도가 나타나 있다. 2. ㉠~㉤을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은 것은? ① ㉠, ㉡, ㉢/㉣, ㉤ ② ㉠, ㉡, ㉣/㉢, ㉤ ③ ㉠, ㉡/㉢, ㉣, ㉤ ④ ㉡, ㉢/㉠, ㉣, ㉤ ⑤ ㉡, ㉣/㉠, ㉢, ㉤ 102쪽 3.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설명할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이상적 자아 ↔ 현실적 자아 괴리 → 반성 → 부끄럼 → 바람직한 모습으로의 변화(결심) ① ‘홀로 침전’하고 있는 모습은 반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적 자아의 모습이다. ② 두 자아의 ‘악수’를 통해 화자는 앞으로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③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으로 자아의 현재 모습이 이상적 자아의 모습과 괴리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④ ‘밤비’는 시적 화자를 쓸쓸함과 상념에 젖게 하는 것으로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적 배경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⑤ ‘어린 때 동무들’을 잃어버리며 느낀 인생무상의 정회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자아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4. '보기'는 (나)에 대한 설명의 일부이다. 다음 밑줄 친 부분 중, (나)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보기' 이 시는 이육사의 다른 시에서도 볼 수 있듯 ⓐ^_의지적_^이며 ⓑ^_예언자적_^ 풍모와, ⓒ^_기승전결이라는 한시의 형식적 특징_^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이육사가 퇴계의 14대 손으로 엄격한 선비 집안의 가풍 속에서 선비 정신과 한학을 공부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작품은 ⓓ^_시각적 심상_^과 역동적 심상으로 강렬한 느낌을 전해 주며 각 연의 3행을 점점 길게 하여 ⓔ^_점층적 효과_^를 거두고 있는 점도 눈 여겨볼 만하다. ① ⓐ ② ⓑ ③ ⓒ ④ ⓓ ⑤ ⓔ 103쪽 [5~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_선생_^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_길_^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_그것_^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_하늘_^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_바람_^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정희성, ‘길’ (나) 함께 가자 우리 이 ㉯^_길_^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_산_^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104쪽 산 넘고 물 건너 ㉤^_언젠가는_^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 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5. (가)와 (나)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청유형 종결어미의 사용으로 독자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② 동일시구의 반복과 변주로 화자의 정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③ 대조적 의미의 시어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공감각적인 심상을 활용하여 대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⑤ 객관적 시각으로 대상을 그려내어 극단적 감정을 순화하고 있다. 6. (가)와 (나)의 화자가 대화한다고 가정할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가): 저의 인생이 부모님께서 원하시던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 (나): 그렇지만 가치 있는 길은 모두가 함께 할 때 더욱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요? ③ (가):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세상의 부조리에 노여워하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④ (나): 하지만 명심하세요.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랍니다. ⑤ (가): 각오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7. ㉮과 ㉯에 대한 설명 중,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개인적 추구를, ㉯는 사회적 지향을 의미한다. ② ㉮는 탈속적 성격의 것이라면, ㉯는 세속적 성격의 것이다. ③ ㉮는 희생을 통해 얻어진다면, ㉯는 투쟁을 통해서 이뤄진다. ④ ㉮는 미래지향적인 것이라면, ㉯는 과거지향적인 성격이 짙다. ⑤ ㉮는 철학적 의미로 사용되었다면, ㉯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105쪽 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은 ‘법관’이나 ‘돈’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가리킨다. ② ㉡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현실을 말한다. ③ ㉢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가는 과정에 만나는 유혹과 시련을 의미한다. ④ ㉣은 자연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⑤ ㉤은 ‘누군가는’이라는 시어와 함께 당위성을 강조한다. 9. '보기'의 밑줄 친 부분 중, ^_하늘_^과 시적 의미가 가장 유사한 것은? '보기'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_산삼_^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_젊은 산맥_^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_지구_^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_저문 들길_^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_푸른 별_^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① ⓐ ② ⓑ ③ ⓒ ④ ⓓ ⑤ ⓔ 106쪽 ^[실전문제 03. 정답과 해설 35~37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오누이들의 /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_질화로_^엔 /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_콩기름 불_^ / ㉢^_실고추_^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 ㉣^_잎담배_^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 오늘 ㉤^_밤_^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 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김용호, ‘눈 오는 밤에’ (나) 거기 나무가 있었네. 노을 속엔 / 언제나 기러기가 살았네. 붉은 노을이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면 거기 나무를 세워 두고 /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네.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네. 발뒤축을 들고 바라보았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희미한 하류로 / 머리를 두고 잠이 들었네. 나무가 아이의 잠자리를 찾아와 가슴을 다독여 주고 돌아가곤 했었네. 거기에 나무가 있었네. 일만 마리 매미소리로 / 그늘을 만들어 주었네. 모든 대답이 거기 있었네. 그늘은 백사장이고 시냇물이었으며 삘기풀이고 뜸부기 알이었네. 107쪽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 버렸지만 둥치마저 타 버려 재가 돼 버렸지만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 스쳐가는 늦기러기 몇 마리 있으리. 귀 기울이고 다가서 보네. 까마득한 하류에 나무가 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이건청, ‘하류’ 1. 문학 강연에서 (가)와 (나)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진행자의 소개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담긴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②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③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과 자기 성찰이 드러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④ 맑고 순수한 자연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⑤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감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2. (가)와 (나)의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를 정리한 것이다. 바르게 표시하지 못한 것은? ①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가): o (나): o ②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계절감을 활용하여 과거의 추억을 제시하고 있다. (가): o (나): o ③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대상을 의인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들고 있다. (가): x (나): o ④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공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어린 시절의 공간을 선명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가): o (나): o ⑤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추측을 나타내는 어미를 사용하여 시골집의 정겨운 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가): o (나): x 3. ㉠~㉤ 중, '보기'의 에 들어갈 수 ^_없는_^ 것은? '보기' (가)의 작가는 의도적으로 ( )와 같은 향토적 시어를 사용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드는 한편, 옛것에 대한 아쉬움을 강조하는 이중 효과를 얻고 있다. 즉, 이 시는 떠난 것은 모두 정겨운 것이고, 잃어버린 것은 모두 그리운 것이라는 교훈을 줌으로써 각박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누구나 지니고 있는 포근한 옛 추억에 젖어들게 하여 한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108쪽 4. '보기'의 ⓐ~ⓔ 중, (가)의 ‘눈’과 같은 기능을 하는 시어로 적절한 것은? '보기'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_선생님_^이 걸어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_낙타_^처럼 늙으셨다. 늦은 ⓒ^_봄 햇살_^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옛날에 옛날에-- 낙타는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_금잔디_^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읜 동심의 옛 이야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_동물원_^의 오후. --이한직, ‘낙타’ ① ⓐ ② ⓑ ③ ⓒ ④ ⓓ ⑤ ⓔ 5. (나)의 창작 과정을 추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창작하고자 하는 의미 → 실제 창작된 시구 ① 아이가 동경하는 신비한 곳 →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② 다정다감한 나무 → 나무가 아이의 잠자리를 찾아와 가슴을 다독여 주고 돌아가곤 했네. ③ 온갖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 → 일만 마리 매미소리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네. ④ 훼손되어 버린 유년의 추억 →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 버렸지만 ⑤ 되돌릴 수 없는 유년의 추억 → 까마득한 하류에 나무가 있었네. 109쪽 [6~10] 다음 글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_아마존 수족관_^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_열난 기계_^들이 길을 끓이면서 질주하는 여름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 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_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_^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나)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한 모퉁이에 섬처럼 외롭게 남겨진 개발 제한 구역 홍제동 뒷산에는 꿩들이 산다. 가을날 아침이면 장끼가 우짖고 까투리는 저마다 꿩병아리를 데리고 언덕길 ㉢^_쓰레기_^터에 내려와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 먹는다. 110쪽 ㉣^_지하철_^ 공사로 혼잡한 아스팔트길을 건너 바로 맞은 쪽 인왕산이나 ㉤^_안산_^으로 날아갈 수 없어 이 삭막한 돌산에 갇혀 버린 꿩들은 서울 시민들처럼 갑갑하게 시내에서 산다. --김광규, ‘서울꿩’ 6.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 현실의 모습을 관조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② 화자의 소망을 점층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③ 현실에 대한 비판을 우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화자가 지내온 현실을 반성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⑤ 화자가 추구하는 세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7. (가)와 (나)의 화자가 대화를 나눈다고 할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가): 현대 도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② (나): 저도 도시 문명 속에서 찌들어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모습에 갑갑함을 느낍니다. ③ (가): 네, 규격화되고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도시라는 공간이 우리를 숨막히게 하지요. ④ (나): 맞아요, 하지만 그런 쓰레기터 같은 곳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⑤ (가): 도시인들이 생명력을 되찾아가는 데에 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8. 창작 의도를 고려할 때, ㉠~㉤중, 함축적 의미가 가장 ^_이질적인_^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111쪽 9. ㉮와 유사한 표현 기법이 사용된 것은? ①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김소월, ‘먼 후일’ ②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③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의 책 읽기여 / 우리나라 아이들의 목청이여 --김명수, ‘하급반 교과서’ ④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 하나가 얼어 죽었다. --기형도, ‘안개’ 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0. (나)의 작가와 인터뷰를 하였다고 할 때, '보기'의 ⓐ와 ⓑ에 들어갈 내용을 바르게 짝지은 것은? '보기' * 문: 이 작품에서 ‘꿩’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 답: 네, 그것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꿩’은 ⓐ와 ⓑ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 ① ⓐ: 화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자연 ⓑ: 생명력을 상실해버린 도시인 ② ⓐ: 생명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자연 ⓑ: 갑갑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 ③ ⓐ: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원시 자연 ⓑ: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 ④ ⓐ: 인간에 의해 소외되어 가는 자연 ⓑ: 현실적 억압에서 벗어난 도시인 ⑤ ⓐ: 개발에 의해 훼손되어 가는 자연 ⓑ: 문명에 찌든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 112쪽 ^[II. 현대 소설 현대 소설의 이해 현대 소설 문학사 주제 01. 전통적인 삶과 진실한 삶 주제 02.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저항 주제 03. 농민의 비극적 삶과 저항 의지 주제 04. 전환기 혼란상과 욕망의 좌절 주제 05. 산업화 사회의 인간 소외 양상 주제 06. 전쟁으로 인한 충격적 체험의 형상화 주제 07. 현실의 억압과 이에 대한 대응 실전문제 01. 실전문제 02. 실전문제 03. 114쪽 ^[현대 소설의 이해 1. 인물 소설은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사건을 상상하여 꾸며 낸 허구의 이야기로, 참다운 기능은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밝혀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시대를 단순히 반영하는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인물이다. (1) 인물의 유형 평면적 인물: 작품 전체를 통하여 성격에 변화가 없는 인물. 정적 인물 입체적 인물: 사건이 전개되면서 성격이 변화·발전하는 인물. 동적 인물 전형적 인물: 사회의 어떤 집단과 계층, 특정 시대와 상황의 의미를 대표하는 인물 개성적 인물: 특정한 집단이나 시대의 전형에서 자유로우며 개인으로서의 독자성을 가진 인물 주동 인물: 주인공.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의 실현에 부합하는 인물 반동 인물: 주인공의 의지나 행위에 맞서서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는 인물 (2) 인물의 제시 방법 직접 제시 방법(telling) * 서술자나 작품 속의 한 인물이 어떤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 등을 직접 설명하거나 논평하는 방법이다. 해설적 방법. 분석적 방법 * 독자는 그 설명과 논평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간접 제시 방법(showing) * 인물의 외양, 행동, 대화 등 객관적인 상황을 묘사하여 보여 줌으로써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암시하여 제시한다. 극적 방법. 묘사적 방법 * 인물의 성격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2. 갈등과 사건 (1) 갈등: 소설이나 희곡 등에서 한 인물의 심리적 혼란이나 한 인물과 다른 인물, 혹은 한 인물과 외적 요소와의 대립으로 인한 혼란 상태를 말한다. 사건 전개에 필연성을 부여한다. (2) 갈등의 양상 내적 갈등 * 한 개인의 심리적 모순·대립에 의한 내면의 갈등을 말한다. 외적 갈등 * 한 개인과 외부 세계와의 모순·대립에 의한 외부의 갈등을 말한다. *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 개인과 자연 사이의 갈등, 개인과 운명 사이의 갈등 등이 있다. 허구 꾸며 낸 이야기. 즉,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뜻으로, 문학 작품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설의 구성 단계 * 발단: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 * 전개: 사건이 본격화되는 부분 * 위기: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 * 절정: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 * 결말: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 갈등의 역할 * 글의 전개에 긴장감을 더해 준다. * 전개되는 사건에 필연성을 부여해 준다. 115쪽 3. 시점과 거리 (1) 시점: 서술의 초점, 즉 누가 어떤 위치에서 사건을 관찰하여 이야기해 주는가 하는 서술자의 위치와 시각을 말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 * 주인공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으로, 인물과 서술의 초점이 일치한다. *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제시하는 데 효과적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 * ‘나’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점으로, ‘나’는 관찰자일 뿐 주인공과는 별개의 인물이다. * 주인공의 내면을 숨김으로써 긴장감과 경이감을 자아낸다. 전지적 작가 시점 * 사건 밖의 서술자 ‘그’가 사건을 서술하는 시점으로, 인물들의 심리 및 행동의 동기와 정서 등을 논평하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작가 관찰자 시점 * 사건 밖의 서술자 ‘그’가 객관적인 태도로 사건을 서술하는 시점으로, 서술자의 태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이 넓어진다. (2) 거리: 작가가 작중 인물에 대하여 취하는 태도 및 독자가 작중 인물에 대하여 느끼는 친근감의 정도를 말한다. 작가는 ‘작가--서술자--독자’ 사이의 거리를 조정함으로써 소설의 사실성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작가와 인물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작가 관찰자 시점에서는 멀어진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인물의 내면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가깝고, 제3자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멀다. 4. 배경 인물이 구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간적·공간적 환경을 말한다. 따라서, 배경은 적당한 분위기와 구체적인 상황의 설정 등으로 사건을 자연스럽게 전개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1) 배경의 기능 ①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② 인물의 사고와 행위에 신빙성과 사실성을 부여한다. ③ 인물의 심리나 미래의 사건 및 결말을 암시하기도 한다. ④ 주제를 뚜렷이 드러내거나 상징 혹은 암시하기도 한다. (2) 배경의 종류 자연적 배경: 사건이 진행되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말한다. 사회적 배경: 인물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 즉 인물이 처한 시대나 사회 상황을 말한다. 심리적 배경: 논리를 초월하여 확대된 시간·공간을 말하며, 심리주의 소설에 등장한다. 상황적 배경: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을 상징하고 암시하는 배경을 말한다. 서술자 서술자는 작품 속에서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인물로, 원칙적으로 작가가 아니다. 서술자는 엄밀하게 말해서 작가로부터 분리되어 작품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허구적 대리인’이라고도 한다. 암시와 복선 * 암시: 특정 소재를 사용하거나 서술자의 묘사와 행위를 통해 사건의 진행 상황과 의미 및 뒤에 일어날 사건을 미리 짐작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장치를 말한다. * 복선: 나중에 있을 사건의 계기를 마련하는 장치로,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마련한 장치이다. "작품으로 이해하기"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는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로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힝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중략>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 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러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김유정, ‘동백꽃’ * 갈래: 공간적 배경과 제재 등으로 보아, 농촌 소설임을 알 수 있다. * 인물: ① ‘나’: 점순이의 사랑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직하고 순박한 인물이다. ② 점순: 조숙하고 활달한 성격의 인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 시점: 등장인물 ‘나’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 배경: ‘봄감자’, ‘논둑’, ‘마름’ 등으로 보아, 과거의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주제: 감자 사건을 중심으로 ‘나’와 점순의 엇갈린 심리가 전개되는 것으로 보아,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순박한 사랑’이 이 소설의 주제임을 알 수 있다. 116쪽 ^[현대 소설 문학사 1. 1910~1920년대의 소설 문학 (1) 민족의 의식과 계몽에 관한 소설 힘이 없어 국권을 상실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계몽 의식과 민족주의 사상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총체적 현실 인식이 반영된 장편이 창작되었다. 예) 이광수의 ‘무정’ (2) 현실의 주체적 인식을 위한 자아의 발견 근대를 개성의 발현으로 본다면, 현존하는 ‘나’의 발견(1인칭 소설의 등장)은 우리 근대 소설의 진일보라 할 수 있다. 예)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3) 자아의 개성으로 사회와 현실을 재인식 새롭게 중요성을 갖게 된 ‘나’를 중심으로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관찰하고, 그에 비친 민중의 삶의 실상을 소설로 형상화하게 되었다. 예) 염상섭의 ‘만세전’ (4) 식민지 궁핍 체험의 소설화 식민지 착취로 인한 광범위한 궁핍화 현상이 진행된 결과 자작농은 소작농으로, 소작농은 농업 노동자로 전락했다. 농촌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도시, 혹은 만주나 일본의 막노동판을 찾아 나섰다. 예) 최학송의 ‘탈출기’, 송영의 ‘용광로’ (5) 살인과 방화 등 극단적인 결말 처리 삶의 터전에서 내쫓긴 민중들은 거칠고 험한 세상에 새로운 삶의 뿌리를 내리고자 하지만 가진 자의 착취와 수탈로 끝내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파멸의 근원에 대한 분노와 당시의 시대 분위기 및 사회 의식의 결과, 극단적인 파괴와 살인, 방화의 결말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예) 주요섭의 ‘살인’, 나도향의 ‘물레방아’, 박영희의 ‘지옥 순례’, 최학송의 ‘홍염’ (6) 계급 대립의 구도와 노동 소설의 등장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대립을 계급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공장 및 농업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조직 운동의 차원에서 형상화한 작품이 등장하였다. 예) 박영희의 ‘산양개’, 이기영의 ‘홍수’, 김남천의 ‘공장신문’, 김정한의 ‘사하촌’ (7) 신경향파 문학의 대두 1920년을 전후하여 등장한 사회 운동을 배경으로, 백조파의 감상과 자연주의 문학의 퇴폐적 경향에 반발하여 일어난 문학 운동으로 박영희, 김기진, 최서해 등이 주동이 되었다. 신경향파 문학은 식민 정책이 노골화된 시기에 등장한 것으로, 절망적인 가난과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항거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우리 문학이 현실에 대응하는 한 방식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살인, 방화 등의 파국에 그쳤다는 한계를 갖는다. 2. 1930년대~광복 전까지의 소설 문학 (1)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 등장 카프 문학의 퇴조와 때를 맞추어 당대의 새로운 문학으로 표상되는 모더니즘 계통의 소설이 등장하였다. 모더니즘 소설은 도시 감각, 문명 비판, 일상적 삶의 작품화, 현실 도착적 언어 사용, 엘리트 의식 등을 특징으로 한다. 예)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천변풍경’, 이상의 ‘날개’ 1910~1920년대 개관 * 3·1 운동의 실패로 우리 민족은 심한 정치적 좌절감에 빠지게 되었다. * 일제는 토지 조사 사업과 동양 척식 회사 등을 통한 식민지적 착취를 강화하였다. * 우리 민족은 광범위한 궁핍화 현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 일본 유학생을 중심으로 서구 문예학을 전공한 전문 문인에 의해 <창조>, <백조>, <조선문단> 등의 문예지가 발간되었다. 117쪽 (2) 풍자 등을 통한 우회적 현실 비판 일제의 탄압과 검열이 심해지자, 문학적 활동의 방향은 정치성이나 사회 의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거나, 현실 문제를 풍자와 같은 우회적 방법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예) 채만식의 ‘태평천하’와 ‘치숙’ (3) 시대의 총체적 현실을 반영하는 장편 소설의 성과 1930년대 소설의 또 다른 양상으로 장편 소설의 창작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무게 있는 성과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소설적 탐구의 시야가 넓어지고 작가들의 역량이 두터워진 데 기인한 것으로서 깊이 있는 현실 탐구와 사회적 전형의 창조가 이루어졌다. ① 염상섭의 ‘삼대’: 1930년대 서울의 중산층 가정의 3세대 간에 벌어지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당시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② 채만식의 ‘태평천하’: ‘삼대’와 마찬가지로 삼대에 걸친 한국의 계층 구조와 그 갈등 관계를 반영하였으며, 전자와 달리 진보주의의 입장에 섰기 때문에 미미하나마 현실의 발전 방향을 포착하였다. 풍자 소설의 백미에 해당한다. (4)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소설 일제 강점기에 고등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예) 유진오의 ‘김 강사와 T 교수’,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5) 농촌 소설의 확산 ① 농촌 계몽 소설: 뜻 있는 지식인이 농촌 계몽의 이상을 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투하며 헌신하는 모습을 담은 소설로, 1931년부터 일어난 브나로드 운동에 의해 농촌 계몽 활동이 전개되면서 등장하였다. 예)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② 향토적 농촌 소설: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거나 향토색 짙은 농촌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예) 이효석의 ‘산’과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동백꽃’,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③ 현실 비판적 농촌 소설: 식민지 지배의 억압성과 토지 제도 등의 모순 속에서 궁핍화된 농촌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각한 소설이다. 예) 김정한의 ‘사하촌’, 이기영의 ‘고향’ (6) 토속적 세계의 탐구 중일 전쟁 이후 일제의 정치적, 경제적 탄압이 한층 가혹해지고, 문학의 현실 대응 방식도 더욱 협소해져서 사회 문제에 직접적으로 파고들지 못하게 되자, 인생 자체의 의미를 탐구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① 인생의 구경 탐구: 특정의 시대적, 사회적 조건을 떠나 삶과 죽음, 고독 등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 창작되었다. 예) 김동리의 ‘바위’, ‘무녀도’, ‘산화’ ② 전근대적 세계의 탐구: 일제의 압제에 대항해서 우리 자신을 지켜 나가려는 예술적 저항의 의미를 지닌 전근대적, 토속적 세계를 탐구한 소설이 등장하였다. 예) 김유정의 ‘산골 나그네’, ‘땡볕’, ‘봄봄’ (7) 역사 소설의 유행 만주사변 이후 일제의 수탈과 탄압이 더욱 가혹해지고 사상 통제가 심해졌기 때문에, 일제의 검열을 피해 역사에서 얻은 소재를 이용하여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시도가 나타나 한때 주류를 이루기도 하였다. 예) 김동인의 ‘대수양’, 박종화의 ‘금삼의 피’, 현진건의 ‘무영탑’ 1930년대~광복 전 개관 *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의 파시즘화, 만주사변, 중일 전쟁과 같은 전쟁 책동으로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병참 기지화 정책으로, 우리 민족에 대한 경제적 수탈 또한 더욱 강화되었다. * 일제는 극심한 사상 통제를 행하였으며, 조국의 광복을 목표로 하는 모든 민족 운동은 탄압을 받게 되었다. 118쪽 3. 광복 후~1960년대의 소설 문학 (1) 식민지적 삶의 극복 일제 강점기의 체험을 승화시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였다. 아울러 광복 후의 삶의 인식을 바탕으로 지식인의 문제와 귀향 의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예) 채만식의 ‘논 이야기’와 ‘민족의 죄인’, 김동인의 ‘반역자’, 김동리의 ‘혈거 부족’ (2) 전쟁 체험의 형상화 의미 없는 전쟁의 어쩔 수 없는 담당자이자 희생자로서의 체험이 절박하게 묘사되기도 하고, 전쟁을 통해서 육체와 정신이 파괴된 외적·내적 상처를 치유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소설이 등장하였다. 예) 오상원의 ‘유예’, 하근찬의 ‘수난 이대’, 황순원의 ‘학’ (3) 전후의 다양한 현실 인식과 참여 전후 사회와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인식으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기도 하고, 개인과 사회의 갈등 문제를 다루면서 소외된 삶의 문제, 삶의 내부에 자리한 부조리한 현실 인식, 행동을 통한 참여 문제를 다루어 참여 문학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예)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 장용학의 ‘요한 시집’, 김성한의 ‘바비도’, 선우휘의 ‘불꽃’ (4) 전후의 소외된 삶과 무력함 전쟁의 후유증과 실존 철학의 영향으로 삶의 무기력함과 방황을 새로운 감각으로 묘파한 작품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예) 이범선의 ‘오발탄’, 손창섭의 ‘비 오는 날’, ‘잉여 인간’ (5) 근대사를 다룬 역사 소설들 1930년대의 야사적·복고적 특성이 많았던 역사 소설에서 탈피하여 진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근대사를 추적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예) 안수길의 ‘북간도’, 김정한의 ‘수라도’, 유주현의 ‘조선 총독부’, 박경리의 ‘토지’ (6) 내적 성찰의 소설들 개인주의적 내성과 새로운 감성의 세계를 섬세한 언어 기교로 그린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① 관념 소설의 등장: 현실의 장벽과 개인주의적 인물 사이의 갈등을 관념의 탐구 형태로 그렸다. 예) 최인훈의 ‘가면고’와 ‘회색인’ ② 감수성의 혁명: 불안하고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느낌을 내성적인 기교로 처리하였다. 예) 김승옥의 ‘생명 연습’과 ‘무진 기행’ ③ 지식인의 치열한 고뇌: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이의 비틀거림과 소외감을 그렸다. 예) 이청준의 ‘퇴원’ ④ 도시적 감각과 인간 소외의 현장: 현실에 대한 도전과 물질 사회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드러냈다. 예) 최인호의 ‘타인의 방’ 광복 후~1960년대 개관 * 광복은 우리 민족 문학의 회생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좌우의 이념 갈등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 이어진 6·25 전쟁과 민족 분단은 우리 민족이 넘어서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 1960년대에는 4·19 혁명과 5·16 군사 정변이라는 정치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 이 시기의 문학은 진보에의 믿음과 인간이 역사의 창조적 주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언어의 탐구에 주력하고 시민 의식을 내세우게 되었다. 119쪽 ⑤ 생생한 현장성: 낙후된 농촌과 도시 변두리에 사는 민중들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파하였다. 예) 박태순의 ‘정든 땅 언덕 위’ ⑥ 정치적 모순에 대한 비판: 전쟁 직후에 지배하던 실존적 경향의 전후 소설을 넘어서서 분단의 세계사적 맥락과 그것의 치유 방안을 차분하게 성찰한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4·19 혁명의 실패와 5·16 군사 정변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한 소설이 많았다. 예) 최인훈의 ‘광장’, 박연희의 ‘침묵’, 선우휘의 ‘아버지’ 4. 1970년대 이후의 소설 문학 (1) 산업화에 소외된 민중의 삶 1970년대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된 농촌과 농민, 도시 빈민의 생활을 다룬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산업화와 근대화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비판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예) 이문구의 ‘관촌 수필’과 ‘우리 동네’,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2) 노동 소설의 대두 노동자들의 일상적 현실과 그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리얼리즘적 안목으로 담은 작품들이 나타났다. 지식인의 진보 의식과는 다른 민중 지향적인 소설이 창작되었다. 예) 황석영의 ‘객지’와 ‘삼포 가는 길’ (3) 여성 작가의 두드러진 활약 이 시기에는 섬세한 서정성과 감수성, 유려한 문체, 그리고 남다른 현실 인식을 갖춘 여성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여 활약하였다. 기존의 소설가들이 놓치고 있었던 일상적 삶의 진실, 남녀 간의 사랑 등을 다루게 되었다. 예) 양귀자의 ‘희망’과 ‘원미동 사람들’,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와 ‘외딴방’ (4) 소시민적 진실의 탐구 섬세한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하여 소시민들의 삶과 정서를 담은 작품들도 창작되었다. 예) 송기원의 ‘아름다운 얼굴’, 최인호의 ‘겨울 나그네’ (5) 역사 대하 장편 소설의 융성 왜곡되고 모순된 현대사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역사를 재조명한 대하 장편 소설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게 되었다. 예)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 1970년대 이후 개관 * 독재 권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경제 성장의 성공으로 산업화, 근대화가 추진되면서 인간 소외와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었다. * 이에 대한 저항 의식을 드러내는 참여 문학의 작품과 순수 문학의 작품이 대립을 이루게 되었다. * 1980년대는 1970년대에 이미 발생한 민중 문학의 기운이 활발해지며 문단의 큰 세력을 형성하였다. * 1980년에 일어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우리 소설은 사회의 모순에 눈을 뜨고 한층 더 고양된 역사 의식과 미의식을 갖게 되었다. * 아울러 개인의 취향이나 습성을 다룬 소설도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현대 소설의 흐름" 1910년대 * 2인 문단 시대 * 근대 소설 등장 * 역사 전기 소설 1920년대 * 동인지 발간(<창조>, <백조>, <폐허>) * 다양한 문예 사조의 등장 * 카프 결성--신경향파 문학 1930년대 * 모더니즘 경향의 지식인 소설 * 농촌을 제재로 한 농민 소설 * 역사 소설, 가족사 소설 1930년대 말~광복 전 * 국문학의 암흑기 광복 직후 * 일제 강점기 문학의 청산 * 새로운 민족 문화 건설 * 분단 의식의 형상화 1950년대 * 이념에 대한 비판적 시각 *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 * 전쟁의 비극과 고발 1960년대 * 민족의 비극과 분단 현실에 대한 인식 * 사회 부조리, 개인과 사회의 억압, 갈등 고발 1970년대 이후 * 경제 개발로 인한 산업화와 소외 문제 * 독재 체제에 대한 저항과 민주화 * 산업화에 소외된 민중의 삶 120쪽 ^[01. 전통적인 삶과 진실한 삶 1. 이무영, ‘제1과 제1장’ (작품 안으로) → 주제: 농촌 생활에 대한 애정과 진실한 삶의 추구 특징: 도시 생활을 하던 농촌 출신의 지식인이 귀향하여 농촌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목가적 농민 소설이다. 주인공은 농촌 생활에 때로는 회의를 느끼고 자탄하기도 하며 소작 제도의 모순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진정한 농민이 되기 위해 온힘을 기울인다. 작가는 이러한 수택의 모습을 통해 지식인의 계도적인 태도를 경계하며, 귀향 자체가 농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무영은 초기에는 현실 의식이 강한 소설을 써서 동반작가로 불리기도 했으며, 후기에는 적극적인 작품 활동을 위해 농촌 현장에 묻혀 많은 농민 소설을 썼다. 이 작품은 1937년 10월 <인문평론>에 발표된 농촌 소설로, 속편으로 창작된 ‘흙의 노예’로 이어지는 일종의 연작 소설이다. 수택이도 벗어부치고 지게를 졌다. 아직 다리는 휘청거리나 그래도 대여섯 묶음씩 져 날랐다. 인제는 벌써 그의 노동을 신성시하는 사람도 없었고 동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명실공히 한 농부였다. 서투른 낫질에 손가락을 두 개나 처맸지만 보는 사람도 그랬고 그 자신도 그것은 큰 상처로 알지도 않을 정도까지 이르렀다. 아내 역시 호미 자루에 터진 손바닥이 아물지를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혼자 일어나 앉아서 밤을 새워 가며 울지는 않았다. 아프니 자시니 했다가 그 말이 시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동정 대신에 핀잔을 맞을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가끔 그에게는 아버지가 남에게만 후하지 자식들한테는 너무 박하다는 불평을 말하는 때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가 시인을 하는 정도로서 가라앉았다. 사실, 그 자신도 다소 심하지 않은가 하는 불평은 여러 번 품었었다. 손에 익잖은 자식이 서투른 낫질을 하다가 손을 다치어도 먼저 핀잔부터 주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증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도 부리나케 볏단을 져 날랐다. 이 볏단의 대부분이, 아니 어쩌면 거의 전부가 낡아빠진 맥고모자를 뒤꼭지에 붙인 되바라진 젊은 친구의 손으로 넘어가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수택은 그것을 억지로 생각지 않으려 했다. 그의 아버지도 그 위인이 나와서 버티고 선 후로는 분명히 얼굴에 검은빛을 띠었다. 자식에게 그런 눈치를 안 보이려고 비상한 노력을 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엿보였다. 수택도 아버지의 이 노력에 협조를 했다. 도합 스물두 마지기에서 사십 섬이 났다. 사십 섬에서 스물닷 섬이 소작료로 제해졌다. 사십 섬에서 스물닷 섬 열닷 섬. 그의 지식은 처음 긴요하게 쓰였다. 그러나 이 지식은 정확성을 갖지 못한 것이었다. 거기서 비료대로 한 섬 두 말이 제해졌고, 아내와 계집아이들의 설사를 치료한 쌀값으로 장리변을 쳐서 열두 말이 떼였다. 지세도 작인과 지주가 반분해서 물기로 되어 있었다. 지세로 또 몇 말인지 떼였다. 그는 말질을 하는 되강구가 바로 지주나 되는 것처럼 그의 손목이 미웠다. 우르르 덤비어 되강구의 목덜미를 잡아 낚으고 볏더미 속에다 처박고 싶은 충동을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었다. 수택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 옴팡하니 들어간 눈에서는 황혼을 뚫고 무시무시한 살기 띤 빛이 발하는 것이었다. 그는 방공 연습을 할 때의 그 휘황한 몇 줄의 탐조등 광선을 연상하였다. 김 영감은 꼼짝도 않고 한 자리에 서 있었다. 볏더미를 보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사음을 노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_영감은 내년 이때까지 살아갈 길을 궁리하는 것이었다._^ 121쪽 “자, 짊어져라!” 수택은 깜짝 놀랐다. 남은 벼 여남은 섬이 가마니에 채워졌다. 전혀 자신은 없었으나 벼 이백 근을 못 지겠노란 말도 하기 싫어서 지겟발을 디밀었다. “엇차.” 옆에서는 벌써 지고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도 엇차 소리를 쳤다. ㉡^_땅띔도 않는다._^ “자 들어줄 게니, 엇차.”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무릎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오금은 뜨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대로 똑 꺾인다. 안 되겠느니 다른 사람이 지라느니 이론이 분분하다. 그래도 그는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지기까지는 버티었다. 이를 북북 갈며 기를 썼다. 힘을 북 주었다. 오금이 떨어졌다. 그러나 다리가 허청하며 모여 선 사람들의 ‘저것 저것’ 소리를 귀곁에 들으며 그대로 픽 한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넘어간 순간, / “에이끼 천치 자식.” 하는 김 영감의 소리와 함께 빗자루가 눈앞에 휙 한다. 머리에 동였던 수건이 벗겨졌다. “나오게, 내 짐세. 나와.” / 하는 누군지의 말을 영감의 호통 같은 소리가 삼키었다. “놔 두게! 놔 둬! 나이 사십이 된 자식이 벼 한 섬 못 지는가. 져라 져, 어서 일어나!” 그는 이를 악물고 또 힘을 북 주었다. 오금이 번쩍 떴다. 뒤뚝뒤뚝 몇 걸음 옮겨 놓는데 눈과 콧속이 화끈하며 무엇인지가 흘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저 피! 코필 쏟는군. 내려놓게!” 하는 동리 사람들 소리 끝에, “놔들 두게! 남이 피땀을 흘리구 지어 논 농살 죄다 먹는 세상에 제 손으로 진 제 곡식을 못 져다 먹는 놈이 있단 말인가! 놔들 두게.” 수택은 눈물과 코피를 좍좍 쏟아 가면서도 그래도 자꾸 걸었다. 내일은 우리 논 닷 마지기의 타작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억지로 즐기려 노력을 했다. 내용 구조도 표면적 갈등 아버지와 아들, 농사꾼과 귀농 지식인의 갈등 이면적 갈등 소작인과 지주, 지나친 소작료 징수에 대한 농민들의 반감 → 농촌의 현실 문제에 대한 직시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인물의 심리 --수택: 아버지의 명령에 난감해하면서도 그대로 이행한다. 이는 아버지에게 나약한 지식인으로 비치기 싫어하는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김 영감(아버지): 아버지로서의 고집은 아들을 향한 증오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수확물의 대부분을 소작료로 빼앗긴 울분과 지주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어휘 풀이 * 맥고모자: 밀짚모자. 밀짚으로 결어서 만든 여름 모자 * 장리변: 봄에 곡식을 꾸어 주고 가을에 그 절반을 이자로 쳐 받는 변리 * 지세: 땅에 대한 조세 * 되강구: ‘말감고“-감고”의 사투리’. 곡식을 팔고 사는 장판에서 되나 말로 되어 주는 일(곡식의 분량을 재어 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 오금: 무릎이 구부러지는, 다리의 뒤쪽 부분. 뒷무릎 * 허청하다: 다리에 힘이 몹시 없어서 헛디디다. 구절 풀이 * 그것은 어떻게 보면 증오와도 같은 것이었다.: 수택은 아버지가 농사일을 잘 하지 못하는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고 느낀다. * 전혀 자신은~지겟발을 디밀었다.: 벼 이백 근을 질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지려고 하고 있다. (진단 체크) 1. ‘수택’의 시련과 고난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2. ‘김 영감’의 살기 띤 눈빛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쓰시오. 3. ㉡의 의미를 쓰시오. (답) 1. 코피 2. 소작농의 분노 3. 꿈쩍도 않는다.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38쪽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를 직접 서술하면서 사건의 방향을 이끌어 가고 있다. ② 등장인물이 자기 나름으로 사건을 해석하여 사건의 다양한 의미를 잘 드러냈다. ③ 등장인물이 다른 인물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면서 사건을 이끌어 가고 있다. ④ 서술자가 인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가 직접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다. ⑤ 사건을 체험한 사람이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해 작품의 내용을 좀더 신빙성 있게 하였다. 122쪽 2. 이 글에 나타난 ‘수택’의 인물됨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아버지가 한 말을 존중하려는 인물이군. ② 농사일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군. ③ 농사꾼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군. ④ 농작물을 수탈하는 지주에게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저항적 인물이군. ⑤ 농민인 아버지에게 나약한 아들로 인식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는 인물이군. 3. ㉠에 드러나는 ‘김 영감’의 태도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사람은 아무튼 재산이 있어야 하는 거야. ② 사람은 상황 여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거야. ③ 사람이란 역시 제 눈에 안경이 따로 있는 거야. ④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감정적 동물인 거야. ⑤ 사람은 어려울수록 희망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거야. 서술형 4. '보기'는 이 글의 앞부분 줄거리이다. 밑줄 친 부분을 참고할 때, 이 글에 드러난 갈등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보기' 열두 살에 고향을 떠난 수택은 서울에서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돈도 잘 벌고 소설가로서 명예를 누리며 잘 지낸다. 그는 흙투성이가 되어 사는 아버지 김 영감을 경멸하여 결혼식에도 청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기자 생활에 쫓겨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자 점차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는 신문사를 쉬던 중 어떤 동료와 함께 청량리에 갔다가 매캐한 흙냄새를 맡고 귀향을 결심한다. ^_귀향 후에 그는 줄곧 도시 생활의 패배자라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는 한편, 진정한 농민이 되고자 노력한다._^ 시간은 흘러 가을을 맞이한다. 수택은 자신이 지은 논의 벼를 수확하면서 자신이 진정한 농민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5. ‘김 영감’이 ‘수택’에게 빗자루를 집어던지며 호통을 치는 행위의 표면적 이유와 이면적 이유를 모두 서술하시오. 12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38쪽 ‘도대체 나는 뭣 때문에 사는 걸까. 누구를 위해서 사는 걸까. 문화 사업? 흥!’ 이러한 반문을 해 본다는 것은 벌써 한 전설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수택은 또 한 가지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적어도 자기는 신문 기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나 현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영원히 신문 기자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아니, 신문 기자로서의 성공이 곧 문학적으로 그를 파멸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희극, 아니 비극이었다. 수택이가 하루 이틀 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하는 일 없이 교외를 빈들빈들 돌아다니었다. 하루는 S라는 동료를 유인해 가지고 청량리로 나갔다. 전부는 아니나 그만둘 계획만을 이야기하고 생계로 이야기가 옮아갔을 때다. 그도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낸지 몰랐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콕 찌른다. 그 냄새는 코를 통해서 심장으로 깊이깊이 기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흙내였다. 그것이 흙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일찍이 그가 어렸을 때 듣던 아버지의 음성이 바로 귓전에서 울리는 것을 느끼었다. 사람은 흙내를 맡아야 산다. 너도 공불 하고 나선 아비와 같이 와서 농사를 짓자. 학문? 학문도 좋긴 하다. 하지만 학문이 짐이 될 때도 있으리라. 그때 그는 아버지를 비웃었다. 흙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면서도 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아버지가 가엾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조소하던 그 말이 지금 그의 마음을 꾹 하니 사로잡는 것이다. / ㉠^_‘집으로 가자. 흙을 만지자.’_^ (중략) 김 영감은 아들 내외가 대처 사람인 체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양복떼기를 꿰고 나오는 것도 눈엣가시처럼 대했고 며느리의 트레머리도 못마땅해한다. 그래서 그 처는 쪽을 지었고 수택은 고의 적삼을 장만했다. “시골 시골 해두 난 이런 시골은 못 봤어요. 산이 하나 변변한가, 물 한 줄기가 시원한가. 이런 곳에 와 살 바에야 만주 벌판에 가서 황무지를 일구어 먹지.” 사실 수택이도 이 아내 말에는 동감이었다. 전에는 무심히 보아 그랬던지 자연도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으나 멀쑥한 포플러와 아카시아 숲이 실개천 가에 나 있을 뿐, 이렇다는 특징도 없는 산천이다. 장성해서는 가 본 일도 없었지만 어렸을 제의 기억대로라면 그 아카시아 숲에는 상당히 깊은 물도 있고 큰 고기도 은비늘을 번득이었고, 숲에서는 매미며 꾀꼬리도 울었던 것 같이 기억이 되었으나 다시 가 보니 조그만 웅덩이에는 오금에 차는 물이 괴었고, 가문 탓도 있겠지마는 송사리 떼가 발소리에 놀라서 쩔쩔맬 뿐이다. 숲 속의 원두막 정취도 그지없이 시적인 듯이 기억이 되었으나 막상 가 보니 그도 평범하기 짝이 없다. 숲 속은 그나마 습했다. 월여를 두고 가물었다건만 발을 들여놀 때마다 지적지적한다. 꾀꼬리가 울었다고 기억한 것도 그의 착각이었다. 이런 숲에 들어오면 꾀꼬리도 목이 쉬리라 싶었다. 이런 데서도 우는 꾀꼬리가 있다면 필시 청상과부가 된 꾀꼬리리라 하였다. ㉡^_‘이렇게 보잘것없는 자연이었던가?’_^ 1. '보기'에 제시된 내용을 참고하여, ㉠에 드러난 ‘수택’의 현실 인식을 비판적으로 서술하시오. '보기' 이 소설이 발표된 1930년대 농촌은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 산미 증식 계획, 농촌 진흥 운동, 공출 제도 등으로 이어지는 농업 정책으로 몰락 일로에 있었다. 자작농 및 자작 소작농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소작농은 세궁민으로 전락하고, 세궁민은 유랑민으로 전락하면서 농촌의 몰락은 구체적으로 진행되어 갔다. 2. ‘수택’이 귀향한 동기와 관련하여 그가 ㉡과 같이 생각한 이유를 서술하시오. 124쪽 2.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작품 안으로) → 주제: 장돌뱅이 삶 속의 만남과 사랑 특징: 인간의 본연적 욕망을 다룬 작품으로 서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화 장터에 이르는 메밀 꽃밭을 걷는 달밤의 모습은 감각적인 묘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풍부하고도 세련된 어휘, 시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시적 분위기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효석의 초기의 작품 경향에서 변화하여 인간의 본성(본능), 자연의 원시성(순수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A]^_허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 얽음뱅이 상판을 쳐들고 대어설 숫기도 없었으나, 계집 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충줏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 밑이 떨리고 그 자리에 소스라쳐버린다. 충줏집 문을 들어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된 서슬엔지 발끈 화가 나버렸다. 상 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녀석이 제법 난질꾼인데, 꼴사납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낮부터 술 처먹고 계집과 농탕이야. 장돌뱅이 망신만 시키고 돌아다니누나. 그 꼴에 우리들과 한몫 보자는 셈이지. 동이 앞에 막아서면서부터 책망이었다. 걱정두 팔자요 하는 듯이 빤히 쳐다보는 상기된 눈망울에 부딪힐 때, 얼결김에 따귀를 하나 갈겨 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동이도 화를 쓰고 팩하고 일어서기는 하였으나, 허생원은 조금도 동색하는 법 없이 마음먹은 대로는 다 지껄였다-어디서 주워먹은 선머슴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게도 아비 어미 있겠지? 그 사나운 꼴 보면 맘 좋겠다. 장사란 탐탁하게 해야 되지, 계집이 다 무어야. 나가거라, 냉큼 꼴 치워. 그러나 한 마디도 대거리하지 않고 하염없이 나가는 꼴을 보려니, 도리어 측은히 여겨졌다. 아직두 서름서름한 사인데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마음이 섬찟해졌다. 주제도 넘지, 같은 술손님이면서도 아무리 젊다고 자식 낳게 된 것을 붙들고 치고 닦아셀 것은 무어야 원. 충줏집은 입술을 쭝긋하고 술 붓는 솜씨도 거칠었으나, 젊은 애들한테는 그것이 약이 된다고 하고 그 자리는 조선달이 얼버무려 넘겼다._^ 너 녀석한테 반했지? 애숭이를 빨면 죄된다. 한참 법석을 친 후이다. 담도 생긴데다가 웬일인지 흠뻑 취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허생원은 주는 술잔이면 거의 다 들이켰다. 거나해짐을 따라 계집 생각보다도 동이의 뒷일이 한결같이 궁금해졌다. 내 꼴에 계집을 가로채서는 어떡헐 작정이었누 하고, 어리석은 꼬락서니를 모질게 책망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지난 뒤인지 동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황급히 부르러 왔을 때에는, ㉮^_마시던 잔을 그 자리에 던지고 정신없이 허덕이며 충줏집을 뛰어나간 것이었다._^ (중략)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_까스러진 목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꼽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슬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 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 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_^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목덜미를 어루만져 주니 나귀는 코를 벌름거리고 입을 투르르거렸다. 콧물이 튀었다. 허생원은 짐승 때문에 속도 무던히는 썩였다. 아이들의 장난이 심한 눈치여서, 125쪽 땀밴 몸뚱어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좀체 흥분이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굴레가 벗어지고 안장도 떨어졌다. 요 몹쓸 자식들, 하고 허생원은 호령을 하였으나, 패들은 벌써 줄행랑을 논 뒤요 몇 남지 않은 아이들이 호령에 놀래 비슬비슬 멀어졌다. “우리들 장난이 아니우. ㉡^_암놈을 보고 저 혼자 발광이지.”_^ 코흘리개 한녀석이 멀리서 소리를 쳤다. “고녀석 말투가 ….” “김첨지 당나귀가 가버리니까 온통 흙을 차고 거품을 흘리면서 미친 소같이 날뛰는걸. 꼴이 우스워 우리는 보고만 있었다우. 배를 좀 보지.” 아이는 앙돌아진 투로 소리를 치며 깔깔 웃었다. 허생원은 모르는 결에 낯이 뜨거워졌다. 뭇 시선을 막으려고 그는 짐승의 배 앞을 가리워 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_“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_^ 저놈의 짐승이.” 아이의 웃음소리에 허생원은 주춤하면서 기어이 견딜 수 없어 채찍을 들더니 아이를 쫓았다. “쫓으려거든 쫓아보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그만 채찍을 던졌다. ㉯^_술기도 돌아 몸이 유난스럽게 화끈거렸다._^ 내용 구조도 나귀 늙고 보잘것없는 모습, 암컷을 보고 흥분 허생원 초라하게 늙은 왼손잡이로, 충줏집과 동이를 보고 질투심을 느낌 → 젊은 시절의 불같은 사랑을 회상, 동이와 부자지간임을 암시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나귀’의 모습 --허생원은 충줏집과 동이가 농탕치는 것을 보고 주제넘게 동이를 나무란다. 암컷을 보고 흥분했던 나귀의 모습에서 자신을 깨닫는데 이는 충줏집을 사이에 둔 질투심과 관계가 깊다. --허생원과 평생을 함께 했던 나귀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허생원과 동일시되는 대상으로 허생원의 모습이기도 하다. * 이 소설의 핵심요소 --인간의 원시적 본성: 사랑 → 이성을 향한 욕망 → 육체적 욕구 --동이와 허생원의 관계: 개울을 건너는 모습, 왼손잡이의 확인 → 부자간임을 암시 어휘 풀이 * 짜장: 과연 정말로 * 난질꾼: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하게 놀기를 잘하는 사람 * 농탕: 남녀가 음탕한 소리와 난잡한 행동으로 놀아 대는 짓 * 굴레: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 구절 풀이 * 아직두 서름서름한 사인데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무어야 원.: 자괴감에 빠져드는 허생원의 모습으로, 소심하고 상념에 잘 빠지는 성품이 드러난다. * 동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황급히 부르러 왔을 때: 허생원의 호령에 대꾸하지 않고 물러서는 모습과 더불어 동이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허생원과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 장터로 걸어가는 계기가 된다. (진단 체크) 1. 이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무엇인가? 2. 이 작품에서 ‘나귀’와 ‘허생원’은 어떤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가? 3. 동이의 농탕질에 허생원이 화를 낸 이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답) 1. 대낮 시골장터와 주막 2. 평생을 함께 해온 반려자와 같은 존재로 나귀의 모습이 결국 허생원의 모습과 같다. 3. 충줏집을 사이에 두고 질투심이 일었기 때문에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39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복잡하게 얽힌 인물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② 장면의 급격한 전환으로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③ 서술자의 해설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인물의 외양과 행동을 묘사하여 갈등의 해결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⑤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하여 작품의 주제의식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26쪽 2. [A]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을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동이 → 허생원 ⓐ 허생원 → 동이 ⓑ 충줏집 → 허생원 ⓒ 허생원 → 충줏집 ⓓ 동이 → 충줏집 ⓔ ① ⓐ: 대들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있다. ② ⓑ: 충줏집을 사이에 두고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 ③ ⓒ: 자신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④ ⓓ: 보호해 주고 싶은 인간적 연민을 느끼고 있다. ⑤ ⓔ: 술기운에 흥이 올라 농탕을 치고 있다. 3.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충줏집 보기에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② 주변 사람들 보기에 민망했기 때문이다. ③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④ 조선달의 핀잔이 듣기 거북했기 때문이다. ⑤ 동이와의 일 따위는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4. '보기'를 참고할 때,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이효석의 작품을 보면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 이상의 기능을 한다. 이효석은 ‘돈’, ‘수탉’, ‘분녀’ 등의 작품에서도 돼지, 수탉, 개 등에 등장인물의 의식을 투영시키고 있다. ① ㉠은 나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이것을 통해 허생원의 모습도 유추할 수 있겠어. ② ㉡은 허생원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③ ㉢은 계집과 거리가 멀었던 허생원의 일평생과 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어. ④ ㉡과 ㉢은 주막에서 있었던 사건 속의 허생원을 향한 말이 될 수도 있겠군. ⑤ ㉠, ㉡, ㉢으로 보아 이 작품에서 동물이 등장인물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 같아. 서술형 5. 허생원이 동이를 책망하는 이유를 정리하여 나열하시오. 6. ㉯에서 드러나는 허생원의 심리 상태를 ‘나귀’와 관련지어 서술하시오. 12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39쪽 봉평의 어느 밤, 개울에 목욕을 하러 나갔던 허생원은 물레방앗간에서 울고 있는 성서방네 처녀를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허생원은 다음날로 도망치듯 봉평을 떠난다. 드팀전 장돌림을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되어도 허생원은 봉평장을 빼논 적은 드물었다.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지방도 헤매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 하러 가는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내를 돌아다녔다. 닷새만큼씩의 장날에는 달보다도 확실하게 면에서 면으로 건너간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간 일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장터 있는 마을에 거지반 가까웠을 때 거친 나귀가 한바탕 우렁차게 울면-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들이 어둠 속에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허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젊은 시절에는 알뜰하게 벌어 돈푼이나 모아본 적도 있기는 있었으나, 읍내에 백중이 열린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고 하여 사흘 동안에 다 털어 버렸다. 나귀까지 팔게 된 판이었으나 애끓는 정분에 그것만은 이를 물고 단념하였다. 결국 도로아미타불로 장돌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는 없었다. 짐승을 데리고 읍내를 도망해 나왔을 때에는 너를 팔지 않기 다행이었다고 길가에서 울면서 짐승의 등을 어루만졌던 것이었다. 빚을 지기 시작하니 재산을 모을 염은 당초에 틀리고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러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호탕스럽게 놀았다고는 하여도 계집 하나 후려보지는 못하였다. 계집이란 쌀쌀하고 매정한 것이었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신세가 서글퍼졌다. 일신에 가까운 것이라고는 언제나 변함 없는 한 필의 당나귀였다. 그렇다고는 하여도 꼭 한번의 첫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_단 한번의 괴이한 인연!_^ 봉평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 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허생원은 오늘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1.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고려할 때, ㉠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2. 이 장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소재들을 찾아 나열하시오. 128쪽 3.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작품 안으로) → 주제: 한 인간의 집념과 좌절을 통해 사라져 가는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 제시 특징: 일생을 독 굽는 일에 바쳐 온 한 노인의 좌절을 그린 단편 소설로, 젊은 아내에게 배신을 당하고 독 굽는 일에 실패한 노인이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독가마 속에서 비장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통해 사라져 가는 장인의 집념과 고뇌를 처절하게 표현하였다. 이 소설은 대화가 거의 생략되어 있고 인물과 사건의 정황을 서술자가 직접 서술하기도 하여 인물의 심리를 분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결말에서 인물의 내적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비극적으로 마무리되어 여운을 통한 감동을 준다. (작품 밖으로) ← 이 글은 1950년 4월 <문예>에 발표되었으나, 실제로 쓰인 것은 1944년이다. 황순원의 단편 소설들은 대개가 1950년 6·25 전쟁을 전후로 쓰였는데, 이 소설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 본연의 생명성을 서정적이고 토속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 글은 암담함 속에서도 마지막 생명의 불꽃까지 태우려는 고집스런 장인의 모습을 선명하게 부각하여, 민족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살아온 작가가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독 짓는 일을 하는 송 영감은 늙은 몸에 병까지 깊었다. 그런데 그의 젊은 아내는 조수와 눈이 맞아 어린 아들 당손이를 남겨 둔 채 도망쳤다. 송 영감은 조수가 지어 놓은 독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올라 당장 부수고 싶지만, 그걸 팔아야 생계를 연명할 수 있기에 한 가마를 채워 구우려고 다시 독을 짓기 시작한다. 그가 신열 때문에 짓다가 쓰러지고 짓다가 쓰러지고 하는 동안 배고픈 당손이는 옆에서 칭얼댄다. 어느 날, 이들 부자를 돌보아 주던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찾아와서 마땅한 집이 나섰으니 당손이를 그 집에 보내자고 권유한다. 송 영감은 버럭 화를 내면서 가마에 독을 넣어 불질을 한다. 며칠 불길을 지켜보던 송 영감은 자신이 만든 독이 깨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송 영감은 또 그 튀는 소리로 해서 그것이 자기가 앓다가 일어나 처음에 지은 몇 개의 독만이 튀지 않고 남은 것을 알며, 왱손이의 거치적거린다고 거지들을 꾸짖는 소리를 멀리 들으면서 어둠 속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다음 날 송 영감이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자기네 뜸막 안에 뉘어 있었다. 옆에서 작은 몸을 오그리고 훌쩍거리던 애가 아버지가 정신 든 것을 보고 더 크게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송 영감이 저도 모르게 애 보고 안 죽는다, 안 죽는다, 했다. 그러나 송 영감은 또 속으로는, 지금 자기는 죽어 가고 있다고 부르짖고 있었다. 이튿날, 송 영감은 애를 시켜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오게 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오자 송 영감은 애더러 놀러 나가라고 하며 유심히 애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마치 애의 얼굴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앵두나뭇집 할머니와 단둘이 되자 송 영감은 눈을 감으며 요전에 말하던 자리에 아직 애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된다고 했다. 얼마나 먼 곳이냐고 했다. 여기서 한 이삼십 리 잘 된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보낼 수 있냐고 했다. 당장이라도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치마 속에서 지전 몇 장을 꺼내어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송 영감의 손에 쥐어 주며 아무 때나 애를 데려오게 되면 주라고 해서 맡아 두었던 것이라고 했다. 송 영감이 갑자기 눈을 뜨면서 앵두나뭇집 할머니에게 돈을 도로 내밀었다. 자기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애 업고 가는 사람에게나 주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애 업고 가는 사람 줄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송 영감은 그래도 그 사람을 주어 애를 잘 업어다 주게 해 달라고 하면서, 어서 애나 불러다 자기가 죽었다고 하라고 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하다가 저고릿고름으로 눈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129쪽 송 영감은 눈을 감은 채 가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눈물일랑 흘리지 않으리라 했다. 그러나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애를 데리고 와, 저렇게 너의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을 때, 감은 송 영감의 눈에서는 절로 눈물이 흘러내림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억해 오는 목소리를 겨우 참고, 저것 보라고 벌써 눈에서 썩은 물이 나온다고 하고는, 그러지 않아도 앵두나뭇집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더 아버지에게 가까이 갈 생각을 않는 애의 손을 끌고 그곳을 나왔다. 그냥 감은 송 영감의 눈에서 다시 ㉠^_썩은 물_^ 같은, 그러나 뜨거운 ㉡^_새 눈물_^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는데 어디선가 애의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눈을 떴다. 아무도 있을 리 없었다. ㉢^_지어 놓은 독이라도 한 개 있었으면 좋겠다._^ 순간 뜸막 속 전체만한 공허가 송 영감의 파리한 가슴을 억눌렀다. 온몸이 오므라들고 차 옴을 송 영감은 느꼈다. 그러는 송 영감의 눈앞에 독가마가 떠올랐다. 그러자 송 영감은 그리로 가리라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 거기에만 가면 몸이 녹여지리라. 송 영감은 기는 걸음으로 뜸막을 나섰다. 거지들이 초입에 누워 있다가 지금 기어들어오는 게 누구라는 것도 알려 하지 않고, 구무럭거려 자리를 내주었다. 송 영감은 한 옆에 몸을 쓰러뜨렸다. 우선 몸이 녹는 듯해 좋았다. 그러나 송 영감은 다시 일어나 가마 안쪽으로 기기 시작했다. 무언가 지금의 온기로써는 부족이라도 한 듯이. 곧 예삿사람으로는 더 견딜 수 없는 뜨거운 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송 영감은 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덮어놓고 기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마지막으로 남은 생명이 발산하는 듯, 어둑한 속에서도 이상스레 빛나는 송 영감의 눈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열어젖힌 곁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늦가을 맑은 햇빛 속에서 송 영감은 기던 걸음을 멈추었다. 자기가 찾던 것이 예 있다는 듯이. 거기에는 이번에 터져 나간 송 영감 자신의 ^_독 조각_^들이 흩어져 있었다. ㉮^_송 영감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단정히, 아주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렇게 해서 그 자신이 터져 나간 자기의 독 대신이라도 하려는 것처럼._^ 내용 구조도 내적 상황 독이 깨짐 외적 상황 아들이 떠남 → 상실감과 허무함 → 죽음의 결실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열린 결말: 송 영감이 가마 속에 들어가 최후를 맞이하려는 모습이 나타나 있지만, 암시적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의 구조는 송 영감의 존재가 불꽃처럼 소멸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비극적 생애를 아름답게 느끼도록 한다. 어휘 풀이 * 뜸막: 띠나 부들(명주실이나 무명줄로 매듭지어 놓은 줄) 따위로 거적처럼 엮어 만든 움막 * 지전: 지폐. 종이돈 * 파리하다: 몸이 마르고 핏기가 없이 해쓱하다. * 초입: 들어가는 어귀 * 구무럭거리다: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다. 구절 풀이 * 앵두나뭇집 할머니에게 돈을 도로 내밀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기 때문에 돈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 지어 놓은 독이라도 한 개 있었으면 좋겠다.: 아들마저 떠나가고 난 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 그 자신이~하려는 것처럼.: 평생을 바쳐 독을 만들었던 장인으로서의 최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생애를 마칠 때까지 독을 떠나지 않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진단 체크) 1. 아들에 대한 ‘송 영감’의 애정이 응집되어 있는 2음절의 단어를 찾아 쓰시오. 2.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송 영감’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제시한 2음절의 단어를 찾아 쓰시오. 3. ‘송 영감’의 사라져 버린 희망을 상징하는 소재를 찾아 2어절로 쓰시오. (답) 1. 눈물 2. 공허 3. 독 조각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0쪽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알맞지 ^_않은_^ 것은? ① 감정을 절제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②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인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설명적 진술로 표현하고 있다. ④ 인물의 극단적 행동 묘사를 통해 결말을 비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⑤ 대화를 간접 화법으로 처리하여 인물의 내면 심리를 진술하고 있다. 130쪽 2. 이 글에서 ^_독 조각_^이 수행하는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지난 일에 대하여 되새겨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② 사건과 사건을 유기적으로 묶어 주는 구실을 한다. ③ ‘송 영감’의 의식이 새롭게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④ ‘송 영감’을 자극하여 극단적 행동을 선택하게 하고 있다. ⑤ 인물 간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3. 다음 중, 이 글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가장 바르게 파악한 사람은? ① 명수: 작가는 자식을 잃은 인물의 슬픔을 부각하여 혈육의 소중함을 일깨우려고 했던 거야. ② 난희: 아니, 나는 오히려 작가가 극한 상황에서는 혈육도 소용없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③ 지호: 글쎄, 내가 보기에는 혈육의 정보다는 인간 본연의 애정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④ 진영: 흠, 인간적인 애정의 갈등보다 장인으로서의 집념과 좌절을 그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 ⑤ 세민: 그렇지. 더 나아가서는 좌절 끝에 오는 죽음의 공포를 드러내려했던 것 같아. 4. 이 글의 구조를 '보기'와 같이 도식화한다고 할 때, 그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임 → ⓑ 생계를 위해 다시 독을 짓기 시작함 → ⓒ 자신이 만든 독이 깨지고 아들을 떠나 보냄 → ⓓ 장인으로서 절망을 느끼고 죽음을 택함 ① ⓐ에서 ⓓ까지의 사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② ⓐ는 조수와 함께 도망간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서 비롯되었다. ③ ⓑ는 ⓐ를 이겨 내기 위한 해결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④ ⓒ는 인물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는 장인으로서의 예술 정신을 완성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서술형 5. 이 글에서 ㉮를 고려하여 ㉠과 ㉡의 의미를 서술하시오. 6. ‘송 영감’이 ㉢과 같이 생각하게 된 이유를 추측하여 서술하시오. 13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0쪽 송 영감은 잠들기 전보다 더 머리가 무겁고 언짢았다. 애가 종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오, 오, 하며 송 영감은 잠꼬대 속에서처럼 애를 끌어안았다. 자기의 더운 몸에 별나게 애의 몸이 찼다. 벌써부터 이렇게 얼리어서 될 말이냐고, 송 영감은 더 바싹 애를 껴안았다. 그리고 훌쩍이는 이제 일곱 살 난 애를 그렇게 안고 있는 동안 송 영감은 다시 이 어린것을 두고 도망간 아내가 새롭게 괘씸했다. 아내와 함께 여드름 많던 조수가 떠올랐다. 그러자 그 아들 같은 조수에게 동년배의 사내와 사내가 느끼는 어떤 적수감이 불길처럼 송 영감의 괴로운 몸을 휩쌌다. 송 영감 자신이 집증 잡히지 않는 병으로 앓아 누웠기 때문에 조수가 이 가을 마지막 가마에 넣으려고 거의 혼자서 지어 놓다시피 한 중옹, 통옹, 반옹, 머쎄기 같은 크고 작은 독들이 구월 보름 가까운 달빛에 마치 하나하나 도망간 조수의 그림자같이 느껴졌을 때, 송 영감은 벌떡 일어나 부채 방망이를 들어 모조리 깨부수고 싶은 충동을 받았으나, 다음 순간 내일부터라도 자기가 독을 지어 한 가마 채워 가지고 구워 내야 당장 자기네 부자가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면서는, 정말 그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지그시 무거운 눈을 감아 버렸다. 날이 밝자 송 영감은 열에 뜬 머리를 수건으로 동이고 일어나 앉아, 애더러는 흙 이길 왱손이를 부르러 보내 놓고, 왱손이 올 새가 바빠서 자기 손으로 흙을 이겨 틀 위에 올려놓았다. 송 영감의 손은 자꾸 떨리었다. 그러나 반쯤 독을 지어 올려, 안은 조마구 밖은 부채마치로 맞두드리며 일변 발로는 틀을 돌리는 익은 솜씨만은 앓아 눕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듯했다. 왱손이가 흙을 이겨 주는 대로 중옹 몇 개를 지어 냈다. 그러나 차차 ㉠^_송 영감의 솜씨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_^ 더구나 조마구와 부채마치로 두드려 올릴 때, 퍼뜩 눈앞에 아내와 조수의 환영이 떠오르면 짓던 독을 때리는지 아내와 조수를 때리는지 분간 못 하는 새 그만 얇게 못나게 지어지곤 했다. 그리고 전을 잡는 손이 떨려, 가뜩이나 제일 힘든 마무리의 전이 잘 잡혀지지를 않았다. 열 때문도 있었다. 영감은 쓰러지듯이 짓던 독 옆에 눕고 말았다. 송 영감이 정신이 들었을 때는 저녁때가 기울어서였다. 왱손이도 흙 몇 덩이를 이겨 놓고 가고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바깥 저녁 그늘 속에 애가 남쪽 장길을 향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거리라. 언제나처럼 장보러 간 어머니가 언제나처럼 저녁때면 조수에게 장감을 지워 가지고 돌아올 줄로만 아직 아는가 보다. 밖을 내다보던 송 영감은 ㉡^_제 힘만이 아닌 어떤 힘_^으로 벌떡 일어나 다시 독 짓기를 시작하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겨우 한 개를 짓고는 다시 쓰러지듯이 눕고 말았다. 1. ㉠의 이유와 그 결과를 추측하여 서술하시오. 2. ‘송 영감’의 내적 갈등과 관련하여 ㉡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술하시오. 132쪽 4. 박경리, ‘토지’ (작품 안으로) → 주제: 역사적 격동기의 시절 민중의 한과 강인한 의지 특징: 이 글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 해방 직후에 이르는 장구한 시간과 국토의 남쪽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하여 경성과 간도 지방에 이르는 방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격변한 민족 근대사의 현실 속에서 최 참판 일가를 중심으로 한 민족적 수난과, 토지에서 한을 안고 살아가는 민중의 삶과 그 속에서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림으로써 우리 민족의 건강한 생명력과 끈질긴 삶의 의지를 조명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글은 1969년부터 1994년까지 만 25년에 걸쳐 전 5부 16권으로 완성된 대하 장편 소설이다. 그 방대한 분량만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들의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그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보여 준다. 격변한 민족 근대사의 현실 속에 면면히 이어 내려온 문화 민족으로서의 자긍심과 전통적 정신 세계를 형상화함으로써 한민족의 정신적 위상을 드높인 한국 소설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앞부분의 줄거리] 구한말 하동 평사리 최 참판 댁의 정신적 지주인 윤씨 부인은 청상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절에서 불공을 드리다가, 훗날 동학당의 접주가 되어 사형을 당하는 김개주에게 겁탈을 당한다. 그녀는 그 불륜으로 환이라는 아들을 낳게 되고 평생을 죄의식 속에서 살아간다. 아버지를 따라 동학당에 참가한 환은 몸을 숨기기 위해 구천이란 가명으로 최 참판 댁을 찾아든다. 3년 전, 그러니까 재작년의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최 참판 댁에 괴나리봇짐을 든 남루한 차림의 젊은 사내가 찾아왔다. 스물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는 차림이 누추하고 허기진 것 같았으나 준수한 용모였으며, 알맞은 몸집이 어딘지 슬기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저녁 한 상을 대접받은 그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도 베푸는 음식을 생각 깊은 자세로 천천히 들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한참을 묵묵히 앉아 있던 그는 하룻밤의 잠자리를 청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머슴살이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막일이 몸에 밴 것 같지 않은데 머슴살이를 할라고?” 딱하다는 시늉으로 김 서방은 고개를 저었다. “몸은 실합니다.” 젊은이는 짤막하게 말했다. 타관 사람을 붙이려 하지 않는 마님 윤씨의 성미도 성미려니와 더 이상 일손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김 서방은 거절하려 했으나, 이상스럽게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어딘지 깊은 곳에 영혼의 불길을 밝히고 있는 듯한 젊은이에게 동정 이상의 감정이 움직여 윤씨한테 말을 건네 보았는데, 한 마디로 거절할 줄 알았던 김 서방은 뜻밖에 그 젊은이를 한번 보자는 분부를 받았다. 윤씨는 젊은이를, ㉠^_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무 소리 없이 눈을 감았다._^ 젊은이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눈만 내리깔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했던지 윤씨는 한참 만에 있고 싶으면 있어 보라 하고 젊은이의 이력이나 근본 같은 것은 묻지를 않았다. 그가 바로 지금의 구천이다. 그러니까 구천이는 문서에 있는 종이 아니었으므로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어느 곳으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의 몸이었다. 그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으나 사랑의 최치수 밑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길상에게 남몰래 글을 가르치다가 알려져 버린 일이었다. 그의 학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면서 삼수를 제외한 하인들은 모두 그를 썩 유식한 사람으로 단정하고 그런 면에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말수가 적은 사내였다. 힘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머리를 써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남에게 뒤지지는 않았고, 그 자신 머슴의 신분임을 똑똑히 자각하여 책임의 한계를 명백하게 지키어 나갔다. 133쪽 드물게, 어쩌다가 싱긋이 웃는데 그것이 감정 표시의 전부인 듯, 그러나 미소는 따스하고 다정스러웠으며 때론 천진한 동심이 상기도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구천이에게 최 참판 댁 계집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내끼리인 동료까지 이상하게 애정 같은 것을 느끼었다. 하인이라는 같은 신분이면서 구천이의 귀한 풍모나 인품이나 유식하다는 점이 자랑스러워 그랬을 것이다. 누가 발설을 했는지, 아마 추측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근거가 될 만한 것이라고는 무주 구천동에서 왔다는 구천이의 말뿐이었는데, 그래서 그를 구천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지만, 그 구천동에서 절 머슴을 살았느니 구천동 골짜기 어느 암자에서 글공부를 했느니 따위의 ㉡^_뒷공론_^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절 머슴도 글공부도 다 부정했으며, 다만 성이 김가라는 말 이외 내력이나 부모 형제에 관해서 일절 말이 없었다. 주책없고 비위 좋고 신경이 무디면서 남의 열 배 호기심은 강한 김 서방의 마누라가 “고향이 어디고?” / 하며 물었을 때 구천이는 싱긋이 웃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서 낳노 말이다.” / 김 서방 댁이 바짝바짝 다가서며 캐듯 다시 물었다. 구천이는 여전히 웃기만 했다. “사람으로 났으믄 그래 안티 버린 곳이 있을 거 아니가. ㉢^_안티 버린 곳_^도 모르나?” “….” “참 별일일세? 샐인 죄인도 아닐 긴데 와 고향을 숨길꼬?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가배?” 구천이 얼굴에서 미소는 걷혀졌다. 눈에 칼날 같은 것이 번득 섰다. 그쯤 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까막까치도 고향이 있는 법인데, 아 그러지 않았던가배? 객리에 가믄 내 땅 까마귀만 봐도 반갑더라고, 고향이 어디고?” / 하며 다그쳤다. “그걸 낸들 알겠소!” / 구천이의 눈에는 살기가 등등하였다. 그는 입을 헤벌리고 올려다보는 김 서방 댁 앞에서 돌아섰다. 우물가로 간 그는 물을 길어 얼굴을 씻는데 목덜미에서 귀뿌리까지 온통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내용 구조도 구천이 머슴살이를 청함 → 윤씨 부인이 허락함(사연 암시) → 구천은 종이 아닌 자유의 몸이므로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음(복선)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구천’과 ‘윤씨 부인’의 관계: 윤씨 부인이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기만 했을 뿐 그의 이력이나 근본은 묻지도 않았다는 내용으로 보아, 두 인물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 ‘구천’의 성격 --글을 알고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성격으로 하인들의 존경을 받음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미소 속에 따스하고 다정하고 천진한 동심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하인들의 애정을 받음 --출생과 성장 과정을 비밀로 간직하여 예민한 반응을 보임 어휘 풀이 * 괴나리봇짐: 걸어서 먼 길을 갈 때 걸머지는 조그마한 봇짐 * 남루하다: 옷 따위가 낡아 해지고 차림새가 너저분하다. * 준수하다: 재주와 슬기가 남달리 뛰어나다. 풍채가 썩 빼어나다. * 타관: 타향 * 안티: 태. 모체 안에서 새 생명체를 싸고 있는 난막, 태반, 탯줄을 통틀어 이르는 말 * 객리: 타향. 떠돌다가 잠시 머무는 곳 구절 풀이 * 3년 전, 그러니까~부탁하는 것이었다.: 구천이 최 참판 댁에 들어오게 된 연유를 밝힘으로써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 원하기만 한다면~자유의 몸이었다.: 구천이 나중에 서희의 어머니이며 자신에게는 형수뻘인 별당 아씨와 함께 도망가게 되는 복선 구실을 한다. (진단 체크) 1. 이 글의 중심 내용은 무엇인지 쓰시오. 2. ㉡의 문맥적 의미를 3어절로 쓰시오. 3. ㉢의 의미를 2음절의 단어로 쓰시오. (답) 1. 구천이의 비밀스러운 삶의 내력 2. 근거 없는 소문 3. 고향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1쪽 1. 앞부분의 줄거리를 고려할 때, ㉠에서 추리할 수 있는 ‘윤씨 부인’의 심리로 적절한 것은? 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② 뛰어난 외모를 보고 가까이 두고 싶어졌다. ③ 자신의 숙명을 알고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④ 처음 본 낯선 이에게 알 수 없는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 ⑤ 머슴살이하기에 적절한 인물인지 심리적 갈등을 하고 있다. 134쪽 2. 중심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심리적 태도가 이 글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아버지는 어제 수산 장터에서 붙잡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젯밤 진영 지서로 묶여 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 밤에 아버지가 총살당할 거라고들 말했다. 지서 뒷마당 웅덩이 옆에 서 있는 느릅나무에 친친 묶여 총살당할 게 틀림없다는 것이다. --김원일, ‘어둠의 혼’ ② 아다다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리춤 속에서 지전 뭉치를 쥐어 들었다. 그러고는 몇 겹이나 쌌는지 알 수 없는 헝겊 조각을 둘둘 풀었다. 헤집으니 일 원짜리, 오 원짜리, 십 원짜리 무수한 관 쓴 영감들이 나를 박대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모두들 마주 바라본다. --계용묵, ‘백치 아다다’ ③ 나날이 더 심해 가는 경제적 고통, 이런 복잡한 관계들이 뒤얽히어 만기의 마음속을 더욱 어둡고 무겁게만 해 주었다. 그러나 만기는 역시 외면의 잔잔함만은 잃지 않았다. 한결같이 부드럽고 품위 있는 미소로써 누구에게나 친절히 대하기를 잊지 않는 것이다. --손창섭, ‘잉여 인간’ ④ 한편 불행하리라 믿었던 이와모도 참봉의 집은 반대로 활짝 꽃이 피었다. 고등계 경보부로 있었던 맏아들은 해방 직후에 코끝도 안 보이고 어디에 숨어 있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문만 떠돌더니, 뜻밖에 다시 경찰 간부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고 몇 해 뒤엔 어마어마하게도 국회 의원으로 뽑혔다. --김정한, ‘수라도’ ⑤ 기묘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이화네 가족은 하고 있었다. 남이 말할 때 이 일가는 열성 분자였다. 맏아들은 솔선해 의용군에 나갔고 인민군에게 숙소를 제공하여 협력하고 있었다. 그처럼 열렬히 협조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집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들볶이지 않고 살고 있다고 했다. 약삭빠르다. --강신재, ‘임진강의 민들레’ 3. 이 글을 영화로 제작한다고 할 때, 그 제작 과정에서 논의한 내용으로 알맞지 ^_않은_^ 것은? ① 성미: 구천이가 찾아와서 머슴을 하겠다는 장면은 삽입 화면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겠어. ② 영수: 배경이 되는 최 참판의 집은 아주 큰 규모의 전통적인 기와집으로 만드는 것이 어울리겠어. ③ 다희: 사람들이 구천이의 내력에 궁금해하며 구천이가 없는 데서 쑥덕거리는 장면을 넣는 것도 필요하겠어. ④ 형수: 구천이가 길상이를 귀여워하여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글을 가르치는 장면도 넣어야겠어. ⑤ 찬호: 윤씨 부인과 구천이의 관계를 암시하기 위해서, 윤씨 부인이 구천이를 남몰래 불러들여 내력을 묻는 장면을 넣어야겠어. 서술형 4. ‘구천’과 ‘윤씨 부인’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게 만드는 일을 서술하시오. 5. ‘구천’과 ‘김 서방 댁’이 갈등하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13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1쪽 흰 옷은 당산 숲을 향해 움직여 갔다. 바람이 찬 데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지 돌이는 덜덜 떨었다. 숲 속으로 접어든 구천이의 걸음은 빨라졌다. 바람을 탄 솔잎들이 넋들린 것 같이 소리를 냈다. 그늘과 빛이 요란하게 움직이며 스쳐 간다. “무작정 이리 가믄 우짤 것꼬.” / 숨을 헐떡이며 돌이가 물었다. 뒤쫓던 삼수의 걸음이 멎었다. 나무가 엉성한 곳이었다. 개울을 건너뛰어 바위 위로 구천이를 쫓아 올라갔다. 물 소리는 간지럽게 들린다. 삼수는 돌이를 끌고 둥치가 큰 참나무 뒤에 몸을 붙인다. 눈 앞에 마른 덤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덤불 사이에서 바위에 앉은 구천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 누각에서처럼 구천이는 나무 뒤에 숨은 두 사내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숲 속에는 가려 주는 것들이 많아 거리가 가까웠지만 들킬 위험은 오히려 적었고 얼굴은 한층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짙은 눈썹 아래 폭 파인 눈의 깊이까지 보일 것만 같았다. 이제는 부엉이 울음이 끊기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적막 속에 계속되고 있었다. 바람이 잔 것 같지도 않은데 부엉이는 무척 가까운 곳에 있나 보다. 구천이의 고개가 아래로 꺾이어졌다. 두 팔을 뻗어 바위를 짚는다. 참으로 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으으으흐흐 … 흐 … 흑!” 울음소리였다. 심장을 찢어 내는 것 같은 울음소리였다. 세상에 사나이가 저리 울 수 있는지. 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구천이의 통곡은 참나무 뒤에 숨은 두 사나이를 망연자실케 했다. 그들은 전율을 느꼈다. “으흐흐흐 으으으흑 … 흐훗 ….” 사방을 둘러싼 시커먼 산봉우리 중천에 뜬 달은 얼음 조각같이 싸늘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갔을까. 울음이 뚝 끊기고 흰 옷자락이 그들 눈앞에 알른하고 지나갔을 때 넋을 잃었던 두 사나이는 제 정신을 찾았다. 구천이는 미친 듯 산길을 향해 내닫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삼수, 돌이 뒤쫓는다. ‘이거 도깨비한테 홀린 것 아니가? 내가 꿈을 꾸는가.’ 무조건 뛰는 돌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지나갔다. 구천이는 날 듯 달리고 있었다. 산길은 끊어지고, 길 아닌 길을 달리면서 방해가 되는 나뭇가지를 우지끈우지끈 꺾으며, 그래도 힘이 남아나서 천 길 낭떠러지에라도 뛰어내릴 것 같은 기세로, 구천이는 완전히 무엇에 들린 사람 같았다. / “허흑! 허흑! 아이고 허흑 헉! 숨차 죽겄다!” 이미 그들 시야에서 구천이의 모습은 빠져 나가고 없었다. 허둥거렸으나 방향조차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제기럴!” / “허허, 기막힐 노릇이네. 세상에 축지법을 쓰지 않고서야, 날아갔지 걸어갔다 할 수 있나.” 땅바닥에 주질러앉아 가쁜 숨을 쉬며 돌이는 감탄해 마지않는다. “빌어묵을 자식, 니 땜에 놓?다! 따라옴서 내내 방정을 떨더마는.” / 혀를 두들기며 삼수는 화를 낸다. 1. 이 글의 중심 내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시오. 2. 이 글에서 ‘구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한 서술상의 특징을 서술하시오. 3. 이 글에서 배경을 제시한 방법과 그 효과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136쪽 ^[02.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저항 1. 오상원, ‘유예’ (작품 안으로) → 주제: 전쟁의 비극성 고발 특징: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전쟁이란 상황 속에서 한 인간이 경험한 일과 그 속에서 명멸하는 생각들을 의식의 흐름 수법에 따라 서술한 실존주의 소설이다. 전쟁의 비인간적인 면이 사실적이고 심도 있게 그려지고 있다. 의식의 흐름 수법을 사용하여 적의 포로가 되어 처형당하는 국군 소대장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허무한 것인가를 구체적인 대립이나 갈등이 없이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55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된 단편 소설이다. 전후 문학파에 속하는 작가는 전쟁에 휘말려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인간의 생명, 그로 인하여 파괴되는 개인적 삶에 관심을 집중시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썼다. 그는 전후 세대에 놓여 있던 회색 분위기와 그러한 분위기 속에 팽배했던 허무 의식을 그려 내는 데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인간 생명과 삶을 옹호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이 소설도 그러한 문학 정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가) ㉠^_몸을 웅크리고 가마니 속에 쓰러져 있었다._^ ㉮^_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_^ 손과 발이 돌덩어리처럼 차다. 허옇게 흙벽마다 서리가 앉은 깊은 움 속, 서너 길 높이에 통나무로 막은 문틈 사이로 차가이 하늘이 엿보인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로 짐작하여 그리 오래 된 것 같지는 않다. 누가 며칠 전까지 있었던 모양이군. 그놈이나 매한가지지 하고 사닥다리를 내려서자마자 조그만 구멍으로 다시 끌어올리며 서로 주고받던 그자들의 대화가 아직도 귀에 익다. 그놈이라고 불리운 사람이 바로 총살 직전에 내가 목격하고 필사적으로 놈들의 사수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던 그 사람이었을까 …. 만일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또 어떤 사람이었을까 …. 몸이 떨린다. 뼛속까지 얼음이 박힌 것 같다. (나) 소속 사단은? 학벌은? 고향은? 군인에 나온 동기는? 공산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미국에 대한 감정은? 그럼 …. 동무의 말은 하나도 이치에 당치 않소. 동무는 아직도 계급 의식이 그대로 남아 있소. 출신 계급을 탓하지는 않소. 오해하지 마시오. 그 근성이 나쁘다는 것뿐이오. ㉡^_다시 한 번 생각할 여유를 주겠소._^ 한 시간 후, 동무의 답변이 모든 것을 결정지을 거요. (다) 몽롱한 의식 속에 갓 지나간 대화가 오고 간다.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사박사박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 밑에 부서지던 눈, 그리고 따발총구를 등 뒤에 느끼며 앞장서 가는 인민군 병사를 따라 무너진 초가집 뒷담을 끼고 이 움 속 감방으로 오던 자신이 마음속에 삼삼히 아른거린다. 한 시간 후면 나는 그들에게 끌려 예정대로의 둑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대장은 말할 테지. 좋소. 뒤를 돌아다보지 말고 똑바로 걸어가시오. ㉢^_발자국마다 사박사박 눈 부서지는 소리가 날 것이다._^ / 아니, 어쩌면 놈들은 내 옷에 탐이 나서 홀랑 발가벗겨서 걷게 할지도 모른다. (찢어지기는 하였지만 아직 빛깔이 제 빛인 미전투복이니까 ….) 나는 발가벗은 채 추위에 살이 빨가니 얼어서 흰 둑길을 걸어간다. 수 발의 총성, 나는 그대로 털썩 눈 위에 쓰러진다. ㉯^_이윽고 붉은 피가 하이얀 눈을 호젓이 물들여 간다._^ 그 순간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대로 돌아들 간다. 발의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 안으로 들어들 갈 테지. 몇 분 후면 그들은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우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137쪽 (라)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에겐 모두가 평범한 일들이다. 나만이 피를 흘리며 흰 눈을 움켜쥔 채 신음하다 영원히 묵살되어 묻혀 갈 뿐이다. 전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추위 탓인가 …. ㉣^_퀴퀴한 냄새가 또 코에 스민다._^ 나만이 아니라 전에도 꼭 같이 이렇게 반복된 것이다. ㉰^_싸우다 끝내는 죽는 것, 그것뿐이다. 그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위한다는 것, 무엇을 얻기 위한다는 것, 그것도 아니다. 인간이 태어난 본연의 그대로 싸우다 죽는 것, 그것뿐이라고 생각하였다._^ 북으로 북으로 쏜살같이 진격은 계속되었다. 수차의 전투가 일어났다. 그가 인솔한 수색대는 적의 배후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자주 본대와의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하였다. 초조한 소대원의 얼굴은 무전사에게로만 쏠려 갔다. 후퇴다! 이미 길은 모두 적에 의하여 차단되었다. 적의 어느 편을 뚫고 남하할 것인가? 자주 소전투가 벌어졌다. ㉤^_한 명 두 명 쓰러지기 시작하였다._^ 될 수 있는 한 적과의 근접을 피하면서 산으로 타고 올랐다. 기아와 피로, 점점 낙오되고 줄어 가는 소대원, 첩첩이 쌓인 눈과 추위, 그리고 알 수 없는 방향을 더듬으며 온갖 자연의 악조건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연이어 계속되는 눈보라 속에 무릎까지 덮이는 눈 속을 헤매다 방향을 잃은 그들은 악전고투 끝에 산 밑을 더듬어 내려와서 가까운 그 어느 마을로 파고들어 갔다. 텅 빈 마을은 집집마다 스산히 흩어진 채 눈 속에 호젓이 파묻혀 있다. 적이 들어온 흔적도 지나간 흔적도 없다. 되었다. 소대원들은 뿔뿔이 헤어져서 먹을 것을 샅샅이 뒤졌다. 아무것도 없다. 겨우 얼어빠진 감자 한 자루뿐, 이빨에 서벅서벅 얼음이 마주치는 감자 알맹이를 씹었다. 모두 기운이 지쳐 쓰러졌다. 일시에 피곤과 허기가 납덩어리처럼 내린다. 발가락마다 얼음이 박혔다. 눈보라는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밤이 다가왔다. 산 속의 밤은 급히 내린다. 선임 하사만이 피로를 씹어 가며 문설주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내용 구조도 인간 붉은 피, 주인공의 죽음 자연 흰 눈, 아름다운 자연 → 전쟁의 비극성 고발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주인공의 심리와 주제 의식: 아무것도 아니고 싸우다 죽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에서는 우리 인간의 생명이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하고 죽어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결국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에 몰아넣는지를 고발·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어휘 풀이 * 유예: 일을 진행하는 데 날짜와 시간을 미룸 * 사수: 대포나 총, 활 따위를 쏘는 사람 * 멋쩍다: 격에 어울리지 아니하다. 쑥스럽고 어색하다. * 무전사: 무선 전화를 이용하여 통신을 하는 병사. 통신병 * 문설주: 문짝을 끼워 달기 위하여 문의 양쪽에 세운 기둥 구절 풀이 * 그놈이라고 불리운 사람이~그 사람이었을까 ….: ‘나’는 적들에게 처형당하는 아군 병사를 구하기 위해 적의 사수를 향하여 총을 쏘다가 체포된 상태이다. * 공산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미국에 대한 감정은?: 적군이 주인공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주인공에게 이념적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공산주의를 긍정적으로, 미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질문이다. (진단 체크) 1. 이 글처럼 주인공의 의식 속에 흐르는 여러 가지 생각의 파편을 현재형으로 서술하는 서술 기법을 무엇이라고 하는지 쓰시오. 2. 실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일어난 것처럼 기술하고 있는 문단을 쓰시오. 3. 색채 대비를 통하여 전쟁의 비정함을 드러내고 있는 소재 두 가지를 쓰시오. (답) 1. 의식의 흐름 기법 2. (다) 3. 흰 눈, 붉은 피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2쪽 1. 구술 면접 시험에서 이 글에 대해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그 대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간 존재의 가치를 말살시키는 전쟁의 비극성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②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③ 자연의 공포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 준 작품입니다. ④ 민족 간의 적대적 대립 관계가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함을 보여 준 작품입니다. 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한 인간의 희생정신을 보여 준 작품입니다. 138쪽 2. 이 글의 ㉠~㉤을 사건이 일어난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 ㉮의 문맥적 의미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눈에 덮인 흰 둑길 위에서 잔인하게 처형될 것이다. ② 적의 사수를 향하여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③ 혹한과 적들의 고문에 몸뚱이가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④ 인민군 병사에게 붙잡혀 움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다. ⑤ 싸우다 끝내는 죽는 것,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서술형 4. '보기'의 도식을 바탕으로 하여, ㉯를 통해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보기' 붉은 피 인간의 생명 하얀 눈 인간의 생명에 대한 무관심 → 작가의 비판 의식 5. ㉰에서 ‘나’는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13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2쪽 문이 삐그덕거리며 열리고 급기야 어둠을 헤치고 흘러들어오는 광선을 타고 사닥다리가 내려올 것이다. 숨죽인 채 기다린다. 일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아무런 동정도 없다. 어쩐 일일까? … 몽롱한 의식의 착오 탓인가. 확실히 구둣발 소리다. 점점 가까워 오는 … 정확한 …. 그는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밝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들어온다. 사닥다리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며 재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 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잡아 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차가이 빛나고 있었다. 본부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 ㉠^_눈이 함빡 쌓인 흰 둑길이다. 오! 이 둑길 …. 몇 사람이나 이 둑길을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 선 언덕, 흰 눈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_^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닿는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하던 길이니 유감 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사수 준비! 총탄 재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 앞엔 흰 눈뿐, 아무것도 없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초 일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투른,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 선 언덕, 흰 눈이다. 연발하는 총성,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를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뒷허리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 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1. 이 글의 ‘그’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 과정을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2. 이 글은 사라져 가는 ‘그’의 의식 세계를 서술하여 인간 존재의 가치를 밝힌 실존주의 소설이다.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의 ‘흰 둑길’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서술하시오. 3. ‘아무것도 아니다.’를 반복하는 ‘그’의 내면 세계를 통해 작가가 얻고자 하는 효과는 무엇인지 주제의식과 관련하여 서술하시오. 140쪽 2. 최인훈, ‘광장’ (작품 안으로) → 주제: 분단의 현실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 특징: 민족 분단의 비극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 글에서, 작가는 사회적 삶의 공간인 ‘광장’과 개인의 내밀한 삶의 공간인 ‘밀실’을 대립시켜 분단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철학도로서의 밀실에서 벗어나 광장을 찾아 월북하지만 그곳에 자신이 원하는 광장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그 후 주인공은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밀실인 중립국으로 향하는 길에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작가는 주인공의 자살을 통해 이념 선택의 한계를 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60년 <새벽>에 발표된 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쳐 장편으로 개작된 작품이며, 본격적으로 분단의 문제에 접근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이 남과 북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은, 6·25 전쟁 이후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피폐해진 당시의 사회상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남한의 철학과 3학년 학생인 이명준은 이북에 계신 아버지의 정치 활동을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난을 당한다. 민족의 비극을 절감하면서 윤애의 사랑도 저버리고 월북한다. 하지만, 북한에도 진정한 광장은 없었고, 오직 퇴색한 구호와 기계주의적인 관료 제도가 판을 치고 있을 뿐이다. 마침내 이명준은 자기가 기댈 마지막 지점을 공산당원 발레리나인 은혜와의 사랑에서 발견한다. 하지만, 간호사로 전쟁에 나갔던 은혜의 죽음으로 그 사랑도 끝나고 이명준은 포로가 된다. 남한과 북한을 모두 거부하고 중립국을 선택한 후에 중립국인 제3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이명준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테이블로 가서 해도를 들여다본다. 이 배가 밟아 온 자국이 연필로 그려져 있다. 선장이 하는 것처럼 컴퍼스를 손가락으로 꼬나잡고, 해도 위를 재 보는 시늉을 한다. 한참 장난을 하다가 컴퍼스를 던져 버린다. ㉠^_그때 여태까지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안다._^ 아까, 침대에서 손에 잡힌 대로 들고 온 것이다. 의자에 걸터앉아서 부채를 쭉 편다. ㉡^_바다가 있고, 갈매기가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_^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다. 머릿속으로 허허한 벌판이 끝없이 열리며, 희미한 모습이 해돋이처럼 차츰 떠올라 온다. … 펼쳐진 부채가 있다. 부채의 끝 넓은 테두리 쪽을, 철학과 학생 이명준이 걸어간다. 가을이다. 겨드랑이에 낀 대학 신문을 꺼내 들여다본다. 약간 자랑스러운 듯이. 여자를 깔보지는 않아도,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 책을 모으고, 미라를 구경하러 다니다.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 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알고 있다. 다음에, 부채의 안쪽 좀더 좁은 너비에, 바다가 보이는 분지가 있다. 거기서 보면 갈매기가 날고 있다. 윤애에게 말하고 있다. 윤애 날 믿어 줘. 알몸으로 날 믿어 줘. 고기 썩는 냄새가 역한 배 안에서 물결에 흔들리다가 깜빡 잠든 사이에,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 자신이 있다. 조선인 콜호스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 구겨진 바바리코트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하고 은혜가 기다리는 하숙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 도어에 뒤통수를 부딪치면서 악마도 되지 못한 자기를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삶의 터는 부채꼴, 넓은 데서 점점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은혜와 둘이 안고 뒹굴던 동굴이 그 부채꼴 위에 있다.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어디선가 그런 소리도 들렸다. ㉮^_그는 지금, 부채의 사북 자리에 서 있다._^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 모르는 나라, 아무도 자기를 알 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 전혀 새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141쪽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골라잡다니! 모든 일이 잘 될 터이었다. 다만 한 가지만 없었다면. 그는 두 마리 새들을 방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_무덤 속에서 몸을 푼 한 여자의 용기를, 방금 태어난 아기를 한 팔로 보듬고 다른 팔로 무덤을 깨뜨리고 하늘 높이 치솟는 여자를, 그리고 마침내 그를 찾아 내고야 만 그들의 사랑을._^ ㉣^_돌아서서 마스트를 올려다본다._^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친 그는 지금 핑그르르 뒤로 돌아선다.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_푸른 광장_^이 거기 있다.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무엇에 씌었던 게 틀림없다. 큰 새 작은 새는 좋아서 미칠 듯이, 물 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그렇다고 한다. ㉤^_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본다._^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벌판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언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올린 일이, 그리고 딸을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_거울_^ 속에 비친 남자는 활짝 웃고 있다. 밤중. / 선장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른 손목에 찬 야광 시계를 보았다. 마카오에 닿자면 아직 일렀다. “무슨 일이야?” “석방자가 한 사람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 “응?” “지금 같은 방에 있는 사람이 신고해 와서, 인원을 파악해 봤습니다만, 배 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선장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물었다. “누구야, 없다는 게?” / “미스터 리 말입니다.” 내용 구조도 남북의 분단--이념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삶 → 현실의 도피 → 중립국--이념이 배제된 공간 → 과거 회상 → 바다 위를 자유롭게 나는 큰 새와 작은 새 → 자발적 선택 → 바다--자유와 사랑이 실현되는 공간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단어의 상징적 의미 밀실: 개인의 내밀한 공간, 사회와의 의사소통이 차단된 공간 광장: 사회적인 공간, 사회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 부채: 주인광의 삶 사북자리: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새: 은혜와 딸, 사랑과 자유의 표상 바다: 은혜와 딸이 갈매기가 되어 살고 있는 공간,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 실현되는 공간,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 어휘 풀이 * 분지: 산이나 높은 대지로 둘러싸인 평평한 땅 * 콜호스(kolkhoz): 구 소련의 집단 농장 * 사북: 쥘부채의 살이나 가위 다리의 교차된 곳에 박는 못과 같은 물건. ‘가장 요긴한 부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 마스트(mast): 돛대 구절 풀이 * 자기가 무엇에~씌었던 게 틀림없다.: 지금까지 따라오던 갈매기가 자신을 감시하거나 뒤쫓는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긍정적인 존재인 은혜와 딸을 상징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 석방자가 한 사람~미스터 리 말입니다: 이명준이 타고 있던 배에서 한 사람이 사라졌음을 선장에게 보고하는 내용인데, 그 사라진 사람이 이명준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명준이 바다에 투신하여 자살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진단 체크) 1. ‘이명준’이 삶의 궤적을 회상하게 만드는 소재를 쓰시오. 2. ‘이명준’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간은 어디인지 쓰시오. 3. ‘이명준’이 사랑한 ‘은혜’와 ‘딸’의 분신으로 등장하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답) 1. 부채 2. 바다 3. 큰 새와 작은 새 실려 다지기 정답과 해설 43쪽 1. 이 글의 ‘이명준’에 대한 평가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실의 억압적 상황에 순응하는 나약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군. ②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해 희생당하는 불행한 인물이라 할 수 있군. ③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관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군. ④ 새로운 이상향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진취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군. 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적 인물이라 할 수 있군. 142쪽 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인물이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② ㉡: 이어질 내용에서 그림의 소재가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됨을 미리 알려 준다. ③ ㉢: 온갖 고난을 이기고 아기를 낳은 옛 애인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④ ㉣: 인물의 의식이 상념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⑤ ㉤: 경쾌하게 날고 있는 새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다. 3. '보기'의 설명 중, 이 글에 나타난 ^_거울_^의 기능에 해당하는 것은? ① 성숙한 내면을 비추는 기능 ② 자아 도취와 향수를 비추는 기능 ③ 자아의 우울한 내면 의식을 드러내는 기능 ④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게 만드는 도구의 기능 ⑤ 현상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의 만남과 단절의 매개체로 기능 서술형 4. ㉮에 제시되어 있는 공간의 상징성에 대해서 간략하게 쓰시오. 5. '보기'를 참고로 할 때, ㉯가 상징하는 바를 간략하게 쓰시오. '보기' 이 작품에서 ‘광장’과 ‘밀실’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밀실’이 개인의 공간으로서 자유를 의미한다면, ‘광장’은 공공의 공간으로서 평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이 ‘밀실’을 추구한다면 북한은 ‘광장’을 추구한다. 이명준은 경험한 바에 의해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라고 보았다. 광장이 존재하면서 밀실이 존중되는 사회를 원했지만 남과 북 어디에서도 그러한 사회를 발견하지 못한 이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립국에서도 이러한 세상을 찾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 도중에 삶을 포기하게 된다. 14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3쪽 아까부터 그는 설득자들에게 간단한 한 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서울이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중립국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나라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외국에 가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조국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대한민국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 / “중립국.”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 사람이, 타향 만리 이국 땅에 가겠다고 나서니, 동족으로서 어찌 한 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곳에 남한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조국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 / “중립국.” “당신은 고등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조국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 “중립국.”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조국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 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남한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 “중립국.”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A]^_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_^ 1. 이 글에서 전개되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2. [A]는 심경과 괴리된 ‘명준’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의 묘사에서 작가가 의도한 것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144쪽 3.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작품 안으로) → 주제: 도시 빈민이 겪는 삶의 고통과 좌절 특징: 전체 12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연작 소설로, 전혀 낙원도 아니고 행복도 없는 ‘낙원구 행복동’의 소외 계층을 다루었다. 작가는 행복동에 사는 난쟁이 일가의 삶을 통해 화려한 재개발과 산업화 뒤에 가려진 소외 계층의 아픔을 그리려 하였다. (작품 밖으로) ←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몰락해 가는 도시 빈민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투기를 일삼는 부도덕한 부유층과 최저 생활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빈민층의 삶을 대립적으로 그리고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아버지(난쟁이)와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가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더니 철거가 시작된다. 그들은 아파트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비가 없기 때문에 입주권의 가격이 올라서 팔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그러나 난쟁이 가족은 투기업자들의 농간에 속아 싼 가격에 입주권을 팔게 되고, 영희는 자신의 입주권을 산 투기업자를 따라간다. 영희는 그 투기업자와 함께 살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입주권과 돈을 되찾아온다. 나는 주택공사 건물을 등지고 나왔다. 거리에 쓰러지지 않고 신애 아주머니네 집까지 갔다. 아주머니네 집 초인종을 누르고 우리 동네를 보았다. 우리 집이, 이웃 집들이, 온 동네의 집들이 보이지 않았다. 방죽도 없어지고, 벽돌 공장의 굴뚝도 없어지고, 언덕길도 없어졌다. 난쟁이와 난쟁이의 부인, 난쟁이의 두 아들, 그리고 난쟁이의 딸이 살아간 흔적은 거기에 없었다. 넓은 공터만 있었다. 신애 아주머니가 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나와 나의 몸을 부축해 안았다.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신애 아주머니는 전에도 다친 아버지를 이렇게 부축해 안아 일으켰었다.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딸이 나를 방으로 안아다 눕혔다. 딸이 물수건을 해 오고, 아주머니는 나의 옷을 풀어 헤쳤다. 아주머니는 어머니처럼 나에게 해 주었다.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손과 발을 닦아 주고, 푹신한 이불을 내려 덮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내가 말했다. / 나는 겨우 눈을 떴다. “자,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아주머니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오마. 오늘은 아무 얘기도 하지 말자.”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잠을 못 잤을 뿐예요. 잠이 와서 그래요.” “그럼 잠을 자라. 한잠 푹 자.” “빼앗겼던 걸 찾아왔어요.” / “잘 했다!” “수속까지 끝냈어요.” / “잘 했어.” “이사 간 델 아시죠?” / “암, 알잖구.” “사무장님을 만났어요.” / 잠이 들 듯 말 듯한 상태에서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가 다 말씀해 주실 거라고 했어요.” “다른 말은 없었지?” / “무슨 일이 있었어요?” 144쪽 “한잠 자라. 자구 나서 우리 얘기하자.” “말씀을 듣기 전엔 못 잘 것 같아요.” 내가 다시 눈을 떴다. 아주머니의 딸이 마루로 나갔다. 이내 대문 소리가 들렸다. 병원으로 의사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네가 집을 나가구 식구들이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이 방 창문에서도 보이지. 어머니가 헐린 집터에서 서 계셨었다. 너는 둘째치구 이번엔 아버지가 어딜 가셨는지 모르게 됐었단다. 성남으로 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안 계셨어. 길게 얘길 해 뭘 하겠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벽돌 공장 굴뚝을 허무는 날 알았단다. 굴뚝 속으로 떨어져 돌아가신 아버지를 철거반 사람들이 발견했어.” 그런데--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다친 벌레처럼 모로 누워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_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쳤다. 헐린 집 앞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_^ 아버지는 키가 작았다. 어머니가 다친 아버지를 업고 골목을 돌아 들어왔다. 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내가 큰 소리로 오빠들을 불렀다. 오빠들이 뛰어나왔다. 우리들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까만 쇠공이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날아갔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 위에 서서 손을 들어 보였다. 어머니가 조각마루 끝에 밥상을 올려놓았다. 의사가 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가 나의 손을 잡았다. 아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느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울지 마, 영희야.” 큰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 나?” / “그치라니까.” ㉡^_“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_^ “그래, 죽여 버릴게.” / “꼭 죽여.” “그래, 꼭.” / “꼭.” 내용 구조도 낙원구 행복동(철거 → 난쟁이의 죽음 → 영희의 분노) → 소외 계층의 고통과 좌절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전체의 구성: 전체 12편의 에피소드로 엮은 이 소설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의 서술자는 영수이고, 2부의 서술자는 영호이고, 3부의 서술자는 영희이다. --1부: 난쟁이 가족이 철거 계고장을 받는다. 가족 5명의 생활이 시간적으로 교차되면서 중첩적으로 묘사된다. --2부: 투기업자가 난쟁이 가족의 입주권을 사 가고 집은 철거된다. 영희가 투기업자를 따라서 집을 나간다. --3부: 영희가 투기업자로부터 입주권과 돈을 되찾아 돌아오지만 집은 철거되고 아버지는 자살한 후이다. 어휘 풀이 * 방죽: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 수속: 어떤 일을 수행하거나 처리하기 전에 거쳐야 할 과정이나 단계 * 조각마루: 한두 조각의 널로 좁게 짠 마루 구절 풀이 * “빼앗겼던 걸~수속까지 끝냈어요.”: 영희가 투기업자를 따라가서 그에게 약을 먹여 금고 속에 들어 있는 아파트 입주권과 돈을 가지고 와서 아파트 입주에 관한 수속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 *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 위에 서서 손을 들어 보였다.: 실제로 영희가 목격한 사실이 아니고 일종의 환시이다. 아버지가 죽는 순간을 상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달나라라는 이상 세계로 가고 싶은 욕망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 체크) 1. ‘나’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나’의 집은 어떻게 되었는지 쓰시오. 2. ‘나’가 환영을 보고 있는 부분을 찾아 처음과 마지막의 두 어절씩을 쓰시오. 3. 이 글은 누구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는지 쓰시오. (답) 1. 철거되었음 2. 헐린 집, 들어 보였다. 3. 영희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4쪽 1. 이 글의 ‘나’가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로 적절한 것은? ① 소미: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고 있군. ② 지훈: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군. ③ 가영: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도피할 생각만 하고 있군. ④ 혁주: 불합리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합법적인 노력을 기울였군. ⑤ 나래: 다른 사람이 입을 피해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있군. 146쪽 2. 다음 중, 시적 상황이 이 글의 ‘나’가 처한 상황과 유사한 것은? 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②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김광균, ‘은수저’ ③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서정주, ‘귀촉도’ ④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3. 이 글을 영화로 제작할 경우, ㉠에 사용될 수 있는 영화 촬영 기법은? ① 화면을 점점 어둡게 하는 기법인 페이드아웃(F.O.)을 사용한다. ②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크게 확대하여 보여 주는 기법인 클로즈업(C.U.)을 사용한다. ③ 카메라의 위치를 고정시켜 놓고 좌우로 움직여 촬영하는 기법인 팬(Pan.)을 사용한다. ④ 하나하나 찍은 여러 장면을 적당히 맞추어서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 기법인 몽타주를 사용한다. ⑤ 한 화면 끝에 다음 화면의 시작을 합치면서 부드럽게 화면을 바꾸는 기법인 오버랩(O.L.)을 사용한다. 서술형 4. 이 글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5. 이 글이 1970년대의 사회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라고 했을 때, ㉡에서 ‘나’는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14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4쪽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예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와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통장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방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부엌 바닥을 한 번 치고 가슴을 한 번 쳤다. 나는 동사무소로 갔다. ㉠^_행복동_^ 주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자기의 의견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 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바깥 게시판에 적혀 있는 공고문을 읽었다. 거기에는 아파트 입주 절차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경우 탈 수 있는 이주 보조금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동사무소 주위는 시장 바닥과 같았다. 주민들과 아파트 거간꾼들이 한데 뒤엉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했다. 나는 거기서 아버지와 두 동생을 만났다. 아버지는 도장포 앞에 앉아 있었다. 영호는 내가 방금 물러선 게시판 앞으로 갔다. 영희는 골목 입구에 세워 놓은 검정색 승용차 옆에 서 있었다. 아침 일찍 일들을 찾아 나섰다가 철거 계고장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돌아온 것이었다. 누군들 이런 날 일을 할 수 있을까. 1.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난쟁이’가 상징하는 바를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2. 