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을마시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
해밀학교 이사장 인순이

취재·글 황연옥국립특수교육원 주무관 | 사진 양표원

 

해밀학교 이사장 인순이 전면 사진
해밀학교 이사장 인순이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 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거위의 꿈’으로 대중들에게 꿈을 노래하는 인순이씨, 정작 본인의 어린 시절은 꿈이 없었다고 한다.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정확히 말하면 꿈을 꿀 수 없는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저는 중년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새로운 꿈 하나를 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많은 아이들(다문화 아이들)이 있지요. 그들이 제대로 성장해 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인순이, 딸에게 프롤로그 중에서-

인순이씨는 ‘비가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해밀학교(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비 오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 맑은 날을 맞이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가수, 디바 등 다양한 수식어가 그녀의 이름 앞에 붙지만 오늘은 김인순 이사장이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의 그녀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Q.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해 운영중이신데, 해밀학교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방송에서 다문화 고등학교 졸업률이 28%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다문화 학교를 여는 것은 제가 걸어온 길이기 때문에 가장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감춰두고 싶었던 상처를 꺼내야하는 일이기도 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Q. 해밀학교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자립’,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거예요. 마음의 상처를 받더라도 마음의 굳은살을 갖게 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어려움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너만 겪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너의 인생에서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너를 주저앉게 할 수는 없다.’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장애를 딛고’가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채로,
상처가 있으면 있는 대로, 흉터가 있으면 있는 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만 단단해지면 괜찮아’
‘너로써 성공할 수 있어’

해밀학교 제1회 졸업생 중에는 특수교육과에 입학한 학생도 있습니다. 처음 목표는 ‘자립’이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와줘서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큰 꿈을 그려갈 수 있도록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어요.

 

Q. 특별히 중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시기는 사춘기를 겪어서 가장 많이 흔들릴때입니다. 이때 보듬어줘야 올바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가장 힘든 시기인 중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해밀학교만의 특별한 교육시스템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얻고, 계절을 오롯이 느끼면서 자랐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도외지를 벗어나 자연 속에 학교를 짓게 되었죠. 농사체험을 통해서 기다림과 수확의 어려움을 알게 되면 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의 축제나 개교기념일에는 마을분들이 함께 어울려 마을축제가 되는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어, 중국어, 일어, 수영, 미술, 악기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학교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거위의 꿈’, ‘아버지’, ‘친구여’ 등 인순이씨의 노래들에는 스토리가 있고, 진심이 담겨있어서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감동 또한 크다고 생각되는데, 노래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가사’를 보고 노래를 선택해요. 그 노래가 저한테 주는 울림이 있어야 대중들에게도 그런 떨림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구여’라는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도 제 얘기 같았어요.

 

Q. 특히 ‘거위의 꿈’을 수어로 노래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거위의 꿈’을 부를 때는 항상 수화를 합니다.

 

Q. 장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장애가 꼭 신체의 불편함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뭔가 마음속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 또한 장애가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사람에게 주어진 도전과제라고 생각하고 극복해가면 좋겠습니다.

 

인순이 이사장과의 인터뷰 모습

 

Q.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노래나 책이 있으신가요?

영화 ‘미라클 벨리에’,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딸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주인공은 세상과 소통하기 어려운 가족들에게 입과 귀가 되어주었죠, 주인공에게는 노래라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요.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가족들로 인해 그러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마치 제 이야기 같아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영화예요. 딸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는 ‘원더’를 추천하고 싶어요.

 

Q. 인순이씨를 롤모델로 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해밀’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비가온 뒤 맑게 개인 하늘’처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이 빨리 일어나는 법을 알고, 넘어져도 안 다치는 법까지 알게 되는 법이니깐 말이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껏 화려한 가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해밀 아이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학교를 만들고, 몸을 만들어보거나 마라톤이나 백두대간을 걷는 것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현장특수교육 가을호 제26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 칼럼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육인
  • 05 현장투어
  • 06 톡톡Talk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 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 10 여가+
  • 11 스토리+
  • 12 특별기획
  • 13 특수교육동정
  • 14 소통마당
  • 15 독자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