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교육과정과 개별화교육

 

한국우진학교 교사 백정기

 

김 선생님,
지난해 교육실습생과 지도교사로 맺어진 인연을 시작으로 올해 초 임용고사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시고, 서로 근무하는 학교는 다르지만 교원 학습공동체 모임에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입 회원 인사말로 첫 근무학교에서 개별화교육 관련 업무를 맡게 되어 교육과정 중심의 개별화교육을 운영하는 방법을 찾고자 교원 학습공동체에 참여하시게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저의 경험과 의견이 선생님께서 고민하시는 교육과정 중심의 개별화교육 운영의 해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봅니다.

 

선생님 학교는 개별화를 몇 과목 쓰세요?

 

김 선생님도 그러셨듯이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화교육에 관한 법적 규정, 정의와 필요성, 운영 방법과 절차 등을 공부합니다. 특수교사가 되면 매 학기별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하여 회의를 열고, 학생별로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합니다. 계획에 따라 개별화교육을 운영하고, 교육의 결과를 학기말에 학생과 보호자에게 통보합니다. 단순한 과정이고 간략한 절차인 듯 보이지만 실효성이 높은 개별화교육을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특수교사들은 1년 중 3월에 초과근무를 가장 많이 한다고들 합니다. 3월 말경 한 달 내내 고민하여 작성한 개별화교육 결재를 상신해야 비로소 한 숨 돌리게 되는 경험을 김 선생님도 이미 겪어 보셨지요? 그래서 3월 특수교사 모임에서 오가는 가장 많은 얘기가 “선생님 학교는 개별화교육을 몇 과목 쓰세요?” 라고 하더라고요. 개별화교육을 작성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우면 과목의 개수로 수고의 양을 짐작하려고 할까요.

 

개별화교육은 교육과정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특수학교용 나이스의 개발 보급은 특수학교 교육과정 편제와 시간 배당 기준을 명백히 하여 교육과정 운영을 표준화하는데 기여하였습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기본 교육과정 교과용 도서가 보급되면서 특수교사의 교육과정 운영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교과용 도서는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교재이므로, 교과용 도서를 활용하여 수업한다는 것은 국가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김 선생님, 저는 이 대목에서 ‘모든 학생이 교과서의 내용을 학습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특수교육 대상학생 모두가 교과서의 내용을 학습하여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학년군이 높아질수록 교과서의 내용을 학습하는 학생의 수는 적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상위 교육과정을 하위 교육과정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필요합니다. 특히 국가 교육과정을 학교와 학생의 실정에 맞게 학교 교육과정으로 만드는 과정에 필요합니다. 국가 교육과정은 교과의 내용 요소에 따라 지도 내용과 성취기준을 학년군별로 펼쳐 놓고,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별로 학습자 요인을 고려한 학교 교육과정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교육활동의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은 학교 교육과정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교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 내용 요소를 구체화하고, 학습자 요인을 감안하여 실제 수업활동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학교 교육과정 이외의 내용으로 개별화교육을 운영한다는 것은 개별화교육 운영에 필요한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 기준 등이 학교 교육과정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개별화교육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 장소를 포함한 명확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의 식사지도, 용변지도의 내용을 개별화교육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점심 식사시간에 식사지도를, 쉬는 시간에 용변지도를 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과 장소가 없어도 개별화교육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 선생님의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


                국가 교육과정에서 개별화교육까지의 전개 과정을 이렇게 정리해 보면 어떨까요?
                - 시·도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침 : 국가교육과정
                - 교육과정 재구성 : 학교교육과정
                - 교수적 수정 : 학년(급)교육과정
                - 교수학습활동 : 개별화교육

식사지도와 용변지도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비중을 두고 다루는 중요한 생활지도 영역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어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식사지도와 용변지도를 위한 진단, 계획, 실행, 평가의 내용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가?’하는 문제입니다. 식사지도나 용변지도 등과 같은 생활지도 개별화교육은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비해 잘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생활지도를 실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도 매우 단순하거나 엉성한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은 주로 학부모의 진술과 전 학년도 담임교사의 구두 정보에 의존하고, 목적만 있는 계획을 세우기 쉬우며, 사후 처치에 비중을 두어 실행하고, 교사의 관찰에 의존해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실행이 연속적이지 못합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증거에 기반을 둔 진단, 내용,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사지도와 용변지도를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여야 합니다. 교육과정에 식사지도와 용변지도의 내용과 방법을 담아 교육과정을 구성합니다. 점심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만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에 식사와 용변을 지도할 수 있는 시간을 배정합니다.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 교과별 수업 시수를 증감하거나, 교과 수업시수를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시수로 배당할 수 있는 교육과정 시수배당의 융통성을 허용한 배경을 잘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학교 교육과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활동의 근거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를 구체화하고 학습자 요인을 감안하면 개별화교육을 운영할 수 있는 학교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도 교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학교 교육과정 내용 중에서 실제 지도하는 학생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정리합니다. 이것이 학급 교육과정입니다. 국가 교육과정을 학교 교육과정으로 변환하는 일을 교육과정 재구성 이라고 한다면, 학교 교육과정을 학급 교육과정으로 변환할 때는 학생 개개인별로 교육과정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학생별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우리는 개별화교육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간 차이가 큰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중심의 개별화교육을 운영하려면?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개별화교육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김 선생님께 ‘중다수준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개별화교육’을 추천합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중다수준 교육과정 운영은 동일 교과영역과 주제에서 학습자의 수준이나 특성에 맞게 학습목표(내용)을 수정하여 제공하는 것입니다. 학생간 차가 큰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수업에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중다수준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학교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별 성취수준으로 상세화하여야 합니다. ‘초등학교 3~4학년군 국어 쓰기 영역의 글자의 모양을 따라 쓴다.’ 성취기준을 성취수준 작성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 [4국03-01] 글자의 모양을 따라 쓴다.
가 그룹
성취수준
한글 자모음자나 글자를 잠시 동안 보고, 연필로 공책에 자모음자나 글자의 형태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쓴다.
윗줄에 적힌 한글 자모음자나 글자를 보면서 아래 줄에 색연필로 따라 쓴다.
점선으로 표시된 한글 자모음자나 글자 모양의 점선을 사인펜으로 따라 쓴다.
나 그룹
성취수준
한글 자모음자를 보고, 컴퓨터 키보드에서 같은 자모음자를 찾아 해당하는 키보드의 버튼을 누른다.
한글 자모음자를 보고, 자모음자 카드에서 같은 자모음자를 찾는다.
다 그룹
성취수준
한글 자모음자 블록을 손으로 만져 한글 낱자의 모양을 탐색한다.
한글 자모음자를 오려서 같은 모양의 글자 외곽선 틀에 붙인다.