이 글에서 대조적인 처지의 두 집단을 찾아 쓰고, 두 집단이 현실에서 무엇을 상징하는지 서술하시오. 3. 이 글의 내용으로 보아, ㉠에 사용된 표현 방법과 그 효과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148쪽 4. 전상국, ‘우상의 눈물’ (작품 안으로) → 주제: 권력에 의한 폭력의 고발 특징: 야만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 학생 최기표가 성적 좋고 통솔력 있는 반장 임형우와 학생들을 장악하려는 담임 교사의 치밀하고 지능적인 폭력에 의해 길들여지고 몰락하는 과정을 그려 당시의 지배 권력을 풍자하였다. (작품 밖으로) ← 1980년 <세계문학>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당시는 전두환 정권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폭력배와 사회 풍토 문란 사범들을 삼청 교육대로 밀어넣고 철권을 휘두르던 때이다. 이 소설은 삼청 교육대로 끌려간 폭력배보다 멋대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이 더 악질적이고 무서운 폭력이라는 논리로 당시 정권을 비판하였다. [앞부분의 줄거리] 새 학년이 시작된 고등학교 2학년 학급. 담임은 자율이란 말로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고, 최기표를 중심으로 한 재수파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장악하려 한다. 의욕에 찬 담임은 반장 임형우와 함께 최기표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형우는 시험 시간에 기표에게 커닝 쪽지를 돌리려 했다가 그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어 그에게 린치를 당한다. 형우는 가해자인 기표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음으로써 의리의 영웅이 되고, 피를 판 돈을 기표에게 바치던 재수파가 그에게 용서를 빈다. 얼마 후 형우는 담임과 함께 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재수파의 행동을 미화하기 시작한다. (가) 그런데 놀라운 일은 형우의 혀였다. 나한테 얘기를 들려줄 때의 그런 적대감을 씻은 듯 감추고 ㉠^_오직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써 우리의 친구 기표를 미화하는 일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_^ 기표 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정경이며 기표 어머니의 심장병, 그러한 부모들을 위해서 버스 안내원을 하던 기표 여동생의 눈물겨운 얘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표네 식구들의 배고픔이 눈에 보이듯 열거되었다. 그런 가난 속에서도 가난을 결코 겉에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학교에 나온 기표의 의지가 또한 높게 치하되었다. 더구나 그런 가난 속에서 유급을 했기 때문에 1년 간의 학비를 더 마련해야 했던 그 고통스러운 얘기도 우리 가슴에 뭉클 뭔가 던져 주었다. (나) 형우는 기표네 가정 사정을 낱낱이 얘기함으로써 이제까지 우리들에게 신화적 존재로 군림해 온 기표의 허상을 빈곤이라는 그 역겨운 것의 한 자락에 붙들어 맨 다음 벌거벗기려 하는 것 같았다. 기표는 판잣집 그 냄새나는 어둑한 방에서 라면 가락을 허겁지겁 건져 먹는 한 마리 동정받아 마땅한 벌레로 변신되어 나타났다. “한 가지 또 알려 줄 게 있습니다. 그것은 어려운 처지의 친구를 위해서 이제까지 남이 모르게 도와준 우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표의 가까운 친구들입니다. 이제까지 우리들이 재수파라고 불러 온 아이들입니다. 우리들이 무시해 온 그들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우정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매달 용돈을 저축하고 또는 방학 때 공사장에 나가 일을 해서 받는 돈으로 기표를 도와온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매달 자신의 귀한 피를 뽑아 그 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 달에 피를 세 번이나 뽑았기 때문에 빈혈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_사회에서 구원받지 못한 가난을 우정으로써 구원하려 한 그들이야말로 훌륭한 정신의 소유자입니다.”_^ 모 일간지 편집부장을 지내는 학부형이 우리 반에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반장이 그 학부형을 만나러 갔다. 그 신문사 기자가 학교에도 여러 번 다녀갔다. 며칠 뒤 신문 미담난에 우리반 얘기가 크게 다뤄졌다. 149쪽 박스 기사였다. 기표의 갸륵한 효성에서부터 재수파들의 우정 어린 피뽑기와 급우들로부터 시작된 친구 돕기 운동이 전교적으로 파급되어 이룩한 성과가 자세하게 났다. 기표의 여동생 얘기도 끼여 있어 그 기사를 읽은 우리들의 콧등이 새삼 찡했다. 기사 맨 위에 담임 선생과 반장, 그리고 기표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교장 선생님 지시에 의해 그 기사는 각 교실 후편 게시판에 붙이게 돼 있었다. 그 신문 기사가 나가고부터 월요 조회 때마다 교장 선생님은 사회 각계에서 보내 오는 성금과 위문 편지를 최기표에게 전달했다. 담임 선생님도 종례 때면 기표에게 편지 여러 장을 건네며, “거기 여학생 편지도 많이 있으니까 혼자 몰래 보라구.” 아이들이 와하하 웃었다. 기표가 얼굴을 벌겋게 달구며 편지 다발을 책상 속에 넣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_실로 화기애애한 반이 되었던 것이다._^ (라) “기표 얘기가 영화로 된다며?” “그렇대. 재수파들을 중심으로 한 얘긴데 TV에 나오는 제3교실 같은 거겠지.” 어디서 나온 얘긴지 기표의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제 아이들은 아무도 기표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형이라고 호칭하는 아이도 드물었다. 아무나 곁에 가서 말을 걸 수가 있었고 때로는 어깨도 쳤다. 그것은 기표가 아주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도 수줍어하는 그 아이는 그렇게 당당하던 체구마저도 왜소하게 짜부라진 채 우리가 보통 사진을 찍을 적에 ㉣^_‘치이즈’ 하고 웃는 그런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_^ (마) “아이구, 우리 기표 친구들이구만, 시상에 이렇게 고마운 친구들이 어디 있겠누. 그런데이눔에 자슥이 ….” 그네는 몸을 일으켜 우리에게 굽실거리며 때 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냈다. 그네는 우리의 손을 더듬어 쥐고 싶어했다. “자, 이제 고만 돌아가십시오. 애들하고 의논해서 찾아보겠습니다.” 담임 선생은 기표 어머니를 내쫓듯 교무실에서 밀고 나갔다. 그네는 교무실을 나가며 자꾸 아쉬운 듯 우리들 얼굴을 돌아다보았다. 그네를 배웅하고 돌아온 담임이 의자에 소리나게 주저앉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 망할 새끼가 끝까지 말썽이란 말이야.” 그는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투덜거렸다. “내일 천일 영화사 사람들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잖냐? 그런데 이 망할 새끼가 ….” 그는 서랍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우리들 앞에 내던졌다. 기표가 바로 밑의 여동생한테 보낸 편지였다. 편지 맨 앞줄에 이렇게 씌어 있었다. ㉤^_--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_^ 내용 구조도 담임과 형우 정신적·지능적 폭력 기표와 재수파 물리적·원초적 폭력 → 보이지 않는 폭력에 의한 사회적 통제에 대한 풍자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우상의 눈물’의 공통점 --두 작품에 나오는 교실 안의 풍경은 당시 사회의 축소판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 엄석대와 최기표는 당시 사회를 폭력으로 지배하던 독재자의 표상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담임 교사의 주도 아래 달라진 교실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독재자의 위치에서 쫓겨난다. --두 작품의 담임 교사는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논리를 내세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학생들을 장악한다. 어휘 풀이 * 식물인간: 호흡·순환·소화·배설 등의 기능은 유지되나, 사고·운동·지각 등 대뇌 기능이 상실되어 의식 불명인 채 살아 있는 사람 * 정경: 사람이 처해 있는 모습이나 형편 * 치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칭찬하거나 축하하는 뜻을 나타냄 * 군림: 어떤 분야에서 절대적인 세력을 가지고 남을 압도하는 일 * 미담: 남을 감동시킬 만큼 갸륵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 * 파다하다: 매우 많다. * 왜소하다: 키가 작고 몸이 작다. 구절 풀이 * 실로 화기애애한 반이 되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반이 되었다는 의미로,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반어적인 표현이다. 기표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 “이 망할 새끼가 끝까지 말썽이란 말이야.”: 기표에 대한 담임 선생의 속마음을 드러낸 말이다. 담임 선생이 기표를 위해서 이러한 일을 꾸미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표가 자신들의 계획대로 따라오지 않자 그를 맹렬하게 비난한 것이다. (진단 체크) 1. 독재자로 군림하던 ‘기표’를 평범한 학생으로 추락시킨 두 인물이 누구인지 쓰시오. 2.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한 ‘기표’를 비유한 2음절의 단어를 찾아 쓰시오. 3. 사람들의 달라진 태도에 대한 ‘기표’의 심리를 직접 드러낸 문장을 찾아 쓰시오. (답) 1. 담임 선생과 형우 2. 벌레 3.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150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5쪽 1. 이 작품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서술자가 자신이 관찰한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를 전달해 주고 있다. ② 서술자가 인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가 인물을 직접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③ 서술자가 독백 형식으로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대해 내면적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서술자가 인물들의 행동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인물들 간의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⑤ 작품 속의 서술자가 등장인물의 성격을 꼼꼼하게 알려 주어 다음에 벌어질 사건을 예측 가능하게 해 준다. 2. (다)의 급우들이 ‘신문 미담난’에 실릴 기사를 토의한다고 했을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지민: 제목은 ‘피를 뽑아서 어려운 친구를 도운 우정’이라고 했으면 좋겠어. ② 수영: 그리고 기표가 가난한 환경에서도 효성이 지극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루자. ③ 재석: 그 사진 아래에 재수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을 싣는 것도 괜찮겠다. ④ 동연: 기표 사진도 실어야겠지? 우리를 대표해서 담임 선생님과 반장이 함께 찍는 걸로 하자. ⑤ 유미: 병든 부모님 대신에 돈을 벌어서 생활비에 보탠 여동생의 이야기도 다루었으면 좋겠어. 3. ㉠~㉤ 중, '보기'에서 설명한 ‘에이론’의 시점과 가장 유사한 것은? '보기' 고대 희극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두 가지 타입의 인물에 각각 에이론과 알라존이란 이름을 부여하여 주인공으로 채택했다. 보통의 경우 에이론은 약자이며 겸손함과 현명함을 갖춘 인물이고, 알라존은 강자이며 자만과 우둔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다. 이 양자의 대결에서 관객의 예상을 뒤엎고 약자인 에이론이 강자인 알라존을 물리쳐 승리한다. 아이러니의 작품에서 우리는 두 개의 퍼소나, 그러니까 두 개의 시점을 찾아내야 한다. 에이론의 시점과 알라존의 시점이 그것이다. 원칙적으로 알라존은 표면에 나타나고 에이론은 뒤에 숨어 있다. 표면에 나타난 퍼소나, 즉 알라존은 작가가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사상과 시점을 가진 목소리를 내고, 에이론은 비록 숨어 있고 약한 목소리를 내지만 작가가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상과 시점을 가진 목소리를 낸다고 할 수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이 글에서 ‘담임 선생’이 ‘기표’를 미화하는 일에 열을 올린 표면적 이유와 이면적 이유를 서술하시오. 5. 이 글에 나타난 교실의 풍경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했을 때, ‘담임 선생’과 ‘형우’는 무엇을 표상하며, ‘기표’와 ‘재수파’는 무엇을 표상하는지 서술하시오. 15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5쪽 [A]^_“그래, 다른 애들이 너한테 사과를 했다고 해서 재수파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일 거야.” “물론 겉으로야 그대로 남아 있겠지. 그러나 그들은 이미 이빨 뺀 뱀이나 다름없어. 걔들이 모두 나한테 말했다. 기표는 악마라고. 자기들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흡혈귀라고.” 형우와 갈라서야 하는 길목에 와 있었다. 나는 형우네 집 쪽으로 따라가며 물었다. “너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냐?” / 형우가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기표는 다 아는 것처럼 가난한 집 애다. 거기다가 그 부모가 다 병들어 누워 있다. 시집 간 기표 누나가 대 주는 돈으로 겨우겨우 먹고 산단다. 기표 동생이 셋이나 있다. 기표 바로 밑의 동생이 버스 안내원을 해서 생활비를 보탰는데, 요즘 무슨 일로 해서 그것도 그만두었다. 아무튼 생활이 말두 아니란 거야. 재수파들이 매달 얼마씩 모아 생활비를 보태 줬다는 거야. 집에서 돈을 뜯어 낼 수 없는 애들은 혈액 은행에 가 피를 뽑아 그 돈을 내놓았다는 거다.” “그렇게 해 달라고 기표가 강요한 건 아닐 텐데.” / “마찬가지다. 재수파들은 기표가 무서웠다는 거야.” “지금도 무서워하고 있는걸.” / “그렇지 않아.”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혈색이 더 좋아진 형우가 자신 있게 말했다._^ “이제 아무도 기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될 거다.” 형우가 손을 흔들고 자기 집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유능한 반장이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_씁쓸한 느낌이 가슴을 스쳤다._^ [B]^_담임의 예언대로 기표는 결석을 하지 않았다. 형우와 기표 사이에도 이렇다 할 마찰이 없이 여름 방학이 지났다. 교실에서 도시락이 없어지는 일도 드물었다. 물론 재수파들이 기표를 찾아 교실에 들락거리는 횟수는 잦았지만 아이들은 그닥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었다. 기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이 가끔 기표에게 학급 사무를 맡기는 게 눈에 띄었다. 기표가 별 표정 없이 그런 일을 맡아 했다._^ 그날도 기표는 담임 선생의 지시에 의해 체육부실에 내려가 우리 반 아이들의 체력 검사 통계를 내고 있었다. 그럴 시각 담임 선생이 말했다. “66명이 탄 우리 배는 순풍을 맞아 참으로 순탄한 항해를 하고 있다. 다 여러분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알려 줄 게 있다. 여러분의 한 친구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 자세한 얘기는 반장이 해 줄 것이다. 다만, 담임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 사람을 돕는 일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 담임 선생님이 교단에서 내려서고 그 대신 반장 임형우가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단 위에 섰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처럼 지금 우리 친구 하나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그 친구를 구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두를 잡은 형우는 언젠가 하굣길에서 내게 들려준 기표네 가정 형편을 반 아이들한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 [A]의 대화로 보아, ‘형우’가 ‘기표’의 가정 형편을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의도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2. 위의 문제와 관련하여 [B]에 나타난 ‘기표’의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술하시오. 3. 이 글의 ‘나’가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했을 때, ㉠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152쪽 ^[03. 농민의 비극적 삶과 저항 의지 1. 최서해, ‘홍염’ (작품 안으로) → 주제: 일제 강점기 유랑 농민의 비극적 삶과 극단적 저항 특징: 이 작품은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중국인 ‘인가’와 조선인 소작농 ‘문 서방’ 일가의 대립 구도를 긴장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자본가와 무산자라는 이분법적 대립 관계를 선과 악의 관계로 대치시켜, 당대 사회의 모순 구조를 극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27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이 작품은 일제의 가혹한 착취에 몰려 간도 지역으로 이주한 유랑 농민의 비극적 삶과, 여기에서 비롯된 저항 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궁핍을 소재로 했다는 점, 지주와 소작인의 계급적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 결말이 살인과 방화로 끝난다는 점에서 신경향파 문학의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경기도 소작농 문 서방은 가난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서 백두산 북편 서간도로 이주했으나, 그곳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중국인의 땅을 부치는 소작농이 되었다. 지주인 인가는 소작료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다가 문 서방이 이를 내지 못하게 되자, 문 서방의 딸 용례를 빼앗아 간다. 그 설움으로 병이 난 아내의 소원은 딸을 한 번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 서방은 그 중국인 인가에게 네 번이나 찾아갔지만 쫓겨난다. 결국, 문 서방의 아내는 화병으로 죽게 된다. 이튿날 밤, 문 서방은 세찬 회오리바람과 극심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가의 집 근처로 간다. 밤이 퍽 깊어서였다. 차디찬 별들이 총총한 하늘 아래, 우렁찬 바람에 휘날리는 눈발을 무릅쓰고 달리소 앞강 빙판을 건너서 달리소 언덕으로 올라가는 그림자가 있다. 모진 바람이 스치는 때마다 혹은 엎드리고 혹은 우뚝 서기도 하면서 바삐바삐 가던 그림자는 게딱지 같은 지팡살이집 근처에서부터 무엇을 꺼리는지 좌우를 슬몃슬몃 보면서 자취를 숨기고 걸음을 느리게 하여 저편으로 돌아가 인가의 집 높은 울타리 뒤로 돌아갔다. “으르릉 웡웡.”/ 하자 어느 구석에서인지 개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뒤이어 나와서 짖으면서 그 그림자를 쫓아간다. 그 개 소리는 처량한 바람 소리 속에 싸여 흘러서 건너편 산을 즈르릉즈르릉 울렸다. / “꽝! 꽝꽝!” 인가의 집에서는 개 짖음에 홍우재(마적)나 몰려오는가 믿었던지 헛총질을 너댓 방이나 하였다. 그 소리도 산천을 울렸다. 그 바람에 슬근슬근 가던 그림자는 휙 돌아서서 손에 들었던 보자기를 개 앞에 던졌다. 보자기는 터지면서 둥글둥글한 것이 우르르 쏟아졌다. 짖으면서 달려오던 개들은 짖기를 그치고 거기 모여들어서 서로 물고 뜯고 빼앗아 먹는다. 그러는 사이에 그림자는 인가의 울타리 뒤에 산같이 쌓아 놓은 보릿짚 더미에 가서 성냥을 쭉 긋더니 뒷산으로 올리닫는다. 처음에는 바람 속에서 판득판득하던 불이 삽시간에 그 산 같은 보릿짚 더미에 붙었다. “훠쓰(불이야)!”/ 하는 고함과 함께 사람의 소리는 요란하였다. 모진 바람에 하늘하늘 일어서는 불길은 어느새 보릿짚 더미를 살라 버리고 울타리를 살라 버리고 울타리 안에 있는 집에 옮았다. / “푸우 우루루루루 쏴아 ….” 동풍이 몹시 일면은 불기둥은 서편으로, 서풍이 몹시 부는 때면 불기둥은 동으로 쏠려서 모진 소리를 치고 검은 연기를 뿜다가도, 동서풍이 어울치면 축늉[화신]의 붉은 혓발은 하늘하늘 염염이 타올라서 차디찬 별--억만 년 변함이 없을 듯하던 별까지 녹아 내릴 것 같이 검은 153쪽 연기는 하늘을 덮고 붉은빛은 깜깜하던 골짜기에 차 흘러서 어둠을 기회로 모여들었던 온갖 요귀를 몰아 내는 것 같다. 불을 질러 놓고 뒷숲 속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그 그림자--딸과 아내를 잃은 문 서방은, / “하하하 ….” 시원스럽게 웃고 가슴을 만지면서 ㉠^_한 손으로 꽁무니에 찼던 도끼를 만져 보았다._^ 일동리 사람들과 인가의 집 일꾼들은 불붙는 데 모여들었으나 모두 어쩔 줄을 모르고 떠들고 덤비면서 달려가고 달려올 뿐이었다. / 그러는 사이에 울타리는 물론 울타리 속에 엉큼히 서 있던 큰 집 두 채도 반이나 타서 쓰러졌다. 이런 불 속으로부터 여러 사람이 오고 가는 밭 가운데로 튀어나가는 두 그림자가 있었다. 하나는 커다란 장정이요, 하나는 작은 여자이다. 뒷산 숲에서 이것을 본 문 서방은 그 두 그림자를 향하고 내리뛰었다. 그는 천방지방 내리뛰었다. ㉡^_독살이 잔뜩 올라서 불빛에 번쩍이는 그의 눈에는 이 두 그림자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_^ “으윽 끅.” ㉢^_문 서방이 여러 사람을 헤치고 두 그림자 앞에 가 섰을 때, 앞에 섰던 장정의 그림자는 땅에 거꾸러졌다._^ 그때는 벌써 문 서방의 손에 쥐었던 도끼가 장정 인가의 머리에 박혔다. 도끼를 놓은 문 서방의 품에는 어린 여자의 그림자가 안겼다. 용례가 …. 그 바람에 모여 섰던 사람들은 혹은 허둥지둥 뛰어 버리고 혹은 뒤로 자빠져서 부르르 떨었다. 용례도 거꾸러지는 것을 안았다. / “용례야! 놀라지 마라! 나다! 아버지다! 용례야!” 문 서방은 딸을 품에 안으니 이때까지 악만 찼던 가슴이 스르르 풀리면서 ㉣^_독살이 올랐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_^ 이렇게 슬픈 중에도 그의 마음은 기쁘고 시원하였다. 하늘과 땅을 주어도 그 기쁨을 바꿀 것 같지 않았다. 그 기쁨! 그 기쁨은 딸을 안은 기쁨만이 아니었다. 적다고 믿었던 자기의 힘이 ㉤철통 같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자기의 요구를 채울 때 사람은 무한한 기쁨과 충동을 받는다. ㉮^_불길_^은--그 붉은 불길은 의연히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것처럼 하늘하늘 올랐다. 내용 구조도 * 문 서방의 인생 역정과 자각 과정 간도 이주 새로운 삶의 욕망 → 빚이 늘어남, 딸을 빼앗김, 아내가 죽음 욕망의 좌절 → 인가 살해, 딸을 찾음 기쁨과 해방감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김동인의 ‘감자’와 최서해의 ‘홍염’: 이 두 작품은 모두 결말 부분이 살인으로 끝난다. ‘감자’는 주인공 복녀가 가난으로 인해 왕 서방에게 몸을 팔다가 왕 서방이 다른 여자를 얻어 결혼하게 되자, 왕 서방의 신방에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다가 죽임을 당하게 된다. ‘홍염’에서는 문 서방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중국인 지주 인가에게 분노를 느껴 그를 살해한다. 그러나 ‘감자’에는 개인 윤리의 타락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홍염’에서는 사회적 강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사회적 약자의 불행과 분노의 표출이라는 측면으로 나타난다. 어휘 풀이 * 인가: 문 서방의 사위가 된 중국인은 원래 은씨다. 원작에는 인씨로 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식 발음 표기에서 비롯된 듯 여겨진다. * 지팡살이집: 소작인들이 사는 집 * 어울치다: 어울려서 불어치다. * 철통: 쇠로 만든 통 구절 풀이 * 차디찬 별~녹아 내릴 것 같이: ‘차디찬 별’은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 혹은 지주 인가가 누리는 부와 권력을 의미한다. * 그 기쁨! 그 기쁨은~충동을 받는다.: 문 서방의 기쁨이 딸을 찾은 기쁨 이상의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 부분으로, 이는 편집자적 논평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농민들이 단호히 대항하면 억압적이고 부당한 삶을 벗어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진단 체크) 1. 이 글에서 ‘소작농이 사는 집’을 의미하는 단어를 찾아 쓰시오. 2. 이 글을 읽고, 주인공 ‘문 서방’이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사건을 2어절로 쓰시오. 3. 이 글의 전체 내용으로 보아, ‘문 서방’과 대립 관계에 있는 인물은 누구인지 쓰시오. (답) 1. 지팡살이집 2. 아내의 죽음 3. 인가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6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간도에 정착한 농민의 비참한 삶을 다루고 있다. ② 지주와 소작인의 계급적 갈등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③ 방화와 살인 등 극단적인 결말 처리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④ 궁핍한 처지에 몰린 농민의 분노와 저항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⑤ 지주의 착취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농민 계급이 연대 의식을 갖고 단합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154쪽 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인가를 살해하기 위해 가져온 도끼를 확인하는 행동 ② ㉡: 원한을 갚고자 하는 문 서방의 일념 ③ ㉢: 원한의 대상을 살해한 문 서방 ④ ㉣: 우발적 살인에 대한 자책감 ⑤ ㉤: 구조적 모순으로 가득 찬 부조리한 현실의 표상 3. '보기'의 관점에 따라 이 작품을 감상한 학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학생들의 감상 행위는 작품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작품의 미학적 특성을 체험하는 과정과 자신의 삶을 작품 속에 투사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 이를 바탕으로 삶의 진실을 모색해 가는 창조적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① 정민: 나는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는 ‘문 서방’의 모습 속에서 일제 강점기에 혹독한 시련을 헤쳐 나간 민중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어. ② 윤수: ‘문 서방’의 극단적 행위는 빚에 몰려 딸을 빼앗기고 아내마저 죽게 되면서 느낀 정서적 충격 때문인 것 같아. 나는 그가 처한 비극적 운명에 연민과 동정을 느꼈어. ③ 다빈: 이 글에는 ‘인가’로 대표되는 지주와 ‘문 서방’으로 대표되는 소작인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는데, 요즘에는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갈등보다 노사 간의 갈등이 사회적 쟁점인 것 같아. ④ 정우: ‘문 서방’은 방화와 살인으로 ‘인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는데, 그것은 당대의 민법 제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야. 법을 통해 적절하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군. ⑤ 은비: 지주의 가혹한 착취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항한 ‘문 서방’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에 무심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 서술형 4. ‘문 서방’이 부정적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서술하시오. 5. 이 글의 문맥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의 상징적 의미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15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6쪽 겨울은 이 가난한--백두산 서북편 서간도 한 귀퉁이에 있는 이 가난한 촌락 빼허[백하]에도 찾아들었다. 겨울이 찾아들면 조그만 강을 앞에 끼고 큰 산을 등진 빼허는 쓸쓸히 눈 속에 묻히어서 차디찬 좁은 하늘을 치어다보게 된다. 눈보라는 북국의 특색이다. 빼허의 겨울에도 그러한 특색이 있다. 이것이 빼허의 생령들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오늘도 눈보라가 친다. 북극의 얼음 세계나 거쳐 오는 듯한 차디찬 바람이 우 하고 몰려오는 때면 산봉우리와 엉성한 가지 끝에 쌓였던 눈들이 한꺼번에 휘날려서 이 좁은 산골은 뿌연 눈안개 속에 들게 된다. 어떤 때는 강골 바람에 빙판에 덮였던 눈이 산봉우리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교대적으로 산봉우리의 눈이 들로 내리고 빙판의 눈이 산봉우리로 올려달려서 서로 엇바뀌는 때면 그런대로 관계치 않으나, 하늬[천풍]와 강바람이 한꺼번에 불어서 강으로부터 올려닫는 눈과 봉우리로부터 내리닫는 눈이 서로 부딪치고 어우러지게 되면 눈보라와 바람 소리에 빼허의 좁은 골짜기는 터질 듯한 동요를 받는다. 등진 산과 앞으로 낀 강 사이에 게딱지처럼 끼어 있는 것이 이 빼허의 촌락이다. 통틀어서 다섯 호밖에 되지 않는 집이나마 밭을 따라서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모두 커다란 나무를 찍어다가 우물 정 자로 틀을 짜 지은 집인데, 여기 사람들은 이것을 ‘귀틀집’이라 한다. 지붕은 대개 조짚이요, 혹은 나무껍질로도 이었다. 그 꼴은 마치 우리 내지(간도서는 조선을 내지라 한다.)의 거름집[퇴비사]과 같다. 심하게 말하는 이는 도야지굴과 같다고 한다. 이것이 남부여대로 서간도 산골을 찾아들어서 사는 조선 사람의 집들이다. 빼허의 집들은 그러한 좋은 표본이다. 험악한 강산, 세찬 바람과 뿌연 눈보라 속에 게딱지처럼 붙어서 위태스럽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 모든 집에도 어느 때든--공도가 ㉠^_위대한 공도가 어그러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꼭 한때는 따뜻한 봄볕이 지나리라. 그러나 이렇게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우짖으면 그 어설궂은 집 속에 의지 없이 들어박힌 넋들은 자기네로도 알 수 없는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_^ 이렇게 몹시 춥고 두려운 날 아침에 문 서방은 집을 나섰다. 산산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뿌연 상투에 휘휘 거둬 감고 수건으로 이마를 질끈 동인 위에 까맣게 그을은 대팻밥 모자를 끈 달아 썼다. 부대처럼 툭툭한 토수래(베실을 삶아서 짠 것이다.) 바지저고리는 언제 입은 것인지 뚫어지고 흙투성이 되었는데, 바람에 무겁게 흩날린다. “문 서뱅이 발써 갔소?” 문 서방은 짚신에 들막을 단단히 하고 마당에 내려서려다가 부르는 소리에 머리를 돌렸다. 펄쩍 문을 열면서 때가 찌덕찌덕한 늙은 얼굴을 내미는 것은 한 관청(한관청: ‘관청’은 직함)이었다. “왜 그러시우?” 경기 말씨가 그저 남아 있는 문 서방은 한 발로 마당을 밟고 한 발로 흙마루를 밟은 채 한 관청을 보았다. “엑, 바름두! 저, 엑 흑 ….” / 한 관청은 몰아치는 바람이 아츠러운지 연방 흑흑 느끼면서, “저, 일절 욕을 마오! 그게 … 엑, 워쩐 바름이 이런구. 그게 되놈인데, 부모두 모르는 되놈[호인]인데 ….” 하는 양은 경험 있는 늙은 사람의 말을 깊이 들으라는 어조이다. “나는 또 무슨 말씀이라구! 아 그늠이 이번두 그러면 그저 둔단 말이요?” / 문 서방의 소리는 좀 분개하였다. 1. 이 글 전체의 내용으로 보아, 여기에 묘사된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의 기능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2. 이 글 전체의 내용으로 보아, ㉠에서 서술자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156쪽 2. 현진건, ‘고향’ (작품 안으로) → 주제: 일제의 수탈로 인한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 고발 특징: 극적인 사건 전개나 인물 간의 갈등 없이, ‘그’와 그가 고향에서 만난 ‘그녀’를 내세워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을 고발하면서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으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나’가 ‘그’의 삶에 대해 깊이 연민하는 설정을 통해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일제의 수탈로 황폐해진 농촌을 배경으로 당시의 상황을 철저히 파헤치고 있는 현진건의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조선의 얼굴>(1926)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들 가운데 유일하게 소설에서 ‘조선의 얼굴’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현진건의 작품 중에서도 당시 우리 민족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A]^_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 봄에(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 가는 운명이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그곳의 비옥한 전야도 그들을 위하여 열려질 리 없었다. 조금 좋은 땅은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를 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 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침거리 저녁거리 걱정이라 무슨 행세로 적어도 일 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 가며 거친 땅을 풀 수가 있으랴.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열아홉 살밖에 안 된 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 가는 중 사 년이 못 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그의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_^ “모친꺼정 돌아갔구마.” “돌아가실 때 ㉠^_흰 죽 한 모금_^ 못 자셨구마.” 하고 이야기하던 이는 문득 말을 뚝 끊는다. 그의 눈이 번들번들함은 눈물이 쏟아졌음이리라. 나는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몰랐다. 한동안 머뭇머뭇이 있다가 나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준 정종병 마개를 빼었다. 찻잔에 부어서 그도 마시고 나도 마셨다. 악착한 운명이 던져 준 깊은 슬픔을 술로 녹이려는 듯이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신 그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 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오래 머물기 싫었다.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품을 팔다가 일본으로 또 벌이를 찾아가게 되었다. 구주 탄광에 있어도 보고 대판 철공장에도 몸을 담아 보았다. 벌이는 조금 나았으나 외롭고 젊은 몸은 자연히 방탕해졌다. 돈을 모으려야 모을 수 없고 이따금 울화만 치받치기 때문에 한곳에 주접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도 나고 고국산천이 그립기도 하여서 훌쩍 뛰어나왔다가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보고 벌이를 구할 겸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 한다. (중략) 이윽고 나는 이런 말을 물었다. “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하나 만났구마, 단지 하나.” “친척 되시는 분이던가요.” “아니구마, 한 이웃에 살던 사람이구마.” 하고 그의 얼굴은 더욱 침울해진다. “여간 반갑지 않으셨겠지요?” 157쪽 “반갑다마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더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던 사람인데 ….”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말이 있던 여자구마.” “하아!” 나는 놀란 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이나 하구마.” 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 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었다. 그가 열네 살 적부터 그들 부모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비 되는 자가 이십 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처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이번에야 빈터만 남은 고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서 그 아내 될 뻔한 댁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녀는 어떤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궐녀는 이십 원 몸값을 십 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주인에게 빚이 육십 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몹쓸 병이 들고 나이 늙어져서 산송장이 되니까 주인 되는 자가 특별히 빚을 탕감해 주고 작년 가을에야 놓아 준 것이었다. 궐녀도 자기와 같이 십 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에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하루 해를 울어 보내고 읍내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십 년 동안에 한 마디 두 마디 배워 두었던 일본 말 덕택으로 그 일본 집에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요? 그 숱 많던 머리가 훌렁 다 벗어졌더마. 눈은 푹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굴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B]^_“서로 붙잡고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드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열 병 따라 뉘고 헤어졌구마.” 하고 가슴을 짜는 듯이 괴로운 한숨을 쉬더니만 그는 지낸 슬픔을 새록새록이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쳤음이더라. “이야기를 다 하면 무얼 하는 기오.”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내 또한 너무도 참혹한 사람살이를 듣기에 쓴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저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됫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_^ ㉮------- 내용 구조도 바깥이야기 기차 안에서 ‘나’가 ‘그’와 만남 안이야기 ‘그’의 인생 역정과 고향에서 만난 ‘그녀’의 비참한 삶 바깥이야기 ‘나’가 ‘그’와 함께 술을 마시며 연민함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1920년대의 현실: 일제 강점기 농촌 하층민의 경제적 빈곤은 힘들거나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화전민이 되거나 만주, 간도 등지로 이주하거나 도시로 나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것도 그들의 빈곤을 해결해주지 못했고 결국 아내나 딸의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까지 나타나게 된다. 어휘 풀이 * 주접: 한때 머물러 삶 * 유곽: 많은 창녀를 두고 매음 영업을 하는 집. 또는 그런 집이 모여 있는 곳 * 궐녀: 그녀 * 유산: ‘황산’의 옛말 무색무취의 끈끈한 불휘발성 액체. 강한 산성으로, 금과 백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속을 녹임 구절 풀이 * 그 신세도 내 신세만이나 하구마.: 그녀와 ‘그’의 지난 삶이 모두 비참했음을 의미 * 궐녀도 자기와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인생 역정을 알려주고 있는 부분으로 그녀의 삶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서 여성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 나 또한 너무도~쓴물이 났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공감과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진단 체크) 1. 이 작품에서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2. 이 작품의 시점은? (답) 1. 연민(동정) 2. 1인칭 관찰자 시점 158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7쪽 1.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로 옳은 것은? ① ‘그’는 부모를 잃은 뒤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방탕한 삶을 살았다. ② ‘그’는 고향에서 만난 ‘그녀’보다 두 살이 많았고 같은 마을에 살았다. ③ 고향에서 만난 여자는 지난날 유곽으로 팔려갔다는 헛소문에 시달렸다. ④ 고향에서 만난 ‘그녀’는 일본 사람의 빚을 갚고자 일본 우동집에 취업했다. ⑤ ‘그’는 고향에서 만난 ‘그녀’와 기차 안에서 정종을 마시며 과거를 회상했다. 2. [A]와 [B]를 대비하여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A]는 [B]보다 생동감이 떨어진다. ② [A]는 [B]보다 극적 효과를 지닌다. ③ [A]는 [B]에 비해 사건의 진행이 빠르다. ④ [A]는 [B]보다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가깝다. ⑤ [A]는 [B]와는 달리 사건을 요약적으로 제시한다. 3. 화자의 정서와 상황을 고려할 때, ㉠과 그 기능이 가장 유사한 것은? 우리집도 아니고 / 일가집도 아닌 집 /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①^_침상_^ 없는 최후의 밤은 /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②^_노령_^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 한 마디 남겨 주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 / 설룽한 ③^_니코리스크의 밤_^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 피지 못한 꿈의 ④^_꽃봉오리_^가 갈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이 아모 말없이 돌아간 뒤 이웃 ⑤^_늙은이_^ 손으로 / 눈빛 미명은 고요히 /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이용악,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서술형 4. '보기'는 ㉮에 삽입된 노래이다. 이 노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보기'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 공동묘지 가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 유곽으로 가고요-- 15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7쪽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 말로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꼬마데 오이데 데스카?” 하고 첫마디를 걸더니만 동경이 어떠니 대판이 어떠니 조선 사람은 고추를 끔찍이 많이 먹는다는 둥 일본 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처음에는 속이 뉘엿거린다는 둥 횡설수설 지껄이다가 일본 사람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짜르게 끊은 꼿꼿한 윗수염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깟댁깟댁하는 고개와 함께, “소오데수까.” 란 한마디로 코대답을 할 따름이요 잘 받아 주지 않으매 그는 또 중국인을 붙들고서 실랑이를 한다. “니쌍나올취--” “니씽섬마.” 하고 덤벼 보았으나 중국인 또한 그 기름 낀 뚜우한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띄울 뿐이요 별로 대꾸를 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무에라도 연해 웅얼거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짐승을 놀리는 요술쟁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제 재주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 주적대는 꼴이 어쭙지않고 밉살스러웠다. 1. 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그’의 지난 삶에 대해 근거를 들어 서술하시오. 2. 이 글의 서술자가 ‘그’를 대하는 태도와 '보기'의 화자가 ‘구름’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고 있는 유사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_구름_^이 무심하다는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높이 떠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구태여 밝은 햇빛을 왜 따라가며 가리는가 --이존오 160쪽 3. 김유정, ‘만무방’ (작품 안으로) → 주제: 일제 강점기 농민의 참담한 삶 특징: 이 작품은 두 형제의 삶을 통해 당대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다. 전과 4범의 형 응칠의 삶과 빚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벼를 훔쳐 먹게 되는 동생 응오의 삶을 통해 농민들이 만무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35년 <조선일보>에 발표된 것으로서, 작가는 두 형제의 삶을 통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만무방(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일제 강점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당대 사회에 내재한 구조적 모순을 저항이나 투쟁과 같은 경직된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한 상황을 해학과 풍자의 방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것은 김유정 문학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_응칠이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어느덧 달이 넘었다. 인제는 물릴 때도 되었고, 좀 떠보고자 생각은 간절하나 아우의 일로 말미암아 망설이는 중이었다._^ 그는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았다. 산으로 들로 해변으로 발부리 놓이는 곳이 즉 가는 곳이었다. ㉮^_그러다 저물면 그대로 쓰러진다. 남의 방앗간이고 헛간이고 혹은 강가, 시새장. 물론 수가 좋으면 괴때기 위에서 밤을 편히 잘 적도 있었다._^ 이렇게 하여 강원도 어수룩한 산골로 이리 넘고 저리 넘고 못 간 데 별로 없이 유람 겸 편답하였다. 그는 한구석에 머물러 있음은 가슴이 답답할 만치 되우 괴로웠다. 그렇다고 응칠이가 본시 역마 직성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A]^_그도 오 년 전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아들이 있었고 집도 있었고, 그때야 어딜 하루라도 집을 떨어져 보았으랴. 밤마다 아내와 마주 앉으면 어찌하면 이 살림이 좀 늘어 볼까 불어 볼까, 애간장을 태우며 갖은 궁리를 되하고 되하였다마는,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농사는 열심으로 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남는 건 겨우 남의 빚뿐. 이러다가는 결말엔 봉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_^ ㉡^_하루는 밤이 깊어서 코를 골며 자는 아내를 깨웠다._^ 밖에 나가 우리의 세간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 보라 하였다. 그러고 저는 벼루에 먹을 갈아 찍어 들었다. 벽에 바른 신문지는 누렇게 그을렀다. 그 위에다 아내가 불러 주는 물목대로 일일이 내려 적었다. 독이 세 개, 호미가 둘, 낫이 하나로부터 밥사발, 젓가락, 짚이 석 단까지 그 다음에는 제가 빚을 얻어 온 데, 그 사람들의 이름을 쭉 적어 놓았다. 금액은 제각기 그 아래다 달아 놓고, 그 옆으론 조금 사이를 떼어 역시 조선문으로, 나의 소유는 이것밖에 없노라, 나는 오십사 원을 갚을 길이 없으매 죄진 몸이라 도망하니 그대들은 아예 싸울 게 아니고 서로 의논하여 억울치 않게 분배하여 가기 바라노라, 하는 의미의 성명서를 벽에 남기자 안으로 문들을 걸어 닫고 ㉢^_울타리 밑구멍으로 세 식구가 빠져 나왔다._^ 이것이 응칠이가 팔자를 고치던 첫날이었다. 그들 부부는 돌아다니며 밥을 빌었다. 아내가 빌어다 남편에게, 남편이 빌어다 아내에게. 그러자 어느 날 밤 아내의 얼굴이 썩 슬픈 빛이었다. 눈보라는 살을 에인다. 다 쓰러져 가는 물방앗간 한구석에서 섬을 두르고 언내에게 젖을 먹이며 떨고 있더니 여보게유, 하고 고개를 돌린다. 왜, 하니까 그 말이, 이러다간 우리도 고생일 뿐더러 첫째 언내를 잡겠수, 그러니 ㉣^_서루 갈립시다, 하는 것이었다._^ 하긴 그럴 법한 말이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붙어 다닌댔자 별 수 없다. 그보담은 서로 갈리어 제 맘대로 빌어먹는 것이 오히려 가뜬하리라. 그는 선뜻 응낙하였다. 아내의 말대로 개가를 해 가서 젖먹이나 잘 키우고 몸 성히 있으면 혹 연분이 닿아 다시 만날지도 모르니깐 마지막으로 ㉤^_아내와 같이 땅바닥에서 나란히 누워 하룻밤을 새고 나서 날이 훤해지자 그는 툭툭 털고 일어섰다._^ 161쪽 매팔자란 응칠이의 팔자이겠다. 그는 버젓이 게트림으로 길을 걸어야 걸릴 것은 하나도 없다. 논 맬 걱정도, 호포 바칠 걱정도, 빚 갚을 걱정, 아내 걱정, 또는 굶을 걱정도. 호동그란히 털고 나서니 팔자 중에는 아주 상팔자다. 먹고만 싶으면 도야지구, 닭이구, 개구, 언제나 옆을 떠날 새 없겠지. 그리고 돈, 돈도 …. 그러나 주재소는 그를 노려보았다.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데 학질이었다. 어느 동리고 가 있다가 불행히 일만 나면 누구보다도 그부터 붙들려 간다. 왜냐하면, 그는 전과 사범이었다. ㉯처음에는 도박으로,_^ 다음엔 절도로, 또 그 담에는 절도로, 절도로 …. 그러나 이번 멀리 아우를 방문함은 생활이 궁하여 근대러 왔다거나 혹은 일을 해 보러 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혈족이라곤 단 하나의 동생이요, 또한 오래 못 본 지라 때 없이 그리웠다. 그래, 모처럼 찾아본 것이 뜻밖에 덜컥 일을 만났다. 지금까지 논의 벼가 서 있다면 그것은 성한 사람의 짓이라 안 할 것이다. 응오는 응고개 논의 벼를 여태 베지 않았다. 물론 응오가 베어야 할 것이나 누가 듣든지 그 형 응칠이를 먼저 의심하리라. 그럼 여기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응칠이가 혼자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응오는 진실한 농군이었다. 나이 서른하나로 무던히 철났다 하고 동리에서 쳐 주는 모범 청년이었다. 그런데 벼를 베지 않는다. 남은 다들 거둬들였고 털기까지 하련만 그는 벨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지주라든 혹은 그에게 장리를 놓은 김 참판이든 뻔찔 찾아와 벼를 베라 독촉하였다. “얼른 털어서 낼 건 내야지.” 하면 그 대답은 “계집이 죽게 됐는데 벼는 다 뭐지유.” 하고 한결같이 내뱉는 소리뿐이었다. 내용 구조도 응칠 착실한 농민이었으나 늘어난 빚 때문에 농민의 삶을 포기한 후 전과 사범이 됨 응오 착실한 농민이었으나 수확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기 논의 벼를 훔침 → 만무방이 됨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김유정 소설에 반영된 농촌 세계 --노름: 자포자기한 삶의 행태(남성) --매춘: 자포자기한 삶의 행태(여성) -일확천금의 꿈: 궁핍에 몰린 농민들의 환상적 욕망 어휘 풀이 * 만무방: 예의와 염치가 도무지 없는 사람 * 시새장: 모래톱 * 괴때기: ‘괴꼴’의 방언. 타작을 할 때 생기는 벼 낟알이 섞인 짚북데기 * 편답: 널리 각지를 돌아다님. 유람 * 되하다: 되풀이하다 * 매팔자: 빈들빈들 놀면서도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팔자 * 게트림: 거드름을 피우며 하는 트림 * 주재소: 일제 강점기에 순사 등이 맡은 구역 안에 머물러 근무를 하던 곳 * 학질: 말라리아. ‘어려운 처지’나 ‘곤경’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구절 풀이 * 응칠이가 이 동리에~망설이는 중이었다.: ‘아우의 일’이란 아우 응오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며, 병든 아내로 인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 농사는 열심으로~빠져 나왔다.: 소작농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으로, 결국은 가난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유랑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 이것이 응칠이가 팔자를 고치던 첫날이었다.: 집을 떠나 유랑하게 된 응칠이는 그날 이후 삶의 과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전락을 거듭하게 된다. 따라서, 이는 반어적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이 글을 읽고, ‘응칠’이 야반도주를 하게 된 직접적 이유를 찾아 1음절로 쓰시오. 2. ㉮와 같이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내는 삶을 이르는 6음절의 한자성어를 쓰시오. (답) 1. 빚 2. 동가식서가숙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8쪽 1. 이 글을 읽고, ‘응칠’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로 각색하려 한다. 필요한 장면으로 보기 ^_어려운_^ 것은? ① 응칠이 추수한 곡식을 보며 한숨짓는 모습 ② 응칠이 죄를 짓고 주재소로 끌려가는 모습 ③ 응칠 내외가 세간을 챙겨 야반도주하는 모습 ④ 응칠이 이웃에게 빚을 얻으려고 다니는 모습 ⑤ 응칠이 가족과 함께 유리걸식하며 떠도는 모습 162쪽 2. 다음 중, [A]에 나타난 ‘응칠’의 상황 및 태도와 정서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빈이무원을 어렵다 하건마는 내 생애 이러하되 설운 뜻은 없노매라. 단사표음을 이도 족히 여기노라. --박인로, ‘누항사’ ②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 이 넓디넓은 사랑, /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 이 넉넉한 힘 … --이성부, ‘벼’ ③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④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 황금 벼 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박재삼, ‘흥부 부부상’ 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 샛강바닥 썩은 물에 /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3. ㉠~㉤의 사건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재배치할 때, 올바른 것은? ① ㉠ → ㉡ → ㉢ → ㉣ → ㉤ ② ㉡ → ㉢ → ㉣ → ㉤ → ㉠ ③ ㉡ → ㉣ → ㉤ → ㉢ → ㉠ ④ ㉢ → ㉣ → ㉤ → ㉡ → ㉠ ⑤ ㉢ → ㉤ → ㉠ → ㉡ → ㉣ 서술형 4. 이 글에 나타난 ‘응칠’과 ‘응오’의 처지를 서술하시오. 5. '보기'에 나오는 ‘머슴들’의 행위와 이 글에 나오는 ‘응칠’의 ㉯와 같은 행위에서 공통으로 작용하는 심리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보기' 섣부르게 농사만 짓고 있다간 결국 비렁뱅이밖에는 더 못 된다. 얼마 안 있으면 산이고 논이고 밭이고 할 것 없이 다 금쟁이 손에 구멍이 뚫리고 뒤집히고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그때는 뭘 파 먹고 사나. 자, 보아라. ^_머슴들_^은 짜기나 한 듯이 일하다 말고 후딱 하면 금점으로들 내빼지 않는가. 일꾼이 없어서 올핸 농사를 질 수 없느니 마느니 하고 동리에서는 떠들썩하다. --김유정, ‘금 따는 콩밭’ 16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8쪽 꼭두새벽부터 엣, 엣,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기보다 끝없이 부끄러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데, 빈 지게로 덜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적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 참다 못해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가뜩한데 엎치고 덮치더라고 올해는 그나마 흉작이었다. 샛바람과 비에 벼는 깨깨 비틀렸다. 이놈을 가을하다간 먹을 게 남지 않음은 물론이요, 빚도 다 못 가릴 모양. 에라, 빌어먹을 거, 너들끼리 캐다 먹든 말든 마음대로 하여라, 하고 내던져 두지 않을 수 없다. 벼를 거뒀다고 말만 나면 빚쟁이들은 우우 몰려들 거니깐--. 응칠이의 죄목은 여기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국으루 가만만 있었다면 좋은 걸, 이 사품에 뛰어들어 지주의 뺨을 제법 갈긴 것이 응칠이었다. 처음에야 그럴 작정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곳 물을 마시니만치 어지간히 속이 틘 건달이었다. 지주를 만나 까놓고 썩 좋은 소리로 의논하였다. 올 농사는 반실이니 도지도 좀 감해 주는 게 어떠냐고. 그러나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 정 이러면 일 년 품은 빼야 할 테니 나는 그 논에다 불을 지르겠수, 하여도 잠자코 응치 않는다. 지주로 보면 자기로도 그 벼는 넉넉히 거둬들일 수는 있다마는 한번 버릇을 잘못해 놓으면 어느 작인까지 행실을 버릴까 염려하여 겉으로 독촉만 하고 있는 터였다. 실상이야 그까짓 벼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 심보를 눈치채고 응칠이는 화를 벌컥 낸 것만은 좋으나 저도 모르게 대뜸 주먹뺨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 말하면 벼가 없어졌다. 그것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제쳐놓고 무얼로 그랬는지 알짜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마 못 돼도 한 댓 말 가량은 될는지! / 응칠이가 아침 일찍이 그 논께로 노닐자 이걸 발견하고, 기가 막혔다. 누굴 성가시게 굴려고 그러는지 산 속에 파묻힌 논이라, 아직은 본 사람이 없는 모양 같다. 하나 동리에 이 소문이 퍼지기만 하면 저는 어느 모로든 혐의를 받아 폐는 족히 입어야 될 것이다. 1. 이 글 전체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응칠’이 스스로 ‘응오’의 논에서 몰래 벼를 베어 간 범인이라는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서술하시오. 2. '보기'는 이 글의 결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보기'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 조졌다. ‘어이쿠쿠, 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서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 하고 데퉁스러이 내뱉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없어진다. 3. 이 글의 ‘응오’ 역시 응칠이처럼 만무방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추측했을 때, 그 이유를 ‘응칠’의 상황과 관련하여 서술하시오. 164쪽 4. 김정한, ‘사하촌’ (작품 안으로) → 주제: 지주 계층의 횡포와 농민의 자발적 저항 의지 특징: 이 작품은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그렸다. 보광사라는 절의 논을 소작하는 농민들이 친일 지주 계급의 횡포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농민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조명하며, 현실의 모순에 대결하는 민중의 자발적 저항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소수의 주인공이 아닌, 성동리 마을 사람들 전체가 사건을 이끌어 간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작품 밖으로) ← 1936년 <조선일보>에 발표된 이 작품은 기존의 신경향파 소설이 지니는 개인적·폭력적인 문제 해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집단적·구조적 문제 해결의 단초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경향 문학과 농촌 계몽 소설에서 나타나는 지도적 인물에 의한 계몽과 선도가 아니라, 농민의 자발적 저항 의지에 의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농민 소설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외양간 앞으로 돌아가 혼자 울가망하게 서서 홧담배만 피워 대는 아버지의 손아귀에는, 바칠 기한이 지난 세금 고지서와 함께 농사 조합에서 빌어 쓴 비료 대금 독촉장이 꾸겨져 들려 있었다. 그는 문득 외양간 안으로 쑥 들어가더니, 순순히 서 있는 쇠등을 슬쩍 쓰다듬어 본다. 그것이 마치 악착한 생활에 함께 부대낀 자기의 아내나 되는 듯이 …. 긴 눈썹 사이로 움푹 들어간 그의 눈에는 어느새 웬 눈물까지 고여 있었다. 철한이의 결혼은, 그리고 약 한 달 뒤에 행례가 있었다. (중략) “아이고, 어느 도둑놈이 그 벼를 베어 갔을까? 생벼락을 맞아 죽을 놈! 그 벼를 먹고 제가 살 줄 알아 …. 창자가 터질 꺼여, 터져!” 하며 봉구 어머니가 몽당치마 바람으로 이 골목 저 골목 외고 다니고, 호세 징수를 나온 면서기가 그녀를 찾아다니던 날, 성동리에서는 구장 이외 고 서방, 들깨, 또쭐이 등 사오 인이 대표가 되어 보광사 농사 조합으로 나갔다. 그들의 하소연은, 자기들이 봄에 빌어 쓴, 소위 저리자금의--대부분은 비료 대금이지만--지불 기한을 조금 더 연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보광사 소작인들은 해마다 소작료와 또 소작료 매석에 대해서 너 되씩이나 되는 조합비와 비료 대금과 그것에 따른 이자를 바쳐야만 되었다. 그리고 비료 대금은 갚는 기한이 해마다 호세와 같았다. 의젓하게 교의에 기댄 채 인사도 받는 양 마는 양하는 이사님은 빌 듯이 늘어놓는 구장의 말일랑 귀 밖으로, 한참 ‘시키시마’ 껍데기에 낙서만 하고 있더니, 문득 정색을 하고는, “그런 귀치 않은 논은 부치지 않는 게 어때요?” / 해 던졌다. “….” “해마다 이게 무슨 짓들이요? 나두 인젠 그런 우는소리는 듣기만이라도 귀찮소. 호세만 내고 버티겠거든 어디 한번 버티어들 보시구려!” “누가 어디 조합 돈은 안 내겠다는 겁니까. 조금만 연기를 해 달라는 거지요.” 이번에는 또쭐이가 말을 받았다. “내든 안 내든 당신들 입맛대로 해 보시오. 난 이 이상 더 당신들과는 이야기 않겠소.” 이사님은 살결 좋은 얼굴에 적이 노기를 띄우더니, 그들 틈에 끼여 있는 곰보를 힐끗 보고는, “고 서방 당신은 또 뭘 하러 왔소? 작년 것도 못다 내고서 또 무슨 낯으로 여기 오우?” 매섭게 꼬집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장부를 뒤적거리면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일행은 허탕을 치고 밖으로 나왔다. 165쪽 그리고 며칠 뒤, 저수지 밑 고 서방의 논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에, 그예 ‘입도차압’의 팻말이 붙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알아보지도 못하는 그 차압 팻말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피땀을 흘려 가면서 지은 곡식에 손도 못 대다니? 그들은 억울하고 분하기보다, 꼼짝없이 인젠 목숨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앞섰다. 고 서방은 드디어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그 어린것들을 데리고 어디로 갔을까?” 이튿날 아침, 동네 사람들은 애터지는 말로써 그들의 뒤를 염려했다. 무심한 가을비는 진종일 고 서방이 지어 두고 간 벼 이삭과 차압 팻말을 휘두들겼다. 무슨 불길한 징조인지 새벽마다 당산 등에서 여우가 울어 대고, 외상술도 먹을 곳이 없어진 농민들은 저녁마다 야학당이 터지게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하루 아침, 깨어진 징 소리와 함께 성동리 농민들은 일제히 야학당 뜰로 모였다. 그들의 손에는 열음 못 한 빈 짚단이며 콩대, 메밀대가 잡혀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긴 줄을 지어 가지고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제를 탄원해 보려고 묵묵히 마을을 떠났다. 아낙네들은 전장에나 보내는 듯이 돌담 너머로 고개를 내가지고 남정들을 보냈다. 만약 보광사에서 들어주지 않는다면 … 하고 뒷일을 염려했다. 그러나 또쭐이, 들깨, 철한이, 봉구--이들 장정을 선두로 빈 짚단을 든 무리들은 어느새 벌써 동네 뒤 산길을 더위잡았다. 철없는 아이들도 행렬의 꽁무니에 붙어서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히 떠들어 댔다. 내용 구조도 보광사 지주 계층 성동리 논밭의 주인 횡포와 회의호식 성동리 소작인 계층 보광사에 경제적으로 예속 수탈로 인한 궁핍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빈 짚단’의 의미: 이 글에서 ‘빈 짚단’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 대상물이다. 첫째는 농사가 파농하여 수확할 것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농민들이 자신의 사정을 탄원하기 위한 대상물이고, 둘째는 이러한 농민의 사정을 지주 측에서 배려하지 않을 경우 절(보광사)을 태울 것임을 암시하는 대상물이다. 어휘 풀이 * 소작료 매석: 지주나 부농층이 소작료로 받은 곡식을 값이 오를 때까지 팔지 않는 일 * 교의: 의자 * 입도차압: 벼를 베기 전에 논에 그냥 서 있는 벼를 압류함 * 열음: ‘열매’의 잘못 * 탄원: 사정을 말하고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람 * 더위잡다: 높은 곳에 오르려고 무엇을 끌어 잡다. 구절 풀이 * 농민들은 알아보지도~생각이 앞섰다.: 애써 지은 농사인데 손도 못 대고 빼앗기게 된 절박한 상황을 의미한다. * 고 서방은 드디어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 농촌 사회가 처한 절망적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 무슨 불길한~여우가 울어 대고,: 성동리 주민들 사이에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을 암시하는 배경 묘사로, 파국적 결말을 예고하는 복선에 해당된다. * 그들의 손에는~잡혀 있었다.: 드디어 농민들이 소작 쟁의에 나선 모습이다. (진단 체크) 1. 성동리 농민들의 집단 행위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4음절의 소재를 찾아 쓰시오. 2. ‘또쭐이’, ‘고 서방’, ‘철한이’, ‘봉구’ 등과 같이 시대와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 유형을 가리키는 말을 쓰시오. 3. 이 글에서 성동리 농민들이 연대 의식을 형성하고 강화시켜 나가는 공간을 찾아 쓰시오. (답) 1. 입도차압 2.전형적 인물 3. 야학당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49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바르지 ^_않은_^ 것은? ① 대립적 관계의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② 일제 강점기 농촌의 궁핍상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특정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④ 인물들 간 갈등에서 당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⑤ 역순행적 구성으로 사건의 인과 관계를 개연성 있게 밝히고 있다. 166쪽 2. 상황에 대처하는 마을 사람들의 대응 방식을 표현한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더니. ②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③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더니. ④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3. '보기'를 읽고 이 글에 이어질 내용을 추리해 보라는 수행 평가 과제가 주어졌을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김정한의 농민 소설은 기존 신경향파의 농민 소설과 농촌 계몽 소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신경향파의 농민 소설에서는 농민의 저항 의식이 개인적 원한에 의한 살인과 방화 등 충동적이며 감정적인 복수의 형태로 드러난다. 농촌 계몽 소설에서는 귀농한 지식인의 계몽 운동을 통해 농민들이 저항 의식을 각성하는 내용을 다루어 농민의 주체적 역량을 무시하는 한계가 드러난다. 그러나 김정한의 농민 소설에서는 농민이 주체적으로 당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저항 의지를 결집해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서, 이후 농민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① 보광사 중들과 농민들이 대치하여 상호 공방전이 펼쳐짐 ② 보광사 중들이 농민들의 저항에 굴복해 요구 조건을 수용함 ③ 마을을 떠난 농민들이 전국 각지를 유랑하며 살인과 방화를 일삼음 ④ 일제 경찰을 앞세운 보광사 중들의 저지로 농민들의 저항이 좌절됨 ⑤ 농민 조직이 활성화되어 지주 계층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됨 서술형 4. ‘또쭐이’와 ‘고 서방’의 현실 대응 방식과 관련하여, 이 글에 나오는 두 가지 농민 유형을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5. ‘성동리 농민들’이 ‘빈 짚단’을 가지고 보광사로 가는 이유를 추측하여 서술하시오. 16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49쪽 타작 마당 돌가루 바닥같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뜰 한가운데, 어디서 기어들었는지 난데없는 ㉠^_지렁이_^가 한 마리 만신에 흙고물칠을 해 가지고 바동바동 굴고 있다. ㉡^_새까만 개미 떼_^가 물어 뗄 때마다 지렁이는 한층 더 모질게 발버둥질을 한다. 또, 어디선가 죽다 남은 듯한 쥐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종종걸음으로 마당 복판을 질러서 돌담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A]^_군데군데 좀 구멍이 나서 썩어 가는 기둥이 비뚤어지고, 중풍 든 사람의 입처럼 문조차 돌아가서, 북쪽으로 사정없이 넘어가는 오막살이 앞에는, 다행히 키는 낮아도 해묵은 감나무가 한 주 서 있다. 그러나 그게라야 모를 낸 후 비 같은 비 한 방울 구경 못 한 무서운 가뭄에 시달려 그렇지 않아도 쪼그라졌던 고목 잎이 볼 모양 없이 배배 틀려서 잘못하면 돌배나무로 알려질 판이다._^ 그래도 그것이 구십 도가 넘게 쪄 내리는 팔월의 태양을 가리어, 누더기 같으나마 밑둥치에는 제법 넓은 그늘을 지웠다. 그걸 다행으로 깔아 둔 낡은 삿자리 위에는 발가벗은 어린애가 파리똥 앉은 얼굴에 땟물을 조르르 흘리며 울어 댄다. 언제부터 울었는지 벌써 기진맥진해서 울음소리조차 잘 아니 나왔다. 그 곁에 퍼뜨리고 앉은 치삼 노인은, 신경통으로 퉁퉁 부어오른 두 정강이 사이에 깨어진 뚝배기를 끼우고 중얼거려 댄다. (중략) “응, 그래, 울지 마라. 자장 우리 애기 …. 네 어미는 왜 여태 오잖을까? 입 안이 이렇게 바싹 말랐고나. 그놈의 집에서는 무슨 일을 끼니때도 모르고 시킬꼬, 온! 에헴, 에헴 ….” 노인은 억지 힘을 내가지고, 어린 걸 움켜 안고는 게다리처럼 엉거주춤 뻗디디고 일어섰다. 그럴 때, 마침 아들이 볕살에 얼굴을 벌겋게 구워 가지고 돌아왔다. 들어서면서부터 퉁명스럽게, / “다들 어디 갔어요?” / “일 나갔지.” “무슨 일요?” / “진수네 무명밭 매러 간다고 했지, 아마.” 들깨는 잠자코 웃통을 훨쩍 벗어서 감나무 가지에 걸쳐 놓고는 늙은 아버지로부터 어린것을 받아 안았다. 치삼 노인은 뽕나무 잎이 반이나 넘게 섞인 담배를 장죽에 한 대 피워 물면서 아들을 위로하듯이 … 그러나 대답은 두려워하며 물었다. / “논은 어떻게 돼 가니?” / “어떻게라니요, 인젠 다 틀렸어요. 풀래야 풀 물도 없고, 병아리 오줌 만한 봇물도 중들이 죄다 가로막아 넣고, 제에기 ….” “꼭 기사년 모양 나겠군 그래.” / “기사년은 그래도 냇물은 조금 안 있었나요?” 1. '보기'는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의 농촌 현실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고려할 때, ㉠과 ㉡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지 간략히 서술하시오. '보기'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 산미 증식 계획, 농촌 진흥 운동, 공출 제도 등으로 이어지는 농업 정책은 조선의 농촌을 몰락의 길로 내몰고 있었다.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농업 정책의 결과로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농민들은 천연 재해로 농작물에 큰 타격을 입어도 초가을에 자신들이 피땀 흘려 지은 농작물의 대부분을 잔인한 지주와 파렴치한 고리 대금업자에게 빼앗겨 버렸다. 농작물의 대부분을 빼앗긴 농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들은 어린아이들을 업고 마을을 떠나 이리저리 방황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있었다. 2. 위에서 제시한 '보기'를 참고하여 [A]의 기능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168쪽 ^[04. 전환기 혼란상과 욕망의 좌절 1. 이태준, ‘복덕방’ (작품 안으로) → 주제: 근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인물들의 좌절과 비애 특징: 이 작품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 참의, 안 초시, 박희완 등의 인물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세대의 전형이다. 무능하거나 게을러서라기보다는 사회의 변화 때문에 뒤로 물러서게 된 그들의 존재는 왜소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안 초시의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은 인물의 특성상 예정되어 있는 것이며, 이는 당시 역사적 흐름과 맞물리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세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37년 <조광>에 발표된 이 작품은 근대화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태준은 근대화 과정에서 복덕방 영감으로 전락한 서 참의와 안 초시의 자살 등을 통해 근대화가 몰고 오는 파괴와 타락, 무자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근대화의 주인공 격인 안경화를 속물적인 모습으로 그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복덕방’의 이와 같은 특성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세대의 궁핍함과 좌절을 포착했다는 의의가 있으나, 사회 변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수동적 인물을 그렸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딸이 평양으로 대구로 다니며 지방 순회까지 하여서 제법 돈냥이나 걷힌 것 같으나 연구소를 내노라고 집을 뜯어고친다 유성기를 사들인다 교제를 하러 돌아다닌다 하노라고, 더구나 귀찮게만 아는 이 ㉠^_애비를 위해 쓸 돈은 예산에부터 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_^ “얘! 낡은 솜이 돼 그런지, 삯바느질이 돼 그런지 바지 솜이 모두 치어서 어떤 덴 홑옷이야. 암만 해두 사쓸 한 벌 사 입어야겠다.” / 하고 딸의 눈치만 보아 오다 한번은 입을 열었더니, “어련히 인제 사 드릴라구요.” 하고 딸은 대답은 선선하였으나 샤쓰는 그 해 겨울이 다 지나도록 구경도 못 하였다. 사쓰는커녕 안경다리를 고치겠다고 돈 일 원만 달래도 일 원짜리를 굳이 바꿔다가 오십 전 한 닢만 주었다. 안경은 돈을 좀 주무르던 시절에 장만한 것이라 테만 오륙 원 먹은 것이어서 오십 전만으로 그런 다리는 어림도 없었다. 오십 전짜리 다리도 있지만 살 바에는 조촐한 것을 택하던 초시의 성미라 더구나 면상에서 짝짝이로 드러나는 것을 사기가 싫었다. 차라리 종이 노끈인 채 쓰기로 하고 오십 전은 담뱃값으로 나가고 말았다. [중간 부분의 줄거리] 박희완 영감을 통해 값이 크게 오를 땅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안 초시는 딸에게 땅을 매입할 것을 권하고 딸은 그 땅을 사들인다. 일 년이 지났다. 모두 꿈이었다. 꿈이라도 아주 악한 꿈이었다. 삼천 원어치 땅을 사 놓고 날마다 신문을 들여다보며 수소문을 하여도 ㉡^_거기는 축항이 된단 말이 신문에도, 소문에도 나지 않았다._^ 용당포와 다사도에는 땅 값이 삼십 배가 올랐느니 오십 배가 올랐느니 하고 졸부들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어도 여기는 감감소식일 뿐 아니라 나중에, 역시, 이것도 박희완 영감을 통해서 알고 보니 그 관변 모씨에게 박희완 영감부터 속아 떨어진 것이었다. 축항 후보지로 측량까지 하기는 하였으나 무슨 결점으로인지 중지되고 마는 바람에 너무 기민하게 거기다 땅을 샀던, 그 모씨가 그 땅 처치에 곤란하여 꾸민 연극이었다. 돈을 쓸 때는 일 원짜리 한 장 만져도 못 봤지만 벼락은 초시에게 떨어졌다. 서너 끼씩 굶어도 밥 먹을 정신이 나지도 않았거니와 밥을 먹으러 들어갈 수도 없었다. 169쪽 ㉢^_‘재물이란 친자 간의 의리도 배추밑 도리듯 하는 건가.’_^ 탄식할 뿐이었다. 밥보다는 술과 담배가 그리웠다. 물론 안경다리는 그저 못 고쳤다. 그러나 ㉣^_이제는 오십 전짜리는커녕 단 십 전짜리도 얻어 볼 길이 없다._^ (중략) 여름이 극성스럽게 덥더니, 추위도 그럴 징조인지 예년보다 무서리가 일찍 내리었다. 서 참의가 늘 지나다니는 식은관사에는 울타리가 넘게 피었던 코스모스들이 끓는 물에 데쳐 낸 것처럼 시커멓게 무르녹고 말았다. 참의는 머리가 띵--하였다. 요즘 와서 울기 잘 하는 안 초시를 한번 위로해 주려, 엊저녁에는 데리고 나와 청요릿집으로, 추탕집으로 새로 두 점을 치도록 돌아다닌 때문 같았다. 조반이라고 몇 술 뜨기는 했으나 혀도 그냥 뻑뻑하다. 안 초시도 그럴 것이니까 해는 벌써 오정 때지만 끌고 나와 해장술이나 먹으리라 하고 부지런히 내려와 보니, 웬일인지 복덕방이라고 쓴 베 발이 아직 내어걸리지 않았다. “이 사람 봐아 … 어느 땐 줄 알구 코만 고누 ….” 그러나 코고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미닫이를 밀어젖힌 서 참의는 정신이 번쩍 났다. 안 초시의 입에는 피, 얼굴은 잿빛이었다. / “아니 … ?” 참의는 우선 미닫이를 닫고 눈을 부비고 초시를 들여다보았다. ㉮^_안 초시는 벌써 아니요, 안 초시의 시체일 뿐이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무슨 약병 하나가 굴러져 있었다._^ 참의는 한참 만에야 눈물이 나왔다. / “어쩌누 이걸 ….” 파출소로 갈까 하다 그래도 자식한테 먼저 알려야겠다 하고 말만 듣던 그 안경화 무용 연구소를 찾아가서 안경화를 데리고 왔다. 딸이 한참 울고 난 뒤이다. [A]^_“관청에 어서 알려야지?” / “아니야요. 아스세요.” / 딸은 펄쩍 뛰었다. “아스라니?” / “저 ….” / “저라니?”/ ㉤^_“제 명예도 좀 ….”_^ / 하고 그는 애원하였다. “명예? 안 될 말이지. 명옐 생각하는 사람이 애빌 저 모양으루 세상 떠나게 해?” / “….” 안경화는 엎드려 다시 울었다. 그러다가 나가려는 서 참의의 다리를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 “절 살려 주세요.” / 소리를 몇 번이나 거듭하였다. “그럼, 비밀은 내가 지킬 테니 나 하자는 대루 할까?” / “네.”_^ 서 참의는 다시 앉았다. / “부친 위해 보험 든 거 있지?” / “네, 간이 보험이야요.” “무슨 보험이든 …. 얼마나 타게 되누?” / “사백팔십 원요.” “부친 위해 들었으니 부친 위해 다 써야지?” / “그럼요.” “에헴, 그럼 …, 돌아간 이가 늘 속사쓸 입구퍼했어. 좋은 털사쓰를 사다 입히구 그 위에 진견으로 수의 일습 잘 허구 … 선산이 있나, 묻힐 데가?” “웬걸요, 없어요.” “그럼 공동 묘지라도 특등지루 널찍하게 사구 …. 장례식을 잘 해야 말이지 초라하게 해 버리면 내가 그저 안 있을 게야. 알아들어?” / “네에.” 하고 안경화는 그제야 핸드백을 열고 눈물 젖은 얼굴을 닦았다. 내용 구조도 복덕방의 소외된 세 노인 뚜렷한 미래 없이 사회에서 밀려나 소일하며 사는 구세대 → 안 초시, 박희완 영감의 부동산 투기 일확천금을 노리는 구세대 인물들의 욕망과 좌절 → 안 초시의 자살 자기 명예만 중시하는 안 초시 딸의 비정함에 대한 노인들의 울분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복덕방’이라는 공간의 의미: 복덕방은, 초라하고 궁핍한 노인들이 소일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전통적인 윤리와 가치관을 추구하고, 서로 간의 유대와 정을 중시하며, 근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세대의 상징인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래 ‘복덕방’이란 복과 덕이 넘치는 공간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노인이 사회의 변화에 뒤처지고 소외됨으로써, 복덕방은 이들의 불행을 뜻하는 반어적인 의미를 갖는다. 어휘 풀이 * 축항: 항구를 구축함. 또는 그 항구 * 식은관사: ‘식산은행’으로 지금의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곳의 사택 * 진견: 누에고치에서 얻은 질 좋은 섬유 * 수의: 염습할 때 시체에 입히는 옷 * 일습: (옷, 그릇, 기구 등의) 한 벌 구절 풀이 * ‘재물이란~하는 건가?’: 돈 앞에서는 인정사정 없는 현실의 비정함을 뜻한다. 특히 딸에 대한 서운함이 드러난다. * “명예?~떠나게 해?”: 아버지가 비참하게 자살을 했는데도 자신의 명예를 먼저 생각하는 안경화의 이기적이고 비정한 모습을 서 참의가 꾸짖고 있다. * “그럼 …, ~선산이 있나, 묻힐 데가?”: 죽은 안 초시의 소원을 풀어 주려는 서 참의의 배려가 드러난다. (진단 체크) 1. 인물들의 처지를 고려하여 복덕방의 의미를 쓰시오. 2. 미래의 불길한 사건을 암시하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답) 1. 현실에서 밀려난 구세대 인물들의 삶을 암시하는 공간 2. 무서리, 코스모스 170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0쪽 1. 이 글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서 참의는 죽은 안 초시를 배려하는 사려 깊은 인물이다. ② 안 초시는 가족의 도리보다는 재물을 더 중시하는 인물이다. ③ 안 초시는 경제 관념이 뚜렷하여 세상 물정에도 밝은 사람이다. ④ 딸은 남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 신세대적인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⑤ 딸은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인 인물이다. 2. 밑줄 친 ㉠~㉤ 중, ㉮에 영향을 준 것과 거리가 먼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 ‘안 초시’의 영결식장에서 ‘서 참의’가 한 '보기'의 말을 고려할 때, ‘안경다리’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나 서 참읠세, 알겠나? 흥 … 자네 참 호살세 호사야 … 잘 죽었느니. 자네 살았으문 이만 호살 해 보겠나? 인전 안경다리 고칠 걱정두 없구 … 아무튼지 ….” (중략) 서 참의와 박희완 영감도 묘지까지 나갈 작정이었으나 거기 모인 사람들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도로 술집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① 안 초시의 젊은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재이다. ② 서 참의에 대한 안 초시의 열등감을 보여 주는 소재이다. ③ 살아 생전에 안 초시가 품었던 물욕을 보여 주는 소재이다. ④ 두 노인이 안 초시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는 계기가 되는 소재이다. ⑤ 경제적 문제로 인해 비참한 말년을 보낸 안 초시의 삶을 나타낸다. 서술형 4. [A]에 나타난 ‘안경화’의 태도를 도덕적 측면에서 비판하시오. 5. ‘안 초시’가 돈을 벌기 위해 취한 방법이 지니는 문제점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17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0쪽 초시는 전에 어떤 관상쟁이의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넣고 주먹을 쥐어야 재물이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늘 그렇게 쥐노라고는 했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내려다볼 때는 으레 엄지손가락이 얄밉도록 밖으로 쥐어져 있었다. 그래 드팀전을 하다가도 실패를 하였고, 그래 집까지 잡혀서 장전을 내었다가도 그만 화재를 보았거니 하는 것이다. “이놈의 엄지손가락아 안으로 좀 들어가아, 젠--장.” 하고 연습 삼아 엄지손가락을 먼저 안으로 넣고 아프도록 두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그리고 당장 내어 보낼 돈이면서도 그 십 전짜리를 그렇게 쥔 주먹에 단단히 넣고 담배가게로 나갔다. (중략) 박희완 영감이란 세 영감 중의 하나로 안 초시처럼 이 복덕방에 와 자기까지는 안 하나 꽤 쏠쏠히 놀러 오는 늙은이다. 아니 놀러 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와서는 공부도 한다.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가 있어 대서업 운동을 한다고 <속수 국어 독본>을 노상 끼고 와서 그 <삼국지> 읽던 투로 “긴--상 도코--에 유키이마스카(김 선생, 어디에 갑니까).” 어쩌고를 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속수 국어 독본> 뚜껑이 손때에 절고, 또 어떤 때는 목침 위에 받쳐 베고 낮잠도 자서 머리 때까지 새까맣게 쩔어 조선 총독부 편찬이란 잔 글자들은 보이지 않게 되도록, 대서업 허가는 의연히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나 내나 다 산 것들이 업은 가져 뭘 허니. 무슨 세월에 … 흥!” 하고 어떤 때, 안 초시는 한나절이나 화투 패를 떼내어 보고 안 떨어지면 그 화풀이로 박희완 영감이 들고 중얼거리는 <속수 국어 독본>을 툭 채어 행길로 팽개치며 그랬다. “넌 또 무슨 재술 바라구 밤낮 화토 패나 떨어지길 바라니?” “난 심심풀이지.” 그러나 속으로는 박희완 영감보다 더 세상에 대한 야심이 끓었다. 1. ‘안 초시’의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비판하시오. 2. '보기'를 고려하여 ‘안 초시’와 ‘박 희완 영감’이 겪고 있는 주된 갈등과 앞으로의 갈등 양상에 대해 서술하시오. '보기' 개화기 이후 한국 사회는 마을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과거 시험도 폐지되었으며, 도시가 빠르게 성 장하였다. 사회 전반에 걸쳐 활발히 활동한 해외 유학파 출신의 지식인들에 의해 서구 근대 문명이 물밀듯 이 들어왔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가치와 제도가 쇠퇴하는 과도기적 사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 172쪽 2. 채만식, ‘미스터 방’ (작품 안으로) → 주제: 광복 직후 외세(미국)에 기대어 출세하려는 기회주의적 인물과 세태 비판 특징: 이 작품에도 채만식 소설의 특징인 해학과 풍자가 나타나 있다. 방삼복이라는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함과 동시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는 풍자적 작품이다. 더욱이 판소리 사설의 문체를 사용하여 풍자의 태도를 더욱 분명히 보여 주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의 반전을 통해 웃음과 함께 작자가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46년 <대조> 2권에 발표되었다가 1948년 <잘난 사람들>에 재수록된 작품으로 해방 직후 미군정의 통역정치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있다. 당시 미군들은 한국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방삼복같이 기초적인 영어회화만 되더라도 그들의 통역관으로 임명하였다. 통역관으로 채용된 이들은 미군을 등에 업고 모든 이권 문제에 개입하여 부정을 저지르며 횡포를 부린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방삼복처럼 기본적인 민족의식조차 없는 인물들이 우리나라를 미국인들에게 소개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왜곡된 지식과 관념을 심어 주었다는 점이다. 이런 시대의 혼란과 왜곡을 신랄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가) 주인과 나그네가 한가지로 술이 거나하니 취하였다. 주인은 미스터 방, 나그네는 주인의 고향 사람 백 주사. 주인 미스터 방은 술이 거나하여 감을 따라, 그러지 않아도 이즈음 의기 자못 양양한 참인데 거기다 술까지 들어간 판이고 보니, 가뜩이나 기운이 불끈불끈 솟고 하늘이 바로 돈짝만한 것 같은 모양이었다. “내 참, 뭐, 흰말이 아니라 참, 거칠 것 없어, 거칠 것. 흥, 어느 눔이 아, 어느 눔이 날 뭐라구 허며, 날 괄시헐 눔이 어딨어, 지끔 이 천지에. 흥 참, 어림없지, 어림없어.” 누가 옆에서 저를 무어라고를 하며 괄시를 한단 말인지, 공연히 연방 그 툭 나온 눈방울을 부리부리, 왼편으로 삼십도는 넉넉 삐뚤어진 코를 벌씸벌씸 해가면서 그래 쌓는 것이었었다. “내 참, 이래 봬두, 응, 동양 삼국 물 다 먹어 본 방삼복이우. 청얼 뭇 허나, 일얼 뭇 허나, 영어야 뭐 말할 것두 없구 ….” 하다가, 생각난 듯이 맥주컵을 들어 벌컥벌컥 단숨에 다 마신다. 그리고는 시꺼먼 손등으로 입술을 쓱, 손가락으로 김치쪽을 늘름 한 점, 그러던 버릇이, 미스터 방이요, 신사요, 방 선생으로도 불리어지는 시방도, 무심중 절로 나와, 손등으로 입술의 맥주 거품을 쓱 씻고, 손가락으로 나조기 한 점을 집어다 우둑우둑 씹는다. “술은 참, 맥주가 술입넨다 ….” (나) 1945년 8월 15일, 역사적인 날. 이날도 신기료 장수 방삼복은 종로의 공원 건너편 응달에 앉아서, 구두 징을 박으면서, 해방의 날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삼복은 감격한 줄도 기쁜 줄도 모르겠었다. 지나가는 행인이, 서로 모르던 사람끼리면서 덤쑥 서로 껴안고 기뻐하고 눈물을 흘리고 하는 것이, 삼복은 속을 모르겠고 차라리 쑥스러 보일 따름이었다. 몰려 닫는 군중이 오히려 성가시고, 만세 소리가 귀가 아파 이맛살이 지푸려질 지경이었다. 몰려다니고 만세를 부르고 하기에 미쳐 날뛰느라고 정신이 없어, 손님이 없어, 손님이 부쩍 줄었다. “우랄질! 독립이 배부른가?” 이렇게 그는 두런거리면서 반감이 솟았다. 이삼 일 지나면서부터야 삼복에게도 삼복에게다운 해방의 혜택이 나누어졌다. 십 전이나 십오 전에 박아 주던 징을, 오십 전을 받아도 눈을 부라리는 순사를 볼 수가 없었다. 173쪽 순사가 없어졌다면야, 활개를 쳐가면서 무슨 짓을 하여도 상관이 없고 무서울 것이 없던 것이었었다. ㉠^_“옳아, 그렇다면 독립도 할 만한 건가 보다.”_^ 삼복은 징 열 개를 박아 주고 오 원을 받아 넣으면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며칠이 못 가서 삼복은 다시금 해방을 저주하여야 하였다. 삼복이 저 혼자만 돈을 더 받으며, 더 받아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첫째 도가들이 제 맘대로 재료 값을 올리던 것이었었다. 징, 가죽, 고무, 실 모두가 오곱 십곱 비싸졌다. 그러니 신기료 장수는 손님한테 아무리 비싸게 받는댔자 재료를 비싼 값으로 사야 하니, 결국 도가만 살찌울 뿐이지 소득은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_“이런 옘병헐! 그눔에 경제곈 다 어디루 가 뒈졌어. 독립은 우라진다구 독립을 헌담.”_^ (다) 삼복은 종로서 전차를 내려 동쪽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물색을 하였다. 생김새가 맘씨 좋아 보이고, ㉢^_여느 병정이 아니라 장교쯤 가는 이라야 할 것이었다._^ 청년회관 앞에서 담뱃대를 사고 있는 하나가, 몸집이 부대하고, 여느 병정은 아닌 듯하고, 얼굴이 사뭇 선량하여 보이는 게 선뜻 마음에 들었다. 구경하는 체하고 넌지시 그 옆으로 가 섰다. 미국 장교는 담뱃대를 집어 들고 기물스러하면서 연방 들여다보다가 값이 얼마냐고, “하우 머치? 하우 머치?” 하고 묻는다. 담뱃대 장수 영감은, 삼십 원이라고 소래기만 지른다. 알아들을 턱이 없어 고개를 깨웃거리면서 다시금 하우 머치만 찾는 것을, 기회 좋을씨고라고, 삼복이가 나직이, / “더티 원.” / 하여 주었다. 홱 돌려다보더니, / “오, 캔 유 스피크?” / 하면서 사뭇 그러안을 듯이 반가워하는 양이라니. 아스러지도록 손을 잡고 흔드는 데는 질색할 뻔하였다.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다. 방금 실직하였노라고 대답하였다. 그럼, 내 통역이 되어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였다. 이 자리에서 신기료 장수 코삐뚤이 삼복이 미스터 방으로 승차를 하여, S라는 미국 주둔군 소위의 통역이 되었다. 주급 십오 불(이백사십 원) 가량의. 거진 매일같이 미스터 방은 S소위를, 낮에는 거리의 구경으로, 밤이면 계집 있는 술집으로 인도하였다. [이후 줄거리] 방삼복은 미군 장교를 등에 업고 호화주택에서 살게 되면서 그에게 청탁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뇌물을 받아 챙긴다. 한편, 친일파인 백 주사는 해방과 함께 군중들의 습격을 받아 봉변을 당하고서는 서울로 피신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방삼복을 만난 백 주사는 그의 도움으로 복수를 하려고 한다. 방삼복은 백 주사의 청탁을 듣고, 해결해 주겠다고 장담하고 나서 양치질을 하고는 그 물을 노대 바깥으로 내뱉었는데, 마침 방삼복을 찾아오던 S소위가 그 양칫물을 뒤집어쓰게 되고 방삼복은 그에게 욕과 주먹질을 당한다. 내용 구조도 신기료 장수 판무식 코삐뚤이 방삼복 → 미군 통역관으로 들어가 전횡을 일삼는 방삼복(미스터 방) → 순간적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방삼복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방삼복(미스터 방): 주인공으로, 신기료 장수를 하는 판무식이었으나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것을 이용하여 미군 장교의 통역으로 취직해 출세길에 올라 전횡을 일삼는 인물 * 백 주사: 전형적인 친일파로, 해방과 함께 민중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뒤 피신해 있다가 방삼복을 등에 업고 일제 강점기 때 누렸던 부와 권력을 회복하려는 인물 * S소위: 광복 직후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 장교로 방삼복을 출세의 길로 들어서게 하지만 결국 방삼복의 어이없는 실수로 방삼복의 모든 부와 권력을 회수하는 인물 어휘 풀이 * 징: 신창, 말굽, 쇠굽 등에 박는 대가리가 크고 넓으며 길이가 짧은 못 * 신기료 장수: 구두 따위를 수선하는 사람 * 기물스러워하면서: 기이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서 * 깨웃거리면서: 고개나 몸 따위를 이쪽저쪽으로 조금씩 기울이면서 구절 풀이 * 동양 삼국 물 다 먹어 본 방삼복이우.: 일본, 중국을 떠돌았던 방삼복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다. * 1945년 8월 15일, 역사적인 날.: 광복의 날을 의미하며방삼복이 미스터 방이 된 사연이 소개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 이날도 신기료 장수~독립이 배부른가?: 방삼복에게 있어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는 해방은 구두를 고치는 일보다도 못한 무의미하고 짜증만 나는 일이다. (진단 체크) 1. (가)의 밑줄 친 ‘시꺼먼 손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답) 1. 고생을 많이 했음 174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0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 주인공이 서술자가 되어 사건을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② 서술자는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인물의 특징을 제시한다. ③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첨예한 갈등의 원인을 제시한다. ④ 특정 소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일어날 일을 암시한다. ⑤ 서술자가 작품에 등장하여 사건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한다. 2. ㉠과 ㉡을 통한 인물의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독립이라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무지한 인물 ② 판단을 내리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보는 신중한 인물 ③ 모든 판단의 기준이 자신의 이해득실에 있는 이기적인 인물 ④ 사회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이성적 인물 ⑤ 감정의 기복이 심해 신기료 장수조차 할 수 없는 괴팍한 성격의 인물 3. '보기'를 참고할 때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서 주사가 이거 두구 갑디다.” 들고 올라온 각봉투 한 장을 남편에게 건네어 준다. “어디?” 그러면서 받아 봉을 뜯는다. 소절수 한 장이 나온다. 액면 만 원짜리다. 미스터 방은 성을 벌컥 내면서, “겨우 둔 만 원야?” 하고 소절수를 다다미 바닥에다 홱 내던진다. “내가 알우?” “우랄질 자식, 어디 보자. 그래 전, 걸 십만 원에 불하 맡아다 백만 원 하난 냉겨 먹을 테문서, 그래 겨우 둔 만 원야? 엠병헐 자식, 내가 엠피(MP)헌테 말 한마디문, 전 어느 지경 갈지 모를 줄 모르구서.” ① 호가호위하기 위해 ② 결초보은하기 위해 ③ 감탄고토하기 위해 ④ 수주대토하기 위해 ⑤ 가렴주구하기 위해 서술형 4. (가)를 통해 볼 때, 방삼복은 어떤 인물인지 서술하시오. 5. 방삼복이 때로는 ‘미스터 방’으로, 때로는 ‘신기료 장수 코삐뚤이’로 명명된다. 두 호칭의 차이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17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1쪽 백 주사의 아들 백선봉은, 순사 임명장을 받아 쥐면서부터 시작하여 8·15 그 전날까지 칠 년 동안, 세 곳 주재소와 두 곳 경찰서를 전근하여 다니면서, 이백 석 추수의 토지와, 만 원짜리 저금통장과, 만 원어치가 넘는 옷이며 비단과, 역시 만 원 어치가 넘는 여편네의 패물과를 장만하였다. 남들은 주린 창자를 졸라맬 때 그의 광에는 옥 같은 정백미가 몇 가마니씩 쌓였고, 반 년 일 년을 남들은 구경도 못 하는 고기와 생선이 끼니마다 상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 ××경찰서의 경제계 주임으로 있던 마지막 이 년 동안은 더욱더 호화판이었었다. 8·15 그날 밤, 군중이 그의 집을 습격하였을 때에 쏟아져 나온 물건이 쌀 말고도, ‘광목 여섯 통, 고무신 스물세 켤레, 지카다비 여덟 켤레, 빨랫비누 세 궤짝, 양말 오십 타, 정종 열세 병, 설탕 한 부대’ 이렇게 있었더란다. 만 원 어치 여편네의 패물과, 만 원 어치의 옷감이며 비단과 만 원짜리 저금통장은 그만두고 말이었다. 물건 하나 없이 죄다 빼앗기고, 집과 세간은 조각도 못 쓰게 산산 다 부시고, 백선봉은 팔이 부러지고, 첩은 머리가 절반이나 뽑히고, 겨우겨우 목숨만 살아 본집으로 도망해 왔다. [중략 부분 줄거리] 그러던 어느 날, 백 주사는 미군장교의 통역 일을 하며 미군 장교의 권력으로 세도를 부리며 뇌물로 치부하는 방삼복(미스터 방)을 만나게 된다. 그는 방삼복의 힘을 빌려 자신의 집을 습격한 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재산을 되찾으려고 청탁을 한다. 이에 방삼복은 거들먹거리며 들어주겠노라고 장담한다. 미스터 방은 그리고는 냉수 그릇을 집어 한 모금 물고 꿀쩍꿀쩍 양치를 한다. 웬 버릇인지, 하여간 그는 미스터 방이 된 뒤로, 술을 먹으면서 양치하는 버릇이 생겼었다. 양치한 물을 처치하려고 휘휘 둘러보다, 일어서서 노대로 성큼성큼 나간다. 노대는 현관 정통 위였었다. 미스터 방이 그 걸쭉한 양칫물을 노대 아래로 아낌없이 좍 배앝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공교롭게도, 마침 그를 찾으러 온 S소위가 현관으로 일단 들어서려다 말고(미스터 방이 노대로 나오는 기척이 들렸기 때문에) 뒤로 서너 걸음 도로 물러나, “헬로.” 부르면서 웃는 얼굴을 쳐드는 순간과 그만 일치가 되었었다. “에구머니!” 놀라 질겁을 하였으나 이미 배앝아진 양칫물은 퀴퀴한 냄새와 더불어 백절폭포로 내려 쏟혀, 웃으면서 쳐드는 S소위의 얼굴 정통에 가 촤르르. “유 데블!” 이 기급할 자식이라고, S소위는 주먹질을 하면서 고함을 질렀고. 그 주먹이 쳐든 채 그대로 있다가, 일변 허둥지둥 버선발로 뛰쳐나와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미스터 방의 턱을, “상놈의 자식!” / 하면서 철컥, 어퍼컷으로 한 대 갈겼더라고. 1. 이 글은 독자에게 웃음과 교훈을 동시에 준다. 웃음의 요소는 무엇이며, 어떤 교훈을 주는지 서술하시오. 2. 이 글의 등장인물인 ‘미스터 방’과 ‘백 주사’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176쪽 3. 염상섭, ‘두 파산’ (작품 안으로) → 주제: 해방 공간의 각박한 현실과 가치관의 혼란 특징: 이 작품은 정례 모친과 ‘옥임’이라는 두 대립적 인물을 통해 물질적으로 파산해 가는 인물과 정신적으로 파산해 가는 인물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형적 인물은 해방 공간의 시대적 혼란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며, 만연체의 유장한 문체와 경기 방언의 사용은 당대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제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49년 <신천지>에 발표된 이 작품은 해방기의 물질 만능적 세태를 그린 단편 소설이자 세태 소설이다. 염상섭은 현실의 문제점을 예리한 관찰력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객관적 리얼리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염상섭이 제시한 대조적인 인물상을 긍정적, 부정적 인물로 나누기보다는, 결국 모든 인물이 각박하고 혼란한 세태의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앞부분의 줄거리] 김옥임과 정례 모친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친구였다. 광복 직후 정례 모친은 옥임에게 2할의 이자로 10만 원을 빌려 문방구를 차린다. 옥임이 아홉 달 동안 20만 원 가까운 돈을 챙겼으면서도 밑천 10만 원마저 달라고 하자, 정례 모친은 그 밑천을 1할 5푼의 출자금으로 전환하고 교장에게 5만 원을 빌렸으나 손해만 발생한다. 이때 옥임은 자기가 교장한테 10만 원의 빚을 졌으니 자기 대신 갚고 그것으로 자기 빚은 청산하자고 제안한다. 교장은 정례 모친에게 빚을 독촉하다가 문방구를 빚 대신 받을 생각으로 옥임의 뜻에 따른다. “오늘은 아퀴를 지어 주시렵니까? 언제 갚으나 갚고 말 것인데 그걸루 의 상할 거야 있나요?” 이튿날 교장이 슬쩍 들러서 매우 점잖은 수작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교장 선생님부터가 어떻게 들으실 줄 모르나, 김옥임이가 그렇게 되다니 불쌍해 못 견디겠어요. 예전에 셰익스피어의 원서를 끼구 다니구, ‘인형의 집’에 신이 나구, 엘렌 케이의 숭배자요 하던 그런 옥임이가, 동냥 자루 같은 돈 전대를 차구 나서면 세상이 모두 돈닢으로 보이는지, 어린애 코 묻은 돈 바라고 이런 구멍가게에 나와 앉았는 나두 불쌍한 신세이지마는, 난 옥임이가 가엾어서 어제 울었습니다. 난 살림이나 파산 지경이지 옥임이는 성격 파산인가 보더군요 ….” 정례 어머니는 분하다 할지, 딱하다 할지, 속에 맺히고 서린 불쾌한 감정을 스스로 풀어 버리려는 듯이 웃으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니 나두 듣기에 좀 괴란쩍습니다마는, 모두 어려운 세상에 살자니까 그런 거죠, 별수 있나요. 그래도 제 돈 내놓고 싸든 비싸든 이자라고 명토 있는 돈을 어엿이 받아먹는 것은 아직도 양심이 있는 생활입니다. 입만 가지고 속여 먹고, 등쳐 먹고, 알로 먹고, 꿩으로 먹는 허울 좋은 불한당 아니고는 밥알이 올곧게 들어가지 못하는 지금 세상 아닙니까, 허허허.” 하고, 교장은 자기 변명인지 옥임이 역성인지를 하는 것이었다. 이날 정례 어머니는 딸이 옆에서 한사코 말리며, “그 따위 돈은 안 갚아도 좋으니, 정장을 하든 어쩌든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세요.” 하며 팔팔 뛰는 것을 모른 척하고, 이십만 원 표에 이만 원 현금을 얹어서 옥임이에게 갖다 주라고 내놓았다. 정례 모친은 그 후 두 달 걸려서 교장 영감의 오만 원 돈은 갚았으나, 석 달째 가서는 이 상점 주인이 바뀌어 들고야 말았다. 정말 교장 영감의 조카가 나서는가 하였더니, 교장의 딸 내외가 들어앉았다. 177쪽 상점을 내놓고 만 바에는 자질구레한 셈속을 따진대야 죽은 아이 귀 만져 보기지 별 수 없지만, 하여튼 이십만 원의 석 달 변리 육만 원이 또 늘어서 이십육만 원인데, 정례 모녀가 사글세의 보증금 팔만 원마저 못 찾고 두 손 털고 나선 것을 보면, 그 팔만 원을 에끼고 남은 십팔만 원이 점방의 설비와 남은 물건값을 치른 것이었다. 물론 옥임이가 뒤에 앉아 맡은 것이나, 권리값으로 오만 원 더 얹어서 교장 영감에게 팔아 넘긴 것이었다. 옥임이는 좀더 남겨 먹었을 것이로되, 교장 영감이 그 돈 받아 내는 데에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오만 원 얹어 먹고 말았고, 또 교장은 이북에서 내려온 딸 내외에게는 꼭 알맞은 장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애초부터 침을 삼키고 눈독을 들이던 것이라, 이 상점을 손에 넣으려고 애도 썼지마는, 매득하였다고 좋아하였다. 정례 모녀는 일 년 반 동안이나 죽도록 벌어서 ㉠( )고 절통을 하였으나, 그보다도 정례 모친은 오래간만에 몸이 편해져서 그렇기도 하였겠으나, 몸살 감기에 울화가 터져서 그만 몸져누운 것이 반 달이나 끌었다. ㉡^_“마누라, 염려 말아요. 김옥임이 돈쯤 먹자고만 들면 삼사십만 원쯤 금시 녹여 내지, 가만있어요.”_^ / 정례 부친은 앓는 마누라 옆에 앉아서 이렇게 위로하였다. “옥임이 돈을 먹자는 것두 아니지만, 무슨 재주루?” 마누라는 말리는 것도 아니요, 부채질하는 것도 아닌 소리를 하였다. “김옥임이도 요 사이 자동차를 놀려 보구 싶어한다는데, 마침 어수룩한 자동차 한 대가 나섰단 말이지. 조금만 참아요. 우리 집문서는 아무래두 김옥임 여사의 돈으로 찾아 놓고 말 것이니 ….” / 하며, 정례 부친은 앓는 아내를 위하여 뱃속 유하게 껄껄 웃었다. 내용 구조도 장례 모친 ↔ 김옥임 * 장례 모친: 문방국를 차림--빚이 늘어남--옥임에게 망신당함--빚을 갚고 문방구를 처분함 경제적 파산 * 김옥임: 자금을 빌려 줌--원금을 빼내려 함--창피를 줌--문방국를 넘기고 이익을 챙김 정신적 파산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두 파산’의 의미 --정례 모친의 물질적 파산: 광복 직후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의 경제적 몰락 --김옥임의 정신적 파산: 광복 직후의 물질 만능주의적 세태에 순응하여 치부하던 사람들의 정신적 파탄 어휘 풀이 * 아퀴: 어수선한 일의 갈피를 잡아 마무르는 일 * ‘인형의 집’: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이 지은 3막의 희곡으로, 여성 해방 운동의 선편을 이룬 작품 * 엘렌 케이: 자유주의와 개인의 해방, 아동의 해방을 주장한 여성 사상가 * 괴란쩍다: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운 느낌이 있다. * 명토: 명분이나 이유 * 정장: 소장을 관계 기관에 냄. 고소 * 변리: 꾸어 준 돈에서 느는 이자 * 에끼다: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을 서로 비겨 없애다. * 매득: 싸게 사는 것 * 절통: 몹시 원통함 구절 풀이 * “난 살림이나~파산인가 보더군요 ….”: 작품의 제목 ‘두 파산’이 물질적 파산과 정신적 파산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 “입만 가지고~지금 세상 아닙니까, 허허허.”: 광복 직후의 물질주의와 기회주의가 판치는 세태를 암시한다. (진단 체크) 1. ‘교장’과 ‘옥임’과 같이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성어를 쓰시오. 2. ‘옥임’과 ‘정례 모친’이 갈등하는 원인에 해당하는 1음절의 단어를 찾아 쓰시오. (답) 1. 유유상종 2. 돈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2쪽 1. 이 글의 ‘교장’과 '보기'의 ‘발가벗은 아이들’과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_발가벗은 아이들_^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을 왔다갔다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나니라 이리 오면 사나니라 부르는 것이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이정신 ① 돈과 인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② 매사에 소극적, 냉소적 행동을 보이는 인물 ③ 숨은 의도를 가지고 상대에게 접근하는 인물 ④ 세상을 긍정하지만 물질적 능력이 없어 파산하는 인물 ⑤ 냉철한 이성으로 문제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처하는 인물 178쪽 2. 문맥을 고려하여, ㉠에 들어갈 속담으로 가장 알맞은 말은? ① 초록은 동색이라. ②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③ 죽 쑤어 개 좋은 일 한다. ④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⑤ 눈치가 참새 방앗간을 찾는다. 3. '보기'는 이 글을 읽고 쓴 독서 감상문의 일부이다. ( )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나는 소설 작품을 읽을 때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소설의 세계를 비교해 보거나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삶과 나 자신의 삶을 비교해 보면서 내 삶을 스스로 반성해 보곤 한다. 이 작품 역시 내게 많은 감동과 교훈을 주었는데, ( ) ① 물질적 파산과 정신적 파산에 처한 인물들을 보면서 나는 정신과 물질이 조화된 삶을 추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② 빚으로 몸져 누워서도 옥임에게 돈을 되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 정례 모친을 보며 삶에 순응하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③ 친구 간의 우정과 체면마저도 가볍게 여기는 옥임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당연히 지켜야 할 근본적 예의를 망각한 채 사는 것이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다. ④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작품 속 교장의 걸맞지 않은 행동을 보면서 나 역시 내 지위와 역할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⑤ 이 작품의 세계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도 점차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지나친 물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서술형 4. 이 글의 내용을 고려할 때, ‘두 파산’의 의미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5. ‘정례 모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에 나타난 ‘정례 부친’의 문제 해결 방식의 문제점을 서술하시오. 17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2쪽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날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던 정례 모친이 옥임과 마주친다. 옥임은 정례 모친에게 친구의 돈을 갚지 않으려고 작정했느냐며 몰아세우고, 정례 모친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뒷골목으로 끌고 가려 한다. 그러나 옥임은 이제 곧 거리로 나앉게 된 주제에 체면이 무엇이고 우정이 무엇이냐며 창피를 준다. 이에 정례 모친은 옆 골목으로 줄달음질을 치고 만다. 옥임이는 정례 모친이 혼쭐이 나서 달아나는 꼴을 그것 보라는 듯이 곁눈으로 흘겨보고는, 입귀를 샐룩하며 비웃고 버젓이 사람 틈을 헤치고 종로 편으로 내려갔다. 의기양양할 것도 없지마는, ㉠^_가슴 속이 후련하니, 머릿속이고 가슴 속이고 뭉치고 비비 꼬이던 것이 확 풀어져 스러지고, 피가 제대로 도는 것 같이 기분이 시원하다._^ 그러나 그렇게 뭉치고 비비 꼬인 것이라는 것이 반드시 정례 어머니에게 대한 악감정은 아니었다. 옥임이가 그 오랜 동무에게 이렇다 할 감정이 있을 까닭은 없었다. 다만, 아무리 요새 돈이라도 이십여만 원이라는 대금을 받아 내려면, 한번 혼을 단단히 내고 제독을 주어야 하겠다고 벼르기는 하였지만, 얼떨결에 나온다는 말이, 젊은 서방을 둔 텃세냐 무엇이냐고 한 것은 구석 없는 말이었고, 지금 생각하니 우스웠다. 그러나 자기보다도 훨씬 늙어 보이고 살림에 찌든 정례 모친에게는 과분한 남편이라는 생각을 늘 하던 옥임이기는 하였다. 남의 남편을 보고 부럽다거나 샘이 나거나 하는 그런 몰상식한 옥임이도 아니지만, 자식도 없이 군식구들만 들썩거리는 집에 들어가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늙은 영감의 방을 들여다보면 공연히 짜증이 나고, 정례 어머니가 자식들을 공부시키느라고 어려운 살림에 얽매고 고생하나, 자기보다는 팔자가 좋다는 생각도 나는 것이었다. 내년이면 공과 대학을 나오는 맏아들에, 중학교에 다니는, 어머니보다도 키가 큰 둘째 아들이 있고, 딸은 지금이라도 사위를 보게 다 길러 놓았고, 남편은 번둥번둥 놀며 마누라가 조리차를 하는 용돈이나 받아 쓰고, 자동차로 땅뙈기는 까불었을망정 신수가 멀쩡한 호남자가 무슨 정당이라나 하는 곳의 조직 부장이니 훈련 부장이니 하고 돌아다니니, 때를 만나면 아닌 게 아니라 장래 대신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팔구 삭 동안 장사를 하느라고 매일 들러 보면, 젊은 영감을 등이라도 두드리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듯이 지성으로 고이는 꼴이란 아닌 게 아니라 옆에서 보기에도 부러운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았지마는, 결혼들을 처음 했을 예전 시절이나, 도지사 관사에 들어서 드날릴 때야 어디 존재나 있던 위인들인가? 그것이 처지가 뒤바뀌어서 관 속에 한 발을 들여 놓은 영감이나마 반민자로 지목이 가다니, 이런 것 저런 것을 생각하면 쭉쭉 뽑아 놓은 자식들과, 한참 활동적인 허우대 좋은 남편에 둘러싸여 재미있고 기운차게 사는 양이 역시 부럽고, 저희만 잘 된다는 것에 시기도 나는 것이었다. 보기 좋게 이년 저년을 붙이며 한바탕 해대고 나서 속이 후련한 것도 그러한 은연중의 시기였고, 공연한 자기 화풀이였는지 모른다. 1. ‘옥임’이 ㉠과 같이 느낀 이유를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하여 간략히 서술하시오. 2. 이 글의 ‘옥임’과 '보기'의 ‘나무’가 처한 상황을 비교하여 간략히 서술하시오. '보기' ^_나무_^도 병이 드니 정자 나무라도 쉴 이 없다. 호화롭게 서 있을 때에는 오고가는 이들이 다 쉬더니 잎 지고 가지 꺾인 후에는 새마저도 앉지 않는다. --정철 180쪽 4. 이범선 ‘오발탄’ (작품 안으로) → 주제: 전후 실향민 가족의 욕망의 좌절과 방향 상실감 특징: 이 작품은 6·25 전쟁 뒤 월남한 실향민 가족이 새로운 삶의 터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비정한 사회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 몰린 주인공의 정신적인 혼란은 전후의 피폐한 사회상과 분단의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59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이 소설은 전후에 월남하여 해방촌에서 살아가는 실향민 가족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주인공인 철호는 가족의 불행이 겹치자 절망에 빠져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자신을 ‘조물주의 오발탄’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패배 의식은 전후의 실존주의적 의식과 연관되며, 황폐하고 궁핍한 전후 현실이 당시의 사람들을 낙오자로 만들어 버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앞부분의 줄거리] 산비탈의 해방촌에서 살면서 계리사 사무실의 서기로 일하는 철호는 6·25 전쟁 때 월남한 가족의 가장이다. 그는 극심한 가난 때문에 치통을 참고 싸구려 목양말을 신으며 점심은 보리차로 때운다. 그의 아내는 만삭이며 딸은 영양 실조로 누렇게 떠 있다. 어머니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집에서 늘 ‘가자!’라는 소리만 외친다. 6·25 전쟁에 참여했다가 2년 전에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온 동생 영호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리고 여동생 명숙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족을 위해 양공주가 되었다.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한 철호는 영호가 권총 강도로 붙잡혔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서로 달려간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가 병원에서 난산을 겪고 있다는 명숙의 말을 듣고 병원으로 간다. ㉠^_아내_^는 이미 죽어 있었다. “네. 그래요.” 철호는 간호원보다도 더 심상한 표정이었다. 병원의 긴 복도를 휘청휘청 걸어서 널따란 현관으로 나왔다. 시체가 어디 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무엇인가 큰일이 한 가지 끝났다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니 또 어찌 생각하면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긴 것 같은 무거운 기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이제는 그리 서두를 필요도 없어졌다는 생각만으로 철호는 거기 병원 현관에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A]^_이윽고 병원의 큰 문을 나선 철호는 전찻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자전거가 휙 그의 팔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멈춰 섰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섯 시도 더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제 사무실로 가야 할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전찻길을 건넜다. 또 한참 걸었다. 그는 또 멈춰 섰다. 또 걸었다. 그저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생각도 아니면서 그의 발길은 자동 기계처럼 남대문 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문방구점, 라디오방, 사진관, 제과점. 그는 길가에 늘어선 이런 가게의 진열장을 하나하나 기웃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보이지는 않았다._^ 그러던 철호는 또 우뚝 섰다. 그는 거기 눈앞에 걸린 간판을 쳐다보고 있었다. 장기판만한 판에 빨간 페인트로 치과라고 써 있었다. 철호는 갑자기 자기 이가 쑤시는 것을 느꼈다. 아침부터, 아니 벌써 전부터 훌떡훌떡 쑤시는 ㉡^_충치_^가 갑자기 아파 왔다. 양쪽 어금니가 아래위 다 쑤셨다. 사실은 어느 것이 정말 쑤시는 것인지조차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철호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만 환 다발이 만져졌다. 철호는 치과 간판이 걸린 층계 이층으로 올라갔다. 181쪽 치과 걸상에 머리를 젖히고 입을 아 벌리고 앉았다. 의사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쇠꼬치를 그의 입에 넣었다 꺼냈다 하였다. 철호는 매시근하니 잠이 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좀 아팠지요? 뿌리가 꾸부러져서.” 의사가 집게에 뽑아든 이를 철호의 눈앞에 가져다 보여 주었다. 속이 시꺼멓게 썩은 징그러운 이 뿌리에 뻘건 살점이 묻어 나왔다. 철호는 솜을 입에 문 채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사실 아프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됐습니다. 한 삼십 분 후에 솜을 빼 버리슈. 피가 좀 나올 겁니다.” “이쪽을 마저 빼 주시오.” 철호는 옆의 타구에 침을 뱉고 나서 또 한쪽 볼을 눌러 보였다. “어금니를 한 번에 두 개씩 빼면 출혈이 심해서 안 됩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내일 또 빼지요.” “다 빼 주십시오. 한 몫에 몽땅 다 빼 주십시오.” “안 됩니다. 치료를 해 가면서 한 개씩 빼야지요.” “치료요? 그럴 새가 없습니다. 마악 쑤시는 걸요.” “그래도 안 됩니다. 빈혈증이 일어나면 큰일납니다.” 하는 수 없었다. 철호는 치과를 나왔다. 또 걸었다. 잇몸이 멍하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하면 시원한 것 같기도 했다. 그는 한 손으로 볼을 쓸어 보았다. 그렇게 얼마를 걷던 철호는 거기에 또 치과 간판을 발견하였다. 역시 이층이었다. “안 될 텐데요.” 거기 의사도 꺼렸다. 철호는 괜찮다고 우겼다. 한쪽 어금니를 마저 빼었다. 이번에는 두 볼에다 다 밤알만큼씩한 솜 덩어리를 물고 나왔다. 내용 구조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 * 만삭인 아내와 영양 실조에 걸린 딸 * 방황하는 영호 * 양공주 명숙 불행의 중첩: * 영호의 은행 강도 사건 * 아내의 죽음 → 치통(삶의 고통) → 이를 뽑는 행위(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충치’의 상징적 의미: 이 작품에서 철호의 충치는 그의 삶에서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원인이자, 고난의 삶 자체를 상징한다. 따라서, 충치를 뽑는 행위는 그를 둘러싼 모든 고통의 원인인, 가장으로서의 부담감과 양심에서 벗어나고픈 소망을 드러낸 것이다. 어휘 풀이 * 해방촌: 6·25 전쟁 후 북에서 피난해 온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던 동네. ‘광복 후에 생긴 동네’라는 뜻으로 정부에서 이렇게 명명하였다. * 상이군인: 전투나 군사상의 공무 중에 상처를 입은 군인 * 양공주: ‘서양 사람에게 몸을 파는 여자’를 비꼬아 이르는 말 * 심상하다: 대수롭지 않고 예사롭다. 범상하다. * 매시근하다: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 타구: 가래나 침을 뱉도록 마련한 그릇 구절 풀이 * 그러면서도 그 해야 할~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드러내는 구절이다. * 그는 길가에~보이지는 않았다.: 철호가 아내가 죽은 후 병원을 나와 방황하는 장면이다. * 철호는 갑자기 자기 이가쑤시는 것을 느꼈다.: 철호의 치통은 그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상징한다. (진단 체크) 1. ‘철호’가 자신의 아픔을 환기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20어절의 소재를 찾아 쓰시오. 2. 아내의 죽음에 대한 ‘철호’의 이중적 태도를 드러내는 부분을 찾아 처음 어절과 마지막 어절을 쓰시오. 3. 타성에 젖은 채 목적 의식 없이 살아가는 ‘철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2어절의 말을 찾아 쓰시오. (답) 1. 치과 간판 2. 무엇인가, 했다. 3. 자동 기계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3쪽 1. 이 글의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특이한 행동으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② 극적 제시 방법으로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의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④ 작품 안의 서술자가 주인공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⑤ 상징적 소재를 통해 인물이 처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82쪽 2. [A]에 나타난 ‘철호’의 심리로 적절한 것은? ① 고통스런 삶의 돌파구 탐색 ② 도시의 발달된 문명의 탐닉 ③ 정신적 충격과 좌절로 인한 방황 ④ 가족들과의 삶에 대한 계획과 반성 ⑤ 익명의 도시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 3. 이 글의 ‘철호’와 '보기'의 ‘현’의 현실 대응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보기' ‘살아야겠다. 그리고 살았다는 증거를 보이고 다시 죽어야 한다.’ 현은 기를 쓰는 반발의 감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힘이 움터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힘이 조금씩 조금씩 마음에 무게를 가하더니 전신에 어떤 충족감이 느껴지자 현은 가슴 속에서 갑자기 우직하고 깨뜨려지는 자기 껍질의 소리를 들었다. 조각을 내고 부서지는 껍질, 그와 함께 거기서 무수한 불꽃. 찬란한 그 섬광. 현은 끝없이 푸른 하늘로 트이는 마음의 상쾌를 느꼈다. --선우휘, ‘불꽃’ ① ‘철호’와 ‘현’은 모두 부조리한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② ‘철호’와 ‘현’은 모두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③ ‘철호’와 ‘현’은 모두 이승의 고뇌에서 벗어나 피안의 세계에 이르기를 갈망하고 있다. ④ ‘철호’는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반면, ‘현’은 현실 도피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⑤ ‘철호’는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반면, ‘현’은 현실에 대항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술형 4.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고려하여, ㉠과 ㉡이 내포하는 의미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5. 이 글의 ‘철호’와 '보기'의 ‘나’가 처한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외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18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3쪽 운전사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핸들을 틀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철호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S병원으로 가.” 철호는 갑자기 아내의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운전사는 다시 홱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운전사 옆에 앉았던 조수 애가 한번 철호를 돌아보았다. 철호는 뒷자리 한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차는 한국은행 앞 로터리를 돌고 있었다. 그때에 또 뒤에서 철호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경찰서로 가.” / 눈을 감고 있는 철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이미 죽었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 “×경찰서 앞입니다.” 철호는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나 곧 또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 버렸다. / “아니야. 가.” “×경찰서입니다. 손님.” / 조수 애가 뒤로 몸을 틀어 돌리고 말했다. ^_“가자.”_^ / 철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어디로 갑니까?” / “글쎄, 가.” “허, 참 딱한 아저씨네.” / “….” / “취했나?” / 운전사가 힐끔 조수 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사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철호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 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철호는 점점 더 졸려 왔다. 다리가 저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 철호는 또 한 번 귓가에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차가 네 거리에 다다랐다. 앞의 교통 신호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차가 섰다. 또 한 번 조수 애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 “어디로 가시죠?”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철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 따르릉 벨이 울렸다. 긴 자동차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호가 탄 차도 목적지를 모르는 대로 행렬에 끼여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1. 이 글을 읽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_오발탄_^의 상징적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하여 서술하시오. 2. 이 글의 전체 내용을 참고하여, ‘철호’가 행선지를 번복하는 행위에 담긴 심리는 무엇인지 간략히 서술하시오. 3. 이 글의 ‘철호’의 ^_“가자.”_^와 '보기'에 나오는 어머니의 ^_“가자.”_^가 의미하는 바를 각각 서술하시오. '보기' ^_“가자.”_^ 철호가 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가자는 것이었다.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중략) 삼팔선, 그것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 주어도 철호의 늙은 어머니에게만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184쪽 ^[05. 산업화 사회의 인간 소외 양상 1. 황석영, ‘삼포 가는 길’ (작품 안으로) → 주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고향을 상실하고 떠돌아다니는 뜨내기들의 애환 특징: 이 작품은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소외 계층인 전과자, 노무자, 작부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뜨내기들이 동행하며 서로 동질감을 가지게 되지만, 결국 고향을 상실하고 다시 떠돌아다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린 소외 계층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73년 9월 <신동아> 109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1970년대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들은 뿌리를 잃고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영달’과 ‘정씨’ 같은 노무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시대적 전형성을 드러내고 있다. “어느 방향이오?” / “전라선이에요.” / “나는 호남선 쪽인데. 여비는 있소?” “군용차를 사정해서 타구 가면 돼요.” 그들은 장터 모퉁이에서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팥시루떡을 사 먹었다. 백화가 자기 몫에서 절반을 떼어 영달에게 내밀었다. “더 드세요. 날 업구 왔으니 기운이 배나 들었을 텐데.” 역으로 가면서 백화가 말했다. “어차피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우리 고향에 함께 가요. 내 일자리를 주선해 드릴게.” “㉠^_내야 삼포루 가는 길이지만, 그렇게 하지?”_^ 정씨도 영달이에게 권유했다. ㉡^_영달이는 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_^ 대합실에서 정씨가 영달이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속삭였다. “여비 있소?” / “빠듯이 됩니다. 비상금이 한 천 원쯤 있으니까.” “어디루 가려우?” / “일자리 있는 데면 어디든지 ….”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씨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화 쪽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 “그런 거 같아요.”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_이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_^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 “어쨌든 ….”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장을 꺼냈다. “저 여잘 보냅시다.”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우린 뒤 차를 탈 텐데 … 잘 가슈.”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_백화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_^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아무도 … 안 가나요.” /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_“정말, 잊어버리지 … 않을게요.”_^ 185쪽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_“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 … 이점례예요.”_^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_깨어 보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_^ ⓓ^_기차는 연착이었다._^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웠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쳇, 며칠이나 견디나 ….” / “뭐라구?”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 한 사날두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어디 일들 가슈?” / “아뇨, 고향에 갑니다.” “고향이 어딘데 ….” “삼포라구 아십니까?”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 “십 년.”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 “뭣땜에요?”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하기가 말할 수 없데.”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지 들어섰는걸.”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이가 말했다. ⓔ^_“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_^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 어느 결에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내용 구조도 * 신뢰와 인간적 유대감 형성 영달 → 백화 관심 배려 정성 백화 → 영달 고마움 아쉬움 영달 → 정씨 동행 권유 정씨 → 영달 고향 상실 꼭 필요한 내용 연구 과거의 삼포: * 전형적인 농촌 * 고기잡이, 감자 * 나룻배 → 산업화, 근대화 → 현재의 삼포: * 공사판 * 방둑, 신작로, 관광호텔 * 도자, 트럭 어휘 풀이 * 연착: 정하여진 시간보다 늦게 도착함 * 도자: 불도저. 흙을 밀어내어 땅을 다지거나 지면을 고르고 평평하게 하는 등 도로 공사 따위에 널리 쓰이는 특수 자동차 * 변고: 갑작스러운 재앙이나 사고 * 풍문: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 구절 풀이 * 백화가 자기 몫에서~영달에게 내밀었다.: 영달을 생각하는 백화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남 *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고향을 상실하여 영달과 같은 뜨내기 신세가 됨 (진단 체크) 1. 백화를 생각하는 영달의 따뜻한 마음씨를 나타내는 소재를 두 가지 찾아 쓰시오. 2. 산업화에 대한 비판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부분의 첫 어절과 끝 어절을 쓰시오. (답) 1. 삼립빵, 찐 달걀 2. 바다, 법이거든 186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4쪽 1. 이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② 치밀한 내면 묘사로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③ 변화하는 현실을 드러내는 소재를 통해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④ 인물의 성격이 변하는 양상을 제시하여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⑤ 사건의 역전적 구성을 통해 인물의 비극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2. '보기'가 이 글의 창작 과정에서 작가가 고려한 사항이라 할 때, 바르게 반영되지 ^_않은_^ 것은? '보기' * 백화의 모습을 통해 영달과 정씨에 대한 고마움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제시해 보자. → ⓐ * 영달과 정씨가 보여 준 인간적인 정을 잊지 않겠다는 백화의 대사를 삽입해 보자. → ⓑ * 백화를 보낸 뒤 영달과 정씨에게 닥칠 고난과 시련을 궂은 날씨로 암시해 보자. → ⓒ * 노인의 등장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보자. → ⓓ * 고향을 상실한 정씨를 위로하기 위해 화제를 돌리는 영달의 모습을 제시해 보자. → ⓔ ① ⓐ ② ⓑ ③ ⓒ ④ ⓓ ⑤ ⓔ 3. 이 글의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내고자 할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백화가 자기 몫의 팥시루떡 절반을 떼어 영달에게 내미는 모습. ② 영달이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사서 백화에게 주는 모습. ③ 대합실에서 영달, 정씨, 백화가 기대어 자는 모습. ④ 대합실에서 영달과 정씨에게 노인이 말을 거는 모습. ⑤ 기차가 눈발을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서술형 4. 백화의 심리가 '보기'에서 ㉮로 변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보기' “나 이름이 백화지만 가명이에요. 본명은 …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5. ㉠, ㉢과 같은 정씨의 청유에 영달이 ㉡, ㉣과 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를 서술하시오. 18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4쪽 정씨는 고개를 밑으로 숙인 채 묵묵히 걷고 있었다. 언덕을 넘어섰다. 길이 내리막이 되면서 강변을 따라서 먼 산을 돌아 나간 모양이 아득하게 보였다. 인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황량한 들판이었다. 마른 갈대밭이 헝클어진 채 휘청대고 있었고 강 건너 곳곳에 모래 바람이 일어나는 게 보였다. 정씨가 말했다. “저 산을 넘어야 찬샘골인데. 강을 질러가는 게 빠르겠군.” “단단히 얼었을까.” 강물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곤 해서 우툴두툴한 표면이 그리 미끄럽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어, 깨어진 살얼음 조각들을 날려 그들의 얼굴을 따갑게 때렸다. “차라리, 저쪽 다릿목에서 버스나 기다릴 걸 잘못했나 봐요.” 숨을 헉헉 들이키던 영달이가 투덜대자 정씨가 말했다. “자주 끊겨서 언제 올지도 모르오. 그보다두 현금을 아껴야지. 굶어두 돈 있으면 든든하니까.” “하긴 그래요.” / “월출 가면 남행 열차를 탈 수는 있소. 거기서 기차 탈려오?” “뭐 … 돼가는대루. 그런데 삼포는 어느 쪽입니까?” 정씨가 막연하게 남쪽 방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남쪽 끝이오.” / “사람이 많이 사나요, 삼포라는 데는?” “한 열 집 살까? 정말 아름다운 섬이오. 비옥한 땅은 남아 돌아가구, 고기두 얼마든지 잡을 수 있구 말이지." 영달이가 얼음 위로 미끄럼을 지치면서 말했다. “야아 그럼, 거기 가서 아주 말뚝을 박구 살아 버렸으면 좋겠네.” “조오치, 하지만 댁은 안 될 걸.” “어째서요.” / “타관 사람이니까.” 그들은 얼어붙은 강을 건넜다.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눈이 올 거 같군. 길 가기 힘들어지겠소.” [A]^_정씨가 회색으로 흐려 가는 하늘을 걱정스럽게 올려다보았다. 산등성이로 올라서자 아래쪽에 작은 마을의 집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가물거리는 지붕 위로 간신히 알아볼 만큼 가느다란 연기가 엷게 퍼져 흐르고 있었다. 교회의 종탑도 보였고 학교 운동장도 보였다. 기다란 철책과 철조망이 연이어져 마을 뒤의 온 들판을 둘러싸고 있는 것도 보였다. 군대의 주둔지인 듯했는데, 마을은 마치 그 철책의 끝에 간신히 매어 달려 있는 것 같았다._^ 1. 정씨는 ‘삼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2. [A] 부분은 소설 전개상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서술하시오. 188쪽 2.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작품 안으로) → 주제: 현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경직된 관점에 대한 비판과 철거민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 특징: 이 작품은 1970년대 도시 빈민 계층의 삶을 예리하게 파헤친 연작 소설집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수록된 작품으로, 산업화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우리가 진실이라 여기거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않을 수가 있다는 관점을 통해, 옳고 그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 내었다. (작품 밖으로) ← 12개의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1970년대 산업화로 인한 경제의 성장과 그에 따른 소득의 분배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었다. 환상적 기법을 소설에 도입하여 소설 속의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일들은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 작품은 독특한 연작 형식을 통해 1970년대의 냉혹한 시대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그려 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번만 더 묻겠다.” / 교사가 말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_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_^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똑같은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한 학생이 얼른 일어나 대답했다. “저희들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기다렸다. 교사는 말했다. “그 답은 틀렸다.” “왜 그렇습니까?”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을 테니까 잘 들어주기 바란다. 두 아이는 함께 똑같은 굴뚝을 청소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얼굴이 깨끗한데 다른 한 아이의 얼굴은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교사는 분필을 들고 돌아섰다. 그는 칠판 위에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썼다. “제군이 이미 교과서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 역시 입학 시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 바란다. 면에는 안과 겉이 있다. 예를 들자. 종이는 앞뒤 양면을 갖고 지구는 내부와 외부를 갖는다.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끝을 맞붙이면 역시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 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즉 한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이것이 제군이 교과서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여기서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을 생각해 보자.” (중략) “앞을 봐.” 꼽추가 콩밭 속에서 말해 왔다. 앉은뱅이는 두 줄기의 불빛이 밤하늘을 휘저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불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밝은 불빛은 ㉡^_앉은뱅이의 망막에 진한 어둠만 남겼다._^ 그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승용차가 물웅덩이를 건너며 경적을 울려 대도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완충기가 그의 턱을 밀어붙이더니 승용차는 멎었다. 욕을 퍼부어 대는 사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꼽추는 바른쪽 콩밭에서 몸을 찰싹 붙였다. 사나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앉은뱅이는 옆으로 189쪽 몸을 들더니 눈이 부신 얼굴로 사나이를 올려다보았다. “이봐, 왜 그래?” 사나이가 외쳤다. 앉은뱅이가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나이는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뭐라고?” / “죽고 싶다구.” 앉은뱅이가 말했다. “내 위로 차를 몰아가. 나를 상관하지 말구.” 그 목소리가 아주 작아 사나이는 앉은뱅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유나 알자.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나를 알겠어?” “알잖구. 나에게 입주권을 팔았잖아.” / “그래, 당신이 십육만 원에 사갔지.” “나를 원망할 건 없어. 나는 시에서 주는 이주 보조금보다 만 원이나 더 준 거야.”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 앉은뱅이가 말했다. “우린 그 돈으로 전세 들었던 사람을 내보낼 수 있었어.” “이봐, 길을 비키게.” 사나이가 말했다. 앉은뱅이는 얼굴을 돌렸다. “전세돈을 빼주니까 끝이야.” “㉢^_아파트 입주 능력이 없어서 팔아버린 것_^ 아냐?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길 하는 거야?” “집이 헐린 걸 봤지?” / “봤어.” 사나이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_“우리 집이 없어졌어.”_^ 앉은뱅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았다. “당신은 나에게 이십만 원을 더 줘야 돼.” / “뭐라구?”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럴 수가 있어? 삼십팔만 원짜리를 십육만 원에 사다 이십이만 원씩이나 더 받고 넘긴다는 건 말이 안 돼. 나에게 이십만 원을 줘도 이만 원의 이익을 보는 것 아냐? 더구나 당신은 우리 동네 입주권을 몰아 사 버렸지?” “비켜!” 사나이가 몸을 일으켰다. “비키지 않으면 집어던질 테야.” / “마음대로 해.” 아주 짧은 순간 ㉤^_앉은뱅이는 정신을 잃었었다._^ 사나이의 구둣발이 그의 가슴을 차 버렸던 것이다. 앉은뱅이는 거듭 들어오는 사나이의 구둣발을 정신없이 잡고 늘어졌다. 앉은뱅이는 너무 약했다. 사나이는 앉은뱅이의 얼굴을 큰 주먹으로 몇 번 쥐어박더니 번쩍 들어 풀숲으로 내던졌다. 내용 구조도 수학 교사의 수업: 굴뚝 청소 이야기·뫼비우스의 띠--사물을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당부 난쟁이와 꼽추가 철거로 인해 집을 잃음: 부동산 업자를 살해함 --가진 자에 대한 저항 --앉은뱅이: 무감각 --꼽추: 죄의식 뫼비우스의 띠의 의미: 부동산 업자와 앉은뱅이·꼽추 중에서 어느 편이 피해자 혹은 가해자인지 단언할 수 없음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뫼비우스의 띠’의 상징적 의미: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형태로서, 수학 교사는 이를 통해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꼽추와 앉은뱅이에 관한 일화에서도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휘 풀이 * 제군: ‘여러분’, ‘그대들’의 뜻으로 나이가 비슷한 친구나 손아랫사람에게 쓰는 말 * 뫼비우스의 띠: 기다란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여서 이루어지는 도형 * 꼽추: 등이 굽고 큰 혹 같은 것이 불쑥 나온 사람. 곱사등이 * 앉은뱅이: 일어나 앉기는 하여도 서거나 걷지 못하는 사람 * 입주권: 새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는 권리나 권리 문서 구절 풀이 * 더 이상의 질문을~있을 수가 없다.: 인간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 “전세돈을 빼주니까 끝이야.”: 재개발 관련 제도의 불합리함을 알 수 있다. * “아파트 입주 능력이~이야길 하는 거야?”: 개인의 경제적 능력 탓으로 돌리는 산업화 사회의 비정함이 드러난다. (진단 체크) 1. ‘뫼비우스의 띠’의 특징을 간략히 쓰시오. 2. ‘앉은뱅이’와 ‘사나이’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된 소재를 찾아 쓰시오. 3. ‘사나이’의 폭력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를 찾아 쓰시오. (답) 1.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음 2. 입주권 3. 구둣발 190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5쪽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회상 형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②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이념적인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③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④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인물의 성격이 변하게 된 원인을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2.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_않는_^ 것은? ① 교사는 주입식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② 아파트는 축재의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③ 교사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④ 앉은뱅이는 사나이의 행동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⑤ 사나이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3. 다음 '보기'의 밑줄 친 부분을 고려할 때, ㉠~㉤ 중, 성격이 ^_다른_^ 하나는? '보기'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말 경제 성장의 결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_소외된 노동자와 도시 하층민의 고통_^을 그렸다. 작가는 간결한 문체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추악한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꼽추’와 ‘앉은뱅이’가 처한 소설적 상황을 고려하여, 이 글의 중심인물을 장애인으로 설정한 이유를 추측하여 서술하시오. 5. 수학 교사가 ‘두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려는 의도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19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5쪽 그는 승용차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굽혔다.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의 명치 밑을 힘껏 차왔다. 사나이의 큰 몸이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콩밭에 숨어 있던 꼽추가 차 안으로 들어가 있다 죽을 힘을 다해 사나이를 차 버렸던 것이다. “돈을 줄게!” / 사나이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꼽추가 그의 입에 큰 반창고를 붙인 뒤였다.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은 전깃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중략) 사나이는 앉은뱅이와 꼽추가 자기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것은 벌써 팔아 버렸어.” / 앉은뱅이가 가방 안을 뒤적이면서 말했다. 사나이는 두 눈만 껌벅거렸다. “잘 봐.” / “우리 이름이 이 공책에 적혀 있어. 그런데 연필로 그어 버린 거야. 이건 팔았다는 뜻이야.” 앉은뱅이가 쳐다보자 사나이가 고개만 끄덕였다. “삼십팔만 원에?” / 사나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돈을 세어 봐.” 꼽추가 말했다. 앉은뱅이가 돈을 세기 시작했다. 그는 꼭 이십만 원씩 두 뭉치의 돈만 꺼냈다. ㉠^_“이건 우리 돈야.”_^ 앉은뱅이가 말했다. 사나이는 다시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앉은뱅이가 뒷좌석의 친구에게 한 뭉치의 돈을 넘겨 주는 것을 보았다. 앉은뱅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꼽추의 손도 마찬가지로 떨렸다. 두 친구의 가슴은 더 떨렸다. [중간 부분의 줄거리] 앉은뱅이와 꼽추는 사나이를 차에 태운 채 불태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앉은뱅이는 강냉이 기계를 사서 돈을 벌 생각으로 희망에 부푼다. 앉은뱅이는 친구의 반응을 기다렸다. 꼽추는 말이 없었다. “왜 그래?” / 앉은뱅이는 급히 따라가 꼽추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이봐,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 꼽추가 말했다. / “겁이 나서 그래?” / 앉은뱅이가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 꼽추가 말했다. / “묘해. 이런 기분은 처음야.” / “그럼 잘 됐어.” “잘 된 게 아냐.” / 앉은뱅이는 이렇게 차분한 친구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A]^_“나는 자네와 가지 않겠어.” / “뭐?” / “자네와 가지 않겠다구.” / (중략) 꼽추는 이렇게 말하고 한 마디 덧붙였다. /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의 마음이야.” “그러니까, 알겠네.” / 앉은뱅이가 말했다. “가, 막지 않겠어.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_^ 1. ㉠에 담긴 앉은뱅이의 심리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2. ‘사나이’를 살해한 후, 앉은뱅이와 꼽추의 태도를 [A]를 근거로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3. 이 글에 나타난 갈등의 해결 방식이 지니는 한계에 대해서 비판하시오. 192쪽 3.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작품 안으로) → 주제: 산업화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한 연민과 현실 고발 특징: 이 작품은 철거 이주민을 위한 도시로 대대적으로 개발된 성남을 배경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하였다가 전과자로 전락한 한 소시민의 독특한 성격과 삶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인물로, 이러한 그의 욕망과 심리는 구두에 대한 집착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77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중편 소설로, 1970년대 산업화의 흐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무기력한 소시민 권씨의 자존심과 분노를 통해 당대 사회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는 반면 소외된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어색하게 들린 것은 그가 ‘제기랄’이라고 씹어뱉은 그 대목뿐이었다. 평상시의 권씨답지 않은 그 말만 빼고는 그럴 수 없이 진지한 이야기였다. 아니다. 그가 처음으로 점잖치 못한 그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내 귀엔 더욱더 진지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동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진지함 앞에서 ‘아아, 그거 참 안됐군요.’라든가 ‘그래서 어떡하죠.’ 하는 상투적인 말로 섣불리 이쪽의 감정을 전달하기엔 사실 말이지 ‘십만 원 가까이’는 내게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집을 살 때 학교에다 진 빚을 아직 절반도 못 가린 처지였다. 정상 분만비 1, 2만 원 정도라면 또 모르지만 단순히 권씨를 도울 작정으로 나로서는 거금에 해당하는 10만 원 가까이를 또 빚진다는 건 무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아내의 양해도 없이 멋대로 그런 큰 일을 저질러도 괜찮을 만큼 나는 자유롭지도 못했다. “빌려만 주신다면 무슨 짓을, 정말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반드시 갚는 조건임을 강조하면서 그는 마치 성경책 위에다 오른손을 얹고 말하듯이 엄숙한 표정을 했다. 하마터면 나는 잊을 뻔했다. 그가 적시에 일깨워 주었기 망정이지 안 그랬더라면 빌려 주는 어려움에만 골똘한 나머지 빌려 줬다 나중에 돌려받는 어려움이 더 클 거라는 사실은 생각도 못 할 뻔했다. 그렇다. 끼니조차 감당 못 하는 주제에 막벌이 아니면 어쩌다 간간이 얻어걸리는 출판사 싸구려 번역일 가지고 어느 겨를에 빚을 갚을 것인가. 책임이 따르는 동정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리고 기왕 피할 바엔 저쪽에서 감히 두 말을 못 하도록 야멸치게 굴 필요가 있었다. / “병원 이름이 뭐죠?” / “원 산부인괍니다.” “지금 내 형편에 현금은 어렵군요. 원장한테 바로 전화 걸어서 내가 보증을 서마고 약속할 테니까 권 선생도 다시 한번 매달려 보세요. 의사도 사람인데 설마 사람을 생으로 죽게야 하겠습니까. 달리 변통할 구멍이 없으시다면 그렇게 해 보세요.” 내 대답이 지나치게 더디 나올 때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도전적이던 기색이 슬그머니 죽으면서 그의 착하디착한 눈에 다시 수줍음이 돌아왔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원장이 어리석은 사람이길 바라고 거기다 희망을 걸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한테서 수술 비용을 받아 내기가 수월치 않다는 걸 입원시키는 그 순간에 벌써 알아차렸어요.” 얼굴에 흐르는 진땀을 훔치는 대신 그는 오른발을 들어 왼쪽 바짓가랑이 뒤에다 두어 번 문질렀다. 발을 바꾸어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중략) 내가 내미는 칼을 보고 그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나는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면서 칼을 받아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는 겁에 질려 잠시 망설이다가 내 재촉을 받고 후닥닥 달려들어 칼자루를 낚아채 가지고 다시 내 멱을 겨누었다. 그가 고의로 사람을 찌를 만한 위인이 못 되는 줄 일찍이 간파했기 때문에 나는 칼을 되돌려준 걸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193쪽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식칼을 옆구리 쪽 허리띠에 차더니만 몹시 자존심이 상한 표정이 되었다. “도둑맞을 물건 하나 제대로 없는 주제에 이죽거리긴!” “그래서 경험 많은 친구들은 우리 집을 거들떠도 안 보고 그냥 지나치죠.” “누군 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왔나? 피치 못할 사정 땜에 어쩔 수 없이 ….” 나는 강도를 안심시켜 편안한 맘으로 돌아가게 만들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 ^_피치 못할 사정_^이란 게 대개 그렇습니다. 가령 식구 중에 누군가가 몹시 아프다든가 빚에 몰려서 ….” 그 순간 강도의 눈이 의심의 빛으로 가득 찼다. 분개한 나머지 이가 딱딱 마주칠 정도로 떨면서 그는 대청마루를 향해 나갔다. 내 옆을 지나쳐 갈 때 그의 몸에서는 역겨울 만큼 술냄새가 확 풍겼다. 그가 허둥지둥 끌어안고 나가는 건 틀림없이 갈기갈기 찢어진 한 줌의 자존심일 것이었다. 애당초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내 방법이 결국 그를 편안케 하긴커녕 외려 더욱더 낭패케 만들었음을 깨닫고 나는 그의 등을 향해 말했다. “어렵다고 꼭 외로우란 법은 없어요. 혹 누가 압니까,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을 아끼는 어떤 이웃이 당신의 어려움을 덜어 주었을지?” “개수작 마! 그따위 이웃은 없다는 걸 난 똑똑히 봤어! 난 이제 아무도 안 믿어!” 그는 현관에 벗어 놓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 구두를 보기 위해 전등을 켜고 싶은 충동이 불현듯 일었으나 나는 꾹 눌러 참았다.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선 다음, 부주의하게도 그는 식칼을 들고 왔던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엉겁결에 문간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의 실수를 지적하는 일은 훗날을 위해 나로서는 부득이한 조처였다. / “대문은 저쪽입니다.” 문간방 부엌 앞에서 한동안 망연해 있다가 이윽고 그는 대문 쪽을 향해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다.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대문에 다다르자 그는 상체를 뒤틀어 이쪽을 보았다. “이래 봬도 나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오.” / 누가 뭐라고 그랬나. 느닷없이 그는 자기 학력을 밝히더니만 대문을 열고는 보안등 하나 없는 칠흑의 어둠 저편으로 자진해서 삼켜져 버렸다. 내용 구조도 권씨 → 패배한 소시민(지식인)의 모습 권씨: 권씨 아내의 입원 → 권씨의 부탁과 ‘나’의 거절 → 권씨의 강도 행각과 ‘나’에 의한 발각 → 궁핍함의 미해결, 자존심의 훼손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구두’의 상징성: 주인공 권씨는 소시민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의 현실은 막벌이 노동 계층으로 전락해 있지만 그의 정신적 삶은 지식인으로서의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구두’에 대한 애착은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부정이며,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자존심의 표현이자 욕망의 반영인 것이다. 어휘 풀이 * 상투적: 항상 하는 버릇처럼 된 것 * 적시: 알맞은 때 * 막벌이: 아무 일이든지 닥치는 대로 해서 돈을 버는 일 * 야멸치다: 태도가 차고 야무지다. * 멱: 목의 앞쪽 * 간파: 속내를 꿰뚫어 알아차림 * 이죽거리다: ‘이기죽거리다’의 준말. 자꾸 밉살스럽게 지껄이며 짓궂게 빈정거리다. 구절 풀이 * 어색하게 들린 것은~들렸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권씨의 말투가 몹시 정중했음을 암시한다. * 하마터면 나는~필요가 있었다.: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마음을 고쳐먹는 ‘나’의 심리가 드러난다. * 그는 현관에~들어가려 했다.: 강도가 권씨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강도는 자신의 목적을 상실하자, 강도의 신분으로 침입한 것을 망각하고 대문이 아닌 문간방으로 향함으로써, 자신이 문간방에 사는 권씨임을 들키게 되는 것이다. (진단 체크) 1. ^_피치 못할 사정_^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두 어절로 쓰시오. 2. 강도가 ‘권씨’임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3어절로 쓰시오. 3. ‘강도’가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내세운 것은 무엇인지 쓰시오. (답) 1. 아내의 수술 2. 문간방으로 들어가려 함 3. 학력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6쪽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서술자가 사건을 일어난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다. ② 서술자가 주인공의 심리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③ 서술자가 인물의 인생 역정을 압축하여 서술하고 있다. ④ 삽화 형식의 이야기 여러 편을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⑤ 간결한 문체와 빠른 사건 전개로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194쪽 2. 이 글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나’와 ‘강도’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이다. ② ‘나’는 이전에 강도를 당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③ ‘권씨’는 평소에 점잖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④ ‘권씨’의 아내는 분만이 수월치 않아 위독한 상황이다. ⑤ ‘나’는 금전 관계 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는 편이다. 3. '보기'와 같이, ‘권씨’가 이 글의 사건에 대한 후일담을 썼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오 선생을 덜 좋게 얘기할 생각은 없다. 그가 내 치부를 낱낱이 까발려 놓았대서 그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내 문제를 두고 그가 밝힌 견해는 거의 정확한 것이며, 아울러서 그가 밝히게 된 동기부터가 나를 향한 인간적인 애정 때문이었다는 심증을 뭇 호사가들의 나불거리는 입을 통해 나름대로 굳힐 수가 있었다. 나한테 천벌이 내려질지도 모른다. 오 선생을 추호라도 원망하게 되는 날, 거대한 응징의 손길이 내 후두부에 강하게 닿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가 분명히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한 인생을 빌미 삼아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한 흠이 뒤늦게 발견되는 한이 있다 해도 그의 의도를 높이 사고 싶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윤흥길, ‘직선과 곡선’ ① 사건 이후에 ‘권씨’에게 일어난 삶의 변화를 설명해 준다. ② 숨겨져 있던 정보가 드러남으로써 사건의 의미가 역전되게 한다. ③ ‘권씨’의 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독자의 의문을 해소해 준다. ④ 사건에 대한 ‘나’의 입장과 ‘권씨’의 입장을 좀 더 균형 있게 살피게 한다. ⑤ 서술의 시점이 달라짐으로써 ‘권씨’에 대한 ‘나’의 의견이 잘못되었음을 드러낸다. 서술형 4. ‘강도’에 대한 ‘나’의 배려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강도’의 심리를 중심으로 간략히 서술하시오. 5. 이 글에서 '보기'의 밑줄 친 부분과 같은 상황에서 느꼈을 심정을 드러내는 문장을 찾아 쓰고, 그 의미를 서술하시오. '보기'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_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_^ 19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6쪽 이튿날 아침까지 권씨는 귀가해 있지 않았다. 출근하는 길에 병원에 들러 보았다. 수술 보증금을 구하러 병원 문밖을 나선 이후로 권씨가 거기에 재차 발걸음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도 권씨는 귀가하지 않았다. 그가 행방불명이 된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 그리고 본의는 그게 아니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내 방법이 매우 졸렸했음도 이제 확연히 밝혀진 셈이었다. 복면 위로 드러난 두 눈을 보고 나는 그가 다름 아닌 권씨임을 대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밝은 아침에 술이 깬 권씨가 전처럼 나를 떳떳이 대할 수 있게 하자면 복면의 사내를 끝까지 강도로 대우하는 그 길뿐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병원에 찾아가서 죽지 않은 아내와 새로 얻은 세 번째 아이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현관에서 그의 구두를 확인해 보지 않은 것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문간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차갑게 일깨워 준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어떤 근거인지는 몰라도 구두의 손질의 정도에 따라 그의 운명을 예측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구두코가 유리알처럼 반짝반짝 닦여져 있는 한 자존심은 그 이상으로 광발이 올려져 있었을 것이며, 그러면 나는 안심해도 좋았던 것이다. 그때 그가 만약 마지막이란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새끼들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길을 가로막는 그것이 그에게는 대체 무엇으로 느껴졌을 터인가. 아내가 병원을 다니러 가는 편에 아이들을 죄다 딸려 보낸 다음, ㉠^_나는 문간방을 샅샅이 뒤졌다._^ 방을 내준 후로 밝은 낮에 내부를 둘러보긴 처음인 셈이었다. 이사 올 때 본 그대로 세간이라곤 깔고 덮는 데 쓰이는 것과 쌀을 익혀서 담는 몇 점 도구들이 전부였다. 별다른 이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구태여 꼭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을 찾자면 그것은 구두일 것이었다. 가장 값나가는 세간의 자격으로 장롱 따위가 자리잡고 있을 꼭 그런 자리에 아홉 켤레나 되는 구두들이 사열받는 병정들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정갈하게 닦인 것이 여섯 켤레, 그리고 먼지를 덮어쓴 게 세 켤레였다. 모두 해서 열 켤레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일곱 켤레를 골라 한꺼번에 손질을 해서 매일매일 갈아 신을 한 주일의 소용에 당해 온 모양이었다. 잘 닦아진 일곱 중에서 비어 있는 하나를 생각하던 중 나는 한 켤레의 그 구두가 그렇게 쉽사리는 돌아오지 않으리란 걸 알딸딸하게 깨달았다. 권씨의 행방불명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될 때였다.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기는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되도록 침착해지려 노력하면서 내게 이웃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누차 장담한 바 있는 ㉡^_ 순경을 전화로 불렀다._^ 1. '보기'는 이 작품의 일부분이다. '보기'의 내용을 참고하여, ‘아홉 켤레 구두’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지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보기' 나는 때마침 어느 학교 신축 공사장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콘크리트 골조를 비잉 둘러 얼키설키 엮어 지른 비계가 머리 위로 높다랗게 보였고, 시멘트 벽돌을 등에 진 사내들이 흔들리는 널다리를 줄지어 오르내리고 있었다. (중략) 그토록 험한 일을 하면서 놀랍게도 완연한 사무원 복장이었다. (중략) 그는 전신이 땀과 먼지 범벅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베이지색 와이셔츠 위에 받쳐 입은 춘추용 해군 기지 잠바는 작업에서 얻은 오손과 주름으로 말씀이 아니었다. 그러나 구두만은 여전해서 칠피 가죽에 공들여 올린 초콜릿빛 광택이 권씨의 가장 권씨다움을 외롭게 지켜 주고 있었다. 2. ㉠과 ㉡에서 알 수 있는 ‘권씨’에 대한 ‘나’의 태도를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196쪽 4. 임철우, ‘사평역’ (작품 안으로) → 주제: 산업화에 밀려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내면 풍경 특징: 이 작품은 눈이 내리는 겨울의 한적한 시골 역사인 사평역을 배경으로 막차를 기다리는 익명의 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액자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작품 밖으로) ← 1984년에 나온 <아버지의 땅>에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1981)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가상의 공간인 ‘사평역’이라는 쓸쓸하고 퇴락한 간이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아홉 사람들은, 당대 시대와 계층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들이다. 이들이 회상하는 삶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1970~1980년대 산업화의 이면에 묻혀 버린 소외된 사람들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서정적 문체로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중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별로 복잡한 내용이랄 것도 없는 장부를 마저 꼼꼼히 확인해 보고 나서야 늙은 역장은 돋보기 안경을 벗어 놓고 일어선다. 벌써 삼십 분이나 지났군. 출입문 위쪽에 붙은 낡은 벽시계가 여덟 시 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긴 뭐 벌써라는 말을 쓰는 것도 새삼스럽다고 그는 고쳐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산골 간이역에서 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는 완행 열차를 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님을 익히 알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오늘은 눈까지 내리고 있지 않은가. 역장은 손바닥을 비비며 창가로 다가서더니 유리창 너머로 무심히 시선을 던진다. 건널목 옆 외눈박이 수은등이 껑충하게 서서 홀로 눈을 맞으며 희뿌연 얼굴로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송이눈이다. 갓난아이의 주먹만한 눈송이들은 어둠 저편에 까맣게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수은등의 불빛 속에 뛰어들어 오면서 뚱그렇게 놀란 표정을 채 지우지 못한 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굉장한 눈이다. 바람도 그리 없는데 눈발이 비스듬히 비껴 날리고 있다. 늙은 역장은 조금은 근심스런 기색으로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어 본다. 하지만, 콧김이 먼저 재빠르게 유리창에 달라붙어 뿌연 물방울을 만들었기 때문에 소매로 훔쳐 내야 했다. 철길은 아직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는 두 줄기 레일이 두툼한 눈을 뒤집어쓴 채 멀리 뻗어 나간 쪽을 바라본다. ㉠^_낮엔 철길이 저만치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모습까지 뚜렷이 보였다. 봄날 몸을 푼 강물이 흐르듯 반원을 그리며 유유히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철길의 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도 모든 걸 다 마치고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년의 모습처럼 그것은 퍽이나 안온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곤 하는 것이다._^ 하지만 지금, ㉡^_철길은 훨씬 앞당겨져서 끝나 있다. 수은등 불빛이 약해지는 부분에서부터 차츰 희미해져 가다가 이윽고 흐물흐물 녹아 버렸는가 싶게 철길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 저편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어둠에 삼키어져 버린 철길의 끝이 오늘 밤은 까닭 없이 늙은 역장의 가슴 한구석을 썰렁하게 만든다._^ 그는 공연히 어깨를 떨어 보며 오른편 유리창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쪽의 대합실과 접해 있는 이를테면 매표구라고 불리는 곳이다. 197쪽 역장은 먼지 낀 유리를 통해 대합실 안을 대충 휘둘러본다. 대합실이라고 해야 고작 국민학교 교실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일제 때 처음 지어졌다는 그 작은 역사 건물은 두 칸으로 나누어져서 각각 사무실과 대합실로 쓰이고 있는 터였다. 대개의 간이역이 그렇듯이 대합실 내부엔 눈에 띌 만한 시설물이라곤 거의 없다. 유난히 높은 천장과 하얗게 회칠한 사방 벽 때문에 열 평도 채 못 되는 공간이 턱없이 넓어 보여서 더욱 을씨년스런 느낌을 준다. 천장까지 올라가 매미마냥 납작하니 붙어 있는 형광등의 불빛이 실내 풍경을 어슴푸레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지금 대합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모두 다섯이다. 한가운데 톱밥난로가 놓여 있고 그 주위로 세 사람이 달라붙어 있다. 난로는 양철통 두 개를 맞붙여서 세워 놓은 듯한 꼬락서니로, 그나마 녹이 잔뜩 슬어 있어서 그간 겨울을 몇 차례나 맞고 보냈는지 어림잡기조차 힘들다. 난로의 허리께에 톱날 모양으로 촘촘히 뚫린 구멍 새로는 톱밥이 타들어 가면서 내는 빨간 불빛이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형편없이 낡아빠진 그 난로 하나로 겨울 바람의 찬 공기를 덥히기에는 어림도 없을 듯싶다. 내용 구조도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 쓸쓸하고 고달픔 사람들이 사평역에 모여듦: *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 제공 * 막차를 기다리는 공간 막차를 탐 다시 각자에게 남겨진 삶으로 돌아감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사평역’의 공간적 의미: 사평역은 특급 열차는 그냥 통과하고 완행 열차만 서는 간이역이다. 이처럼 외지고 한적한 분위기의 ‘사평역’은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잠시 쉬어 가면서 삶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공간이다. 어휘 풀이 * 간이역: 일반 역과는 달리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 * 대합실: 정거장 따위에서 손님이 쉬며 기다릴 수 있도록 마련한 방 * 역사: 역으로 쓰는 건물 * 톱밥난로: 톱밥을 연료로 하는 난로 * 꼬락서니: ‘꼴’의 속된 말. 사물의 생김새나 됨됨이 구절 풀이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의 일부를 인용하여 소설의 첫 부분에 제시하고 있다. * 그 저편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등장인물들의 고단한 삶과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 한가운데 톱밥난로가~달라붙어 있다.: 톱밥난로 하나뿐인 대합실 안의 썰렁하고 초라한 풍경을 통해 난로에 달라붙은 세 사람도 삶이 고달픈 인물들일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진단 체크) 1. 이 글의 계절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2. ‘역장’의 심리를 드러내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3. 간이역 내부의 대합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쓰시오. (답) 1. 눈, 톱밥난로 2. 철길 3. 쓸쓸함(초라함)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7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같은 배경의 다른 문학 작품을 인용하고 있다. ② 사물을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③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④ 인물 간의 갈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⑤ 서술자는 작품 안에서 관찰한 사실을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198쪽 2. 다음은 톱밥난로의 기능을 설명한 글의 일부이다. '보기'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전개될 상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톱밥난로는, 톱밥으로 간신히 불씨를 살려 미미한 온기를 내뿜는 난로이다. 대합실 안의 인물들은 추위를 달래기 위해 톱밥난로 가까이로 모여들고, 이때 톱밥이 타면서 만드는 빨간 불빛은 그들에게 회상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① 난로 곁의 좋은 자리를 두고 다툼이 일어난다. ② 역장이 새로운 난로를 가져옴으로써 분위기가 전환된다. ③ 인물들이 난로 곁으로 모임으로써 활기찬 대화가 오간다. ④ 막차가 도착하기 전에 불씨가 꺼져 인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⑤ 인물들이 난로 주위로 모여서 불씨를 보며 저마다 생각에 잠긴다. 3. '보기'는 이 글의 일부분이다. '보기'의 인물들에게 이 글의 ‘늙은 역장’이 할 수 있는 말로 적절한 것은? '보기' “기차, 떠난 건 아니죠?” 맨 처음 들어섰던 중년 여자가 그 말부터 묻는다. 그녀는 아까 문을 여는 순간 난로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기차가 오지 않았다는 걸 짐작했었지만 그래도 재차 확인하려는 속셈이다. “아, 와야 뜨든지 말든지 하지요. 그 빌어 묵을 놈의 기차가 한 시간이 넘었는디도 감감 무소식이다니께요.” 늙은이를 받쳐 주고 있던 농부가 부아가 나서 대꾸한다. ①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차가 오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제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지요. ② 눈이 너무 내려서 아마 기차는 오지 못할 겁니다. 돌아가셨다가 내일 다시 오시지요. ③ 너무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연착은 늘 있는 일이니까요.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면 기차가 곧 올 겁니다. ④ 기차가 바로 앞의 역에서 이곳으로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은 지가 벌써 한참 지났는데,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⑤ 너무 불평하지 마세요. 삼십 분 후면 도착한다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도착할 텐데, 뭘 그렇게 불평하십니까? 서술형 4. 이 글의 내용을 고려할 때, 서두에 인용된 시의 기능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5. ㉠을 고려하여 ㉡이 가지는 의미를 추측하여 서술하시오. 19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7쪽 ㉠^_“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_^ / 불현듯 누군가 나직이 내뱉었다. / 그러자 사람들은 그 말꼬리를 붙잡고 저마다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 중년 사내에겐 산다는 일이 벽돌담 같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햇볕도 바람도 흘러가지 않는 폐쇄된 공간, 그곳엔 시간마저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치 작은 산골 간이역을 빠른 속도로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특급 열차처럼 …. 사내는 그 열차를 세울 수도 탈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다릴 도리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 남겨진 자기 몫의 삶이라고 사내는 생각한다. 농부의 생각엔 삶이란 그저 누가 뭐래도 흙과 일뿐이다. 계절도 없이 쳇바퀴로 이어지는 노동. 농한기라는 겨울철마저도 융자금 상환과 농약값이며 비료값으로부터 시작하여 중학교에 보낸 큰아들놈의 학비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걱정만 하다가 보내고 마는 한숨 철이 되고 만 지도 오래였다. 삶이란 필시 등뼈가 휘도록 일하고 근심하다가 끝내는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리라고 여겨졌으므로, 드디어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는 듯이 농부는 한숨을 길게 내쉰다. 서울 여자에겐 돈이다. 그녀가 경영하고 있는 음식점 출입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모조리 그녀에겐 돈으로 뵌다. 어서 오세요. 입에 붙은 인사도 알고 보면 손님에게가 아니라 돈에게 하는 말일 게다. 그래서 뚱뚱이 여자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결코 안녕히 가세요, 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또 오세요다. 그녀는 가난을 안다. 미친 듯 돈을 벌어서, 가랑이를 찢어 내던 어린 시절의 배고픈 기억을 보란 듯이 보상받고 싶은 게 그녀의 욕심이다. 물론 남자 없이 혼자 지새워야 하는 밤이 그녀의 부대 자루 같은 살덩이를 이따금 서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두 아들을 끔찍이 사랑했다. 소중한 두 아들과 또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쓰여질 돈, 그 두 가지만 있으면 과부인 그녀의 삶은 그런대로 만족할 것도 같다. 춘심이는 애당초 그런 골치 아픈 얘기는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산다는 게 뭐 별것일까. 아무리 허덕이며 몸부림을 쳐 본들, 까짓것 혀 꼬부라진 소리로 불러 대는 청승맞은 유행가 가락이나 술 취해 두들기는 젓가락 장단과 매양 한 가지일 걸 뭐. 그래서 춘심이는 ㉡^_술_^이 좋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해 주는 술님이 고맙다. 그래도 춘심이는 취하면 때로 울기도 하는데 그 까닭이야말로 춘심이는 모를 일이다. 대학생에겐 삶은 이 세상과 구별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스물셋의 나이인 그에게는 세상 돌아가는 내력을 모르고, 아니 모른 척하고 산다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런 삶은 잠이다. 마취 상태에 빠져 흘려 보내는 시간일 뿐이라고 청년은 믿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부터 그런 확신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걸 느끼고 있다. 유치장에서 보낸 한 달 남짓한 기억과 퇴학. 끓어오르는 그들의 ㉢^_신념_^과는 아랑곳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실 밖의 질서 … 그런 것들이 자꾸만 청년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행상꾼 아낙네들은 산다는 일이 이를테면 허허한 길바닥만 같다. 아니면, 꼭두새벽부터 장사치들이 떼로 엉켜 아우성치는 시장에서 허겁지겁 보따리를 꾸려 나와, 때로는 시골 장터로 혹은 인적 뜸한 산골 마을로 돌아다니며 역시 자기네 처지보다 나을 것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시골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 참말 다 발라 가며 펼쳐 놓는 그 싸구려 옷가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들에겐 그따위 사치스런 문제를 따지고 말고 할 능력도 건덕지도 없다. 1. 이 글에서 ㉠은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간략히 서술하시오. 2. ㉡과 ㉢이 각 인물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반영한다고 했을 때, 둘의 차이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3. ‘서울 여자’의 삶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200쪽 ^[06. 전쟁으로 인한 충격적 체험의 형상화 1. 손창섭, ‘비 오는 날’ (작품 안으로) → 주제: 전쟁이 가져다 준 허무 의식과 무기력한 삶의 모습 특징: 이 작품은 6·25 전쟁으로 월남한 동욱, 동옥 남매와 원구가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무기력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는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전후의 음울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동옥의 신체 불구, 동욱의 정신적 불구라는 상황과 어울려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옥의 돈을 가로채는 노파, 동욱 남매를 강제로 쫓아 낸 집주인 등의 모습을 통해 각박한 세태와 혹독한 인심 등 한국 전쟁 후의 피폐한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53년 <문예>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전쟁으로 인해 정신적인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내면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전쟁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허무적이고 실존적이며, 배경이나 인물을 통한 음울한 시대 상황에 대한 묘사도 사실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 뒤에 한번은 딴 볼일로 동래까지 갔던 길에 동욱이네 집에 잠깐 들른 일이 있었다. 역시 그날도 ^_장맛비_^는 구질구질 계속되고 있었다. 우산을 접으며 마루에 올라서도 동욱만이 머리를 내밀고 맞아 줄 뿐, 동옥의 기척이 없었다. 방에 들어가 보니, 동옥은 담요로 머리까지 푹 뒤집어쓰고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이틀째나 저러고 자빠져 있다고 하며 동욱은 그 까닭을 설명했다. 동옥은 뒷방에 살고 있는 주인 노파에게 동욱이도 모르게 이만 환이나 빚을 주고 있었는데, 노파는 이 집까지도 팔아먹고 귀신같이 도주해 버렸다는 것이다. 어제 아침에 집을 산 사람이 갑자기 이사를 왔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았는데, 이게 또한 어지간히 감때사나운 자여서 당장 방을 비워 내라고 위협하듯 한다는 것이다. 말을 마치고 난 동욱은 요 맹꽁이 같은 년아, 글쎄 이게 집이라구 믿고 돈을 줘, 하고 발길로 동옥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이년아, 이만 환이면 구화로 얼만 줄 아니, 이백만 환이다, 이백만 환이야. 내 돈을 내가 떼였는데 오빠가 무슨 상관이냐구. 그래, 내가 없으면 네년이 굶어 죽지 않구 살 테냐? 너 같은 병신이 단 한 달을 독력으루 살아? 동욱은 다시 생각해도 악이 받치는 모양이었다. 원구를 위해 동욱은 초밥을 만든다고 분주히 부엌으로 들락날락했으나 원구는 초밥을 얻어먹자고 그러고 앉아 견딜 수는 없었다. 그보다도 동옥이 이틀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저러고 누워 있다고 하니, 혹시 동욱이가 잠든 틈에라도 몰래 일어나 수면제 같은 것을 먹고 죽어 있지나 않는가 싶어 불안한 생각이 솟았다. (중략) 그 뒤로는 원구도 생활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나 장마로 놀고 보니 자연 시원치 않은 장사 밑천을 그럭저럭 축내게 된 것이다. 원구가 얻어 있는 방도 지리한 비에 습기로 눅눅해졌다. 벗어 놓은 옷가지며 이부자리에까지도 곰팡이가 끼였다. 그의 마음속까지 곰팡이가 스는 것 같았다. 이런 날, 이런 음산한 방에 처박혀 있자니, 동욱과 동옥의 일이 자연 무겁고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점심때가 되어서 원구는 퍼붓는 비를 무릅쓰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동욱이와 마주 앉아 곰팡이 슨 속을 씻어 내리며, 동옥이도 위로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원구는 술과 통조림을 사들고 찾아갔다. 낡은 목조 건물은 전과 마찬가지로 금방 쓰러질 듯 빗속에 서 있었다. 유리 없는 창문에는 거적도 그대로 드리워 있었다. 그러나 동욱이, 하고 원구가 불렀을 때 곰처럼 마루로 기어 나오는 사나이는 동욱이가 아니었다. 이 집에 살던 젊은 남녀는 어디 갔느냐는 원구의 물음에, 201쪽 우락부락하게는 생겼으되 맺힌 데가 없이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사십 전후의 그 사나이는, 아하 당신이 정 뭐라는 사람이냐고 하고 대답 대신 혼자 머리를 끄덕끄덕하는 것이었다. 원구가 재차 묻는 말에 사나이는 자기가 이 집 주인이노라 하고 나서, 동욱은 외출한 채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게 되었고, 그 뒤 동옥 역시 어디로 가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동욱이가 안 돌아오는 지는 열흘이나 되었고, 동옥은 바로 이삼 일 전에 나갔다는 것이다. 원구는 더 무슨 말이 없이 서 있었다. 한 손에 보자기 꾸러미를 들고 한 손으로는 우산을 받고 선 채, 원구는 사나이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었다. 원구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몇 걸음 걸어가다가 되돌아와 보자기에 싼 물건을 끌러 주인 사나이에게 주었다. 이거 원, 하며 주인 사나이는 대뜸 입이 헤벌어졌다. 그러고는 자기 여편네와 아이들이 장사 나갔기 때문에 점심 한 그릇 대접할 수는 없으나 좀 올라와 담배라도 피우고 가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무슨 재미로 쉬어 가겠느냐고 하며 원구가 돌아서려니까, 주인은 잠깐만 하고 불러 세우고 나서, 대단히 죄송하게 되었노라고 하며 사실은 동옥이가 정 누구라고 하는 분이 찾아오면 전해 달라고 편지를 맡기고 갔는데, 그만 간수를 잘못해서 아이들이 찢어 없앴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말 않고 멍청히 서 있는 원구를 주인 사나이는 무안한 눈길로 바라보며, 동욱은 아마 십중팔구 군대에 끌려나갔을 거라고 하고, 동옥은 아이들처럼 어머니를 부르며 가끔 밤중에 울기에, 뭐라고 좀 나무랐더니, 그 다음 날 저녁에 어디론가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죽지나 않았을까, 자살을 하든 굶어 죽든 …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돌아서는 원구의 등에다 대고, 중요한 옷가지랑은 꾸려 갖고 간 모양이니 자살을 할 의사는 없었음이 분명하고, 한편 병신이긴 하지만 얼굴이 고만큼 밴밴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고 주인 사나이는 지껄이는 것이었다. 얼굴이 고만큼 밴밴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는 말에, 이상하게 원구는 정신이 펄쩍 들어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고 대들 듯한 격분을 마음속 한구석에 의식하면서도, 천 근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듯한 육체의 중량을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말없이 발길을 돌이키었다. ㉠^_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_^ 하는 흥분한 소리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자기를 향하고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오한을 느끼며, 원구는 호박 덩굴 우거진 밭두둑 길을, 앓고 난 사람 모양 허전거리는 다리로 걸어나가는 것이었다. 내용 구조도 동욱 자신의 처지에 대한 울분(정신적 불구) 동옥 소아마비와 대인 기피증(신체적 불구) 원구 남매에 대한 동정과 남매가 사라진 것에 대한 자책감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계절적 배경의 기능: 이 글은 줄곧 비가 내리는 장마철을 배경으로 한다. 원구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동욱 남매를 찾아가서 그들의 고달픈 삶을 엿보는데, 이때의 ‘비’는 인물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과 우울한 내면을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 여운이 주는 결말: 이 글은 동욱 남매의 행방을 묘연하게 처리하여 그들이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게끔 만든다. 더욱이 집주인의 말은 두 남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휘 풀이 * 감때사납다: 생김새나 성질이 휘어잡기 힘들게 몹시 억세고 사납다. * 구화: 이전에 발행된 화폐. 예전 돈 * 독력: 혼자만의 힘. 한 사람만의 힘 * 허전거리다: 다리에 기운이 없어 자꾸 쓰러지려고 하다. 구절 풀이 * 그의 마음속까지 곰팡이가 스는 것 같았다.: 오랜 비로 인해 우울해진 내면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한편 병신이긴~지껄이는 것이었다.: 주인 사나이가 동옥을 술집에 넘겼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이놈, 네가~오한을 느끼며,: 자신이 동옥을 끝까지 돌봐 주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의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동옥’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틀 동안이나 누워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쓰시오. 2. 이 글의 계절적 배경은 ( )이다. 3. 결말 부분에서 ‘원구’는 심한 ( )을/를 느끼고 있다. (답) 1. 주인 노파에게 돈을 떼였기 때문에 2. 여름(장마철) 3. 자책감 202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8쪽 1. 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_아닌_^ 것은? ① 원구는 결국 동옥의 편지를 받아 보지 못했다. ② 기나긴 장마로 인해 원구도 장사를 못 하여 살림이 어려워졌다. ③ 원구는 동옥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가 싶어 불안하였다. ④ 동옥은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는 원구에 대해 연정을 품고 있었다. ⑤ 동욱은 동생이 주인 노파에게 돈을 빌려 준 사실을 새 주인이 이사 오고서야 알았다. 2. 이 글의 시점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①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멀다. ② 사건을 보는 자와 말하는 자가 일치한다. ③ 한 인물의 제한된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④ 사건 전개에 따라 시점이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다. ⑤ 서술자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3. 이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파악한 것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노파는 동옥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보아, 비도덕적이며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는 인물이다. ② 원구는 자신도 살기가 힘든 처지에 동욱 남매를 걱정하는 것으로 보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다. ③ 주인 사나이가 원구에게 보자기에 싼 물건을 받고 태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보아, 속물적인 사람이다. ④ 동옥은 원구가 찾아왔는데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는 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매우 소심한 인물이다. ⑤ 동욱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아, 동생을 원망하는 마음이 크다. 서술형 4. ‘전쟁 후’라는 이 작품의 배경을 고려하여, ㉠의 의미를 서술하시오. 5. 인물들의 상황 및 심리를 고려하여, ^_장맛비_^의 소설적 기능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20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8쪽 [A]^_사오 일 지나서였다. 오래간만에 비가 그치고 제법 날이 훤해져서 잡화를 가득 벌여 놓은 리어카를 지키고 섰노라니까, 다 저녁때 원구의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동욱이었다. 그는 역시 소매와 깃이 다 처진 저고리와 검은 줄이 간 회색 즈봉을 입고 있었다. 옷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는 모양이라 비에 젖은 것을 그냥 짜서 말리곤 해서 여기저기 구김살이 져 있었다. 그보다도 괴이한 채플린 식의 검정 단화의 주먹 같은 코숭이가 말이 아니었다. 장화 대용으로 진창을 막 밟고 다녀서 온통 흙투성이였다. 그러한 동욱의 꼴에 원구는 이상하게 정이 갔다._^ 리어카를 주인 집에 가져다 맡기고 와서 저녁을 같이 하자고 원구는 동욱의 손을 끌었다. 동욱은 밥보다도 술 생각이 더 간절하다고 했다. 두 가지 다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원구는 동욱을 안내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 얼근해지자 동욱은 초상화 ‘주문 도리’를 폐업했노라고 했다. 요즘은 양키들도 아주 약아져서 까딱하면 돈을 잘리거나 농락당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패스 없는 사람의 출입을 각 부대가 엄중히 단속하기 때문에 전처럼 드나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는 돈 받으러 몰래 들어갔다가 순찰 장교에게 걸려서 하룻밤 멍키 하우스의 신세를 지고 나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국민병 수첩까지 분실했으므로 마음놓고 거리에 나와 다닐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분실계를 내고 재교부 신청을 하라니까, 그 때문에 동회로 파출소로 사오 차나 쫓아다녀 봤지만, 까다롭게만 굴고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까짓 거 나중에는 삼수갑산엘 갈망정 내버려 둘 테라고 했다. 그래 차라리 군에라도 들어가 버릴까 싶어, 마침 통역 장교를 모집하기에 그 원서를 타러 나왔던 길이노라고 했다. 어디 원서를 좀 구경하자니까 동욱은 능글능글 웃으며, 수속이 하두 복잡하고 번거로워 아예 단념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동욱은 한동안 말이 없이 술잔을 빨고 앉았다가, 가끔 찾아와서 동옥을 좀 위로해 주라는 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조소하고 멸시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동옥은, 맑은 날일지라도 일체 바깥 출입을 않고 두더지처럼 방에만 처박혀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반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동옥도 원구만은 자기를 업신여기지 않고 자연스레 대해 준다고 해서 자주 찾아와 주기를 여간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1. [A]에서 ‘원구’가 ‘동욱’을 대하는 태도와 '보기'에서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보기'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냥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코에 맑은 콧물이 흘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 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박지원, ‘허생전’ 2. ‘동욱’이 지식인 청년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 글에 드러난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서술하시오. 204쪽 2.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작품 안으로) → 주제: 전쟁의 상처로 인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갈등 특징: 이 작품은 전쟁의 극한 상황을 겪은 인물들의 정신적 상처와 이를 치유하기 위한 그들의 힘겨운 싸움을 그렸다. 이 작품에서 주로 초점을 둔 인물은 동호와 현태인데, 최전방에서 전쟁에 함께 참여한 이들은 전쟁의 상처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상주의적인 동호는 꿈을 잃게 되고, 현실적이고 냉철한 현태는 죄의식에 시달리면서 위태롭고 불안한 삶을 살다가 각각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작품 밖으로) ← 1960년 <사상계>에 발표된 이 글은 6·25 전쟁 후의 젊은이들의 방황과 허무주의, 공허감 등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전쟁의 상처를 민족적, 역사적인 차원이 아닌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차원에서 조명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입었던 정신적인 충격을 실감나게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 마치 ^_두꺼운 유리 속_^을 뚫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것 같은 느낌이로군. 문득 동호는 생각했다. 산 밑이 가까워지자 낮 기운 여름 햇볕이 빈틈없이 내리부어지고 있었다. 시야는 어디까지나 투명했다. 그 속에 초가집 일여덟 채가 무거운 지붕을 감당하기 힘든 것처럼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전혀 전화를 안 입어 보이는데 사람은 고사하고 생물이라곤 무엇 하나 살고 있지 않은 성싶게 주위가 너무 고요했다. 이 고요하고 거침새 없이 투명한 공간이 왜 이다지도 숨막히게 앞을 막아서는 것일까. 정말 이건 두껍디두꺼운 유리 속을 뚫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느낌인데. 다시 한 번 동호는 생각했다. 부리를 앞으로 향한 총을 꽉 옆구리에 끼고 한 발자국씩 조심조심 걸음을 내어디딜 때마다 그 거창한 유리는 꼭 동호 자신이 순간순간 짓는 몸 자세만큼씩만 겨우 자리를 내어줄 뿐, 한결같이 몸에 밀착된 위치에서 앞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절로 동호는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2미터쯤 간격을 두고 역시 총대를 옆구리에 낀 채 앞을 주시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던 현태가 이리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농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려는지 모른다. 그러나 동호는 모른 체했다. 잠시나마 한눈을 팔았다가는 지금 자기가 가까스로 헤치고 나가는 이 밀도 짙은 유리가 그대로 아주 굳어 버려, 영 옴짝달싹 못 하게 될 것만 같았다. 첫 집에 도달하기까지 불과 40미터 안팎의 거리건만 한껏 멀어만 보였다. 수색이 시작되자 관심과 주의가 그리 옮겨지면서 동호는 지금까지 받아 오던 압박감에서 적이 풀려났다. 수색대 조장인 현태가 손짓으로 대원 세 명에게는 집 둘레를 경비하게 하고, 자신은 병사 한 명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보통 때는 느리고 곧잘 익살을 부리던 현태가 일단 이렇게 전투 태세로 들어가면 동작이 일변하여 야무져지고 민첩해지는 것이다. 어느새 바람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는 문을 홱 열어 젖히면서, “꼼짝 말어!” / 나지막하나 속힘이 들어 있는 목소리다. 몇 해나 묵은 창호지인지 검누르게 얼룩이 지고, 군데군데 낡은 헝겊 조각으로 땜질을 한 문짝이 열려진 곳에 드러난 컴컴한 방 안. “손 들구 나와!” / 밖에서 경비하던 세 사람까지 한 순간 숨을 죽인다. 그러나 컴컴한 방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현태가 총구를 들이밀며 재빨리 방 안을 살핀다. 빈 집이다. 그렇건만 부엌과 뒷간까지 뒤진다. 그전 살던 사람들이 가난한 살림살이나마 급작스레 꾸려가지고 간 흔적만이 남아 있다. 다음 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현태는 번번이 바람벽에 등을 붙이고 문짝을 잡아 젖히면서, 꼼짝 말어! 손 들구 나와!를 빠짐없이 외치곤 했다. 그러는 동안 밖에서 경비를 보던 동호는 점점 긴장이 풀리면서 어쩐지 현태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이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어떤 딴 세계의 일같이 생각됐다. 205쪽 그리고 자기 자신이 비현실적인 시간 속에 서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병사 하나가 안마당에 떨어져 있는 감자알을 주워 얼른 호주머니에 넣는다. 그것이 더 가까운 현실 같았다. 그러나 이들 수색대의 신경을 긴장시킬 만한 일이 하나 생겼다. 무전기를 메고 경비를 보고 있던 윤구가 어떤 집 뒷간 옆 잿더미에서 ㉠^_낯선 통발이 한 짝을 발견한 것이었다._^ 바닥이 닳아 구멍이 나고 운두가 해진 신발짝이었다. 첫눈에도 그것은 마을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집 저집 잿간에서 닭털이며 돼지털이며 개털들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뼈만은 그 중 넓은 한 집 마당에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음식을 먹고 간 자리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이 아닌 외부 사람들이 단시간에 어지럽히고 간 어수선함이 아직 남아 있었다. 쉬파리가 들끓는 뼈다귀의 빛깔이 그다지 검게 변색되지 않은 걸로 미루어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원 다섯 명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면을 한번 둘러보았다. 앞은 골짜기를 따라 옥수수와 고구마 밭이 있는 길쭘한 벌을 사이에 두고 높고 낮은 구릉이 가로질렀고, 뒤는 좀전에 자기네가 넘어온 중허리 위쪽에 희뿌연 바위로 뒤덮인 산이 올려다보였다. 그러는 그들의 눈앞에는 변함없이 낮 기운 여름 햇살이 내리부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새삼스레 주위가 너무 고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 괴괴한 어느 지점에서 혹시 누가 자기네를 줄곧 감시나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어떤 말 못 할 압박감이 엄습해 왔다. 동호는 다시금 엄청나게 두꺼운 유리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에 억눌려야만 했다. 이 유리가 저쪽 어느 한 귀퉁이에서 부서져 들어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새 없이 몽땅 조각이 나고 말 테지. 그리고 무수히 날이 선 유리 조각이 모조리 몸에 들어박힐 거라. 동호는 전신에 소름이 끼쳐 몸을 한번 떨었다. 어떤 새로운 움직임만이 이 벅찬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됐다. 남은 집을 마저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섯째 집에서 그들의 긴장을 한층 자극시키는 일이 생겼다. 현태가 역시 바람벽에 바짝 등을 붙이고 문짝을 홱 잡아 젖히면서, 꼼짝 말어! 했을 때, 방 안에서 사람의 기척이 났던 것이다. 내용 구조도 전쟁 상황이 빚는 죄악 동호, 현태, 윤구의 상처 전쟁 후의 방황과 갈등 동호의 자살, 윤구의 이기적인 삶, 현태의 감옥 수감 모성과 용서를 통한 극복 의지 숙이가 현태의 아이를 낳기로 함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전후 소설: 한국의 전후 소설은 6·25 전쟁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서 주로 6·25 전쟁이 가져다 준 피해상을 그린 소설이다. 이들 작품은 인간의 존엄성과 휴머니즘적 가치를 부각함으로써 전쟁의 참혹함과 비정함, 폭력성을 고발한다. * ‘동호’의 성격: 동호는 자아가 강한 인물로 전쟁이 끝난 후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인물인 동호는 작전 중에도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그의 비극적 최후를 예측하게 한다. 어휘 풀이 * 전화: 전쟁에서 비롯된 재앙 * 일변: 아주 싹 달라짐 * 통발이: 신발의 일종 * 운두: 그릇이나 신 따위의 둘레나 둘레의 높이 구절 풀이 * 이건 마치~옮기는 것 같은 느낌이로군.: 동호가 전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결같이 몸에~막아서는 것이었다.: 동호가 정찰 임무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무슨 농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려는지 모른다.: 현태의 여유 있는 성격을 보여 주며, 이는 동호의 성격과 대비된다. * 그렇건만 부엌과 뒷간까지 뒤진다.: 작전 중에는 매우 꼼꼼한 현태의 성격을 드러낸다. * 그들은 새삼스레 주위가 너무 고요하다는 걸 느꼈다.: 정찰 대원들이 긴장감에 휩싸였음을 알 수 있다. (진단 체크) 1. 이 글의 중심 사건을 2음절의 단어로 쓰시오. 2. 이 글에 드러난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쓰시오. 3. 이 글의 인물들을 지배하는 주된 정서는 ( )이다. (답) 1. 수색 2. 동호 3. 중압감(긴장감)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59쪽 1. 이 글에서 ㉠의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게 한다. ② 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한다. ③ 사건이 파국으로 치닫게 됨을 암시한다. ④ 인물들 간에 분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⑤ 인물들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된다. 206쪽 2. '보기'는 인물의 성격을 형상화하는 방식이다. '보기'의 밑줄 친 부분을 참고하여, 이 글의 인물에 대해 나눈 대화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인물의 성격을 형상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인물의 성격을 화자가 직접 제시하는 방법이 하나이고,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 두 번째이다. 전자를 ‘말하기(telling)’에 의한 방법이라고 하고, 후자를 ^_‘보여 주기(showing)’_^에 의한 방법이라고도 한다. ① 현태가 농담을 건넬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면 현태는 대범하고 여유 있는 성격이군. ② 정찰 임무 중에 ‘두꺼운 유리 속’을 떠올리는 동호는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있어. ③ 그런데 전투 태세에 들어가면 행동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아, 현태는 책임감이 강한 것 같아. ④ 긴장되는 순간에 감자알을 줍는 병사를 더 가까운 현실처럼 느끼는 동호는 줄곧 겉도는 느낌이야. ⑤ 수색대의 조장은 현태지만 동호의 차분한 성격 때문에 현태는 동호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3. '보기'는 전쟁을 다룬 소설의 경향에 관한 내용이다. 이 글에 해당되는 내용을 올바로 묶은 것은? '보기' 한국 전쟁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문학 작품, 특히 소설 작품 중에서 이를 형상화한 작품들이 대단히 많다. 전쟁의 형상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타난다. 우선 ?^_작가가 현재 경험하고 있거나 최근에 경험한 전쟁_^을 다루기도 하고, ?^_매우 오래 전의 역사로 기록된 전쟁_^을 다루기도 한다. 작가의 경험을 다룬 소설은 다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_거시적인 안목에서 다루는지,_^ 개인의 삶과 연관된 ⓑ^_미시적 안목에서 다루는지_^에 따라 나뉜다. 또한, 오래 전의 역사로 기록된 전쟁은 다시 ⓒ^_작가 개인의 차원에서 다루는지,_^ ⓓ^_민족적 차원으로 승화하는지,_^ ⓔ^_국제적 이해 관계로 확장하는지_^에 따라 나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보기'의 설명을 참고했을 때, 이 글에서 사용한 서술 시점의 특징과 그 효과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보기' 3인칭 시점은 사건 밖에 있는 제3자가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이다. 관찰자 시점은 서술자가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기 때문에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묘사한다. 전지적 시점은 서술자가 전지전능한 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와 행동의 동기 등을 해석하고 분석한다. 5. ‘동호’가 전쟁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대표한다고 할 때, 이 글에서 ^_두꺼운 유리 속_^이 지니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20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59쪽 현태, 윤구, 석기 이 세 사람이 토요일 저녁마다 정해 놓고 모여 온 지도 작년 봄 윤구가 청량리 밖 떡전거리에다 양계장을 꾸며 놓고 난 뒤부터이니까 근 일 년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슨 목적이 있어 모이는 건 아니었다. 중학 동창인 현태와 석기는 벌써부터 매일같이 만나 술타령을 해 오는 터이었으나, 윤구만은 가정 교사로 있을 때는 그때대로 주인집에 대해 삼가느라고 술을 안 마셨고, 후에 가정 교사 집 딸과 사건을 일으킨 뒤로 현태들과 같이 얼려 다닌 적도 있었지만, 양계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또 바빠서 문 안까지 자주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래 토요일 하루를 정해 놓고 현태들과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만나서는 그저 무의미한 잡담이나 주고받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한 타성처럼 돼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토요횟날 현태가 안 나타나는 것이었다. 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빠져도 토요회는 깨지게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도 현태의 거취는 이 회의 모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이 모임이 현태의 제의에 의해 생기게 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실상 그가 중심이 되어 있는 것은 물론, 오늘날까지 이 모임이 계속되는 것도 술값 일체를 거의 그가 혼자서 부담해 왔다는 데 있었다. 윤구는 신문의 타이틀을 주워 읽었다. 일면의 <장 부통령 저격 사건 배후 조사>, <국회 조사위 활동 개시>, 사회면의 <어린이 옷을 강탈>, <절량 농가 5백여 호, 완도군의 실정>, <절량 농가 2만여 호, 경북의 통계> …. “어떡하지? 좀 더 기다려 볼까?” 윤구가 2면 물가난의 달걀값 시세를 보고는 신문을 접어 놓으며, “기다린다구 올 것 같지 않은데. 그러나 뭐 별일 있을라구, 대장이 든든한데.” “그럼 우리끼리라두 가서 우선 한잔씩 하구 보지.” 석기는 상한 눈으로 인해 권투를 포기한 후부터 매일 저녁 술을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건장한 몸이라 주량도 대단했다. 둘이는 다방을 나와 거기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단골집으로 갔다. 간판도 없는 여염집으로 대개 한 번 왔던 손님이 찾아오는 술집이었다. 특히 이 집에서는 현태네를 위해 토요일 저녁에는 방 하나를 언제나 비워 놔 두는 것이었다. 반 되들이 술주전자가 비자 석기는 상 심부름하는 애를 불러, “어이 꼬마, 술을 좀 듬뿍듬뿍 담아 들여 보내.” 윤구는 석기의 흐리고 힘없어 뵈는 눈이 주기로 해서 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어젯밤엔 엔간히 술이 과했든가 보군. 안경을 다 깨구.” “음, 좀 마셨지. 취하기두 했지만 옆에 어떤 녀석 둘이 앉아서 되지 않은 소리들을 지껄이구 있길래 한 대 앵겼지. 아마추어 권투두 서루 짜갖구 돈을 주구받구 해서 승불 결정하는 거라나. 잠자쿠 듣구 있을 수가 있어? 어쩌다 안경이 떨어졌지만 펀치는 정확히 들어가 맞든데.” 1. ‘윤구’와 ‘석기’가 참전했다가 제대한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두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2. 이 글에서 신문 기사의 타이틀을 통해 알 수 있는 당대 현실의 모습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208쪽 3.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작품 안으로) → 주제: 두 형제의 서로 다른 아픔과 그 극복 의지 특징: 이 작품은 6·25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는 제대 군인인 ‘형’의 실존적 고통과,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인 ‘나’의 관념적 고통을 형상화하고 있다. 형의 상처는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구체적이지만, 동생의 고민과 상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관념적이다. 아픔의 원인과 실체가 분명한 형을 ‘병신’으로, 상처의 근원을 알지 못해 무기력한 동생을 ‘머저리’로 형상화함으로써, 삶의 방식이 다른 형제의 아픔과 그 극복 의지를 보여 준다. (작품 밖으로) ← 동인 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1950년대 전후 소설의 허무주의적이고 난삽한 작품 세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이는 전쟁 직후에 전쟁의 경험으로 인한 상처와 구체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은 관념적인 상처 등으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현실을 두 인물을 통해 나타낸 것이다. [앞부분의 줄거리] 성실한 의사인 ‘형’은 6·25 전쟁 때의 충격적 체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가인 ‘나’는 자신의 관념적 삶을 자각하지도 못하면서 형의 허약함을 피상적으로 보면서 조롱한다. 형은 어느 날, 한 소녀의 수술을 실패하자 병원 문을 닫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모든 일에 무기력하여, 한때 연인이었던 혜인과도 특별한 이유 없이 헤어진 ‘나’는 우연히 형의 소설을 읽게 된다. 그 소설에는 6·25 전쟁 때 형과 함께 적의 수중에 낙오한 오관모와 김 일병이 등장한다. 소설은 오관모가 김 일병을 성적 노리개로 삼다가 식량이 모자라자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은 부분에서 중단되어 있었다. ‘나’는 형에게 대범해지라는 뜻으로 형이 김 일병을 죽여 버리는 것으로 소설을 완성한다. 그러나 형은 ‘나’가 쓴 결말을 찢어 내고, 오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고, 자신이 뒤따라가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끝맺는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형과 나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번갈아 보고만 서 있었다. “다 소용없는 짓이야 … 오해였어.” 형은 다시 중얼거리는 투였다. 내가 지금 형에게 원고를 불태우는 이유를 이야기시키려는 것은 소용없는 일인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거기 있어!” / 형이 벌떡 몸을 일으키는 체하며 호령을 했다. “기껏해야 김 일병이나 죽인 주제에 … 임마, 넌 이걸 다 읽고 있었다 … 불쌍한 김 일병을 … 그 아가씨가 널 싫어한 건 당연하다.” 순서는 뒤범벅이었지만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는 분명했다. 나는 형을 쏘아보았으나, 그때 형도 나를 마주 쏘아보았기 때문에 시선을 흘리고 말았다. 형은 나를 쏘아본 채 손으로는 계속 원고를 뜯어 불에 넣고 있었다. “임마, 넌 머저리 병신이다. 알았어?” 형이 또 소리를 꽥 질렀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는, / “그런데 말이야 ….” / 갑자기 장난스럽게 손짓을 했다. 형은 손에서 원고 뭉치를 떨어뜨리고 나의 귀를 잡아끌었다. 술 냄새가 호흡을 타고 내장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 형은 아주머니까지도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나 된 것처럼 귀에다 입을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 / “넌 내가 소설을 불태우는 이유를 묻지 않는군 ….” 너무나 정색을 한 목소리여서 형의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형의 손이 귀를 놓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너도 읽었겠지만, 거 내가 죽인 관모놈 있지 않아. 오늘 밤 나 그놈을 만났단 말야.” 그러고는 잠시 말을 끊고 나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209쪽 그 눈은 술에 젖어 있었으나, 생각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코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형은 이제 안심이라는 듯 큰 소리로, “그래 이건 쓸데없는 게 되어 버렸지 … 이 머저리 새끼야!” 하고는 나의 귀를 쭉 밀어 버렸다. 다시 원고지를 집어 사그라드는 불집에 집어넣었다. “한데 이상하거든 …. 새끼가 날 잘 알아보질 못한단 말이야 …. 일부러 그런 것 같지도 않았는데 …?” 불을 보면서 형은 계속 중얼거렸다. “내가 이제 놈을 아주 죽여 없앴으니 내일부터 … 일을 하리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일어서서 홀을 나오려는데 … 그렇지, 바로 문에서 두 걸음쯤 남았을 때였어. 여어, 너 살아 있었구나 하고 누가 등을 탁 치지 않나 말야.” 형은 나를 의식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놀라 돌아보니 아 그게 관모놈이 아니냔 말야. 한데 놈이 그래 놓고는 또 영 시치밀 떼지 않아. 이거 미안하게 됐다구 … 두려워서 비실비실 물러나면서 … 내가 그 사이 무서워진 걸까 …. 하긴 놈은 내가 무섭기도 하겠지. 어쨌든 나는 유유히 문까지는 걸어 나왔어. 그러나 … 문을 나서서는 도망을 했어 …. 놈이 살아 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냔 말야.” 형은 나머지 원고 뭉치를 마저 불집에 집어넣고 나서 힐끗 나를 보았다. “이 참새 가슴 같은 것, 뭘 듣고 있어. 썩 네 굴로 꺼져!” 소리를 꽥 지르는 통에 나는 방으로 쫓겨 들어오고 말았다. 비로소 몸 전체가 까지는 듯한 아픔이 전해 왔다. 그것은 아마 형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형은 그 아픔 속에서 이를 물고 살아왔다. 그는 그 아픔이 오는 곳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을 견딜 수 있었고, 그것을 견디는 힘은 오히려 형을 살아 있게 했고 자기를 주장할 수 있게 했다. 그러던 형의 내부는 검고 무거운 것에 부딪쳐 지금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 형은 곧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형은 자기를 솔직하게 시인할 용기를 가지고, 마지막에는 관모의 출현이 착각이든 아니든, 사실로서 오는 것에 보다 순종하여, 관념을 파괴해 버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형은 그 아픈 곳을 알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형을 지금까지 지켜 온 그 아픈 관념의 성은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만한 용기는 계속해서 형에게 메스를 휘두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무서운 창조력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 나는 멍하니 드러누워 생각을 모으려고 애를 썼다. 나의 아픔은 어디서 온 것인가. 혜인의 말처럼 형은 6·25의 전상자이지만, 아픔만이 있고 그 아픔이 오는 곳이 없는 나의 환부는 어디인가. 혜인은 아픔이 오는 곳이 없으면 아픔도 없어야 할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것인가. ㉠^_나의 일은, 그 나의 화폭은 깨어진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_^ 그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나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망설이며 허비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힘으로는 영영 찾아 내지 못하고 말 얼굴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내용 구조도 형 전쟁의 체험자, 근원이 뚜렷한 상처, 치유 가능 동생 전쟁의 미체험자, 근원을 모르는 상처, 치유 불가능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병신과 머저리: 형은 6·25 전쟁의 체험을 생생한 아픔으로 지니고 있는 ‘병신’이고, 동생(서술자)은 그러한 체험이 없으면서도 무기력하게 자신을 포기한 ‘머저리’이다. 이 두 인물은 서로에게 자신의 상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 소설 속 소설 구조: 흔히 액자 소설 구조라고도 한다. 이 소설은 전체 소설 속에 형의 소설이 삽입되어 있다. 형의 소설 쓰기 과정이 소설 속에 드러나 있는 점도 특이하다. * ‘오관모’의 상징성: 김 일병을 성적으로 학대하다가 쓸모없어지자 죽이려 한 인물로, 우리 사회의 비정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비정성은 지나친 합리성에서 연유한 것이다. 형의 소설은 어릴 적 노루 사냥 체험에서 시작되는데, 사냥꾼과 몰이꾼들이 바로 오관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어휘 풀이 * 전상자: 전쟁에서 다친 사람 * 환부: 상처가 난 곳 구절 풀이 * 기껏해야 김 일병이나 죽인 주제에: 동생인 ‘나’가 형의 소설 뒷부분을, 형이 김 일병을 죽이는 것으로 완성한 것을 가리킨다. * “그런데 너도~만났단 말야.”: 관모는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상징하므로, 소설 속에서 죽인 관모가 현실에 나타났다는 것은, 소설이 현실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 이 참새 가슴 같은 것: 전쟁 당시에 오관모가 형에게 한 말이다. 형은 동생을 이렇게 부름으로써 동생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비로소 몸 전체가~전해 왔다.: 형이 느낀 아픔을 동생도 느끼게 된다. * 검고 무거운 것: 현실에 상존해 있는 부정성을 말한다. (진단 체크) 1. ‘나’가 소설 속에서 죽인 인물은 ( )이며, ‘형’이 죽인 인물은 ( )이다. 2. ‘형’에게 아픔의 근원이 된 사건은 무엇인지 쓰시오. (답) 1. 김 일병, 오관모 2. 6·25 전쟁 210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0쪽 1. '보기'에서 ‘형’과 ‘나’의 공통점을 모두 찾으면? '보기' ⓐ 자신의 상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고 있다. ⓑ 정신적인 아픔을 지니고 있다. ⓒ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있다. ⓓ 동일한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① ⓐ ② ⓑ ③ ⓑ, ⓒ ④ ⓑ, ⓓ ⑤ ⓑ, ⓒ, ⓓ 2. 이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더 학습할 내용을 구상해 보았다. 옳지 ^_못한_^ 의견을 낸 학생은? ① 백길: 형에게 깊은 상처를 준 오관모가 사회 현실에서 무엇을 상징하는지 추리해 봐야겠어. ② 문희: 왜 하필 제목이 ‘병신과 머저리’인지 형과 동생의 상처와 관련지어 해석해 봐야겠어. ③ 유진: 혜인을 둘러싼 형과 동생의 갈등이 사건 전개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봐야겠어. ④ 민기: 형과 동생이 어떠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인물인지, 작품의 상황과 연관하여 파악해 봐야겠어. ⑤ 성희: 소설 속의 소설 쓰기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이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 봐야겠어. 3. '보기'는 ‘형’이 쓴 소설의 줄거리이다. 이 글의 내용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나’가 재구성한 소설 뒷부분의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전쟁 중 낙오된 형은 강계 근처의 동굴에서 선임병인 오관모, 부하인 김 일병과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먹을 것이 떨어지고 날이 추워지며 또한 아군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김 일병의 부상 부위는 점점 썩어 가고 비정한 상관인 오관모는 첫눈이 내리는 날 김 일병을 죽이겠다고 형에게 암시한다. ① 첫눈이 오고 오관모가 김 일병을 끌고 나가 살해하자 형은 오관모를 쏘아 죽인다. ② 형은 오관모가 먹을 것을 준비하러 간 사이에 김 일병을 끌고 나와 총으로 죽인다. ③ 첫눈이 내리고 오관모가 김 일병을 동굴 밖으로 끌고 나가서 살해하지만, 형은 이를 그냥 방관한다. ④ 형은 오관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첫눈이 오자 김 일병을 데리고 도망하지만, 부상이 심한 김 일병은 중도에 죽는다. ⑤ 첫눈이 오는 날, 밖에서 동굴로 돌아오는 오관모를 형이 쏘아 죽이고, 김 일병과 함께 적진으로부터의 탈출에 성공한다. 서술형 4. 형이 소설을 불태우는 이유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5. ㉠의 의미를 앞뒤 문맥을 고려하여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21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60쪽 내가 지금 형의 소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문학적 관심과는 거리가 먼 것일 수밖에 없다. 형의 소설이 문학 작품으로는 이야깃거리가 못 된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질 못하다는 말이다. 내가 놀란 것은 형이 그 소설에서 그토록 오래 입을 다물고 있던 십 년 전의 패잔과 탈출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서, 아니 하나의 살인에 대해서 형은 무던히도 망설이고 있다. 그것은 마치 그 답답하도록 넓은 화폭 앞에 초조히 앉아 있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버리곤 하는 나를 일부러 형이 골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서랍을 정리해 두고 나의 방으로 돌아왔다. 일찌감치 자리를 깔고 누웠으나 눈이 감기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곧 잠이 들던 편리한 습관은 고등학교 때까지뿐이었다. 나대로 소설의 결말을 얻어 보려고 몇 밤을 새웠던 상념이 뇌수로 번져 나왔다. 소설의 서두는 이미지가 선명한 하나의 서장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형의 소년 시절의 한 회상이었다. <나>(얼마나 형이 객관화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는 어렸을 때 노루 사냥을 따라간 일이 있었다. 그 즈음 <나>의 고향 마을에는 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꼭꼭 사냥꾼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가을에는 멧돼지를, 겨울과 봄으로는 노루 사냥을 했다. 겨울이면 특히 마을 사람 가운데 날품 몰이꾼을 몇 사람씩 데리고 산으로 들어갔다. 양솥을 산으로 메고 가서 사냥한 것을 끓여 먹었다. 겨울철 할 일이 없는 마을 사람들은 몰이꾼을 자원했고, 사냥꾼이 뜸해지면 그들은 사냥꾼이 마을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눈이 산들을 하얗게 덮은 어느 겨울날, 방학을 맞아 고향 마을로 돌아와 있던 <나>가 그 몰이꾼들에 끼여 함께 사냥을 따라 나선 일이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한낮이 기울 때까지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나>는 다른 어른 한 사람과 함께 어느 능선 부근 바위 틈에서 언 밥으로 시장기를 쫓고 있었다. 그때 능선 너머에서 갑자기 한 발의 총 소리가 울려 왔다. 그 총 소리에 대해서 형은 이렇게 쓰고 있었다. ^_나는 총 소리를 듣자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것이 갑자기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싸늘한 음향--분명한 살의와 비정이 담긴 그 음향이 넓은 설원을 메아리쳐 올 때, 나는 부질없는 호기심에 끌려 사냥을 따라 나선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다._^ 그러나 총알은 노루를 맞히지 못했다. 상처를 입은 노루는 설원에 피를 뿌리며 도망쳤다. 사냥꾼과 몰이꾼은 눈 위에 방울방울 번진 핏자국을 따라 노루를 쫓았다. 핏자국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노루는 피를 쏟고 쓰러져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흰 눈을 선연하게 물들이고 있는 핏빛에 가슴을 섬뜩거리며 마지못해 일행을 쫓고 있었다. 총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후회가 가슴에서 끝없이 피어올랐다. <나>는 차라리 노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기 전에 산을 내려가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망설이기만 할 뿐 가슴을 두근거리며 해가 저물 때까지도 일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핏자국은 끝나지 않았고, <나>는 어스름이 내릴 때에야 일행에서 떨어져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곧 굉장히 앓아 누웠기 때문에, 다음 날 그들이 산을 세 개나 더 넘어가서 결국 그 노루를 찾아냈다는 이야기는 자리에서 소문으로만 듣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몇 번이고 끔찍스러운 몸서리를 치곤 했던 것이다. 1. 형의 소설과 ‘나’의 그림의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2. 이 글에서 ‘노루 사냥’이 사회 현실을 상징한다고 할 때, ‘노루’가 상징하는 것을 추측하여 쓰시오. 212쪽 4. 박완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작품 안으로) → 주제: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산업화 시대의 억압 특징: 이 소설은 산업화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속박감을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틀니’를 빼고 있어도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통해 힘든 사회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서글픈 삶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박완서의 소설들은 대부분 현실 반영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현실에 대한 인물들의 대응 양상이 다각도로 펼쳐진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업화의 폐해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당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날카롭게 꼬집어 낸 작품이다. [앞부분의 줄거리] 설희네에 세들어 살고 있는 ‘나’는 가끔 장독대에 올라가 그 집 남자가 그린 항아리 그림을 보며 소녀적 감성을 되살리곤 했다. 설희 엄마는 장애인 딸을 미국으로 데려가 병을 고치고 싶어하지만 경제적 궁핍으로 그러지 못하고, 대신에 설희 아빠가 미국으로 돈을 벌러 간다. 그 즈음 한국 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나’의 오빠가 간첩으로 남파했다는 소식에 ‘나’의 식구들이 모두 수사 기관에 연행되어 고초를 겪는다. 그 일로 인해 승진을 하지 못한 남편은 ‘나’를 문둥이 보듯 한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설희 엄마는 나를 성한 사람이 문둥이 보듯이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통한 도움을 주려 들지도 않았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에이 지긋지긋해. 살아가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걸치적거리는 것도 많은 놈의 세상 … 당신이나 나나 어디로 훨훨 이민이나 갈까?” 나는 물론 반대했다. 이민이 어디 그렇게 떡 먹듯이 쉬우냐고 대꾸해 줘도 되는 것을, 마치 훤히 트인 이민길을 굳이 거절이라도 하듯이 모든 출국을, 여행이건 유학이건 이민이건 이 나라에 돌아와서 봉사할 것을 전제로 하지 않은, 도피성 띤 모든 출국을 맹렬히 매도했다. 그동안 서른여덟의 찌든 여편네는 주체성이니 사대주의니 하는 어려운 말을 몇 번이고 써 가며 마치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우러르는 올림픽 선수보다 더 애국적이었다. 내가 이렇게 열렬하게 애국적인 동안 그녀는 깃을 하나 다 떴다. 그리고 담담히 돌아갔다. 어떤 가을날, 그녀는 불쑥 나에게 설희 아빠가 미국에서 보험 회사에 취직을 했다고 알려 준다. 보험 회사라니 …. ㉠^_물빛 항아리를 그리던 남자,_^ 나에게 남아 있던 ㉡^_소녀적인 것의 마지막 우상_^은 이렇게 해서 허물어졌다. (중략) 나는 장 위에서 몇 년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옛 트렁크를 꺼냈다. 그 속에는 나의 처녀 때로부터 결혼 초기에 걸친 시기, 내 모든 감수성이 아름다운 것을 향해 활짝 열렸을 임시의 컬렉션이 들어 있었다. 나는 특히 ㉢^_미전의 팸플릿_^을 많이 모았더랬어서 거의 백여 장이 남아 있었다. 드디어 나는 그 중에서 십여 년 전에 발족했다가 그 후 흐지부지되고 만 ‘신상’이란 젊은 반추상화가들의 제1회 그룹전의 팸플릿을 찾아냈다. 설희 아빠도 ‘신상’의 동인이었다. 팸플릿으로 된 목록에서 설희 아빠의 사진과 약력, 물빛 항아리도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그녀에게 석별의 표시로 주기로 했다. 그녀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이의 ㉣^_야망의 시절_^이 여기에 있군요.” 213쪽 그러나 이미 그의 야망은 미국이란 고장에서 ㉤^_보험 회사 사원_^으로 퇴색하고 만 것이다. 두 여편네는 한숨을 쉬었다. (중략) 몸의 온갖 신경이 턱뼈를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전신에 퍼진 듯, 중압감을 수반한 동통은 턱뼈에서 목구멍으로, 귓속으로, 골로 퍼져 내 두상은 완전히 ㉮^_틀니의 횡포_^가 지배했다. 누가 이런 고통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틀니를 빼는 길밖에 없겠는데, 나는 틀니를 빼고 있는 내 모습에 늘 몸서리를 쳐 왔으므로 차 중에서나 길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차마 그 짓은 할 수 없었다. 어찌어찌해서 가까스로 내 집 문 앞까지 왔을 즈음 나는 거의 발광 직전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입을 크게 벌리고 침을 질질 흘려 가며 틀니를 뽑아 냈다. 양쪽에 두 개씩 도합 네 개의 어금니가 심어진 반달 모양의 섬세한 백금틀은 내 손바닥에서 거의 무게를 지니지 않은 채 차게 빛났다. 마침내 무서운 동통과 중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내 몸은 가볍다 못해 공중으로 둥실 뜨는 듯했다. 이럴 수가, 이렇게 가벼울 수가. 우화이등선이란 이런 기분을 두고 이름인가? 나는 내 편안감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 몸을 장판 위에 눕혔다. 그 여편네 설희 엄마는 지금쯤 어디를 날고 있을까? 제아무리 공중에 떠 있기로서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온갖 사는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났기로서니 지금의 나만큼이야 가볍고 편할쏘냐? 나는 코웃음을 친다. 지금의 내 팔자는 이렇게 편타. 그런데 아까부터 누가 대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기고 있지 않은가. 어머니가 누구냐고 몇 번 묻는 것 같다. 그래도 대답 없이 똑똑 두들기기만 한다. 어머니의 신소리가 들린다. 나는 별안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 대문 소리가 나고 아주 낮은 대화가 들린다. 분명 상대는 남자다. 그것도 사십대의 남자. 남의 이목을 꺼리듯 대화는 수군수군 낮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이제 끝장이다. 파멸이다. 오오, 이렇게 파멸이 쉽게 올 줄이야. 숨죽은 대화는 아직도 계속된다. 어머니는 자수 권고에 실패한 눈치다. 이렇게 오래 끄는 걸 보니. 가엾은 어머니! 어쩌면 그 남자는 어머니에게 도리어 월북을 권하고, 아니 협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강제로 납치하려는 거나 아닌지. 그렇게끔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나는 벌떡 일어선다. 그 남자와 죽든 살든 결판을 내고 말 테다. 나에게 ‘그 남자’는 이미 조금도 오빠일 필요가 없다. 그냥 ‘그 남자’다. 막 나가려는데 어머니가 문을 걸고 돌아 들어온다. “아유, 별 끈덕진 사내도 다 봤네. 월부책을 사라고 어찌나 조르는지 …. 말이 그렇게 청산유수고 신수도 희멀겋던데 고작 월부 장사밖에 해 먹을 것이 없나. 쯧쯧.” 나는 다시 장판방에 눕는다. 한숨을 휴우, 내쉰다. 그런데 이미 좀전의 편안감은 없다. 옴짝달싹할 수 없으면서도 펄펄 뛰지 않고는 또 못 배길 것 같은 ㉯^_중압감_^과 동통이 여전하지 않은가? 이미 입 속엔 빼 버릴 틀니도 없는데. 빼 버릴 틀니가 없기에 그 고통은 절망적이다. 내용 구조도 설희네의 고통 경제적 궁핍, 신체 장애인 가족의 고통 ‘나’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한 사회적 활동의 제약 → 중압감의 가중--틀니의 통증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형상화 문제: 이 소설에는 전쟁 때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로 인해 온 가족, 온 친척들이 피해를 입는 모습이 나타난다. 전후 약 40년 간 남한 사회를 지배한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우리 민족의 모습이 ‘나’의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어휘 풀이 * 매도: 심하게 욕하며 나무람 * 임시: 잠시 동안 * 컬렉션(collection): 수집.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따위를 모으는 일. 또는 그 모아진 물건 * 발족: 어떤 조직체가 새로 만들어져서 일을 시작함 * 동통: 몸이 쑤시고 아픔. 또는 그 통증 * 우화이등선: 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됨 * 신소리: 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 구절 풀이 * 성한 사람이 문둥이 보듯이: 멀쩡한 사람을 일부러 꺼리며 피하듯이 * 서른여덟의 찌든 여편네: 서술자 자신을 말한다. * 주체성이니 사회주의니~더 애국적이었다.: 자신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반어적인 성격을 띠게 되어 현실을 비꼬는 역할을 하게 된다. * 나는 별안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남자가 간첩이 되어 남파된 오빠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 이미 입 속엔 빼 버릴 틀니도 없는데.: 통증이 실상 틀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의 억압에서 오는 것임을 암시한다. 이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통증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진단 체크) 1. ‘나’에게 소녀의 감수성을 되살리는 계기를 제공하는 소재 두 가지를 찾아 쓰시오. 2. ‘나’에게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3. ‘나’가 오빠를 대하는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2어절의 단어를 찾아 쓰시오. (답) 1. 물빛 항아리 그림, 미전 팸플릿 2. 틀니 3. 그 남자 214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1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① ‘나’가 틀니를 빼는 행위는 서민을 억압하는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을 상징한다. ② 월부책을 파는 남자를 통해 고등 학력의 실업자가 늘어나는 사회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③ ‘나’가 이민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④ 설희 엄마가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젊은 시절 못다 한 꿈을 뒤늦게 펼치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⑤ 직업을 바꾼 설희 아빠는 현실적 조건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산업화 사회의 폐해와 모순을 보여준다. 2. ㉠~㉤에 대한 ‘나’의 태도가 나머지와 ^_다른_^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3. 이 글과 '보기'를 비교한 내용으로 올바르지 ^_못한_^ 것은? '보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 낄낄대면서 /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① 이 글의 ‘틀니’는 '보기'의 ‘애국가’와 동일한 의미를 함축한다. ②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설희 엄마는 '보기'의 ‘흰 새 떼’와 대응한다. ③ 이 글의 ‘나’와 '보기'의 ‘우리’는 세상에 대해 동일한 태도를 보인다. ④ 이 글의 ‘나’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현실은 '보기'의 ‘이 세상’과 대응한다. ⑤ 이 글의 ‘나’가 틀니를 빼는 행위는 '보기'의 ‘우리’가 날아가길 원하는 것과 대응한다. 서술형 4. ‘설희네 가족’의 삶과 ‘나’의 삶을 고려할 때, ㉮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5. ‘나’의 남편과의 갈등을 고려할 때, ‘나’가 느끼는 ㉯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어떠한지 서술하시오. 21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61쪽 “나한테 업히지 않겠어요?” 그 여편네는 정말 나에게 등까지 들이댄다. 나를 얕잡고 있었다. “내가 업히면 아마 진창이 댁의 장화 속까지 넘쳐들걸요.” 이런 대화를 나와 그 여편네는 형편없는 ^_진창길_^ 한가운데서 주고받았다. 정말 형편없는, 이것이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이 진창길에 긴 치마에 고무신 차림으로 들어서고 만 것이다. 이미 버선이나 신 꼴을 돌보기는 단념하고 있었지만 이곳 진창은 그저 진창과는 달라 그 저변에 집요한 흡인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내 발을 빨아들여 도무지 놔 주려 들지 않았다. 천신만고 발을 빼면 영락없이 고무신은 진창 속에 남게 마련이었다. 다시 고무신 속에 발을 넣어 끌어올리자니 그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내 보행인들 얼마나 더디었겠는가? 그 여편네와 나는 처음부터 동행이었던 것은 아니고 진창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장화를 신은 그녀가 뒤에서 따라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녀와 내가 아주 생면부지의 행인끼리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한 동네 한 이웃에 살면서 말을 건네 보기만은 오늘 이 엉망진창 속에서 처음이었다. (중략)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주머니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협조해 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나도 고맙다고 서너 번 머리를 조아리고 또 한 번 아양을 떨었다. 그리고 놓여났다. 남편과 어머니가 같은 꼴을 당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충청도 진천에서 거의 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외가와 그 밖에 오빠가 알 만한 대소가가 다 한 번씩 그런 일을 당한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대문 소리에 가슴이 내려앉는 날이 시작되었다. “말이 자수지, 그놈이 벌써 마흔인데 그곳에 계집 자식이 없을 리 없을 테니 이 에미 말을 들을까? 계집 자식 생각이 앞설 테지. 차라리 넘어오다 ….” 어머니는 말끝을 흐리고 눈물을 닦는다. 그러나 나는 그 다음 말을 알고 있다. 나도 방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어머니보다 훨씬 진작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넘어오다 차라리 사살되었으면 하고. 간첩이 된 혈연과의 상봉이 몰고 올 사건과의 당면이 두려운 나머지, 18평 블록 집 속의 안일이 소중한 나머지, 어머니와 나는 마녀보다도 더 잔인해졌다. 그러나 오빠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그 전능한 선글라스에 의해 18평 블록 집의 안일은 앗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점점 거칠어지며 폭음이 잦아졌다. 장가를 잘못 가서 신세를 망쳤다는 것이다. 간첩 처남을 두었으니 무슨 수로 승진을 바라겠느냐, 승진은커녕 언제 모가지가 날아갈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 집구석이라고 찾아 들어와야 언제 또 간첩 처남이 돌아와 총을 들이댈지 모르니 술이라도 안 마시고 어쩌겠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1. 이 글에 드러난 주된 갈등을 고려하여, ^_진창길_^의 의미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2. ‘오빠’에 대한 ‘나’와 ‘어머니’의 태도를 옹호하는 글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216쪽 ^[07. 현실의 억압과 이에 대한 대응 1.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작품 안으로) → 주제: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특징: 이 작품은 현실에서 소외되고 목표를 잃은 세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고 찬바람만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현대 도시인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65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서 현실에서 소외되고 목표를 잃은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무심히 헤어지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사회적 연대감이나 공동체 의식을 완전히 상실한 비극적이고 외로운 현대인의 초상이 잘 나타나 있다. 안과 나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사내가 우리를 쫓아와서 안과 나의 팔을 반쪽씩 붙잡았다. / “나 혼자 있기가 무섭습니다.” 그는 벌벌 떨며 말했다. “곧 통행 금지 시간이 됩니다. 난 여관으로 가서 잘 작정입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집으로 갈 겁니다.” 내가 말했다. “함께 갈 수 없겠습니까? 오늘 밤만 같이 지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잠깐만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 사내는 말하고 나서 나를 붙잡고 있는 자기의 팔을 부채질하듯이 흔들었다. 아마 안의 팔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으리라. “어디로 가자는 겁니까?”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여관비를 구하러 잠깐 이 근처에 들렀다가 모두 함께 여관으로 갔으면 하는데요.” “여관에요?” 나는 내 호주머니 속에 든 돈을 손가락으로 계산해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폐를 끼쳐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잠깐만 절 따라와 주십시오.” “돈을 빌리러 가는 겁니까?” / “아닙니다. 받아야 할 돈이 있습니다.” / “이 근처에요?” “예, 여기가 남영동이라면.” / “아마 틀림없는 남영동인 것 같군요.” 내가 말했다. 사내가 앞장을 서고 안과 내가 그 뒤를 쫓아서 우리는 화재로부터 멀어져 갔다. “빚 받으러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 안이 사내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받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어느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의 모퉁이를 몇 개인가 돌고 난 뒤에 사내는 대문 앞에 전등이 켜져 있는 집 앞에서 멈췄다. 나와 안은 사내로부터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사내가 벨을 눌렀다. 잠시 후에 대문이 열리고, 사내가 대문 앞에 선 사람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아저씨를 뵙고 싶은데요.” / “주무시는데요.” / “그럼 아주머니는?” “주무시는데요.” / “꼭 뵈어야겠는데요. / “기다려 보세요.” 대문이 다시 닫혔다. 안이 달려가서 사내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냥 가시죠?” / “괜찮습니다. 받아야 할 돈이니까요.” 안이 다시 먼저 서 있던 곳으로 걸어왔다. 대문이 열렸다. “밤 늦게 죄송합니다.” 사내가 대문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누구시죠?” 대문은 잠에 취한 여자의 음성을 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너무 늦게 찾아와서 실은 ….” “누구시죠? 술 취하신 것 같은데 ….”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 하고, 사내는 비명 같은 높은 소리로 외쳤다. 217쪽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이번엔 사내는 문기둥에 두 손을 짚고 앞으로 뻗은 자기 팔 위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월부 책값 ….” 사내는 계속해서 흐느꼈다. “내일 낮에 오세요.”대문이 탕 닫혔다. 사내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사내는 가끔 ‘여보’라고 중얼거리며 오랫동안 울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그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그가 우리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좋겠어요.”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_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_^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좋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고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 나는 말했다. 내용 구조도 안, 나, 사내 → 단절 안: 냉소적이며 이기적 존재 나: 뚜렷한 주관이 없는 존재 사내: 비참한 도시 빈민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1960년대 도시 소설: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더불어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가난과 질병 등으로 도시에서 소외된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소외된 도시 빈민의 실상을 다룬 소설이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도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황석영의 ‘이웃 사람’, 신경숙의 ‘외딴방’ 등이 이에 속한다. 어휘 풀이 * 통행금지: 일정한 시간 동안 일반인이 거리를 지나다니거나 집 밖으로 활동하는 것을 못하게 하던 일. 37년 간 실시하던 우리나라의 야간 통행금지는 1982년 완전 해제되었다. * 월부: 물건 값이나 빚 따위의 일정한 금액을 다달이 나누어 내는 일 * 사환: 관청이나 회사, 가게 따위에서 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하여 고용한 사람 * 숙박계: 여관이나 호텔 따위에서 숙박인의 성명, 주소, 행선지 따위를 적은 서류 * 자리끼: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 구절 풀이 *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소통이 단절된 인간 관계를 암시적으로 드러냄 *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사내의 자살에 대한 복선 *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려는 행위 *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안’은 사내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음 (진단 체크) 1. 이 글에서 ‘단절되고 소외된 도시인의 공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구절을 찾아 쓰시오. 2. 이 글에서 1960년대 하층민의 전형적 인물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소시민을 상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3. ‘사내’가 밤늦게 월부 책값을 받으러 간 이유는 무엇인가? (답) 1.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2. 사내 3. 여관비를 마련하려고 218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2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공간의 이동에 따라 서술자가 바뀌고 있다. ② 여러 개의 사건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③ 짧은 문장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④ 비약과 생략을 통해 사건에 속도감을 부여하고 있다. ⑤ 서술자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판단하고 있다. 2. '보기'의 세 인물의 특성과 인물 간의 관계를 분석했을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나--안--사내 ① ‘사내’는 ‘나’와 ‘안’이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고 있다. ② ‘안’과 ‘사내’와 ‘나’는 모두 단절되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③ ‘나’는 서술자로 ‘사내’와 ‘안’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④ ‘나’와 ‘사내’는 가난이라는 동일한 고통을 안고 있는 소외된 도시인이다. ⑤ ‘안’은 함께 밤을 지내자고 하는 ‘사내’의 요청을 뿌리치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3. 글의 흐름으로 보아 이 글 다음에 이어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와 ‘안’은 ‘사내’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한다. ② ‘나’와 ‘안’은 무덤덤하게 여관을 나와 각자 갈 길을 간다. ③ ‘나’와 ‘안’은 ‘사내’의 죽음을 주위에 알리고 장례를 치러준다. ④ ‘나’는 ‘사내’의 죽음에 슬퍼하지만 ‘안’은 모른 척 떠나 버린다. ⑤ ‘나’는 ‘사내’의 사망 원인을 찾고, ‘안’은 ‘사내’의 장례를 준비한다. 서술형 4. ㉠에 담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서술하시오. 21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62쪽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외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쿠앙과 양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중국집에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고, 돈은 천 원이 없어졌고,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고, ㉠^_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_^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악센트 말야”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영화에서 본 식민지의 거리처럼 춥고 한산했고, 그러나 여전히 소주 광고는 부지런히, 약 광고는 게으름을 피우며 반짝이고 있었고, 전봇대의 아씨는 ‘그저 그래요’라고 웃고 있었다. [A]^_“이제 어디로 갈까?”하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 안이 말하고, “어디로 갈까?”라고 나도 그들의 말을 흉내 냈다.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었다._^ 방금 우리가 나온 중국집 곁에 양품점의 쇼윈도가 있었다. 사내가 그쪽을 가리키며 우리를 끌어당겼다. 우리는 양품점 안으로 들어갔다. “넥타이를 하나 골라 가져. 내 아내가 사주는 거야.” 사내가 호통을 쳤다. 우리는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들었고, 돈은 육백 원이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양품점에서 나왔다. “어디로 갈까?”라고 사내가 말했다. 1. ㉠에서 알 수 있는 ‘안’의 태도를 이 글에 나오는 중심 사건과 연결지어 서술하시오. 2. [A]를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서술하시오. 220쪽 2. 최일남, ‘흐르는 북’ (작품 안으로) → 주제: * 삶에 대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 *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의 방식 비판 특징: 이 작품은 ‘북’으로 표상되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할아버지 세대와 실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아버지 세대의 갈등이 아들 세대에서 융합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의 제목인 ‘흐르는 북’이란, 표면적으로는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단절된 듯이 보이는 세대라 할지라도 역사적, 사회적인 현실 상황과 고통을 나누며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 밖으로) ← 1980년대 사회는 민주주의나 평등주의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가문이나 뿌리를 따지는 풍토가 남아 있었다. 대학생들은 데모를 통해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고, 예술가나 장인들의 삶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삼대를 통해서, 단순한 가족사적 아픔이 아닌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각 세대의 상이한 가치관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각 세대 간의 갈등의 화합을 통해 세대 간 단절이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A]^_젊은 시절 북을 치며 떠돌이 생활을 했던 민 노인은, 아들인 민대찬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북에만 빠져 있던 아버지 덕에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아들 민대찬은 민 노인과 북에 대한 미움이 크다._^ 반면에 민 노인의 손자인 민성규는 대학에서 탈춤 동아리를 활동을 하며 사회 변혁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다. 민 노인은 성규의 부탁을 받아 민대찬 내외 몰래 성규의 학교 탈춤 발표회에서 북을 쳐 준다. “아버님, 어저께 성규 학교에 가셨어요?” / 예사로운 말씨와는 달리, 굳어 있는 표정 위로는 낭패의 그늘이 좍 깔려 있었다. 금방 대답을 못 하고 엉거주춤한 형세로 며느리를 올려다보는 민 노인의 면전에서, 송 여사의 한숨 섞인 물음이 또 떨어졌다. “북을 치셨다면서요.”/ “그랬다. 잘못했니?” / 우선은 죄인 다루듯 하는 며느리의 힐문에 부아가 꾸역꾸역 치솟고, 소문이 빠르기도 하다는 놀라움이 그 뒤에 일었다. “아이들 노는 데 구경 가시는 것까지는 몰라도, 걔들과 같이 어울려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나이 자신 어른이 할 일인가요?” / “하면 어때서. 성규가 지성으로 청하길래 응한 것뿐이고, 나는 원래 그런 사람 아니니. 이번에도 내가 늬들 체면 깎았냐?” “아시니 다행이네요.”/ 송 여사는 후닥닥 문을 닫고 나갔다.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며느리는 퇴근한 남편을 붙들고, 밖에 나갔다가 성규와 같은 과 학생인 진숙이 어머니한테서 들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진숙이 어머니는, 민 노인이 가면극에 나왔다는 귀띔에 잇대어, 성규 어머니는 그렇게 멋있는 시아버지를 두셔서 참 좋겠다며, 빈정거리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아들은 민 노인에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냥 덤덤한 낯빛이다가 식구들이 저녁을 마친 후에야 돌아온 성규를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너더러 누가 그런 짓 하랬어?” /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한 발자국 내어딛는 순간, 노기를 한꺼번에 모은 호령이 그를 사로잡았다. (중략) “할아버지까지 동원한 게 잘 한 짓이니?” / “동원이란 말이 싫습니다. 누가 누구를 동원한단 말입니까. 또, 그 일이 어째서 잘 하고 잘 못 하고로 구별돼야 하는지, 저는 통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잘 하고 잘 못 하고의 인식에서는 벗어나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어떤 일에 합당한 재능을 갖고 있을 때, 한쪽은 그걸 표현할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며, 한쪽은 기꺼이 그 기회에 편승해서, 일이 잘 되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너 이제 보니 참 똑똑하구나. 그래서, 일이 잘 됐니?” / “대성공이었습니다.” 221쪽 “할아버지는 기꺼이 응하지 않았을 게다. 네가 유혹했어.” “결과는 마찬가지예요. 저는 그날 할아버지에게서 그걸 확인했습니다.” “너는 할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특히 내가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해 대단히 불만이지?” / “그럴 것도 없습니다. 아버지의 할아버지에 대한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 논리를 그대로 저와 연결시키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기특하구나. 그러니까 너만이라도 할아버지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겠다는 거냐 뭐냐. 지금까지의 네 행동을 보면 그런 추측을 가능케 하더라만.” “그것도 맞지 않는 말이에요. 도대체 할아버지와 저와는 갈등이 있었어야 말이죠. 처음부터 갈등이 없었는데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말고가 어디 있습니까? 할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다면, 그건 아버지 몫이지 저와는 상관이 없는 겁니다. 오히려 전 세대끼리의 갈등이 다음 세대에서 쾌적한 만남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게 또 역사의 의미 아니겠습니까?” (중략) 정작 일이 크게 터진 건 그런 일이 있은 지 일주일쯤 후였다. 저녁 준비를 하다 말고, 성규의 친구로 짐작되는 학생의 전화를 받은 송 여사는 대뜸 신음으로도 착각할 만한 의미불명의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펄쩍펄쩍 뛰었다. / “뭐라고? 우리 성규가 데모하다 잡혀 갔다고. 언제, 어디서? 지금 어딨어? 이 일을 어쩌지. 이 일을 어떡한다지.” 송 여사는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만날 장소를 약속하고는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 나갔다. 황급히 서두르다 지갑을 안 가지고 갔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왔을 때, 민 노인과 수경이가 자세히 말 좀 해 보라고 매달리는데도, 누구 신경질만 돋구느냐는 투의 외마디 말을 남기고 사납게 문을 닫았다. / “난들 아니. 가 봐야지.” / 며느리의 자기를 쳐다보던 눈이 사뭇 비뚤어져 있었다고 느낀 민 노인의 가슴에도 갑자기 구멍이 뚫리는 걸 의식했다. 아들 내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았다. 민 노인은 수경이를 시켜, 아들이 먹다 남은 양주를 찾아 안주도 없이 조금씩 조금씩 홀짝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취기가 야금야금 전신으로 번지자, 민 노인은 극히 자연스럽게 북을 껴안고 북채를 잡았다. 뚝 딱 둥 둥. 둥둥둥 뚝딱. 북소리를 듣고 들어온 수경이는, 북 한 번, 할아버지의 눈 한 번씩을 교대로 쳐다보고는 그전 모양 궁상맞다는 타박을 하지 않았다. [A]^_“할아버지, 이 북으로 팝송 반주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경아, 늬 오래비가 붙들려간 게, 나나 이 북과도 관계가 있겠지.” / 둥 둥 둥 딱 뚝.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아니에요. 그보다도 궁금한 게 있어요. 오빠가 저와는 네 살 터울이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할아버지의 북소리에 푹 빠져 있고, 솔직히 저는 잡음으로만 들려요.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 “아무래도 그 녀석이 내 역마살을 닮은 것 같아. 역마살과 데모는 어떻게 다를까.” / 딱 둥둥 뚝.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세요. 제 말은 들은 둥 만 둥하구요.”_^ 손녀의 새살거림을 한옆으로 제쳐놓으며, 민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더 크게 북을 두드렸다. 내용 구조도 * 북의 의미 민 노인 민 노인의 삶이자 예술혼의 상징 민대찬 불우한 유년 시절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환기하게 하는 대상 민성규 할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대상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북’의 상징성: 이 작품에서 민 노인의 삶의 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소재가 바로 ‘북’이다. 아들인 민대찬이 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손자인 성규는 할아버지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성규가 할아버지께 탈춤반 공연에서 북을 쳐 줄 것을 부탁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할아버지 세대를 부정하는 아버지 세대에 의해 ‘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손자에 의해 보존되며 되살아나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흐르는 북’이란 세대 간의 갈등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북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서, 세대 간의 갈등이 극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어휘 풀이 * 동원: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람이나 물건을 집중함 * 편승: 자기에게 유리한 기회를 포착하여 잘 이용함 * 터울: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 * 데모(demo): 시위. 운동 * 역마살: 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 구절 풀이 * “아이들 노는 데~할 일인가요?”: 시아버지인 민노인에게 따져 묻는 며느리의 태도에서 냉정하고 정감 없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 * “결과는~그걸 확인했습니다.”: 꼭 성규가 나서지 않았어도 언젠가 할아버지는 북을 잡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북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마음 속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음을 의미한다. * “그것도 맞지 않는~의미 아니겠습니까?”: 세대를 넘어서는 화합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규의 진보적인 의식을 알 수 있다. (진단 체크) 1. ‘민 노인’의 삶을 상징하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2. 이 소설의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는 단어를 찾아 쓰시오. 3. ‘민 노인’과 ‘수경’의 문화적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쓰시오. (답) 1. 북 2. 데모 3. 북, 팝송 222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3쪽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②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③ 잦은 장면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④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공간 배경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⑤ 인물 간의 갈등보다 개인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 '보기'의 시의 화자가 ‘민 노인’이라고 가정할 때, '보기'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 엇모리 자진모리 휘몰아 보아 // 이렇게 숨결이 꼭 맞아서만 이룬 일이란 /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 헛 때리면 만갑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 연창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덕터요. // 떠받는 명고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 떡 궁! 동중정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김영랑, ‘북’ ① 젊은 시절 신명나게 북을 쳤을 민 노인을 연상하게 하는군. ② 민 노인은 북을 치면서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였군. ③ 민 노인은 북을 치면서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겠군. ④ 민 노인은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북을 치면서 마음을 달랬을 거야. ⑤ 탈춤 발표회에서 즐겁게 북을 치는 민 노인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군. 3. ‘성규’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모호한 말을 써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 ② 아버지의 야단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③ 우회적으로 아버지의 잘못을 들추어 내고 있다. ④ 아버지의 말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⑤ 할아버지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잘못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서술형 4. [A]를 고려하여, 이 글에서 ‘성규’의 역할에 대해 서술하시오. 5. [B]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를 서술하시오. 22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63쪽 언젠가 아들은 일부러 마신 듯한 술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민 노인에게 포악스럽게 퍼부은 적이 있었다. 앞뒤가 잘 이어지지 않으면서도, 토악질하듯 내뱉는 그의 토막말에는, 누르고 다져온, 비수를 머금은 원망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아버지, 왜 돌아오셨습니까. 제가 어머니와 양키 담배를 골라낸 꿀꿀이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을 때, 아버지는 어디서 무얼 하셨습니까. 모리배들의 술자리에서 북 쳐 주고 받은 돈으로 기생 무릎을 베고 있었습니까. 어머니가 콩나물을 길러 번 돈으로, 그리고 제가 신문 배달을 해서 얻은 돈으로 겨우겨우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아버지는 또 어디서 무얼 하시고 계셨습니까. 시골의 삼류 극장에서 소리꾼들의 장단을 맞추고 있었습니까. 좋습니다. 다 좋습니다. 아버지가 돈을 못 번다 한들 또는 수족을 못 써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 한들, 저는 상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남겨 주신 재산을 아버지 말씀대로 예술을 한답시고 다 날린 것도 따지지 않겠습니다. 다만 아버지는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됐던 겁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아버지 자신도 피눈물나는 고생이 있었을 테고, 그만큼 할 말도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마지막 염치가 우리 모자 앞에 나타나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점도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끝끝내 제 앞에 현신하지 말아야 옳았습니다. 그래가지고, 막말로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어머니는 가슴을 쥐어뜯고 저는 땅을 치며, 왜 아버지는 우리를 찾지 않아 이런 비극을 겪게 하는가 하는 후회와 원망으로 몸부림치도록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마침내 나타나셨습니다. 그랬으면 너에게 효도할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고 말씀하시고 싶겠지요. 아닙니다. 그건 안 됩니다. 아니 노력을 해도 잘 안 됩니다. 흥, 그러면 또 말씀하시고 싶겠지요. 내 존재가 네 출세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걸리적거리기 때문이 아니냐고. 맞습니다. 부인하지 않습니다. 제 출신을 아는 사람들 중에는 한량광대라고는 해도, 경멸인지 칭찬인지 모를 소리를 하고 다니는 작자도 있습니다. 그것 저것을 모르고, 자수성가한 노력파라며 괄목상대해 주는 사람도 물론 많구요. 그러니까 너는 그와 같은 평판을 유지해 가고자 뿌리를 감추려는 거냐고 또 말씀하시겠지요. 그 짐작도 맞습니다. 민주주의네 평등주의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가면 갈수록 가문을 캐는 우스운 풍토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려서, 제가 아버지와 거리를 두려 하고 계면쩍게 여기는 건, 반드시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닙니다. 제 아내가 제 입장보다 한 술 더 뜨는 것은, 여자에게 있을 수 있는 심리적 허영이라 치고, 제가 아버지를 마음 깊숙이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바로 저 북 때문입니다. 1. 이 글에서 드러나는 전근대적인 사회적 풍토에 대해 비판하시오. 2. 소설적 형상화 측면에서 볼 때, 이 글의 내용이 ‘말하기(telling)’ 방식으로 제시됨으로써 반감되는 효과에 대해 서술하시오. 3. 다음 '보기'의 시적 화자와 ‘민 노인’의 가장으로서의 태도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보기' 아랫목에 모인 /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의 추운 길을 걸어 /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 미소하는 / 내 얼굴을 보아라. --박목월, ‘가정’ 224쪽 3. 양귀자, ‘한계령’ (작품 안으로) → 주제: 서민들의 꿈과 삶의 애환 특징: ‘한계령’은 주인공 ‘나’가 어릴 적 동무였던 ‘은자’와 ‘큰오빠’를 통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장남인 오빠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 노릇을 하며 여섯이나 되는 동생들을 키웠지만, 동생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허탈감에 빠져 일에서 손을 놓는다. 찐빵집 딸이었던 은자는 밤무대 가수가 되어 현재의 ‘나’에게 연락을 해 오지만, ‘나’는 은자를 만나면 과거의 추억이 무너질까 두려워 은자와의 만남을 망설인다. 이 작품은 주인공 ‘나’가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큰오빠와 은자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의 삶에 연민을 느끼는 장면을 통해서, 앞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그린다. 또한, 그들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시선이 드러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87년도에 발표된 이 작품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틈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온 세대에 대한 위로와 애정이 담긴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아름답고 간결한 문체로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작가인 ‘나’는 어릴 적 동무 은자의 전화를 받게 된다. 은자는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클럽에 한번 놀러 오라고 말한다. ‘나’는 어쩐 일인지 그곳에 가기가 망설여지고, 은자가 다시 전화해 주기를 기다린다. 오후가 되어서 이윽고 전화벨이 울렸다. 