 

성취수준은 보통 학습자를 학습 성취도를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그렇지만 학습자의 학습 특성과 유형으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국어과 쓰기 활동과 관련된 학습자의 학습 특성과 유형에 따라 가 그룹은 쓰기도구로 쓰기활동이 가능한 학생 그룹, 나 그룹은 컴퓨터 자판이나 낱말카드 등 대체 쓰기 활동이 가능한 학생 그룹, 다 그룹은 가, 나 그룹에 해당하지 않는 학생 그룹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그룹 내에서도 학습 범위와 방법을 좀 더 상세하게 구분하여 제시해 보았습니다. 국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학교 교육과정의 성취수준으로 상세화하면 실제 수업 활동에서 학생별 학습 목표를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개별화교육계획 목표 설정에도 유용합니다. 성취수준을 평가기준과 결합하면 학습 활동과 평가 활동에 좀 더 분명한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위에서 제시한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의 가, 나, 다 그룹별 평가기준을 이렇게 설정해 보았습니다.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 [4국03-01] 글자의 모양을 따라 쓴다.
가 그룹
성취수준
책상 위에 놓인 150포인트 크기의 한글 자모음자나 글자를 3초 동안 보고, 모양을 기억해 가로세로 각 3센티미터의 네모 칸 공책에 연필로 자모음자와 글자의 형태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쓸 수 있다.
공책에 미리 써 준 한글 자모음자나 글자를 3회 이하로 보면서 가로세로 각 3센티미터의 네모 칸 공책에 연필로 자모음자와 글자의 형태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쓸 수 있다.
가로세로 각 5센티미터 크기의 점선으로 표시된 한글 자모음자나 글자 모양의 점선을 한 글자당 2회 이하로 선을 벗어나며 사인펜으로 따라 쓸 수 있다.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 [4국03-01] 글자의 모양을 따라 쓴다.
나 그룹
성취수준
책상 위에 놓인 150포인트 크기의 한글 자모음자와 컴퓨터 키보드의 한글 자모음자를 번갈아 보고, 같은 자모음자를 찾아 해당하는 키보드의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두 개의 같은 자모음자 카드를 교사와 학생이 갖고, 교사가 제시하는 자모음자와 같은 자모음자를 동시에 펼쳐놓은 3장의 각기 다른 자모음자 카드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 [4국03-01] 글자의 모양을 따라 쓴다.
가, 다 그룹
성취수준
교사가 학생의 손등 부위를 잡고 학생의 손을 한글 자모음자 블록에 가져다 주면, 블록을 피하거나 집어 던지지 않고, 자모음자 블록의 외곽선을 따라 손을 움직여 블록의 모양을 탐색하는 활동을 1분간 지속할 수 있다.
자모음자 모양으로 홈이 파인 틀과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자모음자 종이에 풀을 칠해 교사와 함께 홈의 모양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모양을 익힌 후 틀에 맞춰 자모음자를 붙이는 활동을 3회 연속하여 수행할 수 있다.

 

아마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는 점차 다 그룹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수와 비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다 그룹 학생의 경우에는 학생의 수행 정도와 함께 학습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교사의 지원 내용과 방법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취수준과 평가기준은 학교 교육과정에 담겨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별화교육은 성취기준별 학교 교육과정 성취수준과 평가기준을 근거로 지도 교사가 작성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교육과정과 개별화교육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수교사는 무엇을 잘하는 교사여야 할까요?

김 선생님,
많은 특수교사들이 개별화교육을 문서와 기록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별화교육계획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이니 작성 기한을 잘 지켜 개별화교육의 필수 기록 요소와 내용을 기록하고, 결재를 잘 받아 놓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개별화교육 문서는 누군가 말했던 손톱처럼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기록하고 지원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특수교사인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교사인지?’, 또 ‘무엇을 잘하는 교사여야 하는지?’ 오래 된 저의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학기, 특수교사로서 보람 가득한 나날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2019년 9월
한국우진학교 교사 백정기

 

 

 

모두가 행복한 수업

교육과정과 개별화교육

IEP가 바뀌면 수업이 바뀐다! 수업이 바뀌면 학생이 보인다!

신나게 가르치고 신나게 배우는 신나는 수업


현장특수교육 가을호 제26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 칼럼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육인
  • 05 현장투어
  • 06 톡톡Talk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 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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