그러나 수화기에선 쉰 목소리 대신에 귀에 익은 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략) “이번 추도 예배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되겠어. 내가 오빠들한테도 모두 전화할 거야. 그렇지 않아도 큰오빠 요새 너무 약해졌어. 여관 숲이 되지만 않았어도 그 집 안 팔았을 텐데. 독한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오늘 아침엔 일어나지도 못했대. 좋은 술 다 놓아 두고 왜 하필 소주야? 정말 모르겠어. 전화나 한번 해 봐. 그리고 추도식 때 꼭 내려와야 해. 너무들 무심하게 사는 것 같아. 일 년 가야 한 번이나 만날까, 큰오빠도 그게 섭섭한 모양이야 ….” 그 집에서 동생들을 거두었고 또한 자식들을 길러 냈던 큰오빠였다. 그의 생애 중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거기에 스며있었다. (중략) 그러나 정작 ㉠^_큰오빠 스스로가 자신이 그려놓은 신화_^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공장에서 돈을 찍어 내서라도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시절에는 우리들이 그의 목표였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실패할 수 없도록 이를 악물게 했던 힘은 그가 거느린 대가족의 생계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들이 모두 자립을 하였다. 돈도 벌을 만큼 벌었다. 한때 그가 그렇게 했듯이 동생들 또한 젊고 탱탱한 활력으로 사회 속에서 뛰어가고 있었다. 저들이 두 발로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누구 때문인가, 라고는 묻고 싶지 않지만 노쇠해 가는 삶의 깊은 구멍은 큰오빠를 무너지게 하였다. 몇 년 전의 대수술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이후부터는 눈에 띄게 큰오빠의 삶이 흔들거렸었다. 이것도 해선 안 되고 저것도 위험하며 이러저러한 일은 금하여라는 생명의 금칙이 큰오빠를 옥죄었다. 열심히 뛰어 도달해 보니 기다리는 것은 허망함뿐이더라는 그의 잦은 한탄을 전해 들을 때마다 나는 큰오빠가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수없이 유년의 기록을 들추면서 위안을 받듯이 그 또한 끊임없이 과거의 페이지를 넘기며 현실을 잊고 싶어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이 시대에서 멀어지는 연습을 하는지도. (중략) 그리고 탁 트인 음성의 노래가 여가수의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 가수의 깊고 그윽한 노랫소리가 홀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면서 대신 악단의 반주는 점차 희미해져 갔다. 225쪽 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가서 노래를 맞아들이고 있었다. 무언지 모를 아득한 느낌이 내 등허리를 훑어 내리고, 팔뚝으로 번개처럼 소름이 돋아났다. 나는 오싹 몸을 떨면서 또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가수는 호흡을 한껏 조절하면서, 눈을 감은 채 노래를 이어 가고 있었다.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 가수의 목소리는 그윽하고도 깊었다. 거기까지 듣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저 노래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분명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랬음에도 전혀 처음 듣는 것처럼 나는 노래에 빠져 있었다. 아니, 노래가 나를 몰아 대었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노래는 급류처럼 거세게 흘러 들이닥쳤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여가수의 목에 힘줄이 도드라지고 반주 또한 한껏 거세어졌다. 나는 훅, 숨을 들이마셨다. 어느 한순간 노래 속에서 큰오빠의 쓸쓸한 등이, 그의 지친 뒷모습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까 속눈썹에 매달려 있던 한 방울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노래의 제목은 ‘한계령’이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었던 한계령과 지금 듣고 있는 한계령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노래를 듣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 나는 정말 놀라운 노래를 듣고 있는 셈이었다.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저 여가수가 은자 아닌 다른 사람일지라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온몸으로 노래를 들었고 여가수는 한순간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발 밑으로, 땅 밑으로, 저 깊은 지하의 어딘가로 불꽃을 튕기는 전류가 자꾸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질퍽하게 취하여 흔들거리고 있는 테이블의 취객들을 나는 눈물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졌다. 그들에게도 잊어버려야 할 시간들이, 한 줄기 바람처럼 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이었다. 어디 큰오빠뿐이겠는가. 나는 다시 한번 목이 메었다. (중략) 그날 밤, 나는 꿈 속에서 노래를 만났다. 노래를 만나는 꿈을 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밤에 나는 처음 알았다. 노래 속에서 또한 나는 어두운 잿빛 하늘 아래의 황량한 산을 오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만났다. 그들은 모두 지쳐 있었고 제각기 무거운 짐꾸러미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짐꾸러미의 무게에 짓눌려 등은 휘어졌는데, 고갯마루는 가파르고 헤쳐야 할 잡목은 억세기만 하였다. 목을 축일 샘도 없고 다리를 쉴 수 있는 풀밭도 보이지 않는 거친 숲에서 그들은 오직 무거운 발자국만 앞으로 앞으로 옮길 뿐이었다. 그들 속에 나의 형제도 있었다. 큰오빠는 앞장을 섰고 오빠들은 뒤를 따랐다. 산봉우리를 향하여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두고 온 길은 잡초에 뒤섞여 자취도 없이 스러져 버리곤 하였다. 그들을 기다려 주는 것은 잊어버리라는 산울림, 혹은 내려가라고 지친 어깨를 떠미는 한 줄기 바람일 것이었다. 또 있다면 그것은 잿빛 하늘과 황토의 한 뼘 땅이 전부일 것이었다. 그럼에도 등을 구부리고 짐꾸러미를 멘 인간들은, 큰오빠까지도 한사코 봉우리를 향하여 무거운 발길을 옮겨놓고 있었다. 내용 구조도 '나' → 과거 그리움 '나' → 현재 아쉬움, 연민 * 과거 큰오빠: 여섯 형제와 어머니를 부양하는 든든한 존재 은자: 찐빵집 딸. 집안이 풍비박산이 된 후 가수가 되기 위해 떠남 그리움 * ‘나’: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들음 아쉬움, 연민 * 현재 큰오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감 은자: 밤무대 무명 가수로 살아감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한계령’이라는 노래의 기능: ‘한계령’의 가사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이 산봉우리를 향해 힘겹게 올라가지만 결국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나’로 하여금, ‘은자’나 ‘큰오빠’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평생 동안 ‘오르고 내리며’ 쉼 없이 나아가야 하는 삶의 여정에 연민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 어휘 풀이 * 금칙: 하지 못하게 타이름 * 옥죄다: 바짝 죄다. * 첩첩산중: 산이 첩첩이 둘러싸인 깊은 산 속 * 한계령: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서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 * 혼신: 온몸. 전신 구절 풀이 * 그러나 정작~묶이고 말았다.: 가족을 부양한다는 책임감에 열심히 일했던 큰오빠가 막상 형제들이 제 각각 독립을 하자 삶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 노래의 제목은~차이가 있었다: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새삼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 그럼에도 등을~옮겨놓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진 삶의 여정을 따라가야만 하는 인간의 삶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진단 체크) 1. 과거에 ‘큰오빠’가 이를 악물고 일하게 했던 요인을 찾아 쓰시오. 2. 이 글에서 인간이 지니는 ‘삶의 무게’를 상징하는 4음절의 단어를 찾아 쓰시오. (답) 1. 대가족의 생계 2. 짐꾸러미 226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4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노래 가사가 사건의 의미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② 한 인물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③ 작중 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술하고 있다. ④ 주변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주관적 견해가 드러난다. ⑤ 독백체의 문장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2. 다음은 ‘신화’에 대한 정의이다. '보기'를 고려하여 ㉠의 내용을 토의한 것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신화: “1”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 남들에 비해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고난을 딛고 민족이나 나라를 일으킨 신이나 영웅의 사적을 이야기한다. “2”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① 한나: 큰오빠가 동생들을 키운 업적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군. ② 선주: 그렇다면 큰오빠는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영웅처럼 당당하고 의지적인 삶을 살았을 거야. ③ 지원: 이를 통해 ‘나’가 왜 큰오빠의 현재의 모습을 안쓰럽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④ 동순: 큰오빠가 집을 팔기를 꺼렸던 것은 그 집이 가족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역사가 간직된 곳이기 때문일 거야. ⑤ 정윤: 큰오빠가 동생들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업 수완이 있었기 때문이겠군. 3. '보기'는 이 글에 제시된 ‘한계령’이라는 노래의 일부이다. [A]와 '보기'를 고려할 때,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가장 적절하게 드러낸 것은? '보기'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양희은 노래, ‘한계령’ ① 삶이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② 삶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③ 삶이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과정이다. ④ 삶이란, 혼자서 견디며 나아가야 하는 고독한 과정이다. ⑤ 삶이란, 떠밀리듯 쉼 없이 살아가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다. 서술형 4. ‘은자’라고 여겨지는 여가수의 노래가 갖는 기능을 ‘큰오빠’와 ‘취객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중심으로 서술하시오. 5. 삶의 목표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큰오빠’가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서 서술하시오. 22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64쪽 그러나 그날 밤에도, 다음 날 밤에도 나는 은자가 노래를 부르는 클럽에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애의 전화를 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잊기는커녕 틈만 나면 나는 철길 동네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곤 했다. (중략) 일 년에 한 번씩 타인의 낯선 얼굴을 확인하러 고향 동네에 가는 일은 쓸쓸함뿐이었다. 이제는 그 쓸쓸함조차도 내 것으로 남지 않게 될 것이었다. 누구라 해도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었다. 고향은 지나간 시간 속에 있을 뿐이니까. 누구는 동구 밖의 느티나무로, 갯마을의 짠 냄새로, 동네를 끼고 흐르는 긴 강으로 고향을 확인하며 산다고 했다. 내게 남은 마지막 표지판은 은자인 셈이었다. 보이는 것들은, 큰오빠까지도 다 변하였지만 상상 속의 은자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 은자만 떠올리면 옛 기억들이, 내게 남은 고향의 모든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오곤 하였다. 허물어지지 않은 큰오빠의 모습도 그 속에 온전히 남아 있었다. 내가 새부천 클럽에 가서 은자를 만나 버리고 나면 그때부터는 어떤 표지판에 기대어 고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은자의 지금 모습이 어떤지 나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설령 클럽으로 찾아간다 하여도 그 애를 알아볼 수 있을지 자신할 수도 없었다. 내 기억 속의 은자는 상고머리에, 때 낀 목덜미를 물들인 박씨의 억센 손자국, 그리고 터진 겨드랑이 사이로 내보이던 낡은 내복의 계집아이로 붙박여 있었다. 서른도 훨씬 넘은 중년 여인의 그 애를 어떻게 그려 낼 수 있는가. 수십 년간 가슴에 품어 온 고향의 얼굴을 현실 속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다, 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만나 버린 뒤에는 내게 위안을 주었던 유년의 소설도, 소설 속의 한 시대도 스러지고야 말리라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현실로 나타난 은자를 외면할 수 있을는지 그것만큼은 풀 수 없는 숙제로 남겨둔 채 토요일밤을 나는 원미동 내 집에서 보내고 말았다. (중략)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은자는 늦은 아침, 다시 쉰 목소리로 내게 나타났다. “전라도말로 해서 너 참 싸가지 없더라. 진짜 안 와 버리대?” 고향의 표지판답게 그녀는 별 수 없이 전라도말로 나의 무심함을 질타하였다. 일요일 밤에 새부천 클럽으로 찾아갔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나는 그냥 웃어 버렸다. 물론 ‘한계령’을 부른 가수가 바로 너 아니었느냐는 물음도 하지 않았다. 1. ‘나’가 ‘은자’를 만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하여 서술하시오. 2. '보기'의 화자와 이 글의 ‘나’의 고향에 대한 태도의 유사점을 쓰시오. '보기' 눈을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중략)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김상옥, ‘사향’ 228쪽 4. 이문구, ‘유자소전’ (작품 안으로) → 주제: ‘유자’라는 인물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인 현대 사회에 대해 비판함 특징: 이 작품은 보통을 넘는 넉넉한 성품과 인격을 소유한 ‘대인’인 유자의 삶을 전의 형식을 빌려 표현하였다. 유자의 의뭉스럽고 익살스러운 행동이 웃음을 유발하며, 그것을 통해 유자 주변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물질 만능주의적인 태도를 풍자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1991년 발표된 이 작품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한 인물의 일대기 중 일부를 그린 작품이다. 전의 형식을 빌려 일대기를 표현한 점이나, 희극적이고 우스꽝스런 상황의 설정, 사투리의 사용 등은 전통 가면극이나 고전 소설, 판소리 등과 닮은 점이 많다. 전통적인 서사를 효과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가) 그의 이름은 유재필이다. 1941년 홍성군 광천에서 태어나 보령군 대천에 와서 자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서울에서 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총기와 숫기로 또래에서 별쭝맞고 무리에서 두드러진 바가 있어, 비색한 가운과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여러 모로 일찍 터득하고 앞서 나아감에 따라 소년 시절은 장히 숙성하고, 청년 시절은 자못 노련하고, 장년에 들어서서는 속절없이 노성하였으니, 무릇 이것이 그가 보통 사람 가운데서도 항상 깨어 있는 삶을 살게 된 바탕이었다. (중략) 그의 됨됨이는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체취는 그윽하고 체온은 따뜻하며 체질이 묵중한 사내였다. 또한, 남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임을 깨달아 아픔을 나누고 눈물을 나누되, 자기가 아는 바 사람 사는 도리에 이르기를 진정으로 바라던 위인이었으니, 짐짓 저 예사말을 빌려서 말한다면 그야말로 특립독행의 돌출이요, 이른바“세상 사람들의 걱정거리를 그들보다 앞서서 걱정하고,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함을 본 연후에야 즐거움을 누린다.”고 말한 선비적인 덕량의 본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친구였다. “이간감? 나 유가여.” 그가 내게 전화를 할 때마다 매번 거르지 않던 첫마디였다. 그렇지만 유가는 이미 다른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는 유자였다. (중략) (나) 총수의 자택에 연못이 생긴 것은 그 며칠 전의 일이었다. 뜰 안에다 벽이고 바닥이고 시멘트를 들어부어 만들었으니 연못이라기보다는 수족관이라고 하는 편이 알맞은 시설이었다. 시멘트가 굳어지자 물을 채우고 울긋불긋한 비단잉어들을 풀어놓았다. 비단잉어들은 화려하고 귀티 나는 맵시로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으나, 그는 처음부터 흘기눈을 떴다. 비행기를 타고 온 수입 고기라서가 아니었다. 그 회사 직원의 몇 사람치 월급을 합쳐도 못 미치는 상식 밖의 몸값 때문이었다. “대관절 월매짜리 고기간디 그려?”/ 내가 물어 보았다. “마리당 팔십만 원쓱 주구 가져왔댜.” 그 회사 직원들의 봉급 수준을 모르기에 내 월급으로 계산을 해 보니, 자그마치 3년 4개월 동안이나 봉투째로 쌓아야 겨우 한 마리 만져 볼까 말까 한 값이었다. “웬늠으 잉어가 사람버덤 비싸다냐?” / 내가 기가 막혀 두런거렸더니, “보통 것은 아닐러먼그려. 뱉어낸벤또(베토벤)라나 뭬라나를 틀어 주면 또 그 가락대루 따러서 허구, ㉠^_차에코풀구싶어(차이코프스키)_^라나 뭬라나를 틀어 주면 또 그 가락대루 따라서 허구, 좌우간 곡을 틀어 주는 대루 못 추는 춤이 읎는 순전 딴따라 고기닝께. 물고기두 꼬랑지 흔들어서 먹구 사는 물고기가 있다는 건 이번에 그 집에서 츰 봤구먼.” 그런데 이 비단잉어들이 어제 새벽에 떼죽음을 한 거였다. 자고 일어나 보니 죄다 허옇게 뒤집어진 채로 떠 있는 것이었다. 229쪽 총수가 실내화를 꿴 발로 뛰어나왔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 “어떻게 된 거야?” 한동안 넋나간 듯이 서 있던 총수가 하고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유자를 겨냥하며 물은 말이었다. “글쎄유, 아마 밤새에 고뿔이 들었던 개비네유.” / 유자는 부러 딴청을 하였다. “뭐야? 물고기가 물에서 감기가 들어 죽는 물고기두 봤어?” 총수는 그가 혐의자나 되는 것처럼 화풀이를 하려 드는 것이었다. 그는 비위가 상해서, “그야 팔자가 사나서 이런 후진국에 시집 와 살라니께 여러 가지루다 객고가 쌓여서 조시두 안 좋았을 테구 … 그런디다가 부릇쓰구 지루박이구 가락을 트는 대루 디립다 춰댔으니께 과로해서 몸살끼두 다소 있었을 테구 … 본래 받들어서 키우는 새끼덜일수록이 다다 탈이 많은 법이니께 ….” 그는 시멘트의 독성을 충분히 우려 내지 않고 고기를 넣은 것이 탈이었으려니 하면서도 부러 배참으로 의뭉을 떨었다. “하는 말마다 저 말 같잖은 소리 … 시끄러, 이 사람아.” 총수는 말 가운데 어디가 어떻게 듣기 싫었는지 자기 성질을 못 이기며 돌아섰다. 그는 총수가 그랬다고 속상해할 만큼 속이 옹색한 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에 들은 말만은 쉽사리 삭힐 수가 없었다. 총수는 오늘도 연못이 텅 빈 것이 못내 아쉬운지 식전마다 하던 정원 산책도 그만두고 연못가로만 맴돌더니, / “유 기사, 어제 그 고기들은 다 어떡했나?” 또 그를 지명하며 묻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한 마리가 황소 너댓 마리 값이나 나간다는디, 아까워서 그냥 내뻔지기두 거시기 허구, 비싼 고기는 맛두 괜찮겄다 싶기두 허구 … 게 비눌을 대강 긁어서 된장끼 좀 허구, 꼬치장두 좀 풀구, 마늘두 서너 통 다져 놓구, 멀국두 좀 있게 지져서 한 고뿌덜씩 했지유.” “뭣이 어쩌구 어째?” / “왜유?” “왜애유? 이런 잔인무도한 것들 같으니 ….” 총수는 분기탱천하여 부쩌지를 못하였다. 보아 하니 아는 문자는 다 동원하여 호통을 쳤으면 하나 혈압을 생각하여 참는 눈치였다. “달리 처리헐 방법두 와잖은감유.” 총수의 성깔을 덧들이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그 방법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뒷동을 달은 거였다. 총수는 우악스럽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아랫것들하고 다따부따해 봤자 공연히 위신이나 흠이 가고 득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숨결이 웬만큼 고루 잡힌 어조로, “그 불쌍한 것들을 저쪽 잔디밭에다 고이 묻어 주지 않고, 그래 그걸 술안주해서 처먹어 버려? 에이 … 에이 … 피두 눈물두 없는 독종들 ….”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내용 구조도 * 비싼 잉어의 수입 유자: 총수의 허영을 풍자함 총수: 신의 부를 과시함 * 잉어의 죽음 유자: 끓여 먹으면서 해학적으로 총수의 행동을 비판함 총수: 유자의 행동에 화를 내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함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총수의 성격: ‘총수’는 한 그룹의 대표로서 값비싼 잉어를 통해 자신이 지닌 부를 과시한다. 뿐만 아니라 죽은 잉어를 땅에 묻어 주기를 바라는, 물고기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대접을 하고 있다. 잉어를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인 데서부터 총수의 행동이 줄곧 잘못되었다. * ‘잉어’의 의미: 잉어는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과 과시욕을 의미한다. 특히, 웬만한 사람들의 3년치 월급보다 비싼 잉어 값은, 사람의 노동력이 지니는 가치보다 관상용 잉어의 가치를 더 높이 사는 현대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어휘 풀이 * 별쭝맞다: 몹시 별쭝나다. 말이나 하는 짓이 아주 별스럽다. * 특립독행: 세속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 믿는 바를 행함 * 고뿔: ‘감기’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 객고: 객지에서 고생을 겪음. 또는 그 고생 * 조시: 무엇이 처음 시작됨. 또는 무엇을 처음으로 시작함 * 고뿌[← (일본어)koppu]: ‘잔’, ‘컵’으로 순화 구절 풀이 * 비단잉어들은~흘기눈을 떴다.: 총수가 상식 밖의 값을 주고 잉어를 사들인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보통 것은~츰 봤구먼.”: 일부러 음악가의 이름을 희화화하여, 잉어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 그는 비위가~의뭉을 떨었다: 총수의 태도로 인해 마음이 언짢아진 ‘유자’가 일부러 총수를 약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단 체크) 1. ’유자’가 ‘총수’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 원인을 쓰시오. 2. ㉠이 웃음을 유발하는 이유를 쓰시오. (답) 1. 값비싼 잉어의 구입 2. 유사한 음을 이용한 언어 유희 230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65쪽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요약적 제시와 극적 제시 방법을 고루 사용하고 있다. ② 한 인물의 일대기를 알리는 전의 형식을 띠고 있다. ③ 의뭉스런 어조를 사용하여 인물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④ 서술자는 서술 대상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⑤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풍자하고 있다. 2. [A]에 나타난 ‘유자’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총수의 심정을 헤아려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② 총수의 행동을 높이 사는 듯하면서 은근히 낮추고 있다. ③ 총수의 동정심을 유발하여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환기시키고 있다. ④ 잉어의 삶을 되짚음으로써 잉어의 죽음에 대한 애석함을 강조하고 있다. ⑤ 잉어의 죽음을 희화화함으로써 총수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3. 이 글의 ‘유자’와 '보기'의 ‘흥보’의 인물됨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흥보의 마음씨는 저의 형과 아주 달라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에게 존경하며 이웃 간에 화목하고 친구에게 신의 있어, 굶어서 죽게 된 사람에게 먹던 밥을 덜어 주고 얼어서 병든 사람 입었던 옷 벗어 주기, 늙은이의 짊어진 짐 자청하여 져다 주고 장마 때 큰 물가에 삯 안 받고 건네 주기, 남의 집에 불이 나면 세간살이 지켜 주고 길에 보물이 빠졌으면 지켜섰다 임자 주기, (중략) 남의 일만 하느라고 돈 한 푼도 못 버니 놀보 오죽 미워하랴. --‘흥보가’ ① ‘유자’와 ‘흥보’ 둘 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살고 있다. ② ‘유자’와 ‘흥보’ 둘 다 남보다 총기가 뛰어난 편이다. ③ ‘유자’와 ‘흥보’ 둘 다 의롭고 선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④ ‘유자’는 ‘흥보’와 달리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도 보인다. ⑤ ‘유자’는 ‘흥보’와 달리 부정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 서술형 4. ‘총수’가 잉어를 구입하자 ‘유자’가 흘기눈을 뜬 것을 고려하여, ‘유자’의 가치관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5. [B]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쓰시오. 23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65쪽 총수는 어슴새벽에 일어나면서 일변 불당에 참배를 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유자는 총수가 참배 오기 전에 사닥다리를 오르내리며 불두에서 결가부좌까지 융으로 만든 마른 행주로 불상의 먼지를 거두었고, 불단을 훔치고 촛불을 써 놓은 다음, 전날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약수로 정화수를 갈아 올리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그날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불상의 먼지를 찍어 내려오던 그의 손이 강마촉지 한 손등에 이르렀는데, 파리똥인지 뭔지 마른행주로는 냉큼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행주에 물을 축여 오려면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본채까지 다녀와야 할 텐데, 그렇게 지체하다가는 십중팔구 총수가 나타나기 전에 청소를 마치지 못하기가 쉬웠다. 불단의 정화수를 쓸 수도 없었다. 묵은 정화수는 총수 부인이 손수 식구대로 나누어 온 가족이 음복하듯이 마시게 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축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가 차량을 다루던 버릇으로 자기도 모르게 툽 하고 마른 행주에 침을 뱉어서 막 파리똥을 지우려는 순간이었다. “야야, 저런 천하에 몹쓸 ….” 돌아다볼 것도 없이 총수의 호통이었다. 총수가 소리 없이 나타나서 청소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너, 너 … 너 오늘부터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중략) [A]^_그는 여지없이 그날로 좌천되었다. 좌천지는 그룹에 속한 모든 차량의 교통 사고를 처리하는 부서였고, 관할 구역은 특별시 전역이었다. (중략) 남들은 관례로 보아서 그도 당연히 사표를 던지려니 하고 있었다. 업무의 내용이며, 업무의 난이도며, 조직에서의 위상이며가 비교할 수 없는 거리로 벌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표를 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새로운 업무를 캐고 익히고 있었다. 그가 그러고 있으니 남들은 창자도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그를 쳐다보는 연민 어린 눈길이 그것이었다. 그는 비록 총수의 측근에서 그야말로 하루 식전에 원악도와 다름없는 말단 부서의 현장 실무자로 유배된 셈이었지만, 공사석을 막론하고 한 마디의 불평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_^ 1. [A]를 근거로 ‘유자’의 성격과 가치관을 서술하시오. 2. ‘유자’가 좌천된 이유를 고려하여, ‘총수’의 인사(직원의 임용, 해임, 평가 따위와 관계되는 행정적인 일) 관리의 문제점을 간략히 서술하시오. 232쪽 ^[실전문제 01. 정답과 해설 66~67쪽 녀석은 늘 신문을 팔기 위해 차를 비집고 올라와서도 신문을 파는 데는 정작 마음을 쓰지 않았다. 녀석은 언제나 느릿느릿 여유가 만만했고, 은밀스런 비밀을 숨기고 있는 소년처럼 그 가는 실눈 속에 괴상한 웃음기를 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의 목소리를 즐기고 있는 듯한 가성기의 목소리로 예의 대사를 외워 나갔다. 하지만 딱 한 번이었다. 언제나 그 한 번뿐이었다. 느릿느릿 여덟 개의 신문 이름을 외고 나면, 차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번 되풀이할 시간이 없었다. 신문을 팔 시간도 없었다. 대사만 외고 나서 번번이 차를 쫓겨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서두르거나 중간에서 대사를 중단한 일이 없었다. 대사를 외면서 신문을 파는 일도 없었다. 대사를 외워 주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었던 듯이, 그것만 끝내고 나면 미련 없이 차를 내려가 버릴 때가 많았다. 손님 중에서 신문을 사 주고자 해도 미처 기회를 못 잡고 마는 수가 많았다. 신문을 사지도 못하고 차를 내린 소년이 정류소로 들어서는 뒤차를 향해 가는 모습을 내다보고 눈길이 멍해질 때가 많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여차장은 이제 녀석의 승차를 방해하지 않았다. 차가 멎기도 전에 기를 쓰고 뛰어 올라오는 소년에겐 차장도 이제 습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차장은 언제나 손님이 다 오르내리고 나면 그때부턴 녀석을 참을 수가 없어졌다. 차가 떠날 때는 함부로 소년을 밀어냈다. 대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때라도 팔을 당기고 등을 밀쳐 대면서 녀석을 마구 차에서 몰아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날 밤도 녀석은 미처 대사가 다 끝나지 않은 참이었는데, 차가 불쑥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차장이 녀석을 마구 밀어제쳤다. 녀석은 차장에게 등을 밀리면서 대사를 계속했다. 마지막엔 승강구까지 밀린 소년이 차장의 발길에 채이듯 하면서도 기를 쓰고 매달리며 마지막 대사를 외어 대고 있었다. --내일 아침 조선이요, 경향 신문 있습니다. 신아 일보 있습니다! 닫히다 만 출입문 사이로 간신히 얼굴만을 디밀어 놓은 채였다. 마지막 대사를 찻속으로 외워 들여보내고 나서야 소년은 매달려 가던 차를 훌쩍 뛰어내려 갔는데, 그때도 물론 녀석의 얼굴에서 언제나와 같이 그 속수무책인 듯한 웃음이 유난스레 짙게 번지고 있었다. / 그는 필경 신문팔이보다도 그 자신의 대사를 즐기면서 그것 때문에 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_건방진 신문팔이_^ 녀석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쨌거나 녀석을 아끼고 그를 사랑했다. (중략) 녀석의 옆구리엔 신문 뭉치가 들려 있지 않았다. 신문이 없으니까 녀석은 차를 비집고 올라올 일도 없었다. 억양을 한껏 아껴 가면서 그것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대사를 외어 대던 옛날의 녀석은 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얼마간 시들해지기 시작한 궁금증이 다시 살아났다. --녀석에게 이젠 다른 밥벌이가 생긴 건가. --신문도 팔지 않으면서 웬일로 여긴 다시 서성거리고 있는 건가. 하지만 녀석에게선 물론 아무것도 사정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이후로도 녀석은 가끔 서대문에 나타나서 두 손을 잠바 주머니에 찔러 넣고 서서 우두커니 지나가는 버스들을 쳐다보고 있는 적이 있었고, 때로는 담벼락 밑 군밤 장수의 연탄불 곁에 쭈그리고 앉아서 잠바깃을 세운 채 언 손을 싹싹 비벼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한 번도 신문 뭉치를 지닌 일이 없었고, 따라서 차에 올라오는 일도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서 있거나, 군밤 장수의 연탄불에 손을 녹이며 쭈그리고 앉아 있거나, 지나가는 차창에서 항상 그 아쉬운 듯한 눈길이 떠나지 않고 있는 녀석을 볼 수 있을 뿐, 무엇 때문에 그가 가끔 신문도 팔지 않는 그 서대문 근처를 할 일 없이 서성거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이유를 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갈수록 궁금증만 더해 갔다. 233쪽 어느 날 저녁 마침내 다시 한 사내가(다시 말하지만 그 사내가 굳이 나, 누구였다고 말하기 싫은 것은 이 이야기 중의 모든 경험을 나 혼자의 것으로 말하지 않고 우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것으로 무슨 특별한 뜻을 담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소년을 알고 있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광화문에서부터 서대문까지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한번 소년을 만났다. 이번에는 사내 혼자 소년을 몰래 만난 것이 아니라 녀석과 사내가 함께 만난 것이다. 소년은 물론 사내가 좀 이상스러운 눈치였다. 별걸 다 묻는다는 식이었다. --그런 건 왜 물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여전히 그 눈가의 웃음기만은 잃지 않고 있었다. --다시 신문을 팔아야지요. 하지만 …. 조금은 어른스런 말투가 찻속에서 신문 이름을 외어 댈 때 하곤 판이하게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뜻밖인 것은 예기치 않은 녀석의 불평이었다. --민국 일보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에요. 민국 일보가 빠지니까 소리가 맞지 않아요. 동아 일보요, 서울 신문이요, 중앙 일보요 …. 민국 일보가 없으니까 자꾸만 짝이 어긋나 버리거든요. 하고 보니 녀석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은 몇십 년간 발간 실적을 가진 그 민국 일보가 뚜렷한 명분도 없이 어물어물 자진 폐간 형식으로 신문 발간을 중단해 버린 다음부터였던 것 같았다. 이상스런 얘기지만, 녀석은 그 민국 일보가 나오지 않으니까 신문을 팔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청준, ‘건방진 신문팔이’ 1. 이 글의 서술상 특징과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1인칭 주인공이 서술자가 되어 자신의 내면을 직접 묘사하여 친근감을 주고 있다. ② 1인칭 복수의 서술자가 주인공을 관찰하여 독자들의 심리적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③ 3인칭의 서술자가 작품 속에 직접 개입하여 비평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④ 작품 밖의 서술자가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전달하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확대하고 있다. ⑤ 작품 밖의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여 독자들이 사건 전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2. 다음은 ^_건방진 신문팔이_^에 담긴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옳지 ^_않은_^ 것은? ① 항상 서대문에서 신문팔이 소년이 탐: 소년과 ‘우리’의 관계가 형성되는 계기 ② 소년은 신문을 파는 것보다 대사에 마음을 씀: 신문팔이의 구체적인 행동을 드러냄 ③ 항상 웃음을 머금고 다님: 소년이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음 ④ 우리는 소년을 아끼고 사랑함: 소년에 대해 동정과 연민의 시각을 지님 ⑤ ‘건방진 신문팔이’에 담긴 의미: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소년의 모습에 대한 찬사 234쪽 3. '보기'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1974년 1월 8일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 1, 2호는 유신 헌법을 반대, 부정, 비방하는 모든 행위를 보도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동아 일보 기자 180여 명이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 자유를 쟁취하자는 내용의 ‘동아 자유 언론 실천 선언’을 하자 박정희 정권은 동아 일보의 광고주들을 압박하여 광고를 끊게 함으로써 광고란이 텅 빈 채로 신문이 간행되었다. 그 후 전국에서 밀려든 유료 격려 광고가 그 자리를 채우기도 했으나 장기적인 광고 사태와 정부의 탄압으로 결국 1975년 3월 17일 자유 언론에 앞장섰던 130여 명의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이 강제 해고되었다. ① 소년이 항상 웃음을 머금고 다니는 것은 정부의 언론 탄압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군. ② 신문의 폐간으로 신문을 팔지 못하게 된 소년의 모습은 1970년대 언론 탄압의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군. ③ 민국 일보의 폐간은 당시 구독률이 가장 높아 여론 형성에 주도적이었던 언론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라 볼 수 있군. ④ 소년의 신문을 사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정부의 언론 탄압에 동조했던 신문에 대한 불매 운동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신문을 팔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년의 모습은 자유 언론에 앞장서다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강제 해고된 기자의 모습으로도 볼 수 있군. 4. '보기'는 박지원의 소설 ‘광문자전’에 대해 정리한 것이다. 이 작품이 ‘광문자전’을 참조하여 창작했다고 가정할 때, 고려했을 사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 작품명: ‘광문자전’ * 주인공: ‘광문’ * 직업: 거지 * 생김새: 추하게 생기고 말주변이 없음 * 주요 행적 --거지들이 버린 아이의 시체를 몰래 산에다 묻어줌 --정직하고 물욕이 없으며 남에게 선뜻 보증을 서 줌 --사람들의 싸움을 웃음으로 화해시킴 --뭇사람들의 칭찬을 들음 ① 주인공의 외모는 ‘광문’과 같이 못생기게 설정하자. ② 일반적인 기대를 벗어나는 주인공의 모습은 유지하자. ③ 부당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은 그대로 유지하자. ④ 사람들과 어울려 부대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추가하자. 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성격을 부각하자. 235쪽 [5~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나는 할아버지 제사 때문에 팔 년 만에 제주를 방문했다가 순이삼촌이 자신의 옴팡밭에서 자살했음을 알게 된다. 순이삼촌은 일 년간, 내 집에서 식모 일을 하다가 두 달 전에 귀향한 친척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마을사람들과 삼십여 년 전에 고향 마을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떠올린다. 삽십여 년 전 군경은 공비들을 토벌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전을 벌여 마을 사람들 오륙백 명을 사살한다. 그때 순이삼촌네 옴팡밭에 끌려간 사람들 중에 순이삼촌만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순이삼촌은 그때에 자식들을 잃고 만다. 그 후에 순이삼촌은 온갖 고초를 겪은 후, 공비들을 대비하여 세운 전략촌에서 생활하게 된다. 어려운 시절에 아기를 가진 삼촌은 먹을 것을 구하느라고 그야말로 눈이 벌게 있었다. 만삭의 몸이라 물질은 못하고 하루 종일 땡볕에 갯가를 기어다니며 굴, 성게를 까먹고, 게, 보말 따위를 잡았다. 밤에 초소막에 나올 때는 보말(갯우렁이) 삶은 것 한 채롱 가득 삶아가지고 와서는 우리에게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밤새도록 혼자서 걸귀처럼 까먹어대곤 했다. 여자가 아기를 배면 사정없이 먹어댄다는 걸 몰랐던 나는 순이삼촌이 걸신들려 실성하지 않았나 생각할 지경이었다. 이런 전략촌 생활은 거의 일 년 넘게 계속되었지만 그동안 한번도 공비의 습격을 당한 적이 없었다. 한번은 밤중에 성문께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모두 혼비백산한 적이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알고 보니 낮에 들에서 놓친 누구 집 소가 밤에 제 발로 성까지 걸어와서 부스럭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해안지방의 축성은 과잉조처라는 게 판명된 셈이었다. 이미 몇십 명으로 전력이 크게 줄어든 입산폭도들은 해안지방을 약탈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부락민들은 일 년이 넘도록 한번도 써먹어본 일이 없는 무용지물의 성을 다시 허물고 제각기 제 집터로 돌아갔다. 성을 허문 돌을 날라다가 다시 울담과 벽을 쌓고 새로 집을 지었다. 집이라고 해야 방 하나에 부엌 딸린 두 칸짜리 함바집이었다. 못이 없어서 대신 굵은 철사를 잘라 썼으니 오죽한 집이었을까? 순이삼촌도 우리 큰집에서 몸을 풀고 큰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불탄 집터에다 조그만 오두막집을 지어 올렸다. 그러나 일가족이 전부 몰살되어 집을 세우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된 집터도 더러 있었다. 그 무렵 내 또래 아이들은 사람 죽은 일주도로변의 옴팡밭에서 탄피를 주워다 화약총을 만들기가 유행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옴팡밭의 비극을 까맣게 잊고 사람 죽인 탄피를 주워 모았다. 그렇다. 무럭무럭 자라는 데 도움 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편리하게 잊어버리는 게 아이들의 특성이 아닌가. 그러나 어른들은 도무지 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팡팡 쏘아대는 화약총 소리에도 매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그들이었다. 어떤 아이는 어디서 났는지 불에 타서 엿가락처럼 휘어진 총신만 남은 구구식 총을 끌고 다니다가 제 아버지한테 얻어맞고 빼앗겼는데, 총의 그 푸르딩딩한 탄 쇠빛은 꼭 죽은 피 빛깔을 연상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순이삼촌만큼 후유증이 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순이삼촌네 그 옴팡진 돌짝밭에는 끝까지 찾아가지 않는 시체가 둘 있었는데 큰아버지의 손을 빌려 치운 다음에야 고구마를 갈았다. 그해 고구마농사는 풍작이었다. 송장거름을 먹은 고구마는 목침덩어리만큼 큼직큼직했다. 더운 여름날 당신은 그 고구마밭에 아기구덕을 지고 가 김을 매었다. 옴팡진 밭이라 바람이 넘나들지 않았다. 고구마 잎줄기는 후줄근하게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대낮, 사위는 언제나 조용했다. 두 오누이가 묻힌 봉분의 뗏장이 더위 먹어 독한 풀냄새를 내뿜었다. 돌담 그늘에는 구덕에 아기가 자고 있었다. 당신은 아기구덕에 까마귀가 날아들까 봐 힐끗힐끗 눈을 주면서 김을 매었다. 이랑을 타고 아기구덕에서 아득히 멀어졌다가 다시 이랑을 타고 돌아오곤 했다. 호미 끝에 때때로 흰 잔뼈가 튕겨 나오고 녹슨 납탄환이 부딪쳤다. 236쪽 조용한 대낮일수록 콩 볶는 듯한 총소리의 환청은 자주 일어났다. 눈에 띄는 대로 주워냈건만 잔뼈와 납탄환은 삼십 년 동안 끊임없이 출토되었다. 그것들을 밭담 밖의 자갈더미 속에다 묻었다. 그 에 붙박인 인고의 삼십 년, 삼십 년이라면 그럭저럭 잊고 지낼 만한 세월이건만 순이삼촌은 그렇지를 못했다. 흰 뼈와 총알이 출토되는 그 옴팡밭에 발이 묶여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신이 딸네 모르게 서울 우리 집에 올라온 것도 당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그 옴팡밭을 팽개쳐 보려는 마지막 안간힘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오누이가 묻혀 있는 그 옴팡밭은 당신의 숙명이었다. 깊은 소 물귀신에게 채여가듯 당신은 머리끄덩이를 잡혀 다시 그 밭으로 끌리어갔다. 그렇다.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삽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삽십 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삽십 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을 마무리 짓고 나자 나는 문득 담배 피우고 싶은 충동이 조바심치듯 일어났다. 좌중은 어느 틈에 나만 빼놓고 농사얘기로 동아리져 있었다. “올해는 제발 작년모냥 감저 시세가 폭락하지 말았으면 좋을로고 … 빌어먹을, 그눔의 가을장마는 뜽금없이 터져가지고는 썰어 말리던 감저에 곰팽이 피어부렀이니 ….” 나는 밖으로 나와 마당귀에 있는 조짚가리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마당에 얇게 깔린 싸락눈이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고 있었다. 음력 열여드레 달은 구름 속에 가려 있었지만 주위는 희끄무레 밝았다. 고샅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기척이 들려왔다. 아마 두어 집째 제사를 끝내고 마지막 집으로 옮아가는 사람들이리라. --현기영, ‘순이삼촌’ 5.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재형 어미로써 사건의 현장감을 높이고 있다. ② 방언을 활용하여 낭만적인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③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④ 인물 간의 대립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⑤ 서술자의 내면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6. ^_옴팡밭_^이 ‘순이삼촌’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와 거리가 ^_먼_^ 것은? ① 군경의 학살로 죽을 고비를 맞았던 공포의 공간이다. ② 자신은 살고 자식들은 죽음을 맞은 한스러운 공간이다. ③ 서울에서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숙명의 공간이다. ④ 살기 위해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생계유지의 공간이다. ⑤ 아픔을 잊고 마을 사람들과 새 삶을 살아가는 재기의 공간이다. 237쪽 7. 이 글의 이야기 구성을 '보기'와 같이 정리한다고 할 때, 이와 관련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이야기 I: 인물 A(= 서술자 '나') → 인물 B 이야기 II: 인물 B ① 이야기 I과 이야기 II의 공간적 배경을 다르게 설정하여 작품의 입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② 이야기 I과 이야기 II의 서술자를 각각 다른 인물로 설정하여 서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③ 이야기 II의 인물 B가 지닌 비극의 요소가 이야기 I의 인물 B에게 이어지도록 하여 사건 전개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④ 이야기 I은 서술자의 고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야기 II는 서술자와 인물 B의 갈등이 중심 사건이 되고 있다. ⑤ 이야기 I에서는 인물 A가 인물 B를 비판하도록 하였지만 이야기 II에서는 인물 A가 인물 B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이야기 II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8. '보기'의 내용을 참조했을 때, 작가의 창작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제주 4·3 항쟁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5·10 선거를 반대하는 시민항쟁과 그에 대한 대한민국 국군의 유혈진압을 가리키는 말이다. 4·3 사건은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려는 우익 세력에 대해 남북한 통일 정부 건설을 주장하는 세력의 반대 시위로 5·10 총선을 저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가 한국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와 무관한 500~600명의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학살당했다. ① 순박한 순이삼촌이 고통 받는 과정을 통해 4·3 사건으로 인한 제주도민의 아픔을 드러내고자 했군. ② 순이삼촌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내용을 통해 인간의 운명은 쉽게 거스를 수 없음을 말하고자 했군. ③ 순이삼촌의 시련과 고통스러운 삶을 제재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희생되어가는 개인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군. ④ 순이삼촌의 비극적 삶과 죽음을 통해 4·3 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군. ⑤ 마을 사람들의 여러 삶의 모습을 통해 역사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군. 238쪽 ^[실전문제 02. 정답과 해설 67~69쪽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을 준비하던 미양은 동생 소양이가 휴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다. 소양의 심경에 변화가 있음을 직감한 언니는 소양의 주변을 탐문하며 소양의 근황을 살핀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커피와 함께 들고 가서 나는 소양의 방문을 다시 두드렸다. 여전히 기척이 없었다. 나는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전화 안 받을 거지? 확인하려 하자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나는 쟁반을 든 채 소양을 ㉠^_밀다시피 하여 방으로 들어섰다._^ 경옥이가 전화했다는 말부터 전하고 쟁반을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언닌 왜 내 전속간호원처럼 그래?” 소양은 입맛 쓴 표정으로 벽에 기대 앉았다. 눈은 부었으나 표정엔 날이 서 있었다. 뜻밖에도 소양은 경옥을 만난 적이 있느냐, 왜 만났느냐 따지듯 물었다. 나는 당황했으나 커피잔을 소양 앞으로 내밀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 “경옥이가 내 생각을 알아?” 소양은 찻잔을 소리나게 놓고 코웃음을 쳤다. 나는 비위가 거슬려서 어쨌든 너와 함께 다닌 친구니 무언가 비슷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옥과 소양의 공통점이 있다면 감각적인 면일 것이다. 계속해서 나는 네가 요즘 너무 이상해졌다고 정색을 했다. 젊은애들이니까 친구들과 밤새 어울리고 싶을 거다, 그럴 땐 좋은 말로 집에 연락하고 외박할 수도 있지 않느냐, 네 휴학을 알게 된 뒤부터 모두 네게 신경이 곤두서 있으니 ㉡^_아버지가 노여워하는 것_^도 이해해야 한다고 설득하려 했다. 소양은 어느새 일어서서 무엇을 찾는 것처럼 서성댔다. 내 말은 귓전으로 흘리고 있었다. 디스코장엘 갔어? 이틀씩이나? 나도 신경질적으로 불쑥 내뱉고 말았다. 방안을 왔다갔다하던 소양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딜 갔든 그게 무슨 문제냐고 소리쳤다. 그리고 ㉢^_전축 위에 놓인 레코드 알맹이를 책상 위에 연거푸 내려쳤다._^ 까만 레코드의 파편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흩어졌고 나는 소양의 격렬한 반응에 얼이 빠져 서 있었다. 소양의 눈엔 푸른 불꽃이 튀고 있었다. 소양은 부르르 떨곤 두 손을 머릿속에 박고 훑어내렸다. 손수건에 꽃잎 같은 검붉은 피가 배어 있었다. 나는 소양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_소양은 내게서 한 발 물러나 두 손을 재빨리 바지주머니에 찔러넣었다._^ “손수건에 피가 묻어 있어.” 나는 마치 소양이 모르고 있기나 한 듯 말했고 소양은 고집스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 그런 짓을 하지. 내 목소리가 떨렸다. 소양은 쓰러지듯 보료 위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은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창백한 맨발과 팔을 늘어뜨린 채 엎드려 있는 모습이 버림받은 여자 같았다. 나는 너를 돕고 싶다, 말하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내일 함께 시내에 나가 영화도 보고 초밥도 먹고 기분전환하러 다니자고 어린애 달래듯 말했다. 소양이가 발 밑에 있는 하늘색 이불을 힘없이 밀어내는데 이불에 흩뿌려진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소양과의 약속은 내가 어긴 셈이다. 다음날 뜻밖에도 ㉮^_영숙에게서 전화가 왔다._^ 음대 교학과에 조교로 근무하는 영숙은 내 대학원 진학을 적극 찬성한 대학동창인데 이 날이 기악과 과장 생일이니 함께 가서 인사하자고 했다. 239쪽 대학 때 직접 배운 적도 없지만 그동안 학교와 연락을 끊고 있었으므로 인사하기에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불청객이어서 주저하자 점심 초대를 받은 영숙은 각본까지 짜 주었다. “네가 나를 만나러 학교에 들러서 우연히 함께 오게 된 것처럼 말하면 되잖아.” 나는 영숙과 열한 시 사십 분에 신촌에 있는 대학 앞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교수집이 그 부근이었다. 소양에겐 교수집에서 나와서 전화할 작정이었다. 나는 이 말을 전해 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다. 기다리라고 전하면서 함께 점심을 먹고 얘기를 나누어 보라고 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A]^_소양이가 아버지에게 맞을 때도 방안에서 꼼짝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휴학 이후로 소양과 마주치기를 피해 온 터였다. 딸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자신의 지성이 딸 앞에서 하잘것없는 구세대의 상식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_^ “오후에 시간 나면 소양이와 영화나 보러 가려구요.” 어머니는 배추를 다듬으며 덤덤하게 듣기만 했지만 ㉤^_소양의 방_^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을 싫어하진 않았다. 나는 소양의 손목 상처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몹시 놀랐지만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잊어버리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 --강석경, ‘숲 속의 방’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감각적인 묘사를 통하여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② 인물 간의 대화를 직접 제시하여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③ 일상적인 공간을 설정하여 인물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④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어 주제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⑤ 등장인물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전개하여 서술자의 주관을 개입시키고 있다. 2. 이 글의 사건 전개에서 ㉮가 하는 역할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된다. ② 예상 밖의 상황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③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개연성을 부여한다. ④ 또 다른 국면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⑤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240쪽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미양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소양과 대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② ㉡: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폭로하려는 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③ ㉢: 가정에서도 삶의 진실을 찾지 못한 소양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④ ㉣: 소양은 자신을 위해 주는 언니와도 소통을 거부하려 하고 있다. ⑤ ㉤: 소양이 속물스러워 보이는 가족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공간이다. 4. 다음의 ‘소양의 일기’와 '보기'를 참고하여 [A], [B]를 감상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월 ×일 [B]^_할머니 생신 일을 도우러 왔던 사십대 여자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하여 아침을 먹다 말고 나와 버렸다. 박복해 보이는 얼굴에 표정도 비굴하다. 빈대떡을 부치면서 ‘애들 아빠가 평양 사람이어서 나도 빈대떡 하나는 잘 얻어 먹었는데 ….’ 지금은 남의 집에서 빈대떡이나 굽고 있지만 예전엔 행복하다는 것을 과시. 오후에 할머니는 찾아온 교회 친구들에게 ‘나도 연못 없는 집에 살아 봤으면 좋겠어. 고기 모이 주기가 여간 귀찮아야지.’했다. 퇴물 유한계급. 자기도취로 생의 고독에서 도피하려 한다. ○월 ○일 하긴 내가 그동안 물질적 불편없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이고 명주식의 시선으로 보자면 근로자의 피와 땀 덕분이다. 그건 사실일 거다. 아메리카의 부가 흑인 착취에서부터 얻어진 것처럼 번영 뒤에는 희생자가 반드시 있다. 그러나 내가 유도상사 덕분에 쁘띠 부르조아처럼 살고 있으면서 유도상사 기숙사를 점검할 수는 없다. 그 문제는 당분간 덮어두고 싶다. 내 생각만으로도 너무 버거워. '보기'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문화공간을 창조하는데 그 성격은 전위적이고 반항적이다. 젊은이들은 원래 반항적 기질을 가지나, 이것의 의미는 심리학적 차원을 넘어선다. 특히 현대사회에 있어서 젊은이들의 반항적 태도는 단순한 ‘이유없는 반항’의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젊은이들은 특유의 감수성으로 기성사회의 치부를 예리하게 지각하고 비판한다. ① [A]에서 ‘어머니’는 딸아이에게 이전 세대의 가치를 강요하고 있어. ② [B]에서 ‘할머니’는 사치와 허영에 사로잡힌 구세대로 그려지고 있어. ③ [A]에서 ‘아버지’는 다 큰 딸의 이유 없는 반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④ [B]에서 ‘사십대 여자들’은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기성세대를 상징하고 있어. ⑤ [B]에서 ‘교회 친구들’은 구시대적 가치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치부를 보이고 있어. 241쪽 [5~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변씨의 방에는 불빛이 익은 꽈리처림 지지울리게 창을 비친다. 남편이 장에서 돌아왔나 가만가만히 문 앞으로 걸어가 엿들으니 사람이 없는 듯 방안은 고요한데 남편의 고무신도 변씨의 그것과 같이 가지런히 토방 위에 놓여 있다. 돌아오기는 왔다. 그러나 아직 잘 때는 아닌데 왜 이리 조용할꼬? 해어진 창틈으로 가만히 엿보니 ㉠^_남편은 술이 취한 양 아랫목에 번듯이 누웠고 변씨만이 등잔 앞에 펄적이 앉아 남편의 해진 양말 뒤축을 꿰매고 있다._^ 박씨는 전에 달리 남편이 더욱 그리웠다. 행여나 오늘 밤은 제 방으로 건너와 주무시지 않으시려나? 자기의 돌아온 뜻을 알리려고, “아까 우둡뚜록 안 돌아오시더니 언제 돌아오셨나.” / 하며, 발칵 열었다. 그러나 남편은 세상 모르게 잠에 취했고, 변씨가 한번 힐끗 마주 쳐다보더니, ㉡^_“아니! 이 밤뚱에 함자 어딜 갔더랬소!”_^ 가시가 숨은 말을 그저 한번 던질 뿐 눈은 다시 양말 뒤축으로 떨어진다. 남편이 그리운 생각을 하면 그 옆에라도 좀 앉았다 나오고 싶었으나 눈엣가시같이 변씨가 거슬린다. / “술을 또 잡쐈디?” [A]^_박씨는 남편의 얼굴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돌아 나와 자기 방으로 건너왔다. 등잔에 불을 켜고 앉으니 울적한 마음 더한층 새롭다. 이불도 펴놓을 생념이 없어 그대로 초조하게 앉아서 혹시 남편의 잠이 깨지나 않나 정신을 변씨 방으로만 모았다. 그러나 아무리 앉아서 기다려야 남편이 깨는 기척은 들리지 않는다. 한번 더 건너가 보리라 문을 여니 어느새 변씨 방에는 불이 없다. 불 없는 방에 건너가선 안 된다. 우두커니 문을 열어 잡고 새카만 변씨 방을 건너다보는 박씨의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울고 싶도록 마음은 아프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러운 한숨을 저도 모르게 꺼질 듯이 쉬고 힘없이 문을 되닫았다._^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였던 박씨는 참새 소리에 그만 잠이 깨었다. 처마 밑에 배겨 자던 참새가 포득포득 기어 나올 때면 아침밥 채비를 하여야 되는 것이 습관적으로 그의 잠을 깨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엌에 발을 막 들여놓으려는 순간 박씨는 뜻밖의 사실에 놀라고 문득 걸음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_어느새 언제 나왔는지 전에 없이 시어미가 부엌에 나와 앉아서 쌀을 일고 있는 것이었다._^ 이상한 일이다. 박씨는 한참이나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 “아니 오마니! 와 일즉언이 나오셨소.” 한 발을 마저 문턱 너머로 들여놓았다. / 시어미는 일던 쌀만 그저 일 뿐 아무 대답도 없다. “아이구 오마니두! 아침엔 요좀두 추운데.” / 박씨가 자기가 쌀을 일려고 함박을 붙들었다. “해가 대낮이 되도록 자빠져 자다가 이제야 나와서 이리 수선이야 이년이! 어드메 가서 밤을 밝케 개지구 와선 … 너 같은 더러운 년이 짓는 밥은 이젠 더러워 먹을 수 없다. 이거 썩 놔! 어즌나젠 어디멜 갔든 게냐 이년!” ㉢^_박씨는 쥐었던 함박을 놓지도 주지도 못하고 섰다._^ “야, 이년이 더럽대두 안 나가구 버티구 섰네. 안 나갈 테냐? 그래야 있네? 야! 야! 만복이 있네? 아, 이년을 그래, 그래루 둔단 말이가? 집년이 밖에 나가 밤을 새고 들어온 년을!” / 시어미는 소리를 질러 아들을 부른다. 이에 응하여 쿵 하는 건넌방 문소리가 난다고 듣고 있는 순간 턱하는 소리와 같이 박씨는 함박을 쥔 채 부엌 바닥에 엎드려졌다. 어느새 남편은 달려와 발길로 사정없이 중동을 제꼈던 것이다. “이년! 이 개만두 못한 쌍년! 어즌나젠 어드메 갔드랜? ㉣^_낳래는 새끼는 못 낳구 한대는 게 서방질이로구나 잉?_^ 이년! 제 서나두 모르게 바늘통을 내다 팔아 개지구 밤을 새와 들어오는 년이 화냥년이 아니고 그럼 뭐이가? 242쪽 바늘통을 몰래 팔문 내래 모를 줄 알았든? 내래 주막에서 다 들어서. 이년, 그래 내래 이년을 에미네라우 데리구서 에! 참 분하다.” 박씨는 기가 막혔다. ㉯^_정은 변씨한테 빼앗겼다 하더라도 그래도 어디론지 한껏 믿고 있던 남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참으로 몰랐다._^ 아무리 시어미가 불어넣었기로서니 밉지만 않다면야 이런 행동까지는 차마 없었을 것이다. 분한 생각을 하면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같이 맞싸워 보고 싶으나 그래도 남편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니 여보! 이게 무슨 일이요? 난 당신이 이렇게 내 속을 몰라줄 줄은 몰랐수다레. 굿이 어즌나제꺼지래기 당신은 당에 가서 오시지 않구 해서 아, 거길 갔다가 이내 와서 잤는데 뭘 그르우?” ㉤^_박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치마를 털고 일어서 청백한 나를 좀 보아 달라는 듯이 남편의 턱 아래로 기어들었다._^ “이전 네까진 쌍년 소린 백 번 해두 곧이 안 듣겠다. 이 쌍년 같으니 썩 게나니가라.” 그 억센 손이 끌채를 덥석 감아 쥐는가 하니 사정없이 흔들며 끌어낸다. “이년! 다시 내 집에 발길을 또 들여놓아라. 어디 가서 뒤지든지 도와허는 놈허구 맞붙어 살든지 내 집엔 다시 못 두로리라.” 확 잡아 둘러 놓으니, 박씨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비칠비칠 힘을 주다 못해 개바자 굽에 번 듯이 나가 자빠진다. 박씨는 다시 일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 남편에게까지 이 더러운 누명을 쓰고 살아서는 무엇하나?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하리라. 그러나 목숨은 임의로 하는 수가 있나? 죽지 못할 바엔 남이 볼까 창피하다. 박씨는 일어났다. 그러나 대문은 걸렸다. 갈 데가 없다. --계용묵, ‘병풍에 그린 닭이’ 5.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작품의 서정적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있다. ②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전개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③ 서술자의 개입을 자제하여 독자가 해석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④ 인물 간의 대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주제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⑤ 특정 인물의 심리와 태도를 중심으로 인물 간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6.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첩의 방에 잠든 남편을 훔쳐보는 박씨의 모습을 안쓰럽게 서술하고 있다. ② ㉡: 본처의 말을 무시하는 첩의 태도가 얄밉게 묘사되고 있다. ③ ㉢: 시어머니의 꾸중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박씨가 가엽게 그려지고 있다. ④ ㉣: 박씨를 타박하는 진짜 이유가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⑤ ㉤: 남편의 냉대와 멸시를 꿋꿋이 참아내는 박씨가 당당하게 보여지고 있다. 243쪽 7. '보기'의 화자가 [A]의 ‘박씨’에게 건넬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도 /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문득, 느껴질 때 그처럼 / 사랑스러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랑받지 않는다면 / 그만큼 자기 자신을 / 사랑할 수 있는 양이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당신의 발가락을 사랑하라. / 그리고 당신의 무릎을 사랑하라. 그러면 어느새 가슴을 사랑하게 되고 / 콧구멍을 뚫고 눈썹까지 사랑하게 되리라. 사랑은 전염된다는 사실 그 누구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당신은 세상 사람 모두를 / 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그대 사랑 안에 다 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태, ‘나로부터 너에게’ ①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외로움에 직면하고 있으니 종교로 극복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②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니 행복하다고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③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 큰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④ 사랑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니 그때를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⑤ 그분이 당신의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울면서라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8.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식을 낳지 못하는 며느리의 부족함에 속상하기 때문이다. ② 어젯밤 늦게 들어온 며느리의 행실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③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며느리의 태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④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 며느리의 고집이 얄밉기 때문이다. 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 며느리의 게으름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9. ㉯의 상황에 어울리는 속담은? 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②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③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 ④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 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하여도 곧이듣지 않는다. 244쪽 ^[실전문제 03. 정답과 해설 69~71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너 그날 석교천 방죽에서 말야. 새를 독살하고 오던 길이지?” “그래서, 그게 뭘 어쨌다는 거야?” 병식의 표정에서 비로소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조금 전 얘기의 종호처럼 아주 당당한 얼굴이었다. “뻔뻔스런 자식. 언제부터 그 짓을 시작했냐? 그건 그렇고, 왜 새를 죽여, 죽인 새로 뭘 하냐?” 병국의 언성이 높아졌다. 여윈 목에 푸른 심줄이 불거졌다. 그때 늙은 주모가 술 주전자와 안주를 날라왔다. “나 원. 별 말코 같은 소릴 다 듣는군, 아니, 날아다니는 새도 임자 있나? 형, 지구의 새를 형이 몽땅 사들였어?, 어쨌어?” / 하고는 병식이가 스테인리스 잔을 형 앞에 밀어 놓았다. 그리고 그 잔에다 술을 부었다. “자, 우선 한잔 꺾지. 형제의 우정을 위해서.” / “누가 네게 그 일을 시키고 있어? 그 사람을 대.” 병국이가 술이 찬 잔을 한쪽으로 밀며 소리쳤다. 출렁거린 술이 반쯤 식탁 위에 쏟아졌다. “이 지구상에 희귀조가 계속 멸종되어 간다는 건 너도 알지? 인간이 새로운 새를 창조해 낼 순 없어.” “그 개떡 같은 이론은 집어쳐. 내가 알기론 이 지구상에는 삼십억이 넘는 새들이 살고 있어. 그 중 내가 오십 마리를 죽였다 치자. 그게 형은 그렇게 안타까워? ㉠^_그렇담 숫제 참새구이도 없애 버리지 뭘, 닭도 진화를 도와 하늘로 해방시키구.”_^ “박제하는 놈을 못 대겠어?” 병국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아우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주모가 달려와 둘 사이에 끼여들었다. 개시도 안 한 술집에서 웬 행패냐고 주모가 소리쳤다. “난 못 불겠다. 그래, 고발 좋아한담 고발해 봐. 형 손에 아우가 쇠고랑을 차지!” 병식이가 형의 손목을 잡고 비틀어 꺾었다. “형도 구치소깨나 출입했으니 아운들 햇볕만 보란 법은 없으니깐.” / “이 자식, 말이면 다야!” 순간 병국의 주먹이 아우의 턱을 갈겼다. 병식이의 머리가 뒷벽에 부딪히자 금세 입술 사이에서 피가 내비쳤다. “쳐, 정말 형이 날 쳤어!” 병식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의자와 술상 사이로 빠져나오더니 형의 허리를 억세게 조여 안았다. 병국이의 몸이 마른 장작개비처럼 번쩍 들렸다. 병식은 형을 홀 바닥에 내동댕이치곤 옆에 있던 의자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형의 면상에다 내리찍으려 하다 손에 힘을 뽑더니 그만 내려놓았다. “형, 오늘은 내가 참는 거야. 내가 정말 다구리 탈 짓을 했담 형한테 얼마든지 맞아 주겠어. 그러나 내가 새를 죽인 것도 아니구, 족제비란 친구를 따라 심심풀이로 같이 다녔는데, 뭐 치사하게 동생을 고발해!” 병식은 백 원짜리 동전 세 개를 술상 위에 소리 나게 놓았다. 입술의 피를 닦았다. 그리고 가방을 들더니 재빨리 출입문을 열었다. ㉡^_“병식아, 학관 끝나면 집으로 꼭 들어와!”_^ 모잽이로 쓰러졌던 병국이가 상체를 일으키며 외쳤다. 그러나 병식이는 이미 술집을 나서 버린 뒤였다. 병국이는 허리가 결리는지 앉은 자세 그대로 잠시 늘어져 있었다. 주모가 병국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봐요, 젊은이 안경알이 깨어졌군.” 안경의 왼쪽 알이 가운데를 정점으로 방사선의 금을 긋고 있었다. 넘어질 때 아마 술상 모서리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병국은 술집을 나섰다. 가로의 건물이 길 가운데까지 긴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245쪽 병국은 학관을 뒤져 족제비란 병식의 친구를 찾아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몇 번 본 얼굴이라 기억은 나지만 그가 학관에 다니는지, 또 지금 시간에 나왔을는지 어떤지를 알 수 없었다. 저녁에 병식이가 집으로 들어오면 그를 잘 구슬러 박제사의 거처를 알아내는 일이 쉬울 것 같았다. 병국은 경찰을 앞세워 박제사의 집을 덮치거나 그를 고발할 의사는 추호도 없었다. [A]^_또 박제품이 지정된 보호조가 아닌 이상 그 처벌 법규도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동진강 하구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채취하는 일과 새를 잡는 일이 무엇이 다르냐고 따질 때 강력하게 반론을 제시할 근거가 없기도 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도 처벌을 받는 산림법 정도의 벌칙이 조류에는 도무지 해당이 되지 않았다. 수렵 금지 기간이 있지만, 총포류를 사용하지 않은 이상 그 벌칙도 용케 빠져나가기 때문이었다. 또한 짐승이나 조류의 박제품은 연구용 내지 관상용으로 버젓이 판매가 되고 있지 않은가. 다만 자연 보호의 명목을 원용한다면, 야생 조류의 남획이 경범죄 정도에는 해당될 것 같았다._^ 그래서 병국은 박제사를 만나면 그를 잘 설득시켜 그로 하여금 조류 중 특히 나그네새나 철새의 박제만은 금해 달라고 간청해 볼 작정이었다. 그 목적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성취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새의 독살이란 바로 그 자신의 살점 한 부분을 도려내는 고통과 같기 때문이었다. 박제사가, 왜 남의 생업까지 막느냐고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으면 부산에 있는 야생 동물 보호 협회 경남 지부와 연락을 취하여 차선의 강구책은 그때 가서 세우기로 작정했다.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독백을 통해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② 극적 제시 방법으로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을 역전시켜 과거 사건을 부각하고 있다. ④ 간결한 문장으로 장면을 빠르게 전환시켜 박진감을 주고 있다. ⑤ 상징적 사물을 통해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제시하고 있다. 2. ㉠에 나타나는 말하기 방식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그가 네게 싫다고 말한 적이 없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는 너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② 넌 참 정직한 것 같아. 왜 네가 정직하냐면 넌 다른 사람을 속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야. ③ 네가 매일 마시는 우유 덕분에 그 회사의 우유 판매가 증가한다고 해. 너는 그 회사의 판매고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④ 너 참고서 살 돈으로 게임방에 갔다고? 하긴 나도 학교에 내야할 돈으로 게임방에 간 적이 있지. 우리 나이 때 아이들은 다 그런가 봐. ⑤ 네가 아파서 조퇴해야겠다는 뜻은 알겠어. 하지만 너 정도 아파서 조퇴한다면 우리 학교 학생 모두 조퇴해야 할 걸?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 집에서 쉬어야 할지도 몰라. 246쪽 3. 이 글의 흐름으로 보아, ㉡에 나타난 병국의 심리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동생을 때린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드러나 있다. ② 동생이 경찰에 잡혀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나 있다. ③ 집에서 동생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는 자상함이 드러나 있다. ④ 동생에게 기어이 박제사를 알아내려는 끈질김이 드러나 있다. ⑤ 동생이 자신을 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려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4. 이 글에 나타난 사건을 '보기'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에 대해 바르게 설명하지 ^_못한_^ 것은? '보기' ㉮ 병식이 병국에게 술을 권함 ㉯ 병국이 병식의 멱살을 틀어쥠 ㉰ 병국이 병식의 턱을 갈김 ㉱ 병식이 병국을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리고 의자를 번쩍 치켜듦 ㉲ 병식이 손에 힘을 뽑고 의자를 다시 내려놓음 ① ㉮는 형제간의 우애를 해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일어난 일이다. ② ㉯는 병식이 병국의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만 하다 일어난 일이다. ③ ㉰는 과거를 들추며 비꼬는 병식의 말에 화를 내어 일어난 일이다. ④ ㉱는 병식이 병국에게 맞은 것에 대한 분노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⑤ ㉲는 병국에 대한 병식의 연민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5. '보기'를 [A]와 같이 바꾸어 썼다고 할 때, 의도했을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사실 고발할 근거도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국은 단순히 나그네새와 철새를 보호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병국에게 다른 목적은 전혀 없었다. ① 병국이 나그네새와 철새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이유를 자세하게 보여 주자. ② 나그네새와 철새를 보호하는 것에 대한 병국의 신념을 반어적으로 드러내 보자. ③ 조류의 남획은 법으로 처벌하지 못함을 드러내 병식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 보자. ④ 조류 관련법이 가진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사회 고발적인 성격을 부각해 보자. ⑤ 법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주어 박제사를 고발할 수 없는 병국의 안타까움을 강조해 보자. 247쪽 [6~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순이!” / 하고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순이는 꿈인가 놀라며 성큼 일어서니, 맞은편 숲 속에 칠성이가 서 있었다. “아! 칠성이네! 어디로 도망을 갔다더니?” 순이는 반가웠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때문에 칠성이가 죄를 짓고 도망을 갔대서 미안히 여기던 판이었는데 뜻밖에 만나니 참말 반가웠던 것이다. “나 말이야, 순이! 그동안 한 삼백 리 되는 곳에 도망을 갔드랬어! 그 자식 대가리를 깨뜨려 주었거든! 그래서 도망을 가기는 갔지만, 암만 해도 순이 생각을 잊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 순이를 데리러 왔어!” 하고, 사내는 순이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순이는 저고리를 입으면서, “아이고 망칙해라! 내래 와 칠성이넬 따라 갈꼬!” 말은 그러나, 저를 생각해 주는 마음씨가 노상 싫지는 않았다. “안 가믄 어쩌누? 현보는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걸 ….” / “와 몰라! 오늘은 나올 텐데!” “오늘? … 흥! 적어두 삼 년은 있어야 해!” / “삼 년!” 이번에는 순이가 놀란다. “그러티! 삼 년은? 그러니 그동안 순이 혼자 어떻게 사누? 그러기 현보 나올 동안 나허구 같이 가 있자구.” “….” “그뿐인가. 인제 현보가 나온대두 다른 벌이를 해야지, 숯구이는 못 하거던!” / “와 어드래서요?” “숯두 말야. 이제부터는 검사를 하거든. 법에 가서 검사를 하지 않고는 못 팔아 먹는대. 그 검사가 오줄기 어렵다구!” [A]^_“누구래 그릅데까?” / “누군 누구야! 다 그러는데! 발쎄 신문에두 났다는걸.” 순이는 점점 안타까워서, “그까짓 법이 뭐기! 성황님께 빌면 그만이지.” / 하고 혼자 짜증을 내었다. “성황님 …? 훙, 어디 잘 빌어 봐, 되나 안 되나!" 순이는 어찌할 도리를 몰랐다. “순이! 내래 발쎄 순이 입성 다 해가지구 왔어. 이것 좀 봐!” 하고 칠성이는 손에 들었던 보퉁이를 풀기 시작한다. 순이는 잠자코 보퉁이만 쳐다본다. ㉠^_보퉁이 속에서 분홍 항라적삼과 수박색 목메린스 치마가 나오는 것을 보고 순이는 눈이 휘둥그래진다._^ “이거 다 순이 입을 거야!” 하고 칠성이가 순이 앞에 옷을 내미는 순간, 순이는 기쁨을 참을 수 없어 빙그레 웃으면서 집에 있는 흰 고무 신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을 다 갖추어 입고 나서면 그까짓 장끼 지체쯤 어림도 없어 보였다. “어서 입어 보라구!” 그 말에 순이는 치마 저고리를 입었다. 순이는 기쁨에 날뛰었다. 산 속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 같았다. “순인 참 절색이야!” / 하고 감탄하며 칠성이는 손을 끌어당겼다. 순이는 가만히 생글생글 웃기만 하였다._^ ‘구우구우!’ / ㉡^_산비둘기가 또 울었다._^ 지금 순이에게는 칠성이가 현보와 꼭같이 정답게 보였다. ‘구우구우!’ / 산비둘기가 울 때마다 ㉢^_순이의 가슴은 화로 위에 눈덩이처럼 슬슬 녹아내렸다._^ 그날 저물녘에 순이는 칠성이를 따라 먼 길을 나섰다. 머리에는 붉은 댕기를 디리고, 게다가 분홍 항라적삼과 수박색 치마를 떨쳐 입고, 흰 고무신까지 받쳐 신고 나서니, 순이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248쪽 ㉣^_발을 옮겨 놓을 때마다 걸음걸음에 치마폭 너풀거리는 것이 제가 보기에도 무지개보다 고왔다._^ “빨리 가자구! 어둡기 전에 백 리는 내대어야겠는데 ….” 칠성이는 걸음을 재촉하였다. 순이와 칠성이는 저녁때에야 삼백 리 길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밤길이 불편은 하지마는, 낮에는 아차 잘못하여 김 주사 눈에 띄면 큰일이기 때문에 일부러 밤을 택하였다. 순이는 가벼운 걸음으로 삼십 리는 언뜻 걸었다. 그러나 천마령 고개를 다 넘고 들길로 접어들자, 순이의 마음은 점점 불안스러워졌다. “엉야! 좀 쉬어 가자구요!” / 순이는 애원하듯 말하였다. “다리가 아픈가 머?” “아니! … 그래두 ….” “쉬어 가디! 순인 그래두 풀밭에 마구 앉진 말어! 입성에 풀물 오르몬 안 돼!" “그럼, 어떡하노?” / “그래두 서서 쉬어야디.” [B]^_한참 순이는 말이 없었다. / ‘칠성이를 따라 가는 것이 옳을까?’ 순이는 풀밭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나 풀밭에 주저앉으면 안 된다구, 순이는 불안스러웠다. 장차 알지도 못하는 지방으로 가는 것이 더더구나 불안스러웠다. “이제 가는 데두 산이 많은가요?” / 하고 순이는 물었다. “산이 머야! 들판이디! 그까짓 산 댈까!” “그럼 노루나 꿩 같은 건 없갔구만요?” “없구 말구!” “부엉이랑 뻐꾸기 같은 것두?” “그다우두 다 없어! 그래두 사람은 많디! 살기 좋은 곳인 불만 알갔디!" “고사리, 도라지 같은 산나물은 있나?” “산이 없는데 그런 게 어떻게 있누! 글세 근심 마러! 썩 좋은 데 데리구 갈 터이니.”_^ 그러나 순이는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가는 곳이 아무리 좋다 해도 산이 없고 나무가 없다면, 그 허허벌판에서 무엇에 마음을 의탁하고 살아간단 말인가? 더구나 공연히 사람만 많이 모여서 복작복작 들끓는다는 그런 곳에 가서 …. 사람만 많은 곳에 가서 지금처럼 고운 저고리에 고운 치마를 입고 마음대로 주저앉지도 못하고 새색시처럼 곱다랗게 앉아 있어야만 한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간다는 말인가? 순이는 문득 천마령 안골짜기 자기집이 그리웠다. 오막살이일망정 고대광실 부럽지 않게 정다운 그 집이었다. ㉤^_지금쯤은 앞산 뒷산에서 부엉이 접동새가 울고 있으리라 생각하니_^ 삼십 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여기부터가 싫었다. 순이는 고운 옷 입은 기쁨도 사라졌다. --정비석, ‘성황당’ 6.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순이는 성황님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고 있다. ② 순이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칠성이의 마음을 부담스러워했다. ③ 순이는 처음에 칠성이가 준 선물에 기뻐했지만 점점 후회스러움을 느꼈다. ④ 칠성이는 현보가 돌아와도 예전과 같은 생활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⑤ 칠성이는 순이와 함께 살기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다시 순이를 찾아왔다. 249쪽 7. '보기'는 [A]를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이다.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순이: (ⓐ^_못 믿겠다는 말투로_^) 누구래 그릅데까? 칠성이: 누군 누구야! 다 그러는데! (ⓑ^_당황해 하며_^) 발세 신문에두 났다는걸. 순이: (ⓒ^_짜증을 내며_^) 그까짓 법이 뭐기! 성황님께 빌면 그만이지. 칠성이: 성황님? 흥, 어디 잘 빌어봐, 되나 안 되나! (가지고 온 보퉁이를 내밀며) 순이! 내래 발세 순이 입성 다 해가지구 왔어. 이것 좀 봐! 카메라는 칠성이가 가져온 보퉁이를 비추다가 잠자코 칠성이가 보퉁이를 푸는 것을 보고 있는 순이의 모습을 비춘다. 적삼과 치마가 나오는 것을 보고 순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칠성이: (ⓓ^_만면에 웃음을 띠고_^) 이거 다 순이 입을 거야! 어서 입어 보라구! 순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칠성이가 내놓은 치마와 저고리를 입는다. 칠성이: (ⓔ^_치마저고리를 입은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며_^) 순인 참 절색이야! ① ⓐ ② ⓑ ③ ⓒ ④ ⓓ ⑤ ⓔ 8. ㉠~㉤ 중, '보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과 가장 관계 깊은 것은? '보기' 작가는 칠성이에 대한 순이의 마음이 차츰 편안해지고 걱정이 점차 사라짐을 비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순이의 자연적인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9. [B]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서경: 산과 나무가 없다면 의탁할 곳이 없다고 인식하는 순이의 생각에 비추어 볼 때 순이는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추구하는 것 같아. ② 승찬: 맞아, 순이가 추구하는 ‘산’, ‘들판’, ‘노루’, ‘꿩’, ‘부엉이’, ‘뻐꾸기’, ‘산나물’ 모두 자연과 관계되는 소재들이잖아? ③ 서경: 아무래도 이것들은 칠성이가 추구하는 삶과는 동떨어진 것 같아. 칠성이는 사람이 많으면 살기 좋은 곳이라 인식하고 있잖아. ④ 승찬: 이는 순이와 칠성이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어. 살기 좋은 삶의 터전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이지. ⑤ 서경: 결국 그러한 차이로 인해 순이가 다시 마음을 돌리게 될 수도 있겠구나. 250쪽 ^[III. 현대 수필 현대 수필의 이해 주제 01. 바람직한 삶의 자세 주제 02. 다양한 삶의 양상 주제 03. 자연과 인생 실전문제 252쪽 ^[현대 수필의 이해 1. 수필의 정의 수필이란, 어원으로 보면, ‘붓을 따라 붓 가는 대로 적는 글’이다. 이를 토대로 수필은 생활 속의 체험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 문학의 한 갈래이며, 인생과 자연에 대한 관조와 통찰을 개성적인 문체로 표현하여 작가 자신을 진실하게 드러내는 문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필이라고 하면 좁은 의미로 경수필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지만, 넓은 의미의 수필은 수필의 특성을 지닌 모든 글을 포함하며, 서간문, 일기문, 기행문, 전기문 등도 수필 특유의 예술성을 지니면 수필의 범주에 포함한다. 2. 수필의 특성 (1) 수필은 형식이 자유롭다. 수필은 정해진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산문이다. 형식의 자유는 구성상의 자유로움을 뜻하며, 자유로운 사고·상상력·관찰력을 동반한다. 그러나 수필의 ‘무형식’이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정해진 형식이 없을 뿐, 수필은 작품 한 편마다 나름의 형식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2) 수필은 자기 고백적이다. 수필은 작가 자신의 인생관이나 사상, 감정이 중심이 된다. 그러므로 작가의 솔직한 마음이 드러나는, 자기 고백적이며 철학적인 글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필은 작가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3) 수필은 제재가 다양하다. 수필은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수필은 신변잡기부터 작가의 인생관이나 사회, 역사, 자연 등에 대하여 느낀 것, 생각한 것 등 어느 것이나 제재로 삼을 수 있다. 수필의 소통 방식 수필가 자신이 서술자가 되어서 독자에게 직접 말하는 방식 수필의 갈래 * 태도에 따라 --경수필: 개성이 강한 개인적 수필 --중수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쓴 사회적 수필 * 진술 방식에 따라 --서정적 수필: 감상 위주로 전개한 수필 --서사적 수필: 사건 위주로 서술한 수필 --희곡적 수필: 극적 효과를 살린 수필 --교훈적 수필: 작가의 인생관 위주의 계몽적 수필 253쪽 (4)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수필은 생활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글로서 대중적이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문학이다. (5) 수필은 개성 있는 글이다. 수필의 ‘나’는 바로 작가 자신이므로, 자신만의 육체적·정신적 체험을 글에 담는 것으로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다. (6) 수필은 위트와 유머가 있다. 수필에는 독자로 하여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하는 유머(humor)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위트(wit)가 깃들어 있다. 그것을 통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주며, 멋과 운치를 느끼게 하는 글이다. (7) 수필은 인생의 경지가 담겨 있다.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는 글이므로, 인생의 경지가 수필에 그대로 반영된다. 3. 수필의 수용과 감상 수필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체험에서 철학적 의미와 인생의 교훈을 발견하는 문학이다. 작가의 체험이 제재가 되어 작품의 바탕을 이루고, 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주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수필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도 수필의 감상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또, 수필은 작가의 가치관, 행동 양식, 내면 세계 등이 잘 드러나는 개성의 문학이므로 이를 잘 파악하며 감상해야 한다. 작가가 자신의 체험에 부여한 의미가 독자로 하여금 어떤 점을 돌아보게 하며, 독자에게 궁극적으로는 어떤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수필을 읽는 방법이다. (1) 해석적 읽기: 작가의 생각이나 가치관, 삶의 태도 등을 파악하며 읽는다. (2) 비판적 읽기: 작가의 인생관, 글의 주제, 대상에 대한 작가의 태도 등을 비판하며 읽는다. (3) 창조적 읽기: 수필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읽는다. 경수필과 중수필의 비교 * 경수필: 가벼움, 고백적, 주관적, 개인적, 정서적, 잡기적, ‘나’가 드러남 * 중수필: 무거움, 설명적, 객관적, 사회적, 논리적, 사색적, ‘나’가 숨어 있음 수필의 구성 방식 * 직렬 구성: 인과적이거나 시간·공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 * 병렬 구성: 여러 내용을 대등하게 나열하는 구성 * 혼합 구성: 직렬과 병렬 구성을 혼합한 구성 * 진술 방식에 따른 구성: 서정적 구성, 서사적 구성, 극적 구성, 서간체 구성 등 "작품으로 이해하기"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 있다. 수필의 빛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 우미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 빛이다.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읽는 사람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중략) 수필의 재료는 생활 경험, 자연 관찰, 인간성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등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그 제재가 무엇이든지 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 때의 심정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이 고치를 만들 듯이’ 수필은 써지는 것이다. --피천득, ‘수필’ * 이해의 길잡이: 이 작품은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에 대한 개념적 지식을 형상적, 비유적 언어로 서술한, 수필로 쓴 수필론이다. 작가의 내적 호흡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수필이 갖는 예술적 성격을 이해함은 물론, 수필을 쓰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글이다. * 이 글의 특성: 첫머리에 나오는 세련된 은유는 단 몇 마디 말 속에 수필의 온갖 특질들을 집대성해 놓은 우리 수필사의 최고의 명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여 수필이 지녀야 할 특성을 예술적 감동과 더불어 알게 해 준다. * 이 글의 구성: 이 작품은 수필의 특성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수필의 본질--수필과 인생--수필의 성격--수필의 재료’ 등을 형상적 언어로 소개하고 있다. * 이 글의 수용과 감상: 수필의 다양한 비유를 해석하며 읽는다. 254쪽 ^[01. 바람직한 삶의 자세 1. 조지훈, ‘지조론’ (작품 안으로) → 주제: 정치인에게 필요한 지조의 촉구 특징: ‘변절자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글은 다양한 일화와 속담을 통해 지조의 개념을 설명하고, 지조 있는 삶의 자세를 단정적인 어투로 강조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글은 1950년대 말 자유당 독재 정권의 혼란하고 부패한 정치 현실 속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신념이나 지조 없이 변절을 일삼는 세태를 냉철한 지성으로 비판한 수필이다. 지조란 것은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명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지조를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아는 까닭에 우리는 지조 있는 지도자를 존경하고, 그 곤고를 이해할 뿐 아니라 안심하고 그를 믿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자이기 때문에 지조 없는 지도자, 배신하는 변절자들을 개탄하고 연민하며, 그와 같은 변절의 위기의 직전에 있는 인사들에게 경성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조는 선비의 것이요, 교양인의 것이다. 장사꾼에게 지조를 바라거나 창녀에게 지조를 바란다는 것은 옛날에도 없었던 일이지만, 선비와 교양인과 지도자에게 지조가 없다면 그가 인격적으로 장사꾼과 창녀와 가릴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식견은 기술자와 장사꾼에게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지사와 정치가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독립 운동을 할 때의 혁명가와 정치인은 모두 다 지사였고 또 지사라야 했지만, 정당 운동의 단계에 들어간 오늘의 정치가들에게 선비의 삼엄한 지조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인 줄은 안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정당 운동을 통한 정치도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을 통해서의 정상인 이상, 백성을 버리고 백성이 지지하는 공동 전선을 무너뜨리고 개인의 구복과 명리를 위한 부동은 무지조로 규탄되어 마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오늘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이 난국을 수습할 지도자의 자격으로 대망하는 정치가는 권모술수에 능한 직업 정치인보다 지사적 품격의 정치 지도자를 더 대망하는 것이 국민 전체의 충정인 것이 속일 수 없는 사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염결공정 청백강의한 지사 정치만이 이 국운을 만회할 수 있다고 믿는 이상, 모든 정치 지도자에 대하여 지조의 깊이를 요청하고 변절의 악풍을 타매하는 것은 백성의 눈물겨운 호소이기도 하다. 지조와 정조는 다 같이 절개에 속한다. 지조는 정신적인 것이고, 정조는 육체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지조의 변절도 육체 생활의 이욕에 매수된 것이요, 정조의 부정도 정신의 쾌락에 대한 방종에서 비롯된다. 오늘의 정치인의 무절제를 장사꾼적인 이욕의 계교와 음부적 환락의 탐혹이 합쳐서 놀아난 것이라면 과연 극언이 될 것인가. 255쪽 하기는, 지조와 정조를 논한다는 것부터가 오늘에 와선 이미 시대착오의 잠꼬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긴 그렇다. 왜 그러냐 하면, 지조와 정조를 지킨다는 것은 부자연한 일이요, 시세를 거역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부나 홀아비가 개가하고 재취하는 것은 생리적으로나 가정 생활로나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고, 또 그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개가와 재취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승인하면서도 어떤 과부나 환부가 사랑하는 옛 짝을 위하여 개가나 속현의 길을 버리고 일생을 마치는 그 절개에 대하여 찬탄하는 것을 또한 잊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 능히 하기 어려운 일을 했대서만이 아니라, 자연으로서의 인간의 본능고를 이성과 의지로써 초극한 그 정신의 높이를 보기 때문이다. 정조의 고귀성이 여기에 있다. 지조도 마찬가지다. 내용 구조도 지조의 개념과 가치 → 지조 있는 정치가 소망 → 지조와 정조의 비교를 통한 강조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지조와 변절의 차이 지조: 순일한 정신, 눈물겨운 정성, 불타는 신념, 냉철한 확집, 고귀한 투쟁 변절: 절개를 바꿈, 신념을 버림, 사익 추구 어휘 풀이 * 순일: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순수함 * 확집: 자기의 의견을 굳이 고집하여 양보하지 아니함 * 위의: 엄숙한 태도나 몸가짐 * 일조에: 하루 아침에. 갑자기 * 곤고: 처지가 딱하고 어려움 * 경성: 타일러 깨우침 * 국리민복: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 * 정상: 정권을 이용하여 사익을 꾀하는 사람들 * 염결공정: 깨끗하고 공평함 * 청백강의: 결백하고 강직함 * 타매: 경멸하고 욕함 * 음부: 성격이나 행동이 음란하고 방탕한 여자. 음녀 * 환부: 홀아비 * 속현: 거문고와 비파의 끊어진 줄을 다시 잇는다는 뜻으로, 아내를 여읜 뒤 새 아내를 맞는 일을 비유함 * 본능고: 인간 본연의 고통. 여기서는 정조를 지키는 고통을 일컬음 (진단 체크) 1. 이 글에서 초점의 대상이 되는 개념을 찾아 쓰시오. 2. 이 글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 전개 방식이 무엇인지 쓰시오. 3. 이 글을 쓴 당시의 현실적 목적이 나타나 있는 구절을 찾아 쓰시오. (답) 1. 지조 2. 비교와 대조 3. 변절의 위기의 직전에 있는 인사들에게 경성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72쪽 1. 이 글의 글쓴이가 비판하고 있는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은? ①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은 건 바위뿐인가 하노라. --윤선도 ②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③ 눈 마자 휘어진 대를 뉘라셔 굽다턴고. 구블 절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원천석 ④ 가마귀 눈비 마자 희는 듯 검노뫼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오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이시랴. --박팽년 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서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성삼문 256쪽 2. 이 글 다음에 이어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지조를 지키며 사는 것은 어렵다. ② 지조는 정치가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다. ③ 지조는 정조를 지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④ 지조를 지키는 것도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다. ⑤ 지조를 정치가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3. 이 글의 끝부분에 나오는 '보기'를 바탕으로 이 글을 감상했을 때,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기녀라도 늘그막에 남편을 좇으면 한평생 분냄새가 거리낌이 없을 것이요, 정부라도 머리털 센 다음에 정조를 잃고 보면, 반생의 깨끗한 고절이 아랑곳없으리라. ① 지도자의 지조가 여인의 정조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다. ② 정조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변절하지 않아야 함을 알겠다. ③ 정조를 지키는 것만큼 지조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④ 절개를 잃고 살다가도 말년에 개과천선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겠다. ⑤ 절개를 지키다가도 나중에 변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겠다. 서술형 4. ‘지조’와 ‘정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5. 이 글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추리하여 서술하시오. 25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72쪽 변절이란 무엇인가. 절개를 바꾸는 것, 곧 자기가 심신으로 이미 신념하고 표방했던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철이 들어서 세워 놓은 주체의 자세를 뒤집는 것은 모두 다 넓은 의미의 변절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욕하는 변절은 개과천선의 변절이 아니고, 좋고 바른 데서 나쁜 방향으로 바꾸는 변절을 변절이라 한다. 일제 때 경찰에 관계하다 독립 운동으로 바꾼 이가 있거니와 그런 분을 변절이라고 욕하진 않았다. 그러나 독립 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로 전향한 이는 변절자로 욕하였다. 권력에 붙어 벼슬하다가 야당이 된 이도 있다. 지조에 있어 완전히 깨끗하다고는 못 하겠지만 이들에게도 변절자의 비난은 돌아가지 않는다. (중략) “소인기하라.” 이 말에는 뼈아픈 고사가 있다. 광해군의 난정 때 깨끗한 선비들은 나가서 벼슬하지 않았다. 어떤 선비들이 모여 바둑과 청담으로 소일하는데, 그 집 주인은 적빈이 여세라, 그 부인이 남편의 친구들을 위하여 점심에는 수제비국이라도 끓여 드리려 하니 땔나무가 없었다. 궤짝을 뜯어 도마 위에 놓고 식칼로 쪼개다가 잘못되어 젖을 찍고 말았다. 바둑 두던 선비들은 갑자기 안에서 나는 비명을 들었다. 주인이 들어갔다가 나와서 사실 얘기를 하고 초연히 하는 말이, 가난이 죄라고 탄식하였다. 그 탄식을 듣고 선비 하나가 일어서며, 가난이 원수인 줄 이제 처음 알았느냐고 야유하고 간 뒤로 그 선비는 다시 그 집에 오지 않았다. 몇 해 뒤 그 주인은 첫 뜻을 바꾸어 나아가 벼슬하다가 반정 때 몰리어 죽게 되었다. 수레에 실려서 형장으로 가는데, 길가 숲 속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 수레를 잠시 멈추게 한 다음, 가지고 온 닭 한 마리와 술 한 병을 내놓고 같이 나누며 영결하였다. 그때 그 친구의 말이, 자네가 새삼스레 가난을 탄식할 때 나는 자네가 마음이 변한 줄 이미 알고 발을 끊었다고 했다. 고기 밥맛에 끌리어 절개를 팔고 이 꼴이 되었으니 죽으면 고기맛을 못 잊어서 어쩌겠느냐는 야유가 숨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찾는 것은 우정이었다. 죄인은 수레에 다시 타고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탄식하였다. “소인기 소인기하라.”고 …. 1. '조건'을 참고하여 ‘변절’의 뜻을 다시 정의하시오. '조건' *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바꿈’이라는 ‘변절’의 사전적 의미를 유지해야 한다. * 이 글의 내용을 이용하여 원래의 사전적 의미가 더욱 구체화되도록 한다. * 30자 내외의 완결된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2. ‘주인’의 말을 듣고 ‘친구’가 발길을 끊은 이유와, ‘주인’이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소인기하라.’고 탄식한 이유를 서술하시오. 258쪽 2. 법정, ‘무소유’ (작품 안으로) → 주제: 무소유의 참된 의미와 정신적 자유의 소중함 특징: 이 작품은 난초를 키우는 일상적인 체험을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수필이다. 작가는 무소유를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물질 만능주의 세태와 그 속에서 소유욕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면서 무엇이 참된 인간의 삶인가를 깨닫게 한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 어록>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긴요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_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_^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해 여름까지 이름 있는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 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 애들뿐이었다. 그 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 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슨가 하는 비료를, 바다 건너가는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필요 이상으로 실내 온도를 높이곤 했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둣빛 꽃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시 청청했었다. 우리 다래헌을 찾아온 사람마다 싱싱한 난을 보고 한결같이 좋아라 했다. 지난 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 노사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숲 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우었다. 아차!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 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 259쪽 하지만 어딘가 생생한 기운이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해 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승가의 유행기--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 하고 말았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 놓아야 했고, 분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 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_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_^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 듯 홀가분한 해방감. 삼 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내용 구조도 <간디 어록> 예화 → ‘난초’에 얽힌 체험을 통한 깨달음 → 무소유의 원리 일반화 어휘 풀이 * 탁발승: 시주승. 집집마다 시주를 얻으러 다니는 중 * 요포: (인도나 아라비아 사람들의 복장에서) 허리에 매는 넓은 띠 *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 인도의 정치가. 무저항·불복종·비협력주의로 독립 운동을 이끎 * 지상의 적: 호적, 학적 등과 같이 자기 일신상의 일을 적어 놓은 장부. 여기서는 ‘세상살이’라는 뜻으로 쓰임 * 분: 화분 * 산철: 안거를 끝내고 산사를 떠나 세속을 다니면서 수행하는 기간 * 유행기: 이리저리 떠돌며 수행하는 시기 * 들창문: 아래위로 들었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창문 구절 풀이 * 가짐을 당하게 된다: 물건에 얽매이면 인간이 오히려 그 물건에 구속당하게 된다. * 그 애들을 위해~높이곤 했었다.: 난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 삼 년 가까이~마음이 앞섰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진단 체크) 1. 이 글에서 소유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쓰시오. 2. 서두에 <간디 어록>을 인용한 효과를 설명하시오. 3. 이 글에서 ‘자유로운 삶’을 암시하는 구절을 찾아 2어절로 쓰시오. (답) 1. 난초 2. 주제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3. 나그네 길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73쪽 1. 이 글과 '보기'에 공통으로 나타난 ‘소유’에 대한 태도를 적절하게 설명한 것은? '보기'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또한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곡, ‘차마설’ ① 소유에 집착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있다. ② 소유욕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있다. ③ 소유라는 개념을 빌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④ 소유 자체를 거부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 ⑤ 소유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있다. 260쪽 2. 이 글에 드러난, ‘소유’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것은? ①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② 안분지족하는 삶의 태도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필요 이상의 욕망에서 벗어나야 세상은 평화로워질 수 있다. ④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유는 항상 필요하다. ⑤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3. 다음 중 화자의 태도가 이 글의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유사한 것은? ① 백발로 밭이랑에서 분발하는 것은 / 초야의 충심을 바랐음이라. 난적은 누구나 쳐야 하니, / 고금을 물어서 무엇하리. --최익현, ‘창의시’ ②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 화상의 한시 ③ 무논에 바람 일어 보리 이삭 물결친다. / 보리타작 하고 나면 모내기 제철이라 눈 내리는 하늘 아래 배추 새 잎 파아랗고 / 섣달에 깐 병아리는 노란 털이 어여쁘네. --정약용, ‘탐진촌요’ ④ 첩첩 바위 틈을 미친 듯 달려 겹겹의 봉우리에 울리니 / 지척의 사람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사람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 / 짐짓 흐르는 물을 시켜 온 산을 둘러싸네. --최치원, ‘제가야산독서당’ ⑤ 새와 짐승도 슬프게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 무궁화의 온 세상이 이제는 쓰러져 가노라. 가을 등불 아래에서 책을 덮고 지난날을 생각하니 / 인간 세상에서 글을 아는 사람의 노릇이 참으로 어렵기만 하구나! --황현, ‘절명시’ 서술형 4. 이 글과 관련하여 '보기'의 속담이 경계하는 바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서술하시오. '보기'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5. ㉠을 바탕으로 ㉡과 같은 작가의 행동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서술하시오. 26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73쪽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제의 맹방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 사절을 교환하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인 것이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로 그 향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훌훌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_무소유의 역리_^이니까. 1. '조건'을 참고하여, ㉠‘무소유의 역리’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쓰시오. ‘조건’ *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어야 한다. * 이 글의 주제와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2. '조건'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진보’와 ‘퇴보’의 관점 중 하나를 택하여 논술하시오. ‘조건’ * 작가와 동일한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정하여 논술한다. * 이 글의 내용에서 자기 견해의 근거를 추출하여 뒷받침 자료로 삼아야 한다. 262쪽 ^[02. 다양한 삶의 양상 1. 이상, ‘권태’ (작품 안으로) → 주제: 일상적인 생활의 연속에서 느끼는 권태로움 특징: 아무 변화 없는 일상 생활에서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글쓴이의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자연이나 사물을 통해 드러내는 독특한 관점을 보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산촌 여정’과 함께 평남 성천에서의 작가의 생활을 바탕으로 쓴 수필로,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욕을 상실한 채 권태에 빠져 있는 내면 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서 차라리 어둬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의 여름날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동에 팔봉산. 곡선은 왜 저리도 굴곡이 없이 단조로운고? 서를 보아도 벌판, 남을 보아도 벌판, 북을 보아도 벌판, 아--이 벌판은 어쩌라고 이렇게 한이 없이 늘어 놓였을고? 어쩌자고 저렇게까지 똑같이 초록색 하나로 되어 먹었노? 농가가 가운데 길 하나를 두고 좌우로 한 십여 호씩 있다. 휘청거린 소나무 기둥, 흙을 주물러 바른 벽, 강낭대로 둘러싼 울타리, 울타리를 덮은 호박 넝쿨, 모두가 그게 그것같이 똑같다. 어제 보던 댑싸리나무, 오늘도 보는 김 서방, 내일도 보아야 할 흰둥이, 검둥이. 해는 백 도 가까운 볕을 지붕에도, 벌판에도, 뽕나무에도, 암탉 꼬랑지에도 내려 쪼인다. 아침이나 저녁이나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는 염서가 계속이다. 나는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무작정 ㉠^_널따란 백지 같은 ‘오늘’_^이라는 것이 내 앞에 펼쳐져 있으면서, 무슨 기사라도 좋으니 강요한다. 나는 무엇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연구해야 된다. 그럼--나는 최 서방네 집 사랑 툇마루로 장기나 두러 갈까? 그것 좋다. 최 서방은 들에 나갔다. 최 서방네 사랑에는 아무도 없나 보다. 최 서방의 조카가 낮잠을 잔다. 아하, 내가 아침을 먹은 것은 열 시나 지난 후니까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낮잠 잘 시간에 틀림없다. 나는 최 서방의 조카를 깨워 가지고 장기를 한 판 벌이기로 한다.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그러니까 나와 장기 두는 것 그것부터가 권태다. 밤낮 두어야 마찬가질 바에는 안 두는 것이 차라리 낫지--그러나 안 두면 또 무엇을 하나? 둘 밖에 없다. 지는 것도 권태이거늘 이기는 것이 어찌 권태 아닐 수 있으랴? 열 번 두어서 열 번 내리 이기는 장난이란 열 번 지는 이상으로 싱거운 장난이다. 나는 참 싱거워서 견딜 수 없다. 한 번쯤 져 주리라. 나는 한참 생각하는 체하다가 슬그머니 위험한 자리에 장기 조각을 갖다 놓는다. 최 서방의 조카는 하품을 쓱 한 번 하더니 이윽고 둔다는 것이 딴전이다. 으레 질 것이니까, 골치 아프게 수를 보고 어쩌고 하기도 싫다는 사상이리라.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장기를 갖다 놓고, 그저 얼른얼른 끝을 내어 져 줄 만큼 져 주면 상승 장군은 이 압도적 권태를 이기지 못해 제 출몰에 가 버리겠지 하는 사상이리라. 가고 나면 또 낮잠이나 잘 작정이리라. 나는 부득이 또 이긴다. 이제 그만 두잔다. 물론 그만 두는 수밖에 없다. 일부러 져 준다는 것조차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왜 저 최 서방의 조카처럼 아주 영영 방심 상태가 되어 버릴 수가 없나? 이 질식한 것 같은 권태 속에서도 사세한 승부에 구속을 받나? 아주 바보가 되는 수는 없나? 내게 남아 있는 이 치사스러운 인간 이욕이 다시없이 밉다. 263쪽 나는 이 마지막 것을 면해야 한다. 권태를 인식하는 신경마저 버리고 완전히 허탈해 버려야 한다. (중략) 겨울이 오면 초록은 실색한다. 그것은 남루를 갈기갈기 찢은 것과 다름없는 추악한 색채로 변하는 것이다. 한 겨울을 두고 이 황막하고 추악한 벌판을 바라보고 지내면서 그래도 자살 민절하지 않는 농민들은 불쌍하기도 하려니와 거대한 천치다. 그들의 일생이 또한 이 벌판처럼 단조한 권태 일색으로 도포된 것이리라. 일할 때는 초록 벌판처럼 더워서 숨이 칵칵 막히게 싱거울 것이요, 일하지 않을 때에는 겨울 황원처럼 거칠고 구주레하고 싱거울 것이다. 그들에게는 흥분이 없다. 벌판에 벼락이 떨어져도 그것은 뇌성 끝에 가끔 있는 다반사에 지나지 않는다. 촌동이 범에게 물려 가도 그것은 맹수가 사는 산촌에 가끔 있는 신벌에 지나지 않는다. 실로 전신주 하나 없는 벌판에서 그들이 무엇을 대상으로 흥분할 수 있으랴. 팔봉산 등을 넘어 철골 전선주가 늘어섰다. 그러나 그 동선은 이 촌락에 엽서 한 장을 내려뜨리지 않고 섰는 채다. 동선으로는 전류도 통하리라. 그러나 그들의 방이 아직도 송명으로 어둠침침한 이상 그 전선주들은 이 마을 동구에 늘어선 포플러나무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들에게 희망이 있던가? 가을에 곡식이 익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희망은 아니다. 본능이다. 내일, 내일도 오늘 하던 계속의 일을 해야지. 이 끝없는 권태의 내일은 왜 이렇게 끝없이 있나?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 줄 모른다. 간혹 그런 의혹이 전광과 같이 그들의 흉리를 스치는 일이 있어도 다음 순간 하루의 노역으로 말미암아 잠이 오고 만다. 그러니 농민은 참 불행하도다. 그럼--이 흉악한 권태를 자각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행복된가. 내용 구조도 자신을 둘러싼 풍경과 일상의 소개 → 최 서방의 조카를 찾아가 장기를 둠 → 권태조차 인식하지 않으려 함 → 권태로운 농민들의 삶을 바라보는 감회 어휘 풀이 * 벽촌: 외따로 떨어져 궁벽한 마을 * 강낭대: 옥수숫대의 북한말 * 염서: 몹시 심한 더위 * 권태: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 상승 장군: 싸울 때마다 항상 이기는 장군 * 실색: 놀라서 얼굴빛이 달라짐. 색을 잃어버림 * 남루: 낡아 해진 옷 * 황막하다: 거칠고 아득하게 넓다. 거칠고 을씨년스럽다. * 민절: 너무 기가 막혀 정신을 잃고 까무러침 * 도포: 약 따위를 겉에 바름. * 황원: 거친 들판 * 송명: 관솔불 * 흉리: 가슴 속 구절 풀이 * 그러나 무작정~좋으니 강요한다.: 백지 상태의 오늘이란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날이라는 뜻이다. 권태로운 오늘이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보내라고 내게 강요한다는 뜻이다. * 최 서방의 조카를~둘 밖에 없다.: 자신이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또 다른 권태의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다. * 내게 남아 있는~다시없이 밉다.: 권태 속에서도 ‘나’는 이기고 지는 것에 마음을 두고, 이기려는 집착과 탐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나’라는 인간의 치사스러운 모습이 더욱 미워진다는 것이다. * 권태를 인식하는~허탈해 버려야 한다.: 권태롭다고 느끼는 마음을 비우고 권태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려 하고 있다. (진단 체크) 1. 자연을 대하는 글쓴이의 심리를 한 단어로 쓰시오. 2. 글쓴이가 권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행한 일은? 3. ㉠의 뜻을 쓰시오. (답) 1. 지루하다. 또는 권태롭다 2. 최 서방 조카와 장기 두기 3. 아무 할 일이 없는 오늘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74쪽 1. 이 글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면? '보기' ⓐ 삶의 의욕을 상실한 글쓴이의 자의식이 나타나 있다. ⓑ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글쓴이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 자연 풍경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 인간과 자연을 대조하며 인간의 유한성을 드러내고 있다. ⓔ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해 삶의 교훈을 전하고 있다.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264쪽 2. '보기'의 시적 화자가 이 글의 글쓴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옹헤야 소리내며 발 맞추어 두드리니, /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 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정약용, ‘타맥행’ ① 당신은 즐겁게 노동하는 농민의 삶이 얼마나 건강한 삶인 줄 모르고 있군요. ② 당신은 농민들이 권태와 싸우느라 죽을 힘을 다해 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군요. ③ 당신은 매일같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농민들의 삶의 본질을 훤히 꿰뚫고 있군요. ④ 당신은 농민들이 너무 힘들게 노동을 해서 권태를 느낄 여유도 없다는 걸 모르고 있군요. ⑤ 당신은 농한기의 농촌만 대상으로 삼았지, 정작 열심히 일하는 농민의 모습은 간과하고 있군요. 3. '보기'는 수필 문학의 특징에 대한 설명이다. '보기'와 관련하여 이 글을 평가한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수필은 글쓴이의 사상과 감정, 생활상이 역력히 배어나는 고백적 문학이다. 따라서, 글쓴이의 개인적 체험을 가장 자기다운 목소리와 말투로 표현하는 문학이라 할 수 있다. ①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을 다룸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높이고 있다. ② 흔치 않은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글쓴이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③ 감각적인 어휘를 중점적으로 구사하여 고유어의 미감을 살리고 있다. ④ 사물을 독특한 관점에서 관찰·해석함으로써 참신한 느낌을 주고 있다. ⑤ 화려한 문체로 자연을 묘사·비유함으로써 현란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서술형 4. 이 글의 배경을 찾아 쓰고, 글쓴이의 심리와 관련하여 그 역할을 서술하시오. 5. 글쓴이가 권태를 느끼지 않는 궁극적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을 이 글에서 찾아 쓰시오 26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74쪽 밥상에는 마늘장아찌와 날된장과 풋고추 조림이 관성의 법칙처럼 놓여 있다. 그러나 먹을 때마다 이 음식이 내 입에 내 혀에 다르다. 그러나 나는 그 까닭을 설명할 수 없다. 마당에서 밥을 먹으면 머리 위에서 그 무수한 별들이 야단이다. 저것은 또 어쩌라는 것인가. 내게는 별이 천문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시상의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다만 향기도 촉감도 없는 절대 권태의 도달할 수 없는 영원한 피안이다. 별조차가 이렇게 싱겁다. 저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보면 집집에서는 모깃불의 연기가 한창이다. 그들은 마당에서 멍석을 펴고 잔다. 별을 쳐다보면서 잔다. 그러나 그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 그 증거로는 그들은 멍석에 눕자마자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눈을 감자마자 쿨쿨 잠이 든다. 별은 그들과 관계없다. 나는 소화를 촉진시키느라고 길을 왔다갔다 한다. 돌칠 적마다 멍석 위에 누운 사람의 수가 늘어 간다. 이것이 시체와 무엇이 다를까? 먹고 잘 줄 아는 시체--나는 이런 실례로운 생각을 정지해야만 되겠다. 그리고 나도 가서 자야겠다. 방에 돌아와 나는 나를 살펴본다. 모든 것에서 절연된 지금의 내 생활--자살의 단서조차 찾을 길이 없는 지금의 내 생활은 과연 권태의 극권태 그것이다. 그렇건만 내일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는 날이 새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한 밤 저쪽에 또 내일이라는 놈이 한 개 버티고 서 있다. 마치 흉맹한 형리처럼--나는 그 형리를 피할 수 없다. 오늘이 되어 버린 내일 속에서 또 나는 질식할 만치 심심해야 되고 기막힐 만치 답답해해야 된다. 그럼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떻게 지냈던가. 이런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냥 자자! 자다가 불행히--아니 다행히 또 깨거든 최 서방의 조카와 장기나 한 판 두자. 웅뎅이에 가서 송사리를 볼 수도 있고--몇 가지 안 남은 기억을 소처럼 반추하면서 끝없는 나태를 즐기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 불나비가 달려들어 불을 끈다. 불나비는 죽었든지 화상을 입었으리라. 그러나 불나비라는 놈은 사는 방법을 아는 놈이다. 불을 보면 뛰어들 줄도 알고--평상에 불을 초조히 찾아다닐 줄도 아는 정열의 생물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 어디 불을 찾으려는 정열이 있으며 뛰어들 불이 있느냐. 없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암흑은 암흑인 이상 이 좁은 방 것이나 우주에 꽉 찬 것이나 분량상 차이가 없으리라. 나는 이 대소 없는 암흑 가운데 누워서 숨쉴 것도 어루만질 것도 또 욕심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모르는 내일 그것이 또 창 밖에 등대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뿐이다. 1. 글쓴이가 느끼는 내면 심리를 이 작품의 창작 시기인 1930년대의 시대적 현실과 결부시켜 설명하시오. 2. [A]를 바탕으로 글쓴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을 유추하여 서술하시오. 266쪽 2.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작품 안으로) → 주제: 가난 속에서 느낀 행복감 특징: 하나의 주제 아래 세 가지의 짤막한 이야기들로 묶인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따뜻한 인간미와 사랑이 느껴지는 수필이다. (작품 밖으로) ← 물질적 풍요 속에서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경제적 가치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수필로, 어려운 가운데도 따뜻한 사랑이 피어날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보여 주고 있다. 김소운은 ‘물 한 그릇의 행복’ 등 인간미가 담긴 10여 편의 수필집을 냈으며 우리 문학을 일본에 소개한 업적으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1” 그들은 가난한 신혼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_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_^ ….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_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_^ (중략) “3” 다음은 어느 중로의 여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여인이 젊었을 때였다. 남편이 거듭 사업에 실패하자, 이들 내외는 갑자기 가난 속에 빠지고 말았다. 남편은 다시 일어나 사과 장사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사과를 싣고 춘천에 갔다 넘기면 다소의 이윤이 생겼다. 그런데 한 번은, 춘천으로 떠난 남편이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어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제 날로 돌아오기는 어렵지만, 이틀째에는 틀림없이 돌아오는 남편이었다. 아내는 기다리다 못해 닷새째 되는 날 남편을 찾아 춘천으로 떠났다. “춘천에만 닿으면 만나려니 했지요. 춘천을 손바닥만 하게 알았나 봐요. 정말 막막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여관을 뒤졌지요. 여관이란 여관은 모조리 다 뒤졌지만, 그이는 없었어요. 하룻밤을 여관에서 뜬눈으로 새웠지요. 이튿날 아침, 문득 그이의 친한 친구 한 분이 도청에 계시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분을 찾아 나섰지요.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정거장에 들러 봤더니 ….” 매표구 앞에 늘어선 줄 속에 남편이 서 있었다. 아내는 너무 반갑고 원망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트럭에다 사과를 싣고 춘천으로 떠난 남편은, 가는 길에 사람을 몇 태웠다고 했다. 그들이 사과 가마니를 깔고 앉는 바람에 사과가 상해서 제 값을 받을 수 없었다. 남편은 도저히 손해를 보아서는 안 될 처지였기에 친구의 집에 기숙을 하면서, 시장 옆에 자리를 구해 ㉡^_사과 소매_^를 시작했다 267쪽 그래서 어젯밤 늦게서야 겨우 다 팔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보도 옳게 제 구실을 하지 못하던 8·15 직후였으니 …. 함께 춘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차 속에서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그때만 해도 세 시간 남아 걸리던 경춘선, 남편은 한 번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아내는 한 손을 맡긴 채 너무도 행복해서 그저 황홀에 잠길 뿐이었다. 그 남편은 그러나 6·25 때 죽었다고 한다. 여인은 어린 자녀들을 이끌고 모진 세파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커서 대학엘 다니고 있으니, 그이에게 조금은 면목이 선 것도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춘천서 서울까지 ㉢^_제 손을 놓지 않았던 그이의 손길,_^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여인은 조용히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지난날의 가난은 잊지 않는 게 좋겠다. 더구나 그 속에 빛나던 사랑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_“행복은 반드시 부와 일치하진 않는다.”_^는 말은 결코 진부한 일 편의 경구만은 아니다. 내용 구조도 일화 S No. 1 밥 한 공기와 간장의 밥상 일화 S No. 3 기차 안에서 남편이 손을 잡음 → 진정한 감동과 행복을 느낌 →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음. 물질적 풍요와 행복이 일치하지 않음 어휘 풀이 * 변통: 돈이나 물건 따위를 융통함 * 왕후: 왕비 * 걸인: 거지 * 중로: 중늙은이 * 소매: 물건을 생산자나 도매상에게서 사들여 직접 소비자에게 팖 * 경춘선: 서울과 춘천 사이를 잇는 철도 * 세파: 모질고 거센 세상의 어려움 * 진부한: 낡아서 새롭지 못한 구절 풀이 *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남편도 밥을 못 먹었지만 일하느라 배가 고플 아내가 마음 편히 식사를 하도록 자리를 피해줌 * 그이에게 조금은 면목이 선 것도 같아요.: 열심히 살았던 남편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자식들을 키우고 생활을 해왔다는 의미 * 진부한 일 편의 경구만은 아니다.: 오래된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진단 체크) 1. 점심을 먹으러 온 “1”의 아내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행복함을 느낀 이유는? 2. “3”의 아내가 춘천까지 남편을 찾으러 나선 이유는? 3. 두 부부가 공통적으로 처한 상황은? (답) 1. 쪽지를 보고 남편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에 2. 돌아올 날짜가 지났는데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서 3. 경제적 가난으로 인한 곤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75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합리적 사고과정을 거쳐 주제의식에 도달하고 있다. ② 친숙한 사례를 들어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③ 개별적인 사례에서 공통된 깨달음을 이끌어 내고 있다. ④ 보고 들었던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고 있다. ⑤ 일반적 행동 방식을 기준으로 과거의 경험을 분석하고 있다. 2. ㉠과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은 남편의 정성을 확인시켜 준다. ② ㉠은 가난한 생활 형편을 드러낸다. ③ ㉡은 물질적 가치와 관련이 있다. ④ ㉡은 남편의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 ⑤ ㉠과 ㉡ 모두 타인에 대한 미안함이 드러난다. 268쪽 3. 이 글의 주제를 바탕으로 '보기'의 ⓐ를 해석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 ⓐ^_그것이 확실히 문제다._^ 욕심이 없는 웃음의 아름다움 / 없는 떡방아 소리도 / 있는 듯이 들어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가난 속에서도 서로 위로하던 웃음 / 웃다가 서로 불쌍해 /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박재삼, ‘흥부 부부상’ ① 가난하지만 웃으며 행복해할 줄 아는 마음씨가 중요하다. ② 가난했던 지난날의 행복한 기억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다. ③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불행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④ 가족간의 화합을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를 잊을 수도 있어야 한다. 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4. ㉢을 통해 드러나는 심정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앞으로도 도와달라는 요청 ② 사랑하고 있음에 대한 확인 ③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미안함 ④ 아내와 헤어지지 않는다는 약속 ⑤ 자신을 걱정해 준 아내에 대한 감사 서술형 5. ㉮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쓰시오. 6. 이 글을 '보기'와 같이 정리할 때, ㉯의 구체적인 내용을 서술하시오. '보기' 밥 한 그릇과 간장, 행방불명된 남편 → 가난 고생 남편의 쪽지를 읽음, 남편이 손을 잡음 → 행복 26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75쪽 다음은 어느 시인 내외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역시 가난한 부부였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세수를 하고 들어와 아침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시인의 아내가 쟁반에다 삶은 고구마 몇 개를 담아 들고 들어왔다. “햇고구마가 하도 맛있다고 아랫집에서 그러기에 우리도 좀 사 왔어요. 맛이나 보셔요.” 남편은 본래 고구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식전에 그런 것을 먹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아내를 대접하는 뜻에서 그 중 제일 작은 놈을 하나 골라 먹었다. 그리고, 쟁반 위에 함께 놓인 홍차를 들었다. “하나면 정이 안 간대요. 한 개만 더 드셔요.” 아내는 웃으면서 또 이렇게 권했다. 남편은 마지못해 또 한 개를 집었다. 어느새 밖에 나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남편은 “인제 나가 봐야겠소. 밥상을 들여요.” 하고 재촉했다. “지금 잡숫고 있잖아요. 이 고구마가 오늘 우리 아침밥이어요.” “뭐요?” 남편은 비로소 집에 쌀이 떨어진 줄을 알고, 무안하고 미안한 생각에 얼굴이 화끈했다. “쌀이 없으면 없다고 왜 좀 미리 말을 못 하는 거요? 사내 봉변을 시켜도 유분수지.” 뿌루퉁해서 한 마디 쏘아붙이자, 아내가 대답했다. “저의 작은아버님이 장관이셔요. 어디를 가면 쌀 한 가마가 없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잖아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아내 앞에, 남편은 묵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가슴 속에는 형언 못 할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 왔다. 1. 이 글에서 드러나는 아내의 말하기와 남편의 말하기 방식을 비교하고 거기에서 드러나는 심리 및 태도를 설명하시오. 2. [A]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고 아내의 발언을 평가하시오. 270쪽 ^[03. 자연과 인생 1. 이양하, ‘신록 예찬’ (작품 안으로) → 주제: 신록에 대한 예찬 특징: 이 글은 자연 현상에서 느낀 정서적 체험에 충분한 사색을 곁들인 글로, 인생에 대한 태도나 자연에 대한 심미안적인 통찰력을 드러내고 있는 수필이다. 자연의 혜택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적 태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수필은 신록의 무한한 혜택에 감사하고, 신록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그 가운데서 세속적 욕망에 찌든 인간의 삶을 반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우리가 비록 ^_빈한하여_^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_가난하여_^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우리 연전 일대를 덮은 신록은 어제보다도 한층 더 깨끗하고 신선하고 생기 있는 듯하다. 나는 오늘도 나의 문법 시간이 끝나자, 큰 무거운 짐이나 벗어 놓은 듯이 옷을 훨훨 떨며, 본관 서쪽 숲 사이에 있는 나의 자리를 찾아 올라간다. 나의 자리래야 솔밭 사이에 있는, 겨우 걸터앉을 만한 조그마한 소나무 그루터기에 지나지 못하지마는, 오고 가는 여러 동료가 나의 자리라고 명명하여 주고, 또 나 자신도 하룻동안에 가장 기쁜 시간을 이 자리에서 가질 수 있으므로,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마다 나는 한 특권이나 차지하는 듯이, 이 자리를 찾아 올라와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 멀리 군속을 떠나 고고한 가운데 처하기를 원하는 선골이 있다거나, 또는 나의 성미가 남달리 괴팍하여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사람으로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사람 사이에 살고, 사람 사이에서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곁에 비록 친한 동무가 있고, 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않을 수 없으며, 그의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사람이란--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거나, 271쪽 또는 오욕 칠정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데 마음에 영일을 가지지 못하는 우리 이란, 어떻게 비소하고 어떻게 저속한 것인지, 결국은 이 대자연의 거룩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조화를 깨뜨리는 한 오점 또는 한 잡음밖에 되어 보이지 아니하여, 될 수 있으면 이러한 때를 타서, 잠깐 동안이나마 사람을 떠나,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에도 신록이다. 주객 일체, 물심일여라 할까, 현요하다 할까, 무념무상, 무장무애, 이러한 때 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스럽고, 또 이러한 때 나에게는 ㉠^_아무런 감각의 혼란도 없고,_^ 심정의 고갈도 없고, 다만 무한한 풍부의 유열과 평화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때에 비로소 나는 모든 오욕과 모든 우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마음의 상극과 갈등을 극복하고 고양하여,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내용 구조도 * 서두: 오월의 자연이 주는 혜택 * 본문 --신록이 주는 혜택: 기쁨과 위안 --신록을 찾는 이유: 자연과의 동화 어휘 풀이 * 군속: 많은 세상 사람들. 번잡한 세속의 무리 * 선골: 세속을 초월한 신선 같은 기질과 풍모 * 영일: 걱정 없이 평안한 날 * 비소하고: 보잘것없이 작고 * 물심일여: 마음과 물질, 즉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됨 * 현요하다: 눈이 부시게 빛나고 찬란하다. * 무념무상: 일체의 잡념이 없는 고요한 마음의 상태 * 무장무애: 마음에 아무런 집착이 없는 평온한 상태 * 유열: 유쾌하고 기쁨 * 상극: 서로 잘 어울리지 않고 충돌함 * 고양하여: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 구절 풀이 * 사람으로서~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점은 사회를 이루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 기쁨의 속삭임이~수수되고: 아름답고 풍성한 오월의 대자연이 흡사 저희들끼리만 남모르게 삶의 기쁨을 속삭이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고 * 세속에 얽매여~알지 못하고: 이해타산만 따지는 세속적인 삶에 얽매여 바로 우리 가까이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 풀과 나무와~억제할 수가 없다.: 신록을 찾아 누려서 자연과 동화되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난다. (진단 체크) 1. 이 글의 주제를 쓰시오. 2. 이 글에서 신록과 대조하고 있는 대상을 찾아 쓰시오. 3. ^_사람_^을 비유하고 있는 어휘를 두 개를 찾아 쓰시오. (답) 1. 신록을 찾는 이유와 신록의 혜택 2. 사람 3. 오점, 잡음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76쪽 1. 이 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 오월의 찬미: 오월은 자연이 우리에게 가장 풍성한 혜택을 주는 계절임 ① * 신록을 찾기를 좋아함: 나의 자리--신록을 찾아 명상을 즐김 ② * 나의 인간관: 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인간의 하나. 사람 사이에 살고 사람 사이에서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함 ③ * 신록을 찾는 이유: 친한 동무와 기쁨과 재미를 공유할 수 있음. 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고 싶음 ④ * 신록이 주는 혜택: 신록의 힘--기쁨과 위안을 줌. 신록의 혜택--유열과 평화, 조화와 질서의 세계로 이끎 ⑤ 272쪽 2. 인간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을 비판하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간을 비소하고 저속하다고 표현한 것은 너무 지나친 말이군. ②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나태함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군. ③ 인간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간과하고 있군. ④ 인간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함께 들어 있어 일관성을 잃고 있군. ⑤ 글쓴이와 달리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군. 3. 자연을 대하는 글쓴이의 삶의 태도와 거리가 먼 것은? ① 수국의 ^4,5,3456,5,3456,2^히 드니 고기마다 ^6,5,3456,2^져 ?다. 만경딩파의 슬^124,5,3456^지 용여^245,5,3456^쟈. 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욱 됴타. --윤선도 ② 청산은 엇뎨^245,5,3456^야 만고에 프르르며 유수^14,5,3456,25^ 엇뎨^245,5,3456^야 주야에 긋지 아니^14,5,3456,25^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245,5,3456^리라. --이황 ③ 초암이 적료^245,5,3456,25^데 벗 업시 혼자 안^46,5,3456^ 평조 한 닙에 백운이 절로 존다. 어느 뉘 이 죠흔 뜻을 알리 잇다 ^245,5,3456^리오. --김수장 ④ 십 년을 경영^245,5,3456^여 초려삼간 지어내니 나 ^245,5,3456,25^ 간 ^24,5,3456,2^ ^245,5,3456,25^ 간에 청풍 ^245,5,3456,25^ 간 맛져두고 강산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 ⑤ 홍진을 다 떨치고 죽장망혜 집고 신고 요금을 빗기 차고 서호로 드러가니 노화에 떼 만흔 갈며기^14,5,3456,25^ 내 벗인가 ^245,5,3456^노라. --김성기 4. ㉠의 문맥적 의미를 바르게 풀이한 것은? ① 본능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② 감각적인 욕구에 빠지지 않고 ③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④ 현상에 대해 아무런 감각도 못 느끼고 ⑤ 아무런 편견 없이 현상을 인식할 수 있고 서술형 5. 자연과 인간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6. ^_빈한하여_^와 ^_가난하여_^의 문맥적 의미를 고려하여 그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27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76쪽 초록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이 없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 시대--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다. 이 시대는 신록에 있어서 불행히 짧다.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혹 2, 3주일을 셀 수 있으나,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불과 3, 4일이 되지 못하여,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가 버린다.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 또는 낙엽송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한 향훈, 참으로 놀랄 만한 ㉠^_자연의 극치_^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1. 이 글에서 글쓴이는 ‘담록’을 ㉠과 같이 예찬하고 있다. ‘담록’의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부분을 모두 찾아 쓰시오. 2. 자연을 대하는 글쓴이의 태도를 '보기'의 화자와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쇼향노(소향로) 대향노(대향로) 눈 아래 구버보고, 졍양^6,5,3456^(정양사) 진헐^24,5,3456,1235^(진헐대) 고텨 올나 안^46,5,3456,25^마리, 녀산(여산) 진면목이 여긔야 다 뵈^14,5,3456^다. 어와, 조화옹이 헌^6,5,3456^토 헌^6,5,3456,245,5,3456,2^샤. ^14,5,3456,2^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부용을 고잣^14,5,3456,25^ ^24,5,3456,3^, ^12,5,3456,1235,1^옥(백옥)을 믓것^14,5,3456,25^ ^24,5,3456,3^, 동명을 박^56,5,345614,5,3456,25^ ^24,5,3456,3^, 북극을 괴왓^14,5,3456,25^ ^24,5,3456,3^. 놉흘시고 망고^24,5,3456,12354^(망고대), 외로올샤 혈망봉이 하^14,5,3456,2^의 추미러 므^6,5,3456^ 일을 ^6,5,3456^로리라 쳔만겁(천만겁) 디나^24,5,3456^록 구필 줄 모^5,5,3456,14,5,3456,25^다. 어와 너여이고, 너 ^4,5,3456,125,5,3456^니 ? 잇^14,5,3456,25^가. --정철, ‘관동별곡’ 274쪽 2. 한흑구, ‘보리’ (작품 안으로) → 주제: 보리의 강인한 생명력과 넉넉함 예찬 특징: 이 글은 늦가을에 심은 보리가 추위를 이겨 내고 이듬해 봄에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보리의 덕성을 의인화하여 예찬한 수필이다. (작품 밖으로) ← 이 글은 강인하고 넉넉한 보리의 덕성과 더불어 농부의 성실하고 의지적인 성품을 강조함으로써, 산업화한 사회 속에서 나약하고 성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농부의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1” 보리. 너는 차가운 땅 속에서 온 겨울을 자라왔다. 이미 한 해도 저물어, 벼도, 아무런 곡식도 남김없이 모두 다 거두어들인 뒤에, 해도 짧은 늦은 가을날, 농부는 밭을 갈고 논을 잘 손질하여서 너를 차디찬 땅 속에 깊이 묻어 놓았었다. 차가움에 응결된 흙덩이들을 호미와 고무래로 낱낱이 부숴 가며, 농부는 너를 추위에 얼지 않도록 주의해서 굳고 ㉠^_차가운 땅_^ 속에 깊이 심어 놓았었다. “씨도 제 키의 열 길이 넘도록 심어지면 움이 나오기 힘이 든다.” 옛 늙은이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며, 농부는 너를 정성껏 땅 속에 묻어 놓고, 이에 늦은 가을 짧은 해도 서산을 넘은 지 오래고, 날개를 자주 저어 까마귀들이 깃을 찾아간 지도 오랜, 어두운 들길을 걸어서 농부는 희망의 봄을 머릿속에 간직하며, 굳어진 허리도 잊으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2” 온갖 벌레들도, 부지런한 꿀벌들과 개미들도, 다 제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의 산새들만이 나지막하게 울고 있던 무덤가에는, 온 여름 동안 키만 자랐던 억새풀 더미가, 갈대꽃 같은 솜꽃만을 싸늘한 하늘에 날리고 있었다. 물도 흐르지 않고, 다 말라 버린 갯장변 밭둑 위에는 앙상한 가시덤불 밑에 늦게 핀 들국화들이 ㉡^_찬 서리_^를 맞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논둑 위에 깔렸던 잔디들도 푸른빛을 잃어버리고, 그 맑고 높던 하늘도 검푸른 구름을 지니고 찌푸리고 있는데, 너, 보리만은 차가운 대기 속에서도 솔잎과 같은 새파란 머리를 들고 하늘을 향하여, 하늘을 향하여 솟아오르고만 있었다. 이제 모든 화초는 지심 속의 따스함을 찾아서 다 잠자고 있을 때, 너, 보리만은 억센 팔들을 내뻗치고, 새말간 얼굴로 생명의 보금자리를 깊이 뿌리박고 자라왔다. 날이 갈수록 해는 빛을 잃고 따스함을 잃었어도, 너는 꿈쩍도 아니하고 그 푸른 얼굴을 잃지 않고 자라 왔다. 칼날같이 매서운 바람이 너의 등을 밀고, 얼음같이 ㉢^_차디찬 눈_^이 너의 온몸을 엎눌러도, 너는 너의 푸른 생명을 잃지 않았었다. 지금 어둡고 차디찬 눈 밑에서도, 너, 보리는 장미꽃 향내를 풍겨 오는 그윽한 ㉣^_유월의 훈풍_^과 노고지리 우짖는 새파란 하늘과, 산 밑을 훤히 비추어 주는 태양을 꿈꾸면서, 오로지 기다림과 희망 속에서 아무 말이 없이 참고 견디어 왔으며, 삼월의 맑은 하늘 아래 아직도 ㉤^_쌀쌀한 바람_^에 자라고 있다. 275쪽 “3” 춥고 어두운 겨울이 오랜 것은 아니었다. 어느덧 남향 언덕 위에 누렇던 잔디가 파아란 속잎을 날리고, 들판마다 민들레가 웃음을 웃을 때면, 너, 보리는 논과 밭과 산등성이에까지, 이미 푸른 바다의 물결로써 온 누리를 뒤덮는다. 낮은 논에도, 높은 밭에도, 산등성이 위에도 보리다. 푸른 보리다. 푸른 봄이다. 아지랑이를 몰고 가는 봄바람과 함께 온 누리에 푸른 봄의 물결을 이고, 들에도 언덕 위에도 산등성이 위에도 봄의 춤이 벌어진다. 푸른 생명의 춤, 새말간 봄의 춤이 흘러넘친다. 이윽고 봄은 너의 얼굴에서, 또한 너의 춤 속에서 노래하고 또한 자라난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너의 푸른 얼굴들이 새 날과 함께 빛날 때에는, 노고지리들이 쌍쌍이 짝을 지어, 너의 머리 위에서 봄의 노래를 자지러지게 불러 대고, 너의 깊고 아늑한 품 속에 깃을 들이고 사랑의 보금자리를 틀어 놓는다. 내용 구조도 늦가을에 심는 보리 → 겨울 추위를 이기는 보리 → 봄 기운에 익어 가는 보리 → 보리의 생명력 예찬 어휘 풀이 * 응결: 한데 엉기어 뭉침 * 고무래: 곡식을 긁어모으고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거나 아궁이의 재를 긁어모으는 데에 쓰는 ‘넷째 천간 정’ 자 모양의 기구 * 깃: 본래 새의 털을 말하나, 여기서는 옛 뜻인 ‘보금자리’의 의미로 쓰였다. ‘깃들다, 깃들이다’ 등 참고 * 갯장변: 바닷가의 사투리. 대개 돌이나 자갈이 있는 바닷가를 가리킴 * 지심: 지구의 중심 * 새말갛다: 아주 깨끗하고 맑다. * 훈풍: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 * 노고지리: 종다리(종달새). 흔히 보리밭이나 밀밭에 보금자리를 지음 구절 풀이 * 농부는 너를~심어 놓았었다.: 새봄에 보리가 나올 것을 기대하며 농부가 정성들여 보리를 심었다. * “씨도 제~힘이 든다.”: 곡식의 씨앗을 너무 깊이 심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정성들여 심어야 한다는 교훈을 함축한 말이다. * 이에 늦은 가을~돌아오곤 했다.: 날이 저물도록 농부들은 결실의 계절인 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 보리를 심고 키운다. 여기서 보리의 생명력과 농부의 참을성에 대한 작가의 예찬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진단 체크) 1. 이 글에서는 ‘보리’를 의인화하여 ( )라고 지칭함으로써 친밀감을 높이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2.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보리의 일생을 표로 나타낼 때, 빈칸에 알맞은 말을 쓰시오. 단락 1 계절: 늦은 가을 보리의 일생: ⓐ 보리의 상징성: 희망에 대한 기대 단락 2 계절: 겨울 보리의 일생: 싹이 남 보리의 상징성: ⓑ 단락 3 계절: ⓒ 보리의 일생: 푸르게 자람 보리의 상징성: 생동하는 생명력 (답) 1. 너 2. ⓐ 씨를 뿌림 ⓑ 끈질긴 생명력 ⓒ 봄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77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제재에 대한 예찬적 태도가 드러나 있다. ② 교훈적 관점에서 제재의 속성을 그리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④ 제재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속성을 대조하고 있다. ⑤ 제재의 속성을 인생의 의미에서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276쪽 2. 이 글과 '보기'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까치 소리는 반갑다. 아름답게 굴린다거나 구슬프게 노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기교 없이 가볍고 솔직하게 짖는 단 두 음절 ‘깍 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깍’은 얕게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이 그저 반갑다.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금도 아침에 문을 나설 때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날은 기분이 좋다. (중략) 아침 까치가 짖으면 반가운 편지가 온다고 한다. 이 말이 가장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 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반가운 소식의 예고같이 희망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윤오영, ‘까치’ ① 이 글과 '보기' 모두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② 이 글과 '보기' 모두 대상에 대해 연민의 정을 드러내고 있다. ③ 이 글과 '보기' 모두 대상의 특징을 분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이 글과 '보기' 모두 대상이 지닌 본연적 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⑤ 이 글은 시각적 심상, '보기'는 청각적 심상을 통해 대상에 대한 정서를 환기하고 있다. 3. '보기'의 ‘잠 못 든 이’를 이 글의 ‘보리’라고 가정했을 때, ㉠~㉤ 중 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보기' 우리가 눈발이라면 /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 따뜻한 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 새 살이 되자.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이 글에 주로 사용한 표현 및 서술 방법을 한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5. 이 글을 통하여 이끌어 낼 수 있는 인생의 교훈을 한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27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77쪽 "4" 어느덧 갯가에 서 있는 수양버들이 그의 그늘을 시내 속에 깊게 드리우고, 나비들과 꿀벌들이 들과 산 위를 넘나들고, 뜰 안에 장미들이 그 무르익은 향기를 솜같이 부드러운 바람에 풍겨 보낼 때면, 너, 보리는 고요히 머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온 겨울의 어둠과 추위를 다 이겨 내고, 봄의 아지랑이와 따뜻한 햇볕과 무르익은 장미의 그윽한 향기를 온몸에 지니면서, 너, 보리는 이제 모든 고초와 비명을 다 마친 듯이 ㉠^_고요히 머리를 숙이고, 성자인 양 기도를 드린다._^ "5" 이마 위에는 땀방울을 흘리면서, 농부는 기쁜 얼굴로 너를 한 아름 덥석 안아서, 낫으로 스르릉스르릉 너를 거둔다. 농부들은 너를 먹고 살고, 너는 또한 농부들과 함께 자란다. 너, 보리는 그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자라나고, 또한 농부들은 너를 심고, 너를 키우고, 너를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6" 보리, 너는 항상 그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 ㉠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서술하시오. 2. 이 글의 작가의 입장에서 '보기'의 화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1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조건' 화자가 지닌 문제와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 '보기'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이거나. --신경림, ‘농무’ 278쪽 ^[실전문제 정답과 해설 78~79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내가 이 ㉮^_초가집_^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전의 일로서, 그때 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다고 생각된다. 내 형제들은 3남 2녀가 되지만 모두가 그때 중국 땅에 망명을 가서 생사를 모르던 때였다. 홀어머니는 막내아들인 나 혼자만을 데리고 남의 집 삯바느질로 겨우 연명을 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님이 갑자기 병이 들어서 두 달 동안을 병석에 앓아눕게 되었다. 추운 겨울철이었기 때문에 우리 모자는 그야말로 기한에 주리고 떨게 되었었다. 이웃 사람들이 이 딱한 꼴을 보다 못해서 나를 호떡 파는 곳에다가 취직을 시켜 주었다. 낮에는 주린 배를 움켜잡고서 그래도 학교엘 나가고, 밤에는 호떡 상자를 메고 다니면서 ㉠_^밤늦게까지 호떡을 팔면 겨우 그 날의 밥벌이는 되었던 것이다._^ 어느 날 밤 나는 호떡 상자를 어깨 위에 메고서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맛 좋은 호떡 사이소, 호떡.” 하고 외치면서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침 길가에 있던 조그마한 초가집 들창문이 덜커덩 열리더니 거무스레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_^“호떡 5전어치만 주라.” 중년 남자는 돈을 쥔 손을 쑥 내밀었다._^ 어스름 램프 불이 졸고 있는 좁은 방 안에는 나보다 나이 어린 두 오누이가 있었고, 그 옆에는 어머님인 듯한 중년 부인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호떡 한 개 값은 1전이고, 5전 어치를 한꺼번에 사면 덤으로 한 개씩 더 끼워서 주던 때였다. 중년 남자는 호떡 여섯 개를 받아서는 오누이에게 각각 두 개씩을 나누어 주고는 나머지 두 개 중에서 한 개를 중년 부인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_덜커덩 창문이 닫히고 말았다._^ 창문의 닫힌 방 안에서는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 소리와 함께 네 식구들이 호떡 먹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나는 어릴 때 한 번도 이러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맛본 일이 없었다. 일찍이 유복자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버지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또 두 형제간의 정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애정 실조증에 걸리어 홀어머님 밑에서 살인적인 가난과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자라난 나에게 이 날 밤 초가집의 흐뭇한 가족적 분위기는 나에게 있어서 뼈에 사무치도록 부럽고도 그리운 광경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머릿속에는 이 초가집 풍경이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의 상징으로서 판에 박혔고, 내 몸과 마음이 외로울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호박꽃 같은 램프 불이 피어 있는 그 창문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 속에서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 소리와 함께 호떡 씹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것이 원이 되고 한이 되어 내 형제들은 왜놈들 치하에서 모두가 가정을 버리고 놈들의 철장 속에서 또는 이역 땅 망명의 길에서 숨져갔지마는, ㉣^_나 혼자만이 비겁하게도 어떻게 하여서라도 집을 지키면서 어머님을 뫼셔 알뜰한 가정을 한번 가져보고 죽겠다고 오늘날까지 몸부림을 쳐왔던 것이다._^ 그때로부터 40여 년의 세월이 탁류로 흘러가 버린 지금, 나는 초가집보다는 몇 배나 더 큰 ‘콘크리트’ 집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가족들을 거느리게 되었지마는, 어쩐지 아직까지도 그날 밤의 그 초가집 창가의 광경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_근년에 사랑하는 큰 자식놈을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리고, 이따금씩 아내마저 그 거리가 무척 멀어져 가는 밤이면 나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는 곧잘 이 초가집 창가를 찾아왔던 것이다._^ 그러면 호박꽃 같은 램프의 불이 피어 있는 초가집 창가에서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언제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와 함께 호떡을 씹는 소리가 그 방에서 잔잔히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리운 내 동화 속의 이 초가집도 헐리어 온데간데없어졌고 ^_㉤스산한 가을비가 내리는 이 외로운 밤_^을 나는 혼자서 진정코 어디로 가야만 한단 말인가? --박문하, ‘잃어버린 동화’ 279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거의 잘못을 깨달아 가고 있다. ② 현실에 만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③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④ 자신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⑤ 부정적 현실이지만 감사해하고 있다. 2. 이 글의 작가에게 제기할 수 있는 의문으로 적절한 것은? ① 지금 당신이 가진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까? ②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날들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③ 가진 것들을 남들에게 베풀면 더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④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면 과연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요? ⑤ 당장이 외롭다고 현실을 원망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까요?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기' ⓐ 불우했던 옛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이다. ⓑ 새것만을 추구하는 현실의 모습을 고발하는 소재이다. ⓒ 소리없이 사라져가는 전통적 가치를 내포하는 상징물이다. ⓓ 자신의 처지와 다르게 느껴지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다.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280쪽 4.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어렵게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절박한 생활 형편이로군. ② ㉡: 과거의 기억을 또렷하고도 생생하게 되살려 회상하고 있어. ③ ㉢: 지치고 힘든 처지의 아이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있어. ④ ㉣: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자기 비판이 부족한 상태로 견뎌온 이유가 드러나 있어. ⑤ ㉤: 서술자의 쓸쓸한 심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어. 5. ㉯의 서술자에게 '보기'의 화자가 건넬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김현승, ‘눈물’ ① 더 큰 목적을 위해 신이 내리는 시련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②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도 분명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여야겠지요. ③ 자식을 잃은 슬픔을 잊으려면 좀 더 바쁘게 생활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④ 도시를 떠나 자연에 머무른다면 조금은 외로워도 이별의 상처를 겪지 않을 수 있습니다. ⑤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좀 더 보람된 삶을 사는 것은 어떨까요? 281쪽 [6~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경복궁에 볼 일이 생겨 들어설 때마다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국립 중앙박물관의 돌층계부터 바라보게 된다. 반듯하게 누워 있는 가지런한 돌층계, 보이지 않는 손짓으로 올라와 보라고 하는 것 같아 자꾸 눈길이 끌린다.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지만 돌층계가 날 시험해 보려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층계가 날 시험해 볼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공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마 평소의 내 생활 의식 때문이리라. 성실하지 못했던 생활 의식의 탓이 아니랴. 많은 돌층계를 우리는 밟고 오르며 산다. 층계를 밟고 오를 때마다 그것은 내게 삶의 계단으로 떠올라, 헛디딜세라 조심이 된다. 어차피 인생은 끝이 있는 층계를 딛고 올라서며 사는 것이다. 한 층에 한 걸음이 맞도록 계단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두 단, 세 단씩 뛰어오르려는 충동을 느껴 왔었다. 이렇게 서두르거나 남보다 앞서려거나, 또는 남을 밀치고 먼저 나서려는 데서 헛딛는 실수나 넘어지는 확률은 커지게 마련이다. 한 층에 한 걸음, 한 발짝씩 밟아 오르게 되어 있는 것이련만, 두 층, 세 층을 한꺼번에 건너뛰어 밟으려는 욕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생 추락이나 도중 탈락, 도중하차를 해 왔던가? 우리는 인생을 너무 쉽게 살려고만 허둥거리며 살아 왔다. 차근히 한 층, 한 층 밟아야만 할 과정을 다 밟고 올라가는 성실한 사람을 오히려 어리석게 여기는 눈길로 바라보거나, 또는 약삭빠르게 잔재주로 앞지르려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눈길로 바라보았었다. 얼마나 높게 오르느냐 하는 것만을 고개 들어 쳐다보았기에, 쉽게 오르려 했었다. 남보다는 조금 더 많이 오르려는 욕심 때문에, 남을 제치거나 딛고 올라서려 했었다. 끝이 있는 삶의 계단에 얼마나 높게,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 하는 것이 별로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이제야, 힘이 드는 나이에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립 중앙박물관의 높은 돌계단이 보이지 않는 손짓으로 내 삶의 성실성을 시험해 보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야, 내 삶의 계단을 얼마쯤 올라서서, 지금 내가 선 곳이 어디쯤인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수없이 많은 층계를 밟아 오르면서, 과정을 무시하지 않고 얼마나 차근히 제대로 발을 옮겼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다리에 힘주고 무릎을 짚어 가면서 이마의 땀을 씻게 되니, 한 층, 한 층 올라 딛고 서는 그 힘겨움에서 과연 얼마나 보람을 느꼈었는지 이제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나 비틀거렸는지, 얼마나 숨차게 헐떡이며 남을 밀쳤는지, 몇 번이나 헛디딜 뻔했는지, 또 뒤에서 남 보기에 흉하도록 갈지(지) 자로 왔다 갔다 했었는지 …. 그것을 헤아리는 동안 내 그림자가 길어진다. 어렸을 적, 고향의 ㉠^_돌층계_^에서 동무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며 누가 먼저 오르느냐를 놓고 쌈 싸우듯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도, 기울어져 비끼는 햇살에 그림자가 길어지면, 돌층계에 꺾여진 그림자 밟기를 하면서 놀았었다. 누가 많이 이겨 돌층계에 먼저 올랐든 간에, 그림자가 길게 돌층계에 늘어지게 되면, 해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미련 없이 내려와 그곳을 떠났었다. 지금 내 삶의 층계에서는, 앞으로 내 인생의 계단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았는지 헤아릴 길이 없다. 다만, 인생의 해가 지게 되면 미련 없이 비켜서서 내려오게 될 것이다. 밟게 되어 있는 층계 한 단씩을 딛고 밟아 올라서면서 다리가 무겁도록 힘이 들어도, 되도록 성실하게 내딛는 바로 그때 그 순간에 느끼는 것이 결국 보람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경환, ‘돌층계’ 282쪽 6.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거를 반성하며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 주고 있다. ② 부정적 현실을 드러내며 탄식의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 ③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④ 일상적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여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⑤ 힘들었던 과거를 기억하며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7. 이 글의 내용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을 때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돌충계 한 걸음씩 오르게 설계 → ① 서두르면 헛딛거나 넘어짐 언젠가 끝이 있음 → ③ 내려와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 얼마나 높고, 빠르게 오르냐 → ⑤ 남들보다 더 많이 오르려는 욕심 인생 밟아야 할 과정 → ② 과한 욕심으로 추락하거나 도중하차 영원히 살 수 없음 → ④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음 얼마나 높고, 빠르게 오르냐 → 남들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려는 욕심 8. 이 글의 주제 의식을 통해 반성해야 할 삶의 태도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성실하게 재산을 모으기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태도 ② 인생의 가치를 남들과 비교하여 찾으려고만 하는 태도 ③ 노력과 열정은 쏟지 않은 채 목표만을 달성하려는 태도 ④ 현재의 일을 마무리짓지 않고 새로운 일만 벌이려는 태도 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행동하는 태도 283쪽 [9~10] '보기'의 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국민학교를 나온 형이 화월여관 심부름꾼으로 있을 때 그 ㉮^_층층계_^ 밑에 옹송그리고 얼마를 떨고 있으면 손님들이 먹다가 남은 음식을 싸서 나를 향해 남몰래 던져 주었다.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누이동생이 부황에 떠서 그래도 웃으면서 반가이 맞이했다. 나는 맛있는 것을 많이 많이 먹었다며 빤한 거짓말을 꾸미고 문득 뒷간에라도 가는 척 뜰에 나서면 바다 위에는 달이 떴는데 내 눈물과 함께 안개가 어려 있었다. --박재삼, ‘추억에서 30’ 9. 이 글의 ㉠과 '보기'의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 ㉠은 미래의 상황으로 확장되고 있다. ⓑ ㉠은 개별적 경험과 상황에 연관되어 있다. ⓒ ㉮는 한 개인의 성장 과정에 비유되고 있다. ⓓ ㉮는 부정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 ㉠과 ㉮ 모두 과거의 기억에 연관되어 있다.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10. 이 글의 서술자를 [A], '보기'의 화자를 [B]라 할 때, 이들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주제로 나눈 대화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A]: 인생은 계단을 오르는 과정처럼 끝없이 힘들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② [B]: 그렇지요. 저도 유년시절을 떠올리면 사는 것이 고생인 것만 같아 힘들었습니다. ③ [A]: 그래도 올라가면 내려올 날도 있을 테니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성실하게 살아봅시다. ④ [B]: 예, 인생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그 시절도 돌이켜볼 때가 오기 마련이거든요. ⑤ [A]: 맞습니다. 또, 힘든 과정 속에서도 보람을 찾는 것이 소중합니다. 284쪽 ^[IV. 희곡·시나리오 희곡·시나리오의 이해 주제 01. 비극적인 민중의 삶 주제 02. 현실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 주제 03. 전통적 정서의 극적 형상화 실전문제 286쪽 ^[희곡·시나리오의 이해 희곡 1. 희곡의 본질 (1) 희곡은 연극의 대본으로,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다. (2) 문자로 기록되었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연극성을 동시에 지니는 문학이다. (3) 희곡은 허구적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과 같으나, 소설처럼 서술자에 의해 사건을 묘사하거나 서술하지 않고 등장인물의 대화와 행동으로 사건을 제시하는 문학이다. 2. 희곡의 특성 (1) 허구의 문학: 희곡은 꾸며 낸 이야기이다. (2) 갈등의 문학: 인간과 세계의 갈등을 가장 집약적이고 직접적으로 다루는 문학이다. (3) 무대 상연의 문학: 희곡은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문학으로 시·공간, 등장인물의 수, 심리 묘사에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 (4) 행동의 문학: 희곡은 인간의 행동을 표현한 문학이다. 즉, 희곡은 배우에게 연기를 지시하여 무대 위에서 인간의 행동을 표출하는 것으로 대사·동작·휴지가 포함되며, 행위자의 의지가 내재된다. (5) 대사의 문학: 사건 전개 및 인물의 성격 구현, 주제의 형상화가 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6) 현재화된 인생 표현: 현재화된 이야기의 직접 전달로 관객과 작가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3. 희곡의 구성 (1) 형식상의 요소 ① 해설: 희곡의 첫머리 부분으로 막이 오르기 전후에 필요한 무대 장치, 인물, 배경(시간, 공간) 등을 설명하는 글이다. ② 지문: 배경, 효과, 인물 소개 및 무대 설명, 인물의 행동을 지시하고 설명한다. 주로 현재형으로 쓴다. * 행동 지시문: 등장인물의 동작, 표정, 말투, 입장 및 퇴장, 조명, 심리 등을 지시 * 무대 지시문: 작품의 배경, 등장인물, 무대 장치 및 소도구의 배치, 음향 효과 등의 처리를 지시 ③ 대사: 등장인물이 하는 말로, 모든 극적인 주제와 사건은 대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 대화: 두 사람 이상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 독백: 상대방 없이 혼자 하는 말 * 방백: 관객에게는 들리나 상대역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고 하는 대사. 무대에 서 있는 인물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어 자기의 의도를 말해 주는 수법 (2) 내용상의 요소 ① 인물: 의지적, 전형적, 개성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287쪽 ② 사건: 갈등을 중심으로 하나의 주제를 향하여 긴장을 몰고 가는 압축되고 통일된 전개이어야 한다. ③ 배경: 사건이 전개되는 때와 장소이다. (3) 희곡의 분할 단위 ① 막: 몇 개의 장으로 이루어지며, 막(curtain)을 올리고 내리는 데서 생기는 구분이다. 서구 근대극 이후에 생긴 것으로 연극 및 희곡의 길이와 행동을 구분하는 개념이 된다. ② 장(場): 막의 하위 단위로, 희곡의 기본 단위이다. 전체 가운데 하나의 독립된 장면으로, 하나의 막 가운데서 어떤 하나의 배경으로 진행되는 장면의 구분이다. 따라서, 배경이 바뀌고, 인물의 등장이나 퇴장으로 그 구분이 이루어진다. (4) 희곡의 구조 19세기 중엽 프라이타그(Gustav Freytag)가 ‘희곡의 기교’에서 말한 5단계 구조론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① 발단: 사건과 구성의 단계가 예시되고 인물이 소개되는 단계이다. 시간과 장소, 극적 분위기가 소개되면서 앞으로 있을 사건을 암시하며, 이 단계에서 갈등과 분규가 내포된다. ② 전개: 발단에서 시작된 사건이 더 복잡해지고 갈등과 분규를 일으키며 긴장과 흥분을 더해 가는 단계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사건이 절정에 올라가는 극의 중심 부분이며, 관객의 흥미와 주의를 끄는 부분이므로 개연성 있게 전개되어야 한다. ③ 절정: 발단에서 시작된 사건은 전개를 지나면서 몇 번의 위기를 거쳐 마침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심리적 갈등이나 의지의 투쟁, 주동 세력과 반동 세력 사이의 대결이 최고조에 이른다. ④ 하강: 절정을 거친 뒤에 파국과 대단원을 향해서 가는 부분으로, 절정에서 극적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한 뒤에 반전하여 극의 해결을 지향해 가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독자는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⑤ 대단원: 극적 갈등과 투쟁이 끝나고 사건이 종결된다. 4. 희곡 감상의 특수성과 유의점 (1) 희곡 감상의 특수성 ① 연극을 전제로 한 희곡은 눈으로 작품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연극 무대를 떠올려야만 등장인물의 심리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② 사건의 긴장된 국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의 흐름이 독자 자신의 감정의 호흡과 일치되어야만 올바른 감상이 이루어진다. (2) 희곡 감상의 유의점 ① 작품에서 시간과 장소, 인물의 행동이 어떻게 하나의 주제를 구성해 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② 희곡은 이야기나 사건보다 인물의 성격 창조를 중시하기 때문에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의 의지가 어떻게 갈등을 빚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③ 희곡은 설명이나 묘사가 아니라 인물의 행동이 사건을 진행시켜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줄거리가 어떠한 행동에 의하여 입체적으로 짜여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④ 희곡의 행동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속임수가 아니라 필연적인 관계에 따라 전개되는 것이므로 전후 행위의 인과 관계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연극의 약속 연극과 관객 사이에 맺어진 자연스러운 약속이며 제약이다. * 배우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실제 인물로 간주하고, 배우의 행동도 실제 행동으로 간주한다. * 독백과 방백은 무대 위에 있는 다른 인물이 듣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 무대는 가공의 장소이지만 희곡에서는 이를 현실로 받아들인다. 희곡의 분류 (1) 내용에 따른 분류 ① 비극 * 위대한 인물의 불행한 상황 * 초월적 질서에 의한 인간의 소외 표현 * 공포와 연민을 통한 감정의 카타르시스 ② 희극 * 하찮은 인물의 일상적 상황 * 풍자, 해학, 기지로 인간 사회의 불합리성 표현 * 행복한 결말 * 풍자와 해학으로, 웃음을 통한 인생 성찰 ③ 희비극: 비극과 희극이 혼합, 교차되는 극 (2) 분량에 따른 분류 ① 단막극: 1막으로 구성 ② 장막극: 2막 이상으로 구성 * 전통적으로 5막 구성이었으나, 현대에는 3막 구성이 주류를 이룸 카타르시스 ‘정화’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 어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함, 긴장감 등이 해소되는 것을 가리킨다. 희곡과 소설의 비교 기준 희곡 소설 표현 대사 중심 설명, 묘사, 대화 등 시제 현재형 일반적으로 과거형 서술자 서술자의 개입 없음 서술자의 개입 있음 인물, 시간, 공간 제약 있음 제약 없음 288쪽 시나리오 1. 시나리오의 본질 (1) 시나리오의 개념 ① 영화 촬영을 목적으로 장면의 순서, 배우의 대사와 동작, 촬영 기법 등을 적은 대본이다. ② 작품을 영상화하기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를, 즉 작품의 주제와 구체적인 전개를 언어에 의해 객관화한 것이다. (2) 시나리오의 특성 ① 영화 상영을 전제로 하며, 영화적 기술에 의존한다. ② 대사와 장면 지시로 이루어지며,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장면화된다. ③ 시간·공간과 인물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2. 시나리오의 구성 (1) 시나리오의 분할 단위 ① 시퀀스(sequence): 일련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삽화를 말한다. 연극의 막, 소설의 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장면(scene)으로 구성된다. ② 장면(scene): 동일한 인물에 의해 동일한 시간·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이나 사건을 말한다. 한 장면은 여러 개의 화면(cut)으로 구성된다. ③ 화면(cut): 한 장면 안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구분된다. 289쪽 (2) 시나리오의 구성 요소 ① 장면 지정: 사건의 배경이 되는 장면을 설정하는 것으로, 장면 번호(s#) 를 붙인다. ② 대사: 등장인물 간의 대화를 말한다. ③ 지문: 여러 가지 촬영 기법과 영화의 상황을 지시하는 것으로 약정 부호를 사용한다. ④ 해설: 등장인물, 장소와 시간, 배경 등을 제시한다. 3. 희곡과 시나리오의 비교 구분: 공통점 * 문학 작품이다. * 작품의 길이에 제한을 받는다.--적당한 길이 * 음성 언어에 의한 예술이다.--세련된 대사 * 직접적인 심리 묘사가 대체로 불가능하다.--간접적 묘사 *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종합 예술이다. * 흥행성을 가지는 사회적 예술이다. * 관객을 대상으로 집단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구분: 차이점 희곡 * 연극의 대본 * 시간·공간의 제한을 받는다. * 등장인물의 수에 제한을 받는다. * 막과 장으로 이루어짐 * 무대 상연으로 소멸--순간 예술 시나리오 * 영화의 대본 * 시간·공간의 제한을 덜 받는다. * 등장인물의 수에 제한이 없다. * 시퀀스(sequence)와 장면(scene)으로 이루어짐 * 스크린으로 상영된 필름으로 보존 - 영구 예술 시나리오의 분류 * 시나리오: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위해 창작한 대본 * 각색 시나리오: 소설이나 희곡 등을 기초로 영화 촬영이 가능하게 고친 시나리오 * 레제 시나리오: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창작한 시나리오 주요 시나리오 용어 * S No.(Scene Number): 장면 번호 * NAR.(Narration): 해설 * F.I.(Fade In): 화면이 차차 밝아짐. 용명 * F.O.(Fade Out): 화면이 차차 어두어짐. 용암 * O.L.(Over Lap): 앞 화면에 뒤의 화면이 포개어지는 것 * C.U.(Close Up): 어떤 대상이나 인물이 두드러지게 화면에 확대되는 것 * PAN.(Panning): 카메라를 상하 좌우로 이동하는 것 * D.E.(Double Exposure): 두 화면이 포개어지는 것 * M.(Music): 효과 음악 * E.(Effect): 효과음 * N.G.(No Good): 촬영 때 잘못되어 못 쓰게 된 필름 "작품으로 이해하기" 희곡 [등장인물] 맹 진사: 태량 맹 노인: 그의 아버지 맹효원: 그의 숙부 한씨: 그의 아내 갑분: 그의 딸 입분 김명정 김미언 길보 삼돌: 머슴 제1막 제1장 [무대] 맹 진사 태량 씨의 안사랑. 가풍 있는 구가. 왼편에는 안방. 집 뒤로 재실이 있는 모양. 나무가 울창하고, 그 중 한 그루 전나무가 오른편 한구석에 높이 섰다. 막이 열리면 무대는 잠시 비었다. 맹 진사, 왼편 쪽 문으로 들어선다. 기고만장하여 일종의 흥분 상태이다. 맹 진사: 얘!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어? 헛! 내가 어떤 길을 다녀왔다구 쥐새끼 한 마리 얼씬 않느냐. (삼돌이 안에서 나온다.) 삼돌: 에그 나리마님, 어느새 당겨 오셨군입쇼. / 맹 진사: 에끼 이눔 …. 그래 … 마님 계시냐? 삼돌: 네, 가셨던 일 어찌나 되셨나, 그렇잖아두 지금 안절부절 …. 맹 진사: 안절부절은 왜? 그런 걱정 말구 냉큼 나오시라고 그래. --오영진, ‘맹 진사 댁 경사’ * 갈래: 창작 희곡 * 구성: 전 2막 5장, 5단 구성 * 주제: 인간의 허욕과 우매함에 대한 풍자와 비판.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한국적 인생관 * 특징: ① 지시문과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② 장과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③ 무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시나리오 S No. 158. 마을 어귀--같은 시각 홀로 선 홍연. 지프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산모퉁이를 바라보고 오랫동안 섰다. 그대로 망부석이 된 듯 그 위에 들리는 음악 S No. 159. 주택 거실 (현재)--에필로그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중년 여인의 옆에 한 중년 남자가 조용히 다가와 앉는다. 여인의 어깨에 손을 가만히 얹자 여인은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트랙 아웃) 액자에 담긴 두 사람의 결혼 사진이 보인다. END CREDIT --하근찬 원작 / 이영재 각색, ‘내 마음의 풍금’ * 엔드 크레디트(END CREDIT): 영화가 끝날 때 영화 관계자를 표시하는 자막 * 갈래: 각색 시나리오 * 배경: 1960년대 강원도 어느 시골 학교 * 성격: 서정적, 낭만적, 향토적, 회상적 * 주제: 젊은 총각 선생에 대한 여제자의 순수한 사랑, 애틋한 첫사랑의 설렘과 순수함 * 특징: ① 장면(scene) 별로 구성되어 있다. ② 촬영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③ 시나리오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290쪽 ^[01. 비극적인 민중의 삶 1. 유치진, ‘토막’ (작품 안으로) → 주제: 일제 강점하에서 파멸해 가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현실 고발 특징: 유치진의 처녀작인 이 작품은 일제의 수탈로 피폐화된 1920년대 농촌의 궁핍한 상황이 전형적인 인물 설정과 사실적인 대사로 잘 표현되어 있는 희곡이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한국 현대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최초의 사실주의 희곡이다. ‘토막’이라는 어두운 공간을 중심으로 삶의 기반을 상실한 채 파멸해 가는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일제의 악랄한 식민 통치를 비판하고 있다. 명서 처: 금녀야, 뭘 하니? 빨리 머리를 풀어라. 에미는 불을 킬 테니까. 금녀: (불안한 듯이 어머니만 꼭 바라보고 섰다.) 이웃 여자: 좀 답답해서 저러겠니? 보고 있는 나까지 속이 졸이는구나. 금녀: 오빠 생각만 나문 저러신대유. 그러던 중에두 오늘은 유달리 심허신 걸유. 난 어쩐지 …. 이웃 여자: 당찮어! 무슨 그런 엉뚱한 생각을! 그러지 말구 네가 어머니 위로를 잘 해 드려라. 위로해 드릴 사람이래야 너밖에 더 있냐? 금녀: 아무리 위로한댔자 소용없어유. 그리고 내게는 뭐라구 위로해 드릴 말두 없구. 다만, 이 증세가 속히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지. 이웃 여자: 하기야 그렇겠지. 무슨 말이 저 거칠은 마음에 위안이 되겠니. 마치 게 등에 소금 칠이지. (사립문 등불을 다는 명서 처에게) 금녀네, 과히 상심치 말게나. 아들 생각다가 지레 죽겠네. (퇴장) 명서: (골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대체 이게 웬일이야? 왜 이리 야단들을 해? 명서 처: 귀한 사람이 와유. 명서: 미쳤수! 방정맞게 이렇게 허문 되려 집안의 우환을 사는 거여. 명서 처: 귀인이 온다는데 무슨 잔소릴 …. (바람 소리 인다.) 남자의 소리: (불의에 밖에서) 여보! / 금녀: (놀라) 에그머니! 명서: (어리둥절하여) 그 무슨 소리냐? 남자의 소리: 사람 있수, 이 집에? 명서 처: 이애 금녀야, 네 오빠 소리 아니냐? 그렇지! 너두 들었지? 오오, 명수야. 명수가 왔다. 그놈이 왔다. (명서에게) 자, 내 말이 거짓말인가 봐요. 명서: … 이상헌걸. / 남자의 소리: 여보! 명서 처: 금녀야, 빨리 사립문을 열어 귀인을 맞아라. 얼른! 금녀: 어머니, 무서워! / 명서 처: 에그, 병신 같으니! 그럼, 같이 가자. (모녀, 다소 공포에 떨면서 입구 쪽으로 나간다.) 남자의 소리: 이 집에 최명서란 사람 있소? / 명서 처: 일본서 왔수? 남자의 소리: 그렇소. / 명서 처: 일본서? (그때에 사립문을 박차는 듯이 한 남자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우편 배달부다. 소포를 들었다.) 배달부: (들어서며) 왜 밖에 문패도 없소? / 모녀: (무언) 배달부: 빨리 도장을 내요. / 명서: 도장? 명서 처: (금녀에게 의아한 듯이) 너의 오빠가 아니지? / 금녀: 배달부예유. 291쪽 명서: (실망한 듯이) 칫! 배달부: 얼른 소포 받아 가요! 원, 무식해도 분수가 있지. 빨리 도장을 내요. 명서: ( ) 내겐 도장 같은 건 없소. / 배달부: 그럼, 지장이라도 …. 명서: (떨리는 손으로 지장을 찍는다. 배달부 퇴장) 명서 처: 음, 그 애에게서 물건이 온 게로구먼. / 명서: 뭘까? 명서 처: 세상에, 귀신은 못 속이는 게지! 오늘 아침부터 이상한 생각이 들더니, 이것이 올려구 그랬던가 봐. 당신은 우환이니 뭐니 해도 …. 명서: (소포의 발송인의 이름을 보고) 하아 하! 이건 네 오래비가 아니라 삼조가 …. 명서 처: 아니, 삼조가 뭣을 보냈을까? 입때 한 마디 소식두 없던 애가 …. (소포를 끌러서 궤짝을 떼어 보고) / 금녀: (깜짝 놀라) 어머나! 명서 처: (자기의 눈을 의심하듯이) 대체 이게 … 이게? 에그머니, 맙소사! 이게 웬일이냐? 명서: (되려 멍청해지며, 궤짝에 쓰인 글자를 읽으며) 최명수의 백골. / 금녀: 오빠의? 명서 처: 그럼, 신문에 난 게 역시! 아아, 이 일이 웬일이냐? 명수야! 네가 왜 이 모양으로 돌아왔느냐! (백골 상자를 꽉 안는다.) 금녀: 오빠! 명서: 나는 여태 개 돼지같이 살아오문서, 한 마디 불평두 입 밖에 내지 않구 꾸벅꾸벅 일만 해 준 사람이여.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 자식을 이 지경을 맨들어 보내느냐? 응, 이 육실헐 눔들! (일어서려고 애쓴다.) 금녀: (눈물을 씻으며) 아버지! (하고 붙든다.) 명서: 놓아라! 명수는 어디루 갔니? 다 기울어진 이 집을 뉘게 毛겨 두구 이눔은 어딜? 금녀: 아버지! 아버지! 명서: (궤짝을 들구 비틀거리며) 이놈들아, 왜 뼉다구만 내게 갖다 毛기느냐? 내 자식을 죽인 눔이 이걸 마저 처치해라! (기진하여 쓰러진다. 궤짝에서 백골이 쏟아진다. 밭은기침 한동안) 명서 처: (흩어진 백골을 주우며) 명수야, 내 자식아! 이 토막에서 자란 너는 백골이나마 우리를 찾아왔다. 인제는 나는 너를 기다려서 애태울 것두 없구,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울어 새우지 않아두 좋다! 명수야, 이제 너는 내 품 안에 돌아왔다. 명서: … 아아, 보기 싫다! 도루 가져가래라! 금녀: 아버지, 서러 마세유. 서러워 마시구 이대루 꾹 참구 살아가세유. 네, 아버지! 결코 오빠는 우릴 저버리진 않을 거예유. 죽은 혼이라두 살아 있어, 우릴 꼭 돌봐 줄 거예유. 그때까지 우린 꾹 참구 살아가유. 예, 아버지! 명서: … 아아, 보기 싫다! 도루 가지고 가래라! 금녀의 어머니는 백골을 안치하여 놓고, 열심히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합장한다. 바람 소리, 적막을 찢는다. --막-- 내용 구조도 명수의 백골 명서 좌절 금녀 현실 극복의 의지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토막’의 배경: ‘토막’의 배경인 1920년대는 우리 민족에 대한 일본의 수탈과 상실로 점철된 비극적 시기라 할 수 있다. ‘토막’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의한 농촌의 붕괴와 농민의 몰락 등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토막은 음습하고 퇴락한 생활 공간으로, 찌든 가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어휘 풀이 * 우환: 걱정거리, 여기서는 명수와 관련된 나쁜 소식을 의미함 * 귀인: 명수를 가리킴. 아들을 귀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맞을 준비를 하는 명서 처의 태도에서 이미 불길한 예감이 실현될 것임을 읽어 낼 수 있음 * 지장: 엄지손가락으로 대신 찍는 도장 * 육실헐: 육시를 할. ‘육시’는 죽은 사람의 시체에 다시 참형을 가하는 일을 말함 * 기진: 기운이 다함 * 밭은기침: 병이나 버릇으로 소리도 크지 않고 힘도 그다지 들이지 않으며 자주 하는 기침 * 안치: 불상·위패·시신 등을 잘 모시어 둠 구절 풀이 * 금녀야, 빨리 사립문을 열어 귀인을 맞아라.: 금녀를 끌어들여 기대와 불안이 얽힌 심리를 완화시키려는 말로 볼 수 있다. * 세상에, 귀신은 못 속이는 게지!: 아들의 좋은 소식을 굳게 믿고 싶은 심정을 귀신까지 끌어들여 합리화하려 한다. * 나는 여태 개 돼지같이~육실헐 눔들!: 아들의 주검을 앞에 놓고 일제에 대한 적개심이 폭발하고 있다. 고통받고 살아온 우리 민족의 슬픔을 대변하는 말이다. (진단 체크) 1. 작품의 비극적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효과음은 무엇인지 찾아 쓰시오. 2. 이 글에서 ‘명서 처’의 심리는 ‘기대감 → ⓐ → 절망 → ⓑ’으로 바뀌어 간다. 3.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인물은 누구인지 쓰시오. (답) 1. 바람 소리 2. ⓐ 실망감 ⓑ 체념 3. 금녀 292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0쪽 1. '보기'는 이 글을 연극으로 공연하기 위해 반 친구들의 외모와 성격을 고려하여 배역을 확정한 것이다.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배역 배정 인물: 명서 배역: 박경하 이유: 몸은 약해 보이지만 신중하게 행동하므로 아버지로서의 위엄을 드러내는 데 좋을 것 같다. 인물: 명서 처 배역: 조효기 이유: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연기력이 뛰어나 명서 처의 비정상적 정신 상태와 강한 모성을 표현하기에 적절할 것 같다. 인물: 금녀 배역: 정윤정 이유: 외모는 좀 약해 보이지만, 생각이 깊고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생각이 긍정적이라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인물로 적합할 것 같다. 인물: 우편 배달부 배역: 전석호 이유: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속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우편 배달부와 비슷하다. 인물: 이웃 여자 배역: 윤희정 이유: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심이 많다는 점에서 이웃 여자의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① 박경하 ② 조효기 ③ 정윤정 ④ 전석호 ⑤ 윤희정 2.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냉혹하게 ② 기가 죽어서 ③ 마지못해서 ④ 미안하다는 듯이 ⑤ 약간 핏대를 올리며 서술형 3. '보기'를 참고하여서, 이 글의 배경인 ‘토막’의 상징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보기' * 움막집[-막-] 명? 땅을 파고 위에 거적 따위를 얹고 흙을 덮어 추위나 비바람만 가릴 정도로 임시로 지은 집. 움집보다 작다. ≒ 토막·토막살이·토막집. 4. ‘명수’의 ‘백골’을 대하는 ‘명서’와 ‘금녀’의 태도의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29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80쪽 이웃 여자: 금녀네, ㉠^_순돌네가 금방 떠났다메?_^ 명서 처: 왜? 이웃 여자: 어이구, 저 망할 년 봐, 아무 말없이! 내 돈 꾸어 간 것 속절없이 떼었구나. 앨 써 달걀 팔아 모은 돈을 …. 명서 처: 노자 보태 준 셈 치게나. 이웃 여자: 금녀네, 내일 읍네 장엘 가지? 명서 처: 그럼, 똬릴 팔아야 할 테니까. 이웃 여자: 우리 집 닭 한 마리만 팔아다 주어. 순돌네한테서 돈을 받아 영감 제사에 쓸랬더니, 이건 또 생닭을 한 마리 팔아야겠는걸. 금녀: (부엌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나와) 아버지, 이거. 명서: 뭐냐? 금녀: 쌀물. (아버지에게 떠 먹인다.) 이웃 여자: (매달아 놓은 똬리를 보고) 이렇게 제 손으로 맹그는 일이믄 속이나 안타겠지. 우린 닭의 새끼 궁둥이만 들여다보고 살려니까, 애가 타서 못 하겠어. 그래두 하루 한 알씩이나 낳아 주면 시원하겠지만, 제에기, 어떤 눔은 사흘 나흘씩 걸르기가 예사란 말야. 명서 처: (힘없이 웃으며) 허허허 …. 남의 궁둥이만 바라고 사는 팔자두 상팔잔 못 되겠군. 허지만, 우리 집 금녈 봐. 이거 맹그느라구 햇볕을 못 봐서 …. 이웃 여자: 그래도 금녀네헌텐 ㉡^_일본 간 아들_^이 있잖어? 명서 처: 허허허 … 아들? 명서: 오늘두 우편 배달부가 안 지나갔지? 금녀: 읍내에서 다녀 그런지, 배달이 노상 질정이 없어유. 낮에두 왔다, 밤에두 지나갔다 하면서 …. 1. ㉠의 ‘순돌네’의 상황을 '보기'의 시로 표현하였다고 할 때, '보기'에서 읽어 낼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을 쓰시오. '보기' 초라한 지붕 썩어 가는 추녀 위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 서리 차게 내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라 붙던 밤, 지붕 밑 양주는 밤새워 싸웠다. 박이 딴딴히 굳고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 양주는 새 바가지 뀌어 들고 초라한 지붕, 썩어 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하였다. --오장환, ‘모촌’ * 양주: 바깥 주인과 안 주인, 즉 부부를 뜻함 2. 이 글로 볼 때, ‘명서’가 ㉡에게서 바라고 있는 바를 추리하여 서술하시오. 294쪽 2. 천승세, ‘만선’ (작품 안으로) → 주제: 어부들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특징: 가난한 어민들의 삶을 억센 사투리를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향토적 정감이 느껴지도록 형상화하였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작은 어촌을 무대로 곰치의 집념 어린 만선의 꿈과 어부로서의 삶의 의지, 그리고 하나 남은 마지막 아들을 바다로부터 지켜내려는 그의 아내 구포 댁의 모성을 그리고 있는 희곡이다. 곰치: 일일이 눈물 쏟음시러 살려면 한정 없어! 뱃놈은 어차피 물속에 달린 목숨이여! 성삼: 자네도 그만 고집 버릴 때도 됐어! 곰치: (불만스럽게) 고집? 성삼: 아니고 믓잉가? 곰치: (꼿꼿이 서선) 나는 고집 부리는 것이 아니다! 뱃놈은 그렇게 살어사 쓰는 것이여! 누구는 아들 잃고 춤춘다냐? (무겁게) 내 속은 아무도 몰라! 이 곰치 썩는 속은 아무도 몰라 …. (회상에 잠기며) 내 조부님이 그러셨어. 만선이 아니면 노 잡지 말라고 …. 우리 아부지도 만선될 고기 떼는 파도가 집채 같어도 쌍돛 달고 쫓아가라 하셨어！ (쓸쓸하게) 내 형제가 위로 셋, 아래로 한나 남은 동생놈마저 죽고 말었제 …. 어 … (허탈하게) 독으로 안 살먼 으찌께 살어? 성삼: 그래, 조부님이나 춘부장 말씀대로만 하실 참잉가? 곰치: (단호하게) 내일이라도 당장 배 탈 참이다! 흥! 임 영감님 배 아니면 탈 배가 없어? 성삼: 도삼이 생각도 안 나서? 곰치: (격하게) 시끄럿! (침착하게) 또 있어! 아들은 또 있어 …. 성삼: 갓난쟁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휴우 --지독한 놈! 곰치: … 그놈도 … 그놈도 … 열 살만 묵으면 그물 말어 …. (이때, 어부 A 숨이 차서 들어온다.) 어부 A: 곰치! 크, 큰일 났네! 곰치: 아니, 믓이 큰일 나? 어부 A: 배가 떴어! 두 사람: (영문을 몰라) 배가 떠? 어부 A: 자네 안사람이 우실이네 배를 띄웠단 마시! 곰치: 믓이라고? 어부 A: 벌써 한가운데 만큼이나 떠밀리고 있을 것이여! 곰치: (말문이 막혀 혼을 빼고 서 있다.) 성삼: 이것이 또 믄 소리여? 어부 A: 돛까지 올려 띄웠으니 잡을 수도 없고, 그나저나 바람이 웬만해사 잡을 엄두라도 내제? 또 으디로 떠밀릴지 알기나 해서? 곰치: 아니, 믄 일로? 응? 어부 A: 내가 알어? 진작 봤드라먼 내가 배 띄우게 놔 둬? 배삯도 못 치르는 판에 배 하나 또 부서지게 생겼으니 … (쓴 입맛을 다시며) 자네도 큰일이여! 성삼: 대체 믄 곡절일까? 295쪽 어부 A: (입에 손을 갖다 대며) 쉬잇! (사립문께를 힐끗 하고 나선) 물어 보게나! 나, 가네! (급히 퇴장) 구포 댁 뭐라 중얼대며 들어온다. 그네의 등엔 애기가 없다. 곰치: (와락 달려들어) 아니, 으쨌다고 남의 배를 띄웠나? 엉? 구포 댁: ㉠ 나 배 안 띄웠어! 참말! 곰치: (목을 움켜쥐고) 말을 햇! 어서! (구포 댁의 등을 보곤 기겁해선) 아니, 애기는? 애기는 으따 뒀어? 엉? 구포 댁: (손을 내저으며) 몰라! 나는 몰라! 숨줄이 끊어져도 참말로 몰라! 곰치: 믓이? 말 안 해? (목을 바싹 졸라 대며) 이래도? 이래도? 성삼: (황급히 곰치의 손을 떼어 놓으며) 이라먼 못 써! 물어 봐사제. 이라먼 못 써! (구포 댁에게) 아짐씨, 나 성삼인디 나 알지라우? 구포 댁: (연방 고개를 내저으며) 애기는 몰라! 나는 몰라! 곰치: (다시 구포 댁의 목을 졸라 잡고) 이것을, 나 죽이고 말 거여! 말 안 할래? 애기 으따가 뒀어? 응? 어서 말을 해! 구포 댁: 갔다! 가 부렀어! 곰치: 믓이? 가? 구포 댁: 쩌그 뭍으로 갔다! 가 뿌렀어! 곰치: 배에다 실어 보냈구나! 응? 구포 댁: 아문! 뭍으로 가야 안 죽어! 지 명대로 살라먼 뭍으로 가야 해! 좋은 사람 좋은 부모 만나서 호강하고 크라고! 그래사 지 명대로 살 탱께! 쩌그 뭍으로 배 타고 갔다! 곰치: 이런 육실헐! (살기등등한 눈으로 사정 없이 목을 조른다.) 구포 댁: (숨이 막혀) 오냐아, 오냐, 주 죽여라아 --어서어--내 새, 새끼는 갔다! 무, 뭍으로 가 뿌렀어--. 곰치: (목을 조르다 밀어붙이며) 뒈져! 어서 뒈져 뿌럿! 구포 댁: (뚱-- 나가떨어지며) 히히히-- 만선인디 내가 으째 죽어? (일어나 마당을 뱅뱅 돌며) 슬슬아아-- 너도 범쇠한테 가그라아-- 범쇠는 배를 부리지야. (닭 쫓는 시늉을 하며) 어서어! 어서어! 성삼: (얼굴을 감싸 버리며) 후유! 곰치: (절규하듯) 이 미친 것아! 몇 년 있으면 그물 손질할 내 새끼를 으따가 띄워 보냈어, 어엉? (미친 사람처럼 살기등등해서 구포 댁에게 달려든다.) 내용 구조도 곰치: * 바다에 대한 집념 * 만선에 대한 집념 * 자연과 맞서는 부성 구포 댁: * 바다를 벗어나려는 집념 * 자식에 대한 집념 * 죽음의 숙명에서 벗어나려는 모성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제목 ‘만선’의 의미: 곰치가 목숨을 걸고 추구하는 ‘만선’은 인간 본연의 삶의 욕망이며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상징한다. 인간은 좌절과 파멸이 예견되더라도 꿈과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만선을 추구하는 곰치의 행동과 의지는 역경을 딛고 운명과 싸워 나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휘 풀이 * 춘부장: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 엄두: 감히 무엇을 하려는 마음 * 곡절: 순조롭지 아니하게 얽힌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이나 까닭 * 등등: 기세가 무서울 만큼 높음 구절 풀이 * 내 조부님이~쫓아가라 하셨어.: 곰치의 할아버지대부터 어부의 사명감을 가훈처럼 지키고 살아왔음을 보여 주는 말이다. 곰치가 만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원인에 해당한다. * 독으로 안 살먼 으찌께 살어?: 목숨을 걸고 바다와 싸워야 하는 어부들이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 애기는 몰라! 나는 몰라!: 구포 댁이 정신 이상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아이에 대한 강한 모성애를 보여 주고 있다. * 아문! 뭍으로~배 타고 갔다!: 아이를 배 태워 보낸 이유를 말하고 있다. 자식에 대한 구포 댁의 집념의 표현이다. (진단 체크) 1.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갈등의 주체는 누구인가? 2. 이 글에 드러나는 갈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때, ( ) 안에 들어갈 말을 쓰시오. 뱃일에 대한 ( )의 집념과 ( )을/를 벗어나려는 구포 댁의 집념 (답) 1. 곰치와 구포 댁 2. 곰치, 바다 296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1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인물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 있다. ② 사투리를 구사하여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③ 부조리한 현실 상황이 배경으로 제시되어 있다. ④ 인물의 강인한 집념이 비극의 원인이 되고 있다. ⑤ 비속어를 사용하여 인물의 성격을 구현하고 있다. 2. ‘곰치’의 인물됨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이성적이며 냉철하다. ②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 ③ 타협적이며 사리에 밝다. ④ 일처리가 꼼꼼하고 신중하다. ⑤ 성질이 급하고 집념이 강하다. 3. ㉠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작이나 표정은? ① 애원하듯이 ② 실실 웃으며 ③ 겸연쩍어하며 ④ 무릎을 꿇으며 ⑤ 화를 버럭 내며 4. 이 글을 연극으로 공연하고자 한다. 그 준비 과정에 대한 토론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파도와 갈매기 소리를 담은 녹음 테이프를 준비해서 효과음으로 넣으면 어떨까? ② 무대의 배경에는 푸른색 조명을 비추어 바다의 모습이 느껴지도록 꾸미는 것이 좋겠어. ③ 어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무대 공간에 그물이나 노, 밧줄 등의 소품을 걸어 놓아야겠어. ④ 구포 댁은 실성한 여인이니까 단정한 모습보다는 조금 흐트러진 모습으로 분장을 해야 할 것 같아. ⑤ 곰치가 구포 댁의 목을 조르다 밀어붙이는 행동은 비교육적이므로 그냥 대사만 하는 것으로 고치는 게 어때? 서술형 5. 이 글을 바탕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만선’의 상징적 의미를 쓰시오. 6. ‘구포 댁’이 ‘아기’를 뭍으로 보낸 이유를 쓰되, '보기'의 단어를 반드시 사용하여 작성하시오. '보기' 바다, 죽음, 모성애 297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81쪽 구포 댁: (훌훌 도망쳐 다니며) 갔어! 갔어어-- (찢어지듯 날카롭게) 쩌그 뭍으로 갔당께에? (손을 입에 모으고 부르는 시늉) 슬슬어으! 슬슬어으! (우편 방 속을 향해서) 니도 얼른 범쇠한테 시집 가! 범쇠 맘 변하기 전에 싸게 싸게 가랑께? (혼자 샐쭉해선) 바보 같은 가시네, 아 범쇠는 배가 두 척이야, 두 척 (훨훨 활개를 치며) 어서 이렇게 걸어가란 말이여! 어서! 곰치: (살기 찬 눈으로 구포 댁을 바라보고 서선) 저 육실헐 것을! 그냥 … (성삼에게 급하게) 성삼이! 얼른 가 보세! 붙잡어사제! 엉? 어서! 성삼: 이 바람통에 으뜬 미친 놈이 배를 내줘? 코딱지만한 동네 나루로 배가 밀리는 판에? 곰치: (나가려다) 헛간에 널쪽 있네! 그놈이라도 타고 쫓아가사제! 성삼: 널쪽? 배가 부서지는 판에 널쪽을 타고 쫓아? 곰치: 배보다도 널쪽이 더 나어! 널쪽만 안 놓치면 집채 같은 파도 속에서도 널쪽은 안 부서져! 성삼: 글씨 안 돼! / 곰치: 안 될 것이 믓잉가? 곰치는 해! 어서! 어서! (나간다.) 구포 댁: (곰치의 가랑이를 쥐어잡고) 못 가! 못 간다! 내버려 둬! 뭍에 가서 지 명대로 살게 내버려 두어--못 간다아--못 가아-- 곰치: 이것 안 놔? 안 놀 것이여? (사정없이 발로 차버리곤 부리나케 나가 버린다.) 구포 댁: 못 가! 못 간다는디! 내버려 두어! (구포 댁, 허겁지겁 곰치를 쫓아 나가 버린다. 무대엔 침통한 얼굴의 성삼이 혼자 한동안 넋을 빼고 서 있다가 불현듯 바삐 헛간 쪽으로 간다.) 성삼: (처절하게) 기가 막혀! (꺼질 듯) 후유-- ㉠^_(헛간 속에 발을 들여 놓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이럴 수가! 이럴 수가! (헛간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사이-- 기겁해서 뒷걸음질쳐 나오며) 엉? 스, 슬슬이가 모, 목을 매고 죽었구나! 슬슬이가 죽었어! 슬슬이가 죽어!_^ (신음처럼) 허어--슬슬이가 죽다니--(성삼, 감전당한 듯 그 자리에 넋 빼고 서 있다간 미친 듯이 달음질쳐 나가 버린다.) 성삼: 곰치야아--이놈아아--이 만선에 미친 놈아-- 단말마의 울부짖음 무대에 번져 온다. 기세 좋은 바람, 마당을 휩쓸고 지나간다. 긴 장대가 건들건들, 널린 보잘 것 없는 생선들이 따라 건들거린다. --급히 막-- 1. '보기'의 설명을 참고할 때, 이 글을 성격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를 이 글의 대사를 인용하여 150자 내외(띄어쓰기 포함)로 설명하시오. '보기' 주인공의 성격으로 인하여 대립이 생기고 결국 파탄에 이르는 내용의 비극을 성격 비극이라 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맥베스’와 같은 비극 따위가 대표적이다. 2. ㉠에서는 ‘슬슬이’가 목을 매고 죽은 장면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성삼’의 대사로 처리하고 있다. 이를 희곡의 특성과 관련하여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298쪽 ^[02. 현실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 1. 차범석, ‘태양을 향하여’ (작품 안으로) → 주제: 현대 문명 속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이 겪는 물질적·정신적 갈등 특징: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날카롭게 그리고 있으며, 일상어를 압축성 있게 구사하고 있는 사실주의 희곡이다. (작품 밖으로) ← 6·25 전쟁 이후 전환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물결이 들이닥치면서 전통과 현대,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갈등과 고민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어머니: 경수야! 이제 내 곁을 떠나서는 안 돼. 너마저 가 버리면 우린 못 산다. 경운: 오빠, (눈물을 삼키며) 그동안 집에서 일어난 일 모르시니까 그러시겠지만 …, (사이) 경애 언니가 … 죽었어요. / 경수: 뭐 …, 경애가 ? 경운: 두 주일이 지났어요 …. 오빠가 집을 나가던 날 …. / 경수: (속삭이듯) 그게 정말이냐 ? 경운: 건넌방에 들어가 보세요. 참말보다 더 큰 사실이 있어요. 경수가 급히 신을 벗고 들어가려 하자, 최 노인은 막는다. 최 노인: 안 된다. 너는 내 아들도, 경애의 오래비도 아니다. 들어가서는 안 돼. 어서 나가거라. 경수: 아버지 ! 최 노인: 너는 네 하고 싶은 대로만 하라니까. 우리 집하고는 아랑곳없으니, 네 마음대로 부산이고 군산이고 어서 가. 가라니까. 어머니: 경수야. 제발 떠나지 마라. 아버지께선 너를 미워하신 건 아니야 ! 경애가 영화 배우 되는 걸 찬성은 안 했지만서도, 혹시나 하고 바랐던 부모 앞에서 저런 죽음을 당한 데다가 …, 또 너까지 보름 동안이나 소식이 없이 (흐느낀다.) … 그런데 어쩌면, 너는 아버지 생각은 안 하고서 …. 경수: 어머니 ! 저는 지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지만 …, 살아 보겠다는 욕심이 있으니까 떠나는 것뿐이어요. 새 출발하기 위해서죠. 경운: 오빠는 안 가셔도 돼요. 이 집에서도 새 출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경수: 뭐라고 ? / 경재: 그 편지 어디 있지요 ? 어머니: 아까 춘자가 가지고 나갔잖아 ? 경재: 참 그렇지. 춘자 누나가 형에게 알리겠다고 …. 경수: (의아해하며) 춘자가 어떻게 여길 …. 어머니: 말도 말아라. 너 때문에 온 집안 식구가 알 만한 곳은 다 더듬어 다녔지만 …, 춘자까지 나서서 …. 에그 …, 그걸 모르고, 너는 또 이렇게 떠나가다니 그게 될 말이냐? 응? 너도 사람의 자식이면 체면이 있어야지. 훈계도 푸념도 아닌 어머니의 말에 경수의 표정이 서글프게 풀려 간다. 춘자에 대한 애정이 다시 고개를 쳐들려는 전조이기도 하다. 경운: 오빠 ! 이제 아시겠지요, 네 ? 오빠가 가지고 싶어하던 것을 이제 다 가지게 되었는데, 또 어딜 가시겠단 말이어요. 아버지께서는 경애 언니가 죽었을 때도 오빠 이름을 더 크게 부르셨어요. 오빠를 찾으셨어요. / 어머니: 암, 그렇고말고! 299쪽 경재: 형! 형마저 가시게 되면, 우린 ㉠^_일 년 내 해도 안 비치는 이곳_^에서 곰팡이처럼 살다가 죽어요. 경수는 눈물이 그칠 새 없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들고, 여러 사람을 돌아보더니, 아버지에게 시선을 멈춘다. 경수: (조용히) 아버지! 용서하세요. 저는 …. 최 노인은 모든 것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살살 젓는다. 그 이상 말하지 말라는 표시다. 그러나 울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 ) 네가 사과하면 만사는 되는 거야. 이상 더 바랄 것이 무엇이냐? 우리 식구가 하나 줄었지만 …. (중략) 춘자: 제발 제게만은 그런 소리 말아 주세요. 제가 좀 더 의지가 강했던들, 경수 씨를 이렇게 타락의 길로 몰아넣지는 않았을 거예요. 결코 제 마음이 변한 건 아니어요. 앞으로 그 두 배, 세 배의 속죄를 하게 해 주세요. 저에게 남은 일은 그것뿐이에요. (하며 마룻바닥에 손을 짚으며 느껴 운다.) 모두들 감동되어, 아무 말이 없다. 경운: 오빠! 춘자 언니의 마음을 받아 줘야 해요. 그보다 더한 호의가 또 어디 있겠어요? 어머니: 그렇고말고 … 춘자가 우리 식구가 되어 주기를 우린 진작부터 바라고 있었단다 …. 네가 전쟁터에 있을 때부터 말이다. 그러니 …. / 경운: 오빠 ! 경수: 어떻든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돌아가요. 내일 만나서 자세한 얘기를 할 테니까 … 응? / 춘자: …. 경재: 그럼, 춘자 누나도 우리와 함께 있겠단 말이군요, 네? 햇볕이 흔한 집에서 말이어요. 경수: (빙그레 웃으며) 그래. ㉡^_해바라기_^처럼 태양을 향해 다시 한번 살아 보자. 경재야! 어머니: (좋아서) 경수야! 최 노인: (기쁨과 괴로움이 뒤범벅이 되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춘자는 어서 집에 가 봐야지. 어른들이 기다리실 텐데 … 경재야, 정류장까지 바래다 줘라 …. 경수: 제가 가겠어요! (하며 나간다.) / 춘자: 그럼, 안녕히들 계세요! 두 사람이 대문을 향해 나가자 경운, 경재도 따라 나선다. 대문 밖에서 서로 작별하는 인사말이 들려온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한층 쓸쓸해 보인다. 최 노인은 길게 한숨을 몰아쉬며 어머니와 시선을 마주친다. 어머니: (조용히) 경애는 갔지만, ^_두 사람_^이 살아났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우. 최 노인: (눈을 감고서) 이사를 하려면 짐이 많을 거야 …. 오십 년간 살아온걸! 거리의 소음이 멀어지고 막이 내려진다. 내용 구조도 구식 한옥 볕이 들지 않는 집 최 노인 물려받은 집을 지키려는 구세대 아들 경수 과거의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신세대 경애, 경운, 경재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태양을 향하여’의 배경의 역할: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최 노인의 집’은 도심 속에서 고립된 공간으로 빌딩으로 둘러싸여 볕도 들지 않는 구식 한옥이다. 이러한 배경의 설정은 최 노인 일가의 파멸되어 가는 어두운 모습이며, 그 때문에 인물들의 그늘이 드리워진 심리 상황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휘 풀이 * 아랑곳없이: 일에 나서서 참견하거나 관심을 두는 일 없이 * 훈계: 타일러서 잘못이 없도록 주의를 줌. 또는 그런 말 * 푸념: 마음속에 품은 불평을 늘어놓음. 또는 그런 말 * 전조: 징조 * 속죄: 지은 죄를 씻음 * 호의: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 * 진작: 좀 더 일찍이 구절 풀이 * 너는 네 하고~어서 가. 가라니까.: 가출했던 경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최 노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 춘자가 어떻게 여길: 경수를 멀리 했던 춘자가 다시 여기를 왔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가족들이 경수에게 춘자가 돌아온 사실을 알려 준 것은 경수의 내적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된다. * 해바라기처럼~살아보자.: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자는 뜻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대사이다. (진단 체크) 1. ^_두 사람_^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찾아 쓰시오. 2. ( )에 들어갈 적절한 지시문을 쓰시오. (답) 1. 경수와 춘자 2. 기쁨을 못 이기며 300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2쪽 1. 이 글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경재’와 ‘경운’은 ‘경수’의 새 출발을 방해하는 인물이다. ② ‘최 노인’은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며 노년을 보내는 인물이다. ③ ‘춘자’는 경수 일가가 역경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데 기여하는 인물이다. ④ ‘어머니’는 경수가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⑤ ‘경수’는 굳은 의지를 지녔지만 주어진 현실에 결국 패배하고 마는 인물이다. 2. ㉠에 담긴 함축적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간성이 메마른 삭막한 곳 ② 많은 식구가 살기에 비좁은 곳 ③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곳 ④ 자신의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곳 ⑤ 이웃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 3. 다음 밑줄 친 ‘해바라기’의 함축적 의미가 ㉡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_해바라기_^의 하얀 꽃잎 속엔 / 퇴색한 작은 마을이 있고 마을 길가의 낡은 집에서 늙은 어머니는 물레를 돌리고 --김광균, ‘해바라기의 감상’ ② 마을이 온통 /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 그 훤출한 줄기마다 / 멧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 ^_해바라기_^ 숲 속에선 갑자기 / 수천 마리의 낮닭이 / 깃을 치며 울었다. --조지훈, ‘꿈 이야기’ ③ 그는 나의 그림자도 아니며 없어질 실재도 아닌 것이다. / 그는 저기 태양을 우러러 따라가는 ^_해바라기_^와 같이 독립된 / 하나의 어여쁘고 싶은 목숨인 것이다. --신동엽, ‘그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④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ㅅ돌을 세우지 말라. /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⑤ 해바라기는 차라리 견디기 위하야 / 해바라기는 차라리 믿음을 위하야 / 너희들의 미래를 건지기 위하야 // 무심한 태양이 / 사슴의 목을 말리고 / 수풀에 불을 질르고 / 바다 천심을 짜게 하여도 // ^_해바라기_^는 호올로 / 너희들의 타락을 거부하였다. --설정식, ‘해바라기 3’ 서술형 4. 이 글에 대한 '보기'의 설명에서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사건을 구체적으로 쓰시오. '보기' 이 작품은 원래 ‘불모지’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전 2막의 비극이었다. 큰아들 경수는 모든 불화의 원인이 돈에 있다고 생각하고 대낮에 총을 들고 나가 강도질을 하려다 경찰에 붙들리고, 배우를 꿈꾸던 장녀 경애는 심사위원을 사칭한 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울분과 체념 속에 자살을 한다. 작가는 최 노인의 비탄 어린 절규로 끝나는 이 작품이 지나치게 암울하고 우울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1962년 극의 결말을 ^_희망적인 메시지_^로 바꾸어 전 4막의 ‘태양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개작하였다. 5. 이 글에서 ‘경수’의 태도 변화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사를 찾아 쓰시오. 301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82쪽 번화한 상가에 자리잡은 최 노인의 낡은 기와집. 정면에 유리문이 달리고 마루를 사이에 두고 방이 둘 있고, 좌편으로 기역형으로 굽어서 부엌과 장독대, 유리문 저쪽은 가게 우편으로 대문을 끼고, 헛간과 방 하나의 딴 채가 서너 평이 못 넘는 좁은 뜰을 에워싸고 웅크리고 앉았다. 해묵은 지붕에는 푸른 이끼며 잡초까지 자라나서 오랜 풍상을 겪어 내려온 이 집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 배경으로 면목이 일신해져 가는 매끈한 고층 건물의 행렬이 엿보이고 좌우편에도 역시 ㉠^_3, 4층이나 되어 보이는 최신식 건물_^이 들어서서 이 ㉡^_낡은 기와집_^을 거의 폐가처럼 멸시하고 있다. 좌편 건물은 아직도 건축 공사가 진척 중에 있는지 통나무로 얽어맨 작업 보조대에 거적대기가 걸려서 건물을 반쯤 가려진 채로다. 이처럼 대차적인 주변의 장애로 말미암아 이 낡은 집 안팎에는 온종일 햇볕이 안 드는 탓인지 한층 어둡고 습하며 음산한 공기가 찬바람처럼 풍겨 나온다. 때는 초여름 어느 일요일 오전. 막이 오르면 질주하는 전차며 자동차의 소음이 잇따라 들려온다. 뜰가에서 경운이가 함석통에 담겨진 빨래를 빨고 있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초라한 모습이 보인다. 좌편 담 아래에 마련된 조그마한 화단 앞엔 아까부터 최 노인이 쭈그리고 앉아서 화초며 푸성귀들을 손보고 있다. 입에 물린 파이프에서 이따금 뱉어지는 담배 연기가 한가롭다. 잠시 후 경재가 물지게를 지고 좁은 대문을 간신히 빠져 나와 경운 앞에다 부려 놓는다. 경재: 어유, 오늘은 웬 사람이 그리도 많아 …. 공동 수도엔 난장판인걸! (하며 항아리에다 물을 붓는다.) 경운: (여전히 빨래를 하며) 비가 개니까 집집마다 빨래하느라고 그렇겠지 …. 경재: 아버지, 우리도 다음엔 제발 물 흔한 집으로 옮깁시다. 물만 긷다가 내년 봄엔 낙제하게 생겼는걸요! 하루 이틀이 아니구 …. 최 노인: (돌아보지도 않고) 그래 …. 경운: 얘도 속없는 소리 잘 하긴 경애 언니 닮았나 봐! 누가 이따위 골목 구석에서 살고 싶어 살고 있니? 경재: 살기 싫으면 딴 데로 옮기면 될 걸 왜 이런 게딱지 굴 속에서 산다는 거요? 최 노인: (눈을 크게 부릅뜨며) 무슨 소리냐? 이 집이 어때서? 경재: 아버지나 좋아하시지 우리 식구 중에서 이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최 노인: 싫은 놈은 언제건 나가라지! 절간이 미우면 중이 나가는 법이야. 경재: (남은 물통을 비우며) 중도 없는 절을 뭣에 쓰게요? 도깨비나 날걸 …. 최 노인: (약간 핏대를 올리며) 도깨비가 나건 노다지가 나건 제 집 지니고 산다는 걸 다행으로 알아, 이놈아! 경재: (못마땅한 낯으로) 다행으로 알 건덕지가 있어야죠. --차범석, ‘불모지’ 1. ㉠과 ㉡의 대조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를 한 문장으로 쓰시오. 2. 이 글에 드러나는 표면적 갈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시대 현실과 결부하여 그러한 갈등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서술하시오. 302쪽 2. 이강백, ‘파수꾼’ (작품 안으로) → 주제: 진실이 통용되기 어려운 비극적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진실에 대한 열망 특징: ‘양치기 소년과 이리’의 내용을 빌려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1970년대의 정치적 상황, 즉 반공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안보 논리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당시의 정치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_해설자, 촌장이 되어 등장._^ 검은 옷차림. ㉮^_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도._^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중략) 촌장: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여 있습디다. / 나: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저쪽요, 저쪽. 찔레 덩굴 밑이던가요 …. / 나: 드디어 잡는군요! 파수꾼 ‘나’ 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다’에게 보인다. 촌장: 이것, 네가 보낸 거니? / 다: 네, 촌장님. 촌장: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구,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넌 나 혼자만을 와 달라구 하지 않았니?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어떤 사람은 도끼까지 들고 온다더라. / 다: 도끼를 왜 들고 와요? 촌장: 망루를 부순다고 그런단다. ‘이리 떼는 없구, 흰 구름뿐.’ 이것이 구호처럼 외쳐지구 있어.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구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_이리 떼를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_^ 다: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중략) 촌장: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_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_^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의 쓸모 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 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구,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다: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뭐라구?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 웃으며)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뭐냐? 있지도 않는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구,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구, 양철 북도 두들기구,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짓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303쪽 다: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구 함께 외치세요. 촌장: 그래, 외치마. / 다: 아, 이젠 됐어요! 촌장: (혼잣말처럼) … 그러나 잘 될까? 흰 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 가지구 마을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 다: 뭘 망설이시죠? 촌장: 아냐, 아무것두 ….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_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낼름 나왔다가 들어간다._^)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구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구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다: 살인이라구요? 촌장: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얘, 너는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중략) 다: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구 싶어요. 촌장: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구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 다: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며) ㉤^_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테니._^ 다: 꼭 약속하시는 거죠? / 촌장: 물론 약속하지. 다: 정말이죠. 정말? / 촌장: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나가 들어온다. 나: 또 헛치였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치인 것 같아도 가 보면 달아나구 없어요. 촌장: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나: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구 싶었는데 …. 촌장: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중략)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다: 이리 떼다!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가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나는 신이 나서 양철 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가: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 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 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니다. 내용 구조도 촌장 ← 이리 떼 →파수꾼 ‘다’ 촌장 설득·회유 파수꾼 ‘다’ 진실 주장 → 굴복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양치기 소년’과 ‘파수꾼’의 차이: 두 작품은 진실의 왜곡과 그로 인한 결과를 다루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진실을 왜곡하는 주체가 ‘양치기 소년’에서는 ‘소년’이다. 그러나 ‘파수꾼’에서 ‘소년’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원작과 다르다. 또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지만, ‘촌장’의 거짓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마지막으로 결과 면에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자신의 피해로 이어지지만, ‘촌장’의 거짓말은 모든 마을 사람이 피해자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어휘 풀이 * 촌장: 마을 일을 두루 맡아 보던, 마을의 큰 어른 * 파수꾼: 적의 움직임과 주변 상황을 경계하여 지켜보는 사람 * 망루: 망을 보기 위해 높이 지은 누각 구절 풀이 * 오늘은 나에게~외칠 테니.: 촌장은 완강하게 저항하는 파수꾼 ‘다’에게 먼저 오늘만은 양보하고 자신의 말대로 하자는 권유를 하기도 하고, ‘다’를 달래기도 하면서 서서히 굴복시키는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 이리 떼다!~이리 떼가 몰려온다!: 존재하지 않는 이리 떼를 이용하여 마을을 통치하려는 촌장의 말에 파수꾼 ‘다’가 설득당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부분이다. (진단 체크) 1. 이 작품은 어떤 우화로부터 모티프를 빌려 왔는지 쓰시오. 2.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 )을/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려 한다. (답) 1. 양치기 소년 2. 진실 304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3쪽 1. ㉮를 전제로 이 글에 드러난 ‘촌장’의 인물됨을 평가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표리부동 ② 각주구검 ③ 견강부회 ④ 다문박식 ⑤ 자가당착 2. 이 작품을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하고자 한다. 포스터에 사용할 문구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폐된 진실, 과연 밝혀질 것인가? ② 좁혀지지 않는 세대 간의 거리, 그 해법은? ③ 뿌리째 흔들리는 권위, 기성 세대가 설 땅은? ④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행복, 누구의 책임인가? ⑤ 밀쳐 내기 어려운 은밀한 유혹, 과연 그 결말은?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 배우 한 사람이 ‘해설자’와 ‘촌장’의 1인 2역을 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 진실을 왜곡하여 모두가 누려야 할 행복을 촌장이 독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③ ㉢: 촌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리 떼에 대한 경계심이 오히려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④ ㉣: 촌장이 겉으로는 온화한 체하지만, 속으로는 소년을 설득하기 위해 위선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동작이다. ⑤ ㉤: 진실을 주장하는 소년 파수꾼의 신념과 의지에 촌장이 굴복하여 타협안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서술형 4. ‘촌장’과 파수꾼 ‘다’의 갈등은 무엇을 둘러싸고 벌어진 것인지 구체적으로 쓰시오. 5. 이 작품이 쓰인 시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글에서 ‘이리 떼’와 ‘양철 북’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각각 쓰시오. 305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83쪽 [앞부분의 줄거리] 이리 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실을 외치던 파수꾼 ‘다’는 촌장의 회유에 굴복하고 이리 떼의 출현을 외치고 만다. 나: 난 네가 이렇게 용감해질 줄은 몰랐구나. / 촌장: 고맙다. 정말 잘해 주었다. 나: 아냐, 난 몰랐던 건 아니었어. 넌 나에게 용감한 사람이 되마구 약속하질 않았니? 난 그때 이미 알아본 거야, 넌 꼭 훌륭한 파수꾼이 될 거라구. [A]^_촌장: 얘, 나 좀 보자. (한갓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곳에서 일생을 지내야 한다. 다: … 네? 촌장: 마을엔 오지 말아라. / 다: (침묵) 바람 부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촌장: 난 저 사람들이 싫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딸기 따기에 가 있다. 넌 내 추억이야. 너에게는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 있다. 사이. 촌장: … 하지만, 여긴 너무 쓸쓸해. 사이. 촌장: … 미안하다. 사이. 촌장: 그럼 잘 있거라. / 나: 가시려구요, 촌장님? 촌장: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나: 제가 저만큼 바래다 드리지요. 덫도 좀 살펴볼 겸 해서요. (함께 걸어가며) 그런데 말입니다, 양철 북을 치던 내 모습이 멋있지 않던가요? 촌장과 파수꾼 나, 퇴장한다. 바람 소리만이 더욱 거칠어진다. 잠시 후, 망루 위의 파수꾼이 ‘이리 떼다!’ 외친다. 파수꾼 다는 조용히 양철 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1. 파수꾼 ‘다’가 조용히 양철 북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장면이 의미하는 바를 쓰시오. 2. [A]에서 파수꾼 ‘다’와 ‘촌장’의 위치가 역전되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원인을 간략히 쓰시오. 306쪽 ^[03. 전통적 정서의 극적 형상화 1. 오영진, ‘맹 진사 댁 경사’ (작품 안으로) → 주제: 인간의 허욕과 우매함에 대한 풍자와 비판 특징: 우리의 전래 민담인 ‘뱀 신랑’ 설화에서 소재를 택한 작품이다. 인간의 성실성을 보기보다는 외모, 배경, 가문, 권세 등에 아부하는 맹 진사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권선징악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 밖으로) ← 이 작품은 순진하고 선한 한국인의 건강한 마음씨를 부각시키면서 진실성의 승리를 극화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제재를 취하여 고전의 현대화에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후에 ‘시집 가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각색되어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전체 줄거리] 가문과 권력을 중시하는 맹 진사는 딸 갑분이를 명문가의 도령 김미언과 혼인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김미언 쪽에서 신랑감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혼례날 전에 퍼뜨려 맹 진사의 속 마음을 떠보려 한다. 한편, 맹 진사는 이 소문을 듣고, 딸 갑분이를 몸종 입분이와 바꿔치기해서 혼사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런데 혼례를 치르는 당일, 김미언은 씩씩한 걸음걸이로 맹 진사 댁에 도착하여 마음씨 고운 입분이와 혼례를 치른다. 삼돌: 에그 나리마님, 어느새 당겨 오셨군입쇼. 맹 진사: 에끼 이놈, 그래 마님 계시냐? 삼돌: 네. 가셨던 일 어찌나 되셨나 그렇잖아도. 지금 안절부절 …. 맹 진사: 안절부절은 왜? 그런 걱정말구 냉큼 나오시라고 그래. 삼돌: (안으로 들어간다. 그와 스쳐 사랑에서 길보 뛰어나온다.) 길보: 에그 나으리. 어느새 댕겨 오셨에유? 맹 진사: 꼭두새벽에 도라짓골을 떠났다. 길보: 그렇잖아두 가셨던 일이 어찌나 되셨나 큰 나리마님허구 운산골 나리꺼정 오셔서 …. 맹 진사: 운산골 나리? 오, 숙부님께서도 오셨단 말이겠지? 그러면 그럴 테지. 길보: 네. 가셨던 일 하회가 어찌나 되셨나 하구. 맹 진사: 게서두 안절부절들이냐? / 길보: 아. 그야 …. 맹 진사: 에이 걱정들두 …. 나가 여쭤라. 곧 나아가 뵙겠다구. 길보: 그럼 거지반 성사가 됐군입쇼. 맹 진사: 헛! 누가 나선 일인데. / 길보: 아무렴입쇼. 제가 뭐랬습니까? 맹 진사: 얘, 갑분 아씬 어딨느냐? 길보: 갑분 아가씬 입분이 거나리구 이웃 색시들 허구 뒷산에 도라지 캐러 가셨나 봅니다. 맹 진사: 뭣이? 도라지 캐러? 에이 조심성 없는 것, 냉큼 쫓어 가 모셔 오너라. 길보: 네에. (발 씻을 물을 떠다 놓고 사랑으로 나간다.) 맹 진사: 저 때문에 이 애비 이 고초도 모르고 …. 그나마 지체 높은 김 판서 댁 며느리가 되느냐 못 되느냐 하는 판국에, 에이, 조심성 없는 계집애 같으니라구. (한씨와 유모 안에서 나온다.) 한씨: 에그 영감, 듣자오니 거진 성사시켜 가지구 오셨다지요. 맹 진사: 나왔소? / 한씨: 그래 근사하게 들어맞았어요? 맹 진사: 근사하게? (잔뜩 버티며 의관을 벗는다.) 307쪽 한씨: (의관을 받아 유모에게 넘기며) 자, 가셨든 일 얘기나 좀 하시구려. 그래 어떻습니까? 맹 진사: … 에헴！/ 한씨: 아이 갑갑해. 맹 진사: … 에헴, 놀라지 말어. 행랑방만 삼십 칸. 에그그 삼십 칸이라니 사십 칸두 더 되겠든걸. 행랑방만 말야. 행랑방만, 알았어? 유모: 아유머니나. 행랑방만 사십 칸, 이건 정말 어마어마하구먼입죠, 나리마님. 맹 진사: 거기다가 오곡백과를 가뜩 가린 곡간이 아마두 하나, 둘, 셋, 넷 …. 한씨: 아마 대궐 같은 집인가 보구려. 맹 진사: 내게 대한 접대야 말루 구중궁궐에서 나온 손님인 양 융숭하기 이를 데 없구. 유모: 어쩌면 … 그런 집 구경이라도 한번 했으면. 갑분 아가씨 시집갈 땐 이년이 꼭 후행하게 해 주셔요, 네, 나리마님. / 맹 진사: 후행? 암 가야지. 젖엄마가 후행 가잖으면 누가 가나. 한씨: 원, 어느새 후행이니 뭐니, 괜히 영감 혼자서 지레 춤만 추는 게나 아니시유? 맹 진사: 헛! 지레 춤이라니, 누가 간 일인데. 내가 애초에 도라짓골로 찾아갈 때부텀 이 속에 계책이 딱 섰든 거야. 아암, 계책과 성산과 자신대로 허허허 안될 게 어딨드람. 한씨: 정말이유? 정말 저편에서두 좋다구 그랬나요? 맹 진사: 이렇게 사람을 못 믿어. 허긴 참 …. (연방 뻐기며) 만사가 다 수완 나름이거든. 수완, 수완 나름이다마다, 허허허. 한씨: 에그, 영감 수완이 놀라우신 거야 누가 모르리까? 어쨌던 이번 일에 성사하셨다면 영감 평생에 첫 공으로 공덕비라두 세워 드려야겠구려. 맹 진사: 공덕비? 아함 그렇지, 허허허 …. 한씨: 하늘에 별따기루 어찌다 들어맞췄을 테니 좀 놀라운 공이시유. / 맹 진사: 뭐어? 유모: 정말이시라면 나리마님 예사로 뵐 게 아니시로구먼요 마님. 맹 진사: 아니, 유모꺼정 요렇게 깔보기야. 응? 버릇없게. 유모: 에그, 아니에요. 요 주둥아리가 … 그저, 헤헤헤 …. 맹 진사: 에헴! 난 말이야, 이제부터 말이야, 권세 높은 김 판서 대감의 사돈이야. (불시에 고성) 유몰랑 얼른 가서 갑분 아가씨나 찾어 와. / 유모: 네에. (급히 나간다.) 한씨: 참 영감, 그러구 보니 영감께서 돈으루 사서 한 벼슬이지만 진사 하나 해 두기를 잘 하셨군요. 아닌 게 아니라 요새 세상에 진사쯤이야 대단찮은 벼슬이지만 그래두 안 해 둔 것보다는 나았지! 안 그래요? 맹 진사: 돈으루 사서 한 진사? 쉿! 요 복촐아, 누가 듣겠구료, 엥이! 당신 땜에 내 평생이 …. 한씨: 에그머니나, 아버님께서 나오시나 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내용 구조도 김 판서 댁 도령과 갑분의 혼약 → 입분을 갑분으로 꾸며 혼례를 치름 → 신랑이 멀쩡한 대장부로 밝혀짐 → 입분이 판서 댁 며느리가 됨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인물로 본 이 작품의 희극적 성격: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맹 진사는 자신이 가장 영리하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허욕에 눈이 어두워 터무니없는 꾀를 부리다가 스스로 낭패를 자초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은 보통 수준, 혹은 그 이하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희극의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그것은 이러한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우매성을 쉽게 폭로하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휘 풀이 * 사랑: 집의 안채와 떨어져 있는,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곳 * 하회: 어떤 일이 있은 다음에 벌어지는 일의 형태나 결과 * 행랑방: 예전에, 대문 안에 죽 벌여서 지어 주로 하인이 거처하던 방 * 곡간: 곡식을 보관해 두는 곳간 * 구중궁궐: 문이 겹겹이 달린 깊은 대궐 * 융숭: 대우하는 태도가 정중하고 극진함 * 후행: 혼인 때에 가족 중에서 신랑이나 신부를 데리고 가는 사람 구절 풀이 * 저 때문에 이 애비~하는 판국에: 맹 진사의 신분 상승 욕구가 잘 드러나는 대사이다. * 잔뜩 버티며 의관을 벗는다.: 맹 진사의 거만한 성격을 행동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김 판서 댁과의 혼인을 성사시키고 온 것에 대한 과시적 태도에 해당한다. * 원 어느새~추는 게나 아니시유?: 맹 진사가 김 판서 댁과 혼인을 거의 성사시키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한씨의 반응이다. 혼사가 이미 성사된 것처럼 처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만사가 다 수완~수완 나름이다마다.: 맹 진사는 스스로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수완으로 김 판서 댁과 혼사를 성사시켜 자신감에 차서 한 말로, 부귀영화를 위해서는 어떤 계략도 마다하지 않는 부정적 인물임을 드러낸다. (진단 체크) 1. 이 글의 중심 사건을 쓰시오. 2. ‘맹 진사’의 인물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때, ( ) 안에 들어갈 단어를 찾아 쓰시오. 맹 진사는 ( )을/를 통해 ( )을/를 추구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답) 1. 김 판서 집과 혼인을 성사시키고 이를 뽐내고 있는 맹 진사 2. 수단(혼례), 권세 308쪽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4쪽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김 판서와 맹 진사 등을 내세워 양반 계층의 치열한 권력 암투를 풍자하고 있다. ② 가문과 권세에 욕심을 내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있다. ③ 혼인을 통해 양반 계층이 세습되고 있는 현실의 모순과 계층 간의 갈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④ 어리석지만 건강한 웃음을 전해 주는 주인공을 내세워 전통적인 해학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⑤ 혼인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는 주인공을 통해 전통 혼례의 모순을 비판하고 자유 연애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2. '보기'를 참고할 때, 이 글의 ‘맹 진사’에 대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가문과 권력을 중시하는 맹 진사는 딸 갑분이와 명문가의 도령 김미언의 혼인을 성사시킨 뒤 이를 과시한다. 그런데 김미언 쪽에서 신랑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혼례 날 전에 퍼뜨려 맹 진사의 속마음을 떠보려 한다. 한편, 맹 진사는 이 소문을 듣고, 딸 갑분이를 몸종 입분이와 바꿔치기해서 혼사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런데 혼례를 치르는 당일, 김미언은 씩씩한 걸음걸이로 맹 진사 댁에 도착한다. ① 기고만장하더니 제 꾀에 제가 당하고 마는군. ② 호가호위하더니 다 된 밥에 재를 빠뜨린 꼴이군. ③ 허장성세를 보이더니 서두르다 결국 낭패를 보고 마는군. ④ 안하무인이더니 역시 예의범절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이군. ⑤ 자식을 금지옥엽으로 기르더니 역시 자식 사랑이 가히 희생적이군. 3. 이 작품을 문학적 전통을 계승한 작품으로 추천하려고 한다. 그 이유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고전 소설 ‘배비장전’이나 ‘이춘풍전’과 같이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② 고전 소설 ‘흥부전’이나 ‘장화홍련전’ 등에 드러나는, 선명히 대립되는 선악 구조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③ 결함 있는 신랑임을 알면서도 결혼하는 착한 신부가 복을 받게 되는 전래 민담 ‘뱀 서방’의 소재를 계승하고 있다. ④ 고전 소설 ‘심청전’이나 ‘흥부전’과 같이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이 화를 입는다는 행복한 결말 구조를 보이고 있다. ⑤ 양반 가문과의 혼인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루는 ‘춘향전’과 같이 혼인을 통한 평민들의 신분 상승 욕구와 성취감을 그리고 있다. 서술형 4. [A]에 드러나는 ‘한씨’의 역할을 ‘맹 진사’와 관련시켜 한 문장으로 쓰시오. 309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84쪽 참봉 나가려 할 때 삼돌 절뚝거리며 등장 맹 진사: 네 … 이눔, 내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삼돌: 아니에요. 죽을려다가 그만 낙상했어요. (다리를 뻗고 주저앉는다.) 죽어라고 술을 퍼먹었지. 그래도 죽지 않아서 물로 뛰어들었지. 낚시질꾼에게 방해가 돼서 나무에 목을 매었지.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서러워서 또 못 죽었어 …. (일어서 대청 앞 큰 상을 노리며) 입분아, 지레빠진 이 계집애야. 넌 종시 갈 테냐, 난 못생긴 머슴일망정 이렇게 성하다. 다리 병신 양반 자제가 그래도 맘에 들드냐? 이 시시한 년아 시집 못 갈라, 입분아! 맹 진사: 이 죽일 놈아 …. (덤빈다.) 삼돌: 흥, 날 칠려구요, 칠려면 쳐 봐요. 그 대신 이 혼인은 이제라도 저기 판서댁에 내 말 한마디만 하면 그만. 참봉: (진사를 비켜 세우고) 얘 얘, 삼돌아. 제발 좀 진정해라, 응. 입분이 아닌 다른 색실랑 소원대루 누구든지 책임을 지고 얻어 줄게, 응. 곱단이가 좋다면 곱단이로 얻어 주마. 삼돌: 싫어요! 참봉: 그럼 금례는 어떠냐. 그 애가 이쁘고 재치 있고 아담하고 짭짤하고 상냥하고 …. 삼돌: 싫어요! 참봉: 그럼 누구란 말이냐, 어디 말해 봐라. 네가 좋아허는 사람을, 응? … 삼돌: 입분이밖에 없어요. 참봉: 에그, 이런 심술궂은 소리 말구 …. 고집도 너무 허면 그건 벽창호라는 거야. 그러지 말구, 어서. 삼돌: 뭐요, 벽창호요. 누가 헐 소리예요? 정녕 색시 하나 얻어 주실려거든 댁 갑분 아가씨를 입분이 대신 주세요. 맹 진사: 원, 이 녀석이! 참봉: 갑분 아가씨를? 네가 환장을 했느냐? 삼돌: 왜들 놀라실까, 마찬가지예요. 입분이가 갑분 아가씨가 됐으니 갑분이 아가씨가 입분이 아가씨가 된 게 아녜요. 피장파장인데 뭘 그래요. 맹 진사: 에끼, (격노하여) 이 배지 못할 후레자식아! 삼돌: 싫거들랑 그만 두세요. (일어선다.) 참봉: 얘, 얘 삼돌아. 맹 진사: 내버려 두어! 참봉, 내 저놈을 그냥 두지 않을 테야. 1. ‘삼돌’과 ‘맹 진사’의 갈등의 요인을 본문을 통해 찾아 쓰시오. 2. ‘삼돌’이 양반에 대한 저항 의식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부분을 찾아 쓰시오. 310쪽 2. 이청준 원작 / 김명곤 각색, ‘서편제’ (작품 안으로) → 주제: 한의 예술적 승화 특징: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소리꾼 남매의 소리에 얽힌 한과 예술적 열정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구현하였다. (작품 밖으로) ← 현대 서구 문명 속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강한 집념과, 예술의 완성을 위해 희생당한 한 여인의 애절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 고유의 전통 음악을 통해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영화로 훌륭하게 그려 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S No. 91. 염전 주막 방 안 (천가가 문을 열어 주면 송화가 방으로 들어가 앉는다.) (동호, 송화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천가, 문을 닫는다.) / (송화의 B.S.) 동호: 소리를 좇아 남도 천지 안 돌아본 데가 없는 위인이오. 소리만 있어 주면 이대로 앉아 밤이라도 새우겠소. / 송화: 들을 만한 데도 없이 천하기만 한 소리요. 동호: (소리) 소문을 듣고 찾아온 터이니 사양치 말고 좀 들려주시요. (송화, 자세를 고쳐 앉는다.) 동호: (북을 앞으로 잡아끌며) 북을 잡아 본 지 오래 돼서 … 장단이나 맞을런지 모르겠소. (동호, 북을 둥둥 친다.) 송화: 그때의 심청이는 부친 눈을 띄울랴고 /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만경창파를 떠날 적에 / 북을 두리둥두리둥 둥둥 두리둥 둥둥 둥둥 (북 치는 동호의 모습) 송화: (소리) 물결은 워리렁워리렁 툭 쳐 뱃전을 탕탕 와르르르르 송화: 심청이 거동 봐라 바람맞은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뱃전으로 나가더니 다시 한 번을 생각한다. / 내가 이리 진퇴키는 부친 효성 부족함이라. 치마폭 무릅쓰고 두 눈을 딱 감고 / 뱃머리로 우르르르르 손 한 번 헤치드니 기러기 낙수 격으로 떴다 물에 가-- (소리) 풍 동호: (북을 치며) 어이. / 송화: 행화는 풍랑을 쫓고 (동호임을 알아채고 동호 쪽을 보는 송화) / (두 사람의 부감) 송화: 명월은 해운에 잠겼구나. (시선을 거두는 송화) (중략) S No. 95. 염전 길 (동호,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다.) 천가: (소리) 저 사람이 자네가 늘 기다리던 동생인가? 송화: (소리) 예. 제 소리가 저 사람의 북장단을 만났을 때 대번에 동생인지 알아챘지요. 옛날 제 아비 솜씨 그대로였어요. S No. 96. 염전 주막 안 311쪽 천가: 어쩐지 심상치 않더라니. 헌디 그렇게도 기다리던 사람끼리 왜 서로 모른 척하고 헤어졌단 말인가? / 송화: ^_한을 다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_^ 천가: 무슨 한이 그렇게도 깊게 맺혔간디 풀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헤어졌단 말이여? 송화: 우리는 간밤에 한을 풀어 냈어요. / 천가: 어떻게? 송화: 제 소리허고 동생의 북으로요. 천가: 어쩐지 임자 소리가 예전하고 썩 다르다 했더니만은 …. (버스 소리 들려온다.) S No. 97. 염전 길 (동호, 버스가 서자 차에 올라탄다. 차 떠난다.) 천가: (소리) 나도 밤새워 들었는디, 자네 소리하고 저 사람 북장단이 어우러졌을 때 서로 몸을 대지 않고도 상대편을 희롱하고, 어쩔 때는 서로 몸을 보듬고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 S No. 98. 염전 주막 안 (버스 떠나는 소리 들린다.) 송화: 제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지요? / 천가: 한 삼 년 되었제. / (송화 B.S.) 송화: 제 팔자를 생각해 보면 당치도 않게 편한 세월이 너무 길었나 봐요. 이제 그만 몸을 옮겨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천가: 나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을 했네만 … 다시 홀아비로 돌아가는구만. 정해진 곳은 있는가? (송화, 고개를 젓는다.) 천가: (소리) 정해지거든 알려 주소. 내 짐을 부쳐 줌세. S No. 99. 갈대밭 (여자 아이의 손에 이끌려 길을 가는 송화) / (멀어져 가는 송화와 여자 아이) (타이틀 오른다.) 내용 구조도 송화 한 동호 그리움 송화--동호 재회 한--그리움 승화 → 소리 꼭 필요한 내용 연구 * ‘소리를 하는 행위’의 의미: 등장인물들은 ‘소리’를 통해서 한을 풀어 낸다. 여기서 ‘한을 풀어 낸다.’는 것은 한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을 확인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북돋운다는 의미이다. 한은 함부로 헤집으면 더 큰 상처가 되지만, 이렇게 소리를 통해서 풀어 낸다면 서로의 한을 위로하고 보듬을 수 있으며, 자신의 운명대로 각자의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다. 이들이 가슴에 품은 한은 ‘소리’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어휘 풀이 * B.S.(bust shot): 카메라 용어. 머리끝에서 가슴까지 잡아서 촬영하는 기법 * 운우지정: 남녀간에 육체적으로 나누는 정 구절 풀이 * 두 사람의 부감: ‘부감’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도록 찍는 카메라 기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화면을 구성하여 두 사람이 심정적으로 일체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 * 시선을 거두는 송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북을 치는 사람이 동호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짧은 순간 그 사실을 모른 척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 * 이제 그만 몸을~된 것 같아요.: 득음의 경지를 위해 떠도는 송화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 다시 홀아비로 돌아가는구만.: 천가와 송화가 부부처럼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진단 체크) 1. S No. 91에서 동호의 북 소리는 누이에 대한 ( )이/가 담겨 있다. 2. S No. 91에서 송화의 창은 ( )이/가 묻어나는 애절한 소리이다. 3. 눈이 먼 송화는 동호가 동생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o, x) (답) 1. 그리움 2. 한 3. x 실력 다지기 정답과 해설 84쪽 1. 이 글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감독이 제작진에게 요구한 사항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S No. 91의 방 안은 시골 주막의 느낌이 잘 살아날 수 있게 허름하게 꾸며 주세요. ② S No. 96에서 천가는 대화가 진행되면서 간밤의 사건을 이해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주세요. ③ S No. 97은 동호가 떠난 주막의 쓸쓸한 모습이 잘 살아나도록 배경을 꾸며 주세요. ④ S No. 98에서 천가는 인정이 많고 남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 인물로 연기해 주세요. ⑤ S No. 99에서 기쁜 마음으로 길을 떠나는 송화를 가까이에서 따라가며 촬영해 주세요. 312쪽 2. '보기'를 S No. 91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고려했을 내용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보기' 천가가 문을 열어 주자 송화가 방으로 들어왔다. 동호는 그 순간 마치 무엇이라도 찾아내려는 듯이 송화를 바라보다가 문 닫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소리를 좇아 남도 천지를 돌아다녔던 세월, 동호는 실은 소리보다도 송화를 더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호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소리를 듣고 싶소 ….” / “들을 만한 데도 없이 천하기만 한 소리요.” 송화는 달관한 사람 마냥 거절했다. 그러나 동호의 간청에 못 이기는 척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장단이나 맞을는지 모르겠소.” 동호는 북을 끌어당긴다. 오랜 시간 북을 잡아 보지 못했지만 오늘만은 유난히 정겹게 느껴졌다. 둥 … 둥 … 동호는 자신의 가슴을 후려치듯이 북을 쳐 댔다. ① 과거의 사건을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현재형으로 제시한다. ② 장면을 직접 화면에 잡을 수 없어 대사를 통해 화면 밖의 사건을 전달한다. ③ 카메라로 등장인물을 잡아 내는 화면을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드러낸다. ④ 인물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지 못하고 대사나 행동만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⑤ 서술자의 상세한 서술이나 묘사가 불가능하여 인물의 대사로 정보를 전달한다. 3. '보기'는 이 글에 대한 감상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 중, S No. 99의 상징적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보기' ⓐ^_북채를 잡아라 오래비여._^ / 송홧가루 하염없이 내 귓가를 스치는 ⓑ^_남도 황톳길 터벅터벅 걸어 / 소릿재에 올랐다._^ ⓒ^_산마루마다 걸린 붉은 노을은 / 누구의 노래더냐 누구의 불타는 마음이더냐._^ 어서 북채를 잡아라. / ⓓ^_눈 뜨고는 차마 여기 이를 수 없어 / 오래비여, 나 눈을 감았다._^ ⓔ^_내 소리 이제 이 산천에 묻고 / 또 다른 소리 찾아 / 이 몸 이 산천 저 산천 떠돌리라._^ 어서 북채를 잡아라. --조태일, ‘서편제’ ① ⓐ ② ⓑ ③ ⓒ ④ ⓓ ⑤ ⓔ 서술형 4. ‘송화’와 ‘동호’의 관계로 미루어 볼 때, ^_한을 다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_^라는 ‘송화’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쓰시오. 5. ‘천가’는 자신의 곁을 떠나겠다는 ‘송화’를 붙잡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이 이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쓰시오. 313쪽 더해 읽기 정답과 해설 85쪽 S No. 84. 소릿재 폐가 방 안 (송화, 문 앞에 앉아 있고, 유봉 그 앞에 앉아 있다.) 유봉: 이제 제법 니 한을 소리에 실을 수 있게 되었구나. 송화: …. 유봉: 송화야. 송화: 예, 아버지. 유봉: 내가 니 눈을 그렇게 만들었다. 송화: …. 유봉: 알고 있었쟈? (송화, 끄덕인다.) 유봉: 그럼 용서도 했냐? 송화: …. 유봉: 니가 나를 원수로 알았다면 니 소리에 원한이 사무쳤을 텐디, 니 소리 어디에도 그런 흔적은 없더구나. 이제부터는 니 속에 응어리진 한에 파묻히지 말고 그 한을 넘어서는 소리를 혀라. (송화의 얼굴) 유봉: (소리) 동편제는 무겁고 맺음새가 분명하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정이 많다고들 하지. 하지만 한을 넘어서게 되면 동편제도 서편제도 없고 ㉠^_득음_^의 경지만 있을 뿐이다. 1. '보기'는 이 글의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하여, '보기' 대화의 ( ) 안에 들어갈 내용과 그 이유를 쓰시오. (단, ‘원망’이라는 단어를 넣을 것) '보기' 유봉: 내가 니 두 눈을 멀게 했다. 송화: 알고 있었어요. 유봉: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법이다. 내 니 소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구구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미안하다. 송화: ( ). 저도 제 안의 한을 소리로 바꾸고 싶었어요. 유봉: 내가 다 이루지 못했던 것을 네가 이루었으면 좋겠구나. 2. 문맥을 참고하여, ㉠의 의미를 쓰시오. 314쪽 ^[실전문제 정답과 해설 86쪽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김상학: 그러니 말이야, 아버지 환갑에 손님을 좀 초대하고도 싶지만 한 달 후엔 내 결혼식이 있으니 같은 손님들을 두 번 청할 수도 없고 …. 김상범: 그야 그렇지 …. 김상학: 그러니 암만해도 이번 아버지 환갑은 네가 좀 주동이 돼서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김상범: 그렇기도 하군요. 사장님께 직접 사정 말씀 드릴까 …. 김상학: 잘 알아서 해주렴. 김상범: ㉠^_근데 형수님 될 분은 어떤 분이예요?_^ 김상학: 너도 잘 아는 여자지. 김상범: 저도요? 김상학: 요 위층에 사는 미스 박말이야. 가정 주부로서는 그만이기에 …. (중략) 김상범: (체념하기에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태도로) … 이거 … 결혼 상대자를 빼앗긴데다가 아버지 환갑잔치 비용도 내가 주선해야만 하는 팔자입니다. 이젠 할 말이 없습니다. ㉡^_저의 나이는 서른한 살입니다. 앞으로 살아봤자 한 20년 …. 나머지 20년마저 밤낮 손해만 보는 세월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집니다._^ 저는 여태까지는 모든 생활을 제가 아는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해왔습니다. 인천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여름에 하도 무덥기에 해수욕장에 나갔죠. 갑자기 저쪽 바위 밑에 옷을 입은 채 기어들어가는 젊은 여자를 보았습니다. 틀림없는 자살입니다. 저는 밀짚모자를 내던지고 달려가 그 여자를 끌어냈습니다. 얼굴은 예쁜데 왜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모래 위에 끌어내서 살렸더니 그 여자는 고맙다는 말 대신에 저의 뺨을 갈겼습니다. 그러니까 경찰은 저를 파출소로 연행하더군요. 이 사회에선 저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새 상식’을 배우렵니다. 이제부터 물에 빠진 놈에겐 돌을 안겨줘야겠습니다. 자리를 양보하느니 발로 걷어차는 길을 터득해야겠습니다. 즉 기존 상식을 거부하는 겁니다. 우선 새 상식을 회사에서 한번 실험해 보았습니다. ㉢^_무대 좌측 사무실에 불이 켜진다. 문을 사이에 두고 사장실에는 사장이 있다._^ 성아미가 소파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있다. 상범이 ^_엽총_^을 들고 들어와 손질을 한다. 성아미: 조심하셔요. 총알은 다 빼고 하세요? 김상범: 네, 실탄은 다 뺐습니다. 성아미: 가끔 사냥도 가세요? 김상범: 사장님이 가자면 가끔 따라다닙니다. 성아미: 상범씨는 … 아직 독신이세요? 김상범: 아직 장가를 못 갔습니다. … 근데 비서님은 결혼 안 하세요? 성아미: 저요? … 저의 남편이 돌아가신 지 8개월 밖에 안 돼요. 김상범: 사장님의 아드님 말이죠? 성아미: 결혼 얘기를 꺼내 저의 마음을 괴롭히지 마셔요. 아직 그분을 못 잊고 있어요. 김상범: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_전화벨이 울린다. 엽총을 쥔 채 상범이 받는다._^) 네. 네? 성아미 씨요? 계십니다. (수화기 대신 엽총을 내밀며) 박 전무님입니다. 아, 실례했습니다. (수화기를 준다.) 316쪽 성아미: 네, 저예요. 그분이요? 경리 보는 김상범씨예요. 괜찮아요. 네? 지금요? 아직 사장님도 계시는데 … 알겠어요. 그리로요? 혼자서 기다리게 하지 마셔요, 네. 수화기를 놓고 시계를 본다. 상범이 힐끔 본다. 이어 사장실로 들어간다. 김상범: ㉤^_8개월 전에 죽은 남편을 잊을 수가 없다던 여자입니다. 박전무가 전화를 하니까 대낮에 나갈 생각입니다._^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저런 친구들의 상식, 즉 내가 새 상식이라고 부르는 상식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아미가 나와 핸드백을 들고 무대 밖으로 나간다. 상범은 총구를 그의 등에 겨눈다. 문이 열리며 사장이 나온다. 상범은 몸을 돌려 뜻하지 않게 이번에는 사장에게 총구를 들이댄다. 사장: 에이크, 이 사람아! 김상범: 아이, 죄송합니다. 손질을 하고 났더니 갑자기 한번 쏘고 싶어서 …. 사장: (총을 받으며) 응, 수고했어. 경리과장은 어디 갔나? 김상범: 네, 배 과장은 돈 백만 원을 가지고 요 앞에 있는 ‘바구니’다방으로 갔습니다. 사장: 백만 원? 회사 돈을 …? 김상범: 네, 저보고 백만 원을 달라고 하기에 …. 사장: 다방엔 뭣하러 갔나? 김상범: 어떤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구 성비서는 방금 여기에 있었는데 …. 사장: 아, 비서는 이빨이 아파 치과에 갔다 온다고 나갔어. 배 과장이 가끔 돈을 가불하나? 김상범: 글쎄 … 가불증을 안 쓰고 가끔 돈을 가지고 나가니 … 그 돈이 가불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장: 배 과장이 쓰는 돈을 잘 알아두도록 해. 김상범: 네, 계산을 해놓겠습니다. 사장: 그 다방에 있는 여자가 술집 여자인가? 김상범: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 사장: 하기야 …? 김상범: 배 과장이 약주를 참 좋아합니다. 점심 때도 가끔 한 잔씩 합니다. 사장: 회사의 돈을 맡고 있는 사람이 …! ㉮^_김상범_^: 사장님, 저 제가 이런 말씀을 올렸다고 … 저는 사장님을 존경하고 … 회사의 발전을 무엇보다도 기뻐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말씀을 올렸습니다. 교회에서 사장님의 지시를 받고 …. 사장: 알았어. 자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네. 잘 해보도록 해.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1. 연극제에 출품하기 위해 홍보 포스터를 만든다고 할 때, 홍보 문구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대인의 방황과 고뇌를 그린 사회 비판극 ② 배금주의에 희생된 한 인간의 비극적 이야기 ③ 산업사회의 이면을 폭로한 밀도 높은 사실극 ④ 한 인물의 속물적 삶의 과정을 다룬 사회 풍자극 ⑤ 현대 도시인의 도덕적 타락을 꼬집은 풍자 코미디 316쪽 2. 이 글의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사장은 김상범의 말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보니 매우 공명정대한 인물이군. ② 성아미는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니 이중인격을 지녔군. ③ 김상범은 처음에 이해심이 많았으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변하는군. ④ 김상학은 동생이 결혼할 여자를 가로채고 아버지의 환갑보다 자신의 결혼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이군. ⑤ 배 과장은 회사의 공금을 개인의 용도로 사용하여 사장의 의심을 받는 것으로 보아 사장에게 신임 받지 못하는 인물이군. 3. ^_엽총_^이 지닌 의미로 적절한 것끼리 묶인 것은? '보기' ⓐ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는 소도구 ⓑ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 의식 ⓒ 김상범의 출세와 성공에 대한 집착 ⓓ 개인의 영달과 사회의 정의가 빚는 갈등 ⓔ 김상범의 잠재된 공격성과 폭력성을 상징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4. '보기'의 시어 중, 이 글의 ㉮와 가장 가까운 것은? '보기' 한 줄의 ^_시_^는커녕 /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_그_^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_문인_^이 / 그를 기리는 ^_묘비_^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 ^_시인_^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김광규, ‘묘비명’ ① 시 ② 그 ③ 문인 ④ 묘비 ⑤ 시인 5. ㉠~㉤중, '보기'에 해당하는 것은? '보기' ‘컨벤션(Convention)’이란 연극을 효과적으로 감상하기 위해 관객과 배우 사이에 맺어 놓은 자연스러운 약속이며, 일종의 예술적인 관례이며 제약이다. 방백도 여기에 해당하는 예이다. 방백은 다른 등장인물은 듣지 못하고 발화자와 관객만 듣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① ㉠ ② ㉡ ③ ㉢ ④ ㉣ ⑤ ㉤ 317쪽 [6~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S No. 101. 교실 (오전) 시험지 상단에 쓰인 “황영수”란 이름을 지우고 “엄석대”라 써넣는 영수. 고개를 들다가 가방 너머 옆자리의 병태와 시선이 마주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행위를 주시하는 병태의 시선에 순간 움찔한다. 모른 척 시험지를 들고 나간다. “학년말 시험”이란 글씨가 쓰여져 있는 칠판 앞에 여선생이 따분하다는 듯이 서 있다. 영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병태는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표정이다. S No. 102. 화장실 안 병태 서둘러 나오면 저만치 걸어가는 황영수가 보인다. 병태: 황영수! 돌아보는 영수의 곁으로 뛰어가 뚫어지게 바라본다. 영수: (짜증스레) 왜? 병태: 엄석대가 부탁했지? 영수: (언뜻, 병태의 눈치를 살핀 후) 응, 산수는 항상 내가 해. 다음 시간 사회는 아마 문셀걸? … 왜? 병태: 아 … 아니야 …. 영수: (눈치를 보고는) ㉠^_너도 미술시간에 석대의 그림을 그려주었잖아. 그것도 시험을 대신 쳐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_^ 병태: 응, 응. 그래. 영수: 어? 그럼 너 몰랐어? 병태: … 아냐 … 알았어. 영수: 왜 물어 근데? 병태: 그냥, 한번 물어봤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 나가는 병태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영수 S No. 103. 교실 뒷벽에 붙은 그림을 살피는 병태. 자신의 이름이 붙은 것과 엄석대의 이름이 붙은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다. 황급히 자리로 가 앉는 병태. 복도측 창가에 앉아 있는 석대. 창을 열면 영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상체를 창밖으로 기울이는 석대에게 무어라 귀속말을 건다. 이어 감독관이 바뀐 듯 시험지 뭉치를 들고 들어오는 담임 선생님. 괜히 좋아하는 아이들. 병태 언뜻 김문세를 본다. 태연히 앉아 있는 김문세 최 선생: 사회야, 공부 많이 했지? 시험지를 돌리는 선생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병태 --시간 경과 - 거의 백지상태의 시험지를 앞에 놓고 생각에 골똘한 병태. 이미 끝난 석대와의 싸움을 뒤집어 보고픈 강한 유혹에 휩싸인다. 그 병태의 의식 속에 굴종 이후 퍼부어졌던 석대의 은혜들이 인터컷 되어 들어온다. 그 유혹을 떨쳐 내고자 강하게 머리를 흔들며 진통을 겪는 병태, 다시금 과거 석대와의 길고도 외로웠던 싸움. 318쪽 자신에게 탄피를 건네주는 영팔 등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이때, 시험 종료를 알리는 타종소리. 병태 과거의 의식에서 깨어난다. 시험지를 추스려 나가는 최 선생. 그 뒤를 병태가 서둘러 쫓아 나간다. 그런 병태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 석대. S No. 104. 복도 뒷문을 나서는 병태. 저만치서 가고 있던 최 선생이 보인다. 병태의 표정에 어리는 각오 S No. 105. 병태의 환영 병태: 선생님 돌아보는 최 선생 최 선생: …? 병태: 저 …. 최 선생: (재촉하는 눈길을 보낸다) … 왜? 병태: (빠르게) 엄석대가 시험지를 바꿔치기 했습니다. 엄석대의 명령에 따라 황영수, 김문세, 박원하가 매 시험마다 자기 이름을 지우고 엄석대의 이름을 써넣고 있어요. 최 선생: (놀라며) 그게 … 정말이냐? 병태: 네, 확실합니다. 곤혹스러운 표정의 최 선생. 순간, 갑작스런-- 석대(소리): 한병태! S No. 106. 복도 (다시 현실) 흠칫 굳어지는 병태.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나타난 엄석대가 씩--웃으며 다가온다. 이미, 저쪽 모퉁이로 사라지고 있는 최 선생. 애써 당황을 감추고 억지 웃음을 짓는 병태. 석대: 뭐하고 있어? 병태: 응? 아무것도 …. 석대: 오늘 일제고사도 끝났는데 우리 어디 놀러가는 게 어때? 병태: (펄쩍 놀라며) 추운데 어딜? 석대: 미포리 어때? 거기 춥지 않게 놀 수 있는 근사한 곳이 있지. 병태: (머뭇거린다) …. 석대: 어때? 병태: 그러지 뭐. 석대: (뒤에 둘러선 아이들을 보며) 모두 같이 가자구. 신나하는 아이들 떠들썩하다. 얼떨떨한 표정의 병태 --이문열 원작/ 박종원·장현수 극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6. 이 글에 나타난 병태의 심리 변화 과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충격--용기--좌절 ② 충격--분노--용서 ③ 자만--용기--좌절 ④ 분노--좌절--용서 ⑤ 분노--용서--충격 319쪽 7. 이 글로 미루어 알 수 ^_없는_^ 내용은? ① 예전에도 석대는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렀다. ② 처음에 병태는 석대의 부당한 행동에 저항했었다. ③ 담임 선생님은 석대와 함께 학급을 제압하고 있다. ④ 병태는 석대의 미술 과제물을 대신 그려 준 적이 있다. ⑤ 석대는 병태가 망설이는 심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8. 이 글을 '보기'와 같이 분석했을 때, ( )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 엄석대 → 절대 권력을 지닌 독재자 * 황영수, 김문세 → ( ) * 다른 학급 아이들 → 독재와 부정에 저항하지 못하는 힘없는 서민들 ① 독재 권력에 저항하며 투쟁하는 지식인 ② 암울한 세태를 한탄하며 좌절하는 지식인 ③ 독재 권력과 영합하여 안정을 누리는 지식인 ④ 부정한 권력의 중심부에서 벗어나려는 지식인 ⑤ 독재자의 그늘 아래 새로운 힘을 모으는 지식인 9. ㉠에 담긴 ‘영수’의 의도를 가장 잘 추리한 것은? ① 석대의 권위를 빌려 병태의 행위를 비판하고자 한다. ② 병태와의 친분 관계를 이용하여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③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한다. ④ 병태에게 공범 의식을 일깨워 스스로 위안을 얻고자 한다. ⑤ 병태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좀 더 자세한 내막을 말해 주려 한다. 10. 이 글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감독이 주문할 사항으로 적절하지 ^_않은_^ 것은? ① “S No. 103에서 병태는 될 수 있는 한 갈등하는 표정이 잘 드러나도록 연기하는 게 좋겠어요.” ② “S No. 103은 다음에 이어질 병태의 행동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중심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합시다.” ③ “S No. 105에서 최 선생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병태가 말하는 순간 처음 듣는 것처럼 하세요.” ④ “S No. 105에서 처음은 음악 없이 시작해서 최 선생이 놀라는 장면에서 강한 음악을 사용하도록 하세요.” ⑤ “S No. 105의 마지막에 석대가 병태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깜짝 놀라 몸이 굳어지는 병태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겠어요.” ^[정답과 해설 2쪽 ^[I. 현대시 ^[01. 자연과 서정 1.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실력 다지기 본문 14~15쪽 1. ⑤ 2. ④ 3. ⑤ 4. 모란은 인생의 전부에 해당할 정도로 소중한 존재이다. 5. ‘아즉’은 기다림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비로소’는 슬픔이나 절망의 상태로 심리가 변화하기 시작함을 나타낸다. 화자는 모란이 짐에 따라 슬픔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기다림의 태도를 잃지 않고 있음을 ‘아즉’과 ‘비로소’를 통해 드러낸다. 1. 시어의 함축적 의미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봄’은 화자에게 소망의 대상이 된다. '보기'는 들판의 ‘벼’가 갖는 속성을 바탕으로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보기'에서 벼는 넓디넓은 평야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때의 벼는 생명력이 강해서 아무데나 버려져도 흙에 뿌리를 박을 수 있다. 또한 벼는 씨앗의 형태로 묻혔다가 흩어져 움이 돋아 평야를 다시 이루며 살아갈 것을 소망하고 있다. 따라서, '보기'에서 화자가 소망하고 있는 것 또한 ‘평야’라 할 수 있다. 2. 표현상의 특징 파악 ‘우옵내다, 하냥’처럼 시어를 곱게 다듬어 사용한 이 시는 시 속에 은근히 흐르는 리듬감을 가지고 있지, 겉으로 규칙적으로 드러나는 리듬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④이다. (오답 피하기) ① 김영랑은 <시문학>의 동인으로 언어를 곱고 섬세하게 다듬어서 참신한 감각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는 1930년대 시문학파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② 마지막 행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 테요.’를 어순을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화자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③ ‘뚝뚝’이라는 부사어를 통해 모란꽃이 떨어지는 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화자의 상실감도 드러내고 있다. ⑤ 1, 2행과 11, 12행이 수미상관의 구조로 되어 있다. 3. 발상과 표현의 이해 '보기'는 역설법 중에서도 모순 형용에 대한 설명이다. ‘찬란한 슬픔의 봄’과 같은 모순 형용은 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아우성’은 여럿이 함께 기세를 올려 지르는 소리인데 소리가 없다고 했으므로 모순 형용에 해당한다. 4. 시구의 함축적 의미 파악 ㉡은 모란이 짐으로써 희망과 기대는 소멸되고, 한 해의 나머지는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화자에게 있어 모란이 피는 것은 인생의 한 해나 전체에 해당할 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5. 화자의 태도 추리 시인이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세계는 모란이 활짝 핀 봄이다. 그러나 ‘아즉’이라는 부사어를 통해 봄을 기다리는 시적 화자의 자세가 오래되고 숙명적임을 암시한다. 또한, 평소에는 모란이 피어 있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모란이 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지만 모란이 뚝뚝 떨어지고 나야 ‘비로소(그제야)’ 상실을 느끼게 된다는 것으로, ‘비로소’라는 시어 속에는 언제나 모란이 피기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2. 김광균, ‘성호부근’ 실력 다지기 본문 16~17쪽 1. ② 2. ④ 3. ③ 4. 추억 하나하나가 빛을 발하듯이 되살아난다. 1. 작품의 특징 이해 화자는 호수를 바라보다가, 호숫가를 거닐며 추억을 떠올리고, 차 안에서 노을이 지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한다고 볼 수 있다. 2. 표현상의 특징 이해 화자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얼음이 부서지는 호수를 ‘화려한 꽃밭’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즉,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지는 호수의 모습을 과거 회상을 통해 따뜻하고 밝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3쪽 (오답 피하기) ① 논리적으로 모순된 표현을 통해 의미를 강화하는 것은 역설적 표현을 의미하는데, 이 시에서는 역설적 표현이 드러나 있지 않다. ② ‘호수, 노을’ 등이 반복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이 화자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화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어조로 일관하고 있어 어조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끼기 어렵다. ⑤ 이 시의 화자는 작품 속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만약 1인칭으로 화자를 설정한다면, ‘나’로 표현되는 화자가 작품에 등장해야 한다. 3. 표현 방식의 이해 ㉠은 ‘부서지는 얼음 소리’라는 청각적 심상이 ‘옷소매에’ 스며드는 촉각적 심상과 결합되어 있는 공감각적 표현이다. 공감각적 이미지는 두 개 이상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공감각적 이미지가 나타난 것은 ③이다. ‘새파란 초승달’은 시각적 이미지인데 이것이 ‘시리다’라는 촉각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다. (오답 피하기) ①은 ‘구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②는 ‘강’을 ‘꽃’과 ‘날갯짓’ 등의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⑤에서는 ‘북 소리’를 ‘떡 궁!’으로 청각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4. 시어의 함축적 의미 ‘여윈 추억’은 희미해진 추억을 말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추억이 ‘조각난 빙설’과 연관되어 있다. ‘빙설’은 얼음 같은 눈을 떠올리게 하고, 이것이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으므로 파편같이 조각난 추억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나고 있음을 함축한다고 할 수 있다. 3. 정지용, ‘바다1’ 실력 다지기 본문 18~19쪽 1. ④ 2 ④ 3. ④ 4. ㉠은 ㉡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야 할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 작품의 특징 이해 생명력 넘치는 아침 바다의 모습을 섬세한 관찰을 통해 감각적(주로 청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오답 피하기) ① 수미상관의 구성을 취하고 있지 않다. ② 이 시는 관념적인 세계를 보여 주고 있지 않다. ③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으나, 그것이 색채 대비를 통해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⑤ 이 시에는 공감각적 이미지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1연에서 ‘오’를 반복하여 씀으로써 넘실거리는 물결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 것이 참신한 생동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2. 시구의 형상화 이해 ( ) 부분은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물결의 모습을 형상화한 부분이다. 즉, 다섯 음절의 ‘오’는 넘실거리는 물결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오답 피하기) ①역동적인 물결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므로 잔잔히 가라앉은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②4연에서 제비 날아들 듯 춤을 춘다고 한 것이지 실제 제비가 물결 위로 날아드는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⑤밀려오는 물결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시어의 기능 이해 ㉢은 역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파도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즉, 물결 치는 파도의 역동적인 모습을 제비가 물결 사이사이로 날아드는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보기'의 화자는 ‘파도가 물에 부딪쳐 흩어지는 모습’을 ⓐ에 비유하였고, ‘잡히지 않을 만큼 빠른 파도의 움직임’을 ⓑ에 비유하고 있다. 또한 ⓒ를 비유해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나타내고 있다. 즉, 이들 구절은 모두 파도의 역동적 모습을 나타내는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는 해변에 이르러 기진한 파도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파도의 역동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4. 시어의 상징적 의미 이 시에서 ‘뇌성’은 건강하고 싱그러운 아침 바다(포도빛 바다)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제의라고 볼 수 있다. 즉, 간밤의 뇌성이 있었기에 오늘 아침 바다가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고 볼 수 있다. 4쪽 엮어 읽기 본문 20~21쪽 (가) 이병기, ‘난초’ (주제) 난초의 고결한 삶에 대한 예찬 (해제) 이 시조는 전 4편 총 7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이다. 제시된 부분은 여섯 번째 수와 일곱 번째 수이다. 난초를 고결한 품성을 갖춘 인격체로 비유하여 화자와 내면적으로 교감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첫 번째 연은 난초의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두 번째 연에서는 난초의 고결한 생태를 드러내고 있다. 난초의 깨끗하고 고결한 속성을 예찬하는 데에서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나) 박남수, ‘아침 이미지’ (주제) 활기찬 아침의 모습 (해제) 이 시는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와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을 하는 활기찬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긍정적인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데 있다. 어둠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는 죄악, 폭력, 공포, 혼돈 등이지만 이 시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 버리고 어둠이 온갖 사물을 낳는다고 함으로써 생성과 창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을 하는 모습도 ‘즐거운 지상의 잔치’라고 하여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1. (가)에서 화자는 난초가 가지고 있는 깨끗한 속성을 예찬하고 있으며, (나)에서 화자는 아침을 즐거운 지상의 잔치라고 생각하며 어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시 답안) (가)에서 화자는 ‘난초’의 속성을 예찬하는 태도로 바라보고 있고, (나)에서 화자는 ‘아침’이 오는 것을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있다. 2. 화자는 난초의 깨끗한 속성을 예찬하고 있다. 대상을 예찬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화자 자신과 일치되거나 화자가 그 대상을 지향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난초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자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예시 답안) 맑고 깨끗하게 살고 싶은 자세. 또는 고결한 삶의 자세 3. (나)에서 어둠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즉, 만물을 낳고 스스로는 사라지고 마는 존재이다. 따라서, 이때의 어둠은 물상을 포용하고 잉태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보기'의 어둠은 시적 화자가 ‘내몰아야’ 하는 대상이다. (예시 답안) (나)에서 ‘어둠’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모든 ‘물상’을 낳는 존재가 어둠이다. 하지만, '보기'에서 ‘어둠’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화자가 거부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4. ㉠은 ‘새, 돌, 꽃’으로 표현된 ‘물상’들이 어둠이 물러간 뒤 ‘몸을 움직이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따라서, 아침에 활동을 시작하는 모든 물상들의 움직임을 나타낸 구절로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아침에 모든 물상들이 움직이며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또는 아침에 모든 것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02. 성찰과 의지 1. 백석,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실력 다지기 본문 22~23쪽 1. ② 2. ④, ⑤ 3. ③ 4.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굳건한 삶 1. 작품의 특징 이해 이 시에는 ‘딜옹배기’, ‘북덕불’, ‘쌔김질’ 등과 같은 토속어가 많이 구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토속어를 통해 향토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해야 옳다. 5쪽 (오답 피하기) ① ‘남신의주시 유동’에 사는 ‘박시봉 씨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서간문의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산문 형식을 통해 외롭고 고독한 화자의 근황이 진솔하게 제시되어 있다. ③ 주로 독백체, 고백체를 통해 무기력하게 방랑하며 살아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성찰하고 있다. ④ 20행의 ‘그러나’를 통해 화자의 심리 및 태도가 긍정적이고 의지적으로 변함을 확인할 수 있다. ⑤ 32행의 ‘갈매나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시적 화자의 삶에 대한 의지를 표상하고 있다. 2. 시적 상황의 이해 32행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새로운 삶에 대한 다짐을 하며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뿐이다. 화자가 직접 갈매나무 옆에 가보았는지는 이 시의 내용만으로 알 수 없으므로 ⑤의 그림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있는 것은 화자가 아닌 갈매나무로 ④의 그림도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11행~12행에서 북덕불이 담긴 딜옹배기를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쓴다고 하였다. ② 13~14행에서 자리에 누워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구르기도 했다고 하였다. ③ 28행에서 화로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화자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 시어의 문맥적 의미 앞뒤 문맥을 통해 볼 때 ㉠은 축축하고 눅눅한 추운 방에서 자신의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 ‘희망이 없는 암담한 삶’을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은 운명의 힘(초월적인 존재)이라는 것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자아에 대한 인식과 체념을 나타낸 말이다. 4. 시어의 상징적 의미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굳고 정한 갈매나무’처럼 굳세고 깨끗하게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 즉, 현실의 아픔을 수용하고 그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그 고통을 극복하겠다는 삶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기력하고 어리석기만 했던 삶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화자는 자신이 지향해야 할 삶이 ‘갈매나무’처럼 굳세고 정결한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2. 서정주, ‘자화상’ 실력 다지기 본문 24~25쪽 1. ⑤ 2. ④ 3. ⑤ 4. 화자는 잘못된 현실에 저항하는 반항아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5. 화자는 굴욕적인 삶에 굴하지 않고 맞서며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1. 작품의 특징 이해 이 시에서 화자는 지나온 삶을 이야기하듯이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화자는 시련과 방황의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대결해 나가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 비유적인 표현은 사용되었지만, 역설적인 표현은 드러나지 않는다. 2. 시어의 함축적 의미 이해 이 시에서의 ‘바람’은 시적 화자에게는 ‘시련’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시련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은 ④의 ‘바람’이다. ④에서 ‘바람’은 꽃에게 있어 시련을 의미한다. 꽃은 바람이나 비라는 자연적인 시련을 겪으며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게 되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과 ③은 자연물로서의 바람이다. ①의 바람은 겨울 나무와 같이 함께하는 바람이고, ③은 화자가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동반자로 생각하고 싶은 자연으로서의 바람이다. ②의 바람은 ‘외부적 자극’으로서의 바람이며, 삶의 시련과 연결시키기 어렵다. ⑤의 바람은 새가 노래를 하는 공간으로서의 바람이다. 즉, 자연을 나타내는 시어이다. 3. 작품의 감상 시적 화자가 ‘부끄럽기만 하더라.’라고 말한 것은 시적 화자 자신이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시적 화자를 그렇게 보았다는 것이다. 이후에 진술되는 ‘죄인, 천치’라는 시어와 연결시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화자는 2연의 마지막에서 ‘뉘우치진 않을란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으로 보아, 이때의 부끄러움은 다른 사람들이 화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진술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6쪽 4. 화자의 정서 추리 갑오년은 동학혁명이 일어난 해였고, 외할아버지가 그 해에 집을 나갔다는 것은 동학혁명에 참여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동학혁명은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외할아버지는 모순된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화자는 이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했으니, 그 기질을 이어받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5. 화자의 태도 추리 세상 사람들은 화자를 두고, ‘죄인, 천치’라고 말함으로써 화자의 삶을 굴욕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화자는 이러한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의지적으로 맞서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곧 자신의 삶을 의지적으로 살아가겠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3. 윤동주, ‘참회록’ 실력 다지기 본문 26~27쪽 1. ④ 2. ④ 3. ④ 4. 망국민의 후예로 태어나서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한다.5 일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 시적 화자의 태도 파악 이 시의 화자는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참회록을 쓰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행위이다. 화자의 이런 행동은 4연의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라는 말에도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거울’은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도구이다. 이런 성찰을 통하여 화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고 있다. 5연에서 화자가 보게 되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란 바로 화자 자신의 모습을 의미한다. (오답 피하기) ② 화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밤’으로 여기고 있다. 이것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③ 화자는 자신의 삶을 부끄럽게 인식한 뒤, 거울을 닦는 행위를 통해 현실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아, 현실에 순응한다고 보기 어렵다. ⑤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치욕스럽게 느끼면서 자신의 삶을 참회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 2. 다른 작품에의 적용 '보기' 시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는 현실의 문제를 헤쳐 나가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즉, 힘든 과정을 뜻하는 ‘고개’를 넘어서 새로운 길로 나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4연에서 이것과 유사한 행동을 보여 준다. 즉, 거울을 손과 발로 닦음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3. 작품의 이해와 감상 거울을 닦는 것을 화자의 삶에 대한 성찰로 해석하는 것은 작품에 나타난 구절이나 문장을 근거로 해석한 것이므로, 내적인 접근 방법에 의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③ 시대 상황을 고려한 ‘반영론적 관점’의 감상이다. ② 작가의 전기를 끌어들여 작품을 해석하는 ‘표현론적 관점’의 감상이다. ⑤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영향을 언급한 것으로 ‘효용론적 관점’의 감상이다. 4. 화자의 정서 파악 ‘이다지도 욕될까.’라는 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치욕스럽다는 의미이다. 화자가 이렇게 치욕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얼굴이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녹이 낀 구리 거울’은 이미 거울의 본래 기능을 상실한 물건으로, 망해 버린 나라를 암시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화자가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그가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나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5. 화자의 심리 추리 이 시의 화자는 현재의 자기의 모습에 대해 참회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가서도 자신은 참회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화자가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잘못된 현실, 즉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 자신은 그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7쪽 엮어 읽기 본문 28~29쪽 (가) 유치환, ‘생명의 서’ (주제) 본질적 삶에 대한 강한 욕구와 해결 의지 (해제) 시적 화자는 삶과 생명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즉,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도 얻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라는 것들을 짊어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그것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고자 한다. 그곳에 가서 ‘나’라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명과 대결을 하면서 ‘원시의 본연한 자태’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다면, 죽음까지 감수하겠다고 하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나) 김영랑, ‘독을 차고’ (주제) 부정적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 (해제) 시적 화자가 자신이 처한 부정적 현실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다지고 있는 시이다. 화자는 가슴에 ‘독’을 품고 살아간다. 그 이유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마치 ‘이리 승냥이’와 같은 짐승들이 자신에게 ‘앞뒤로’ 덤비고 있기 때문이고, 자신이 그 짐승들의 밥이 될 처지에 놓여 있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자의 주변 친구는 그에게 삶은 허무한 것인데 굳이 그런 독한 마음을 품어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충고를 하고 있다. 그래도 화자는 세상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만이 지닐 수 있는 순수한 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을 품고 살아가겠다고 스스로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1. 두 시의 화자는 모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가)의 화자는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회의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한 공간인 ‘아라비아 사막’을 설정하고,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생명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나)의 화자는 ‘이리, 승냥이’가 할퀴는 고통스런 현실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을 품듯 강한 의지로 현실에 대항하려고 한다. (예시 답안) (가)와 (나)의 화자는 모두 자신의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 시적 화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으며, 스스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상적 감정의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병든 나무’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시적 화자가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해 시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3. 화자는 자신의 지식으로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해결하지 못하고, 삶의 애증 또한 감당하기 어려워 그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예시 답안) 생명이라는 본연한 자태를 찾기 위해서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고자 한다. 4. 화자는 ‘이리, 승냥이’에게 노림을 당하고 있고, 언제든 ‘짐승의 밥’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은 화자가 현실적으로 매우 고통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예시 답안) 화자는 매우 고통스럽고 위태로운 현실 문제를 겪고 있다. 5. ‘벗’은 ‘나’에게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벗이 현실에 순응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화자는 ‘독을 차고’ 현실에 대결해 나가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은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라는 자각을 통해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시 답안) ‘벗’은 허무주의에 빠져 현실에 순응하고 있지만, ‘나’는 부정적인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 8쪽 ^[03. 역사와 현실 1. 신석정, ‘꽃덤불’ 실력 다지기 본문 30~31쪽 1. ③ 2. ⑤ 3. ⑤ 4. 민족이 독립 국가를 이루고 화합하여 사는 것 5. 해방 직후 사회적·정치적으로 혼란했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 표현상의 특징 파악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우리 중 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곧 화자 자신이 상황과 대상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자연물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이 시는 ‘달, 밤, 헐어진 성터’와 같은 어둠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어와 ‘태양, 봄’ 등과 같이 밝음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어를 대립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② 3연의 경우,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함으로써 율격이 드러나는 한편, 상황이 부각되고 있다. ④ 전체적으로 광복 이전과 이후의 시간의 흐름을 바탕에 깔고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⑤ 화자의 궁극적인 소망이 ‘꽃덤불’에 집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화자의 태도 비판 '보기'와 이 시에 나타난 화자는 모두 자신들이 소망하는 세계가 도래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보기'의 화자가 자신이 소망하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추운 겨울임에도 씨를 뿌리는 헌신적인 행동을 하는 데 반하여, 이 시의 화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만을 드러낼 뿐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보기'의 화자는 이 시의 화자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할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두 화자 모두 민족주의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보편적 가치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보기'의 화자 역시 민족주의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② 두 화자 모두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③ 이 시의 화자는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라고 하며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였다. ④ 이 시의 화자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를 바라고 있다. 3. 시어의 함축적 의미 이해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떠올려보면서 조국 광복에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현실을 걱정하는 시인의 고뇌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달빛’과 ‘밤’은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분위기를 의미하고, ‘태양’과 ‘봄’, ‘꽃덤불’은 긍정적 의미의 시어로서 광복을 맞이할 조국의 밝은 미래와 화자가 열망하는 화합된 조국을 의미한다. (오답 피하기) ㉠, ㉡, ㉢, ㉣은 모두 일제 강점기를 의미하고, ㉤은 광복 이후 시기를 의미한다. 4. 화자의 의도 추리 이 시의 4연에서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라고 한 것은 일제 강점기가 끝이 났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화자가 처한 상황은 차가운 겨울밤이다. 이것은 해방을 맞았으나 소망스러운 상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이 창작되던 당시의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보면, 광복 후 이념적인 대립으로 우리 민족이 분열되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을 화자는 이렇게 표현한 듯하다. 그러므로 화자가 바라는 바는 이런 혼란에서 벗어나서 우리 민족이 화합하여 사는 것이다. 5. 시어의 상징적 의미 파악 4연에서 이미 서른여섯 해의 일제 강점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라고 표현한 것은 시적 화자가 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았음을 말한다. 1945년 해방 후, 우리 민족은 강대국의 신탁 통치 하에 놓이게 되고, 좌익과 우익의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겪게 된다. 따라서 아직도 겨울밤 달이 차다는 것은, 해방 이후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9쪽 2. 구상, ‘초토의 시 8--적군 묘지 앞에서’ 실력 다지기 본문 32~33쪽 1. ⑤ 2. ③ 3. ④ 4. 적군의 시신을 잘 수습해서 묻어주는 행동은 이념이나 미움의 감정을 초월하여 화해와 너그러움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화자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5. 동족 간의 전쟁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당한 원한. 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향에서 죽음을 맞이한 원한 1. 작품의 종합적 감상 이 시는 6·25 전쟁의 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자는 적군에 대한 연민의 정을 바탕으로 안타까운 정서를 격정적인 어조로 전달하고 있다. 화자는 이러한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간절한 바람(소망)을 직접적으로 진술하고 있지 않지만 문맥적 상황으로 판단할 때, 그것이 통일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 시에서 어미의 반복은 나타나지만, 시행 전체가 반복되지는 않는다. 2. 다른 갈래로의 적용 ③에 해당하는 내용은 이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4연에서 화자는 적군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② 2연과 3연에서 죽음의 너그러움으로 적군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묻었음을 알 수 있다. ④ 5연에서 화자의 바람 속에 적군의 원한이 담겨 있다고 표현하였다. ⑤ 화자의 바람 속에 담긴 것이 결국 분단의 극복이고, 통일임을 떠올릴 때 적군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린다고도 할 수 있다. 3. 시어의 기능 이해 ‘구름’은 시적 화자에게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다. 즉, ‘구름’은 분단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어갈 수 있지만 시적 화자는 분단의 경계선을 넘어갈 수 없다. 따라서, ‘구름’은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과 대비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보기'의 시에서 이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 것은 ‘기러기’이다. '보기'의 화자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데, 공중에 날아가는 기러기는 제 방향을 잡고 가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답 피하기) ①은 화자의 정서가 투영된 대상이다. ②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막연한 공간이다. ③ 화자의 고향을 가리킨다. ⑤ 화자가 여전히 방향을 상실하고 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참고’ 김소월, ‘길’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민요적, 전통적, 애수적 주제: 나그네의 비애와 정한 특징: 대화체를 가미한 독백체의 형식, 영탄조로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해제: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의 비애를 농해 일제치하에서 삶의 터전을 읽고 유랑의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민족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4. 화자의 정서 추리 화자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정성껏 거두어 묻어 주고 있다. 이것은 살아 있을 때는 적군으로 총부리를 겨누었지만 죽은 뒤에는 그러한 적대적 감정을 모두 덮어 버리고, 인간애에 바탕을 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화해 정신, 포용의 정신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5. 시어의 함축적 의미 이해 무덤 속의 적군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이 가로막힌 상황임이 4연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화자는 그러한 상황을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연민의 태도는 곧 죽은 자들이 풀지 못한 원한을 자신의 소망과 일치시키려는 마음을 드러내게 한다. 3.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실력 다지기 본문 34~35쪽 1. ② 2. ② 3. ⑤ 4. ③ 5. 우리 민족이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는 우리 민족이 통일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10쪽 1. 화자의 태도 파악 이 시에는 ‘껍데기’나 ‘쇠붙이’로 상징되는 부정적인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화자는 ‘껍데기는 가라.’나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라고 외치고 있다. 화자의 외침에는 이런 부정적인 것들에 대한 거부감과 이것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⑤ ‘향그러운 흙가슴’은 소박하고 순수한 우리 민족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초례청’은 우리의 전통 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화자가 서구적 가치를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내용의 이해와 적용 이 시에서 ‘사월’은 4·19 혁명이 일어난 달을 의미하며, ‘동학년’은 동학혁명이 일어난 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시어들은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껍데기’나 ‘알맹이’ 등의 시어는 특별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어도 시어의 지시적 의미에 바탕을 두고 작품 내에서의 상징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④ 남쪽의 ‘한라’와 북쪽의 ‘백두’는 우리 국토 전체를 상징하는 말이다. ⑤ ‘흙가슴’은 소박하고 순수했던 마음을 뜻하고, ‘쇠붙이’는 이와 반대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3.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이 시에서 화자는 동학혁명이나 4·19 혁명에 담긴 순수한 정신, 혹은 그런 정신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알맹이’에 비유하고 있고, 혁명에 참여했으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런 혁명을 이용하는 자들을 ‘껍데기’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알맹이, 아우성, 가슴, 부끄럼, 흙가슴’ 등은 같거나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껍데기, 쇠붙이’ 등은 이와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시어이다. 4. 시구의 의미 파악 이 시에서 ‘아사달 아사녀’는 우리 민족을 의미한다. 이들이 만나 혼례를 올린다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립의 초례청’은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우리 민족이 어떤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서 벗어나서 화해를 이루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공간이라고 보아야 한다. 5. 시어의 상징적 의미 4연에서 화자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모든 껍데기와 쇠붙이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는 곧 한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여기에 순수하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껍데기와 쇠붙이를 물리치는 행위는 곧 우리 민족이 순수한 마음으로 통일을 이루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알맹이’는 우리 민족의 통일을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엮어 읽기 본문 36~37쪽 (가) 신경림, ‘파장’ (주제) 피폐한 농촌 현실에서 느끼는 농민들의 애환과 절망 (해제) 이 시는 농촌의 ‘파장’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즉, 이 시는 ‘파장’까지의 시간 경과에 따라 압축적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토적 정취를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 이 시에는 농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농민들의 애환과 절망감을 서사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섰다’를 벌이는 모습이나 ‘색시집에나 갈까’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농민들의 현실 도피와 자포자기의 태도가 극단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농촌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의 애환과 절망감은 ‘파장’ 분위기와 맞물려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점점 황폐화되어 가는 농촌 현실을 바라보는 화자의 비판적 심경은 ‘절뚝이는 파장’이라는 시어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나) 김지하, ‘푸른 옷’ (주제) 자유와 해방을 향한 간절한 염원 (해제) 이 시는 암울한 독재의 현실에서 푸른 빛 죄수복을 입고 수감 생활을 하는 화자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자유에 대한 소망이 간절함을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라는 표현을 통해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시는 가정적 표현 ‘~면’을 통해 현재로서는 이루기 어려운 절실한 소망을 나타내고 있으며, 마지막 연에서는 점층적으로 시행을 구성하여 자유와 해방에 대한 성취가 그만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11쪽 1. (가)와 (나)의 화자는 모두 부정적인 현실에 처해 있지만 그 대응 방식은 다르다. 즉, (가)의 화자는 피폐화되어 가는 농촌 현실에서 무력감과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 도피와 자포자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나)의 화자는 구속과 억압이 가득한 수감 생활을 하는 상황 중에도 자유와 해방을 염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시 답안) (가)에서는 현실 도피와 자포자기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지만, (나)에서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을 절실히 소망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2. ‘절뚝이는 파장’은 장이 끝난 농촌의 피폐한 분위기를 형상화한 표현이다. 특히 화자는 ‘절뚝이는’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여 ‘농촌 현실의 불구적인 모습’과 ‘비애와 좌절감으로 인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예시 답안) ‘절뚝이는 파장’은 ‘피폐한 농촌 현실의 불구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3. 이 작품은 장이 선 것에서부터 장이 끝나고 농민들이 귀가하기까지의 시간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통해 심화되는 농민들의 삶의 애환과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예시 답안) 장이 선 것에서부터 파장하고 귀가하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4. [A]에서 보이는 표현상 특징으로 가정적 표현“~면”의 사용과 점층적 시행 배열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적 표현과 점층적 시행 배열은 화자의 소망이 현재 쉽게 성취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예시 답안) [A]에서는 가정적 표현을 점층적으로 배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화자의 소망이 쉽게 성취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5. (나)에서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 ‘네모의 붉은 표지’, ‘푸른 옷’은 화자가 처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시어들이다. 즉,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 ‘푸른 옷’은 수감자들이 입는 수의(죄수복)를 의미하고, ‘네모의 붉은 표지’는 죄수복에 달린 죄수 번호 표식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화자가 수감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시 답안) 화자가 처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시어에는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 ‘네모의 붉은 표지’, ‘푸른 옷’이 있다.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 ‘푸른 옷’은 모두 죄수들이 입는 수의를 의미하고, ‘네모의 붉은 표지’는 죄수의 번호 표식을 의미한다. ^[04. 삶에 대한 태도 1. 김남조, ‘설일’ 실력 다지기 본문 38~39쪽 1. ② 2. ① 3. ⑤ 4. 고통과 시련의 상황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인 상황도 긍정적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매사에 감사하며,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 1. 작품의 특징 파악 이 작품의 화자는 겨울나무에 불어오는 바람을 바라보며, 자신과 늘 함께 하시는 신의 존재를 깨닫는 것에서 삶과 사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깨닫게 된 삶과 사랑을 ‘은총의 돌층계’, ‘섭리의 자갈밭’ 등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바람’을 머리채로 시각화하거나 ‘백설’처럼 색채 이미지를 활용하는 등 시각적 심상은 드러나고 있지만 미각적 심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③ 상황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다만 심리의 변화만이 일어나고 있다. ④ 이 작품은 기도조의 어조로, 대화 등의 극적 요소들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⑤ 구체적인 청자를 설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명령형이 아닌 청유형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12쪽 2. 화자의 정서 변화 이해 이 작품의 화자는 겨울나무나 바람같이 고독한 상황에 대해 비관하지만 결국 신의 존재를 깨달음으로써 자신의 삶과 사랑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이런 화자의 정서의 흐름을 도식화한 것이 '보기'이다. 마지막 연의 ‘백설’은 신이 함께 하는 축복 어린 삶에 대한 인식 후 갖게 된 감사의 눈물이 눈으로 변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부패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진술은 시의 흐름 및 내용을 고려할 때 맞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② ‘삶’을 ‘은총의 돌층계’로 표현한 것을 보았을 때 고통스러운 현실(돌층계)은 변하지 않았으나 이를 ‘은총’으로 수용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③, ⑤ ‘겨울나무’와 ‘바람’이 함께 있는 것을 통해 ‘하늘(신)’이 화자와 늘 함께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삶과 사랑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④ ‘이적진 말로써 풀던’이란 불평과 원망을 말하는 것이며, ‘황송한 축연’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겸손함을 찾아볼 수 있다. 3. 형상화의 이해 '보기'는 형상화에 대한 설명이다. 이 작품에서 대표적으로 형상화된 것은 ‘바람’, ‘삶’, ‘사랑’, ‘순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머리채’, ‘돌층계’, ‘자갈밭’, ‘백설’ 등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⑤에서 절대자를 ‘겨울나무’로 표현했다면, 이는 형상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의 맥락에서 ‘겨울나무’는 절대자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고독을 형상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절대자는 2연에서 ‘하늘’로 형상화되어 있다. 4. 작품 간의 대비 '보기'의 화자는 설날에 대하는 단지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만으로 감사하며, 험난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노래하는 등 부정적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설일’의 화자가 괴로운 현실을 긍정과 감사로 수용하고 있는 것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2. 유치환, ‘바위’ 실력 다지기 본문 40~41쪽 1. ③ 2. ④ 3. ① 4. 이 시에서는 ‘바위’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보기'의 시에서는 ‘교목’을 통해 화자의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두 시 모두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으며 남성적인 어조가 나타난다. 1. 작품의 특징 이해 이 시는 ‘바위’라는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화자의 모습을 바위에 투영시키고 있다. 또한, 화자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 남성적 어조를 사용하였다. 시어는 관념적이고 직설적인 어휘들을 사용하여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바위가 되리라.’라는 구절을 시의 맨 처음과 끝 부분에 배치함으로써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③ 하지만 관습적 의미를 갖는 시어에 참신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2. 시어의 함축적 의미 이해 ㉣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바위로 표현되는 화자와 대비되는 존재로, 화자를 자극하는 외부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애련’은 ‘사랑과 연민’의 감정으로, 현실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상적 감정을 나타낸다. ㉡은 ‘비와 바람’을 묵묵히 견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채찍질’은 화자가 스스로를 좀 더 강인하게 담금질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 꿈은 꾸지만 그것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3. 화자의 정서 추리 이 시는 삶에서 느끼는 가변적인 감정의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 경지에 이르고 싶은 화자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화자가 겪고 있는 갈등 요소는 삶의 감정적 고뇌와 번민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이것으로부터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4. 표현 방식의 추리 두 시 모두 자연물에 화자의 정서를 투영시키고 있다. '보기'는 ‘교목’이, 이 시는 ‘바위’가 곧 화자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셈이다. 13쪽 이 외에도 강한 남성적 어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시의 화자가 미래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는 데 반해, '보기'의 화자는 현재의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 서정주, ‘무등을 보며’ 실력 다지기 본문 42~43쪽 1. ⑤ 2. ② 3. ⑤ 4. 삶이 어려우면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위로해야 한다.5 산은 의연하고 넉넉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1. 화자의 태도 이해 화자는 무등산의 넉넉하고 의연한 모습과 물질적으로 궁핍한 현실의 삶을 대비해 보면서 무등산과 같은 자세로 현실의 삶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궁핍한 상황에서도 무등산과 같은 넉넉한 삶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무등산을 보며 화자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이지, 화자가 처한 현실 상황까지 변화된 것은 아니다. 2. 시어의 함축적 의미의 파악 화자에게 ‘가난’은 궁핍한 삶의 조건, 곧 삶의 시련을 의미하는 부정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남루’는 육신에 걸친 초라한 차림을 뜻하므로 ‘가난’과 의미가 유사하다. ‘오후의 때’도 ‘목숨이 농울쳐 휘어드는’ 시간이므로 삶의 시련과 고통이 몰아닥치는 때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가시덤불 쑥구렁’ 역시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찬 삶의 조건을 의미한다. (오답 피하기) ⓑ ‘갈매빛의 등성이’는 가난의 색깔과 대조되는 것으로, 생명력 넘치는 건강한 우리의 마음씨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 ‘옥돌’은 변하지 않는 고결하고 아름다운 정신의 비유이다. ⓕ ‘청태’는 연륜이 만들어 낸 성숙하고 기품 있는 삶을 뜻한다. 3. 표현상의 특징 이해 이 시의 1연에서 ‘다 가릴 수 있으랴.’라는 영탄적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나머지 연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이 시의 화자는 달관한 듯한 의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 감정이 고조되어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답 피하기) ① 3, 4연의 종결부에서 ‘누워라’, ‘짚어라’의 명령형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 ② ‘무등산’이라는 대상을 인격화하여 나타내면서 무등산에서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③ 1연의 ‘~않는다’, 2연의 ‘~없다’, 5연의 ‘~인 것이다’라는 표현에 단정적인 어조가 나타난다. ④ ‘갈매빛의 등성이’, ‘청산’ 등의 시각적 심상을 통해 생명력 넘치는 무등산과 화자가 처한 가난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4. 시구의 함축적 의미 ㉠은 삶의 어려운 시기를 가리킨다. 이런 시기에 부부는 사랑과 신뢰를 가지고 ‘우러러보고’, 이마라도 짚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위로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5.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1연에서 산은 한낮의 햇볕에서 산등성이를 드러내며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으며, 2연에서는 산자락에 지란을 품고 키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산은 늘 의연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산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를 품어 내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은 의연하고 넉넉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엮어 읽기 본문 44~45쪽 (가) 김수영, ‘눈’ (주제) 정의롭고 순수한 삶에 대한 의지 (해제) 이 시는 눈을 소재로 순수한 삶을 소망하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는 ‘눈은 살아 있다.’와 ‘기침을 하자.’를 변형하여 반복하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눈’과 ‘기침’을 해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눈’을 향하여 ‘기침’을 하는 행위는 일상적 생활의 굴레에서 더럽혀진 자신을 뱉어 내고 눈과 같은 순수한 영혼과 육체를 회복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눈은 단순히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살아 있는 존재이다. 그것은 곧 눈이 아무에게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가치 있는 것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만 의미가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14쪽 (나) 김광규, ‘상행’ (주제) 소시민적인 안일한 삶에 대한 비판 (해제) 이 시는 서울행 상행 열차 안의 모습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대비시키고 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이나 ‘오랫동안 가문 날씨’로 표현되는 고통스러운 서민과 농민들의 삶의 모습이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는 여유롭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는 중산층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서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이나 농민들의 삶에 무관심한 중산층의 태도를 비판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또한, 화자는 이러한 의도를 반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 (가)에서 화자는 깨끗하고 순수한 ‘눈’에 대해 ‘기침’과 ‘가래’를 ‘마음 놓고’ 뱉어 내자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는 마음껏 뱉지 못한 가슴 속의 것들을 비로소 마음 놓고 뱉자는 말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삶에 젖어서 정작 해야 할 말들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삶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에서 화자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기차 밖에 보이는 삶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그려놓으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반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곧 그러한 삶을 반성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가)와 (나) 모두 화자는 소시민적인 삶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2. ‘눈’은 깨끗하고 순수한 결정체이다. 이에 비해 ‘가래’는 병을 암시하듯이 더럽고 불순한 것을 상징한다. (예시 답안) ㉠은 깨끗하고 순수한 것을 상징하고, ㉡은 더럽고 불순한 것을 상징한다. 3. 이 시에서 화자가 ‘마음 놓고, 마음 놓고’라고 반복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살아온 젊은 시인을 연상하게 한다. 시인은 영혼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시인은 순수함의 열정이 가장 큰 젊은 시인이다. 그런 시인이 마음 놓고 가슴에 있는 것을 토해 내지 못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이제는 토해 내야 한다고 젊은 시인의 반성적 삶을 촉구하고 있다. (예시 답안) 젊은 시인은 지금까지 마음 놓고 제대로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을 토해 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4. 이 시는 여행자의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차창을 기준으로 안팎의 사람들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즉,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는 관심을 두지 말고 여행자로서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만끽하라는 화자의 말과, 화자는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화자의 말을 통해 서로 대비되는 두 삶이 표현되고 있다. (예시 답안) 기차 안의 사람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자신의 편안함에 빠져드는 소시민을 말하며, 기차 밖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고통을 직접 겪고 있는 농민을 말한다. 5. 화자는 표면적으로는 농민이나 서민의 어려운 삶에 대해 관심을 갖지 말고 편안하게 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그런 현실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시에서 ‘~하지 말아 다오.’라고 표현한 것은 정반대로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해 다오.’라고 표현한 것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예시 답안) 화자는 자신의 의도를 반어적인 표현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05. 이별과 그리움 1. 김소월, ‘초혼’ 실력 다지기 본문 46~47쪽 1. ⑤ 2. ④ 3. ⑤ 4. 시적 화자와 대상과의 거리감을 나타내며, 동시에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감을 나타낸다. 5. 두 시어 모두 시적 화자의 정서가 투영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15쪽 1. 작품의 특징 이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라는 구절이 모순 형용에 의한 역설적 표현이라 할 수는 있으나, 시어의 대립적 병치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답 피하기) ① 이 시는 ‘산산이^6,3^부서진^6,3^이름이여!’ 식으로 호흡을 쉬면서 읽을 수 있는 3음보의 율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율격은 우리 민요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통적인 율격이다. ②, ④ 화자는 자신의 슬픈 감정을 반복과 영탄적 어조로 직설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③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 자신의 감정을 사슴에 투영하고 있다. 2. 작품의 외재적 감상 이 시에 고복 의식과 망부석 설화가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에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이 시는 대상을 잃은 슬픔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망부석 설화는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어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 시를 삽입하여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박제상 부인의 심정을 절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② 박제상 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었다는 것은 남편과의 재회에 대한 염원을 드러낸 것이다. 이 시의 화자도 죽은 임과의 재회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있다. ③ 고복 의식 때 죽은 이를 부르는 행위가 곧 초혼이다. ⑤ 고복 의식의 형식을 이 시에서 활용되고 있는 시적 표현과 연관시키고 있으므로 가능한 반응이다. 3.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이 시에서 ‘돌’은 대상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임은 죽었지만 화자는 임에 대한 사랑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화자는 죽은 대상에 대한 정서를 직설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지, 삶과 죽음의 세계가 구별되어 있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② ‘돌’은 화자가 자신의 굳은 의지를 드러내려고 끌어들인 소재이지, 자신의 소망을 돌에게 빌기 위해 끌어들인 것은 아니다. ③ 화자는 임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기 위해 ‘돌이 되어도’라고 말하는 것이지, 현재를 잊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도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④ 화자는 임이 죽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대상이 다시 회귀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은 함축된 의미로 적절하지 않다. 4. 시어의 이해 시적 화자가 산 위에 올라가 죽은 임을 부르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땅’과 ‘하늘’은 화자가 있는 곳과 임이 있는 곳을 각각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너무 넓구나’는 화자와 임 사이의 공간적 거리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5. 표현상의 특징 파악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렸다는 것은 날이 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낮과 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의미하며 밝음에서 어둠으로 상황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곧 화자의 심리적 절망과 연관이 있다. 한편, ‘사슴의 무리’는 ‘슬피 운다.’고 표현되어 있으므로 시적 화자의 슬픔이 투영된 것으로,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2. 박목월, ‘이별가’ 실력 다지기 본문 48~49쪽 1. ② 2. ③ 3. ③ 4. 인위적으로 규정된 표준어의 구사보다는 어려서부터 일상에서 사용하던 방언을 구사하는 것이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욱 절실하고 진솔하게 전달되도록 한다. 1. 작품의 특징 이해 이 작품은 ‘뭐락카노’라는 시구를 1연, 3연, 5연에서 점층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즉 단순한 반복을 넘어서 한 번씩 덧붙이는 변조를 통해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16쪽 (오답 피하기) ① 각 연은 서술형 어미를 생략하거나 명사형으로 끝맺어 여운을 주고 있다. ③ 죽음으로 떠나간 사람과의 갈등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④ 공감각적 이미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로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다. ⑤ 기도조의 어조가 아니라 대화와 독백으로 되어 있는 어조이다. 2. 작품 비교 감상하기 '보기'는 자식의 죽음을 소재로,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을 노래한 김광균의 ‘은수저’이다. 이 시는 아이의 죽음을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라고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들창’을 사이에 두고 방 안은 이승, 밖은 저승으로 설정된다. 또한 아이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는 진술을 통해 죽은 아이와 소통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낸다. (오답 피하기) ‘이별가’에서 저승에 있는 시적 대상을 ‘저편 강기슭’에서 ‘흰 옷자라기’를 펄럭거리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안타까운 심정을 ‘뭐락카노’라는 말로 함축하고 있다. ‘참고’ 죽음을 소재로 한 시들 박목월의 ‘하관’, 정지용의 ‘유리창 1’, 송수권의 ‘산문에 기대어’, 도종환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이용악의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서정주의 ‘귀촉도’, 김현승의 ‘눈물’, 김소월의 ‘초혼’ 3. 시어의 함축적 의미 비교 ㉠은 ‘강’을 사이에 두고 이승과 저승에 각각 서 있는 화자와 죽은 이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인식시켜 준다. 한편 화자는 ㉡이 순간적으로 왔다가 또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통해 이승에서의 인연이라는 것이 갈밭의 바람처럼 덧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은 인연의 덧없음을 환기시켜 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표현의 효과 표준어는 인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방언을 사용하던 사람이 표준어를 사용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안타까워하며 슬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극한 슬픔의 상황에서 정제된 표준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사용하던 방언을 사용하여 자신의 절절한 감정을 진솔하고 소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 김현승, ‘눈물’ 실력 다지기 본문 50~51쪽 1. ① 2. ② 3. ① 4. 순수하고 완전한 것과 대조되는 불순하고 불완전한 것을 의미한다. 5. 화자는 어린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도 그 슬픔을 묵묵히 승화시키고 있다. 죽음이 슬픔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화자는 그것을 오히려 영원한 가치를 얻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1. 소재의 의미 파악 이 작품의 핵심 이미지로서의 ‘눈물’은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에 비유됨으로써 눈물이 슬픔을 환기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다. ‘눈물’은 생명(혹은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존재)이며, ‘흠도 티도, / 금 가지 않은’ 순수한 것이다. 2. 작품의 종합적 이해 이 시는 화자가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순수하고 진실된 삶을 기원하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과거 시제를 통해 회상의 효과를 강화한다는 것은 이 시에 부합되지 않는다. (오답 피하기) ① ‘꽃이 시듦’의 과정 뒤에 ‘열매’를 맺는 자연현상과 화자의 ‘웃음’ 후에 ‘눈물’을 지어 주셨다는 상황이 대비되고 있다. ③ 2연과 4연에서 ‘오직 이뿐!’이라고 확신에 찬 단정을 내리고 있다. ④ 1연의 ‘~작은 생명이고저 ….’라는 말에서 화자의 소망과 기원의 어조를 드러낸다. ⑤ ‘나아종’은 시적 허용이다. 17쪽 3. 의미 구조의 이해 ‘꽃’과 ‘웃음’은 삶의 기쁨을 의미하고, ‘열매’와 ‘눈물’은 삶의 고뇌와 시련을 거쳐 도달한 결실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꽃’은 ‘열매’에 대해서, ‘웃음’은 ‘눈물’에 대해서 각각 대립적인 관계를 갖는다. 왜냐하면, ‘꽃’은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열매’는 영원한 생명을 나타내며, ‘웃음’은 일시적인 기쁨을, ‘눈물’은 불변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4. 시어의 의미 이해 ‘흠도 티도, / 금 가지 않은 /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이라는 시구는 오직 참되고 진실한 것은 눈물뿐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흠’이나 ‘티’, ‘금’이 없어야 완전한 것이라는 뜻이므로 이것들은 화자가 추구하는 삶과 배치되는, 불완전성이나 비순수성을 의미한다. 5. 화자의 태도 추리 화자는 1연에서 성서의 알레고리를 차용함으로써 눈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열매를 맺게 할 작은 씨앗으로 본다. 작은 씨앗(죽음의 슬픔)을 뿌리는 것은 백 배의 열매(진실, 영원, 기독교적 초월 행위)를 위한 자기 극복의 몸짓이다. 이렇게 될 때, 슬픔은 절대의 기쁨(눈물)으로 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슬픔(죽음)이란 절대의 기쁨에 이르는 과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초월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엮어 읽기 본문 52~53쪽 (가) 서정주, ‘귀촉도’ (주제) 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해제) 이 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임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과 회한이 잘 형상화된 작품이다. 1연에서는 임과의 사별을 나타내고 있다. 2연에서는 그 임에게 사랑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3연에서는 임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임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죽은 임이 새로 다시 살아와서 ‘귀촉도’로 울고 있는 것이다. 이 울음은 곧 화자의 눈물이다. (나) 한용운, ‘님의 침묵’ (주제) 이별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다짐 (해제) 불교의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임이 떠난 것을 자각하면서 시작된다. 1행~4행에서 임과의 이별은 화자에게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5행과 6행에서 그 슬픔이 드러난다. 하지만, 7행과 8행에서 슬픔이 희망으로 역전된다. 그래서 마지막에서는 슬픔에만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1. (가)에서 시적 화자는 임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겪고 있다. (나)에서는 임이 화자의 곁을 떠남으로 인한 이별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한 화자의 대응 자세는 다소 차이가 난다. (가)에서는 임이 다시 오지 못하는 길을 갔기 때문에 임에게 미처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서는 임이 화자의 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으면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 시적 상황의 공통점: (가)와 (나)의 시적 화자 모두 임과 이별한 상황을 겪고 있다. * 화자의 대응 방식의 차이점: (가)에서는 이별한 임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을 드러내고 있지만, (나)에서는 이별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다시 만날 것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2.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은 임과 이별을 한 상태라 할 수 있다. 화자는 이 상황을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임이 간 길은 곧 죽음의 길이다. 죽음의 길은 물리적으로 따질 수 없으므로, ‘삼만 리’는 정서적 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시 답안) 시적 화자가 임과 떨어져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말한다. 또는 임이 떠난 저승과 화자가 있는 이승 사이의 거리감을 나타낸다. 3. ‘머리털, 은장도’라는 표현으로 볼 때, 화자는 여인이다. 시적 화자는 임이 죽었으므로 여인으로서의 상징물인 머리털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머리털을 베어 내어 임이 죽음의 길로 갈 때 신을 수 있는 미투리를 삼아 주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머리털로 만든 미투리는 곧 임에 대한 화자의 지극한 사랑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메투리(미투리)는 임에 대한 화자의 사랑을 형상화한 것이다. 18쪽 4. 시적 화자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임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할 수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시적 화자는 만남은 헤어짐이요, 헤어짐은 곧 만남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5. ‘향기로운’ 말소리에 ‘귀먹고’와 ‘꽃다운’ 얼굴에 눈이 먼다는 것은 모순 형용에 해당되므로 역설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화자가 오로지 임의 말소리와 임의 얼굴만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임은 화자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셈이다. (예시 답안) ㉠은 역설적 표현이며, 화자는 임을 절대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06. 민중의 삶 1. 신경림, ‘목계 장터’ 실력 다지기 본문 54~55쪽 1. ① 2. ③ 3. ⑤ 4. 하늘은^6,3^날더러^6,3^구름이^6,3^되라 하고 / 땅은^6,3^날더러^6,3^바람이^6,3^되라 하네. 1. 표현상의 특징 파악 화자는 대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애정으로 대상을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예시 답안) ② 이 시는 4음보의 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③ ‘뱃길, 목계 나루, 방물장수, 토방 툇마루’ 등의 토속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민중들의 삶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④ ‘~네’라는 어미를 반복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⑤ ‘바람’과 ‘구름’은 ‘잔돌’과 ‘들꽃’이라는 시어와 ‘방랑’과 ‘정착’이라는 의미로 대립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2. 공간적 의미의 이해 이 시에서 목계 나루라는 공간은 방물장수와 같은 장사꾼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장사꾼들은 장터를 찾아 떠돌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떠남은 곧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나루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떠남과 돌아옴이 있다면 그곳은 당연히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야 하는 공간인 셈이다. (오답 피하기) ① 토속적인 분위기는 조성되어 있지만, 전통적인 가치와 근대적인 가치가 혼합되어 있는 공간은 아니다. ④ 장사꾼에게 잠시 머무는 휴식 공간이 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담고 있는 공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⑤ 화자는 정착과 방랑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것이지, 어디로 갈까 방향성을 두고 고민하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자유로움을 꿈꾸지는 않는다. 3. 시어의 의미 파악 ‘천치’의 사전적 의미는 지능이 아주 낮고 정신이 박약한 것이나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곧, 바보라는 말이다.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라는 시구는 세속적 이해나 명리를 다 벗어버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모든 어려움을 잊고 살아 보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따라서, ‘천치’는 바보처럼 현실을 잊고 사는 존재이지, 세상과 이웃들에게 속아 가며 사는 존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4. 음보의 파악 민요적 율격은 3음보 혹은 4음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4음보 율격을 유지한다. 아울러 우리 나라 시에서는 대체로 휴지의 주기라고 할 수 있는 3음절이나 4음절이 한 음보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2. 박재삼, ‘흥부 부부상’ 실력 다지기 본문 56~57쪽 1. ⑤ 2. ③ 3. ⑤ 4. 가난하게 사는 현실에서 흘리는 눈물이다. 5. (예시 답안 참조) 19쪽 1. 작품의 종합적 이해 3연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다가 깜짝 놀라서 눈물 흘린 것을 부끄러워하며 다시금 서로 마주 보며 웃음 짓는 흥부 부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같이 사랑 가득한 흥부 부부의 행동을 통해 가난한 생활에서 오는 한을 극복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애환을 표현하였다. 따라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던 흥부 부부의 순수했던 과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작품 내용에 부합되지 않는다. 2. 시구의 의미 파악 가난 속에서도 이를 진정한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단정적인 어조로 나타낸 표현이다. 3. 시어의 의미와 적용 ㉤의 ‘본웃음’은 시인이 새로 만들어 쓴 시어로 ‘본질적인 웃음’ 정도의 의미를 가지며, ‘물살’은 사전적 의미로는 ‘물이 흘러 내뻗는 힘’이나 ‘물결’인데, 이 시에서는 ‘웃을 때 일어나는 얼굴의 주름살’ 혹은 ‘웃음의 물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본웃음 물살’은 시인이 새로 만들어 쓴 어휘와 새로운 문맥적 상황에서 신선한 의미를 갖는 어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시어라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 ‘황금’은 돈이나 재물을 비유한다. ㉣ ‘먼 물살’은 멀리서 파도처럼 움직이는 물결을 의미한다. 4.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2연을 보면 흥부 부부는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3연에서는 그러한 가난한 삶이 서로 불쌍해서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눈물은 부정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것에 ‘소스라쳐’ 놀라 다시 ‘웃음 물살’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5. 교훈의 발견과 적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가 흥부 부부를 통해서 독자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흥부 부부의 삶과 대비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한다. 흥부 부부는 가난 속에서도 정신적인 데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사람들이다. 이런 흥부 부부의 모습과 대비되는 현대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물질에 대한 끝없는 탐욕으로 허기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대인이 흥부 부부에게서 어떤 점을 배우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서술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예시 답안) 현대인은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태도 때문에 현대인은 항상 물질에 대한 결핍을 느끼며 불만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흥부 부부의 삶을 통해 긍정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정신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낙천적인 삶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3. 최두석, ‘성에꽃’ 실력 다지기 본문 58~59쪽 1. ② 2. ⑤ 3. ③ 4. ‘성에꽃’은 서민과 민중이 겪는 삶의 애환이라 할 수 있다. 또는 ‘성에꽃’은 서민과 민중의 삶이 응결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5. 친구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 또는 시적 화자가 쉽게 만날 수 없는 공간에 있다. 1. 표현상의 특징 파악 이 시에서는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서 ‘성에꽃’이라는 시적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그 중 두드러지게 사용된 감각이 시각과 촉각이다. ‘찬란한 치장’,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등은 시각, ‘차가운’, ‘더운’ 등은 촉각의 사례가 된다. 또한, 화자는 새벽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창에 서린 성에꽃을 바라보며 여러 상념에 젖는다. 성에꽃을 만들어 낸 버스 승객들의 애환을 떠올리기도 하고 감옥에 가 있는 친구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화자가 성에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현재의 시점이다. (오답 피하기) ⓑ 새벽 시내버스 안 차창에 생긴 성에꽃을 보며 서민의 애환을 그린 시이다. 화자가 자리를 옮기며 성에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지, 시점의 이동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2. 지시 대상의 파악 이 시에서는 지난 밤 시내버스 승객들이 토해 낸 입김이 수증기가 되어 차창에 하얗게 얼어붙은 서릿발을 ㉡‘성에꽃’이라 명명한다. 여러 가지 무늬를 이루고 있는 모양이 아름다운 꽃과 같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에꽃’은 ㉠‘찬란한 치장’으로 비유되기도 하고, ㉢‘기막힌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 입김을 ㉣‘정열의 숨결’로 표현하여 ‘성에꽃’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푸석한 얼굴’은 성에꽃을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 것이므로 성에꽃이 아니라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친구의 얼굴에 해당한다. 20쪽 3. 적절한 어휘의 추리 ‘성에꽃’은 밤늦게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서민들의 삶의 숨결을 상징한다. 그들이 새벽 시내버스를 탄 화자와 같은 처지의 동시대인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연대와 애정,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특히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까지 성에꽃을 바라보는 행위는 이웃의 삶과 정서를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로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공동체적 애정을 담고 있다. 4.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이 시에서 ‘성에꽃’은 ㉮와 같은 서민과 민중의 ‘입김과 숨결’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내뿜은 숨결의 결정체가 ‘성에꽃’이 되는 셈이다. 버스는 서민들의 이동 수단이고, 서민들은 그 버스로 이동하면서 직장에 나가고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버스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더욱이 화자는 그 숨결이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라고 표현함으로써 서민들의 힘든 현실을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5. 시적 상황의 이해 화자는 차창의 ‘성에꽃’에서 ‘푸석한 얼굴’을 한 ‘친구’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 친구는 화자가 면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면회’라는 말이 특수하게 사용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친구는 감옥에 갇혀 있거나 화자가 쉽게 만날 수 없는 공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엮어 읽기 본문 60~61쪽 (가) 김수영, ‘풀’ (주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 (해제) 이 시에서 ‘풀’은 끈질긴 생명력과 의지를 상징한다. 눕고 일어나는 풀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단순하지만 ‘바람’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고, 건강한 민중의 삶의 모습이다. 시인 김수영은 사회 비판적인 참여 시인이었다. 바람에 시달리면서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는 풀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억압을 고발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나) 이성부, ‘벼’ (주제) 민중의 공동체 의식과 강인한 생명력 (해제) 이 시의 ‘벼’는 민중을 상징한다. 이 시에 나타난 민중은 서로 의지하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존재이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서로에게 자신을 맡긴다. 이것은 곧 민중이 갖는 큰 힘이다. 민중은 불타는 마음, 즉 분노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존재요, 그 노여움을 스스로 덮을 줄도 아는 존재이다. 그래도 가슴은 덥다. 그렇지만 여전히 민중은 희생할 줄 알고 넉넉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의 존재이다. 1. (가)의 마지막 연에서 ‘풀’은 누웠다 일어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바람’으로 상징되는 외부의 시련에도 웃을 수 있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넉넉함까지 보이고 있다. (나)에서 ‘벼’도 피를 흘리며 베어지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것을 예고하고 있고, 그 수확의 결과를 다시 나누어 주는 넉넉함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예시 답안) ‘풀’과 ‘벼’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넉넉함과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2. ‘풀’은 ‘바람’이 불면 쓰러지는 나약한 존재이다. 이 시에서 ‘풀’과 ‘바람’은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풀’은 그 속성 때문에 ‘민초’ 또는 ‘민중’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풀’이 민중을 상징한다면, ‘바람’은 그러한 민중을 억압하는 세력(정권, 체제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바람’은 민중을 억압하는 세력이다. 3. ‘벼’는 서로 어울려 사는 존재이다. 햇살이 따가워지면 스스로를 아끼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몸을 이웃에게 맡기는 존재이다. 이것은 곧 ‘벼’가 갖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몸을 아끼는 만큼 서로를 아끼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이웃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자신의 몸을 이웃에게 맡길 정도로 서로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21쪽 4. 1연과 2연은 민중들이 서로 기대고 사는 존재, 서로에게 자신을 맡기는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민중은 이러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묵묵히 인내할 줄도 알고, 미래를 위해 희생할 줄도 아는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다. (예시 답안) 민중의 힘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몸을 기대어 묶는 공동체로서의 결속력이다. 5. 이 시에서 1연은 ‘벼’의 외면적 모습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벼’가 서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2연, 3연, 4연에서는 그 ‘벼’가 갖는 속성, 즉 내면적 모습에 대한 시인의 상상력이 동원되면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예시 답안) 화자의 관심은 ‘벼’의 외면적 모습에서 내면적 모습으로 이동되고 있다. ^[07. 소망과 기다림 1. 심훈, ‘그 날이 오면’ 실력 다지기 본문 62~63쪽 1. ③ 2. ⑤ 3. 시적 화자 모두 아직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여 자신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4. ‘그 날’이 와서 지르는 기쁨의 소리. 또는 조국 광복의 기쁨을 나타내는 소리 1. 작품의 특징 이해 이 시의 화자는 매우 격정적인 어조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그래서 시적 균형감을 잃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듣는다. 이 시에서는 ‘삼각산’과 ‘한강물’을 의인화하였고, ‘그 날이 오면’이라는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등의 극한적 시어와 ‘~오리다’ 등의 경어체를 사용하여 자기희생적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2. 시적 화자의 태도 추리 ㉠에서 시적 화자는 ‘그 날’이 오기만 하면 자신은 죽어도 한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곧 자신의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날’이 반드시 와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의 표현이고, 자기 희생적인 자세를 드러내는 것이다. '보기'의 화자 또한 자신이 지향하는 곳, 즉 조국 광복에 대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목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조용히 흘리겠습니다.’라고 표현하면서 자기 희생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3. 표현상의 특징 파악 이 시에서 화자는 ‘그 날이 오면’이라는 상황을 가정하고, 광복이 오기만 한다면 자신의 몸을 바쳐서라도 기쁨을 표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보기'의 화자 또한 모래 벼랑에 구운 밤을 심어 그 밤에서 싹이 나야만 임과 헤어지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상황을 가정하고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화자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4. 시어의 함축적 의미 이해 2연은 ‘그 날이 와서’를 전제로 하고 있다. 2연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기뻐 뒹구는 모습, 기쁨에 가슴이 미어지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우렁찬 그 소리’가 가리키는 것은 조국 광복이 오는 ‘그 날’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지르는 기쁨의 소리가 된다. 2.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실력 다지기 본문 64~65쪽 1. ③ 2. ⑤ 3. ⑤ 4.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끊임없이 되새긴다는 의미이다. 5. ‘너’는 억압 상태에 있으므로 현재 ‘나’의 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화자가 ‘타는 목마름’으로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1. 작품의 종합적 이해 이 시는 민주주의를 의인화하여 ‘너’로 호명하고 있다. ‘너’는 화자가 간절히 열망하는 삶의 가치이자 목표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민주주의의 구체적 성격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오답 피하기) ① 2연에서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를 열거하여 상황이 몹시 긴박함을 묘사하고 있다. 22쪽 ②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살아오는 삶의 아픔 /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등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진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격렬한 호흡을 만들어 내고 있다. ④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청자로 설정하여 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마음을 ‘푸르른 자유의 추억’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2. 제목을 통해 내용 연상하기 이 시는 억압의 현실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소망을 직설적이고 격정적인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제목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뚜렷이 드러나 있기에, 제목만 보고도 내용의 절박함을 짐작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타는 목마름’에서 ‘타는’은 ‘목마름’과 결합하여 쓰이기 때문에 ‘물기가 없어 바싹 마르다.’의 뜻이다. 따라서, ‘불꽃이 타오르다.’의 뜻을 연상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구나 이 시에 자기 희생의 의지는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다. 3. 시구의 의미 이해 ㉤은 화자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심정을 집약적으로 제시하여 시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시구의 함축적 의미 현실의 억압 때문에 잊고 있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기억을, 염원과 갈망의 힘으로 끈질기게 되새긴다는 표현이다. 5. 시적 상황의 이해와 근거 파악 ‘너’는 민주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 속에서는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얼마나 간절하게 염원하였으면 ‘타는 목마름’이란 표현을 써서 그것의 회복을 기원하였을까를 생각하면 된다. 3.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실력 다지기 본문 66~67쪽 1. ⑤ 2. ① 3. ④ 4. 처음에는 기다리는 네가 오는 것으로 확신했다가, 확신이 점점 약해지면서 절망감으로 변하고 있다. 5. ‘너’는 화자에게 기다림의 대상이 되는 존재로, 자유나 정의, 사랑 등일 수도 있고, 실제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다. 1. 화자의 태도 파악 화자인 ‘나’는 약속 장소에 미리 가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설렘과 초조가 교차하지만 기다리는 ‘너’는 오지 않는다. 마침내 화자는 기다림 끝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너’에게로 간다. 그러나 ‘나’가 ‘너’에게로 가는 것은 실제의 행동이 아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간다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일 뿐이다. 이것은 ‘나’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대를 심리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2. 작품 간의 대비 이 시의 1행에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라는 시구를 통해 만남의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기'에서는 ‘예리성 아닌 줄’을 알면서도 그립고 아쉬워서 혹시라도 그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이니, 만남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시의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는 구절을 통해 화자가 지닌 만남에 대한 믿음을 볼 수 있다. '보기'에서는 임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 헛되이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므로 만남에 대한 믿음을 지니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표현 의도의 추리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따르면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초조하고, 또 삶을 녹슬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극적인 기다림을 가리키는 것으로 좀 더 적극적인 기다림의 자세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던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대상을 찾아나서는 행보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시구가 ㉣이다. 23쪽 4. 화자의 심리 변화 양상 추리 화자가 처한 상황과 태도를 통하여 심리 변화의 추이를 추리할 수 있다. 화자는 ‘너’가 오기로 한 자리에서 ‘너’를 기다린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화자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모두 ‘너’로 생각된다(‘너였다가’). 그러다가 점점 ‘너’라는 확신이 약해지면서(‘너일 것이었다가’) 마침내 절망감으로 변한다(‘다시 문이 닫힌다’). 5. 상징적 의미의 파악 이 시의 ‘너’는 모든 기다림의 대상이다. 따라서, ‘너’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혹은 남녀 간의 연정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연상되는 모든 대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엮어 읽기 본문 68~69쪽 (가) 이육사, ‘광야’ (주제) 조국 광복의 염원과 자기희생의 의지 (해제)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인 광야를 통해 현재의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남성적 어조와 역동적 어휘를 활용하여 강건한 기상과 지사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며 비유법을 활용하여 심상을 역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 박봉우, ‘휴전선’ (주제) 분단 현실 인식과 현실 극복 의지 (해제) 6·25 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 불안한 상황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사상의 충돌에 주목하기보다 민족의 동질성이나 인간적 화해에 중심을 두고 있다. 각 연의 끝을 설의적 의문문, 반어적 의문문으로 끝맺어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1. 시어의 비교 (가)의 ‘광야’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으로서 신성한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반면 (나)의 ‘광장’은 6·25 전쟁으로 갈라진 우리 강토나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리 강산을 의미한다. (예시 답안) (가)의 ‘광야’는 원시적이고 신성한 공간으로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을, (나)의 ‘광장’은 6·25 전쟁으로 피폐해진(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강토를 의미한다. 2. 작품의 외재적 이해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이육사는 ‘광야’에서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상황을 ‘눈 내린다’라고 표현하였다. 반면 6·25 전쟁을 바탕으로 쓴 박봉우의 ‘휴전선’은 남북으로 갈라진 현실을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이라고 표현하였다. (예시 답안) (가)의 ‘지금 눈 내리고’는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상황을, (나)의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은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3. 시적 상황의 이해 '보기'는 이육사의 생을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일평생을 온전히 바친 이육사이다. 따라서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는 후손들을 위해 광복된 조국을 되찾겠다는 자기희생적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후손들에게 우리 민족의 터전을 광복된 조국으로 되찾아주려 노력하는 자기희생적 태도를 다짐하고 있다. 4. 화자의 태도 표현 현재의 부정적 상황이 모두 해소된 세상을 화자는 소망한다. 따라서 [A]에서 드러나는 부정적 현실을 활용하여 쓰면 적절하다. (예시 답안) * 고구려 같은 정신과 신라 같은 이야기가 있는 세계이다. * 별들이 차지한 하늘과 같이 하나로 통일된 세계이다. * 불안이 가시고 믿음이 있는 얼굴로 서로를 대하는 세계이다. ^[08. 삶의 정체성을 찾아 1. 윤동주, ‘길’ 실력 다지기 본문 70~71쪽 1. ① 2. ④ 3. ② 4. 이 시의 화자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돌담’을 낀 ‘길’을 걷고 있다. 이 ‘돌담’은 ‘쇠문’으로 굳게 닫혀 있어 들어가기 어려우며, ‘길’은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길이다. 24쪽 1. 표현상의 특징 파악 이 시는 ‘-ㅂ니다’라는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자기 고백적 어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어조는 화자가 처한 현실을 확인하고 냉혹한 현실에 대한 내면적 의지를 다지기에 적절하다. 화자는 ‘풀 한 포기 없지만’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계속 가서 ‘담 저쪽에 있는 나’를 반드시 찾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2. 두 작품의 비교 감상 '보기'에서 ‘지조 높은 개’는 화자의 행동을 재촉하는 존재를 나타내는 것이지, 화자가 이상시하는 절대적 존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가 이상시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이 시의 ‘하늘’과는 다르다. 이 시의 ‘하늘’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 시어는 ‘또 다른 고향’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이 시는 ‘담 이쪽의 나’와 ‘담 저쪽의 나’로 분열된 것이 화자의 내면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고, '보기'에서도 ‘백골’과 ‘아름다운 혼’으로 자아가 분열되어 화자를 괴롭히고 있다. ② ‘담 저쪽의 나’와 ‘아름다운 혼’은 모두 화자가 추구하는 또는 화자가 소중히 지키려는 본질적인 자아라 할 수 있다. ③ 이 시와 '보기'의 화자는 모두 자아의 분열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 ⑤ 이 시에서 ‘잃은 것을 찾으려는’ 것은 자아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며, '보기'에서 ‘또 다른 고향’에 가려는 것도 자아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3. 감상의 적절성 파악 화자는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즉, 하늘을 바라보며 화자는 담 저편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나섰지만 눈물짓고 있는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고 있다. 4. 화자가 놓인 상황 파악 화자는 자신이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화자는 그 잃은 것을 찾아 헤매는 모습으로 쇠문이 굳게 닫힌 돌담을 끼고 길을 가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서 ‘돌담’이나 ‘쇠문’은 화자가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으며,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직 잃은 것을 회복하지는 못했음을 드러낸다. 잃은 것을 찾는 화자의 상황은 또한 ‘풀 한 포기 없는 길’로 표현되어 화자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사는 것’은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에서는 잃은 것을 찾는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2.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실력 다지기 본문 72~73쪽 1. ② 2. ② 3. ④ 4. 대조적인 대상들을 설정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1. 작품의 특징 파악 역사의 부조리나 불합리에 대해서는 저항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고, 일상의 사소한 일에만 흥분하고 분개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힘 있는 자를 비판하지 못하고 힘 약한 자에게 큰소리치는 소시민적인 삶을 반성하고 있다. 2.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화자는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해 저항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고 일상의 사소한 일에만 화를 내는 자신의 소시민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 ㉢, ㉣, ㉤ 등은 모두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것들인데 비해,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것은 사회의 불합리나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을 뜻한다. 3. 작품 비교 감상하기 이 시의 화자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지 못하고 절정에 비켜 서서 살아가는 자신의 나약한 삶을 말하고 있는 데 비해, '보기'의 화자는 자신이 처한 힘든 현실에 맞서 정신적인 의지로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어려운 현실을 정신적 의지로 당당히 맞서라는 내용이 적절하다. 4. 시상 전개 방식 파악 1연에서는 ‘왕궁’과 ‘갈비’, 2연에서는 ‘월남 파병’과 ‘야경꾼’, 3연에서는 ‘포로 경찰’과 ‘너어스’, 6연에서는 ‘땅주인’과 ‘이발쟁이’를 각각 대조적으로 설정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주제를 형상화화고 있다. 3. 유치환, ‘생명의 서’ 실력 다지기 본문 74~75쪽 1. ① 2. ① 3. ⑤ 4. ㉮의 ‘나’는 본연의 자세를 잃고 방황하는 자아이고, ㉯의 ‘나’는 삶의 본연의 자세를 되찾은 나이다. 25쪽 1. 표현상의 특징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백골을 쪼이리라.’ 등 남성적이고 의지적인 어조를 통해, 반드시 생명의 본질을 깨닫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알라의 신’이 등장하지만 그를 향한 구원을 소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민하고 방황하는’ 알라의 신은 화자의 모습과 맥이 닿아 있다. ③ ‘독한 회의’, ‘삶의 애증’, ‘영겁의 허적’ 등 관념적인 시어가 사용되고 있다. ⑤ 대화가 아닌 독백의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2. 다른 작품과의 비교 감상 신경림의 ‘갈대’는 삶의 근원적 슬픔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생명의 근원적 속성을 다룬 것이라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3. 시어의 이해 ㉤은 반드시 생의 의미를 찾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연한 자세라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삶의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자신을 비유한 표현이다. ② ‘사막’은 삶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극한적 상황의 공간이다. ④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4. 시어의 상징적 의미 ㉮의 ‘나’는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끼는 ‘나’이다. 따라서 삶의 본질이나 본연의 자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나’에 해당하며 현재의 부정적인 자아라 볼 수 있다. 반면, ㉯의 ‘나’는 삶의 본연의 자세를 되찾은 ‘나’, 현재의 ‘나’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자아이다. * 유사 답안 * ㉮의 ‘나’는 본연의 자세를 잃고 방황하는 자아이고, ㉯의 ‘나’는 삶의 본연의 자세를 되찾은 나이다. (㉯는 ‘현실적 자아가 추구하는 대상, 근원적 생명과 순수성을 갖춘 자아, 화자가 추구하는 본질적 생명 그 자체’ 등도 포함될 수 있다.) * ㉮의 ‘나’는 현재의 부정적 자아이고, ㉯의 ‘나’는 미래의 이상적 자아이다. 엮어 읽기 본문 76~77쪽 (가) 김기림, ‘길’ (주제) 길 위로 여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상 (해제) 이 시는 길을 바라보며 그 길에서 사람들을 생각하는 애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제재로 사용한 ‘길’은 ‘떠나보내는 길’이다. 그 길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여 길 위로 여읜 사람들을 추억한다. 어머니, 첫사랑, 잃어버린 기억 등을 길 위로 떠나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길’은 이별의 길이고, 망각의 길이며, 상심의 길이다. 하지만, 화자는 길을 통해 그들을 찾으러 떠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길의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의 화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인 생활 장소와 얽혀 있는 추억과 연결됨으로써 읽는 이에게 공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길’은 ‘강’과 연결된다. 강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처럼 시적 화자는 언덕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다. 하지만, 계속해서 떠나보내는 시적 화자가 오르내리는 길과 시적 화자를 오래전부터 지켜보던 버드나무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고, 추억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강’과 ‘버드나무’인 것이다. (나)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주제) 암울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 및 비판적 인식 (해제) 시를 ‘당대에 대한, 당대를 위한, 당대의 유언으로’ 쓰고자 했던 시인이 바라본 1980년대는 죽음과 절망으로 가득 찬 곳이자, 차라리 초월해 버리고 싶은 환멸의 공간이었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현실 인식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폭압적 현실 상황에 대한 극도의 좌절감을 풍자적 수법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즉, 자신이 태어난 조국이 정말로 살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환멸적 인식과 함께,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는 자괴감이 형상화되어 있다. 1. 작품을 크게 보았을 때, 차이점을 파악하는 문제이다. (가)는 한 개인이 길을 바라보며 과거의 내면적 성장을 회고하는 작품이고, (나)는 화자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예시 답안) (가)는 개인의 내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고, (나)는 대사회적 입장에서 암울한 현실 상황에 관심을 둔 작품이다. 26쪽 2. (예시 답안) 떠나보낸 것들은 ‘어머니’, ‘계집애’, ‘이야기’ 등이다. 화자는 이것들을 떠나보내면서 인생에 대해 내면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3. 이 시는 영화 상연 전에 애국가를 들어야 하는 현실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과 좌절을 드러내고 있다. (예시 답안)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 좌절감이 드러나 있다. 4. (예시 답안) (나)는 을숙도에서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떼’와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우리’를 대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자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09. 삶의 근원적 모습 1. 김광균, ‘설야’ 실력 다지기 본문 78~79쪽 1. ⑤ 2. ③ 3. ① 4. (예시 답안 참조) 1. 작품에 대한 종합적 감상 이 시는 시의 회화성을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당시 시대 현실에 대한 반영은 미흡하다. 따라서, 화자는 감상적 애상감에 빠져 있다. 그 감상적 애상감의 근원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에게 큰 감명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암울한 현실에 대한 대결 의지’는 이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1연에서는 ‘그리움’, 2연에서는 ‘서글픔(슬픔)’, 3, 4, 5연에서는 ‘그리움’, 6연에서는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므로 그리움과 슬픔이 작품의 주된 정서임을 알 수 있다. ② ‘눈’을 ‘그리운 소식’, ‘서글픈 옛 자취’,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잃어진 추억의 조각’, ‘차단한 의상’ 등의 다양한 대상에 견주어 표현하였다. ③ 4연에서는 눈이 오는 정경을 공감각적 심상으로, 나머지 연은 시각적 심상으로 형상화하였다. ④ 이 시는 눈 내리는 밤의 정경을 그리움과 슬픈 마음을 담아 표현하였다. 2. 표현상의 특징 파악 김광균의 시는 '보기'에서 지적한 대로 회화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추상적 관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많은데, 이 시에서는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가 이에 해당된다. 이 구절은 ‘마음’을 ‘허공’에 견주어 그곳에 ‘등불을 켜고’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는 구체적 장면을 설정하고 있다. 즉, ‘마음’이라는 추상적 대상을 시각적인 공간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3. 중심 소재의 시적 기능 파악 이 시에서 ‘눈’은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며 화자를 그리움에 젖게 하고 있다. ①에서도 화자는 추운 겨울날 내리는 눈을 보면서, 떠나온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어들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눈’이 화자로 하여금 치열하게 살아가게끔 재촉하고 있다. ③ 봄이 거의 다 된 상태에서 맞이한 ‘눈’으로 서늘한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④ ‘눈’은 혼란과 열기 등 어지러운 상태가 진정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⑤ ‘눈’은 화자가 깨달은 새로운 정신적 경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4. 구절의 함축적 의미 파악 ‘눈’의 이미지는 다양한 대상에 비유되어 표현되며 그에 따라 화자의 정서도 변이를 겪고 있다. (예시 답안) * ‘그리운 소식’, ‘서글픈 옛 자취’: ‘눈’을 옛 기억과 연결시키고 있다. * ‘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시적 화자가 간직한 옛 기억의 중요한 부분인 여인과 관계된 것임을 암시한다. * ‘잃어진 추억의 조각’: 시적 화자의 옛 기억은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다. * ‘차단한 의상’: ‘차디 찬’ 옷으로 ‘눈’을 비유했는데 그것은 다가가기 어려운 옛 추억의 성격과 연결되어 ‘차단된’ 의상으로 볼 수도 있다. 27쪽 2. 정지용, ‘장수산 1’ 실력 다지기 본문 80~81쪽 1. ② 2. ④ 3. ② 4. 절대 고요와 탈속적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1. 작품의 특징 파악 ‘장수산’은 절대 고요의 공간이다. 그리고 겨울 한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더욱 이를 부각시켜 주고 있다. 그 고요한 장수산 속 겨울 한밤은 세속적인 가치와 단절된, 오직 자연 속에 동화된 무욕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무욕의 경지는 늙은 사나이를 통해서 형상화되고 있다. 2. 표현상의 특징 파악 수미상관의 수법은 사용되지 않았다. (오답 피하기) ① 산문적인 어투를 사용하고 있다. ② ‘쩌르렁, 희고녀, 내음새’ 등 청각, 시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③ ‘희고녀!, 이랸다?’ 등 영탄적 어조와 의문형을 사용하여 화자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⑤ ‘-이랬거니, -고녀, -이란다, -는다, -노니’ 등 의고형 어미를 사용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3. 다른 작품에 적용하기 늙은 사나이는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도 웃고 올라간다는 내용에서 그의 무욕의 경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화자는 그런 무욕의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②에는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며 살아가는 무욕의 경지가 드러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학문 수양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노래함 ③ 고려 왕조의 멸망을 슬퍼하며 탄식함 ④ 사랑하는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을 노래함 ⑤ 임에 대한 강렬한 사랑의 의지를 노래함 4. 시적 공간의 의미 파악 이 시에서 장수산은 다람쥐도 멧새도 보이지 않고, 하얀 눈과 달빛이 어둠을 사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세월을 초월한 듯한 노승이 머무르는 산사가 있는 절대 고요의 공간이다. 3. 이형기, ‘폭포’ 실력 다지기 본문 82~83쪽 1. ③ 2. ③ 3. ① 4. '보기'에서는 ‘폭포’를 통해 부정적 현실과 대결하려는 치열한 의지를 형상화했지만, 이에 반해 이 시는 ‘폭포’를 통해 숙명적 한계에 좌절하는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1. 표현상 특징 파악 이 시는 폭포라는 소재를 통해 새로운 관념, 생각을 표현했지만, 공감각적인 표현을 구사하지는 않았다. 은유적인 표현이나 역설적인 표현(‘나의 자랑은 자멸이다.’)을 찾아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폭포의 외관적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인간 존재의 한계라는 새로운 관념적 내용을 담고 있다. ② 1연과 5연이 형태적으로 유사한 수미상관의 구조로 이루어져 시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④ 이 시의 화자 ‘나’는 사람이 아니라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산 또는 벼랑이다. ⑤ 의문 형식의 종결 어미, 즉 ‘-는가’를 사용하여 독자도 삶에 대해 비극적으로 성찰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2. 시의 미적 특징의 파악 이 시는 인간 존재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시적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③에서 제시되었듯이 비장미에 해당하는 미의식을 나타낸다. 즉,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시적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인간이 자신이 처한 숙명론적 아픔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상이 전개되기 때문에, 숭고미, 해학미, 우아미와는 거리가 멀다. 3. 시구의 함축적 의미 파악 ㉡, ㉢, ㉣, ㉤은 ‘폭포’를 지시하지만, ㉠은 폭포가 떨어지는 낭떠러지, 즉 ‘벼랑’을 나타낸다. 4. 다른 작품과의 비교 감상 '보기'는 ‘밤’이라는 부정적 상황에서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를 통해 힘들고 어려운 시절일수록 치열하게 대결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시는 ‘등판을 길게 내리친 칼자욱’, ‘장수잠자리의 추락’, ‘맹목의 눈보라’, ‘시퍼런 빛줄기’ 등의 시어를 통해 인간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다루고 있다. 즉, 숙명적 한계에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28쪽 ‘참고’ 김수영, ‘폭포’ (주제) 부정적인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의지적인 삶의 추구 (해제) 이 시는 폭포의 떨어짐과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를 소재로 하여, 부정적인 사회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삶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은 한 치의 양보나 타협 없이,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시대 현실에 맞선 정신과 양심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엮어 읽기 본문 84~85쪽 (가) 서정주, ‘견우의 노래’ (주제) 이별과 고난 속에서 굳어지는 사랑 (해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전설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화자는 견우이며, 견우의 말을 통해 사랑의 참다운 의미가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이별을 긍정적 의미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 작품은 ‘-하네’라는 영탄적 종결 어미를 반복함으로써 재회와 사랑에의 굳은 소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주제)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그 극복 의지 (해제)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아내에게 생전에 못다 한 정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아 내고 있으며,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임과의 재회를 기다리겠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1. (예시 답안) 이별의 상황에서도 시적 대상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그 슬픔을 극복하고 있다. 2. (예시 답안) (가)는 설화의 주인공인 견우를 화자로 설정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비해, (나)는 설화의 주인공인 견우와 직녀의 처지를 화자와 대비하여 화자의 비극적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3. (예시 답안)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는 겉으로는 모순되지만 이면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표현, 즉 역설적 표현이다. 보통 사랑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필수적인데, 여기에서는 이별, 즉 역경이 있어야 한다고 표현하여 일반적 상식에 어긋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이별, 즉 역경 때문에 사랑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4. (예시 답안) 화자는 평생 살아서 옷 한 벌 해 주지 못하고, 죽어서야 겨우 옷 한 벌 해 준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10. 산업화를 겪고 나서 1.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실력 다지기 본문 86~87쪽 1. ③ 2. ② 3. ② 4. ㉢과 ㉣은 인간 문명이 자연을 파괴하는 소리로 모두 인간 문명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1. 작품의 감상 인간의 물질 문명과 산업화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성북동 비둘기’라는 소재를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는 현대인들을 비판적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화자는 파괴된 자연에서 향수를 느끼고 있는 비둘기에 대해 연민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② ‘성북동 비둘기’를 관찰한 뒤에 이를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④ ‘성북동 비둘기’를 의인화하여 현대 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을 우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⑤ 촉각적,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29쪽 2. 다른 작품과 비교 감상하기 이 시에서 새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파괴되기 이전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자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을 고발하고 있다. '보기'의 ‘새’는 노래하면서 노래인 줄 모르는 순수한 대상이다. 3.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의 ‘번지’는 인간이 만든 번지로, 인간의 삶의 터전이다. 이에 비해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의 ‘번지’는 바로 비둘기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의미한다. 4. 시어의 공통적 의미 파악 ‘돌 깨는 산울림’과 ‘채석장 포성’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리로,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인간 문명의 폭력성을 표현한 것이다. 2.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실력 다지기 본문 88~89쪽 1. ② 2. ③ 3. ⑤ 4. 화자는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고 좌절하지만 결국 삶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이 때, ‘달’은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제공한다. 1. 화자의 심리 변화 파악 이 시의 화자는 ‘삽을 씻고’ 있는 노동자이다. 이 화자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강가에 나와서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 떠오르는 달을 보고 마을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주어진 삶에 대한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면, 후반부에서는 힘들긴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고통과 가난만을 안겨 주는 노동을 해야 하고 비록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지만, 그곳이 화자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적 화자의 심리는 ‘무력감’에서 이러한 삶을 받아들이는 ‘체념적 수용’으로 바뀌고 있다. 2. 시어의 함축적 의미 파악 이 시의 화자는 ‘삽’ 또는 ‘삽자루’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동자이다. 꿈과 희망이 있는 노동자라기보다는 하루하루 힘들게 생활하는 데 여념이 없는 노동자이다. 이와 같은 화자의 처지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시구는 ‘샛강 바닥 썩은 물’이다. 주류에서 벗어난 ‘샛강’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지 못하고 비켜서서 살아가는 화자의 삶을 나타내고, 또 ‘썩은 물’이라는 시어를 통해 화자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3. 시의 어조의 파악 및 적용 '보기'의 시는 임이 떠났다는 부정적인 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기'의 화자는 임이 떠난 현실에 폭발할 것만 같은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소리쳐 외치듯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부정적 현실을 제재로 삼고 있지만, 독백적인 어조로 차분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화자의 모습은 ‘강’과 닮아 ‘스스로 깊어 가는 강’처럼 화자도 자신의 가슴 속에 가득한 분노와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달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이러한 어조는 직접적인 호소보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4. 시어의 기능 파악 이 시에서 화자는 ‘강’을 보며 자신의 슬픔을 떠올리고 있다. 점점 깊어지는 ‘강’은 곧 화자의 슬픔의 깊이, 즉 한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의 ‘샛강 바닥 썩은 물에 / 달이 뜨는구나.’에서는 ‘달’이 화자를 위로해 주는 작은 위안으로 볼 수 있고, 절망적인 삶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희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저와 같아서~돌아가야 한다.’에서는 화자가 힘들지만 현재의 삶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3.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실력 다지기 본문 90~91쪽 1. ④ 2. ⑤ 3. ② 4. 지금 우리 사회는 정신적 가치까지도 상품화시키고 있는데, ‘제자’는 이러한 시대 상황을 거슬러 정신적 가치의 소산인 ‘시’를 공부하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1. 시어의 상징적 기능 파악 이 시는 커피숍의 메뉴판 형식을 원용하고 있다. 메뉴판은 어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가 알기 쉽게 표기한 것으로,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 놓는다. 시인은 문학가나 철학가의 이름을 써 넣고 가격을 매김으로써, 30쪽 인간의 고귀한 가치인 정신문화까지도 상품화되고 있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즉, 이 시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정신의 영역까지도 상품화되어 인간적인 것이 없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2. 표현법의 이해 및 적용 ㉠에서 화자는 정신적 가치까지도 상품화되는 현실에서 시를 공부하겠다는 제자와 커피를 마시는데, 제자를 ‘미쳤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화자를 둘러싼 잘못된 상황에서 제자만이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미친’이라고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조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⑤에서도 화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행위를 ‘사소한 일’이라고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온몸으로 가자.’와 ‘돌아오지 말자.’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즉, 반복을 통해 시적 의미를 강화하고 있는 표현이다. ② ‘알지.’라는 서술어와 ‘노고지리가~것인가를.’이라는 목적어의 순서를 바꾸었다. 즉, 문장의 어순을 바꾸어 시적 의미를 강화하고 있는 표현이다. ③ ‘흰나비’에 인격을 부여하였고, 나비의 ‘흰색’과 바다의 ‘푸른색’을 대조하여 냉엄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즉, 의인화와 색채의 대조를 활용한 표현이다. ④ ‘가도다’를 반복하고, ‘얽맬 것을--’이라고 하여 생략을 통해 시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즉, 반복과 생략을 활용한 표현이다. 3. 감상의 적절성 파악 이 시는 결국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각성시키기 위해 쓴 작품이다. 메뉴판 형식을 원용하여 문학가와 철학가에게 값을 매긴 것은 우리 문화가 철저하게 상업 문화에 젖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 시를 제대로 읽은 독자는 인간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는 정신적 가치이며, 이것을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4. 시인의 표현 의도 추리 이 시에서 화자가 제자를 ‘미쳤다’고 표현한 것은 제자가 상업주의로 물든 문화를 좇아가지 않고 과거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화자는 정신적 가치가 소중한데도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에 ‘미친 제자’를 더없이 중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엮어 읽기 본문 92~93쪽 (가)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주제) 타성적이고 일상화된 소시민적 삶에 대한 부끄러움 (해제) 이 시는 중년에 이른 시적 화자가 18년 전(4·19 혁명 즈음)의 순수했던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과 꿈을 가졌지만, 이제는 단지 현실에 순응해서 사는 소시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서 그는 지난날의 삶과 현재의 삶을 대비하면서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있다. 이 시에서 4·19 혁명 당시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열띤 토론, 그 혁명의 열기를 시인은 ‘옛사랑’이라고 표현한 것이고, ‘그로부터 1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었기’ 때문에 그 혁명의 열기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나) 황동규, ‘기항지 1’ (주제) 여행지 항구의 밤 풍경이 주는 황량함 (해제) 이 시의 중심 이미지는 정박해 있는 배이며, 분위기 상으로는 그 배의 앙상함이 주는 쓸쓸함과 겨울밤의 눈송이가 주는 황량함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항구의 밤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화자의 모습 역시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러한 모습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어둡고 암울한 현실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지성의 상징일 수도 있다. 시의 소재들이 환기하는 막연함, 차가움, 덧없음 등의 정서는 시적 화자의 암울한 심리적 상황을 암시하여 준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배’가 중심적인 대상으로 제시되면서 오히려 서성거림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용골이 솟은 채로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는 배의 이미지는 현실을 버티어 내는 견고함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로부터 비로소 화자의 암울한 의식은 하늘에서 날리고 있는 눈을 따르는 새를 통해 정화되게 한다. 1. (예시 답안) (가)는 세속에 물들어 젊은 시절의 순수함을 상실한 현재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서글픔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느 곳에 정착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현대인의 쓸쓸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1쪽 2. (예시 답안) * 첫째 부분(1~19행): 18년 전 젊은 시절의 모습. 순수한 열정을 지니고 살았다. * 둘째 부분(20~37행): 18년 후 현재의 모습. 과거의 순수함을 잃고 속물적으로 변했다. * 셋째 부분(38~49행): 과거의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며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있다. 3. (예시 답안) (나)에서 항구 안을 들여다보는 ‘배’의 이미지를 통해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욕망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 욕망은 시 앞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하늘에서 날리고 있는 ‘눈’을 통해 스스로 정화시키고 있다. ^[실전문제 01. [1~5] 본문 94~96쪽 1. ⑤ 2. ③ 3. ④ 4. ② 5. ④ (가) 박두진, ‘강 2’ (주제) 전쟁의 비극적 현실과 극복의 전망 (해제) 이 시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라든가 언어의 정서적 표현에 치중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비극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주제 의식이 강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박두진의 앞선 시기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정서적 감수성은 배제되고, 현실적인 상황과 그 극복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들의 상징물로 평가될 수 있는 이 시는 동족상잔의 처참함을 ‘피’와 ‘죽은 것’ 등의 비극적인 언어로 형상화하여 고통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평가된다. ‘강’은 우리 문학 작품에서 ‘죽음’, ‘이별’, ‘역사’ 등의 내용을 상징하여 왔다. 이 시에서 강은 끊이지 않고 우리 겨레의 가슴속에 흐르는 내면의 강인 셈인데, 이 강이 흘러가는 ‘바다’는 궁극적으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순결을 표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강의 속성을 간직하고 산다면 자유와 이상이 넘치는 바다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나) 신동엽, ‘봄은’ (주제) 통일의 실현(통일에 대한 염원) (해제) 4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분단의 현실을 ‘겨울’로, 통일의 시대를 ‘봄’으로 상징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이 시는 역사적 자각과 당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한 민족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자각에 의한 자주 통일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는 관념적인 시어의 나열이나 구호에 그치기 쉬운데, 이 시는 적절한 상징과 비유로 형상화하여 서정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시인은 민족과 사회에 대한 자각과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이 시는 작가의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노래한 것으로 한국 시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다) 고은, ‘성묘’ (주제) 분단의 조국 현실에 대한 한과 통일의 염원 (해제) 이 시는 아버지의 무덤에 성묘를 가서 분단의 현실을 고하며 아버지의 과거와 함께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고 있다. 시인은 초기의 허무적 경향에서 벗어나 역사의식의 단초를 보이는 시기에 이 시를 썼다. 시인은 소금 장수인 주인공을 통해 민중의 역사와 통일에 대한 책임을 절감하고 있다. 시의 첫 부분은 아버지의 무덤에 성묘를 가서 아직도 남북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아버지에게 알리는 데서 시작된다. 화자의 아버지는 소금 장수로 전국을 다니면서 소금을 팔러 다닌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대가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였음을 생각해본다면 두만강에서 압록강으로 이어지는 아버지의 보행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방랑의 길에 올랐던 우리 민족의 총체적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작품의 공통점 파악 (가)~(다) 세 작품은 모두 힘든 현실 속에서 희망찬 미래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가)는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것을 소망하고 있고, (나) 는 분단의 고통을 극복하고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다)는 조국의 분단으로 인한 고통의 극복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나)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② (다)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③, ④ 해당하는 작품이 없다. 32쪽 2. 작품에 대한 종합적 이해 (가)에서 노래하는 대상은 ‘강’이며 강은 숲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강에는 죽은 짐승의 시체,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 ‘얼룽대는 배암 비늘’, ‘피발톱의 독수리’, ‘이리떼’ , ‘비둘기떼’ 등이 떠내려 온다. 이것은 모두 전쟁의 고통과 상처들이다. 그런데 ‘학생 3’은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고 고통과 슬픔을 가져다 준 나태와 무지의 흔적들’이라고 했으므로 적절한 대답이 아니다. 3. 함축적 의미 파악 (가)의 ‘바다’는 강이 지향하는 목표이자 종착지로서 인간 역사가 반드시 도달해야 할 화해와 합일, 평화와 사랑의 새 시대를 의미한다. (나)에서 ‘봄’은 민족의 통일이 이루어져 고통과 슬픔이 사라지고 평화와 화해가 넘치는 시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가)의 ‘바다’와 (나)의 ‘봄’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시어이다. (오답 피하기) ① ‘그날’: 찬란하게 평화가 밝아 오는 아름다운 미래를 의미함 ‘남해’: 외세를 의미함 ② ‘배암비늘’: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를 의미함 ‘북녘’: 외세를 의미함 ③ ‘독수리’: ‘배암비늘’과 같이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를 의미함 ‘논밭’: 우리 국토를 의미함 ⑤ ‘햇살’: 평화와 화해를 의미함 ‘겨울’: 분단의 현실을 의미함 4. 새로운 자료를 통한 작품 감상의 적절성 '보기'의 자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의식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연령에 따라 통일에 대한 인식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젊은 층은 통일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장년층과 노년층의 대다수는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한마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 화자는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러한 염원이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선결 조건이 통일을 이루려는 우리 국민의 하나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화자가 이 자료를 접했다면 통일을 이루기 위해 하나된 마음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을 키워야 한다고 반응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 피하기) ① 개인의 소질을 계발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염원을 키우자는 것이다. ③ '보기'에서 계층 간의 갈등이 드라나 있지 않으므로 갈등을 극복하자는 반응은 적절하지 않다. ④ '보기'의 자료에서 청년층은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으나, 장년층은 통일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고통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 통일을 소망한다는 것이 맞지 않고 '보기'에 제시된 통계 자료도 드러나지 않았다. 5. 표현상의 특징 파악 (다)에서 ‘소금’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소재이다. 소금은 인간에게 필수품이다. 이런 의미를 전제로 할 때 아버지에게 소금은 단순한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고난의 시대에서 아버지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자 정신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6~9] 본문 97~99쪽 6.⑤ 7.⑤ 8.② 9. ③ (가) 도종환, ‘담쟁이’ (주제) 절망을 극복하는 의지 (해제) 이 시는 담쟁이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 주는 시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모든 잎을 끌고 가려는 의지와 강한 생명력 그리고 절망의 벽도 넘어서는 용기가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이 시는 담쟁이의 속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말이 없고 서두르지 않으며 잎 수천 개를 이끌고 담을 넘는 모습을 통해 절망적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연대 의식을 바탕으로 함께 힘을 모아 고통을 극복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나) 안도현, ‘연탄 한 장’ (주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삶의 소중함 (해제) 이 시는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삶의 가치를 노래한 작품이다. 연탄이 가진 속성을 바탕으로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하는 삶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나를 위해 살지 말고 연탄처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고자 한다. 연탄은 제 몸을 불태워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 연탄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과 헌신하는 삶의 가치를 절실하게 노래하고 있다. 33쪽 (다)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주제) 고통의 수용과 그로 인한 내면의 성숙 (해제) 이 시는 상처받은 내면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속성을 바탕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내적 고통과 대면하여 고통을 수용함으로써 내적 성숙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고통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직접 대면하고 고통을 수용하여 더욱 값진 삶을 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고통을 반드시 부정해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이를 통해 더욱 강인해지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 따라서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고통을 초월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한 의지가 배어 있는 것이다. 6. 작품의 공통점 파악 (가)~(다) 모두 사물이 지닌 속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가)는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의 속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나)는 몸에 불이 붙으면 계속 뜨거워지는 연탄의 속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다)는 약한 줄기이지만 흔들리면서 견뎌내는 갈대의 속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다)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② (나)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③ ‘오른다’, ‘앞으로 나아간다’, ‘올라간다’, ‘벽을 넘는다’ 등 상승 이미지의 시어를 사용하여 주제를 드러내는 것은 (가)이다. ④ 해당하는 작품이 없다. 7. 작품에 대한 종합적 이해 (가)는 벽을 타고 성장하는 담쟁이의 모습을 통해, 높은 ‘벽’으로 상징된 절망적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시련을 극복하는 의지를 형상화하였다. 물 한 방울 없는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담쟁이는 여럿이 손을 잡고 ‘벽’을 넘는다고 했다. ‘벽’을 넘는다는 것은 절망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8. 시어의 의미 파악 '보기'에서 ‘슬픔’은 이타적 존재를 의미한다. 타인의 아픔을 보고 아파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사랑의 마음을 가진 존재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 것은 ㉡‘연탄 한 장’이다. (나)에서 ‘연탄 한 장’은 자신을 잊고 타인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헌신적인 삶을 사는 존재를 의미한다. (오답 피하기) ③ ㉢은 화자에게 주어진 안락함이나 편안함으로 볼 수 있다. 화자는 ‘안락함 속에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인간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존재’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로 보아 ㉢은 '보기'의 ‘슬픔’과 거리가 멀다. 9. '보기'를 통한 작품 감상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는 녹록하지 않은 삶에 대한 화자의 긍정과 체념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화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삶의 고통에 적극적으로 대면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고통과 당당하게 대면하여 그것을 극복해 내려는 모습인 것이다. ^[실전문제 02. [1~4] 본문 100~102쪽 1. ④ 2. ② 3.⑤ 4. ③ (가) 윤동주, ‘쉽게 씌여진 시’ (주제) 철저한 자기 반성과 암울한 현실 극복 의지 (해제) 이 작품은 1942년 일본 유학 중 쓴 시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유학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조국의 현실 앞에서 목숨을 바친 친구들 (아마도 윤동주의 고향이 용정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독립군 등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음)의 모습을 대비하며 현실 속에서 행동하지 못하고 시로 노래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반성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마음의 등불을 밝혀 어둠과 절망 속에서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린다. 이때의 아침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시대 상황과 연결지을 때 해방의 날로 읽힌다. 그러면서 마지막 연에서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자아와 그것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자아, 혹은 조국의 현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상적인 자아의 화해로 독자에게 강한 여운과 기대를 심어준다. (나) 이육사, ‘꽃’ (주제) 조국 광복에 대한 신념과 기다림 34쪽 (해제) 이 시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찬 미래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1~2연에 걸쳐 나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 피어 있는 ‘꽃’, ‘꽃 맹아리’ 등을 통해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우리 민족을 환기한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해방을 맞이한 우리 민족의 모습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예언자적인 풍모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절정’의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에서 보여 주는 이육사의 모습과 통한다. 이 작품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색적인 색채어와 역동적이며 강한 느낌의 어휘를 사용하여 강렬함을 심어주고 있으며, 매 연의 4행을 모두 영탄으로 끝맺음으로써 광복에 대한 확신과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1. 작품 간의 공통점 (가)에서 ‘육첩방은 남의 나라’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는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보여 주는 것으로 ‘육첩방’은 현실의 구속과 부자연스러운 삶의 공간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나)의 경우도 현실을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북쪽 툰드라’로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의 도래, 즉, 조국의 광복을 (가)에서는 ‘시대처럼 올 아침’으로, (나)에서는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로 노래하며 확신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시대처럼 올 아침’, ‘꽃 성’ 등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불안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② (가)와 (나)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③ (가)에서는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지만 (나)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⑤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가)와 (나) 화자들의 공통된 태도이다. 2. 시어의 함축적 의미 (가)와 (나)의 시에서 부정적 현실을 상징하는 시어와 조국 광복 혹은 희망을 상징하는 시어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문제이다. ‘육첩방’, ‘어둠’, ‘툰드라’는 일제 강점기 현실과 그 속에서 겪는 고통을 상징하는 시어들이고, ‘아침’, ‘꽃 성’은 조국 광복을 의미하고 있다. 3. 시의 구조 파악 '보기'는 일반적인 윤동주의 시의 구조를 도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조국 현실 속에서 행동하기로 결심하는(혹은 행동하고 있는) 이상적 자아와 그렇지 못한 현실적 자아와의 괴리감이 반성을 이끌고, 이 반성을 통해 부끄럼의 정서를 드러내지만 결국 두 자아의 통합을 보여 줌으로써 새로운 삶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 작품도 이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독립을 위해 죽어간 친구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이상적 자아와 유학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 사이에서 홀로 침전하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두 자아가 악수함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결심을 보여 준다. 4. 작품의 특징 이육사는 한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황의 후손으로 한시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육사의 많은 시가 한시의 영향을 받아 기승전결의 구조와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를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3연으로 된 시로 기승전결의 구조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극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미래를 꿈꾸며 역경을 이겨내는 데서 지사적 풍모와 예언자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각 연의 1~3행은 강렬한 색채어와 함께 자연의 묘사를 보여 주는 등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9] 본문 103~105쪽 5. ③ 6. ③ 7. ① 8. ④ 9. ⑤ (가) 정희성, ‘길’ (주제) 가치로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 (해제)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진정한 가치를 좇아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의 부모님은 권력과 명예, 부를 좇아 살아가기를 원해서 법관이나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화자는 부모의 뜻과는 먼 교사와 시인으로서 살아간다. 왜냐하면 화자는 양심을 지키며 선하게 사는 것이 가치로운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아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이로 인해 노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화자는 세상의 어떤 유혹과 시련 속에서도 ‘마음 단단히 먹고’ 자신이 깨달은 진정한 삶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과 의지를 보여 준다. 35쪽 (나)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주제)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통일을 향한 길에 동참할 것을 권유 (해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참여 시인 중 한 사람인 김남주의 대표작이다. 시가 쓰여진 시대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의 최대 관심사는 통일이다. 화자는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역설함과 동시에 그것은 동지의식을 가진 우리 모두의 순수한 열정과 희생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쉬우면서도 힘 있는 어조와 청유형의 문장으로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는 점과 김남주의 다른 시에서처럼 적의를 품고 대항해야 할 적대 세력을 시의 표면에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5. 작품 간의 공통점 (가)는 ‘법관’, ‘돈 잘 벌기’와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 ‘시에 눈이 뜨고’ 시를 쓰는 삶이 서로 대립되고 있다. 즉 세속적인 가치와 화자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나)에서도 ‘가야할 길’과 ‘산’, ‘바다’가 대립되어 있다. 당연히 가야 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데 방해되는 것들의 대립이다. 이런 대립을 통해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오답 피하기) ① (나)는 청유형 문장을 사용하며 독자의 동참을 권유하고 있지만 (가)는 독백체로 평서형과 영탄형의 문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② (나)의 경우 유사한 문장 구조의 반복적 사용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동일시구의 반복 및 변주는 아니다. (가)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진술이다. ④ (가)와 (나) 어디에도 공감각적 심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⑤ (가)와 (나)는 화자 자신이 가치롭다고 판단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객관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6. 시의 내용 파악 (가)의 화자는 부모님이 원하시던 세속적 가치의 길을 버리고 세상 사람들이 비웃고 핍박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보여 주고 있다. (나)의 화자는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하는 통일의 길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동지의식으로 넘어가며, 꼭 가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나)의 경우, 함께 하는 동지의식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으나 (가)의 경우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동지의식은 드러나지 않는다. 7. 시어의 의미 대비 (가)는 화자 개인의 삶에 대한 노래이다. 화자는 인생에서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며 가난하고 어렵더라도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편 (나)는 우리 민족 공동체 모두가 가야 할 통일의 길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가)의 ‘길’이 화자 개인이 추구하고 있는 인생길이라면, (나)의 ‘길’은 통일의 길로, 우리 민족 공동체가 함께 지향해야 하는 사회적 지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8. 시구의 의미 파악 ㉣‘산’은 함께 반드시 가야 하는 길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자연처럼 순수하다거나 아름답다는 진술은 맞지 않는다. 9. 작품 간의 대비 이 시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존재에게는 한없이 억압적인 현실에서 위안과 희망이 되는 것이 바로 ‘하늘’이다. '보기'의 경우도 ‘저문 들길’과 같은 절망적 현실에서 희망인 ‘푸른 별’을 바라보자고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하늘’과 ‘푸른 별’은 의미상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산삼’은 ‘산의 숲’으로 희망을 가지고 사는 어떤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화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인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② ‘젊은 산맥’은 젊은 패기, 의지 등을 비유한 것이다. ^[실전문제 03. [1~5] 본문 106~108쪽 1. ① 2. ④ 3. ⑤ 4. ② 5. ③ (가) 김용호, ‘눈 오는 밤에’ (주제) 유년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 36쪽 (해제) 이 시는 눈 오는 밤에 정겨웠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는 화자의 애잔한 마음을 한 편의 수채화와 같이 서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향토적 서정성이 어느 작품보다 뛰어나게 형상화되어 있는데, 이는 순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시어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이 시는 수미상관의 형태를 보이며 ‘고향의 모습 상상→유년 시절 회상→화자의 현실→고향의 모습 상상’과 같은 과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 이건청, ‘하류’ (주제) 유년 시절에 대한 화자의 동경과 소멸의 안타까움 (해제) 이 시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가 경험하였던 유년 시절의 공간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유년 시절 화자의 중심이 되었던 나무의 자애로운 모습이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 버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즉, ‘하류’로 상징되는 화자의 꿈과 상상의 세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거기 나무가 있었네.’라는 구절의 반복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같은 구절을 반복함으로써 운율감을 형성하고,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킨다. 1. 작품의 공통점 파악 (가)에는 눈 오는 밤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나)에는 나무와 아름다운 자연이 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그것들의 소멸을 안타까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애잔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② (가)와 (나) 모두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것이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③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은 공통점으로 볼 수 있으나 두 작품 모두 자기 성찰은 드러나지 않는다. ④ 맑고 순수한 자연의 생명력이나, ⑤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2.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비교 (나)에서는 ‘붉은 노을이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면’,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처럼 ‘붉은 노을’(시각)을 ‘금관악기 소리’로 청각화한 공감각적 이미지가 사용되어 어린 시절의 공간을 선명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물론 (가)에서도 ‘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라는 부분에서 청각의 시각화가 이루어져 공감각적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있지만, (나)와 달리 (가)에서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어린 시절의 공간을 선명하게 형상화한 것이 아니므로 정답이 될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가)의 ‘눈이 내리고’, (나)의 ‘거기 나무가 있었네.’와 같이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② (가)의 겨울(‘질화로’, ‘눈’, ‘밤알’), (나)의 여름(‘매미’)와 같이 계절감을 활용하여 유년 시절의 추억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나)에서는 ‘나무가 아이의 잠자리를 찾아와 가슴을 다독여 주고 돌아가곤 했었네.’와 같은 부분에서 시적 대상인 ‘나무’를 의인화하여 정겨운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주고 있다. ⑤ (가)에서는 추측을 나타내는 어미 ‘-겠-’을 사용하여 눈 오는 밤 어느 시골 집 안방의 정겨운 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3. 시어의 특징 파악 이 시에서 작가는 시의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들고, 아쉬움을 강조하는 이중 효과를 얻기 위해서 ‘질화로’, ‘밤알’, ‘콩기름 불’, ‘실고추’, ‘불씨’, ‘잎담배’와 같은 향토적인 소재를 이용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밤’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드는 시어이지만, 옛것에 대한 아쉬움을 강조하는 시어라고 보기 어렵다. 4. 시어의 기능 이해 (가)의 5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작품에서 ‘눈’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기'에서 화자는 봄날 오후에 동물원에서 ‘낙타’를 보며 눈을 감고 회상에 잠기는데, 이때 회초리를 들고 걸어오시는 어린 시절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즉, ‘낙타’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임을 알 수 있다. 5. 창작 과정의 추리 (나)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어린 시절의 그리운 나무를 추억하며 그 소멸을 안타까워하는 시이다. 시에서 온갖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그늘은 백사장이고 시냇물이었으며 삘기풀이고 뜸부기 알이었네.’이다. ‘백사장’, ‘시냇물’, ‘삘기풀’, ‘뜸부기 알’은 나무와 함께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아이의 추억을 의미한다. (오답 피하기) ‘일만 마리 매미소리’로 그늘을 만들어 준 것은 나무가 아이에게 평화로운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는 의미이다. 37쪽 [6~10] 본문 109~111쪽 6. ③ 7. ④ 8. ⑤ 9. ② 10. ⑤ (가)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주제) 도시인의 생명력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생명력 회복에 대한 소망 (해제) 이 시는 생명력을 상실해 가는 도시인의 모습을 ‘아마존 수족관’의 열대어에 비유하여 우의적으로 도시 문명적인 삶을 비판하고, 도시인들에게 정신적 가치인 ‘시’를 선물함으로써 그들의 생명력이 회복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특히 이 시에서 화자는 도시와 원시 자연이라는 대립적 공간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렇게 화자가 도시 공간을 규격화되어 있고, 숨막히며,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가득한 삭막한 공간으로 그린 것은 생명력이 가득한 원시 자연에 대한 갈증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김광규, ‘서울꿩’ (주제) 갑갑하고 찌든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 (해제) 이 시는 도시 문명 속에서 갑갑하고 찌든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을, 개발 제한 구역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해 나가는 꿩들의 모습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시는 도시 문명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으며, 담담하고도 객관적인 서술을 유지하며 우의적인 기법을 통해 도시에서 찌들어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비애­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6. 작품의 공통점 파악 두 작품은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을 우의적인 방법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가)는 도시 문명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수족관의 열대어에 비유하였고, (나)는 도시인의 모습을 개발 제한 구역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꿩들의 모습으로 비유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 도시 문명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나)의 2연에서만 비참한 현실의 모습을 관조적으로 묘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② 화자의 소망을 점층적으로 구체화한 부분이나 ④ 화자가 지내온 현실을 반성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⑤ (가)의 15, 16행에서만 ‘아마존 강’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화자가 추구하는 세계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7. 세부 내용의 파악 꿩들이 ‘언덕길 / 쓰레기터에 내려와 /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 먹는 모습은 개발에 밀려 보금자리를 빼앗긴 꿩들의 비참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도시인의 비애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③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끓이면서’, ‘간판은 열대지만’,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등을 통해 숨 막히는 열기와 소음 가득 찬 답답한 공간에서 사는 도시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⑤ 14행에서 화자는 현대인의 생명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신적 가치인 ‘시’를 선물하고 싶다고 하였다. 8. 문맥적 의미의 이해 ‘아마존 수족관’, ‘열난 기계’, ‘쓰레기’, ‘지하철’은 모두 도시 문명을 상징하는 소재들이다. ㉤은 ‘꿩들이 지향하는 삶의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시 문명을 상징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답 피하기) ‘아마존 수족관’은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현대의 도시 공간을, ‘열난 기계’는 자동차를, ‘쓰레기’는 문명으로 인해 배출된 산출물을, ‘지하철’은 도시 문명을 상징한다. 9. 표현상의 특징 이해 ㉮는 역설적 표현이다. 물이 풍족한 수족관에 살고 있는 열대어들이 목이 마르다는 진술은 모순된 것이기 때문이다. ②에서 나를 떠나간 님을 아직 보내지 아니하였다는 것도 모순된 진술로 역설적 표현에 해당한다. (오답 피하기) ①, ③, ④, ⑤는 모두 반어적 표현에 해당한다. 10. 시어의 상징적 의미 이 작품은 서울의 개발 제한 구역에서 하루하루를 갑갑하게 살아가는 꿩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꿩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신의 보금자리까지 빼앗긴 자연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꿩들이 지향하는 공간인 ‘인왕산’이나 ‘안산’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삭막한 돌산’에서 갑갑하게 살아야 하는 모습을 통해 갑갑하고 찌든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과 비애를 연상해 볼 수 있다. 38쪽 ^[II. 현대 소설 ^[01. 전통적인 삶과 진실한 삶 1. 이무영, ‘제1과 제1장’ 실력 다지기 본문 120~122쪽 1. ① 2. ④ 3. ⑤ 4. 농민이 되려는 수택의 내적 갈등에서 지주와 소작인의 집단 간 갈등으로 변화한다. 5. 표면적 이유는 그 정도의 볏가마도 지지 못하는 수택을 질책하기 위해서이고, 이면적 이유는 농사를 지어서 지주에게 다 빼앗기는 현실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1. 서술 시점의 파악 이 글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자는 작가가 된다. 즉, 서술자가 모든 것을 알고서 서술하고 있다. 인물의 생각이나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까지도 판단하여 서술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② 1인칭 주인공 시점, ③ 1인칭 관찰자 시점, ④ 3인칭 관찰자 시점, ⑤ 1인칭 관찰자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2. 등장인물 평가 수택은 자기 힘으로 벼 이백 근을 질 수 없지만 아버지의 말에 따라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코피를 흘리면서도 벼를 짊어지고 일어서고 있다. 그는 지나친 소작료 징수에 허탈해하지만 그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으며 이에 대한 불만은 아버지가 보여 주고 있다. 3. 독자의 반응 추리 ‘내년 이때까지 살아갈 길을 궁리하는 것이었다.’라는 내용으로 미루어, 절망이나 적대감보다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김 영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4. 갈등의 변화 양상 파악 '보기'에서 수택은 농촌에서 흙투성이로 살아가는 아버지를 경멸하지만, 자신도 점차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농촌 생활을 그리워하게 된다. 귀향을 한 그는 도시 생활의 패배자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도 진정한 농민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면서 진정한 농민이 되었다고 느낀다. 이 글에서 수택은 자신이 지은 사십 섬의 대부분이 지주(맥고모자를 쓴 젊은 친구)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낀다. 또한, 김 영감은 아들 수택에게 지게를 지라고 호통을 치면서 지주에 대한 분노를 간접적으로 표출한다. 5. 행동의 원인 파악 김 영감은 볏단의 대부분이 맥고모자를 쓴 젊은 친구의 손에 넘어가리라는 생각에 얼굴빛이 검어졌지만, 자식에게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김 영감은 버티고 서 있는 그 젊은 친구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기 않기 위해 수택에게 호통을 친 것이다. 더해 읽기 본문 123쪽 1. 수택은 청량리에서 우연히 맡은 ‘흙내’에서 농촌의 정서를 느끼고 즉흥적으로 귀향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예시 답안) 1930년대의 농촌은 일제의 수탈 정책으로 매우 피폐해져 있었다. 그러나 수택이 귀향을 한 이유는 그러한 농촌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서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이다. 결국, 수택의 귀향은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낭만적·관념적으로 인식한 결과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2. ㉡의 앞부분에 농촌의 자연을 둘러보는 수택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그는 농촌의 자연에서 시적이고 그윽한 정취를 기대했으나 막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연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시 답안) 보다 원초적이고 본원적인 삶을 회복하기 위해 농촌 생활을 선택한 수택은 태고의 낙원과 같은 이상적·낭만적 자연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념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세계에 존재하는 농촌의 자연은 지나치게 평범하여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9쪽 2.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실력 다지기 본문 124~126쪽 1. ③ 2. ④ 3. ③ 4. ③ 5. (1) 나이도 어린 놈이 술에 취해 장돌뱅이 망신을 시키고 있다. (2) 너 따위 놈과는 함께 장을 돌며 장사를 할 수가 없다. (3) 지금의 작태를 너의 어미 아비가 본다면 심정이 괴로울 것이다. (4) 장사는 격(주제나 분수)에 어울리게 해야 하는 법이다. 6. 암컷을 보고 흥분한 나귀는, 충줏집을 보고 질투심을 느낀 허생원의 처지와 비슷하다. 따라서 허생원은 주제넘게 암컷을 탐낸 나귀를 보고 자기 모습을 깨닫고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1. 작품의 종합적 이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전말과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 모두를 작가가 직접 서술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동이가 전해온 나귀의 소식으로 장면의 전환이 있기는 하지만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지는 않는다. ④ 허생원과 동이의 행동이 묘사되고는 있으나 갈등의 해결과는 관계가 없다. ⑤ 주막에서의 대화가 제시되어 있지만 그것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2. 인물 관계 파악 [A]에서 허생원은 술을 먹고 충줏집과 수작을 부리는 동이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충줏집을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답 피하기) ① 동이는 자신을 나무라는 허생원에게 대들고 싶지만 참고 밖으로 나간다. ② 충줏집에게 수작을 부리고 있는 동이가 못마땅하다. ③ 충줏집은 입술을 쫑긋대며 술을 거칠게 따라 불만을 나타낸다. ⑤ 술에 취해 농탕을 치고 있다. 3. 등장인물의 심리 파악 ㉮의 문두를 보면 ‘그렇기 때문에’로 행동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어리석은 꼬락서니를 모질게 책망하는 마음’에서 허생원의 자괴감을 엿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②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지 않다. ④ 조선달의 핀잔은 충줏집을 향한 것이었다. 4. 감상의 적절성 '보기'는 이효석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로 기능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메밀꽃 필 무렵’의 나귀의 모습과 행동은 허생원과 닮아 있다. 늙어서도 암샘을 내는 나귀는 허생원이 충줏집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 (오답 피하기) ① 늙고 초라한 나귀의 외형은 허생원의 모습을 닮아 있다. ② 암놈을 보고 흥분하는 나귀의 모습은 인간의 애욕과도 닮아 있다. ④ 나귀를 향한 말들은 허생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⑤ 이 작품 역시 나귀에게 허생원의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5. 주장의 근거 파악하기 주막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동이의 수작이 못마땅한 허생원은 동이를 나무란다. 그러나 자신의 질투심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표면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6. 비유적 표현의 이해 허생원이 나귀를 놀리던 아이들을 혼내주려고 채찍을 들고 쫓았지만 불쑥 자기 모습--왼손잡이에 늙고 초라한 모습--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암컷을 보고 흥분한 나귀의 모습이 충줏집을 두고 질투심을 느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더해 읽기 본문 127쪽 1. 여인과 인연이 먼 허생원은 성서방네 처녀와 만나 사랑을 나눈 인연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허생원의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예시 답안) 봉평에서 제일 아름다운 성서방네 처녀와 우연히 물레방앗간에서 만나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다. 2. 허생원의 이야기와 자연적 배경이 어우러져 달밤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숨이 막힐 듯한 달빛이나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밭, 그 사이에 퍼지는 방울 소리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묘사되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예시 답안) 숨이 막힐 듯한 달빛, 죽은 듯이 고요함,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밭, 딸랑딸랑 시원한 방울소리 40쪽 3.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실력 다지기 본문 128~130쪽 1. ② 2. ④ 3. ④ 4. ④ 5. ㉠은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회한에서 나오는 눈물이고, ㉡은 예술가로서 예술 작품과 함께 삶을 마감하려는 비감에 젖어 흘리는 눈물이다. 6. 자신의 분신과 같은 독을 가까이 하면 외로움이 덜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부분은 사건이 마무리되는 부분으로,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과 묘사를 통해 잘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교차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송 영감의 절망감을 절제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③ 송 영감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주로 묘사하고 있다. ④ 인물의 행동 묘사로 절망적 상황을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⑤ 대화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2.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 송 영감에게 ‘독’은 평생을 두고서 추구해 온 삶 자체이다. 그런 독이 깨어져 흩어진 모습을 보고, 이를 대신하기 위해 가마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깨어진 ‘독 조각’은 송 영감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3. 독자의 감상 비판 이 글을 통해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독을 짓는 노인의 삶에 대한 집념과 좌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파괴되어 가는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진영’이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했다. (오답 피하기) ①, ② 송 영감이 아들을 떠나 보내고 슬픔에 잠기는 장면은 장인으로서의 비극적 상황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이다. ③ 송 영감이 젊은 아내를 조수에게 뺏기고 분노하는 장면 또한 장인으로서의 비극적 상황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이다. ⑤ 송 영감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4. 사건의 흐름 파악 늙고 병든 송 영감은 아내와 조수에게 배신을 당하고, 젊은 조수의 독은 멀쩡한데 자신의 독만 깨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아들마저 다른 집에 보낸다. 이와 같은 연속적인 불행은 예술 정신을 고집하는 장인의 불행을 드러낸다. 따라서, ⓒ는 부조리한 현실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가치(혹은 정신)를 상징한다. 5. 상징적 의미 파악 ㉮는 인간적인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송 영감의 최후를 보여 주는 장면으로, 그것은 독 짓기에 평생을 바쳐 온 장인으로서의 예술가적 혼을 이루려는 필사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졌던 회한의 눈물이라면, ㉡은 예술가로서 예술 작품과 함께 삶을 마감하려는 비감에 젖은 눈물이다. 6. 인물의 심리 파악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송 영감이 매달리는 것은 평생을 만들어온 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독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송 영감의 분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은 유일한 혈육인 아들마저 떠나 보냈으니 자기가 만든 독이라도 한 개 있으면 외로움이 덜할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낸 진술이다. 더해 읽기 본문 131쪽 1. 독을 지어 올릴 때에는 적절하게 조마구와 부채마치로 때려야 한다. 하지만, 조수와 아내의 환영이 떠올라 독을 때리는지 조수와 아내를 때리는지 심리적으로 불안하여 결국 독을 못 쓰게 만들고 있다. 장인으로서 철저하게 자기의 작업에 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아내와 조수에 대한 분노의 심리가 개입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예시 답안) 송 영감은 자신을 배신한 조수와 아내에 대한 분노 때문에 작업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 작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면 독을 제대로 짓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그가 지은 독은 독가마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게 될 것이다. 2. 송 영감은 병을 앓고 있는데다가 조수와 아내의 배신으로 충격에 휩싸인 상태이다. ㉡은 송 영감이 그러한 상태에서도 독 짓는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힘을 의미한다. (예시 답안) 송 영감은 젊은 조수와 아내에 대한 분노와 가장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독을 짓게 된다. 따라서, ‘제 힘만이 아닌 어떤 힘’은 분노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모두 포함한다. 41쪽 4. 박경리, ‘토지’ 실력 다지기 본문 132~134쪽 1. ③ 2. ③ 3. ⑤ 4. 윤씨 부인은 타관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는 성미인데도 처음 본 구천을 선뜻 머슴으로 맞아들인 일 5. 구천은 말 못 할 사정으로 고향을 밝히지 않으려 하는데 김 서방 댁은 눈치 없이 그의 고향을 캐물었기 때문이다. 1. 인물의 심리 추리 앞부분의 줄거리에서 구천이 윤씨의 아들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은 어머니가 아들을 알아보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④ 단순히 친근한 감정에서 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앞부분의 줄거리에서 확인하듯 모자 관계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처럼 행동한 것이다. 2. 서술자의 태도 추리 미소는 따스하고 다정스러웠으며, 때론 천진한 동심도 남아 있다는 표현을 통해서, 서술자는 구천의 쉽게 드러나지 않는 휴머니즘적인 내면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서술자는 구천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또, 어딘지 슬기로움을 지니고 있었다는 표현도 구천에 대한 서술자의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호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③이다. ‘만기’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미소를 띠는 사람으로 표현한 점에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오답 피하기) ①과 ②는 중립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④와 ⑤는 중립적인 듯하면서도 부정적이고 풍자적으로 인물을 서술하고 있다. 3. 다른 갈래로의 전환 윤씨 부인이 구천이를 받아들일 때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기는 했으나 구천이의 이력이나 근본 같은 것은 묻지를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윤씨 부인이 후일 구천이를 남몰래 불러들여 내력을 물어 보았다고 상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화로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장면은 넣지 않는 것이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4. 인물의 성격 파악 까다로운 성미의 윤씨 부인은 구천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무 소리 없이 눈을 감는다. 그러고는 그의 이력이나 근본도 묻지 않은 채 있고 싶으면 있으라고 허락한다. 5. 인물의 심리 파악 구천은 김 서방 댁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웃기만 하다가 그녀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이냐고 짐작하여 묻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이로 보아, 구천에게는 고향을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35쪽 1. 이 글은 구천의 수상한 행동을 삼수와 돌이가 추적하고 관찰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그러나 그 둘은 결국 구천의 행방을 놓치고 만다. (예시 답안) 한밤중에 홀로 일어나 당산 숲으로 가는 구천을 삼수와 돌이가 따라간다. 숲 속 덤불 사이의 바위에 이른 구천은 한참을 울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삼수와 돌이는 구천을 놓치고 만다. 2. 상황 논리와 형식 논리에 근거해서 대상의 정체나 수수께끼에 하나씩 접근해 나가는 방식은 추리 소설에서 사용하는 기법이다. 이 글에서도 이러한 추리 소설의 기법을 사용하여 구천의 정체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시 답안) 서술자는 삼수와 돌이의 시선을 따라 구천의 행동을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 처리는 구천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의 수상한 행동은 무엇 때문인지, 그는 결국 어디로 사라졌는지 등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3. (예시 답안) ‘바람을 탄 솔잎들의 넋들린 것 같은 소리’, ‘부엉이 울음’ 등의 청각적 이미지와 ‘요란하게 움직이는 그늘과 빛’, ‘산봉우리 중천에 뜬 얼음 조각같이 싸늘한 달’ 등의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긴박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42쪽 ^[02.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저항 1. 오상원, ‘유예’ 실력 다지기 본문 136~138쪽 1. ① 2. ⑤ 3. ① 4. 인간의 비정함으로 생명이 파괴되어 가는 전쟁의 비극성을 비판하고자 하였다. 5. 전쟁은 죽음과 소멸과 파괴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비이성적 행위로 허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 반응의 적절성 평가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에서 인간의 죽음이 얼마나 가치 없으며 허무한 것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한 군인이 적군의 포로가 되어 처형되기까지의 과정을 비극적으로 형상화하여 이를 고발하고 있는 소설이다. 2. 사건의 흐름 파악 ‘나’는 북으로 진격했다가㉤ 후퇴 중에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적군은 한 시간의 여유를 준 후에㉠ 전향 여부를 확인한 후에 사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퀴퀴한 냄새를 맡으며㉣ 자신이 죽게 될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 3. 문장의 의미 파악 ㉮는 인민군 병사에게 붙잡혀 움 속에 갇힌 ‘나’의 의식 세계를 표현한 문장이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아, 인민군은 ‘나’를 하얀 눈이 내린 둑길을 걷게 한 뒤 총으로 쏘아 죽일 예정이다. 따라서, ㉮는 한 시간 후면 자신이 인민군에게 총살되어 죽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4. 상징적 의미 파악 이 부분은 주인공이 한 시간 후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나’는 흰 둑길을 걸어가다가 적군의 총에 사살되어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을 죽인 적군이 사형 집행 후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담배를 피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는데, 여기서 ‘나’의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 피’와 ‘하이얀 눈’의 차가운 이미지가 결합되어 앞으로 다가올 ‘나’의 죽음을 더욱 비극적인 것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사형 집행 후 적군의 모습을 통해서는 전쟁 속에서 죽음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보여 줌으로써 전쟁의 비극성을 고조시킨다. 5. 관점의 파악 ㉰에서 전쟁은 ‘싸우다 끝내는 죽는 것, 그것뿐’이라고 하였다. 즉, 전쟁은 파괴와 죽음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때 ‘나’는 ‘무엇을 위한다는 것, 무엇을 얻기 위한 것’과 ‘본연의 그대로 싸우다 죽는 것’을 대립시켜 전쟁이 후자에 속하는 행위라고 하였다. 전자는 이성적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의미와 목적을 말한다면, 후자는 비이성 혹은 야수성을 바탕으로 한 맹목성을 말한다. ‘나’는 전쟁이 후자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허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해 읽기 본문 139쪽 1. 처음에 ‘그’는 위에서 내려온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랐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눈 속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다. 일어난 ‘그’는 끝도 없이 펼쳐진 흰 둑길 위를 걷다가, 발사 명령이 떨어진 후 뒷허리에 충격을 느낀다. 뒷허리에 총을 맞은 ‘그’는 상념에 젖은 채 의식을 잃어 가고 있다. (예시 답안) ‘그’는 빛이 없는 움 속에 갇혀 있다가 흰 둑길 위에 팽개쳐진다. 그 둑길 위를 걷던 ‘그’는 ‘그들’이 쏜 총에 뒷허리를 맞아 의식을 잃어 가고 있다. 2. ㉠은 ‘그’가 사형 집행장으로 가는 길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는 처형당하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야 할 눈 쌓인 앞길의 막막한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실존의 냉엄한 현실에 대한 자각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적 배경 묘사의 핵심을 보여 주고 있다. (예시 답안) ‘흰 둑길’은 ‘그’가 적의 총에 맞아 죽기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이다. 따라서, ‘흰 둑길’은 실존의 냉엄한 현실을 상징하는 배경이다. 3. ‘그’는 아무 잘못도 없이 점점 죽음에 가까이 가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그러한 상황이 아무것도 아니라고만 한다. 이는 죽음을 눈앞에 둔 ‘그’의 상황을 더욱 중요한 일로 부각하게 되고, 전쟁의 비극성을 고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예시 답안) ‘그’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타의에 의해 죽어 가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아니다.’를 되뇌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의 중요성을 반어적으로 강조하여 전쟁의 비정함을 고발하려 한 것이다. 43쪽 2. 최인훈, ‘광장’ 실력 다지기 본문 140~142쪽 1. ② 2. ③ 3. ① 4. 주인공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 준다. 5. 자기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 즉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룬 세상을 상징한다. 1. 인물의 성격 파악 이명준은 남북 분단의 혼란한 시기에 남한과 북한 그 어느 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으며, 결국은 제3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자살하게 된다. 2. 문장의 문맥적 의미 파악 ‘그’는 손에 든 부채 속의 갈매기 그림을 보다가 지난날 자신의 모습과 은혜의 모습을 떠올린다. ㉢의 ‘무덤에서 몸을 푼 한 여자’는 바로 은혜를 가리키는데, 실제로 그녀가 무덤 속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뱃속에 품은 채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이다. (오답 피하기) ① ‘그’는 ‘부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조명하게 된다. ② 하필 부채에 ‘바다’와 ‘갈매기’ 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은 ‘바다’와 ‘갈매기’가 중요한 의미의 소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④ 죽은 은혜를 떠올리던 ‘그’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다. ⑤ ‘고운 각시들’은 ‘큰 새와 꼬마 새’를 의미한다. 3. 소재의 기능 파악 이 글에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부채와 푸른 바다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들을 보고, 자신의 삶의 궤적을 돌아본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 ‘그’는 그동안의 고뇌와 방황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거울 속에 비친 ‘활짝 웃고 있는 남자’는 ‘그’의 변화된 심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의 ‘거울’의 기능은 ①과 같다. (오답 피하기) ② ‘그’는 자신에게 도취되거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다. ④ ‘그’는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발견한 것이다. ⑤ ‘그’는 거울을 통해 본질적 자아와 만나고 있다. 4. 작중 상황의 추리 ‘사북 자리’는 부챗살의 교차된 부분에 박는 못과 같은 것을 뜻하며, 주인공의 삶의 방향성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고 죄어드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주인공이 제3국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어디로도 갈 수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결국 주인공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5. 상징적 의미의 추리 ‘푸른 광장’은 직설적으로는 바다를 의미하지만 상징적으로는 죽음의 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은 뒤에 오는 행복한 세상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죽은 뒤의 세계는 이미 광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준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3국도 결국은 자기의 삶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죽음의 순간에 본 ‘푸른 광장’은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어 헤매던 곳이 아니라 그러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자기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세계로 보는 것이 알맞다. 더해 읽기 본문 143쪽 1. 설득자는 명준에게 남한을 선택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명준은 일체의 변명이나 설명도 없이 ‘중립국’이라고만 대답함으로써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예시 답안) 남한측 설득자들이 명준에게 남한을 선택하라고 회유하지만 명준은 끝까지 거부하고 중립국을 선택한다. 2. 명준이 절망적 상황에서 터트리는 웃음은 울고 싶은 심경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시 답안) 명준은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 웃음은 그가 느끼는 절망을 반어적으로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44쪽 3.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실력 다지기 본문 144~146쪽 1. ② 2. ⑤ 3. ⑤ 4. 부조리한 사회 현실 때문에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계층의 고통과 비애를 부각하려 하였다. 5. ‘나’는 소외 계층을 더욱더 궁지로 몰고 가는 지배 세력의 부당한 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1. 인물의 태도 파악 ‘나’의 가족은 도시 개발 정책 때문에 아무 대책도 없이 동네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으며, ‘나’의 아버지인 난쟁이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혼자의 힘으로 입주권을 찾아오고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을 죽여야 한다고 절규한다. ‘나’의 가족이 겪고 있는 불행은 사회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는데, ‘나’는 투기업자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을 상대로 싸움을 한다. 따라서, ‘나’의 현실 대응 방식에 대한 평가는 ②가 적절하다. 2. 작중 상황의 파악 이 글에서는 ‘나’가 살고 있는 빈민촌이 철거되고 그곳의 사람들이 아무 대책도 없이 쫓겨나는 상황이 나타난다. ‘성북동 비둘기’에서도 성북동 산이 주거지로 개발되면서 거기에서 살던 비둘기가 둥지를 잃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삶과 죽음을 초월한 화자의 내적 상황만이 드러날 뿐, 화자가 처한 외적 상황은 묘사되지 않았다. ② 울면서 가는 ‘애기’가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화자는 ‘애기’와 어쩔 수 없이 이별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③ 흰 옷깃을 여미며 떠난 임이 가신 길을 ‘다신 오지 못할 파촉 삼만 리’라고 한 것으로 보아, 화자는 임과 사별한 상황이다. ④ 시적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3. 다른 갈래로의 전환 인물이 환상을 보는 장면이다. 따라서, 현재와 과거의 장면이나 다른 장면과 겹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장면을 촬영하는 기법은 오버랩(O.L.)이다. 오버랩은 한 화면이 다른 화면으로 바뀔 때 겹쳐서 촬영하는 기법으로 주로 과거 회상에 사용한다. (오답 피하기) ① 한 화면이 끝날 때 사용한다. ② 인물의 모습이나 사물의 모습을 부각할 때 사용한다. ③ 주위의 모습을 둘러보거나 묘사하는 장면에 사용한다. ④ 복합 심리를 드러낼 때 사용한다. 4. 작가의 집필 의도 파악 도시의 소외 계층을 상징하는 난쟁이 일가는 도시에서 철거해야 할 대상으로 몰려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난쟁이 일가의 아버지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이러한 난쟁이 일가의 불행은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도시 빈민 계층과 도시 공장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비애를 대변한다. 5. 인물의 심리 파악 ‘나(영희)’는 가족으로부터 입주권을 구입한 투기업자를 따라가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친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이에 분노한 ‘나’는 오빠인 영수에게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을 죽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세상에 대한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47쪽 1. 난쟁이는 보통 사람보다 비정상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을 뜻한다. 이 글에서 난쟁이는 하루하루를 전쟁같이 살다가 도시 철거 계획에 무기력하게 밀려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난쟁이는 도시의 소외 계층을 상징한다. (예시 답안)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리고 사회의 왜곡된 시선에 의해 더욱더 위축된 소외 계층을 상징한다. 2. ‘행복동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면서 천국을 생각한다고 하였고,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 같은 이곳의 현실을 돌아볼 필요도 못 느낀다고 하였다. (예시 답안) 이 글에서 ‘천국에 사는 사람들’과 ‘행복동 주민들’은 상반된 처지에 놓여 있다. 전자가 사회의 권력층과 부유층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사회의 소외 계층과 빈민 계층을 상징한다. 3. ‘행복동’에 사는 난쟁이 가족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고 하였으며, 그나마도 곧 동네가 철거되어 쫓겨날 상황에 놓여 있다. (예시 답안) ‘행복동’이라는 이름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반어적 명명법이다. 이러한 명명법은 소외 계층의 불행을 더욱더 강조한다. 45쪽 4. 전상국, ‘우상의 눈물’ 실력 다지기 본문 148~150쪽 1. ① 2. ③ 3. ⑤ 4. 표면적 이유는 기표의 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이면적 이유는 기표를 통제하기 쉽도록 길들이기 위해서이다. 5. 담임 선생과 형우는 지능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표상하며, 기표와 재수파는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표상한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작품은 ‘나’가 자기 반에서 벌어진 사건을 관찰자의 시각에서 서술한 작품이다. ‘나’는 반장 임형우, 최기표, 재수파, 담임 선생 등 여러 인물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을 관찰자의 시각에서 전달해 주고 있다. 2. 다른 장르로 구성하기 신문 미담난에 기표와 관련된 친구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싣기 위해서는 재수파가 긍정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수파가 조직되는 과정은 부정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재수파가 했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이 미담의 내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석’의 의견은 적절하지 않다. 3. 다른 상황에 적용 이 소설은 추리 소설과 성장 소설의 구조를 적절히 혼용하여, 서술자인 ‘나’가 담임 선생과 반장인 형우의 비밀과 음모를 깨달아 가면서 권력의 본질을 알아내 가는 성장 과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담임 선생과 형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시점은 알라존의 시점이고, 이에 의해 무너지는 기표의 시점은 에이론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고백하는 목소리는 약자로 전락한 기표의 목소리로, 에이론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④ ‘치이즈’ 하고 웃는 모습은 알라존의 시점에서 웃는 것이고, 에이론의 시점에서는 울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행동의 의도 파악 형우와 담임 선생은 기표를 구원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은 오히려 기표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술자인 ‘나’는 그들의 음모를 깨닫고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형우가 선행을 베푸는 것처럼 하는 것은 사실상 기표의 허상을 벗김으로써 기표가 가졌던 권력을 빼앗는 폭력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5. 인물의 현실적 파악 이 글에서 담임 선생과 반장 형우는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르며 신화적 존재로 군림한 기표와 재수파에게 온정을 베푸는 교활한 수법을 사용한다. 사랑이 결여된 그들의 온정은 기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무릎을 꿇게 만든다. 이 글은 합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세력의 교묘하고 위선적인 술책이 불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세력의 원초적이고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악질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51쪽 1. [A]의 대화 내용으로 보아, 형우는 기표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단 위에 올라서서 기표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시 답안) 형우는 기표의 불우한 가정 형편을 부각하여 그를 공포의 대상에서 동정의 대상으로 추락시킬 의도이다. 2. 담임 선생과 형우는 기표를 순하게 길들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결국 그들이 의도한 바대로 기표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예시 답안) 기표가 전처럼 난폭하게 행동하지도 않고 담임 선생의 지시에도 잘 따르는 모습은 담임 선생과 형우의 계획대로 그가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형우는 신화적 존재였던 기표를 초라하게 만들기 위해 지능적인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이에 대해 ‘나’는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예시 답안) 작가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지능적인 폭력을 더욱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46쪽 ^[03. 농민의 비극적 삶과 저항 의지 1. 최서해, ‘홍염’ 실력 다지기 본문 152~154쪽 1. ⑤ 2. ④ 3. ⑤ 4.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저지른 방화와 살인은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5. ‘불길’은 중국인 지주 인가의 착취와 폭력에 대한 문 서방의 분노(혹은 자연 발생적 저항 의지)를 상징한다. 1. 작품의 종합적 이해 경기도 소작농 문 서방은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서간도로 이주하지만, 그곳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중국인 인가의 땅을 부치는 소작농이 되었다. 그런데 그는 지나치게 부과된 소작료를 내지 못해서 딸 용례를 빼앗기고, 그 설움 때문에 병을 얻은 그의 아내는 끝내 목숨을 잃게 된다. 중국인 지주 인가에게 분노를 느낀 문 서방은 인가의 집을 찾아가 방화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것은 원한을 개인적으로 복수하는 것일 뿐이며, 농민 계급의 연대와 단합은 나타나지 않는다. 2. 구절의 문맥적 의미 파악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지주 인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문 서방은 인가의 집에 침입하여 방화를 하고 인가를 살해한다. 그리고 딸을 찾은 기쁨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 앞의 ‘딸을 품에 안으니’로 보아, ㉣의 ‘눈물’은 자신의 우발적 살인에 대한 자책의 눈물이 아니라 딸을 찾은 기쁨의 눈물이다. 3. 작품의 종합적 감상 '보기'의 관점은 학생들의 감상이 작품의 내재적 의미를 이해하는 차원과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차원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작품의 올바른 감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주어진 세 가지의 측면을 고려한 서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건을 모두 포함한 ⑤의 진술이 가장 적절한 감상이다. (오답 피하기) ① 작품의 주제를 잘못 파악하고 있으며, 자아 성찰과 전망의 제시가 드러나지 않는다. ②, ③ 글의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나, 자아 성찰과 전망의 제시가 드러나지 않는다. ④ 갈등의 전제가 되는 당대의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자아 성찰과 전망의 제시가 드러나지 않는다. 4. 인물의 현실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경기도에서 소작을 하던 문 서방은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간도로 가지만, 그곳에서도 중국인 지주의 가혹한 착취에 시달린다. 그러나 문 서방은 자신의 비참한 삶과 불행을 계급 간의 갈등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 서방은 중첩되는 불행에서 비롯된 분노를 개인적인 원한을 복수하는 차원에서 해결할 뿐이다. 5.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 문 서방은 지주 인가의 가혹한 착취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 지주의 집에 불을 지른다. 즉, 이 글의 ‘불’은 지주의 가혹한 착취와 폭력에 시달리던 문 서방이 자신의 분노를 충동적으로 표출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이다. 따라서, ‘불길’은 문 서방의 분노를 상징한다. 더해 읽기 본문 155쪽 1. 이 글의 시간적 배경은 겨울이며, 공간적 배경은 골짜기에 위치한 조선인 촌락이다. 날카로운 눈보라와 칼바람으로 가득한 골짜기에 끼어 있는 조선인 촌락의 살풍경한 모습은 서간도로 이주한 유랑 농민들의 참혹한 삶의 실상을 날카로운 감각으로 보여 준다. (예시 답안) 눈보라 치는 겨울과 음산한 분위기의 조선인 촌락은 유랑 농민이 처한 비극적 삶의 조건을 드러내며, 앞으로 전개될 사건이 비극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2. ‘공도’란 사회 일반에 통용되는 공평하고 바른 도리를 의미하는데, 작가의 사상적 경향을 고려한다면 이는 사회주의 사상의 실현을 의미한다. 작가는 서간도에도 언젠가는 사회주의 사상이 실현되어 소외된 사람들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신념을 문학적 전망으로 암시하고 있다. (예시 답안) 혹독한 겨울처럼 위대한 공도가 실현되지 않는 시대, 즉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정체 모를 위협에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암담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47쪽 2. 현진건, ‘고향’ 실력 다지기 본문 156~158쪽 1. ① 2. ② 3. ① 4. 당시 식민지 사회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제시하여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해 줌과 동시에 산문 속에 운문을 삽입함으로써 문체상의 변화를 주어 단조로움을 탈피하게 한다. 1. 작품의 내용 파악 ‘그’는 서간도에서 부모님을 모두 잃고 신의주, 안동현, 구주 탄광, 대판 철공장 등으로 돈벌이를 찾아다녔으나 외롭고 젊은 몸이다 보니 방탕하게 되었다. (오답 피하기) ② ‘그녀’가 ‘그’보다 두 살 많다. ③ ‘그녀’가 유곽으로 팔려간 것은 유언비어가 아니라 사실이고 이것이 동네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④ ‘그녀’는 병들고 늙은 몸으로 유곽에서는 풀려났고 일본어를 조금 하는 덕에 일본 집에 있게 되었다. ⑤ ‘그’와 ‘그녀’는 우동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셨다. 2. 말하기 방식과 보여 주기 방식의 특성 [A]는 말하기 방식, 즉 직접 제시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B]는 보여 주기 방식, 즉 간접 제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말하기 방식은 서술자가 독자에게 사건을 요약 정리하여 전달해 주기 때문에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가깝고 사건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한편, 보여 주기 방식은 대화 등의 극적 효과가 있으며 생동감 있게 사건이나 인물을 제시할 수 있지만 사건의 진행 속도는 느리다. (오답 피하기) ① 간접 제시 방법은 인물의 대화나 행동을 여실히 보여 주기 때문에 직접 제시 방법보다 생동감이 있다. ③, ⑤ 직접 제시 방법은 대상에 대해 서술자가 요약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사건의 진행이 비교적 빠르다. ④ 간접 제시 방법은 서술자의 개입이 적고 독자가 직접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관찰하도록 하는 것으로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멀다. 3. 상황과 정서 파악 이 시는 국경을 넘나들며 고달픈 삶을 이어가던 어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일제 강점기 유랑했던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을 보여 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침상도 없는 맨바닥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 역시 죽음 앞에서까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것도 누릴 수 없었던 비참함을 나타내고 있다. 즉,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죽 한 모금마저도 드실 수 없었던 비참한 상황은 ‘침상’없는 상황과 통한다. 4. 삽입시의 효과 '보기'는 이 작품의 마지막에 삽입된 시로 형식적으로는 산문 사이에 운문이 삽입됨으로써 문체상의 변화를 주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앞의 내용을 통해 소개된 ‘그’와 ‘그녀’의 비참한 삶을 일반화하여 그 시대의 우리 민족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집약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59쪽 1. 기차 안에서 서술자인 ‘나’와 주인공인 ‘그’가 만나는 소설의 전반부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혼합 복장을 하고 처음 보는 중국 사람, 일본 사람에게 쓸데없이 중국어와 일본어로 말을 건네고 있다. (예시 답안) ‘그’의 복장과 언어, 그리고 행동이 단서가 된다. 두루마기는 일본식 기모노, 그 안에 우리식 저고리와 중국식 바지를 입었으며 일본어, 중국어,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으로 보아 3개국을 떠돌며 살아왔던 것으로 짐작된다. 아울러 그의 경박한 언행들로 볼 때 하층민으로서의 삶을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2. '보기'는 고려말의 간신 신돈을 풍자하는 시조이다. 무심하다고 하면서도 높은 자리에서 전횡을 일삼을 뿐만 아니라 임금의 성총을 흐리게 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의 서술자 ‘나’도 쓸데없이 떠들고 있는 ‘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예시 답안) 이 글에서 서술자는 ‘그’의 주적대는 꼴이 어쭙지 않고 밉살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보기'의 화자 역시 ‘구태여 밝은 햇빛을 따라다니며 가리는’ 구름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소설의 서술자와 시의 화자가 대상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48쪽 3. 김유정, ‘만무방’ 실력 다지기 본문 160~162쪽 1. ③ 2. ⑤ 3. ② 4. 5년 전 응칠은 농사를 그만두고 야반도주를 한 후 도박과 절도를 일삼고 있다. 또한, ‘모범 청년’이었던 응오는 지주와 김 참판이 뻔질나게 찾아와서 벼를 베어야 소작료를 낼 것 아니냐고 독촉하지만, 아내가 병들었는데 벼는 베어서 무엇 하느냐며 벼 수확을 포기한 상태이다. 5. 현재의 상황을 일확천금으로 타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1. 다른 갈래로의 전환 이 글의 내용은 ‘가난한 소작농의 생활 → 빚을 얻음 → 빚에 쫓김 → 빚 탕감을 위한 세간 목록과 편지 작성 → 야반도주 → 유리걸식 → 동생에 대한 그리움 → 고향에 돌아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생 역정 과정에 부합되지 않는 것은 ③이다. 왜냐하면, 그는 빚 대신 세간으로 탕감해 주길 바란다는 편지를 쓰고 집을 빠져 나왔기 때문이다. 2. 인물의 태도와 정서 파악 [A]에서 응칠은 살림을 늘리기 위해 애를 태우며 농사를 열심히 짓지만 오히려 빚만 남는다. 또한, ‘결말엔 봉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를 고려할 때, 응칠은 스스로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⑤ ‘삽자루에 맡긴 생애’에서 시적 화자의 고된 삶의 모습이 드러나며 ‘먹을 것 없는 마을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암담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응칠과 유사하다. (오답 피하기) ① 가난한 상황에 자족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② 벼의 생장과 수확 과정을 통해 민중의 삶을 예찬한다. ③ 가난으로 인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슬픔이 드러난다. ④ 흥부 부부 역시 가난하지만 가난에 태한 태도가 긍정적이다. 3. 사건 전개의 흐름 파악 응칠은 빚 때문에 야반도주를 한 후, 가족과 함께 유리걸식을 하던 중에 아내의 제안으로 홀로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이다. 따라서, ㉠~㉤을 시간순으로 적절히 배열한 것은 ②이다. 4. 작중 상황의 파악 한때 성실한 농민이었던 응칠과 응오는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농사일을 그만둔 상태이다. 5. 인물의 심리 파악 및 적용 '보기'에서는 금광을 발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머슴들’은 ‘섣부르게 농사만 짓고 있다간 결국 비렁뱅이밖에는 더 못 된다.’는 생각에 금광을 찾아 떠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성실하게 노력하기보다 운이 좋아 금광을 발견하면 단번에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결과이다. 더해 읽기 본문 163쪽 1. 응칠은 농사일을 작파한 후 절도와 도박을 일삼아 어느새 전과 사범이 된 만무방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응오가 소작하는 논의 지주를 때리고 협박까지 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남의 논에서 벼를 도둑질할 정도로 막되먹은 사람은 응칠이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 뻔하다. (예시 답안) 사람들은 이미 응칠을 만무방이라고 여기고 있는데다가, 응칠이 동생의 소작료 탕감을 호소하러 간 자리에서 지주를 때리고 논에다 불을 지른다고 협박까지 했기 때문이다. 2.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라는 내용으로 보아, 응오는 자기 논의 벼를 베어도 자기가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응오는 남몰래 자기 논의 벼를 베어서 가져다 먹고는 도둑이 벼를 훔쳐갔다고 거짓말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예시 답안) 올해는 그나마 흉작이어서 수확량도 많지 않은데다가 소작료가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자기가 지은 논의 벼를 수확해도 자기가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3. 현재 응오가 처한 상황은 몇 년 전 응칠이 야반도주를 결심했을 때의 상황과 동일하다. 즉, 응오가 만무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예시 답안) 원래는 응칠도 성실한 농부였으나 결국 남는 것은 빚뿐이어서 성실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삶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지금 응오가 처한 상황도 과거에 응칠이 처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응칠과 응오에게 만무방의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49쪽 4. 김정한, ‘사하촌’ 실력 다지기 본문 164~166쪽 1. ⑤ 2. ④ 3. ③ 4. 또쭐이는 부조리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농민의 전형이며, 고 서방은 부당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한 농민의 전형이다. 5. 부과된 소작료가 지나치다는 점을 탄원하고, 그 탄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절에 불을 지르기 위해서이다. 1. 작품의 종합적 이해 이 글은 억압받는 농민들의 끈질긴 삶을 통해 이 땅의 민중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고 있으며, 결말 부분에서 모순에 대결하는 민중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지문은 시간순으로 사건이 제시되는 순행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보광사의 지주와 소작인들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 ② 철한 아버지, 봉구 어머니, 고 서방 등 소작료 징수에 시달리는 농민의 궁핍한 처지를 생생하게 그렸다. ③ 보광사 소작인들, 즉 성동리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④ 보광사 지주와 소작인들 사이의 갈등은 농촌 실정에 맞지 않는 소작료의 징수로 고통받는 농민의 삶을 드러낸다. 2. 작중 상황의 파악 및 적용 보광사의 땅을 소작하는 성동리 사람들은 보광사에 소작료의 지불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리고 ‘입도차압’으로 일 년 농사의 결실을 모두 빼앗긴 고 서방은 야반도주한다. 결국 보광사의 횡포에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열매를 맺지 못한 벼 짚단을 들고 절로 향한다. 이는 약자의 입장이었던 성동리 사람들이 힘 있는 자의 입장에서 횡포를 휘두르던 보광사에 대항하는 것으로,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적절한 표현이다. (오답 피하기) ① 제일 급하고 일이 필요한 사람이 그 일을 서둘러 하게 되어 있다는 말 ② 잘 되리라고 믿고 있던 일에 생각지 못한 변화가 생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③ 애써 하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남보다 뒤떨어져 어찌할 도리가 없이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⑤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란 사람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냄을 이르는 말 3. 이어질 사건의 추리 '보기'에서는 농민들의 당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결집된 저항 의지의 표출을 제시하였다. 이는 기존의 신경향파 소설에서 노동자나 농민들이 살인이나 방화 등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했던 것보다 진일보된 것으로서 농민들의 주체적 인식과 저항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③의 내용은 '보기'와 맞지 않다. 4. 인물 유형의 파악 또쭐이는 마을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작 쟁의에 참여하지만, 고 서방은 벼를 압류당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야반도주하고 만다. 5. 행동의 의도 파악 ‘빈 짚단’은 농사의 결과가 좋지 않아서 수확할 벼가 없다는 뜻으로 탄원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리고 이 글의 마지막에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히 떠들어 댔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탄원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67쪽 1. ㉠과 ㉡은 소설의 갈등 양상을 암시하는 장치이다. 이러한 상징적 장치는 농민이 겪는 가뭄의 피해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줄 뿐 아니라, 이 글의 갈등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예시 답안) ‘새까만 개미 떼’는 일제와 지주, 고리 대금업자 등 부당한 권력의 주체(사회적 강자)를 상징하며, ‘지렁이’는 부당한 권력의 행사에 몰락의 길로 내몰리고 있는 농민(사회적 약자)을 상징한다. 2. 이 글의 앞부분에서는 가뭄이 든 들깨네 집 마당의 풍경이 집중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서술자는 마치 카메라로 대상을 훑어보듯이 농가의 마당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있다. 특히, 마당 한 곳을 클로즈업했다가 마당 전체로 시선을 확산시키고 서서히 인물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통해 사건을 암시해 가는 배경 묘사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작은 사건에서 점차로 삶의 총체성을 조망하려는 작가의 문학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이다. (예시 답안) 가뭄으로 인해 피폐해진 농촌의 현실을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50쪽 ^[04. 전환기 혼란상과 욕망의 좌절 1. 이태준, ‘복덕방’ 실력 다지기 본문 168~170쪽 1. ① 2. ⑤ 3. ⑤ 4. 자신의 명예가 훼손될까 봐 아버지의 죽음을 관청에 알리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며 이기적이고 비정한 행동이다. 5. 안 초시는 노력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땅 투기로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1. 인물의 성격 파악 서 참의는 우울해하는 안 초시를 위로하기 위해 청요릿집이나 추탕집으로 데리고 다녔을 뿐 아니라, 안 초시가 죽은 후에도 안 초시의 딸인 안경화를 조용히 타일러 생전에 안 초시가 바라던 것들을 죽어서나마 누리도록 배려해 준다. (오답 피하기) ② 안 초시가 자살을 결심하는 데 딸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을 볼 때, 안 초시가 가족의 도리보다 재물을 더 중요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땅을 속아서 산 것을 볼 때,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④ 딸이 안 초시의 죽음을 알리는 것을 꺼렸음을 고려했을 때,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건의 원인 파악 안 초시는 평소에 궁색한 삶에 대한 원망과 딸과의 관계가 소원한 데 대한 슬픔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딸에게 권해서 사들인 땅이 개발되지 않으면서 안 초시는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딸의 태도도 전보다 더욱 냉랭하게 되었다. 안 초시는 딸에게 밥을 얻어먹는 것조차 어려워지자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딸이 자신의 명예를 따지는 내용은 안 초시의 죽음 이후의 일이므로 자살의 원인과는 거리가 멀다. (오답 피하기) ①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안 초시에게 인색한 딸의 태도가 드러난다. ③ 돈으로 인해 딸과의 관계마저 끊어진 것에 대한 안 초시의 한탄이다. 3. 소재의 의미 파악 ‘안경다리’는 안 초시가 생전에 지니고 다니던 물건으로, 한쪽 다리를 노끈으로 고정한 채 사용하던 것이다. 이것은 안경다리를 고칠 비용도 대지 않았던 딸의 비정함과 인색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안 초시의 노년을 의미하는 것이다. 4. 인물에 대한 비판적 이해 서 참의가 안 초시의 죽음을 관청에 알리려고 하자 안경화는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한다. 이는 자신이 아버지의 생전에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염려한 탓으로 볼 수 있다. 5. 인물에 대한 비판적 이해 안 초시는 곧 개발될 땅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딸에게 그 땅을 살 것을 권한다. 땅값이 오르면 자신에게도 일정한 배당이 있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안 초시의 이와 같은 행동은 정당한 노동이나 노력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땅을 통한 투기 행위로 돈을 벌려고 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71쪽 1. (예시 답안)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노력 없이 운수 좋은 때만 기다리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안 초시’는 수동적이고 현실 감각이 없는 무능력한 인물이다. 2. (예시 답안) 현실적 욕망이 강한 구세대 인물들과 신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변화하는 사회와의 어긋남이 이 소설의 주된 갈등이며, 인물들의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이들의 욕망이 앞으로도 충족되기 어려워 갈등 상황이 지속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2. 채만식, ‘미스터 방’ 실력 다지기 본문 172~174쪽 1. ② 2. ③ 3. ① 4. 자신의 못난 과거에 대한 자격지심과 그 세월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며, 맥주를 예찬하고 있는 모습은 미스터 방으로서의 자신을 만들어 준 미국에 대한 예찬으로 친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51쪽 5. 미스터 방은 미군 장교를 등에 업고 출세한 방삼복을 추켜세우는 호칭으로 신사, 선생 등의 호칭과 통한다. 한편 신기료장수 코삐뚤이는 비록 부와 권력은 거머쥐었지만 근본적으로 바뀔 수 없는 천박한 상일꾼, 판무식이라는 비아냥이 섞인 명칭이다. 1. 작품의 특징 파악 이 작품의 서술자는 행동과 대화를 통해 방삼복의 특징 또는 인간됨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가)에서는 백 주사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거들먹거리는 인물임을, (나)에서는 방삼복의 독백을 통해 이기적이고 민족의식이 결여된 인물임을 보여 주고 있다. (다)에서는 미군에 접근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기회주의적인 인물임을 알게 해 준다. (오답 피하기) ①, ⑤ 이 작품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자는 작품 밖에서 인물과 사건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③ 인물 간의 대화에서 갈등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④ 암시를 위해 특정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2. 인물의 성격 광복에 대한 방삼복 자신의 엇갈린 인식을 보여 주고 있는 부분이다. ㉠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독립이 ㉡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수입과 관련된 인식으로 이를 통해 방삼복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이기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3. 행동의 의도 파악 각종 청탁을 받으면서 청탁의 대가로 받은 돈의 액수가 적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다. 자신의 권세로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과시하는 장면을 통해 미군 사병이 아닌 장교를 찾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즉 권력이 있는 사람을 등에 업고 세상을 호령하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자 함이었다. 따라서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호가호위(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를 답으로 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② 죽은 뒤에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을 이르는 말 ③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맞지 않으면 싫어함을 이르는 말 ④ 한 가지 일에만 얽매여 발전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음을 이르는 말 4. 인물의 특징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화를 내는 듯한 태도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못난 과거에 대한 자격지심이며 현재 자신의 위세를 통해 그 세월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하는 심리를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미군 장교의 권력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졌기 때문에 방삼복에게 미국은 은인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의 술인 맥주조차도 그에게는 예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5. 호칭 사이의 차이점 파악 백 주사를 통해 두 호칭의 차이를 확연히 확인할 수 있는데 방삼복에게 아부하거나 청탁할 때는 ‘미스터 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자신의 생각 속에서 방삼복의 과거를 떠올리며 업신여기는 장면에서는 ‘신기료 장수 코삐뚤이’로 불린다. 이를 통해 ‘미스터 방’은 존칭의 의미로, ‘신기료 장수 코삐뚤이’는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75쪽 1. 이 작품은 풍자와 해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풍자의 대상이 되는 방삼복의 행실과 그의 몰락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반전을 통해 웃음과 더불어 교훈을 전해준다. (예시 답안) 최소한의 민족 공동체 의식조차도 없는 방삼복이라는 인물이 미군 장교의 권력에 기생하며 전횡을 일삼다가 한순간의 어이없는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반전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기회주의로 하루아침에 얻은 정당하지 않은 부와 권세는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2. 미스터 방은 미군 장교의 통역관이 되어 그것을 배경 삼아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며 백 주사는 이런 미스터 방의 권력에 편승하여 지난날 친일로 얻었던 재산을 다시 찾으려 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권력에 편승하여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기회주의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시 답안) 조국의 현실이나 민족 공동체 의식에는 무관심한 채 권력에 빌붙어 사사로운 이익과 욕심을 채우려는 부정적 인물 52쪽 3. 염상섭, ‘두 파산’ 실력 다지기 본문 176~178쪽 1. ③ 2. ③ 3. ② 4. 이 글의 두 파산은 옥임의 정신적 파산과 정례 모친의 물질적(경제적) 파산을 의미한다. 5. 옥임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빼앗긴 돈을 그와 유사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되찾으려 하고 있다. 1. 인물의 성격 파악 및 적용 이 글의 교장은 정례 모친에게 빚을 독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례 모친의 문방구를 싸게 사서 이북에서 내려온 딸 내외에게 주려는 속셈이다. '보기'의 ‘발가벗은 아이들’은 ‘발가숭이(고추잠자리)’를 잡으려는 의도를 숨기고, 저리 가면 죽으니까 이리 오라며 유혹하고 있다. 따라서, 두 인물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상대에게 접근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2. 문맥에 맞는 속담 이 글의 내용을 고려할 때, 정례 모친은 친구인 옥임에게 돈을 빌렸다가 온갖 노력을 기울여 간신히 키워 온 문방구를 손해를 보면서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따라서, 정례 모녀의 상황에 알맞은 속담은 ③이 해당된다. ③은 남 좋은 일을 시켰다는 의미로,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오답 피하기) ①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뜻이다. ② 서로 도우면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④ 남의 가난한 살림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⑤ 세상 물정에 밝아서 영악하게 구는 경우를 말한다. 3. 감상의 적절성 판단 정례 모친은 옥임에게 돈을 뜯기고 문방구가 교장의 손에 넘어가게 되자 화병으로 몸져눕는다. 이때 정례 부친이 돈을 되찾아 주겠다고 하는 말에 그녀가 솔깃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볼 때, 그녀 역시 돈을 되찾을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태도를 현재의 삶에 순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제목의 상징적 의미 파악 정례 모친의 말을 통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두 파산’의 의미는 자명하게 드러난다. 한때는 문학을 사랑하던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 김옥임이 이제는 전대 자루나 차고 다니며 사채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은 그녀의 처지가 정신적 파탄 상황을 맞이했음을 보여 준다. 반면, 정례 모친의 경우 빚으로 인해 결국 자신이 그 동안 정성들여 온 가게를 빼앗기는 경제적 파산의 처지로 전락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이 글의 ‘두 파산’은 두 인물의 정신적 파산과 경제적 파산을 의미한다. 5. 인물에 대한 비판적 이해 정례 부친은 옥임의 자동차에 대한 허영심을 이용해서 옥임이 자동차를 사게 한 후, 그녀의 돈을 빼앗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에서 옥임의 돈을 녹여 낸다는 것은 옥임이 정례 모친에게 돈을 빼앗은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돈을 되찾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옥임에게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빼앗긴 것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되갚는 것이므로 비윤리적이며 정당하지 않다. 더해 읽기 본문 179쪽 1. 옥임은 자신이 처한 현재의 비참한 처지와 정례 모친이 남편과 자식에 둘러싸여 다정히 살아가는 모습을 대조해 보면서 정례 모친에 대한 질투심을 느껴 왔다. 그녀의 질투심은 돈을 매개로 정례 모친에게 망신을 줌으로써 일종의 정신적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예시 답안) 평소에 옥임은 정례 모친을 질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망신을 줌으로써 일종의 정신적 보상을 받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2. 옥임은 자식도 없는 처지이며, 그녀의 늙은 영감은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반민족 행위자로 지목이 된 후 몸도 가누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한, ‘도지사 관사에 들어서 드날릴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옥임의 처지는 정례 모친의 처지와 뒤바뀌었다고 하였다. (예시 답안) 옥임은 도지사 관사에 드나들던 때에 비해 외롭고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상태이며, '보기'의 ‘나무’도 병 때문에 잎이 지고 가지가 꺾인 후 아무도 찾는 이가 없는 상태이다. 53쪽 4. 이범선, ‘오발탄’ 실력 다지기 본문 180~182쪽 1. ④ 2. ③ 3. ⑤ 4. 죽은 아내와 충치는 철호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5. ‘철호’와 ‘나’는 둘 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철호’의 경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죄책감 때문이며, ‘나’는 아내의 시체를 팔아버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점을 보인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제시된 부분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으나,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주로 인물 간의 대화와 행동을 통한 극적 제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④는 서술자가 작품 안에 있다고 보았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2. 인물의 심리 파악 [A]에서 철호는 아무 목적도 없이 주변의 풍경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한 채 걷고 있다. 이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철호의 정신적 충격과 방황하는 심리를 철호의 행동을 통해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철호에게 고통스런 삶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철호에게 도시의 풍경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므로, 철호가 도시의 문명을 탐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④ 극심한 충격과 좌절에 빠져 있는 철호가 가족들과의 삶을 계획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3. 인물의 태도 파악 이 글의 철호는 계속되는 불행과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거리를 헤매다가 이가 쑤시는 것을 느끼고 치과로 들어가 충치를 뽑는다. 이러한 행위로 보아, 철호의 행위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상징한다. 반면, '보기'의 현은 ‘반발의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철호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지만 현은 현실에 대결하려 한다. ② 철호는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가 결여된 인물이다. ④ 철호가 현실에 순응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4. 소재를 통한 인물의 심리 파악 아내의 죽음은 철호의 가족에게 닥친 불행의 하나이다. 죽은 아내로 인해 철호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철호는 이와 같은 고통스런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충치 역시 철호가 몹시 고통스럽게 여기며 뽑아 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5. 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파악 같은 사건이라도 인물이 처한 환경 및 인물의 성격에 따라 갈등이 달라질 수 있다. ‘철호’와 '보기'의 ‘나’는 둘 다 아내의 죽음으로 괴로워하지만 ‘철호’의 경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죄책감이 크게 작용하며, ‘나’는 아내의 시체를 팔아 버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주된 원인이다. 더해 읽기 본문 183쪽 1. ‘오발탄’은 정상 궤도를 이탈한 총알을 말한다. 즉, 이 글의 작가는 사회의 대열에서 낙오되어 삶의 방향성을 잃은 철호와 비정상적인 사회 현실을 오발탄에 비유한 것이다. (예시 답안) ‘오발탄’은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제시된 지문에서는 현실에서 낙오하여 삶의 방향을 상실한 철호를 상징하기도 한다. 제시된 지문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또 다른 의미로 철호와 같이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을 수용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사회 현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2. 실향민 가족의 가장이면서도 무기력한 철호는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하게 책임지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가자고 하는 것이다. 즉, 어디고 가긴 가야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방향 상실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철호가 택시의 종착지를 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삶의 방향마저 상실하고 방황하는 그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3. '보기'의 어머니는 실향민의 전형적 인물이다. 따라서, 어머니의 ‘가자.’는 전쟁이 나기 이전의 상태로 삶이 복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반영이고, 철호의 ‘가자.’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방향 상실감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보여진다. (예시 답안) ‘철호’의 “가자.”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방향 상실감을 드러낸다면, 어머니의 “가자.”는 전쟁 이전의 평화로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회귀 의식을 의미한다. 54쪽 ^[05. 산업화 사회의 인간 소외 양상 1. 황석영, ‘삼포 가는 길’ 실력 다지기 본문 184~186쪽 1. ③ 2. ⑤ 3. ③ 4. 세 사람 사이에 신뢰와 유대감이 형성되어 백화가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5. 자신의 경제적 무능함으로 백화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1. 서술상의 특징 이 글에서 변화하는 현실을 암시하는 소재는 ‘공사판, 방둑, 신작로, 도자, 트럭’ 등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는 산업화에 대한 비판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정씨가 과거의 삼포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회상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② 인물에 대한 치밀한 내면 묘사를 본문의 내용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④ 인물의 성격이 변하는 양상이나 ⑤ 사건의 역전적 구성 역시 본문에서 확인할 수 없다. 2. 창작 과정의 추리 영달이가 삼포에 가서 공사판 일이나 잡자고 하는 것은 정씨를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잡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달의 모습에 비추어볼 때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나타낸 대사라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백화의 눈이 붉게 충혈된 모습을 통해 두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두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② 백화는 영달과 정씨가 보여 준 인간적인 정을 정말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③ 백화를 떠나보낸 뒤 남은 두 사람에게 닥칠 고난과 시련을 암시하기 위해 눈발이 날리는 배경을 설정하고 있다. ④ 기차를 연착시키는 사건 설정을 통해 노인의 등장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3. 내용의 세부적 파악 영달과 정씨는 백화를 보낸 뒤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고 서술되어 있다. 대합실에서 영달, 정씨, 백화 세 사람이 기대어 자는 모습은 본문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오답 피하기) ① 백화가 자기 몫의 팥시루떡 절반을 떼어 영달에게 내미는 모습 ② 영달이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사서 백화에게 주는 모습 ④ 대합실에서 영달과 정씨에게 노인이 말을 거는 모습 ⑤ 기차가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4. 인물의 심리 파악 소설 전반부에서 백화가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두 사내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 준 정씨와 영달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즉, 세 사람 사이에 신뢰와 유대감이 형성되어 본명을 밝히게 된 것이다. 5.인물의 반응 추리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라는 영달의 대사를 통해 영달이 자신의 경제적 무능함 때문에 백화와 함께 살 수 없다고 판단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안타까움을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든지 시무룩해져서 밖을 멍하니 쳐다보는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87쪽 1. 정씨는 삼포를 풍요롭고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적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정씨는 삼포가 아름다운 섬이고, 비옥한 땅이 남아돌며, 고기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곳이라 말하였지만, 그것은 정씨의 환상일 뿐이다. 이 환상은 정씨가 세파에 찌든 삶을 살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시 답안) 정씨에게 삼포는 풍요롭고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2. [A] 부분은 ‘회색 하늘’, ‘가느다란 연기’, ‘기다란 철책과 철조망’이 어우러진 배경을 통해 암울하고 쓸쓸한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정씨와 영달이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의 전망이 밝지 않음을 암시하고, 그들의 심리 상태도 편안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기능을 한다. (예시 답안) 정씨와 영달의 미래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55쪽 2.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실력 다지기 본문 188~190쪽 1. ④ 2. ① 3. ① 4. 꼽추, 앉은뱅이는 장애인이므로 사회에서 소외된 위치에 있다. 이는 주인공들이 철거민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해 있는 상황을 드러내기에 적절하다. 5. 두 아이의 이야기는 전제부터가 틀렸으므로, 이것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교사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의 본질을 바로 보라는 의도를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사나이에게 입주권을 헐값에 넘기고 집을 잃게 된 앉은뱅이와 꼽추는 부당하게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사나이를 차에 태우고 불을 지르는데, 이와 같은 상황은 사나이와 두 주인공 중 어느 편이 가해자이고, 어느 편이 피해자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이 글은 이와 같이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현실의 모습을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라는 소재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 사실적 정보의 파악 수학 교사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제시한 후 학생들과 문답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주입식으로 가르친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② ‘삼십팔만 원짜리를 십육만 원에 사다 이십이만 원씩이나 더 받고 넘긴’ 사실에 대해 따지는 앉은뱅이의 말을 고려할 때, 사나이는 아파트를 축재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을 알 수 있다. ③ ‘제군이 이미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이지만’을 고려할 때, 익숙한 소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3. 문맥적 의미의 파악 ㉡~㉤은 앉은뱅이가 도시 하층민으로서 겪는 소외감과 고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의 경우는 수학 교사가 제시한 두 아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서,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며, 도시 하층민의 삶과 관련이 없다. 4. 인물 설정의 효과 이 글은 집을 잃은 철거민이 주인공이다. 이들을 장애인으로 설정함으로써 사회에서 소외되고 약자의 위치에 있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5. 발화의 의도 파악 교사는 ‘두 아이’ 중 어느 한쪽만 얼굴이 새까맣게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이 까맣다는 교사의 논리를 무심코 받아들이고 답을 찾으려는 학생들의 태도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의 본질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91쪽 1. ㉠은 사나이가 앉은뱅이와 꼽추의 입주권을 팔아 부당하게 챙긴 이십만 원을 앉은뱅이가 되찾으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돈을 뺏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 돈’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시 답안) 앉은뱅이는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찾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2.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의 마음’이라는 꼽추의 말을 고려할 때, 꼽추는 사나이를 죽인 후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과 달리,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앉은뱅이에게 거부감을 느껴서 헤어지기로 결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앉은뱅이는 사나이를 죽인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반면, 꼽추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둘이 헤어지게 되는 것은 이러한 정서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3. 두 주인공은 자신들의 집을 잃게 만든 사나이로부터 돈을 되찾기 위해 사나이를 차에 태우고 불을 지르고 있다. 이는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윤리적인 갈등 해결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고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 하였다. 56쪽 3.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실력 다지기 본문 192~194쪽 1. ① 2. ② 3. ④ 4. ‘강도(권씨)’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5 권씨가 ‘이래 봬도 나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오.’라고 말하는 부분은 현실에서 패배하는 소시민의 비참한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글은 권씨가 ‘나’에게 아내의 분만 수술비를 빌려 달라는 부탁을 했다가 거절당한 후 강도가 되어서 ‘나’의 집에 침입했다가 도망가는 내용이다. 서술자는 이러한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이 글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기 때문에 주인공 권씨의 심리는 행동의 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③ 이 글에서 권씨의 인생 역정에 대한 서술은 나오지 않는다. ④ 이 글에 삽화 형식의 이야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⑤ 이 글에서는 권씨가 ‘나’에게 돈을 빌리는 장면과 강도로 분장해서 ‘나’의 집에 침입한 장면만을 다루었다. 사건을 빠르게 전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2. 인물의 추리 및 평가 ‘나’는 강도가 권씨임을 눈치챘기 때문에 여유를 보인 것일 뿐, ‘나’가 강도를 당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는 근거를 지문에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경험 많은 친구들은~’이라고 말한 것은 훔칠 게 없다는 강도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너스레를 떤 것일 뿐이다. 3. 시점 바꾸기의 효과 작가는 이 작품에 이어 권씨의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직선과 곡선’을 배치함으로써 당시 사건의 의미를 일방적 시각이 아닌 쌍방의 사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보기'는 ‘직선과 곡선’에서 권씨가 부끄럽고 자존심 상했던 그때의 상황을 서술한 부분이다. (오답 피하기) ① 사건 이후의 일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없다. ② 시점만 바뀌었을 뿐 숨겨져 있던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으며, 사건의 의미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③ 권씨의 과거를 알려 주는 설명이 제시되지 않았다. ⑤ '보기'를 고려할 때, 당시 권씨의 심정은 ‘나’가 짐작했던 것에 가깝다. 4. 사건 전개의 파악 ‘나’는 강도가 권씨라는 것을 눈치챘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문간방으로 들어가려는 강도에게 ‘대문이 저쪽’이라고 알려 주면서 강도가 권씨임을 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된다. 권씨는 자신의 정체를 ‘나’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5.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 밑줄 친 부분은 현실에서 늘 패배하는 가족의 삶이 제시되고 있다. 권씨가 ‘이래 봬도 나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오.’라고 말하는 부분은 지식인으로서 자존심마저 꺾인 소시민의 비참한 패배를 여실히 보여 준다. 더해 읽기 본문 195쪽 1.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한다면, 열 켤레에서 하나가 빠진 ‘아홉 켤레의 구두’는 권씨의 부재를 드러낸다. 대학을 나왔다는 자존심으로 일상의 남루함을 견뎌 내던 권씨는 ‘아홉 켤레의 구두’를 남겨 두고 집을 나가게 된 것이다. (예시 답안) 권씨에게 있어서 ‘열 켤레의 구두’는 지식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따라서, ‘아홉 켤레의 구두’는 막노동꾼으로 전락한 지식인 권씨의 상처 입은 자존심을 상징한다. 2. ㉠과 ㉡은 권씨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나’는 권씨의 가출이 자신의 부주의한 말실수에서 비롯됐다며 자책한다. 그래서 권씨의 방을 살핀 것이고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이 순경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예시 답안) ‘나’는 권씨의 행방을 궁금하게 여기고 이 순경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려고 할 정도로 권씨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57쪽 4. 임철우, ‘사평역’ 실력 다지기 본문 196~198쪽 1. ⑤ 2. ⑤ 3. ③ 4. 이 소설이 시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5. 평소보다 유독 썰렁하고 처량한 시간적·공간적 배경은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의 쓸쓸한 삶을 암시한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글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라는 작품을 인용하였다. 서술자는 작품 밖에서 철길, 대합실 바깥의 눈 내리는 풍경, 대합실 내부의 풍경을 세밀히 묘사하여 퇴락한 간이역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 내고 있다. 그러므로 작품 안에서 서술자가 관찰했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② 철길을 통해 역장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④ 제시된 지문에서 인물들 간의 갈등은 찾기 어려우며, 인물의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 소재의 기능 파악 톱밥난로는 미미한 온기를 내뿜으며 인물들에게 회상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후에 인물들이 난로의 온기를 느끼기 위해 난로 주변으로 모여들어 난로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보기'의 ‘회상과 성찰’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았다. ② 사평역의 퇴락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새로운 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④ '보기'에 제시된 난로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3. 인물의 태도와 인식 ‘늙은 역장’은 ‘철길의 끝’을 보며 ‘죽음’에 대한 평화로움을 느낄 뿐 아니라, 막차의 연착에 대해서도 늘 있는 일이라며 한결 느긋하고 여유 있는 태도를 보여 주는 인물이다. 따라서, '보기'의 연착에 대한 초조함과 불만을 토로하는 인물들에게 늙은 역장은 아마 좀더 여유 있고 느긋하게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거나 충고하는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막차가 연착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② 막차는 연착되고 있을 뿐이므로 오긴 올 것이다. ④, ⑤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4. 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파악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는 이 소설의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곽재구의 시에 비해 인물 및 상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좀 더 입체감 있게 표현되었다. 시를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함으로써 시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앞으로 전개될 사건 및 인물들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5. 배경의 의미 파악 평소에는 길게 이어져 평화로운 느낌을 주던 철길이 어둠으로 인해 끊어져 보임으로써 늦은 밤 시간의 퇴락한 간이역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쓸쓸한 심리를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199쪽 1.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난롯가에 모여 누군가가 던진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라는 말로 인해 각기 사색과 성찰에 빠져들게 된다. (예시 답안) ㉠은 사평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2.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해 주는 술님이 고맙다.’는 문장을 고려할 때, 술은 근심을 잊게 해 주는 소재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이 아닌 일시적 도피 수단일 뿐이다. 반면에 ‘신념’은 ‘강의실 밖의 질서’와 반대되는 의미로, 사회를 바라보는 정직한 눈이자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예시 답안) ㉡은 고통스런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태도를 의미하며, ㉢은 현실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의미한다. 3. ‘서울 여자’에게 인생은 돈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소중한 두 아들과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쓰여질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고 하였다. 작가는 ‘뚱뚱한 서울 여자,’ ‘부대 자루 같은 살덩이’ 등 부정적 느낌을 주는 표현을 사용하여 그녀의 인식을 완곡하게 비판하고 있다. (예시 답안) 서울 여자는 철저한 배금주의적 인식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서술자는 이러한 그녀의 삶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58쪽 ^[06. 전쟁으로 인한 충격적 체험의 형상화 1. 손창섭, ‘비 오는 날’ 실력 다지기 본문 200~202쪽 1. ④ 2. ③ 3. ④ 4. 전쟁이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하였으며, 전후의 피폐한 사회 현실이 사람들을 궁지로 내몰았다는 의미이다. 5.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암울한 삶을 살아가는 전후 인물들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심리를 드러낸다. 1. 사실적 정보 확인 이 글에서 원구는 동욱이 잠든 사이에 동옥이 자살하지나 않을까 불안해한다. 그리고 새로 이사 온 주인 사나이가 동옥이 어디 가서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고 하자 격분한다. 이로 보아, 원구는 동옥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글만으로는 동옥이 원구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2. 시점의 파악 이 작품은 원구의 눈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되, 원구가 아닌 작품 밖의 서술자가 서술을 하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원구의 눈을 통해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원구가 보지 못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물의 내면 역시 원구의 내면만 들여다보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전지적 작가 시점의 경우 서술자가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 주기 때문에 오히려 거리가 가깝다. ④ 일관되게 전지적 작가 시점을 드러내고 있다. 3. 인물의 행위와 성격 파악 원구는 동옥의 오빠 친구이다. 동옥은 원구가 찾아와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죽은 듯이 누워 있다. 그 이유는 소심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주인 노파에게 돈을 떼인 것 때문이다. 물론 작품 전체를 보면 동옥의 성격이 소심한 것은 사실이나, 이 글에서는 그러한 성격에서 나온 행동은 표현되어 있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주인 노파는 동옥에게 빌린 이만 환도 갚지 않은 채 집까지 팔아먹고 도주해 버렸다. 동욱 남매는 그 사실을 새로 집을 산 사람이 이사를 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② 장마 때문에 장사를 못 해서 장사 밑천을 축냈다는 내용으로 보아, 원구는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여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이다. 그런데도 동욱 남매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다. ⑤ 동욱은 주인 노파에게 사기당한 동옥에게 맹꽁이 같다고 욕을 하며 발길로 그녀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4. 문맥적 의미의 파악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는 원구의 자책감을 의미한다. 또한, 동옥이 전후의 소외된 젊은이들을 대표한다고 보았을 때, 전쟁 후라는 사회적 상황과 평소에 동욱, 동옥 남매의 비참했던 삶을 고려하면 이는 전쟁으로 인해 동옥의 삶이 피폐해졌으며, 전쟁 후의 냉정한 사회가 동옥을 궁지로 내몬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5. 배경의 상징적 의미 파악 이 글의 서술자는 ‘장맛비’를 ‘구질구질 계속되고 있었다.’고 표현하였고, 원구는 방의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슬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까지 곰팡이가 스는 것 같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장마 때문에 장사를 하지 못하는 날에 동옥 남매를 찾아가는데, 그때마다 동옥 남매에게는 불행하고 우울한 사건이 발생한다. 더해 읽기 본문 203쪽 1. 원구는 동욱의 허름하고 지저분한 차림새를 보고 ‘동욱의 꼴에 이상하게 정이 갔다.’고 하였으며,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은 동욱과 마찬가지로 허름하고 지저분한 차림새의 허생에게 선뜻 돈을 준 변씨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예시 답안) 원구는 동욱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고 인간적인 정을 느끼며 호의적으로 대하는 반면,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은 허생을 외모로만 평가하여 경계심을 가지고 대하고 있다. 2. 동욱은 통역을 할 정도로 영어를 잘 하여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궁색한 꼴을 하고 있으며, 미군 부대를 드나들며 초상화 주문을 받는 일마저 쉽지 않다. 이로 보아, 월남한 동욱은 사회적인 여건이 부족해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시 답안) 이 글에 나타난 사회는 지식인들의 생계나 취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지 못할 정도로 경제 구조가 취약한 사회이다. 59쪽 2.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실력 다지기 본문 204~206쪽 1. ⑤ 2. ⑤ 3. ② 4.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지만 동호의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하여 동호의 심리를 치밀하게 드러내고 있다.5 젊은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심한 압박감을 의미한다. 1. 소재의 기능 파악 이 글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작은 기척이나 사물 하나에 의해서도 수시로 변화한다. 윤구가 어떤 집 뒷간 옆 잿더미에서 낯선 통발이 한 짝을 발견하면서 수색대가 바짝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③ 사건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근거를 본문에서 찾기 어렵다. ④ 인물들 간의 분열된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2. 인물의 성격 파악 이 글에서 동호와 현태의 성격은 대화와 행동뿐 아니라 직접적인 서술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현태는 민가를 하나하나 수색하는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을 지녔지만 긴장되는 순간에 농을 던질 만한 여유를 가진 인물이다. 반면에, 동호는 수색하는 상황 자체를 실감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으며, 긴장되는 와중에 두꺼운 유리 속을 떠올리고 있을 정도로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면도 있다. 그러나 현태가 동호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근거는 이 글에서 찾을 수 없다. 3. 작품의 종합적 감상 이 소설은 6·25 전쟁 당시의 상황을 현재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표면적으로 형상화하기보다는 전쟁으로 인해 억압을 받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도 동호가 느끼는 압박감은 전쟁이 주는 외적인 억압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시적인 안목에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글의 시점을 제한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기는 하지만,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시점이 교묘하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내면 심리 묘사는 하면서 다른 인물은 작가가 개입한 인물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형식이다. 5. 단어의 상징적 의미 파악 ‘두꺼운 유리 속’은 앞이 보이기는 하지만 매우 나아가기 힘든 상황을 상징하고 있다. 동호는 수색 중에 자신을 둘러싼 지나친 적막에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이러한 압박감은 곧 전쟁이 주는 압박감으로서 동호뿐 아니라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젊은이들이 느껴야 했던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07쪽 1. 윤구, 석기, 현태는 모두 참전 용사들이다. 석기와 현태는 매일같이 만나 아무 목적 없이 술을 마신다. 그러나 윤구는 가정 교사 일을 그만두고 양계장을 만들어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한다. 전후의 혼란한 시기에 석기나 현태는 삶의 방향성을 상실한 젊은이들을 대표하고, 윤구는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인물 유형을 상징한다. (예시 답안) 윤구는 나름대로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가지만, 석기는 삶의 방향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다. 2. 이 글에서 당대 현실의 모습은 윤구가 읽고 있는 신문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했음을 알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량 농가’란 양식이 다 떨어진 농가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농가의 수가 매우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매우 황폐했음을 암시한다. (예시 답안) 정치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워 굶주리는 농가가 많았다. 60쪽 3.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실력 다지기 본문 208~210쪽 1. ④ 2. ③ 3. ② 4. 소설 속의 문제 해결이 현실에 상존하는 부정성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5. 아픔의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픔을 그림으로 그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1. 사실적 정보 파악하기 형과 ‘나’는 모두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아픔은 육체적인 아픔이 아니라 정신적인 아픔이다. 또한, 형이 쓴 소설에 동생인 ‘나’도 깊은 관심을 갖고 읽는다. 따라서, 둘은 동일한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갖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오답 피하기) ⓐ 자신의 상처의 근원을 아는 사람은 형이다. ‘나’는 아픔만 있고 아픔이 오는 곳을 알지 못한다. ⓒ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있는 사람은 형이다. 형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소설로 씀으로써 관념을 형상화하여 파괴하고자 한다. 2. 작품을 바탕으로 사고 확장하기 이 글에서 형은 6·25 전쟁을 체험한 세대이고 동생인 ‘나’는 전쟁 후의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세대이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시대적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 혜인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답 피하기) ① 이 작품에서 오관모는 매우 상징성이 풍부한 인물이다. 오관모의 상징성은 인물 자체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과의 연관 속에서 찾아야 한다. ② ‘병신’은 신체적 불구를 의미하며, ‘머저리’는 정신적인 불구를 의미한다. 전쟁이라는 직접적 상처가 있는 형은 ‘병신’으로, 뚜렷한 원인이 없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동생은 ‘머저리’로 볼 수 있다. ④ 형과 동생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이 어떠한 시대적 배경을 대표하는 세대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⑤ 이러한 소설을 액자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구조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이와 유사한 예를 찾아보는 활동도 의미가 있다. 3. 내용 재구성하기 본문의 형의 말에 의하면 동생은 ‘기껏해야 김 일병을 죽인’ 인물이다. 여기서 김 일병을 죽였다는 것은 형이 쓰고 있던 소설의 내용을 동생이 재구성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형은 동생을 ‘참새 가슴 같은 것’이라고 비난한다. 따라서, 동생이 재구성한 소설에서는 형이 김 일병을 죽이는 것으로 되어야 적절하다. (오답 피하기) ① 이러한 구성은 형이 끝맺은 소설의 내용이다. ③ 이 내용이 형이 실제로 경험한 사실에 제일 가깝다. 오관모가 김 일병을 살해한 것을 방관한 형은 이로 인해 자책감에 시달리고, 소설 속에서 결국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재구성한다. 4. 행동의 의도 파악 형은 자신의 소설 속에서 오관모를 쏘아 죽였지만 오관모를 현실 속에서 실제로 만난다. 이 일을 통해 작가의 작위적 구성이 가능한 소설 속에서는 부정적인 세력을 제거할 수 있지만, 그러한 부정성을 현실 속에서는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5. 문맥적 의미 파악 ‘나(동생)’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계속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화폭은 깨어진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는 말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나’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 ‘나’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아픔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더욱이 그 아픔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더해 읽기 본문 211쪽 1. (예시 답안) 형은 소설 쓰기를 통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극복하려고 한다. 동생인 ‘나’도 그림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하지만, 상처의 근원을 알지 못하므로 그려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형의 소설과 ‘나’의 그림은 상처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2. ‘노루 사냥’을 현실의 알레고리로 읽는다면, 이것은 비정한 세력에 의한 순수성의 말살로 읽을 수 있다. ‘사냥꾼’과 ‘몰이꾼’은 비정한 현실을 상징하며, ‘흰 눈’은 현실의 냉혹함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하고 <나(형)>는 현실의 횡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고 방관하는 인물이 된다. (예시 답안) 이 글에서 ‘노루’는 비정한 현실에 의해 파괴되는 순수한 삶(또는 인물, 또는 순수성 그 자체)을 상징한다. 61쪽 4. 박완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실력 다지기 본문 212~214쪽 1. ⑤ 2. ⑤ 3. ② 4. ‘나’가 느끼는 사회적 중압감, 혹은 억압을 상징한다. 5 ‘나’가 중압감을 느끼는 원인은 반공 이데올로기이다. ‘나’는 그것에 중압감을 느끼지만 대항할 방법이 전혀 없어서 절망하고 있다. 1. 세부적 정보의 파악 이 글에서 설희 아빠는 원래 화가였으나 미국의 보험 회사에 취직한다. 이러한 설정은 당대의 산업화 사회 속에서 순수 예술이 물질의 논리에 지배되어 설 자리를 잃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틀니를 뺀 ‘나’는 잠시 동안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월부책 장사의 초인종 소리를 듣자 그 행복감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통증을 느낀다. 따라서, 틀니를 빼는 행위가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② 월부책 장사의 방문은 ‘나’에게 긴장을 주는 요소로 삽입된 단순한 이야기이다. 고등 학력의 실업자 문제는 이 글의 주제와 거리가 멀다. ③ ‘나’가 설희 엄마의 이민을 반대한 것은 이민이 그렇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지 애국심 때문이 아니다. ④ 설희 엄마는 미국에서 보험 회사에 취직한 남편을 따라 뒤늦게 이민길에 오른다. 설희 엄마는 장애인 딸을 데리고 살아가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이민을 가게 된 것이다. 2. 서술자의 태도 파악 화가였던 설희 아빠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보험 회사에 취직한 사건은 ‘나’가 느끼는 사회적 중압감의 구체적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보험 회사 사원’에는 ‘나’의 부정적 태도가 깔려 있다. 3. 작품의 공통점 및 차이점 파악 설희 엄마는 딸의 신체 장애도 고치고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고 싶어서 이민을 가고 싶어한다. 즉, 설희 엄마의 소망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보기'의 ‘흰 새 떼’가 비상하는 이유는 순수한 자유와 이상을 향한 열망 때문이다. (오답 피하기) ① ‘틀니’와 ‘애국가’는 ‘나’를 억압하는 사회적 중압감을 말한다. ③ 이 글의 ‘나’와 '보기'의 ‘우리’는 체념과 절망의 태도를 보인다. ⑤ 이 글의 ‘나’는 ‘틀니’를 빼면서 억압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보기'의 ‘우리’ 역시 ‘일제히’로 대변되는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 이 세상 밖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은, 자유에 대한 소망을 지니고 있다. 4.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 설희 아빠는 딸의 신체 장애를 고쳐 주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으며, 설희 엄마도 같은 이유로 이민을 가고 싶어한다. ‘나’의 가족은 간첩으로 남파한 오빠 때문에 정신적·사회적 피해를 입고 있다. ‘나’는 이 두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틀니의 고통을 크게 느끼고 있다. 5.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 ‘나’는 간첩으로 남파한 오빠 때문에 남편과 갈등 상태에 있다. 그래서 ‘나’는 혈육인 오빠를 항상 경계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절망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15쪽 1. ‘진창길’은 작품 속의 구체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 글의 시대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소재이기도 하다. 작가는 진창길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나’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가 진창길처럼 혼란과 고통을 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의 오빠가 간첩이 되어 남파된다는 소식에 일가 친척 모두가 곤욕을 치르는 상황은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개인의 인권이 얼마나 철저히 유린되는가를 보여 준다. (예시 답안) ‘진창길’은 반공 이데올로기로, 사람들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는 사회 현실을 의미한다. 2. ‘나’와 ‘어머니’가 ‘오빠’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그 원인은 간첩으로 낙인찍힌 자의 가족들이 정부나 사회로부터 지나친 불이익을 받는 데 있다. (예시 답안) ‘나’와 ‘어머니’의 태도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가족들을 지나치게 감시하고 불이익을 주는 사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녀들만 탓할 수는 없다. 62쪽 ^[07. 현실의 억압과 이에 대한 대응 1.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율’ 실력 다지기 본문 216~218쪽 1. ③ 2. ④ 3. ② 4. 갈 곳을 잃어버려 허전하고 외로운 심정이 드러나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글의 두드러진 특징은 짧은 문장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세 사람의 등장인물이 만나 밤거리에서 헤매는 과정, 여관으로 향하는 과정, 사내가 죽은 과정 등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모두 짧게 끊어지며 서술되고 있다. 2. 인물의 특성 및 인물 간의 관계 파악 이 글에 등장하는 세 인물, ‘나, 안, 사내’는 모두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이 드높았던 1960년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존재들이다. ‘사내’는 하층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밤늦은 시간에 월부 책값을 받아내려는 모습에서 가난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난이라는 고통을 가진 존재로 보기 어렵다. ‘사내’와 같이 사회에 부적응하고 고립된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한 고통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오답 피하기) ① 지문의 첫 부분에서 ‘사내’는 ‘나’와 ‘안’에게 같이 지내자고 요청을 한다. 그리고 월부 책값을 받으러 갔다가 실패하고 여관에 혼자 있기가 무섭다고 말한다. 즉 ‘나’와 ‘안’이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고 있다. ② 여관에 들어간 세 사람은 한 사람씩 방을 잡아 들어간다. 이는 ‘안’과 ‘사내’와 ‘나’라는 인물이 모두 단절되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③ 여관에 들어갔을 때 ‘나’는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내’를 의식하면서 모두 같은 방에 들어가자고 제안하기도 하지만 ‘안’이 동조하지 않자 ‘안’의 의견에 따른다. 즉 ‘나’는 ‘사내’와 ‘안’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⑤ 여관에 들어갔을 때 ‘사내’는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자.’고 제안하지만 ‘안’은 피곤하다면서 각자 방에 들자고 말한다. 이렇듯 ‘안’은 함께 밤을 지내자고 하는 ‘사내’의 요청을 뿌리치는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3. 이어질 내용의 추리 이 글에서 ‘안’과 ‘나’에게 ‘사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날 저녁 함께 밤을 지내자고 했을 때, 사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각자의 방으로 건너간 것이다. 즉 세 사람은 모두 단절되고 고립된 존재들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사내’의 죽음도 ‘나’와 ‘안’에게는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사건의 전개 과정으로 볼 때 ‘나’와 ‘안’은 ‘사내’의 죽음에도 슬퍼하거나 충격을 받지 않고, 여관에서 나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 피하기) ① ‘나’와 ‘안’은 같이 지내자는 ‘사내’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기적인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이 ‘사내’의 죽음에 대해 자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③ ‘나’와 ‘안’은 ‘사내’를 진정으로 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픔을 같이 나누지도 않는다. 이러한 ‘나’와 ‘안’이 ‘사내’의 장례를 치러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④ ‘사내’의 죽음에 대해 ‘나’가 슬퍼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아침에 ‘사내’의 죽음 소식을 접한 ‘나’의 반응이 ‘역시’였다. 즉 ‘사내’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도 ‘사내’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⑤ 지문에 제시된 행동으로 보아 ‘나’와 ‘안’이 ‘사내’의 죽음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 4. 등장인물의 심리 파악 ㉠에는 등장인물들의 허전하고 외로운 심정이 드러나 있다. 모든 프로가 끝난 극장은 기대도 없고 목표도 없다. 더 이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대도 목표도 사라져 버린 허전한 마음과 외로움이 드러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19쪽 1. 이 글에서 ‘사내’는 해부 실습용으로 아내의 시체를 판 죄책감을 떨쳐 버리고 싶은 마음에 ‘나’와 ‘안’과 어울려 돈을 다 소비할 생각이다. 그리고 계속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안’은 계속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안’의 태도를 파악할 수 있다. ‘안’은 죄의식과 불안에 떨고 있는 외판원 사내의 불행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냉담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 63쪽 (예시 답안) 해부 실습용으로 아내의 시체를 판 죄책감에 떨고 있는 사내의 불행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냉담한 태도가 드러나 있다. 2. [A]에서 중국집에서 나온 세 사람은 어디로 갈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안’도, 그리고 ‘사내’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즉, 목적지는 삶의 목표를 의미한다고 했을 때 [A]를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삶의 목표를 상실한 현대 도시인의 방황’이 적절하다. (예시 답안) 삶의 목표를 상실한 현대 도시인의 방황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2. 최일남, ‘흐르는 북’ 실력 다지기 본문 220~222쪽 1. ② 2. ② 3. ④ 4. 민 노인과 민대찬 사이의 갈등과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5. 구세대라 할 수 있는 민 노인이 추구하는 전통 문화에 근거한 삶의 방식은 세대를 뛰어넘어 신세대인 성규에게까지 문화적·정서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이 글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주로 민 노인의 심리를 제시하여 독자로 하여금 민 노인의 편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제시된 부분은 주로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인물들의 성격을 보여 주고,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④ 제시된 글의 공간적 배경은 주로 민대찬의 집 내부로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도 찾기 어렵다. 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어 있다. 2. 인물의 성격 파악 및 적용 시적 화자는 북을 치면서 즐거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북을 치면서 인생의 참맛을 깨닫는다. 그러나 민 노인이 북을 치면서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는 것은 이 글의 내용에서 알 수 없으며, '보기'에서도 북을 치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⑤ 민 노인이 젊은 시절 북을 친 것과 탈춤 발표회에서 북을 친 것은 이 글에 제시되어 있다. ③ 북을 치면서 인생을 깨닫는 시적 화자를 볼 때 민 노인도 삶의 정체성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날 할아버지에게서 그것을 확인했다.’는 성규의 말을 통해서도 북은 민 노인의 삶의 한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④ 성규가 잡혀 간 후 북을 치는 민 노인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3. 말하기 방식의 파악 민대찬은 민 노인에 대한 미움과 성규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 채 감정적으로 성규에게 말을 퍼붓고 있다. 성규는 이에 대해, 민대찬의 말의 오류를 짚어 가며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다. 4. 인물의 역할 파악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민 노인과 실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대찬 사이에는 깊은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규가 민 노인(할아버지)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민대찬(아버지) 세대에서 거부되었던 ‘북’이 손자인 성규 세대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즉, 이 글에서 성규는 앞선 세대 간의 갈등을 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5. 작가의 의도 파악 전혀 달라 보이는 민 노인의 역마살과 성규의 데모가 기존의 사회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듯이, 세대가 다를지라도 연결될 수 있는 고리는 있다. 특히, [B]에서는 인물 간의 갈등 가운데서도 여전히 울리는 민 노인의 북소리를 통해 북에 대한 입장이 달랐던 3세대 간의 갈등이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23쪽 1. 민대찬이 아버지가 북을 치는 것을 유독 꺼리는 것은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다. 근대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전근대적인 사회 풍토가 잔재하여 출신이나 가문을 캐서 출세에 불이익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예시 답안) 각 개인의 능력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출신과 가문을 캐서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사회적 풍토는 잘못되었다. 이는 전근대적 문화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64쪽 2. (예시 답안) 소설은 인물과 사건, 배경 등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는 글의 갈래임을 고려할 때, 제시된 글은 민대찬의 입으로 모든 내용을 설명함으로써 구성이 단순해졌다. 또한, 심리의 직접적인 토로로 인해 문학성이 떨어진다. 3. (예시 답안) '보기'의 화자는 가장으로서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민 노인은 예술을 추구하는 자신의 삶을 가장 우선시하여 가족들을 부양하지 않고 방치했던 점에서 차이가 있다. 3. 양귀자, ‘한계령’ 실력 다지기 본문 224~226쪽 1. ② 2. ⑤ 3. ⑤ 4. 여가수의 노래는 ‘나’로 하여금 쉼 없이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인간의 삶을 환기시키고 연민의 정서를 심화시킨다. 5. 큰오빠는 과거에는 대가족의 생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한 삶의 목표였지만 동생들이 독립하고 나자 목표를 상실하고 삶에 대한 의욕도 사라진 채 술만 마시는 것이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서술자인 ‘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큰오빠의 삶에 주목하고 있으나, 큰오빠를 둘러싸고 가족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답 피하기) ① ‘한계령’이라는 노래 가사가 큰오빠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의 삶의 고단함을 말해 준다. ③ ‘나’는 큰오빠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과거와 삶의 목표를 잃고 약해진 현재를 오가며 서술하고 있다. ④ 취객들을 눈물 어린 시선으로 보는 등 서술자 ‘나’의 주관적인 견해가 드러난다. ⑤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이 글은 서술자인 ‘나’의 내면 묘사가 특히 두드러진다. 2. 단어의 문맥적 의미 파악 서술자가 과거의 큰오빠의 모습을 두고 ‘신화’라고 말하는 것은 큰오빠의 희생을 높이 사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신화가 과거의 일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현재의 초라한 모습과 대비되는 큰오빠의 당당하던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그러나 큰오빠가 뛰어난 사업 수완이 있었는지는 이 글을 통해 알 수 없으며, '보기'의 내용과도 관련이 없다. (오답 피하기) ③ 과거의 신화와도 같던 큰오빠의 삶을 보아 온 ‘나’로서는 현재의 초라한 큰오빠의 모습이 안쓰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인물의 심리 및 태도 파악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라는 노래 가사를 고려할 때, ‘나’는 인간의 삶이란 무언가에 떠밀리듯 쉼 없이 살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나’의 꿈에서 큰오빠와 형제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커다란 짐꾸러미를 메고 산을 오른 것은 무겁고 힘든 삶의 고단함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4. 사건의 의미와 기능 파악 ‘나’는 여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에 담긴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에 안쓰럽게 여겼던 큰오빠를 비롯하여 보통 사람들의 쉼 없고 고달픈 삶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5. 인물의 심리 파악 큰오빠는 대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을 홀로 지고 그것이 곧 삶의 목표가 되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동생들이 각각 독립해 버리고, 이제 더 이상 큰오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삶의 목표를 잃게 되어 좌절하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27쪽 1. (예시 답안) ‘나’는 은자를 과거에 고향에서 함께 지내던 어린 계집아이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년 여인으로 변해 버린 은자를 보면 고향에 대한 마지막 소중한 기억마저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은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다. 65쪽 2. '보기'의 경우, 화자가 그리워하는 공간이 ‘눈을 감으면’ 보이지만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화자 앞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예시 답안) ‘나’와 '보기'의 화자 둘 다 갈 수 없는 과거의 시간에 존재하는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4. 이문구, ‘유자소전’ 실력 다지기 본문 228~230쪽 1. ④ 2. ⑤ 3. ② 4. 유자는 사람의 노동보다 관상용 잉어를 더 중요하게 다루는 재벌 총수의 모습을 보며 물질 만능주의 세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5. 사람은 무시하고 홀대하면서 미물에 불과한 잉어를 불쌍히 여기는 총수의 그릇된 인식을 반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서술자는 유자의 인물 됨됨이를 예찬하고, 총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므로 중립적인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② 앞부분에서는 전의 형식으로 유자에 대해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뒷부분에서는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 극적 제시 방법을 취하고 있다. ③ 유자의 의뭉스런 어조로 그의 성격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⑤ 유자와 총수 간의 대화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풍자적인 소설이다. 2. 말하기 방식의 파악 유자는 일부러 잉어의 죽음을 희화화하고 있는데, 이는 잉어를 키우는 것이 마뜩잖았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자는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에서 물고기를 들여와서 떠받들어 키우는 총수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이 같은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인물의 성격 파악 및 적용 유자는 ‘타고난 총기와 숫기’가 있는 인물이라는 언급이 있었으나, 흥보가 총기를 지녔는지는 '보기'를 통해 알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③ 유자와 흥보 둘 다 남을 위할 줄 알며 의롭고 선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④ 착하기만 한 흥보와 달리, 유자는 가치관이 뚜렷하여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 비판할 줄 안다. 이 글에서도 총수를 우회적으로 공격하는 유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⑤ 흥보는 본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유자는 불우한 환경을 꿋꿋이 극복하며 자란 인물이다. 4. 인물의 심리 파악 유자는 사람보다 잉어의 가치를 높이 사는 총수의 인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 회사의 우두머리인 총수가 직원들 몇 사람의 월급을 합쳐도 못 사는 값비싼 잉어를 사들인 것에 대해 과시적이며 도에 지나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유자는 물질이 점차 중요시되는 물질 만능주의 세태와 사치심과 이기심에 젖어 허황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자세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다. 5. 인물에 대한 비판적 이해 ‘피도 눈물두 없는 독종’은 유자를 비롯한 잉어를 먹은 사람들이 아니라, 직원들의 월급보다 비싼 돈을 주고 잉어를 사들이고 사람을 아낄 줄 모르는 총수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더해 읽기 본문 231쪽 1. 말단 부서로 좌천된 것은 사표를 던지라는 암묵적인 압력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도 개의치 않고 유자는 말단 부서에서 맡은 일만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시 답안) ‘유자’는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맡은 일에 충실한 것으로 보아, 소신 있고 인내심이 강하며, 책임감이 강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2. 유자는 총수의 집안일을 돕고 있었던 것인데 사적인 실수로 인해 회사에서 말단 부서로 좌천되었다. 이는 총수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인사 관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유자가 불당 참배를 준비하는 것은 회사 업무 이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불당에서 있었던 실수 때문에 총수가 유자를 회사의 말단 부서로 옮기게 한 것은 인사의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 할 수 있다. 66쪽 ^[실전문제 01. [1~4] 본문 232~234쪽 1. ② 2. ④ 3. ② 4. ② 이청준, ‘건방진 신문팔이’ (주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갈망 (해제) ‘건방진 신문팔이’는 한 신문팔이 소년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언론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던 당시 현실을 비판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신문 파는 일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신문 이름을 읊조리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인물을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민국 일보는 군사 독재 정권에 의해 폐간한 신문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다소 우회적인 방법으로 은근하게 꼬집고 있다. 즉, 신문팔이 소년의 모습을 통해 당시 언론에 대한 탄압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1. 서술상의 특징과 효과 파악 이 글의 서술자는 ‘우리’이다. 즉 1인칭 복수 관찰자가 시점인 셈이다. 이 작품은 1인칭 복수의 관찰자를 서술자로 설정하여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인 ‘신문팔이’에게 심리적 동화를 갖게 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1인칭 주인공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③ 전지적 작가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④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⑤ 전지적 작가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2. 표현 방식과 의미 파악 이 글에서 ‘건방진 신문팔이’는 소년을 지칭하는 말이자 제목이다. 소년은 신문팔이이면서 신문을 파는 것보다 대사를 외는 것에 더 신경 쓰며, 항상 웃음을 머금고 다닌다. 그런데 ‘우리’는 ‘건방진’이라고 했다. 이는 자신의 일에 여유를 가지고 자부심을 지닌 신문팔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표현이자 찬사이다. ‘우리’가 소년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소년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심리적으로 공감하고 그의 행동에 대해 긍정한다는 것이지, 동정과 연민은 아니다. 3. 자료를 통한 작품 이해 '보기'의 자료는 1970년대 언론 탄압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글을 이해하면 정부의 언론 탄압과 민국 일보의 폐간을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다. 민국 일보의 폐간으로 소년은 신문을 팔지 못하게 된다. 이를 '보기'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해하면 1970년대 언론 탄압으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신문이 폐간된 것에 대한 간접적 비판이다. 즉 '보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면 ‘민국 일보의 폐간으로 신문을 팔지 못하게 된 소년의 모습은 1970년대 언론 탄압의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자료를 통한 작품의 비교 이해 이 작품의 소년이나 '보기'의 ‘광문’ 모두 일반적인 주인공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 주위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형이 아니다. 신문팔이는 한 부의 신문이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거지라면 한 술의 밥이라도 더 얻기 위해 굴욕적인 모습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의 신문팔이 소년이나 '보기'의 광문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둘 다 일반적인 기대와 궤도에서 벗어난 인물형이다. [5~8] 본문 235~237쪽 5. ③ 6. ⑤ 7. ③ 8. ① 현기영, ‘순이삼촌’ (주제) 제주도 4·3 사건의 참상과 그로 인한 상처 (해제) 이 작품의 제재는 제주도 4·3 사건이다. 1949년 제주도의 동쪽 마을 북촌리에서 500여 명의 주민이 군인에 의해 학살된 소위 ‘북촌리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순이삼촌의 죽음이 바깥이야기가 되고 당대의 비극적 사건이 안이야기가 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제주도 사투리를 사용하여 현장성을 부여하고 있다. 작가는 양민 학살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그 참혹상을 고발함과 동시에, 이 학살의 와중에 극적으로 생존했지만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순이삼촌에 집중하고 있다. 순이삼촌의 정신이 어떻게 황폐화되고,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4·3 사건’이 제주도민에게 어떠한 정신적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67쪽 5. 작품의 서술상 특징 파악 이 작품에서 서술자는 ‘나’이다. ‘나’는 할아버지 제사 때문에 제주도에 내려갔다가 순이삼촌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이삼촌과 관련된 과거를 회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순이삼촌의 비극적인 삶을 전달하고 있다. 6.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 ‘옴팡밭’은 재기의 공간이 아니다. 당시 두 아이를 잃은 순이삼촌은 한번도 고통 속에서 헤어난 적이 없다. 남매가 묻힌 그곳에서 인고의 삶을 살다가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므로 새 삶을 살아가는 재기의 공간이라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7. 작품의 구조 파악 이 작품은 액자 구성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바깥이야기는 서술자 ‘나’가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순이삼촌의 사망 소식을 듣는 것이고, 안이야기는 30년 전 군경의 학살로 순이삼촌이 두 아이를 잃는 것과 그로 인한 고통이다. 이야기 II의 인물 B는 30년 전 학살로 두 아이를 잃고 고통 속에 살아온 순이삼촌이고, 이야기 I의 인물 B는 ‘나’의 집에서 식모 일을 하다가 제주도로 돌아가 목숨을 끊은 순이삼촌이다. 그러므로 이야기 II의 인물 B와 이야기 I의 인물 B는 순이삼촌이다. 순이삼촌에게 과거의 아픔(비극의 요소)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이야기 I과 이야기 II의 공간적 배경은 동일하게 ‘옴팡밭’이다. ② 이야기 I과 이야기 II의 서술자는 ‘나’로 동일하다. ④ 이야기 I에서 서술자의 고백이나 이야기 II에서 서술자와 인물 B의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야기 I이나 이야기 II 모두 서술자가 ‘순이삼촌’의 삶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⑤ 이야기 I이나 이야기 II에서 서술자인 ‘나’가 ‘순이삼촌’을 비판하거나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8. 작가의 창작 의도 추리 '보기'는 4·3 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순이삼촌은 당시 토발군의 학살로 두 명의 아이를 잃는다. 종합해 보면 작가는 순박한 순이삼촌이 고통 받는 과정을 통해 4·3 사건으로 인한 제주도민의 아픔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제주도 4·3 사건 1948년 4월 3일,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여 일어난 사건이다. 미군정 초기부터 지속된 인민위원회 및 대중들과 경찰, 우익단체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진압작전에서 유격대와 주민들을 무차별 공격하여 수많은 인명이 학살당했다. ^[실전문제 02. [1~4] 본문 238~240쪽 1. ① 2. ⑤ 3. ② 4. ② 강석경, ‘숲 속의 방’ (주제) 삶의 진실을 찾으려는 젊은이의 방황과 좌절 (해제) 대학생인 소양은 딱히 부족할 것이 없지만 삶의 진실을 찾지 못하여 방황한다. 시집 갈 날을 앞두고 있는 언니는 소양의 이상 행동을 눈치채고 소양의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소양의 일기장에는 부르주아적인 집안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적혀 있고 소양은 또다시 가출을 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언니는 불길한 꿈을 꾸고 소양은 자살을 한다. 1985년 발표된 소설로, 기성세대의 가치관이나 사회 정의를 위하는 민중의 논리 그 어느 쪽에서도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젊은이의 방황과 좌절을 그리고 있다. 혼란한 시대 속에 삶의 진실을 찾기 위한 절실함과 그것의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나’의 눈에 비친 소양의 모습이나 소양과의 다툼이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도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작품의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나와 소양의 대화는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둘 사이의 긴장이나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③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친밀도를 높이는 데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68쪽 ⑤ 1인칭 관찰자 시점이므로 관찰자의 추측이나 상상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의식의 흐름이나 서술자의 주관은 개입되어 있지 않다. 2. 사건의 의미와 기능 파악 소양과 ‘나’가 심한 말다툼을 하고 난 이후이다. 언니인 ‘나’는 소양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하여 약속을 하지만 영숙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여기에서 전화는 둘 사이의 만남이나 갈등의 해소를 가로막는 사건으로 작용한다. (오답 피하기) ③ 전화나 교수집의 방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는다. ④ 전화를 받고 교수집에 찾아가게 되는 ‘나’의 사정이 나오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3. 작품의 이해 및 감상 아버지가 노여워하는 것은 소양의 휴학과 외박 등 그녀의 이상 행동 때문이다. (오답 피하기) ①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소양과 대화를 시도하는 언니의 노력이다. ③ 소양은 삶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방황하는 인물로, ㉢은 소양의 분노가 과격하게 표출된 것이다. ④ 걱정해 주려는 언니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 ⑤ 닫혀 있는 소양의 방은 가족 혹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공간이다. 4. 자료의 이해와 적용 '보기'는 소양의 일탈과 반항을 기성세대의 치부를 비판하는 사회적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B]에서 할머니는 가정의 최고 어른으로서 정신적 지주가 되지 못하고 자신의 개인적 건강과 사치만이 관심거리인 인물이다. (오답 피하기) ① [A]의 어머니는 자신의 자존심만을 내세우는 이기적이고 유아적 인물이다. ③ [A]의 아버지는 때려서라도 이전 세대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다. ④ [B]에서 사십대 여자들은 한때의 행복을 자랑하는 허영심을 보이고 있다. [5~9] 본문 241~243쪽 5. ⑤ 6. ⑤ 7. ③ 8. ② 9. ② 계용묵, ‘병풍에 그린 닭이’ (주제) 과거의 인습에 얽매인 여인의 불행한 삶 (해제) 자식을 낳지 못해 시어머니의 구박과 남편의 멸시를 견디며 사는 박씨는 굿터에 가서 빌어보고자 작정을 한다. 바늘통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치성을 드리지만 남편은 첩의 방에서 잠이 들었고, 이튿날 아침 시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심한 모욕과 구타를 당하고 쫓겨난다. 예전 함께 일을 하던 조씨의 집에서 밤을 지내려던 박씨는 병풍에 그려진 닭을 보고 밤길을 걸어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1939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아들을 낳고 남편에 순종하는 ‘전통적인 여인상’이라는 우리들의 편견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어떠한 모욕을 당하더라도 시집을 떠날 수 없는, 자식을 못 낳아 죄인 취급을 당하는 박씨의 삶을 통해 전통적 사고의 문제점과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고달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5. 서술상의 특징 이 작품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쓰이고 있지만 주인공 박씨의 심리와 입장을 중심에 두어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첩의 방에서 잠이 든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박씨의 처량 맞은 처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욕설과 구타를 당하는 박씨의 심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사실적인 묘사가 보이지만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 않는다. ③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자의 목소리가 비교적 자유롭게 나타난다. ④ 시어머니와 대화나 남편과의 대화가 사실적으로 나타나지만 주제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6. 작품의 적절한 이해와 감상 아내가 있음에도 첩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아내에게 온갖 욕설과 폭행을 자행하는 남편을 묵묵히 견디는 박씨는 숙명에 순응하며 사는 전통적인 한국 여인상이다. (오답 피하기) ① 첩의 방을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박씨의 모습은 가엾고 불쌍하다. 69쪽 ② 남편을 곁에 둔 당당함에서 나오는 힐난이다. 가엾은 박씨의 처지를 생각하면 첩에게는 부정적 감정이 생길 수 있다. ③ 시어머니의 욕설에 어쩔 줄 몰라한다. ④ 남편이 박씨를 구박하는 이유가 드러나고 있다. 7. 다른 작품과 비교 '보기'에서는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지 못한 것이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고,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계기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남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박씨에게 스스로를 더 사랑하라는 말을 건넬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보기'에서 종교적 태도는 드러나지 않는다. ② '보기'는 기다린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 ⑤ '보기'는 솔직함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 8. 내용의 인과 관계 자식을 낳지도 못하여 미워하고 있는 판국에 어젯밤 늦게 돌아온 며느리가 더욱 못마땅해졌다. 그래서 며느리를 쫓아낼 요량으로 아침을 직접 짓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자식을 낳지 못하는 며느리가 밉고 속상하지만 그것을 ㉮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 ③ 시어머니의 말에 순종하지 않거나 이유를 따져 묻지 않는다. ⑤ 어젯밤 늦게 잠이 들어 살짝 늦게 일어난 것을 꾸중하긴 하지만 그것을 ㉮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9. 상황에 알맞은 속담의 적용 잘되리라고 믿고 있던 일이 어긋나거나 믿고 있던 사람이 배반하여 오히려 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로, 박씨가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남편으로부터 극심한 욕설과 구타를 당하는 상황에 어울리는 속담이다. (오답 피하기) ① 조금 주고 그 대가로 몇 곱절이나 많이 받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③ 상황을 알지 못하는 편이 오히려 속이 더 편하고 좋으나, 무엇이나 좀 알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많아 도리어 해롭다는 뜻이다. ④ 외부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오래전부터 있던 사람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⑤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여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전문제 03. [1~5] 본문 244~246쪽 1. ② 2.⑤ 3. ④ 4. ⑤ 5. ④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주제) 민족의 분단 문제와 산업화로 인한 공해 문제(타락한 삶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순수성 회복) (해제) 이 소설은 1970년대 후반 분단 상황과 환경 문제에 관한 문제를 병식, 병국, 아버지, 어머니의 인물 갈등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이러한 사회의 총체적 문제들을 각각의 전형을 통해 사실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크게 4개 장으로 나누어 전개하고 있다. 즉, 병식, 병국, 아버지가 차례로 1인칭 서술자로 등장하는 3개의 장과, 작가가 서술자로 등장하는 1개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은 운동권의 노력을 이념 차원에서 생명의 지평으로 확대시켜 드러내고 있고, 분단의 문제 역시 실향민 개인의 문제에서 생명 회복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교재에 제시된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 장으로 야생 조류(도요새)를 절대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며 지키고 보호하려는 병국과 야생 조류(도요새)를 밀렵하여 박제상에게 내다 파는 병식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 있다. 이 부분에서 병국이 야생 조류(도요새)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것은 그 길만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및 효과 이 글은 주로 병국과 병식이의 대화와 행동을 통한 극적 제시 방법(간접적 제시 방법)으로 각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병국이 병식에게 끈질기게 박제사를 알아내려고 추궁하는 것이나 이에 대해 회피하려는 병식의 모습을 통해 병국과 병식의 성격을 추측해 볼 수 있다. 70쪽 (오답 피하기) ① 3인칭 소설에서는 인물의 독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글은 서술자의 관찰과 인물의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③ 이 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④ 대체로 간결한 문장으로 전개되어 있으나 그것이 장면을 빠르게 전환시켜 박진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⑤ 이 글에는 상징적 사물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2. 말하기 방식 파악 병식은 병국이가 철새나 나그네새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형의 의도를 비꼬기 위해 참새구이도 없애버리고, 닭도 진화시켜 하늘로 해방시키자고 말하며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말하고 있다. ⑤ 역시 아파서 조퇴해야겠다는 학생의 의도를 비꼬기 위해 그 정도 아픈 걸로는 학교 학생 모두 조퇴해야 할 것이며, 우리나라 사람 모두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역시 과장하여 말하는 방식이다. (오답 피하기) ① 싫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여 좋아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흑백 논리의 말하기 방식이다. ② 정직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다른 사람을 속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장을 다시 그 주장의 근거로 삼는 순환 논증의 말하기 방식이다. ③ 매일 우유 마시는 행위를 우유 회사의 판매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화자의 의도를 확대 해석하는 말하기 방식이다. ④ ‘너’와 ‘나’의 사례만을 가지고 ‘우리 나이 때 아이들’이 모두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특수한 사실을 일반화하는 말하기 방식이다. 3. 인물의 심리 동생에게 학관(사설학원)이 끝나면 집으로 꼭 들어오라고 당부하는 것은 기어이 박제사를 알아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술집에서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다시 알아내보겠다고 하는 형의 끈질김이 드러나는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동생을 때린 것에 대한 죄책감, ② 동생이 경찰에 잡혀갈 것에 대한 두려움, ③ 동생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는 자상함, ⑤ 동생이 자신을 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려는 마음은 소설의 전체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에서 나온 반응이다. 4. 사건의 관계 파악 병식은 의자를 번쩍 치켜들어 병국의 면상에다 내리찍으려 하지만 그만 둔다.(㉲) 그러나 그것을 병국에 대한 병식의 연민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오답 피하기) ①은 병식이 병국에게 술을 권하며 형제의 우정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적절한 설명이다. ②는 병국이 계속 박제하는 놈을 대라고 묻고 있으나 병식이 동문서답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절한 설명이다. ③은 형이 구치소를 출입했으니 아우도 구치소에 출입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병식의 비꼬는 말에 병국이가 화가 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설명이다. ④는 병식이 병국에게 맞은 것에 대해 화를 내며 “쳐, 정말 형이 날 쳤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형에게 맞은 것에 대한 분노로 인해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설명이다. 5. 바꾸어 쓰기의 효과 파악 '보기'에는 병국이 단순히 나그네새와 철새를 보호할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진술하고 있지만, [A]에서는 처벌 법규가 모호하고, 처벌 내용에 실효성이 없으며, 현재 법으로는 조류 남획이 경범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보기'에서는 단순히 병국의 심리를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A]에서는 조류 관련법에 대한 현재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병국이 나그네새와 철새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A]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② 나그네새와 철새를 보호하는 것에 대한 병국의 신념이 [A]에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반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③ 조류의 남획은 법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진술은 옳은 것이지만 그것으로 병식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⑤ [A]에서 법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 주고 있지만, 이것은 박제사를 고발할 수 없는 병국의 안타까움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국의 목적은 철새나 나그네새를 보호하는 것이지, 박제사를 처벌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71쪽 [6~9] 본문 247~249쪽 6. ② 7. ② 8. ③ 9. ② 정비석, ‘성황당’ (주제) 자연 토속 신앙에 대한 인간의 순응과 조화 (해제) 이 작품은 천마령 산골 마을에서 숯을 구워 파는 현보와 순이를 중심으로 자연에 대해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원시적 삶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이들의 삶은 다분히 원시적이고 토속적이지만 그 자체로 싱싱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순이가 김 주사와 칠성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물에 의해 갈등과 위기를 겪을 때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순이에게 성황당이라는 자연 토속 신앙은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내는 주요한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평안도 방언을 문면에 드러내어 보다 사실감과 현장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남녀 개인 간의 사랑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합일의 문제까지 확장해 인간의 전반적인 삶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6. 등장인물의 이해 순이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칠성이의 마음씨가 노상 싫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칠성이에게 선물을 받은 뒤 순이는 칠성이가 현보와 꼭같이 정답게 보였다고까지 한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칠성이의 마음을 부담스러워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답 피하기) ① 숯을 검사한다는 칠성이의 말에 성황님께 빌면 된다고 하며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고 있다. ③ 순이는 칠성이가 준 치마저고리에 기뻐 날뛰지만, 칠성이와 함께 길을 떠난 뒤 계속 후회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④ 칠성이는 구운 숯을 이제는 법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보가 돌아와도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말하고 있다. ⑤ 칠성이는 순이를 잊을 수가 없어 돌아왔고 순이를 데리러 왔다고 밝히고 있다. 7. 시나리오로 각색 칠성이가 신문에도 났다고 굳이 말을 덧붙이는 것은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놀라거나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보기 어렵다. (오답 피하기) ① ‘누구래 그릅데까?’라는 순이의 대사를 통해 순이가 칠성이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③ 본문에 ‘혼자 짜증을 낸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④ 칠성이는 자기가 사온 치마와 저고리를 보고 순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예상했을 것이다. 따라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와 같은 지시문이 적절할 것이다. ⑤ 순이의 모습에 절색이라며 감탄하는 칠성이의 모습을 통해 치마저고리 입은 순이의 모습을 보고 칠성이가 뿌듯해함을 추측할 수 있다. 8. 작품 구절의 이해 ㉢에서 순이의 마음이 차츰 편안해지고 걱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화로 위에 슬슬 녹아내리는 눈덩이에 비유하여 감각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칠성이가 내놓은 분홍 적삼과 수박색 치마에 마음이 흔들린 순이의 자연적인 본능을 잘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오답 피하기) ㉠에 칠성의 물질 공세에 마음이 흔들린 순이의 자연적인 본능이 드러나 있으나 비유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만으로는 순이의 마음이 차츰 편안해지고 걱정이 사라진 것이나 순이의 자연적인 본능을 추측하기 어렵다. ㉣은 순이가 칠성이에 대한 마음이 이미 풀어진 상태에서 칠성이를 따라 길을 나선 것에 해당한다. ㉤은 순이가 집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으로 순이의 마음이 오히려 불편해지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9. 인물 간 대화의 양상 파악 [A]에서 ‘들판’은 순이가 추구하는 자연이라 보기 어렵다. ‘들판’은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칠성이가 추구하는 삶에 해당한다. (오답 피하기) ① 순이는 산과 나무가 없다면 허허벌판에서 의탁하고 살아갈 것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③ 칠성이는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 인식하고 있다. ④ 이는 결국 살기 좋은 삶의 터전에 대한 순이와 칠성의 관점이 다름을 보여 주는 것이다. 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순이는 다시 천마령 안골짜기 자기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할 수 있다. 72쪽 ^[III. 현대 수필 ^[01. 바람직한 삶의 자세 1. 조지훈, ‘지조론’ 실력 다지기 본문 254~256쪽 1. ② 2. ① 3. ⑤ 4. 지조와 정조는 모두 절개에 속하는 것이나, 지조는 정신적인 것이고 정조는 육체적인 것이다. 5. 당시는 정치인들이 ‘개인의 구복과 명리를 위한 부동’, 즉 권력을 좇아 변절하기를 밥 먹듯 하였다. 따라서, 권모술수에 능한 직업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이었다. 1. 글쓴이의 태도 적용하기 글쓴이는 선비의 정신인 지조를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②는 이방원의 ‘하여가’로,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키고자 하는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지은 노래이다. ②의 화자이자 작가인 이방원은 고려 충신인 정몽주에게 시세에 따라 처신하여 부귀영화를 함께 누리자며 회유하고 있다. 즉, 지조를 강조하는 이 글의 글쓴이 입장과는 정반대의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의 글쓴이는 ②에 나타난 지조 없는 삶의 태도를 비판할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③, ④, ⑤는 모두 지조와 절개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어 글쓴이의 입장과 부합한다. 2. 이어질 내용 추리 글의 마지막이 ‘지조도 마찬가지다.’로 끝나고 있으며, 바로 앞에서 정조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기에 고귀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지조도 정조처럼 지키기 어렵다는 내용이 이어지고, 그 다음으로 지조의 고귀성을 예찬하는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 피하기) ②는 이미 언급한 것이고, ③은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④는 정조를 버리고 개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내용과 배치되며, ⑤는 앞의 내용으로 비추어 볼 때 일관성이 없다. 3. 비유 대상의 함축적 의미 파악 '보기'는 지도자의 지조와 변절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비유한 것으로, 기녀가 남편을 좇는 것은 뒤늦게 지조를 지키게 된 것을, 정부가 늙어 정조를 잃는 것은 뒤늦게 변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기'는 시종일관 절개를 지켜야지, 뒤늦게 변절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오답 피하기) 단순히 지조와 정조가 중요하다거나(①), 막연히 변절하지 않아야 한다거나(②), 지조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③). 지조를 잃지 말 것을 강조한 것을 염두에 두면 개과천선(④)보다는 변절의 경계를 강조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중심 개념 이해하기 셋째 문단에서 지조와 정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지조의 변절은 육체에서 비롯하고, 정조의 부정은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 5. 글을 바탕으로 추론하기 당시의 정치적 상황은 둘째 문단의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이 난국’과 셋째 문단의 ‘오늘의 정치인의 무절제’를 바탕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정치인들의 변절로 인하여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더해 읽기 본문 257쪽 1. 이 글에서 ‘변절’은 신념을 바꾸는 것으로, 개과천선의 변절과 나쁜 방향으로 바꾸는 변절이 있다고 분류하였다. 그리고 개과천선의 변절을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변절’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유지하면서 나쁜 변절의 범위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예시 답안) 변절은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부정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2. 이 문제는 주어진 상황을 바탕으로 추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가 주인에게 한 말을 바탕으로 발길을 끊은 이유를 추리하고, 주인이 탄식하는 이유는 ‘소인기’하지 못한 것이 지조를 지키기 못한 것과 같은 뜻임을 파악해야 한다. 73쪽 (예시 답안) 친구가 발길을 끊은 이유는 주인이 가난을 핑계 삼아 신념을 바꿀 것, 즉 지조를 버리고 변절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며, 주인이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소인기하라.”라고 탄식한 것은 지조를 지키지 못한 것을 깊이 후회하기 때문이다. 2. 법정, ‘무소유’ 실력 다지기 본문 258~260쪽 1. ① 2. ⑤ 3. ② 4. 자식이 건강하기만을 바라던 부모가 자식의 성적이 남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끝없이 커지는 인간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5. 작가 자신은 친구에게 난을 줌으로써 소유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무소유의 자유와 평온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경험했던 ‘소유로부터의 구속’을 친구가 똑같이 당할 수도 있음을 깨닫지 못한 행동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1. 글쓴이의 태도 비교 글쓴이는 난초를 키우며 느낀 집착의 고통을 깨닫고 난초를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보기'의 글에서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은 자기 것이 아니라 모두 빌린 것임에도 자기 소유라 알고 있는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있다. 두 글 모두 소유에 집착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④ 소유에 집착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을 뿐, 소유욕을 악의 근원으로 본다거나 소유 자체를 강하게 거부하려는 의지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③ 소유라는 개념을 빌린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보기'에서만 드러난다. ⑤ 소유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긍정하고 있지는 않다. 2. 작가의 가치관 추리 작가는 난을 소유한 체험을 통해 무소유가 참된 자유를 낳는다는 진리를 깨닫고 이를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즉, 완전한 무소유가 진정한 자유와 평온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② 작가는 안분지족이나 ④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특히 ①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거나, ③ 세상의 평화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3. 다른 작품에 적용하기 이 글의 작가는 무소유의 삶의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가 잘 드러난 것은 물과 바람처럼 살다 가겠다고 노래한 ②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의병을 일으켜 적을 물리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③ 농촌의 정겨운 풍경을 묘사하며 결실을 강조하고 있다. ④ 속세를 멀리하고 산 속에 은거하려는 마음을 담고 있다. ⑤ 일제 강점하에서 조국의 운명을 생각하며, 비탄에 빠진 심정을 담고 있다. 4. 글의 의미 확장하기 '보기'의 속담은 말을 타게 되면 말의 고삐(경마)를 남에게 잡게 하여 몰도록 하고 싶어진다는 것으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뜻이다. 5. 글의 내용 비판하기 ㉠은 인간은 소유로 인하여 그 소유물에 구속을 당한다는 뜻이고, ㉡은 소유로 인한 구속에서 해방되기 위한 행동이다. ㉠을 바탕으로 ㉡의 의의와 한계를 논하는 것은 결국 ㉡의 행동이 어떤 가치가 있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라는 것이다. 더해 읽기 본문 261쪽 1. 작가는 난에 집착했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무소유의 역리를 깨닫고 있다. 이와 비슷한 체험 사례를 통해 글의 주제를 내면화하도록 한다.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예시 답안) 휴대 전화를 잃어버리고 난 뒤, 처음에는 매우 불편했지만 조금 지나자 휴대 전화에 얽매여 지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2.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작가의 관점에 따라 글을 씀으로써 작가의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이해해 본다. 74쪽 (예시 답안) 작가는 인간의 역사를 ‘소유사’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은 ‘이해 관계’와 비례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입장에 따르면, 인간은 점점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가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02. 다양한 삶의 양상 1. 이상, ‘권태’ 실력 다지기 본문 262~264쪽 1. ① 2. ① 3. ④ 4. 이 글의 공간적·시간적 배경은 벽촌의 여름날로 글쓴이는 벽촌의 단조롭고 변화 없는 일상 생활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글 속의 배경은 글쓴이의 권태로운 심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5. 영영 방심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 또는 권태를 인식하는 신경마저 버리고 완전히 허탈해 버리는 것 1. 작품의 종합적 감상 이 글은 일상 생활과 자연 풍경의 관찰을 통해 느끼는 권태로운 심리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이 접하고 목격한 사물이나 행위들이 모두 무의미한 반복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모든 사물과 행위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지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작가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하게 정신적 권태에 빠져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이 글은 인간과 자연을 대조하고 있지 않으며, 인간의 유한성을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인생을 깊이 생각하여 어떤 교훈적인 의미를 떠올리고 있는 글도 아니다. 2. 다른 작품에 적용하기 '보기'에서 시적 화자는 보리타작을 하고 있는 농민들의 삶을 즐겁고 건강한 삶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벼슬길을 헤매던 자신의 과거의 삶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농촌 생활을 낙원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이 글의 글쓴이는 농촌 생활을 한없이 단조롭고 권태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농민들의 삶이 불행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따라서, '보기'의 시적 화자가 이 글의 글쓴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로는, 농촌 생활은 권태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고 건강한 삶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내용이 적합하다. 3. 작품 평가의 적절성 이 글은 자연이나 대상을 독특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글쓴이의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즉, 일상적으로 접하는 자연이나 사물을 권태롭게 바라보는 글쓴이만의 독특한 시각이 잘 드러나 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보다 작가만의 독특한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글이다. ②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관찰하고 있다. ③ 감각적인 어휘의 사용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또, 고유어뿐만 아니라 한자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⑤ 화려한 비유적 문체와는 거리가 멀고, 사실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개성 있게 쓴 글이다. 4. 배경의 역할 추리 글의 첫 문장에서 ‘벽촌의 여름날’이라는 이 글의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벽촌의 풍경이 초록색 하나로만 되어 있고 너무나 단조로워 지루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글쓴이가 처한 배경으로부터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다. 5. 글쓴이의 중심 생각 파악 글쓴이는 권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최 서방 조카와 장기를 두지만, 최 서방의 조카처럼 영영 방심 상태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권태를 인식하는 신경마저 버리고 완전히 허탈해 버려야 권태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65쪽 1. 글쓴이가 살았던 1930년대는 일제 강점기로, 글쓴이가 표현한 대로 누워서 숨쉴 것도 어루만질 것도 또 욕심나는 것도 아무것도 있을 수 없는 암흑의 시대였다. 이런 암흑의 시대를 살면서도 현실 개선에 대한 열정 없이 무기력하게 일상을 반복하는 민중들의 모습에서 글쓴이는 권태를 떠올리고 있다. (예시 답안) 1930년대는 일제 강점기로 조선의 많은 민중들이 극도로 피폐한 삶을 살았던 시기였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현실 개선에 대한 열정을 보이지 않는 민중들의 무기력한 삶에서 글쓴이는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다. 75쪽 2. 불나비는 무미건조하게 일상을 반복하며 권태로움을 느끼는 글쓴이와 달리 ‘불을 향해 달려드는’ 정열적인 삶을 사는 존재이다. 글쓴이는 불나비를 가리켜 사는 방법을 아는 존재라며, 불나비와 같은 치열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글쓴이가 권태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당시의 현실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예시 답안) 글쓴이는 불나비를 정열적인 삶을 사는 존재라 하여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통해 글쓴이가 현재의 권태로운 삶이 아닌,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함을 알 수 있다. 2.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실력 다지기 본문 266~268쪽 1. ③ 2. ⑤ 3. ① 4. ① 5. 가난한 살림 형편에 배가 고플 아내를 먼저 걱정하고 배려하는 남편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6. 가난함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점심 밥상을 차려놓고 나간 가난한 부부 이야기와 사과를 팔러 간 남편을 찾아 춘천에 갔던 부부 이야기를 통해 주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합리적 사고과정에 따라 글을 전개하지 않는다. ② 유추에 대한 설명으로 이 글을 친숙한 사례로 보기 어렵다. ④ 보고 들었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지 않는다. 2. 문맥적 의미 파악 남편이 사과 소매를 시작한 것은 어려운 살림에 손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 ㉡에서 타인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답 피하기) ㉠에서는 가난한 생활 형편에도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정성이 드러나며, ㉡에서는 손해를 볼 수 없는 남편의 절박한 심경이 드러난다. 따라서 ㉡에는 물질적 가치에 대한 추구가 담겨 있다. 3. 주제의 적용 이 작품의 주제는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기'의 시를 감상하면 가난한 흥부 부부가 웃는 것을 통해 ‘가난해도 행복하게 지내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라는 주제를 찾아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② '보기'에서 흥부 부부는 지난날을 추억하고 있지 않다. ④ 가족 간의 화합을 강조하지 않는다. ⑤ 현실에 감사할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4. 등장인물의 심리 이해 자신을 걱정하여 먼 길을 찾아온 아내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의 표현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도와달라는 요청의 의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5. 이유의 추리 아내가 행복감을 느낀 이유는 가난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주는 남편의 마음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6. 주제의 파악 행복이 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난하여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와 통한다. 더해 읽기 본문 269쪽 1. 말하기 태도의 비교 아내는 남편의 처지와 입장을 고려하여 쌀이 떨어진 사실을 돌려 말하고 있다. 반면 남편은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예시 답안) 아내는 쌀이 떨어져 아침밥이 없다는 것을 ‘햇고구마가 맛있으니 하나 더 드시라’고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여 상대를 배려하고 있으며 남편은 쌀이 없다는 말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직접적으로 따져 물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2. 상황의 파악 및 어구 적용 쌀이 떨어져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을 나중에 추억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미화시키고 있다. (예시 답안) * 쌀이 떨어져 남편이 무안해할 상황을 재치 있는 대답으로 감동과 행복을 주고 있다. * 거짓말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따뜻함이 담겨 있어 감동을 준다. 76쪽 ^[03. 자연과 인생 1. 이양하, ‘신록 예찬’ 실력 다지기 본문 270~272쪽 1. ④ 2. ④ 3. ② 4. ⑤ 5. 글쓴이는 인간은 세속의 일에 얽매여 있는 비소하고 저속하며,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는 오점으로, 자연은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질서 있는 것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6. ‘빈한하여’는 물질적으로 가난함을 뜻하지만, ‘가난하여’는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뜻한다. 1. 개괄적 정보의 확인 글쓴이가 신록을 찾는 것은 친한 동무와 기쁨과 재미를 공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오월의 자연에 매료되어 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고 싶기 때문이다. 2. 글쓴이의 견해 비판 글쓴이는 사람은 아름다운 존재이며,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고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반대로 인간은 비소하고 저속한 존재여서 인간 세계를 떠나 자연과 한 몸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인간에 대한 평가가 같은 글에서도 같지 않아 일관성을 잃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인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보편타당한 평가이다. 인간에 대한 평가가 일관성을 잃고 있어서 문제이지, 인간을 비소하고 저속하다고 평가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②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을 나태한 태도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③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살고 싶다고 해서 인간의 사회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⑤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개인적 심정을 노래한 것이므로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3. 다른 작품에 적용하기 글쓴이는 자연과의 동화를 추구하고 있다. 즉, 세속적인 욕망을 떨쳐 버리는 공간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다. 그러나 ②에서의 자연은 영원성과 불변성을 지닌 교훈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이다. (오답 피하기) ①, ③, ④, ⑤는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경지나 자연 속에서의 풍류 생활을 읊은 시조이다. 4. 구절의 문맥적 의미 파악 감각의 혼란이 없다는 것은 현상을 느끼고 인식하는 데 아무런 혼란이 없다는 뜻이다. 즉 현상을 아무런 편견 없이 느끼고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5. 글쓴이의 관점 파악 글쓴이는 인간을 세속에 얽매여 이해타산적으로 지위와 명예만을 생각하는 비소하고 저속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반면에, 자연은 거룩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조화를 지닌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글쓴이는 세속의 인간사를 벗어나 대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6. 어휘의 문맥적 의미 파악 ‘빈한하다’와 ‘가난하다’의 지시적 의미는 동일하다. 문맥상 ‘빈한하다’는 가진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였으므로 물질적으로 가난하다는 뜻이다. 반면에, ‘가난하다’의 주체는 마음이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물질에 대한 아무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해 읽기 본문 273쪽 1. 글쓴이는 신록 중에서도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을 자연의 극치라고 표현하며 예찬하고 있다. 담록을 이렇게 예찬한 이유는 담록이 신록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담록의 청신한 자색, 보드라운 감촉, 그윽하고 아담한 향훈이라고 직접 언급하고 있다. (예시 답안) 청신한 자색, 보드라운 감촉, 그윽하고 아담한 향훈 77쪽 2. 글쓴이는 신록 중에서도 담록을 띠는 기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여 자연의 극치라고 이를 예찬하고 있다. '보기'의 화자 역시 변화무쌍한 금강산의 산봉우리를 보며 경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자연을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는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반면, '보기'의 화자는 우뚝 솟은 산봉우리의 모습을 꿋꿋한 기상으로 임금에게 직언을 아뢰는 충신의 모습으로 연상하여 바람직한 신하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즉, 교훈적 대상으로까지 자연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있다. (예시 답안) 글쓴이나 '보기'의 화자 모두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며 이를 예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의 글쓴이는 자연을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는 대상으로만 파악하고 있으나, '보기'의 화자는 자연에서 바람직한 신하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연을 교훈적 대상으로까지 인식의 폭을 넓히고 있다. 2. 한흑구, ‘보리’ 실력 다지기 본문 274~276쪽 1. ④ 2. ⑤ 3. ④ 4. 이 글은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있으며(의인법),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보리의 모습을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묘사). 5. 이 글은 어떤 시련이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참고 극복해 내면 보람 있는 삶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1. 작품의 종합적 감상 이 글은 보리를 의인화하여 보리의 강인함과 순박함을 예찬하고 있는 수필이다. 인간과 자연의 상반된 속성을 대조하고 있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보리의 덕성을 예찬하고 있다. ② 보리의 순박함과 강인함을 본받자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③ 보리가 성장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⑤ 보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유추하고 있다. 2. 대상을 대하는 태도 추리 '보기'는 까치의 모습보다는 그 소리에 주목하여 감상하고 있다. 반면에 ‘보리’에서는 변화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두 글 모두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고는 있으나, '보기'는 청각적 심상에서, ‘보리’는 시각적 심상에서 얻은 느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오답 피하기)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은 이 글이다. ② 이 글과 '보기' 모두 대상에 대해 연민의 정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③ 대상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지 않다. ④ 본연의 속성에 주목하기보다 주관적 정서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3. 소재의 기능 파악 '보기'에서 ‘함박눈’은 진눈깨비와 대조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존재이다. 이 글에서, 초여름의 따스한 바람인 ㉣‘유월의 훈풍’은 ‘보리’에게 따스한 기운을 전하는 것으로, '보기'의 ‘함박눈’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오답 피하기) ㉠, ㉡, ㉢, ㉤ 모두 ‘보리’에게 시련을 안겨 주는 부정적 존재이다. 4. 표현 방법 이해 표현 방법은 은유, 직유, 대유, 인유 등과 같은 문학적 장치를 말하며, 서술 방법은 대개 묘사, 서사, 설명, 논증, 유추 등을 일컫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의인법과 묘사가 사용되었다. 5. 글이 주는 교훈 파악하기 이 글은 보리가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이듬해 봄에 푸르게 성장하여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즉, 보리의 강인한 생명력과 넉넉함을 예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훈을 이끌어 내면 된다. 더해 읽기 본문 277쪽 1. 4단락은 보리가 온갖 시련을 이겨 내고 마침내 결실을 맺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은 열매가 익어 가는 보리의 모습을 ‘머리를 숙인 성자’에 비유하고 있다. 이것은 고초와 비명을 극복한 인생이야말로 성숙한 삶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리의 덕성을 독자들도 닮았으면 하는 의도를 전하고 있다. (예시 답안) ㉠에는 독자들도 보리처럼 온갖 고난을 이겨 내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78쪽 2. '보기'는 신경림의 ‘농무’로, 소외된 농민들의 한과 분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수필 ‘보리’에 비추어 보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처지는 극복해야 할 시련에 해당한다. 그런데 화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분노하며 절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작가는 '보기'의 화자에게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겨울의 시련을 극복하고 열매를 맺는 보리와 같은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예시 답안)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울분만 표출하고 있군요. 현실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나 어려운 농촌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실전문제 [1~5] 본문 278~280쪽 1. ③ 2. ① 3. ② 4. ③ 5. ① 박문하, ‘잃어버린 동화’ (주제) 행복한 가족에 대한 동경과 옛날의 추억 (해제) 작자인 박문하는 의사이자 수필가로, 어린시절 호떡을 팔며 어렵게 공부를 한 경험을 작품으로 녹여냈다. 어린 시절 굶주림을 면하고자 호떡장사를 다니는 동안 우연히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되고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어른이 되어서도 외로울 때마다 그 집을 찾고는 하였는데 이제 그 집마저 허물어져 버려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낀다. 한편의 동화와 같이 작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행복했던 가정의 모습은 집이 헐려짐으로써 잃어버린 동화가 되었다. 1. 서술자의 태도 작자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되었던 초가집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과거의 잘못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② 단란한 가족을 갖지 못한 현재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④ 자신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는 초가집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⑤ 작자의 처지를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실에 대한 감사함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2. 비판적 이해 작자는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작자 자신도 아들을 잃긴 했지만 가정을 이루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기 가족의 모습엔 만족할 수 없는지를 물을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② 작자의 가난했던 시절이 떳떳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③ 가진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④ 작가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여 행복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⑤ 현실의 외로움이 드러나긴 하지만 원망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3. 소재의 기능 작자는 초가집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부러워한다. (오답 피하기) ⓑ 현실을 고발하는 성격은 글 전체와 거리가 멀다. ⓒ 작자에게 초가집은 행복한 가정을 상징한다. 4. 문맥적 의미 파악 지치고 힘든 처지의 아이에게 창문 닫히는 소리는 행복한 가정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처지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행복한 모습과의 이질감을 심화시킨다거나 현실의 처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밤늦게까지 장사를 해야 하는 것과 겨우 그날 밥벌이가 된다는 것에서 절박한 생활 형편이 드러난다. ② 중년 남자의 목소리와 행동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④ 알뜰한 가정을 가져보고자 몸부림을 쳤다. ⑤ 초가집이 사라져 버린 것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쓸쓸함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5. 다른 작품과의 비교 감상 '보기'의 주제는 눈물의 순결성을 통한 슬픔의 종교적 승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의 자식을 잃은 슬픔을 겪는 작자에게 ①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② '보기'에서 아픔과 슬픔을 자연의 섭리로 포용하려 하지 않는다. ④ '보기'에서 자연에 머무르려는 자세가 드러나지 않는다. ⑤ '보기'에서 보람된 삶의 자세가 드러나지 않는다. 79쪽 [6~10] 본문 281~283쪽 6. ① 7. ④ 8. ④ 9. ② 10. ① 유경환, ‘돌층계’ (주제) 돌층계를 통해 깨닫는 인생의 의미 (해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층계는 끝이 있기 마련이며 한 걸음씩 딛고 올라서도록 설계되었다. 서둘러 여러 계단을 한꺼번에 오르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인생도 계단을 오르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작자의 생각으로, 남들보다 빨리 올라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들의 생각이 그릇됐음을 꼬집는다. 6. 글의 전개 방식 작자는 쉽게 살려고만 하거나 무조건 빠르게, 높게 오르려고 했던 그동안의 태도를 반성한다. 그러면서 올바른 삶의 자세에 대해 성찰한다. (오답 피하기) ② 올바르지 못했던 삶의 자세를 반성하지만 탄식의 어조는 드러나지 않는다. ③ 앞으로의 기대가 제시되기보다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일깨워준다. ④ 돌층계를 새롭게 해석하여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는 않다. 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7. 비유적 의미의 파악 올랐던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는 것은 인생에도 끝이 있다는 의미이다. 올랐던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것이 이치인 것처럼 인간의 삶도 영원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미련 없는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답 피하기) ① 차근차근 올라야 할 계단을 서둘러 오르다보면 넘어져 다칠 수 있다. ② 밟아야 할 과정에 욕심을 부리면 도중에 포기하거나 추락할 수 있다. ③ 계단을 다시 내려와야 돌아갈 수 있다. ⑤ 남들보다 더 많이 오르려는 욕심이 ‘더 높게, 더 빨리’라는 결과를 낳는다. 8. 주제의 파악과 적용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이나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세를 꼬집고 있다.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 짓지 않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은 이 글의 주제와 거리가 멀다. (오답 피하기) 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과정을 소홀히 하는 태도이다. ② 남들보다 높이, 빨리 오르려는 것은 비교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③ 노력과 열정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⑤ 자신의 목표만을 생각하는 태도이다. 9. 소재의 의미와 기능 ⓐ ‘돌층계’는 기억 속의 계단이지만 앞으로의 삶과도 연계되어 있다. ⓑ ‘돌층계’를 바라보거나 올랐던 경험을 통하여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 ⓔ ㉠의 ‘돌층계’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장소이다. ㉮의 ‘층층계’는 유년시절 배고팠던 기억 속의 장소이다. (오답 피하기) ⓒ ‘층층계’는 고난과 시련을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시련의 배경으로 제시되었다. ⓓ 부정적 기억과 관련이 있지만, 부정적 가치관은 드러나지 않는다. 10. 다른 작품과의 비교 감상 작자는 계단의 끝과 같이 인생도 끝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끝없이 힘든 과정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② '보기'의 화자는 유년시절을 배고프고 힘든 시절로 떠올리고 있다. ③ 이 글의 작자는 삶의 과정 한순간 한순간을 성실하게 살 것을 강조한다. ④ '보기'의 화자는 어른이 되어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⑤ 이 글의 작자는 힘든 과정 속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80쪽 ^[IV. 희곡·시나리오 ^[01. 비극적인 민중의 삶 1. 유치진, ‘토막’ 실력 다지기 본문 290~292쪽 1. ④ 2. ⑤ 3. ‘토막’은 일제 강점기의 궁핍한 농촌 현실을 상징함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4. 명서는 감정적 수준의 울분과 분노를 표출하지만, 금녀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 1.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 이 글의 ‘우편 배달부’는 명서의 집이 문패도 없으며 도장도 없다고 명서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아, 권위주의적이며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물로 형상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명서는 밭은기침을 한참 동안 하는 것으로 보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② 명서 처의 역할을 맡을 배우는 자식에 대한 기다림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모습과 강한 모성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므로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할 것이다. ④ 금녀는 오빠의 죽음에도 절망하지 않고 가족을 위로하고 현실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지를 잘 드러내는 인물이어야 한다. ⑤ 이웃 여자는 정신이 이상해진 명서 처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인물이 적절하다. 2. 행동 지시문 추리 명수는 우편 배달부의 직접적 무시에 반항적으로 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명서의 대사에 어울리는 행동은 ⑤‘약간 핏대를 올리며’가 적절하다. 3. 배경의 상징적 의미 파악 ‘토막’은 땅을 파고 거적 따위를 덮어 추위나 비바람만 가릴 정도로 임시로 지은 집을 말한다. 이 작품에서 명서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인 ‘토막’은 1920년대 일제의 수탈에 의한 당대 농촌의 궁핍한 현실을 상징하며, 동시에 인물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드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4. 등장인물의 태도 파악 명서는 농민 특유의 순종심을 지닌 무지하고 순박한 인물로, 아들의 죽음 앞에서 분노와 오열을 터뜨린다. 자식을 잃은 극도의 슬픔은 시대에 대한 울분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울분과 분노의 표출에 머물 뿐이다. 그에 비해 딸 금녀는 아버지를 위로하면서, ‘오빠의 죽은 혼이라도 살아 있어 우리를 돌볼 것’이라며 현실 극복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93쪽 1. ㉠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수탈로 인해 삶의 뿌리를 잃고 떠난 우리 민족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보기'에서는 초라한 초가집에 살고 있는 어느 부부의 다툼과, 추운 겨울밤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남몰래 ‘바가지’만 들고 초가집을 떠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나타나 있다. (예시 답안) 1920년대 일제의 가혹한 식민지 수탈로 인해 농민들이 유랑민으로 전락하여 살아가고 있다. 2. 명서는 일본 간 아들에게서 소식이 오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우편 배달부를 기다리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하게 살고 있는 명서는 일본 간 아들이 돈이라도 부쳐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예시 답안) 이웃 여자가 금녀네한테는 일본 간 아들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 것은 일본 간 아들이 가난한 살림에 무언가 보탬을 줄 것 아니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명서도 일본 간 아들이 돈이라도 부쳐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우편 배달부를 기다리는 것이다. 81쪽 2. 천승세, ‘만선’ 실력 다지기 본문 294~296쪽 1. ③ 2. ⑤ 3. ② 4. ⑤ 5.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자 가치. 또는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끊임없는 소망과 의지 6. 아들을 죽음의 숙명과 바다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강한 모성애 때문이다. 1. 작품의 종합적 감상 이 글에서는 시대적 배경이나 현실 상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부조리한 현실 상황을 암시하거나 상징하는 대목도 찾을 수 없다. (오답 피하기) ① 아들을 놓고 곰치와 구포 댁의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② 문학 작품에서의 사투리 사용은 인물의 성격이나 현장감, 지방색을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④ 어린 아들마저 어부를 만들고 말겠다는 곰치의 강인한 집념이 비극의 원인이 되고 있다. ⑤ 비속어는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의지적인 곰치의 인물됨을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 인물의 성격 파악 아들을 어디다 두었느냐며 채근하고 있는 곰치의 행동에서 급한 그의 성격을, 갓난아이인 막내아들마저 만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부를 시키려는 행동에서 어부로서의 집념을 각각 엿볼 수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이다. ② 만선에 대한 집념이 강할 뿐, 탐욕적인 인물은 아니다. ③ 타협보다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인물이다. ④ 신중하기보다는 무모하리만치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다. 3. 행동 지시문 추리 구포 댁은 바다에 아들을 잃고 실성한 여인이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나, 마당을 뱅뱅 돌거나 닭 쫓는 시늉을 하는 행동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남의 배를 띄웠는지를 묻고 있는 남편 곰치의 말에 대답하는 태도로 가장 적합한 동작이나 표정은 실성한 여인처럼 실실 웃는 것이다. 4. 인물의 내면 심리 파악 곰치가 구포 댁의 목을 조르며 밀어붙이는 장면은 두 사람의 갈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행동을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빼 버리면 극의 사실적 전개를 해치게 된다. (오답 피하기) ① 파도와 갈매기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어가면 현장감이 더 잘 산다. ② 배경을 바다로 설정해야 하므로 바다 색깔인 푸른색 조명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③ 어촌에 맞는 무대 설정을 위해 필요한 소품들이다. ④ 실성한 여인에게 맞는 분장에 해당된다. 5. 중심 소재의 의미 파악 어부인 곰치는 ‘만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여기서의 ‘만선’은 인간이면 누구나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나 가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 중심 내용의 파악 구포 댁은 남편인 곰치에게 맞서 하나 남은 어린 아들을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강한 모성애를 지니고 있다. 어린 아들마저 어부를 만들려는 곰치의 집념을 알고 바다로부터 벗어나 죽음을 면하게 하려고 뭍으로 어린 아들을 보내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297쪽 1. 이 글은 만선을 향한 남다른 집념과 의지의 인물인 곰치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을 다룬 작품의 결말 부분이다. 슬슬이의 자살로 작품의 비극성은 더욱 부각된다. 인물의 성격적 요소가 비극의 원인이 되는 비극을 성격 비극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무모하리만치 바다에 집착하는 곰치의 성격으로 인해 아들과 딸의 애인을 잃고, 아내는 실성하며, 딸마저 목숨을 스스로 끊는 비극적 결말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예시 답안) 곰치는 만선에 대한 강인한 집념과 의지를 지닌 어부이다. 성삼의 ‘곰치야아--이놈아아--이 만선에 미친 놈아--’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곰치의 집념과 의지는 너무나 지나쳐 결국 한 가정을 파탄으로 치닫게 한다. 따라서, 이 글은 성격 비극이라 할 수 있다. 2. 희곡은 무대에서 배우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 주는 극문학 장르이다. 그러나 모든 장면을 무대에서 직접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특성을 희곡의 제약성이라 한다. ㉠과 같이 슬슬이가 목을 매어 죽는 장면은 위험하고 끔찍한 장면이므로 무대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는 곤란하다. 82쪽 그래서 성삼의 대사로 슬슬이의 자살 장면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희곡은 무대에서 상연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특성을 희곡의 제약성이라 하는데, 슬슬이가 목을 매어 죽는 장면도 이에 해당된다. 즉, 슬슬이가 목을 매어 죽는 장면은 위험하고 끔찍한 장면이므로 무대에서 이를 직접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02. 현실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 1. 차범석, ‘태양을 향하여’ 실력 다지기 본문 298~300쪽 1. ③ 2. ③ 3. ④ 4. 가출했던 경수가 돌아온다. (춘자가 경수와 함께 살기로 마음을 돌린다.) 5. 아버지! 용서하세요. 저는 …. 1. 등장인물의 파악 춘자는 경수가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경수의 마음을 돌림으로써 가정의 화합을 이루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답 피하기) ① 경재와 경운은 경수에게 집을 나가지 말라며 춘자와의 결합을 촉구하고 있지, 경수의 새 출발을 방해하지 않는다. ② ‘최 노인’은 혼구점을 폐업하고 이주하자는 자녀들의 요구를 끝까지 묵살하는 고집스러운 인물이지만, 이 글에서는 이러한 고집을 꺾고 쓸쓸히 이주를 결정하는 태도가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하여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지는 않다. ④ 경수가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은 춘자가 마음을 돌려 다시 돌아온 것과 경애의 죽음 때문이다. ⑤ 경수는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인물이므로 현실에 패배하는 인물로 볼 수 없다. 2. 구절의 함축적 의미 파악 이 작품의 제목에도 들어 있는 ‘해(태양)’는 삶의 희망을 의미하는 말이다. 해도 비치지 않는 곳은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가리킨다. 3. 시어의 함축적 의미 ㉡의 ‘해바라기’는 밝은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강한 의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④의 ‘해바라기’ 역시 정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시어이다. (오답 피하기) ① 퇴색한 고향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해바라기이다. ② 고향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해바라기이다. ③ 독립된 존재로서의 생명을 뜻하는 해바라기이다. ⑤ 태양에 필적하여 역사적 전망과 의지를 담고 있는 주체를 상징하는 해바라기이다. 4. 문맥적 의미 파악 ‘불모지’에서는 '보기'의 내용처럼 비극적 결말로 끝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비극적 결말을 희망적으로 개작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사건이 가출한 경수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경수를 외면했던 춘자도 마음을 돌려 경수와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5. 등장인물의 태도 파악 경수가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을 사죄하는 것은 이젠 집에 돌아와 취직을 하겠다는 태도 변화에 해당한다. 이로써 가족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다. 더해 읽기 본문 301쪽 1. 이 작품은 공간적 배경 설정에서부터 극적 갈등을 예고하며 시작한다. ‘번화한 상가에 자리잡은 최 노인의 낡은 기와집’이 그것이다. ‘최신식 건물’과 ‘낡은 기와집’의 선명한 대립은 새것과 낡은 것의 대립, 즉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의 대립과 갈등을 뜻한다. 신구 세대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대립하고 있음을 상징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예시 답안)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구 가치관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2. 이 글에서는 자식인 경재와 아버지인 최 노인의 대립이 선명히 드러난다. 경재는 낡은 기와집을 버리고 새 집으로 이사 가 살자는 뜻을 드러내는 반면, 최 노인은 낡은 집을 소중히 여기며 경재를 나무라고 있다. 최 노인이 ‘낡은 집’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가부장제적 부권 의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최 노인에게 있어 ‘낡은 집’은 아버지의 권위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83쪽 그리고 최 노인 일가의 갈등은 이러한 가부장제적 부권 의식의 동요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최 노인은 가부장제적 부권 의식으로 집약되는 구세대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부모·자식 세대의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시 답안) 이 글의 표면적 갈등은 낡은 집을 버리고 새 집으로 이사 가자는 가족과 이를 반대하는 최 노인 사이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1950년대 들어 나타난, 최 노인으로 대변되는 구세대의 가부장적 부권 의식의 동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 이강백, ‘파수꾼’ 실력 다지기 본문 302~304쪽 1. ① 2. ① 3. ⑤ 4. ‘촌장’과 파수꾼 ‘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에 대한 상반된 태도 때문에 갈등을 일으킨다. 5. * 이리 떼: 위선적인 독재 권력이 체제 유지를 위해 상정한 가공의 적 * 양철 북: 가공의 적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키우기 위한 수단 1. 인물의 성격 파악과 속담에의 적용 ‘촌장’은 외모나 태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위선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음흉하여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표리부동’이 적합하다. (오답 피하기) ② 미련하고 융통성이 없음 ③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도록 함 ④ 보고 들은 것이 넓고 지식이 많음 ⑤ 같은 사람의 문장이나 언행이 앞뒤가 어긋나 모순됨. 자기 모순 2. 주제 의식의 파악 진행되는 사건의 핵심이 무엇이고, 인물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제시문에서 촌장과 파수꾼 ‘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한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부터 이리 떼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이리 떼가 없다는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느냐 아니면 그 진실을 알려서는 안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할 때, 작품을 알리는 포스터의 문구로 ①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3. 작품에 대한 종합적 이해 촌장은 완강하게 버티는 소년 파수꾼의 생각에 정면으로 대립하지 않는다. 먼저 오늘만은 양보하고 자신의 말대로 하자는 회유를 하며, 자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끔찍하게 타살되는 것이 꼭 필요한가 하는 식으로 소년을 달랜다. 촌장은 그 다음에 서서히 소년을 굴복시키는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오답 피하기) ② ㉡­의 ‘잘 익은 딸기’는 진실을 왜곡하여 마을 사람들을 속이고 촌장이 홀로 누리게 되는 기득권, 행복을 의미한다. 4. 인물 간의 갈등 파악 촌장은 ‘이리 떼’를 만들어 내어 평화로운 세계를 감추고 진실을 왜곡하려 하며, 파수꾼 ‘다’는 ‘흰 구름’으로 나타난 평화를 알림으로써 진실을 밝히려 한다. 즉, 촌장과 파수꾼 ‘다’는 ‘진실’을 둘러싼 상반된 태도 때문에 갈등을 일으킨다. 5.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 이 작품은 1970년대의 ‘체제 유지를 위한 안보 정책’을 풍자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를 우화적 상황을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리 떼’나 ‘양철 북’을 1970년대의 독재 권력과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더해 읽기 본문 305쪽 1. (예시 답안) 파수꾼 ‘다’는 이리 떼의 출현을 구실로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던 촌장의 통치 방법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개선하기는커녕 그 질서에 순응하고 다시 양철 북을 두드려 촌장의 통치 질서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권력의 회유와 속임수에 넘어가고 만 피지배층의 비겁함과 몽매함을 보여 준다. 2. 진실을 주장하던 파수꾼 ‘다’는 촌장의 회유에 굴복하고 이리 떼의 출현을 외친다. 그 결과, 파수꾼 ‘다’는 진실을 주장할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촌장에게 약점을 잡히게 된다. (예시 답안) 진실의 왜곡에 동조한 파수꾼 ‘다’의 약점을 촌장이 잡았기 때문에 파수꾼 ‘다’는 저항하지 못한다. 84쪽 ^[03. 전통적 정서의 극적 형상화 1. 오영진, ‘맹 진사 댁 경사’ 실력 다지기 본문 306~308쪽 1. ② 2. ① 3. ⑤ 4. 맹 진사의 위선과 허세를 풍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 작품의 주제 파악 이 글은 자신의 수완으로 권세 있는 김 판서 댁과의 혼례를 성사시켰다고 과시하는 맹 진사의 모습을 통해 맹 진사의 탐욕과 허세, 우매함을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이 글은 맹 진사의 위선과 허욕을 풍자하고 있을 뿐, 양반 계층의 권력 다툼은 그리고 있지 않다. ③ 이 글은 양반 계층의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다. 또한, 계층 간의 갈등도 드러나지 않는다. ④ 맹 진사는 부정적인 인물이므로, 건강한 웃음을 전해 주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⑤ 전통 혼례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자유 연애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2. 인물에 대한 반응의 적절성 맹 진사는 부와 가문을 중시하는 인물로 명예를 추구하기 위해 명문가와 사돈을 맺고, 이를 자신의 능력으로 성사시켰다며 기고만장해 한다. 하지만, 사위가 절름발이라는 소문에 꾀를 내어 딸 대신 딸의 몸종을 시집보내는 것으로 일을 꾸미는데, 결국은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어서 자기 꾀에 자신이 빠지고 마는 신세가 된다. 3. 작품의 특성 파악 맹 진사는 혼인을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리다가 결국 자신의 꾀에 빠져 자신의 딸 대신 입분이를 시집 보내게 된다. 그래서 맹 진사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따라서, 맹 진사는 혼인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낭패감에 빠지고 만다. (오답 피하기) ① 이 글은 우리 고전 문학의 풍자와 해학을 계승한 작품이다. 맹 진사는 풍자의 대상이 되며 해학성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② 입분이와 맹 진사라는 선인과 악인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③ 절름발이임을 알면서도 주인의 딸 대신 혼례를 치르는 입분이가 결국 복을 받는다는 내용이 ‘뱀 서방’ 설화의 내용과 비슷하다. ④ 착하고 선량한 입분이가 결국 김 판서 댁의 며느리가 되는 결말 구조는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다. 4. 등장인물의 역할 파악 한씨는 보조적 인물이지만 ‘하늘에 별따기루 어찌다 들어맞췄을 테니 좀 놀라운 공이시유.’라든지 ‘영감께서 돈으루 사서 한 벼슬이지만 진사 하나 해 두기를 잘 하셨군요.’와 같은 대사를 통해 맹 진사가 위선과 허세에 찬 인물임을 풍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인공의 부정적인 인물됨을 형상화하기 위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309쪽 1. 삼돌은 맹 진사의 계략으로 자신이 좋아하던 입분이가 갑분 아씨 대신 절름발이 양반에게 시집 가게 된 것을 놓고 이를 무마하려는 참봉에게 대들며 따지고 있고, 맹 진사에게도 딸인 갑분이를 입분이 대신 색시로 내 놓으라며 대들고 있다. (예시 답안) 입분이가 갑분이 대신 시집을 감 2. 머슴인 삼돌은 자신이 좋아하던 입분이 대신 맹 진사의 딸인 갑분이를 자신의 색시로 내놓으라고 말한다. 이는 갑분이와 혼인하고 싶은 심리가 아니라, 양반의 횡포로 자신이 좋아하던 입분이와 혼인을 못 하게 되자 양반에 대한 저항 심리가 표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시 답안) 입분이 대신 갑분 아가씨와 혼인하겠다는 부분 2. 이청준 원작 / 김명곤 각색, ‘서편제’ 실력 다지기 본문 310~312쪽 1. ⑤ 2. ② 3. ⑤ 4. (예시 답안 참조) 5. 판소리를 완성하고 득음의 경지에 오르는 길은 끝이 없음을 강조하는 한편, 송화의 한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85쪽 1. 세부 정보의 파악 S No. 99에서 송화는 기쁜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있지 않다. 담담하면서 한 맺힌 표정이 적절하다. 또한, 카메라는 한 곳에 고정하고 멀어져 가는 송화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진정한 한의 소리를 찾아 길을 떠나는 송화의 모습을 표현한다. (오답 피하기) ① S No. 91의 배경은 염전 주막의 방 안이다. 그러므로 허름한 시골 주막의 느낌을 살려야 한다. ② S No. 96에서 천가도 송화의 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간밤의 일을 이해하고 있다. ③ S No. 97에서는 유일한 손님이었던 동호가 떠난 주막의 모습은 쓸쓸한 분위기가 적절할 것이다. ④ S No. 98의 천가는 떠나겠다는 송화를 붙잡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 득음의 길을 가는 송화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으며, 눈이 보이지 않는 송화를 위해 짐을 보내 주겠다는 것으로 보아 인정 많은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2. 다른 장르와의 비교 S No. 91에서는 동호와 송화의 대화만 나올 뿐, 화면에 잡을 수 없는 화면 밖의 사건은 나오지 않는다. (오답 피하기) ① ‘들어왔다, 정신을 차렸다, 열었다, 북을 쳐 댔다’ 등의 과거형 문장을 ‘들어가 앉는다, 북을 친다’ 등과 같이 현재형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③ 송화의 머리 끝에서 가슴까지 카메라로 잡는(B.S) 화면을 통해 동호가 송화에 집중하고 있는 내면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④ '보기'에는 송화나 동화의 내면 심리를 직접 서술하고 있지만, S No. 91에서는 이를 대사와 행동만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희곡은 대사와 행동의 문학이어서 '보기'와 같이 서술자가 상세히 사건을 서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물의 대사를 통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3. 장면의 상징적 의미 파악 S No. 99에서는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송화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제시함으로써 판소리를 완성하고 득음의 경지에 오르는 길은 끝이 없음을 강조하며, 또한 송화의 한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보기'에서 소리를 찾아 정처 없이 떠나는 모습이 형상화된 부분은 ⓔ이다. (오답 피하기) ⓑ는 소리를 배우기 위해 소릿재에 오르는 장면이고, ⓐ, ⓒ, ⓓ는 ‘동호’를 만나 소리를 하는 장면이다. '참고' 조태일, ‘서편제’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애상적 주제: 소리꾼의 한 맺힌 삶과 예술 해제: 이 시는 소설을 영화화한 ‘서편제’에 대한 감상을 시로 쓴 것이다. ‘송화’의 한 맺힌 인생에서 소리꾼의 예술과 삶을 보여 준다. 4. 구절의 상징적 의미 파악 송화가 가슴 속 한을 풀어 내는 계기는 바로 ‘소리’를 통해서이다. 한은 함부로 헤집으면 더 큰 상처가 되지만, 소리를 통해서 풀어 낸다면 그 한은 한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을 넘어선 무엇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동호와의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되살리기보다 소리로써 한을 풀어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시 답안) 이제껏 살아온 것이 바로 한 그 자체였기에 소리하는 삶이 가능했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묻어 둔 한을 들추어 내 왈가왈부한다면 한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소리꾼의 삶은 불가능해지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그런 점에서 송화의 태도는 한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5. 행동의 상징적 의미 파악 (예시 답안) ‘천가’는 ‘득음’의 경지로 가는 송화의 인생 역정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천가’가 송화를 붙잡지 않는 것은 결국 득음의 경지에 오르는 길은 끝이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더해 읽기 본문 313쪽 1. (예시 답안) * ( ) 안에 들어갈 내용: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 이유: 이어지는 송화의 대사를 볼 때, 송화는 득음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한’을 가슴속에 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득음이란 노래나 연주 솜씨가 매우 뛰어난 경지에 이름을 일컫는 말이다. (예시 답안) 득음은 진정한 예술로서의 소리를 뜻한다. 86쪽 ^[실전문제 [1~5] 본문 314~316쪽 1. ④ 2. ① 3. ③ 4. ③ 5. ⑤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주제) 현대인의 속물적 출세주의 비판 (해제) 이 극은 현대인의 속물적인 삶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실극이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극에서 나오는 상범은 처음에는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결혼상대를 형에게 빼앗기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 후 상범은 그동안 도덕적으로 살아온 것을 후회하고 앞으로는 비인간적인 처세술을 발휘하면서 속물적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열한 방법을 통해 성공을 한다. 1. 작품의 중심 내용 파악 이 글은 김상범이라는 한 청년의 속물화 과정을 풍자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범은 형의 결혼 상대자가 자신이 결혼하려던 여자임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 다음 이제부터 ‘새 상식’을 가지고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바꾼 인생관을 가지고 출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2. 인물에 대한 파악 이 글에서 사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고자질하고 아부하는 김상범의 말을 아무 의심없이 믿고 있다. 김상범의 말만을 믿고 배 과장을 감시하도록 시키는 사장 또한 그릇된 가치관의 소유자이다. 3. 소재의 기능 파악 이 글에서 ‘엽총’은 세 가지의 기능을 담당한다. 총이 지닌 무기로서의 근본적인 기능 때문에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둘째 김상범의 잠재된 공격성과 폭력성을 상징한다. ‘새 상식’을 지닌 김상범이 총으로 누구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출세와 성공에 대한 김상범의 욕망과 집착이다. 성아미는 물론 사장까지도 출세를 위하여 희생시킬 수 있는 김상범의 욕망과 집착을 상징한다. 4. 다른 상황에 적용하기 이 글에서 김상범은 ‘새 상식’을 가진 다음에는 물질 만능주의적 사고를 지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려는 인물이다. 이와 가장 가까운 의미를 지닌 것은 ‘문인’이다. 문인은 물질에 예속되어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로 돈 많고 권력 있는 인물(‘그’)의 묘비를 써 주는 인물이다. 즉 정의와 도덕을 외면하고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상범과 가깝다. (오답 피하기) ① 바람직한 삶의 가치를 나타낸다. ②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을 나타낸다. ‘김상범’은 출세지향주의적 면모를 보이지만 ‘그’는 어떻게 돈을 벌고 권력을 획득했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④ 문인이 권력자를 위해 쓴 칭송의 글이다. ⑤ 진정한 예술가를 나타낸다. 5. 갈래의 특성 파악 '보기'의 설명은 방백에 대한 것이다. ㉠~㉤중, 방백에 해당하는 것은 ㉤이다. 무대에는 김상범 외에 사장과 성아미가 있다. 하지만 사장과 성아미는 김상범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관객만 듣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다. 이 대사를 성아미가 직접 듣는다면 화를 내며 덤볐을 것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일반적인 대화이다. ② 등장인물 혼자서 말하는 독백이다. ③, ④ 지문으로 대화 사이에 짤막하게 넣어 인물의 동작, 표정, 심리 상태 등을 설명하거나 조명, 효과음 등을 지시하는 글이다. [6~10] 본문 317~319쪽 6. ① 7. ③ 8. ③ 9. ④ 10. ③ 박종원, 장현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주제) 절대 권력의 허구성과 부조리한 현실에 이기적으로 적응하는 소시민적 근성 비판 (해제) 이 작품은 권력의 형성과 몰락 과정을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축소되고 집약된 공간을 통해 조명해 본 작품이다. 절대 권력이 지닐 수밖에 없는 허구성, 그리고 그 허구성의 형성 배경은 주변의 방조와 묵인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면서, 그렇게 하여 형성된 권력이 제도와 질서라는 미명하에 군림한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 준다. 87쪽 이 작품은 이러한 과거의 사건을 성장한 ‘나’(한병태)가 회상하는 형식인데, ‘나’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나’ 역시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한 한계를 절감하고 만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지식인적 허무주의도 짙게 깔려 있다. 6. 인물의 심리 상태 파악 학년말 시험에서 영수가 석대의 이름을 대신 쓴 것을 보고, 영수의 말을 들으면서 병태는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심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최 선생에게 석대의 부정을 고발하여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를 갖게 되는데, 이는 ‘이미 끝난 석대와의 싸움을 뒤집어 보고픈 강한 유혹에 휩싸인다.’는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저항을 통해 얻은 아픈 깨달음과 굴종의 단맛을 알아버린 병태는 끝내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를 버리고 좌절하고 만다. (오답 피하기) ② 마지막에 엄석대를 용서한 것은 아니라 좌절한 것이다. 7. 미루어 알기 석대는 부정한 방법으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반에서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를 안 병태는 충격을 받지만 석대에게 대항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라고 여기고 최 선생에게 사실을 알리려고 한다. 최 선생만이 석대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최 선생과 석대가 공모하여 학급을 제압하고 있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오답 피하기) ① S No. 102에서 병태가 영수와 나눈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② S No. 103 뒷부분에서 처음에 석대에게 저항했던 병태의 과거를 알 수 있다. ④ S No. 102에 병태가 석대에게 그림을 그려준 사실이 드러나 있다. ⑤ S No. 105에서 106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석대가 항상 병태의 행동을 주시하며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최 선생에게 사실을 알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병태를 만났을 때 석대가 지은 의미심장한 미소도 석대가 병태의 마음을 읽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예전에 석대에게 저항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석대가 병태의 심리를 알고 있다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8. 반영론적 관점의 작품 분석 이 작품의 내용을 우리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연결하여 분석하면 엄석대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가진 독재자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고 권력을 휘둘러 불의를 저지르는 독재자의 전형이다. 그리고 학급에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며 엄석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위세를 부리는 황영수, 김문세는 독재 권력과 영합하여 안정을 누리는 지식인에 해당한다. 또한 엄석대의 부정을 알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는 학급 아이들은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는 방관자적인 서민들에 해당한다. 9. 발화의 의도 파악 영수는 병태에게 자신의 부정행위를 들켰을 때 약간 놀라는 표정을 보인다. 하지만 산수 시간이 끝나고 병태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다른 학우들도 자신처럼 부정을 저지르고 있으며 병태 또한 미술시간에 같은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말함으로써 병태에게 공범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수는 처음에 느꼈던 불편한 감정을 벗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는다. (오답 피하기) ① 병태의 행위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자신의 심리를 스스로 위안받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② 병태와의 친분 관계를 이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③ 자신도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⑤ 병태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 않다. 10. 세부 내용 파악 및 갈래의 특성 파악 S No. 105는 비록 환영이지만 학급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상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상상이기 때문에 많은 개연성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병태가 최 선생에게 석대의 부정행위를 말하는 상황을 상상한 것인데 병태의 말을 들은 최 선생은 무척 놀라고 있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연기를 한다면 S No. 105가 보여줄 수 있는 효과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병태가 망설이는 이유는 최 선생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아픈 기억과 석대의 통제 밑에서 경험한 달콤함 때문이다. (오답 피하기) ① 이 장면은 병태의 심리적 갈등을 드러내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② 이 과정은 다음에 이어질 병태 행동의 심리적 근거가 되는 부분이다. ④ 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병태의 말을 듣고 놀라는 장면에서 강한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S No.105의 마지막 장면은 석대의 목소리만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듣고 멈칫하는 병태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획 및 개발 이미애(EBS) 집필 및 검토 간호익(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강윤순(외대부속외고) 김유동(세종고) 김태진(부산해강고) 노연서(한영외고) 박광석(동덕여고) 박기호(혜화여고) 손왕헌(중대부고) 윤성희(충남둔포고) 윤진석(외대부속고) 윤치명(보성여고) 이대욱(정신여고) 이종섭(부산 사직고) 조항욱(백암고) 최택균(찬안북일여고) 하성욱(오산고) 황택준(배재고) 검토 곽동훈(세화고) 구용모(서문여고) 권욱현(수성고) 김동기(한서고) 김명실(고대부고) 김우진(노은고) 김장회(예일고) 김지은(홍대부고) 민태홍(경안고) 서강윤(세화고) 신창호(고양외고) 양영환(소하고) 오치훈(영일고) 유은지(홍대부여고) 윤지혜(제물포고) 이한공(고양예고) 교재 내용 문의 교재 및 강의 내용 문의는 EBSi홈페이지(www.ebsi.co.kr)의 학습 Q&A 코너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교재 정오표 공지 발간 이후 발견된 오류를 EBSi홈페이지 정오표 코너에서 알려드립니다. EBSi홈페이지 → EBS 교재 → 교재 정오표 교재 오류 바로잡기 공지된 정오 내용 외에 발견된 오류 사항이 있다면 EBS에 알려주세요. EBSi홈페이지 → EBS 교재 → 교재 오류 신고 및 제안 발행일 2011. 1. 20. 1쇄 인쇄일 2012. 1. 4. 등록번호 제22-1874호 펴낸곳 한국교육방송공사 서울시 강남구 남부순환로 2748 표지디자인 (주)디바젤 편집디자인 (주)하이테크컴 편집 (주)하이테크컴 인쇄 (주)화성프린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